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릉 신도비명 병서 (태종 3년 계미년 10월)

예로부터 제왕이 천명을 받아 일어섬에는 반드시 현명한 배우자(妃匹)의 도움을 받아 덕을 함께하고 경사를 길러 그 사업을 영원히 하였습니다. 하나라에는 도산씨(塗山氏)가 있어 하나라 우왕(禹)이 능히 뒤를 잇게 하였고, 주나라에는 태사(太姒)가 있어 주나라 무왕(武王)이 크게 계승하였으니, 우왕과 문왕(文王)이 하늘과 짝하는 제사를 지낸 것은 이로 말미암은 것이 영원하였습니다. 아, 훌륭하도다!

우리 신의왕후께서는 천성이 맑고 아름다우시며, 땅의 덕(坤德)은 부드럽고 정결하셨습니다. 일찍이 용연(龍淵, 태조의 옛 지명)에 시집오시어 왕업을 이루는 데 큰 도움을 주셨습니다. 거룩한 성인을 낳으시어, 끝없는 통치를 드리우셨습니다. 신령한 공덕과 아름다운 모범은 옛날과 비교해도 부끄러움이 없습니다. 홀로 애석한 것은 큰 공훈이 거의 이루어질 즈음에 갑자기 세상을 떠나신 것입니다. 태상왕(太上王, 태조)께서 나라를 여셨으나 그 내조(內助)의 의례를 높이지 못하셨고, 두 성인(태종과 그 후의 임금)이 왕위를 이었으나 그 영화로운 봉양을 다하지 못하였습니다. 산릉(山陵)은 빛을 가리고, 서리와 이슬은 슬픔을 더합니다. 아, 슬프고 애통하도다! 처음에 시호를 절비(節妃)라 하였고, 능호를 제릉(齊陵)이라 하였으며, 후에 시호를 신의왕후(神懿王后)로 더하고, 인소전(仁昭殿)을 두어 진영(眞容, 초상화)을 모시니, 추숭(追崇)의 의례는 이미 모두 거행되었습니다. 우리 주상 전하(태종)께서 어머님의 모습을 영원히 모시지 못함을 슬퍼하시고, 효성스러운 마음을 펼치지 못함을 안타까워하시어, 이에 유사(有司)에게 명하여 큰 비석에 글을 새기게 하시고, 신(臣)에게 가까이 글을 지어 만세에 드리우게 하셨습니다. 신은 명을 받들어 두려워하며 감히 사양하지 못합니다.

삼가 살펴보건대 왕후의 성은 한씨(韓氏)이고, 안변(安邊)의 명문세가입니다. 아버지의 휘는 경(卿)이시고, 증 충성 공근 적덕 육경 보리공신 벽상 삼한 삼중대광 영문하부사 안천부원군(贈 忠誠恭謹積德毓慶輔理功臣 壁上三韓三重大匡 領門下府事 安川府院君)으로 추증되었습니다. 할아버지의 휘는 규인(珪仁)이시고, 증 적선 육경 동덕 찬화 익조 공신 특진 보국 숭록대부 문하 좌정승 판도평의사사 겸판 이조사 안천부원군(贈 積善毓慶同德贊化翊祚功臣 特進輔國崇祿大夫 門下左政丞 判都評議使司事 兼判吏曹事 安川府院君)으로 추증되었습니다. 증조할아버지의 휘는 유(裕)이시고, 증 순성 적덕 좌명 보리 공신 숭정대부 문하 시랑 찬성사 동판 도평의사사 겸판 호조사 안원군(贈 純誠積德佐命輔理功臣 崇政大夫 門下侍郞贊成事 同判都評議使司事 兼判戶曹事 安原君)으로 추증되었습니다. 외할머니 신씨(申氏)는 삼한국대부인(三韓國大夫人)에 봉해졌고, 증 병의 육덕 보조 공신 숭정대부 문하 시랑 찬성사 동판 도평의사사 판 형조사 원(贈 秉義毓德輔祚功臣 崇政大夫 門下侍郞贊成事 同判都評議使司事 判刑曹事 元)은 원래 “윤(允)”으로 되어 있습니다. 왕후는 태어나시면서부터 맑고 아름다우셨고, 총명함이 남달랐으며, 성인이 되시어 배필을 택할 때 우리 태상왕께 시집오셨습니다. 처음 장수와 재상이었을 때 수십 년 동안 출입하며 싸우시어 편안한 해가 없으셨는데, 왕후께서는 능히 집안일을 힘써 꾸리시어 성공하도록 힘쓰셨습니다. 또한 성품이 질투하지 않고, 첩과 시녀를 예로 대우하시어, 여러 아들을 두셨고, 의로 가르치셨습니다.

