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락 20년 임인년 5월 초하루부터 열흘째 되는 병인일에, 성덕신공태상왕(태종)께서 신궁(新宮)에서 돌아가시어, 수강궁 정전에 빈소(殯所)를 마련하다. 9월 초하루부터 엿새째 되는 경신일에, 헌릉(獻陵)에 장사지내니, 예에 따른 것이다. 빈궁(殯宮)이 이에 열리고, 상막(縿幕)이 장차 옮겨지니, 모든 신하가 시종하고, 만 가지 의장(儀仗)이 성대하도다. 새벽 이슬은 차갑고 산천은 처참하며, 슬픈 바람이 불어 초목이 슬퍼하는구나. 성상(세종)께서는 땅을 치고 하늘을 부르짖으며, 간이 찢어지고 몸이 상하는 슬픔을 느끼시네. 용상(宸扆)을 우러러보니 마치 살아 계신 듯한데, 하늘의 얼굴(天顔)을 생각하니 영원히 이별하였구나. 이에 신하에게 명하여 성대한 덕을 드러내도록 하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삼가 동방을 생각하건대, 왕씨(고려)로부터 시작되었네. 삼한을 통일하니, 거의 오백 년이 되었네. 임금은 어둡고 정치는 어지러워, 신의 원망과 백성의 이반을 초래했네. 하늘이 아름다운 덕을 돌보시어, 큰 기틀을 만들게 하셨네. 삼가 우리 태상왕을 생각하건대, 천명을 밝게 아셨네. 태조를 보필하시어, 만백성을 다스리셨네. 황제의 명령을 공경히 받들어, 조정에 나아가셨네. 간곡한 뜻을 펼치시니, 극진한 은총을 받으셨네. 드러나지 않은 기미를 밝혀 난리를 평정하시니, 종묘사직이 이에 안정되었네. 삼가 공경하고 조심스럽게 섬기시니, 더욱 사랑하고 공경하는 마음을 돈독히 하셨네. 큰 업을 이어, 지극한 다스림을 크게 펴셨네. 은혜가 날짐승과 물고기에까지 미치고, 칭송이 멀고 가까운 곳에 퍼졌네. 이웃 나라와 사귐에는 도리가 있었고, 큰 나라를 섬기심에는 더욱 삼가셨네. 황제의 명령이 간곡하고, 조서의 말씀이 정중하셨네. 인장(印章)은 빛나고, 면복(冕服)은 빛났네. 오랑캐가 와서 복종하고, 나라가 평안하였네. 공은 선조에게 빛나고, 덕은 후세에 드리워졌네. 오직 덕은 성스러우시고, 오직 공은 신령하시네. 예로부터 뛰어나시고, 하늘에 짝하실 만하네. 이 성대한 아름다움을 모아, 역사에 빛나게 드리우네. 아! 슬프도다! 도는 조화와 양육에 참여하시고, 밝음은 어두운 곳까지 비추셨네. 예가 일어나고 음악이 만들어지니, 문(文)은 밝고 무(武)는 위엄이 있으셨네. 처음부터 끝까지 이십 년 동안, 모든 정사에 부지런하셨네. 편안히 쉬시는 데 뜻을 두시고, 신성함으로 전하시네. 하늘을 두려워하는 공경과, 백성을 걱정하는 정성을, 잠시도 성스러운 마음에서 놓지 않으셨네. 장수를 누리시기를 바랐는데, 어찌 하루아침에, 우연히 작은 병을 얻으시어, 마침내 병세가 위중해져 낫지 않으시어, 끝없는 슬픔의 부르짖음을 남기셨는가? 아! 신하와 백성의 박복함이여! 하늘의 해가 영원히 감추어지게 되었구나. 아! 슬프도다! 조상의 사당에서 예를 다하고, 책보를 바치어 아름다움을 드높이네. 오직 성상(세종)의 고통스러워하시는 모습은, 마치 의지할 곳 없는 가난한 사람과 같구나. 먼지가 궁궐에 쌓이고, 비가 신하와 백성에게 내리는구나. 영구차(靈輀車)를 잡고 발을 구르며 통곡하며, 교산(橋山, 황제의 능)을 바라보며 푸른 하늘을 원망하네. 아! 슬프도다! 아! 명이 길고 짧음은 정해져 있으니, 비록 성스러운 지혜로도 피하기 어렵구나. 오직 공덕의 지극히 큼은, 해와 달과 더불어 높이가 같구나. 아! 슬프도다!
핵심 내용 및 해설:
이 애책문은 태종의 죽음을 애도하며 그의 생애와 업적을 기리는 내용입니다. 시책문과 마찬가지로 세종의 슬픔과 태종에 대한 존경이 깊이 배어 있습니다.
- 고려에서 조선으로의 변화와 태종의 역할: 고려 말의 혼란을 언급하며, 태종이 태조를 도와 조선 건국의 기틀을 마련한 공을 강조합니다.
- 태종의 다양한 업적 찬양: 외교, 정치, 문화 등 다방면에서 태종이 이룬 업적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그의 능력을 칭송합니다. 특히 명나라와의 외교 관계를 원만하게 이끌어간 점, 국가의 안정을 이룬 점 등을 높이 평가합니다.
- 세종의 비통한 심정 토로: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대한 세종의 깊은 슬픔이 절절하게 드러나 있습니다. 땅을 치고 하늘을 부르짖는 모습, 용상을 바라보며 슬퍼하는 모습 등을 통해 세종의 비통한 심정을 생생하게 전달합니다.
- 태종의 성스러움과 위대함 강조: 태종의 덕과 공을 성스럽고 위대하다고 묘사하며, 그의 업적이 영원히 기억될 것임을 강조합니다.
- 천명과 인간의 한계에 대한 탄식: 명이 길고 짧음은 정해져 있어 성스러운 지혜로도 피할 수 없다는 탄식을 통해 인간의 유한함을 드러내면서도, 태종의 공덕은 영원할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이 애책문은 역사적 사실을 기록하는 동시에, 세종의 개인적인 슬픔과 효심을 진솔하게 표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학적인 가치 또한 높습니다. 태종의 생애와 업적, 그리고 세종과의 관계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자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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