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의 현명한 임금이 다스림을 행할 때에는, 덕을 다하여 널리 베풀어 만방을 덮어 기르니, 모든 나라가 안팎의 구별 없이 신복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이에 군장(君長)을 세워 그 백성을 다스리게 하여, 오랑캐와 중화(中華)의 경계에 울타리가 되게 하였다. 짐(朕, 명나라 황제)이 대통을 이어받아 옛 법을 따르니, 너 조선 권지국사 이(태종의 이름)에게 묻노라. 부형의 전함을 이어 이 땅을 진정시키고 다스리며, 와서 직분을 바치고 조공을 행함에, 예의를 따르고 정성을 다하였으나, 아직 책봉을 받지 못하였으므로, 간청하기를 부지런히 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너를 조선 국왕으로 명하고, 금인(金印)을 내리니, 이 동쪽 땅을 길이 다스리라. 아! 하늘에는 일정한 마음이 없고, 오직 백성을 따르고, 백성에게는 일정한 받듦이 없고, 오직 덕을 품는다. 너는 그 덕을 힘써 행하여 하늘의 돌보심을 받고, 집안에서는 효성스럽고 우애하며, 위로는 충성스럽고 순종하며, 아래로는 인자하고 은혜롭게 하여, 백성들이 복을 받게 하고, 후손들에게 밝은 본보기가 되어, 영원히 중국을 보좌하라. 땅을 열고 나라를 세우는 데에는 덕이 아니면 마땅하지 않으니, 어찌 공경하지 않겠는가?
핵심 내용:
- 명나라 황제(혜종)가 조선 국왕(태종)에게 내린 책봉 고유문
- 중국 중심의 천하관과 제후국에 대한 책봉의 의미 강조
- 태종의 조상 대부터의 공적과 책봉 요청에 대한 언급
- 태종에게 덕을 베풀고 중국에 충성할 것을 당부
- 국가 통치의 근본으로 덕의 중요성 강조
이 고유문은 명나라 황제가 조선 국왕에게 내리는 외교 문서로, 당시 국제 질서의 중심이었던 명나라의 천하관을 보여줍니다. 명나라 황제는 천하를 다스리는 존재로서, 주변 국가의 군주를 책봉하여 그 지위를 인정하고 복속시키는 권위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 고유문에서 명나라 황제는 태종에게 조선 국왕의 지위를 내리면서, 그의 조상 대부터의 공적과 책봉 요청을 언급하고, 앞으로 덕을 베풀고 중국에 충성할 것을 당부합니다. 특히 “천무상심 유민시종(天無常心 惟民是從)”과 “민무상대 유덕시회(民無常戴 惟德是懷)”라는 구절은 하늘의 뜻은 백성의 마음에 달려 있고, 백성은 덕 있는 자를 따른다는 유교적인 통치 이념을 보여줍니다. 또한, “계토건가 비덕막의(啓土建家 匪德莫宜)”라는 구절은 나라를 다스리는 데 덕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하는 부분입니다. 이 문서를 통해 조선이 명나라의 책봉 체제 아래에 있었음을 알 수 있으며, 명나라가 조선에 요구하는 역할과 기대를 엿볼 수 있습니다. 또한, 3년 후 영락제가 다시 고유문과 인장을 내렸다는 기록을 통해 명나라와 조선의 관계가 지속적으로 유지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