 

 

• 역대 현비(賢妃)의 역할 강조: 중국의 고사를 인용하여 제왕의 성공에는 현명한 배우자의 도움이 필수적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는 신의왕후의 역할이 태조의 건국에 큰 영향을 미쳤음을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부분입니다.
• 신의왕후의 덕행 찬양: 신의왕후의 아름다운 자질, 부드럽고 정결한 성품, 내조의 공, 자녀 교육 등을 칭송하고 있습니다. 특히 태조가 전쟁터에 있는 동안 집안을 잘 다스린 점, 질투하지 않고 첩과 시녀를 잘 대우한 점, 아들들을 의로 가르친 점 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 태종의 효심 강조: 태종이 어머니를 추모하는 마음이 깊어 비석을 세우게 되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는 태종의 효심을 드러내는 동시에, 신의왕후의 위상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옵니다.
• 신의왕후 가계 소개: 신의왕후의 가계를 자세히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는 왕후의 가문이 명문가임을 강조하여 왕후의 품격을 높이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지금 우리 주상 전하(태종)께서는 뛰어나신 지혜와 영웅적인 무용을 갖추셨고, 성인의 학문은 날로 발전하시어, 나이가 스무 살이 되기도 전에 과거에 장원 급제하셨습니다. 위나라 신우(辛禑) 무진년(1388년)에 시중(侍中) 최영(崔瑩)이 몰래 명나라를 치려고 꾀하였는데, 우리 태상왕(太上王, 태조)의 위엄과 명망이 평소에 높았으므로, 절월(節鉞, 군사 지휘권)을 주어 요동을 공격하게 하였습니다. 태상왕께서는 의를 내세워 군대를 돌이키시어 최영을 잡아 가두고, 명망 높은 유학자 이색(李穡)으로 대신하게 하시니, 조정 안팎이 편안해지고, 나라가 영원히 의지하게 되었습니다. 이색이 태상왕께 아뢰기를, “지금 중국과 틈이 생긴 이후에는, 정권을 잡은 자가 직접 황제의 조정에 나아가 뵙지 않으면, 공의 충성심을 천하에 밝힐 수 없습니다.”라고 하였습니다. 날짜를 정하여 떠나려 할 때, 태상왕께서 이색에게 이르시기를, “나와 공이 함께 사신으로 가게 되면, 나라 일은 누가 맡겠는가? 내가 아들 하나를 택하여 공을 따라가게 하는 것이, 마치 내가 가는 것과 같다.”라고 하시고, 이에 우리 전하(태종)를 서장관(書狀官)으로 보내시니, 특별히 황제(명나라 황제)의 후한 예우를 받고 돌아오셨습니다. 기사년(1389년) 가을에, 황제가 또 조칙을 내려, 다른 성씨(이씨)가 왕씨의 후손이 된 것을 책망하므로, 태상왕께서 여러 장수 및 재상들과 의논하여, 왕씨의 후손인 정창군(定昌君) 요(瑤)를 왕으로 세웠습니다. 이보다 앞서, 권세를 가진 간신들이 정치를 제멋대로 하여, 빼앗고 훔치며 거짓을 일삼았습니다. 태상왕께서 당시 좌상(左相)으로서, 사전을 폐지하고, 없어진 제도를 다시 일으키니, 폐단은 없어지고 이익은 일어나, 모든 제도가 새로워졌습니다. 공이 높으나 상을 받지 못하고, 덕이 크나 용납되지 못하였습니다. 간사한 무리들이 서로 모함하니, 그 해로움이 헤아릴 수 없었습니다. 정창군은 유약하고 어두워, 이쪽과 저쪽 사이에서 머뭇거렸습니다. 왕후께서는 이에 근심하고 애쓰시다가 병이 드시어, 신미년(1391년) 가을 9월 23일에 돌아가시니, 향년 55세였습니다. 예에 따라 성 남쪽 해풍군 치속촌의 언덕에 장사지냈습니다.

