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파 소식과 산곡 황정견이 그림에 시를 쓰다東坡山谷題畵
연저(燕邸) 래주(萊州: 현재 산둥성 라이저우시)의 양천공(洋川公) 집안에서 고금(古今)의 그림을 10책(冊)으로 장황(裝潢: 작품의 보존을 위해 족자나 서책으로 만드는 것)하고 있었는데, 동파(東坡) 소식(蘇軾)이 공의 집을 지나다가 이를 위해 제첨(題簽: 책 따위의 표제)을 써주고, 아울러 책 뒤에 다음과 같이 썼다.
"높다란 집과 깨끗한 벽 사이에 지내니 뜻을 펴거나 접는 일로 수고하지 아니하고,
밝은 창가와 깨끗한 의자에서 지내니 앉거나 눕는 일에 편안하다네."
[高堂素壁 無舒卷之勞 明窗淨几 有坐臥之安]
그리고 왕애(王靄)의 그림인 '여래출산상(如來出山相)'에 다음과 같이 적었다.
"머리털은 이리저리 흩어져 있고, 귀는 곧게 섰구나.
어느 곳에서 오셨나 푸른 색 눈동자와 뿔이 있구나.
샛별이 뜨지 않았으니 삼라만상은 한적한데, 불가에서 말하는 천마(天魔)는 그래도 악기를 연주하네.
잘못하고 잘못하지 않았다 하면 어떻게 무상보리(無上菩提: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부처의 깨달음)와 성등정각(成等正覺: 보살행이 원만하여 평등하고 바른 진리의 깨달음을 이루는 일)을 얻으리오."
[頭鬅鬙 耳卓朔 適從何處來 碧色眼有角 明星未出萬象閑 外道天魔猶奏樂 錯不錯 安得無上菩提成等正覺]
산곡(山谷)황정견(黃庭堅)이 지은 시 중에 다음과 같은 시가 있다.
"쓸쓸한 집에 두 그루 대나무 노래하는데, 가을날 지은 막걸리에 게 두 마리 올라오네.
흩날리는 티끌 속 달리는 말 빠르기도 하고, 기운 해 사이 기러긴 높이도 나는구나."
[蕭寺吟雙竹 秋醪薦二螯 破塵歸騎速 橫日雁行高]
"무릎을 붙잡고서 남은 섣달 헤아렸는데, 나뭇가지 꺾다 얼마 남지 않은 봄날에 놀라고 마네."
[擁膝度殘臘 攀條驚殘春]
이는 모두 양천공(洋川公)의 양호당(養浩堂: 호연지기를 기르는 집)에서 일어났던 일들이지만, 소식과 황정견의 문집에는 이 시문들이 실려있지 않다. 나의 부친이 북방에 계실 적에 황족인 조백린(趙伯璘)이 이에 대해서 말해주었다.
우리 집안에는 양억(楊億)이 그린 풍경화 두 폭이 있는데, 황정견이 친히 칠언절구 두 수를 그 위에 썼다.
"물빛에 안개가 피니 온천지 서늘한데, 욕심을 잊은 갈매기가 이리저리 마음대로 나놋다.
몇해 전부터 강호(江湖) 꿈을 자주 꾸었는데, 이 그림을 대하니 내 몸이 고향에 있는 듯 하네."
[水色煙光上下寒 忘機鷗鳥恣飛還 年來頻作江湖夢 對此身疑在故山]
"가벼운 물새와 백로는 참으로 나의 벗이오, 푸른 측백나무와 그윽한 대나무는 내 마음에 맞구나.
바다에 뿔처럼 뻗은 뭍을 보니 몇번이나 봄 맞았는지 알겠는데, 누워서 유람하다 다다른 곳 내 마음 늘 울적하게 하는구나."
[輕鷗白鷺定吾友 翠栢幽篁是可人 海角逢春知幾度 臥游到處總傷神]
이 시들도 황정견의 문집에는 없다.
원문
燕邸萊州洋川公家,裝褫古今畫爲十冊.東坡過之,因爲書簽,仍題其後云:“高堂素壁,無舒卷之勞,明窗淨几,有坐臥之安。”又題王靄畫《如來出山相》云: “頭鬅鬙,耳卓朔。適從何處來,碧色眼有角。明星未出萬象閑,外道天魔猶奏樂。錯不錯,安得無上菩提成等正覺。”山谷詩云:“蕭寺吟雙竹,秋醪薦二螯。破 塵歸騎速,橫日雁行高。 ”又“擁膝度殘臘,攀條驚殘春。”皆洋川公“養浩堂”故事,而集中不載。家君在北方,宗室於伯璘言如此。予家有大年畫小景二幅,山谷親書兩絕名其上曰: “水色煙光上下寒,忘機鷗鳥恣飛還。年來頻作江湖夢,對此身疑在故山。 ”,“輕鷗白鷺定吾友,翠栢幽篁是可人。海角逢春知幾度,臥游到處總傷神。 ”今集中亦無。
동파 소식의 초상화 ( 원대 조맹부 작품 )
산곡 황정견의 초상화 ( 만소당화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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