영락 20년 임인년 9월 초하루부터 이틀째 되는 병진일에, 고아(孤哀)인 세자(후에 왕이 된) 신(臣, 세종의 이름)이 삼가 다시 절하고 머리를 조아려 말씀을 올립니다. 삼가 생각하옵건대 큰 덕과 높은 공은, 예로부터 뛰어나셨고, 큰 이름은 후세 사람들에게 보여주어야 합니다. 삼가 떳떳한 법도를 따라 아름다운 칭호를 올립니다. 삼가 생각하옵건대 돌아가신 아버지 성덕신공태상왕(태종)께서는 총명하고 신성하시며, 용맹하고 지혜로우시며 너그럽고 인자하시어, 고려의 운수가 이미 다했을 때, 천명이 어디에 속할지 아셨습니다. 태조를 보필하시어 만세의 기틀을 여셨고, 명나라 황제를 뵙고 특별히 세 번이나 후한 대접을 받으셨습니다. 드러나지 않은 기미를 밝히시어, 종묘사직의 영원한 안녕을 이루셨습니다. 어버이를 사랑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