우리 전하께서는 무덤 곁에 여막을 짓고, 3년 상을 마치려 하셨는데, 다음 해 임신년(1392년) 봄에, 태상왕께서 서쪽으로 가셨다가 병이 들어 돌아오시니, 전하께서 곁에서 약을 올리시며 간호하셨습니다. 간사한 무리들이 틈을 노리니, 모함하려는 꾀가 더욱 급해졌습니다. 우리 전하께서 기회를 보아 결단하시어, 우두머리(정몽주)를 토벌하고 없애시니, 흉악한 무리들이 와해되었고, 정창군은 더욱 두려워하였습니다. 가을 7월 16일에, 두세 명의 대신과 함께 대의(大義)를 내세우니, 모든 신하와 백성들이 모의하지 않았는데도 뜻을 같이하여, 함께 추대하였습니다. 태상왕께서 여러 사람들의 뜻에 못 이기시어, 이에 왕위에 오르시니, 저잣거리는 바뀌지 않았고, 조정은 맑고 밝아졌습니다. 곧 사신을 보내 명나라 조정에 아뢰니, 연이어 조칙의 보고를 받았는데, 이미 왕의 작위를 허락하였고, 또 나라 이름을 고쳐, 조선의 아름다운 칭호를 회복하게 하였습니다. 3년 뒤 갑술년(1394년) 여름에, 황제가 이에 사신을 보내, 왕이 친히 아들을 데리고 오라고 명령하였습니다. 태상왕께서는 우리 전하께서 경서에 통달하고 예의에 밝아, 여러 아들 중에서 가장 현명하므로, 명나라에서 온 사신을 따라 가게 하였습니다. 이미 (명나라에) 이르니, 황제가 (전하와) 이야기하고 칭찬하며, 후하게 상을 주고 돌려보냈습니다.**

이 내용은 신의왕후의 행적을 기록하면서, 태조와 태종의 업적, 특히 조선 건국 과정을 상세하게 서술하고 있습니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 최영의 요동 정벌과 이성계의 회군: 최영의 요동 정벌 시도와 이성계의 위화도 회군을 언급하며, 이성계가 나라를 위하는 큰 결단을 내렸음을 강조합니다.
• 이색의 역할: 이색이 이성계에게 명나라에 직접 가서 충성심을 밝혀야 한다고 조언한 사실을 언급하며, 이색의 역할을 부각합니다.
• 태종의 명나라 방문: 태종이 서장관으로 명나라를 방문하여 황제의 예우를 받은 사실을 언급합니다.
• 공양왕 옹립과 폐위: 이성계가 왕씨의 후손인 공양왕을 옹립했다가 후에 폐위한 과정을 설명합니다.
• 이성계의 사전 개혁: 이성계가 좌상 시절 사전을 폐지하는 등 개혁 정치를 펼친 사실을 언급합니다.
• 정몽주 제거와 조선 건국: 정몽주가 제거되는 과정과 이성계가 왕위에 오르는 과정, 그리고 국호를 조선으로 정한 사실 등을 상세하게 서술합니다.
• 태종의 재차 명나라 방문: 태종이 다시 명나라를 방문하여 황제로부터 칭찬과 상을 받은 사실을 언급합니다.

