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씨의 딸石氏女
서울에 사는 석씨石氏라는 백성이 찻집을 열었는데, 어린딸을 시켜 차를 대접하게 하였다. 일찍이 정신병을 앓고 있는 거지가 있었는데, 몸에는 때가 끼고 옷도 남루하였다. 그가 가게에 들어와 음료를 구했다. 딸이 공경히 차를 대접하고서 찻값을 받지 않았다. 이렇게 한달이 지났는데, 아침마다 좋은 찻잎으로 대접했다. 그녀의 아버지가 보고서 화를 내며 거지를 내쫓고, 딸을 때렸다. 딸은 개의치 않고 대접할 때에 주위를 살피기를 신중히 하였다.
다시 여러 날이 지나, 거지가 찾아 와서 딸에게 말하기를, “내가 남긴 찻물을 그대는 마실 수 있겠소?”라고 하였다.
딸은 그 차가 더러운 것이 싫어서, 잠시 땅바닥에 두었는데, 곧 기이한 향내음이 풍겨왔다. 이에 흔쾌히 마셔보니 정신이 맑아지고 몸이 건강해지는 것을 느꼈다.
거지가 말하였다. “나는 여씨 늙은이呂翁다. 네가 비록 나의 찻물을 전부 마실 운명은 아니지만, 그래도 너의 소원을 이루기에는 충분하다. 부귀하거나 장수하는 것도 가능하다.”
석씨의 딸은 조그마한 집안 자식으로 귀한 것을 몰랐다. 그래서 단지 오래살고 재산이 부족하지 않기를 원했다. 여씨 늙은이가 떠나자, 겪은 일을 모두 부모에게 아뢰었다. 부모가 놀라 그를 찾으려고 했으나, 다시 만날 수 없었다. 딸이 자라 성년이 된 후에 관영지휘사管營指揮使에게 시집을 갔다. 나중에는 오연왕吳燕王 손녀의 유모가 되어 읍군邑君에 봉해졌다. 젖을 먹여 키운 여자 아이가 고준약高遵約에게 시집을 가자, 강국태부인康國太夫人에 봉해졌다. 석씨는 120세를 살았다고 한다.
원문
京師民石氏。開茶肆。令幼女行茶。嘗有丐者病癲。垢污藍縷。直詣肆索飲。女敬而與之。不取錢。如是月餘。每旦擇佳茗以待。其父見之。怒不逐去。笞女。女略不介意。供伺益謹。又數日。丐者複來。謂女曰。汝能啜我殘茶否。女頗嫌不潔。少覆於地。即聞異香。亟飲之。便覺神清體健。丐者曰。我呂翁也。汝雖無緣。盡食吾茶。亦可隨汝所願。或富貴或壽皆可。女小家子不識貴。止求長壽。財物不乏。既去。具白父母。驚而尋之。已無見矣。女既笄。嫁一管營指揮使。後為吳燕王孫女乳母。受邑號。所乳女嫁高遵約。封康國太夫人。石氏壽百二十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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