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락 20년 임인년 9월 초하루부터 이틀째 되는 병진일에, 고아(孤哀)인 세자(후에 왕이 된) 신(臣, 세종의 이름)이 삼가 다시 절하고 머리를 조아려 말씀을 올립니다. 삼가 생각하옵건대 큰 덕과 높은 공은, 예로부터 뛰어나셨고, 큰 이름은 후세 사람들에게 보여주어야 합니다. 삼가 떳떳한 법도를 따라 아름다운 칭호를 올립니다. 삼가 생각하옵건대 돌아가신 아버지 성덕신공태상왕(태종)께서는 총명하고 신성하시며, 용맹하고 지혜로우시며 너그럽고 인자하시어, 고려의 운수가 이미 다했을 때, 천명이 어디에 속할지 아셨습니다. 태조를 보필하시어 만세의 기틀을 여셨고, 명나라 황제를 뵙고 특별히 세 번이나 후한 대접을 받으셨습니다. 드러나지 않은 기미를 밝히시어, 종묘사직의 영원한 안녕을 이루셨습니다. 어버이를 사랑하심에는 오직 친히 하시는 효도를 돈독히 하셨고, 마음을 따르심에는 형제와 우애하시어, 사양하는 덕의 빛을 내리셨습니다. 무위(武威)는 바람과 우레처럼 엄숙하시고, 문치(文治)는 해와 달처럼 밝으셨습니다. 이웃 나라와 사귀는 데에는 도리가 있으셨고, 큰 나라를 섬기심에는 정성으로 하셨습니다. 교화가 가깝고 먼 곳에 미치고, 은혜가 모든 생물에 젖어들었습니다. 아름다운 업을 이어받음을 생각하오니, 장수를 누리시기를 기약하였는데, 어찌 갑자기 세상을 떠나시어, 후세에 큰 슬픔을 남기셨습니까? 슬픔을 견디기 어려워, 이에 드러내어 칭송하는 의식을 거행합니다. 삼가 옥책을 받들어 존시(尊諡)를 ‘성덕신공문무광효대왕(聖德神功文武光孝大王)’이라 하고, 묘호(廟號)를 태종(太宗)이라 합니다. 엎드려 바라옵건대 신령하신 영혼께서는, 굽어 살피시어, 영원히 많은 복을 누리시고, 자손을 길이 보우하시며, 큰 계획을 은밀히 도우시어, 천지와 더불어 길이 함께 하소서. 삼가 말씀드립니다.
(지어 바친 신하의 이름은 전하지 않는다.)
핵심 내용 및 해설:
이 시책문은 세종이 부친인 태종의 죽음을 애도하며 그의 공덕을 기리고 시호와 묘호를 올리는 의식에서 사용된 문서입니다.
- 태종의 업적에 대한 종합적인 찬양: 건국 공헌, 외교적 업적, 형제간의 우애, 효심, 문무의 뛰어남 등 태종의 생애 전반에 걸친 업적을 총망라하여 찬양하고 있습니다. 특히 고려의 멸망과 조선의 건국이라는 역사적 변혁기에 태종이 보여준 지혜와 결단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 시호와 묘호의 의미: ‘성덕신공문무광효대왕’이라는 긴 시호는 태종의 성스러운 덕, 신과 같은 공, 문무의 뛰어남, 빛나는 효심을 기리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태종’이라는 묘호는 나라의 큰 기틀을 세운 왕에게 주로 쓰이는 묘호로, 태종의 업적을 높이 평가하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 세종의 슬픔과 효심: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대한 슬픔과, 아버지의 업적을 기리고자 하는 효심이 문장 곳곳에 드러나 있습니다. 특히 “어찌 갑자기 세상을 떠나시어, 후세에 큰 슬픔을 남기셨습니까?”라는 구절은 세종의 애통한 심정을 잘 보여줍니다.
- 영원한 안녕과 후손의 번영 기원: 태종의 영혼이 영원한 안녕을 누리고, 자손들을 길이 보우하며, 나라의 발전을 은밀히 도와주기를 기원하는 내용으로 글을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이는 유교적인 사후 세계관과 왕조의 번영을 기원하는 염원을 반영하는 것입니다.
이 시책문은 단순한 의례적인 문서가 아니라, 세종의 깊은 슬픔과 효심, 그리고 태종에 대한 존경심이 잘 드러난 문학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조선 왕조의 초기 역사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사료적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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