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견지 夷堅志/갑지 제1권

1.1.1.17.17 - 이견지 갑지 제1권 - 왕천상

集賢堂 2016. 1. 25.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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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천상王天常

신종神宗 원풍元豐: 1078년~1093년에 쓰인 연호 연간, 서울京師에 왕천상王天常이라는 부자가 살았는데, 고노왕高魯王 집안의 사위였다. 어느날 밤 꿈에서 그는 두 사람에게 붙잡혀 한 곳에 이르렀다. 눈을 가리고 노천에 앉아 있게 해서 그들이 어떤 사람인지 엿볼 수 없었다. 

그들은 “우리는 문서를 조사한 후에 다시 오겠소.”라고 하고는 가버렸다. 

왕천상이 두루 살펴보니 매우 높은 궐문 현판에 ‘삼곤성三坤城’이라고 쓰여있었다. 뜰에 형구를 찬 자들이 많았는데, 모두 승려, 도사, 비구니였고, 옥리들이 지키고 있었다. 다시 앉아 시간을 때우는데, 그들이 급히 달려와서는 같이 임금이 있는 공부公府에 들어갔다. 임금은 조복을 입고 앉았으며, 여러 관리들이 모시고 서있었다. 

어디서 왔는지 물었는데, 왕천상이 대답하기를, “서울에서 왔습니다.”라고 하였다. 

한 관리가 아뢰기를, “일이 잘못된 것 같습니다. 붙잡아올 왕천상은 서울 사람이 아닙니다. 이 사람을 속히 돌려 보내야합니다.”  

왕천상이 다른 관리를 살펴보니 죽은지 여러 해 된 옛 친구였다. 그는 큰 책 하나를 품고서는 섬돌에서 내려와 오랫동안 읍을 하고 말하기를, “공께서는 얼른 가시지요. 여기는 세상 사람이 머무를 곳이 아닙니다.” 

책에 어떤 일이 쓰였는가 하고 왕천상이 물으니 대답하기를, “세상 사람의 생사를 적었습니다.”라고 하였다. 

왕천상이 두 세번, 기록된 것을 보려고 했다. 옛 친구가 사양할 수 없어 한 쪽을 펼쳐보이니, 어느 해 몇월 며칠에 ‘일도一刀’때문에 죽는다는 것만 볼 수 있었다. 급히 책을 가리고는, 사람을 시켜 왕천상을 내보내었다. 깨어나서는 친척에게 이 꿈이야기를 말하고, 제 명에 죽지 않을까 걱정하였다. 결국 근심을 계속하더니 결핵[勞疾]에 걸려 죽었다. 

후세 사람이 이 일에 관해서 생각하기에 ‘일도一刀’는 대체로 ’로’자를 가리킨 것이다.이상의 두 가지 이야기는 조백린趙伯璘이 말해준 것이다.




원문

元豐中。京師有富人王天常。高魯王家婿也。一夕夢二急足追至一處。令閉目露坐。無得竊窺人物。吾檢會文字畢。當複來。既行。天常回顧。見門闕甚偉。榜曰三坤城。庭下桎梏者頗眾。皆僧道尼。亦有獄吏衛守。複坐移時。急足至。令同行。趨入公府。主者朝服坐。眾吏侍立。問何處來。答曰。京師。一吏稟曰。誤矣。所追王天常。非京師人。當速令此人歸。天常見他吏乃故友。死已年餘。齎抱一大冊。降階相揖道舊。曰。公可亟去。此非世人所處之地。問冊中何事。曰。記世間生死者。天常再三欲視己事。吏辭不獲。遂開一葉。但見某年月日以一刀死。急掩卷。令人送出。既寤。為親戚言之。恐罹非命。積憂成勞疾而終。後人思之。一刀蓋勞字也右二事趙伯璘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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