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객이 도적을 만나다方客遇盜
방객(方客)은 무원(婺源) 사람이다. 소금 장수로 무호(蕪湖: 현재 안후이성 우후)에 갔다가 도적을 만났다. 도적은 먼저 그의 하인을 묶고는 칼로 배를 찌른 다음 강에 던져버리고 그 다음에 방객을 죽이려는데, 방객이 절을 하고 울면서 애걸하였다.
도적이 말하였다. "이미 너의 하인을 죽였는데, 너를 놓아줄 순 없다."
방객이 말하였다. "한 말씀하고 죽게 해주십시오."
도적이 그 까닭을 묻기에 방객이 답하였다. "제가 어려서부터 향 피우는 것을 좋아합니다. 지금 궤짝 안에 침수향(沈水香) 몇 냥(兩)이 있는데, 부디 궤짝에서 향을 꺼내는 것을 이해해 주십시오. 천지신명께 향을 올린 뒤에 죽어도 늦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자 도적이 허락하였다.
시간이 흘러 향을 다 타자, 도적이 말하기를, "네가 불쌍해서 칼로 찌르지는 않겠다."라고 하였다.
그리고 방객의 손과 발을 묶은 다음에 큰 돌에 잇대어 묶어서 강에 던졌다. 방객이 떠난 지 수 개월이 지난 시점에 그의 집안에서는 방객에게서 소식이 없어 안절부절못하였다. 하루는 그가 갑자기 나타났다.
아내가 그를 꾸짖었다. "당신이 돌아오긴 했는데, 어떻게 편지 한 장 먼저 보내지 않았습니까?"
방객이 말하였다. "당신 놀라지 마오. 내가 어느 날 무호에 갔다가 도적에게 죽임을 당하여서, 시신이 어느 곳에 있소. 도적은 아무개이고, 지금 어디에 있으니, 당신이 급히 관아에 고발하시오."
이에 아내가 울음 소리가 나오지 않을 정도로 울더니, 방객은 마침내 사라졌다. 그리고 태평주(太平州: 현재 안후이성 당투)에 이 사건을 고소하였는데, 방객의 말대로 하여 도적을 잡았다고 한다.
이상 두 사건은 무원 사람 이용(李鏞)이 해준 이야기이다.
원문
方客者,婺源人。為鹽商,至蕪湖遇盜。先縛其僕,以刃剚腹投江中。次至方,方拜泣乞命。盜曰:“既殺君僕,不可相舍。”方曰:“願一言而死。”問其故,曰:“某自幼好焚香,今篋中猶有水沉數兩,容發篋取之,焚謝天地神祇,就死未晚。”許之。移時,香盡。盜曰:“以爾可愍,奉免一刀。”只縛手足,縋以大石,投諸水。時方出行已數月,其家訝不聞耗。一日,忽歸。妻責之曰:“爾既歸,何不先遣信。”曰:“汝勿恐。我某日至蕪湖,為賊所殺,屍見在某處。賊乃某人,今在某處,汝急以告官。”妻失聲號泣,遂不見。具以事訴於太平州,如其言擒盜。 (二事皆縣人李鏞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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