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견지 夷堅志/갑지 제2권

1.1.2.14.33 - 이견지 갑지 제2권 - 도학에 빠진 무승규

集賢堂 2016. 2. 5.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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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학에 빠진 무승규武承規

  무승규(武承規)는 자(字)가 자정(子正)이고, 장안(長安: 현재 섬서성 시안시)사람이다. 정화(政和) 7년(1117년), 태주(台州: 현재 저장성에 속함) 영해현(寧海縣) 현저진(縣渚鎭)에서 주세(酒稅)를 감독하였다. 그는 도사(道士) 대접하기를 좋아해서, 매일 그의 집에서 식사하는 자들이 언제나 여러 명이었다.


  나의 부친께서는 당시 그 현의 주부(主簿)셨는데, 그에게 타일러 말씀하신 적이 있다.

  "그대의 관직은 낮아 봉급도 적은데, 공밥 먹는 사람들은 이처럼 많으니, 어떻게 먹고 살 생각인가?"


  무승규가 답하였다.

  "저에게는 그들에게 줄 맛좋은 술과 많은 양의 고기가 없습니다. 단지 인연에 따라 있는 대로 줄 뿐입니다. 우연찮게 술이 있을 때에는 술에 취하도록 마시고, 생선이 있을 때에는 한바탕 배부르게 먹으니, 달리 돈을 쓰는 것은 없습니다. 그리고 능력이 없는 자는 열흘이면 알아서 떠납니다. 제가 진인을 만나지 않을지 어찌 알겠습니까?"


  나의 부친께서 다른 날에도 다시 권하셨으나 그는 듣지 않았다.


  하루는 무승규가 활기찬 모습에 무언가 이룬듯한 낯빛을 보이며 말하였다.

  "공께서는 제가 도인을 만나려고 하는 것을 비웃으셨습니다만, 요즈음 나에게 내교법(內交法)을 가르쳐 주는 사람이 있어 매일 음호(陰虎)와 양룡(陽龍)을 운행하고 나서, 교합하기를 두 시간 이상 하는데, 상쾌하기가 부부가 관계를 맺는 즐거움과 다르지 않으면서 몸을 훼손하는 것도 없습니다. 비록 신선이 될 수는 없어도 사람을 안락하게 만드는 방법이더군요."


  나의 부친께서 말씀하셨다.

  "공의 부인이 어린데도 자식이 아직 없는 것은 무슨 까닭인가?"


  무승규가 답하였다.

  "내교법과 유사한 기술을 아는 자가 저의 아내에게도 그 방법을 알려주어서 아내도 마찬가지로 스스로 쾌락을 즐깁니다. 그리고 저의 동생들은 자식이 많으니, 형제의 자식은 저의 자식과 같습니다. 우리 집안의 후손이 있는 것으로 만족합니다."


  나의 부친께서 그가 말하는 기술의 대략을 듣고 싶어하셨다. 이에 무승규가 말하였다.

  "공께서는 관직에 힘쓰셔야 하고, 또 부모님과 처자식이 계시니 저와는 형편이 같지 아니하십니다. 환갑이 지나신 후에 다시 만나뵙게 된다면 그때 알려드리겠습니다."


  열흘이 지나 그가 다시 와서 말하였다.

  "제가 민중(閩中: 현재 푸젠성)에 가서 선생을 찾아 방문하려는데, 되도록 처자를 친정에 돌려보내고 배필이 생기거든 다시 시집가게 하려고 합니다."


  그의 부친 무섬(武掞)은 그 당시 월주(越州: 현재 저장성 사오싱) 장령(將領)이었다.


  나의 부친이 말씀하셨다.

  "이미 그대에게 몸을 맡겼는데, 어찌 차마 이렇게 돌려보내는가? 기왕 부부 간의 관계는 끊었다고 하니 방을 따로 쓰면 되지 하필 돌려보내려고 하는가?"


  무승규가 답하였다.

  "필경 방해가 되니, 처자가 없으면 제 몸이 가벼워져서 가고 싶은 곳에 마음대로 갈 수 있습니다."


  나의 부친께서 말씀하셨다.

  "어찌 함께 부모에게 돌아가 이별을 고하지 않는가?"


  무승규가 답하였다.

