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견지 夷堅志/갑지 제1권

1.1.1.19.19 - 이견지 갑지 제1권 - 한군왕이 요속을 추천하다

集賢堂 2016. 1. 25.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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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군왕이 요속僚屬을 추천하다韓郡王薦士

소흥紹興 중기, 한세충韓世忠이 추밀사樞柄직에서 해임되어, 집에서 한가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는 항상 머리에 일자건一字巾을 쓰고, 잘 달리는 건강한 노새를 타고서 호산湖山 일대를 두루 노다니는데, 겨우 동복童僕 네다섯 사람을 데리고 마음 내키는 대로 다녔다.


그 당시 자가 회숙晦叔인 이여회李如晦라는 자가 초주楚州 막료幕官의 신분으로 서울에 와서 진급을 하려는데, 추천자 한 명이 적어서 어찌할 바 몰라 안절부절하며 걱정했다. 당시는 마침 따듯한 봄날이라, 그와 같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이 서로 천축사天竺寺에 같이 유람하기로 약속하였는데, 이여회는 마음이 내키지 않아 사양하였다. 모두 말하기를, “야외에 나가 근심을 푸는 것도 좋을 것 같네.”라고 하며 강제로 그를 데리고 떠나니, 각자가 말과 안장을 빌려 떠났다.


구리송九里松: 지금의 저장성 항저우시 서쪽을 지나다 폭우를 만나 모두 사방으로 흩어져 비를 피하였다. 이여회도 냉천정冷泉亭에 달려갔는데, 옷이 푹 젖어서 앉아있으려니 이런저런 근심에 탄식이 절로 났다. 우연하게도 한세충 역시 여기서 비를 피하고 있어 서로 바라보며 읍하였다. 


한세충은 가련할만큼 초췌한 그의 모습을 보고 동정심이 들어 고향인 진秦: 지금의 섬서성 일대땅 말로 묻기를, “관리께서는 어떤 일이 마음에 걸려 이처럼 우울해 하시는가?”라고 하였다. 


이여회는 한세충을 알지 못했지만, 그의 자태가 기이한 것을 보고 마음에 공경하는 뜻이 생겼다. 이에 실정을 다 말하였다. 


한세충이 말하기를, “특정된 현직 관원의 추천이 부족해서 그러한 것입니까?” 


이여회가 대답하였다. “일반 관원의 추천이어도 됩니다.” 


“나 한세충이 추천서를 써주리다. 내일 사람을 시켜 보내겠소.” 그리고 소사小史를 시켜 그의 성명과 품계를 묻고, 현재 사는 곳이 어디인지 물었다. 이여회가 겸손히 치사하고는 감동하여 눈물을 흘렸다. 


다음날 서리가 추천서를 가지고 이여회에게 주면서 말하기를, “군왕께서 보내셨습니다. 그리고 보태 쓰시라고 돈 삼백 관을 보내셨습니다.” 


그 추천서 덕분에 이여회는 마침내 서울 관리로 승진을 하였다. 이에 감사 편지를 써들고 한세충의 관아에 가서 문생門生의 예를 펴고자 하였으나, 한세충은 다시 그를 만나지 않았다.

원문

過九里松。值暴雨。眾悉迸避。李奔至冷泉亭。衣袽沾濕。愁坐良嘆。遇韓王亦來。相顧揖。矜其憔悴可憐之狀。作秦音發問曰。官人有何事縈心。而悒怏若此。李雖不識韓。但見姿貌魁異。頗起敬。乃告以實。韓曰。所尓文字。不是職司否。答曰。常員也。韓世忠卻有得一紙。明日當相贈。命小史詳問姓名階位。仍詢居止處。李巽謝感泣。明日一吏持舉牘授之。曰。郡王送來。仍助以錢三百千。李遂升京秩。修箋詣韓府。欲展門生之禮。不複見。




한세충 초상화 ( 남송 시대 유송년 작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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