 

**무인년(1398년) 가을 8월에 태상왕(태조)께서 병환이 드시자, 간신 정몽주(鄭道傳) 등이 나라의 권력을 제멋대로 하려고 생각하여, 여러 적자(嫡子)들을 제거하고 어린 서자(庶子)를 세우려 꾀하며, 무리를 지어 당파를 만들어서, 재앙이 곧 닥치게 되었습니다. 전하(태종)께서는 밝은 지혜로, 일이 일어나기 전에 먼저 알아차리시고, 제거하여 없애시니, 태상왕께 청하여 적장자(嫡長子)로써 (왕위를) 이을 것을 밝히고, 상왕(정종)을 맞이하여 세자로 책봉하시니, 인륜의 떳떳함이 이미 바로잡히고, 종묘사직이 다시 안정되었습니다. 9월 정축일에 태상왕께서 병이 낫지 않으셨으므로 상왕에게 왕위를 전하셨습니다. 경진년(1400년) 정월에 역신 박포(朴苞) 등이 동기간을 해치려고 꾀하여, 회안대군(懷安大君) 부자를 꾀어, 군사를 일으켜 대궐을 향하니, 반역의 기세가 매우 거세었습니다. 우리 전하께서 장수와 군사들을 격려하여, 곧바로 평정하시니, 박포 한 사람만 죽이고, 나머지는 모두 묻지 않으시고, 회안대군을 편안히 두시어, 가까운 친척을 폐하지 않으셨습니다. 상왕께서 후사가 없었으므로, 또 나라를 세우고 안정시킨 것은 모두 우리 전하의 공적이므로, 세자로 책봉하시어 나라의 근본을 정하셨습니다. 가을 7월 기사일에 책보(冊寶)를 받들어 태상왕께 계운신무(啓運神武)의 칭호를 더하셨습니다.

겨울 11월 계유일에 상왕께서도 병으로 인해 우리 전하에게 왕위를 물려주시어, 사신을 보내 명나라에 보고하였습니다. 다음 해 신사년(1401년)에 건문제(建文帝)가 통정사승(通政寺丞) 장근(章謹)과 문연각대조(文淵閣待詔) 단목례(端木禮)를 보내 조서와 인장을 가지고 와서, 우리 전하를 왕으로 봉하였습니다. 겨울에 홍려시행인(鴻臚寺行人) 반문규(潘文奎)를 보내 면복(冕服)을 내려주시니, 지위가 친왕(親王)과 같았습니다. 지금 황제(영락제)께서 즉위하시어, 온 세상에 널리 알리시니, 전하께서 곧 좌정승 신 하륜(河崙)에게 명하여, 즉위를 축하하게 하셨습니다. 황제께서 충성스럽게 큰 나라를 섬기는 것을 가상히 여겨, 조서와 인장을 내려주시고, 도지휘(都指揮) 고득(高得)과 좌통정(左通政) 조거임(趙居任)을 보내 올해 여름 4월에 다시 왕으로 봉하였습니다. 가을 9월에 또 한림대조(翰林待詔) 왕연령(王延齡)과 행인 최영(崔榮)을 보내 곤면구장(衮冕九章)과 비단, 사, 나, 서적, 왕비의 관복과 비단, 사, 나, 태상왕의 비단, 사, 나를 내려주시니, 세상에 드문 은총이 잇달아 이르렀습니다. 대개 우리 전하의 공덕이 성대함은, 실로 하늘이 열어주신 것이며, 오로지 대동(大東, 우리나라)에 맡기시어, 큰 아름다움을 길이 누리게 하신 것입니다. 마땅히 황제의 두터운 은혜를 받아, 하늘의 복록을 영원히 누려야 할 것입니다.

