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조황제 사국호후 반교 (태조 2년 계유년 2월 15일 경인일에 반포하다. 이 해에 이첨(李恬)을 보내 고려의 인신(印信)을 바치게 하다.)

태조가 명나라로부터 ‘조선’이라는 국호를 하사받은 후 반포한 교서(敎書), 즉 ‘태조황제 사국호후 반교(太祖皇帝賜國號後頒敎)’입니다. 태조 2년(1393년) 2월 15일에 반포되었으며, 국호 개정의 경위와 새로운 통치 방침을 밝히고 있습니다.

 

왕이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내가 박덕(薄德)으로 하늘의 아름다운 명(命)을 받아 나라를 세우게 되었다. 전에 중추원사(中樞院使) 조림(趙琳)을 보내 황제(명 태조 주원장)께 보고하니, 답하기를 “나라 이름을 무엇으로 바꾸었는가? 빨리 와서 보고하라.” 하였다. 즉시 첨서중추원사(簽書中樞院事) 한상질(韓尙質)에게 명하여 국호 개정을 청하게 하였다. 홍무(洪武) 26년(1393년) 2월 15일에 한상질이 예부(禮部)의 자문(咨文)을 가지고 돌아왔다. 예부 우시랑(右侍郞) 장지(張智) 등이 홍무 25년 윤12월 9일에 삼가 받은 성지(聖旨)에 이르기를, “동이(東夷)의 칭호는 오직 조선(朝鮮)이라는 이름이 아름답고, 또한 그 유래가 오래되었으니, 그 이름을 근본으로 삼아 따르는 것이 마땅하다. 하늘의 뜻을 본받아 백성을 다스려 영원히 후손을 번창하게 하라.” 하였다. 이에 나 부곡(不穀, 임금의 겸칭)이 어찌 감히 스스로 경하하겠는가? 실로 이는 종묘사직과 백성들의 끝없는 복(福)이다. 진실로 마땅히 중앙과 지방에 널리 알리어 더불어 새롭게 시작해야 할 것이니, 지금부터 고려(高麗)라는 국명을 없애고 조선(朝鮮)이라는 칭호를 따라 쓰도록 하라. 새롭게 나라를 시작하는 때를 맞이하였으니, 마땅히 너그러운 은혜를 베풀어야 할 것이니, 홍무 26년 2월 15일 새벽 이전의 모든 죄, 이죄(二罪) 이하로 이미 발각되었거나 발각되지 않았거나, 이미 결론이 났거나 결론이 나지 않았거나, 모두 용서하도록 하라. 감히 용서한다는 뜻 이전에 있었던 일을 가지고 서로 고하는 자는 그 죄로써 처벌할 것이다. 아아! 창업(創業)하여 계통을 세움에 이미 국호를 바꾸는 칭호를 얻었고, 정사(政事)를 펴고 인(仁)을 베풂에 마땅히 백성을 부지런히 다스리는 정치를 펼쳐야 할 것이다.

(지어 올린 신하의 이름은 전해지지 않는다.)

이 교서의 핵심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 국호 개정의 경위 명시: 명나라 황제의 윤허를 받아 국호를 ‘조선’으로 바꾸게 된 과정을 상세히 설명합니다. 이는 국호 개정이 정당한 절차를 거쳤음을 강조하는 것입니다.
• 새 국호의 의미 부여: ‘조선’이라는 국호가 오래된 역사적 유래를 가지고 있으며, 아름다운 이름임을 강조함으로써 새로운 왕조의 정통성을 확립하려 합니다. 특히 “동이의 칭호는 오직 조선이라는 이름이 아름답고, 또한 그 유래가 오래되었으니, 그 이름을 근본으로 삼아 따르는 것이 마땅하다”라는 명 태조의 말을 인용한 것은 국호 개정에 대한 명나라의 지지를 명확히 보여주는 부분입니다.
• 대사면령 반포: 새로운 시작을 기념하고 민심을 안정시키기 위해 대사면령을 내립니다. 이는 새로운 왕조에 대한 백성들의 지지를 확보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 새로운 정치 방향 제시: 창업의 의미를 되새기며, 백성을 위한 인(仁)의 정치를 펼칠 것을 다짐합니다.

이 교서는 조선이 명나라의 승인을 받아 국호를 ‘조선’으로 확정하고, 새로운 국가로서의 출발을 대내외에 알리는 중요한 문서입니다. 특히 국호 개정에 대한 명나라의 지지를 강조한 부분은 당시 조선이 명나라와의 외교 관계를 매우 중요하게 여겼음을 보여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