  "골육(骨肉)의 정(情)은 두터우니, 만나뵈면 반드시 만류할 것입니다. 결국에는 육신이 자유로울 수 없게 됩니다."


  언젠가 다시 만났는데, 무승규가 말하였다.

  "저의 처는 이미 떠났습니다. 그리고 저의 임기는 이미 지났는데, 실적에도 흠이 없었습니다. 후임은 아직도 오지 않으니, 청컨대 주군(州郡)에 아뢰시어, 아교(牙校)를 파견하여 일을 잇게 하십시오."


  나의 부친께서 그의 말대로 하셨는데, 군리(郡吏)가 오자마자, 그의 집안은 텅 비었다고 한다.




원문

武承規,字子正,長安人。政和七年,監台州寧海縣縣渚鎮酒稅,好延道流,日食於門者常數輩。家君時為主簿,戒之曰:“君官卑俸薄,而冗食若此,何以給邪?”曰:“吾無美酒大肉與之,但隨緣而已。遇有酒則醉,有海魚則一飽,他無所費。其無能者,旬日自去,安知吾不遇至人哉!”他日,复勸之,不聽。一日,氣貌洋洋,若有得色,曰:“公笑有接道人,近有授我內交法者,每日子午時,運虎龍氣,相摩移時,美暢不減房室之樂,而無所損。雖未可度世,亦安樂奇術也。”家君曰:“公妻甚少,又未有子,奈何?”曰:“亦得一術倣此者授之,渠亦自得其樂。舍弟多男,兄弟之子猶子也,夫人有後足矣。”家君欲聞其略,曰:“公方効官,又有父母妻子,與承規異,六十歲以後,儻再相遇,是時方可。”旬日復來,曰:“承規欲往閩中訪先生,旦夕遣妻孥歸侍下,才有可配即嫁之。”其父掞時為越州將領。家君曰:“既托身於公,何忍如此?已絕欲事,異室而居可也,何必遣?”曰:“畢竟為累,無此人則吾身輕,要行則行矣。”曰:“胡不一歸與親別?”曰:“骨肉之情,見面必留,卒未可脫。”及再見,曰:“妻已行矣。承規替期已及,官課皆不虧,而代者未至,願為白州郡,遣牙校交界。”如其言,郡吏方至,其室虛矣。




참조

  도교에서 말하는 내단술(內丹術)을 다음과 같다. 내단(內丹)은 동지(冬至) 갑자일(甲子日), 자시(子時)에 시작한다고 하는데, 실제로 내단술을 행하는 일시(日時)를 가리키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동지는 처음으로 양이 생기는 것을 의미한다. 마찬가지로 자시(子時)는 하단전(下丹田)에 있는 신수(腎水)로부터 양기(陽氣)가 생기는 것을 가리킨다. 이 신수(腎水; 玉液)가 곧 본문의 음호(陰虎)이다. 신수와 양기는 함께 하는데, 간장(肝臓)을 지나면서 신수는 소멸하고, 심장으로 향하여 피로 변화하는데 이 피가 바로 양룡(陽龍)이니, 심장에 도달하여 중단전(中丹田)의 심화(心火; 陽龍)가 되는 시각이 오시(午時)이다. 자시에서 출발하여 오시에 이르는 시점에 심화(心火)는 음액(陰液)을 생성하고, 이것들이 다시 폐액(肺液; 金液)을 지나는데, 이때 음액은 아직 양기를 가진 채 폐(肺)로 향하므로 신수와 심장의 양기로 폐를 훈증(薫蒸)시킨다. 이 훈증된 폐액(肺液)이 폐에서 다시 내려간다. 양기는 음액(陰液; 陽龍)으로 변했다가 신장의 옥액(玉液; 陰虎)이 된다.

  내교법은 음호와 양룡이 만나는 것을 가리키니, 폐에서 훈증되는 유시(酉時)에 신기(腎氣; 臣火)와 심장의 군화(君火)에 의하여 일어난다. 서로 만난 두 기가 술시(戌時)에서 해시(亥時) 사이에 비장(脾臓)의 황파(黃婆)라는 비액(脾液)과 함께 황정(黃庭)으로 들어가는데, 여기까기의 과정이 내단(內丹)의 완성으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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