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씨의 부인張夫人
장자능(張子能)의 부인 정씨(鄭氏)는 참으로 아름다운 미인이었다. 그러나 장자능이 태상박사(太常博士)가 되었을 당시, 정씨는 병이 들어 죽고 말았다.
정씨가 죽기 전에 남편과 사별하며 말하였다.
“제가 죽으면 서방님은 꼭 재혼을 하옵고, 다시는 저를 생각치 마세요.”
장자능이 울면서 말하였다. “어찌 차마 그렇게 하겠소.”
정씨가 말하였다.
"경솔히 하신 말씀을 어찌 믿을 수 있겠습니까? 하늘을 두고 맹세하세요."
장자능이 말하였다.
"나는 이 약속을 어기지 않으리다. 만일 어긴다면 마땅히 엄인閹人: 성불구자이 될 것이며 편안한 죽음도 맞이할 수 없을 것이오."
정씨가 말하기를, "내가 죽으면 그대가 변할 것 같아 걱정스럽습니다. 바라건대, 나의 시신을 빈 방에 두고, 한 사람도 지켜보지 않게 하시고서 하루가 지난 다음에 거두십시오."
정씨가 이를 두세 번 간곡히 부탁하고는 얼마 지나 숨을 거두었다.
장자능은 부인의 유언을 차마 따를 수 없었다. 그래서 노파를 시켜 방에 평상을 두고 지켜보게 하였다.
한밤중이 되자, 정씨의 시신이 갑자기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자신의 얼굴을 덮은 비단을 스스로 걷어내고 갑자기 앉더니 순식간에 일어섰다. 노파는 무서워서 머리를 감쌌다. 그와중에 노파는 시신이 방 안에서 뛰어다니는 것을 느꼈다. 이에 흘깃 바라보니 시신은 우람한 야차(夜叉: 불법을 수호하는 초자연적인 힘을 갖고 있는 귀신)로 변해 있었다. 노파는 나가지도 못하고 놀라 벌벌 떨었는데, 아주 혼이 빠질 지경이었다.
노파가 크게 소리치자, 집안 사람들이 담구멍으로 내다보고는 숙직하는 사병들을 모두 불러모았다. 그리고 사병들로 하여금 각자 몽둥이를 들고서 문 바깥쪽에 고리 모양으로 앉게 하였다.
그때 방 안에서는, 야차가 뛰어다니던 것을 멈추고서 다시 시신이 자던 곳에 스스로 이불을 덮고서 누웠다.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집안 사람들이 문을 열고 들어가 보았더니 일전과 같은 모양이었다.
이로부터 삼 년이 지난 후에 장자능은 대사성(大司成)이 되었는데, 우승(右丞) 등순인(鄧洵仁)이 그에게 딸을 시집보내려고 하였다. 애당초 장자능은 이를 극력 사양하였다. 그러나 등공(鄧公)은 당시 황제의 총애를 받고 있었다. 황제는 장자능에게 결혼하도록 명령을 내렸다.
장자능과 등순인의 딸이 혼인을 맺은 그날 저녁에 황제는 진주로 꾸민 장막을 하사하였다. 그 하사품의 가치는 오십만 관(緡)이라고 한다.
재혼을 한 장자능은 걱정이 생겨 신혼이 즐겁지 않았다.
어느 날 장자능이 낮잠을 자다가 잠결에 정씨가 창문으로 들어오는 것을 보았다.
정씨가 말하였다.
"옛날에 맺었던 약속을 어찌하여 어기셨습니까? 우리한테 요행히 딸만 둘이고 아들이 없으니, 아들을 낳을 것이면 첩을 들일 것이지 정처를 들인 이유는 무엇입니까? 서방님께 장차 재앙이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갑자기 평상에 올라 손으로 장자능의 고환을 부여잡았다. 장자능이 아파서 집안 사람들을 불렀는데, 집안 사람들이 오자 보이는 것은 달리 없었다. 이때부터 장자능은 환관과 같이 되었는데, 나중엔 기이한 변고로 인해 죽었다고 한다.
원문
張子能夫人鄭氏,美而艷。張為太常博士,鄭以疾殂,臨終與張訣曰:“君必別娶,不復念我矣。”張泣曰:“何忍為此!”鄭曰:“人言那可憑?盍指天為誓。”曰:“吾苟負約,當化為閹,仍不得善終。”鄭曰:“我死,當有變相,可怖畏,宜置屍空室中,勿令一人守視,經日然後斂也。”言之至再三,少焉氣絕。張不忍從,猶遣一老嫗設榻其旁。至夜半,屍忽長嘆,自揭面帛,蹶然而坐,俄起立。嫗懼,以被蒙頭,覺其屍行步踸踔,密窺之,呀然一夜叉也。嫗既不可出,震栗喪膽,大聲叫號。家人穴壁觀之,盡呼直宿數卒,持杖環坐於戶外。夜叉行百匝乃止,復至寢所,舉被自覆而臥。久之,家人乃敢發戶入視,則依然故形矣。後三年,張為大司成,鄧洵仁右丞欲嫁以女,張力辭。鄧公方有寵,取中旨令合婚。成禮之夕,賜真珠寢帳,其直五十萬緡。然自是多鬱鬱不樂。嘗晝寢,見鄭氏自窗而下,罵曰:“舊約如何,而忍負之?我幸有二女,縱無子,胡不買妾,必欲正娶,何也?禍將作矣。”遽登榻,以手拊其陰。張覺痛,疾呼家人,至無所睹。自是若閹然,卒蹈奇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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