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나라 황제가 태조 이성계에게 시호(諡號)를 내리는 조서(詔書), 즉 ‘사시고(賜諡誥)’입니다. 태종 8년(1408년) 9월 29일에 사신이 시고(諡誥)를 가지고 왕궁에 도착하였고, 태종은 면복(冕服)을 입고 맞이하여 예를 갖추어 받았으며, 상복을 입고 문소전에서 분황례(焚黃禮)를 행했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짐(朕, 황제의 자칭)은 삼가 하늘의 명(命)을 받아 만방(萬方, 온 세상)을 다스리니, 넓고 편안하게 하여 인심(人心)을 화합하게 하고, 현명한 덕(德)을 표창하여 다스림을 일으키니, 온 세상 안팎을 한결같이 공정하게 여긴다. 하물며 변방의 신하로서 훌륭한 자가 이처럼 운명(殞歿)하는 때를 당하였으니, 반드시 포상(褒賞)하고 구휼(救恤)하여 칭찬하고 기리는 뜻을 보여야 한다. 이에 조선 국왕 이 (태조의 휘)는 마음가짐이 엄정하고, 선(善)을 좋아하여 게을리 하지 않았다. 우리 황고(皇考, 선황제)를 받들 때에는 하늘을 두려워하고 대국을 섬기는 마음을 엄하게 하였고, 이 동쪽 변방을 지킬 때에는 백성을 보존하고 편안하게 하는 도리를 힘썼다. 오직 조정을 따르는 것을 더욱 오래도록 변치 않았으니, 충성을 지극히 높은 곳(황제)에 펼치고, 복을 현토(玄菟, 조선)의 땅에 내렸다. 바야흐로 정사(政事)를 그만두고 편안하게 지내려 할 때, 끝내 남은 일을 마치지 못하고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그 공훈과 행적을 헤아려 마땅히 포상하고 기릴 바가 있다. 시법(諡法)에 백성을 어루만져 편안하게 하는 것을 ‘강(康)’이라 하고, 선행(善行)이 기록될 만한 것을 ‘헌(獻)’이라 한다. 이제 특별히 너에게 시호(諡號)를 내리니 ‘강헌(康獻)’이라 한다. 영혼이 어둡지 않다면 부디 흠향(歆饗, 제물을 받음)하기를 바란다. 공경히 생각하라!
이 조서는 다음과 같은 특징을 보입니다.
- 시호 수여의 이유 명시: 태조가 평소에 보여준 충성심과 백성을 위한 노고를 기리기 위해 시호를 내리는 것임을 분명히 밝히고 있습니다. 특히 “마음가짐이 엄정하고, 선을 좋아하여 게을리 하지 않았다. 우리 황고를 받들 때에는 하늘을 두려워하고 대국을 섬기는 마음을 엄하게 하였고”라는 구절은 명나라가 태조의 충성심, 특히 명나라에 대한 충성을 높이 평가했음을 보여줍니다.
- 시호의 의미 설명: ‘강헌(康獻)’이라는 시호의 의미를 시법(諡法)에 따라 설명하고 있습니다. “백성을 어루만져 편안하게 하는 것을 ‘강’이라 하고, 선행이 기록될 만한 것을 ‘헌’이라 한다.”라는 부분에서 시호의 의미를 명확히 알 수 있습니다.
- 황제의 권위 강조: “짐(朕)”이라는 황제의 자칭을 사용하고, 명령형 어투를 사용하는 등 황제의 권위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欽哉(공경히 생각하라)”라는 마지막 문구는 이러한 특징을 더욱 강조합니다.
- 간결하고 명료한 문체: 제문에 비해 비교적 간결하고 명료한 문체로 작성되어 있습니다. 이는 조서가 의례적인 목적 외에도 실질적인 내용을 전달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이 조서는 명나라가 태조에게 내린 공식적인 시호이며, 명나라가 태조와 조선을 어떻게 평가했는지 보여주는 중요한 사료입니다. 특히 시호의 의미를 통해 명나라가 태조의 어떤 면을 높이 평가했는지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역사적 가치가 높습니다. 이전의 제문에서 태조의 공덕을 장황하게 칭송한 것과는 달리, 이 조서에서는 시호의 의미를 중심으로 간결하게 서술하고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AI번역 > 열성지장통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종묘 악장 (0) | 2024.12.18 |
---|---|
부묘시 악장 (태종 10년 경인년 7월 26일 신묘일에 거행하다.) (0) | 2024.12.18 |
성조황제가 하사한 제문 (무자년 9월 27일 임신일에 사신을 보내 태뢰로 문소전에서 제사 지내니, 임금(태종)이 최복을 입고 맞이하여 예를 행하다.) (0) | 2024.12.18 |
시책문 (태종 8년 무자년 9월 4일 기유일에 섭태부(攝太傅) 예조판서(禮曹判書) 이지(李至)와 섭중서령(攝中書令) 한성부윤(漢城府尹) 맹사성(孟思誠)을 보내 시책과 보를 빈전에 바치다. 애책은 전해지지 않는다.) (0) | 2024.12.18 |
태상왕 상존호 옥책문 (정종 2년 경진년에 임금이 세자와 백관을 거느리고 덕수궁에서 존호를 올리다.) (0) | 2024.12.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