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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성스러운 조상을 내시어 동방(東方, 우리나라)을 처음 세우셨네. 큰 업적을 이어받아 우리에게 한없이 큰 은혜를 베푸셨네. 의(義)로는 부자(父子)요, 친(親)으로는 형제(兄弟)이셨네. 훈지(壎篪)가 서로 화합하듯, 함께 편안함을 누리셨네. 어찌 이리 불행하게, 영원히 형상과 목소리를 감추셨는가? 아! 슬프도다! 무엇으로 마음을 삼아야 하는가? 외롭고 슬픈 마음으로, 슬퍼하고 애통함이 매우 깊네. 이에 변변치 못한 제물을 드리오니, 눈물이 옷깃을 적시네. 오직 영령(靈靈)께서 위에 계시니, 바라건대 살펴주시기를 바랍니다.
(직접 지었으나 누가 대신 지었는지는 지금 알 수 없다.)
추가 설명:
- 빈전(殯殿): 장례를 치르기 위해 시신을 모셔 둔 곳.
- 훈지(壎篪): 훈(壎)은 질나팔, 지(篪)는 대나무 피리. 여기서는 형제간의 우애를 비유하는 말로 쓰였다. 형이 훈을 불면 아우가 지로 화답하는 것처럼 형제간의 조화로운 관계를 의미한다.
- 불숙(不淑): 불행함, 좋지 않은 일.
- 비형성(秘形聲): 형상과 목소리를 감추다, 즉 죽음을 의미한다.
- 경경(煢煢): 외로운 모양.
- 최질(衰絰): 상복(喪服).
- 통도(慟悼): 매우 슬퍼하고 애통해함.
- 박전(薄奠): 변변치 못한 제물.
- 첨금(霑襟): 눈물이 옷깃을 적심.
- 유령(惟靈): 영령께서, 죽은 사람의 영혼을 높여 부르는 말.
- 고흔(顧歆): 살펴주시기 바람.
이 제문은 태종이 정종의 빈전에서 지은 제문으로, 정종의 죽음을 애도하는 내용이 주를 이룹니다. 태조와 정종의 관계를 부자이자 형제로 비유하며 그들의 깊은 관계를 강조하고, 갑작스러운 죽음에 대한 슬픔과 안타까움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특히, 훈지에 비유하여 형제간의 우애를 강조한 부분이 인상적입니다. 또한, 슬픔에 잠긴 심정과 영령이 살펴주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누가 대신 지었는지는 알 수 없다고 언급한 것으로 보아, 태종이 직접 지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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