나라를 세운 자취는 비록 조상으로부터 비롯되었으나, 훌륭한 아들을 낳은 경사는 실로 신의왕후로부터 말미암았습니다. 아, 훌륭하도다! 왕후는 여섯 아들을 낳았으니, 상왕(정종)이 둘째이고, 우리 주상 전하가 다섯째입니다. 장남은 방우(芳雨)이고, 진안군(鎭安君)에 봉해졌으나 먼저 죽었습니다. 셋째는 방의(芳毅)이고, 익안대군(益安大君)에 봉해졌습니다. 넷째는 방간(芳幹)이고, 회안대군(懷安大君)에 봉해졌습니다. 여섯째는 방연(芳衍)이고, 과거에 급제하였으나 일찍 죽었습니다. 두 딸이 있으니, 장녀는 경신궁주(慶愼宮主)이고, 찬성사 이저(李佇)에게 시집갔습니다. 차녀는 경선궁주(慶善宮主)이고, 청원군 심종(沈淙)에게 시집갔습니다. 상왕의 비 김씨는 지금 왕대비(王大妃)에 봉해졌고, 증 좌시중 천서(天瑞)의 딸입니다. 우리 전하의 배필은 정비(靜妃)이고, 여흥부원군 영예문춘추관사 민제(閔霽)의 딸입니다. 아들은 장남 원자(元子) 제(禔)이고, 셋째 아들 이하는 모두 어립니다. 딸은 장녀 정순궁주(貞順宮主)이고, 청평군 이백강(李伯剛)에게 시집갔고, 차녀 경정궁주(慶貞宮主)는 평양군 조대림(趙大臨)에게 시집갔고, 나머지는 모두 어립니다. 진안군은 찬성사 지윤(池奫)의 딸에게 장가들어, 아들 복근(福根)을 낳으니, 봉녕군(奉寧君)이고, 딸은 소윤 이숙무(李叔畒)에게 시집갔습니다. 익안군은 증 찬성사 최인해(崔仁㺶)의 딸에게 장가들어, 아들 석근(石根)을 낳으니, 원윤(元尹)이고, 딸은 첨총제 김한(金閑)에게 시집갔습니다. 회안군은 증 찬성사 민선(閔璿)의 딸에게 장가들어, 아들 맹종(孟宗)을 낳으니, 의녕군(義寧君)이고, 딸은 종부령 조신언(趙愼言)에게 시집갔고, 나머지는 모두 어립니다.**

이 내용은 태종의 즉위 과정과 명나라와의 외교 관계를 중심으로 서술하며, 신의왕후가 낳은 자녀들에 대한 정보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주요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정몽주의 제거와 태종의 즉위: 정몽주를 비롯한 간신들의 음모를 태종이 사전에 막고, 정종을 거쳐 왕위에 오르는 과정을 상세하게 설명합니다. 특히 정몽주 제거는 조선 건국에 있어 중요한 사건이었음을 강조합니다.
• 태종의 형제 관계: 태종과 그의 형제들, 특히 회안대군과의 관계를 언급하며, 왕위 계승 과정에서 발생했던 갈등과 이를 태종이 어떻게 해결했는지 보여줍니다.
• 명나라와의 외교 관계: 태종의 즉위를 명나라에 보고하고 인정을 받는 과정, 그리고 명나라로부터 받은 여러 차례의 사절단 파견과 하사품 등을 상세하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는 조선이 명나라의 제후국으로서의 지위를 확립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중요한 부분입니다. 특히 영락제 즉위 이후 조선에 대한 예우가 더욱 두터워졌음을 강조합니다.
• 신의왕후의 자녀 소개: 신의왕후가 낳은 여섯 아들과 두 딸에 대한 정보, 그리고 그들의 혼인 관계 등을 간략하게 소개합니다. 이를 통해 신의왕후가 조선 왕실의 중요한 일원으로서 큰 역할을 했음을 강조합니다.

