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견지 夷堅志/갑지 제1권

1.1.1.18.18 - 이견지 갑지 제1권 - 흑풍대왕

集賢堂 2016. 1. 25.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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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풍대왕黑風大王

분음汾陰: 산시성 분양현후토사后土祠: 대지의 신 황지기를 모신 사당는 분수汾水남서쪽 10리 거리에 있다. 앞으로 황하洪河가 흐르고, 산에 의지하여 사당을 지었는데, 대체로 한당漢唐때의 옛 터이다. 궁궐宮闕이 웅장하고 아름답지만 소흥紹興연간에 금나라에 함락되었다. 여진女真통군統軍흑풍대왕黑風大王이라는 자가 군사 수만을 이끌고 양, 익땅을 공격하고자 사당 앞에 주둔하였다. 이와중에 오물을 마구 버려 쌓인 것이 언덕과 같이 되었지만 금나라 병사들은 청소하지 않았다. 

어느날 저녁에 흑풍대왕이 술에 취해 전각寢閣에 들어가 황지기의 모습을 보고 음란한 짓을 하려고 하였다. 좌우 사람들이 말렸으나 듣지 않았다. 그가 십여 명의 노예를 거느려 곧장 들어갔는데, 눈을 들기도 전에 불빛이 환하니 연기가 뿌옇게 일어났고, 차가운 기운이 사람을 덮쳐서 가만히 서있기도 힘들었다. 통군이 두려워 급히 전각에서 뛰쳐 나갔다. 그런데 전문殿門이 저절로 닫히더니 뒤에서 따라오던 여러 명의 발이 문에 걸려 잘렸다. 통군이 여러번 머리를 조아리며 사죄하고는 이튿날 아침에 다른 곳에 주둔하겠다고 아뢰었다. 

약속한 날이 되자 하늘이 맑고 탁 트여 밝은 태양이 곧바로 비추었다. 그런데 한 조각 구름이 사당 위에 갑자기 일어나더니 천둥이 울리고 번개가 치면서 비가 주룩주룩 내렸다. 순식간에 물이 수척 깊이가 되더니, 지난번에 버린 오물들이 남김없이 씻겨나갔다. 통군統軍이 목욕재계를 하고 토지신에게 제사를 올리고, 돈 오만 관을 내어 속죄하였다. 당시 죽은 병사가 이삼 할이나 되었다.




원문

汾陰后土祠。在汾水之南四十里。前臨洪河。連山為廟。蓋漢唐以來故址。宮闕壯麗。紹興間陷虜。女真統軍黑風大王者。領兵數萬。將窺梁益。館於祠下。腥膻污穢。盈積如阜。不加掃除。一夕乘醉欲入寢閣。觀後真容。且有媟瀆之意。左右固諫。弗聽。率十餘奴僕徑往。未及舉目。火光勃鬱。雜煙霧而興。冷逼於人。立不能定。統軍懼。急趨出。殿門自閉。有數輩在後。足澪關闑翦斷。統軍百拜禱謝。乞以翼旦移屯。至期天宇清廓。杲日正中。片雲忽從祠上起。震電注雨。頃刻水深數尺。向之糞污。蕩滌無纖埃。統軍齋潔致祭。捐錢五萬緡以贖過。士卒死者什二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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