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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릉(貞陵) 표석(表石)의 음기(陰記), 즉 뒷면에 새겨진 기록입니다. 정릉은 조선 태조의 계비(繼妃), 즉 두 번째 왕비인 신덕왕후(神德王后) 강씨(康氏)의 능입니다.
순원현경신덕왕후(順元顯敬神德王后) 강씨는 태조대왕(太祖大王)의 계비이시다. 6월 14일에 탄생하셨다. 홍무(洪武) 25년 임신년(壬申年)에 현비(顯妃)로 책봉되셨다. 병자년(丙子年) 8월 13일에 승하(昇遐)하셨다. 정축년(丁丑年) 정월에 한성(漢城) 황화방(皇華坊)에 장사지냈다. 영락(永樂) 7년 기축년(己丑年) 2월 23일에 양주(楊州) 남사하리(南沙河里) 경좌(庚坐)의 언덕으로 이장(移葬)하였다. 현종(顯宗) 기유년(己酉年)에 태묘(太廟), 즉 종묘에 추부(追祔)되었다.”
각 용어에 대한 설명:
- 정릉(貞陵): 신덕왕후의 능 이름입니다.
- 표석(表石): 능 앞에 세우는 돌로, 능의 주인을 나타내는 글귀가 새겨져 있습니다.
- 음기(陰記): 표석의 뒷면에 새겨진 기록입니다.
- 전서체(篆書體): 한자 서체의 일종으로, 고풍스럽고 장식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 순원현경신덕왕후(順元顯敬神德王后): 신덕왕후의 전체 시호(諡號)입니다.
- 계비(繼妃): 선왕비 사후에 새로 맞이한 왕비, 즉 두 번째 왕비를 의미합니다. 태조의 첫 번째 부인은 신의왕후(神懿王后)입니다.
- 태조대왕(太祖大王): 조선의 건국자인 이성계(李成桂)를 높여 부르는 말입니다.
- 홍무(洪武): 명나라 태조 주원장(朱元璋)의 연호입니다.
- 임신년(壬申年): 간지(干支)로 연도를 나타낸 것으로, 홍무 25년은 1392년입니다. 이 해는 조선 건국년이기도 합니다.
- 현비(顯妃): 신덕왕후가 왕비로 책봉될 때의 작호입니다.
- 병자년(丙子年): 간지로 연도를 나타낸 것으로, 신덕왕후가 승하한 해입니다.
- 승하(昇遐): 왕이나 왕비의 죽음을 높여 이르는 말입니다.
- 정축년(丁丑年): 간지로 연도를 나타낸 것으로, 신덕왕후를 처음 장사지낸 해입니다.
- 한성(漢城): 조선의 수도인 한양(漢陽), 현재의 서울을 의미합니다.
- 황화방(皇華坊): 한성 내의 지명입니다.
- 영락(永樂): 명나라 성조(成祖) 주체(朱棣)의 연호입니다.
- 기축년(己丑年): 간지로 연도를 나타낸 것으로, 신덕왕후를 이장한 해입니다.
- 양주(楊州): 현재 경기도 양주시 일대를 의미합니다.
- 남사하리(南沙河里): 양주 내의 지명입니다.
- 경좌(庚坐): 풍수지리에서 묘의 방향을 나타내는 용어로, 서쪽을 등지고 동쪽을 향하는 방향을 의미합니다.
- 이장(移葬): 무덤을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것을 의미합니다. 태종 이방원은 자신의 어머니인 신의왕후를 존숭하고, 계모인 신덕왕후를 소홀히 여기는 정책을 폈는데, 정릉을 도성 밖으로 옮긴 것도 그 일환으로 여겨집니다.
- 현종(顯宗): 조선의 18대 왕입니다.
- 기유년(己酉年): 간지로 연도를 나타낸 것으로, 현종 10년인 1669년입니다. 이 해에 신덕왕후는 종묘에 추부되었습니다.
- 태묘(太廟): 종묘(宗廟)의 다른 명칭으로, 역대 왕과 왕비의 신주를 모시는 사당입니다.
- 추부(追祔): 이미 죽은 왕이나 왕비를 종묘에 사후에 모시는 것을 의미합니다.
문장의 의미:
이 문장은 신덕왕후의 출생, 책봉, 사망, 장례, 이장, 그리고 최종적으로 종묘에 모셔지기까지의 일생을 간략하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특히, 다음과 같은 역사적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신덕왕후는 조선 건국 직전에 현비로 책봉되었습니다.
- 태종에 의해 능이 이장되는 시련을 겪었습니다.
- 현종 대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종묘에 추부되어 정식으로 왕후의 지위를 회복하게 되었습니다.
이 기록은 신덕왕후의 파란만장한 삶과, 조선 초기 정치사의 중요한 단면을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입니다. 특히, 이장을 거쳐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야 종묘에 모셔진 사실은, 태종과 신덕왕후의 관계, 그리고 조선 초기의 정치적 갈등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맥락을 제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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