신은 일찍이 삼대(三代, 하, 은, 주) 성왕(聖王)의 왕후와 비(妃)의 덕을 살펴보았는데, 도산씨(塗山氏, 하나라 우왕의 비)와 태사(太姒, 주나라 문왕의 비)보다 뛰어난 이가 없으니, 《시경(詩經)》과 《서경(書經)》에 실려 있어, 천고에 빛나고 있습니다. 신의왕후의 덕은 진실로 견줄 만합니다. 다만 신의 학식은 얕고, 필력은 변변치 못하여, 비록 있는 힘껏 형용한다 하더라도, 마치 하늘과 땅을 그리는 것과 같으니, 어찌 그 만분의 일이라도 비슷하게 그릴 수 있겠습니까? 감히 《주아(周雅)·대명(大明)》과 《사제(思齊)》의 뜻을 참고하여, 삼가 명의 말씀을 지어, 손을 모아 머리를 조아리며 바칩니다. 그 명의 말씀은 다음과 같습니다.

하늘은 밝고 밝으시어, 덕 있는 이를 도우시네. 사사로운 일이 아니라, 백성을 위한 지극함이네. 그 도우심은 무엇인가? 이에 부드럽고 아름다운 분을 낳으셨네. 덕 있는 분과 짝하시니, 진실로 집안에 마땅하네. 진동시키고 기르시니, 그 신령스러움이 빛나네. 거룩한 성인을 낳으시니, 하늘과 사람이 함께 따르네. 거룩한 아버지를 도우시어, 나라의 주인이 되게 하셨네. 몸소 황제의 조정에 나아가, 우리 강토를 보존하셨네. 간사한 싹의 싹틈을, 밝은 지혜로 밝히셨네. 넓게 쓸어 없애시니, 종묘사직이 다시 편안해졌네. 공을 이루고도 사양하시어, 적장자를 높이셨네. 인륜의 떳떳함이 이미 바로잡히니, 나라의 기틀이 더욱 굳건해졌네. 이에 형제간의 불화(왕자의 난)를 만나, 차마 내치지 못하시어, 보전하게 하시니, 형제간의 우애가 더욱 돈독해졌네. 이 덕의 융성함이여, 이 공의 높음이여! 마땅히 황제의 두터운 은혜를 받으시어, 많은 명령을 내리셨네. 밝고 밝은 황제의 조서, 빛나고 빛나는 금보(金寶, 옥새). 우리 임금(태종)이 받으시니, 만세에 영원히 보존하리라. 돌아보건대 왕의 자취는, 조상으로부터 쌓아온 것이네. 거룩한 신을 낳으심은, 오직 왕후의 덕으로 말미암았네. 신은 손을 모아 머리를 조아리며, 말씀을 함부로 짓지 않았네. 만세에 밝게 드리우니, 천지와 영원하리라.

길창군(吉昌君) 신 권근(權近)이 짓다.

이 내용은 신의왕후의 덕을 찬양하는 명(銘)과 함께, 이 명을 짓게 된 배경과 명의 의미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 역대 현비의 덕과 신의왕후의 덕 비교: 중국 역사의 유명한 현비들을 언급하며 신의왕후의 덕이 그에 못지않음을 강조합니다.
• 신의왕후의 공덕 찬양: 신의왕후가 태조를 도와 건국에 기여한 공, 자녀들을 훌륭하게 키운 공, 특히 태종을 낳아 조선 왕조의 기틀을 다지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공 등을 찬양합니다. 특히 왕자의 난 이후 태종이 형제들을 용서하고 화합을 이룬 것을 신의왕후의 덕으로 돌리고 있습니다.
• 명의 의미 강조: 명의 각 구절을 해석하며, 신의왕후의 덕이 하늘의 뜻과 백성의 염원에 부합하는 것이었음을 강조합니다.
• 영원한 기림: 신의왕후의 덕을 영원히 기리고자 하는 마음을 표현하며 글을 마무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