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문서는 세종 28년(1446년) 병인년 6월 23일 기미일에 소헌왕후(昭憲王后)에게 시호(諡號)를 내릴 때 사용된 시책문(諡冊文)입니다. 시호는 죽은 왕이나 왕비의 공덕을 기리기 위해 사후에 올리는 칭호입니다. 당시 우의정(右議政) 하연(河演)이 시책을 받들고 가서 시호를 내리는 의식을 거행했습니다.
순리에 따르는 아름다운 소리를 이어, 이미 안의 다스림에 도움을 많이 주셨고, 절개와 은혜로 시호를 정하니, 예(禮)가 마땅히 후대에 빛나야 한다. 이에 떳떳한 법도를 살펴, 아름다운 칭호를 더한다. 돌아가신 왕비 심씨는 부드러운 땅의 자질을 받았고,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을 갖추었다. 진실로 배필이 될 시기에 응하였고, 일찍이 아름다운 덕을 이루었다. 잠저(潛邸, 왕세자 시절의 거처)에 있을 때부터, 진실로 좋은 배필이 되었다. 왕위를 이은 이후에는, 드디어 왕비의 지위에 올랐다. 능히 안의 가르침을 닦아, 더욱 어머니의 도리를 부지런히 하였다. 마음에 험하고 간사한 사사로운 청탁이 없었고, 도에는 경계하고 조심하며 서로 돕는 아름다움이 있었다. 《관저(關雎)》가 바른 시작이 되니, 《이남(二南)》의 풍속을 넓혔고, 제사를 통해 상서로움을 모으니, 영원히 삼한(三韓)의 경사를 돈독히 하였다. 오복(五福)을 함께 누리리라 하였는데, 어찌 중년에 갑자기 이별하였는가? 흰 구름을 타고, 참된 임금(세종)을 이미 멀리 떠나셨음을 돌아보니, 이 붉은 기록(彤管, 역사 기록)을 보고, 어진 배우자를 그리워하며 오랫동안 탄식한다. 크게 빛나는 칭호를 드높이고, 이에 추숭(追崇, 사후에 존경을 더함)의 예절을 엄히 한다. 이로써 신 우의정 하연을 보내어 책봉하여 시호를 소헌(昭憲)이라 내린다. 밝은 영혼이 어둡지 않기를 바라며, 바라건대 큰 명(命)을 받으시기를 바란다. 빛나고 빛나시어, 영원히 다함없는 밝음을 빛내시고, 영원하고 영원하시어, 넓은 복을 끝없이 이어가소서.
(지어 바친 신하의 이름은 전해지지 않는다.)
주요 내용 정리:
- 소헌왕후의 생전의 공덕(내치에 대한 도움, 어진 덕행)을 기림.
- 갑작스러운 죽음에 대한 애통함과 슬픔을 표현.
- 소헌왕후의 덕을 기리는 시호를 내리고 추숭하는 의의를 밝힘.
- 영원한 복과 명복을 기원.
추가 설명:
이 시책문은 소헌왕후의 삶을 회고하며 그녀의 공덕을 칭송하고, 사후에 시호를 올리는 의의를 담고 있습니다.
- 생전의 공덕 기림: “순리에 따르는 아름다운 소리를 이어, 이미 안의 다스림에 도움을 많이 주셨고”, “마음에 험하고 간사한 사사로운 청탁이 없었고, 도에는 경계하고 조심하며 서로 돕는 아름다움이 있었다” 등의 구절은, 소헌왕후가 왕비로서 내조를 잘하고, 사리사욕 없이 덕행을 쌓았음을 강조합니다. 특히 《관저》와 《이남》, 그리고 제사(燕禖)를 언급하며, 왕후가 왕실의 번영과 국가의 안녕에 기여했음을 나타냅니다.
- 죽음에 대한 애통함: “謂共享於五福, 何奄訣於中年?”, “乘彼白雲, 顧眞御之已遠; 睹玆彤管, 懷良佐而長歎” 등의 구절은, 소헌왕후가 중년에 갑자기 세상을 떠난 것에 대한 안타까움과 슬픔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오복(五福)”은 수(壽), 부(富), 강녕(康寧), 유호덕(攸好德), 고종명(考終命)을 의미하며, 행복한 삶의 조건을 나타냅니다. “백운(白雲)”은 죽음을, “진어(眞御)”는 임금을 비유하는 표현입니다. “동관(彤管)”은 붉은 색으로 칠한 필관으로, 역사 기록을 의미합니다.
- 시호 추숭의 의의: “載揚丕顯之稱, 聿嚴追崇之典”이라는 구절은, 소헌왕후의 공덕을 기리는 시호를 내리고, 사후에 존경을 더하는 것이 당연한 예절임을 강조합니다.
- 영원한 복과 명복 기원: 마지막 부분은 소헌왕후의 영혼이 편안하고, 영원한 복을 누리기를 기원하는 내용으로 마무리됩니다.
이 시책문은 소헌왕후의 삶을 총체적으로 평가하고, 그녀의 덕을 기리는 중요한 기록입니다. 앞서 번역한 책봉문들과 함께 비교해 보면, 왕비의 생애와 역할에 대한 당시 사람들의 인식을 더욱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이 문서는 소헌왕후의 죽음을 애도하며 그녀의 공덕을 기리는 내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책봉문들과 차별성을 갖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