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견지 夷堅志/갑지 제2권

1.1.2.2.21 - 이견지 갑지 제2권 - 종립본의 어린아이

集賢堂 2016. 1. 25.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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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립본의 어린아이宗立本小兒

  종립본(宗立本)은 등주(登州 )황현(黃縣: 현재 산둥성에 속함)사람이다. 그의 집안은 대대로 행상(行商)으로 생업을 이루었는데, 그는 나이가 들도록 자식이 없었다.

  소흥(紹興)28년(1158년) 한여름, 그와 그의 부인이 비단을 팔려고 유주(濰州): 현재 산둥성 웨이팡시)에 있으면서 장차 창락昌樂: 현재 산둥성에 속함)에 가고 있었다. 밤중에 수레를 몰고 길을 가다가 부득이 한 옛 사당에서 밤을 보냈다. 하인들은 몽둥이를 들고 경비를 섰다.

  다음날 아침, 잠자리에서 식사를 마치고 길에 오르는데, 여섯 일곱 살 되어보이는 어린 아이가 앞에 막아서며 절을 하였다. 그 아이의 말은 영민하여 기뻐할만 하였다. 아이가 어느 집안 사람인지 어디에서 왔는지를 물었더니, 아이가 대답하였다.

  "나는 창읍현(昌邑縣: 현재 산둥성에 속함) 공리(公吏)의 자식입니다. 돌아가신 아버지의 성명은 왕충언(王忠彥)이니, 어머니와 함께 돌아가셨습니다. 나는 다른 이에게 길러졌는데, 그가 나를 여기에 데려와 몰래 버리고는 가버렸습니다. 어디 갈만한 곳이 없어 호랑이나 이리, 도깨비에게 죽게 생겼습니다."

  종립본이 붙잡으며 말하였다.

  "나를 따라와도 좋다." 

  아이가 다시 두번 절하고 흐느껴 울었다. 마침내 종립본이 거두어 길렀는데 아이의 이름을 '신수(神授: 신이 주셨다는 의미)'라 하였다. 아이의 천품이 총명해서, 글을 읽는데 한번 읽어도 곧잘 기억하였다. 또 큰 붓을 쥐고서 큼직하니 글자를 쓰는 것도 잘했고, 전서(篆書), 예서(隸書), 초서(草書)는 배우지 않아도 잘 썼다. 명현(名賢)이 지은 고첩(古帖)과 묵적(墨跡)을 보면, 어느 정도 모사를 하였는데, 신묘하게도 원본과 똑같았다.

  이후 종립본은 신분이 시정(市井)의 평민이었음에도 갑자기 자기의 생업을 포기하였다. 그리고 아이를 데리고 이리저리 떠돌아 다니면서 아이로 하여금 세상의 천태만상을 배우게 하여 스스로 세상을 살아가도록 해주고자 하였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봄날에 제남장구濟南章丘: 현재 산둥성에 속함)에서 걸출한 용모를 가진 한 외국 승려를 만났다. 승려는 아이를 가리키며 종립본에게 말하였다.

  "당신은 어디서 이 아이를 거두었소?"

  종립본이 휘둥그레 눈을 뜨며 말하였다.

  "나의 아내가 낳았소. 경망스럽게 어찌 그런 소리를 하시오?" 

  승려가 웃으면서 말하였다.

   "이 아이는 우리 오대산(五台山)의 오백 마리 소룡(小龍)중에 하나로 사라진지 삼 년이 되었습니다. 내가 사라진 용을 찾던 차에 여기서 만난 것입니다. 당신이 오래도록 그 아이를 데리고 있다가는 큰 화를 입을터이지만 내가 이미 비밀리에 법을 써서 저 아이는 위력을 발휘할 수 없습니다."

  이에 물을 구해다가 아이를 향해 뿜었다. 그러자 아이가 붉고 조그마한 뱀으로 곧바로 변하더니 땅에 기어다녔다. 승려가 깨끗한 병을 가져다가 신수의 원래 이름을 부르니 작은 뱀이 그 가운데로 뛰어들어갔다. 그리고 승려는 머리에 삿갓을 쓰고는 말도 안하고 가버렸다.

  이후 종립본 부부는 신수에 대해 생각이 나 오래도록 잊지 못하였다고 한다.

  회동(淮東: 현재의 장쑤성 양저우시 )검할(鈐轄)왕이지(王易之)가 그 괴이한 일을 직접 보았다고 한다.




원문

宗立本,登州黃縣人。世世為行商,年長未有子。紹興戊寅盛夏,與妻販縑帛,抵濰州,將往昌樂,遇夜駕車於外,就宿一古廟,數僕擊柝持仗守衛。明旦,蓐食訖,登塗,值小兒可六七歲,遮拜於前,語言獧利可喜。問其誰家人,自那處來,對曰:“我昌邑縣公吏之子也。亡父姓名是王忠彥,與母氏俱化去。鞠養於他人,將帶到此,潛舍我而去,茲無所歸,必死於狼虎魑魅矣。”立本拊之曰:“肯從我乎?”又再拜感泣,遂收而育之,命名曰“神授”。兒性質警敏,每覽讀文書,一過輒憶。又能把巨筆作一丈闊字,篆隸草不學而成,見名賢古帖墨跡,稍加摹臨,必曲盡其妙。立本蓋市井小民耳,遽棄舊業,而攜此兒行遊,使習路岐賤態,藉以自給。後二年之春,至濟南章丘,逢一胡僧,神貌瑰傑,指兒謂立本曰:“爾在何處拾得來?”立本瞠曰:“吾妻實生之,奚乃輕妄發問?”僧笑曰:“是吾五台山五百小龍之一也,失之三歲矣,方尋訪見之,爾久留定掇大禍。吾已密施法禁,彼亦無所复肆其虐。”於是索水噴噀,立化為小朱蛇,盤旋於地。僧執淨瓶,呼神授名,蛇即躍入其中。僧頂笠不告而去。立本夫婦思念,久而不忘。淮東鈐轄王易之親睹厥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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