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락 18년 경자년 7월 정묘 초하루부터 열흘째 되는 병자일에, 후덕왕대비께서 수강궁에서 돌아가시어, 별전에 빈소(殯所)를 마련하였고, 석 달 열이레가 지난 임오일에, 헌릉에 장사 지냈으니, 예법에 따른 것이다. 빈전(殯殿)은 아침을 향하고, 관을 모신 궁궐이 비로소 열리니, 깃발이 길에 가득하고, 종묘(祖庭)에서 예를 받드네. 흰 달은 밝으나 처량하고, 찬 바람은 불어 슬프고 쓸쓸하네. 성상(임금, 세종)께서는 하늘을 부르며 영원히 사모하시고, 땅을 치며 슬픔을 더하시며, 신선의 수레를 바라보시나 돌아오지 않으니, 자애로운 가르침을 영원히 듣지 못함을 아파하시네. 이에 법도를 명하여, 효성스러운 마음을 펼치게 하셨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하늘의 근원은 비롯됨을 주관하고, 땅의 도리는 순히 받드네. 어머님의 모범이 바르니, 왕의 교화가 이에 행해지네. 삼가 생각하옵건대 태후께서는, 태어나실 때부터 아름다운 덕을 지니셨네. 명문세가에서 태어나, 왕의 지극한 자리에 배필이 되셨네. 군자의 좋은 배필이니, 《가인(家人)》의 바름이 이롭네. 마음을 공경히 하시고, 예법을 따라 서로 이루셨네. 높은 자리에 오르시자, 종묘 제사를 받드셨네. 상서로움은 《린지(麟趾)》에 응하고, 경사는 후손에게 이어지네. 자손은 번성하고, 덕스러운 말씀은 차례가 있네. 우리 성상께서는, 운명을 다스려 태평성대를 이루시네. 백성들은 변화에 따르고, 다스림과 가르침은 아름답고 밝네. 오직 공의 성대함이여, 오직 덕의 빛남이여. 마땅히 많은 복을 받으시고, 영원히 끝없는 복을 누리셔야 하거늘. 어찌 한 번의 큰 병환으로, 여러 달이 지나도록 낫지 않으셨는가? 드디어 영화로운 봉양을 버리시니, 붙잡아 머무르게 할 계책이 없음을 한하네. 아! 슬프다! 의복을 진열하니 마치 살아 계신 듯하고, 패물(佩物)을 맡기니 슬픔이 극심하네. 아! 성상께서 사모하며 부르짖으시니, 푸른 하늘을 우러러 슬픔을 아파하시네. 엄숙히 여러 신하들이 모시니, 신선의 행렬이 넓은 길에 가득하네. 아! 슬프다! 인생의 길고 짧음이여, 진실로 천명의 어긋남이여. 오직 의로운 모범은 없어지지 않고, 해와 달과 함께 밝게 빛나리라. 신이 명을 받아 글을 쓰니, 감히 덕을 기록하여 내용을 서술하네. 아! 슬프다!
(지어 바친 신하의 이름은 전하지 않는다.)
해석 및 해설:
이 애책문은 원경왕후 민씨의 죽음을 애도하며 그녀의 공덕을 기리는 글입니다. 옥책문, 존호, 시호 등과 함께 왕실 의례에서 사용되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애책문은 죽은 사람을 애도하는 글 중에서도 특히 왕이나 왕비 등 높은 신분의 사람을 위해 지어진 글입니다.
- 죽음과 장례 과정의 간략한 기록: 애책문의 서두에는 원경왕후의 사망 날짜와 장례 날짜, 장지(헌릉) 등이 간략하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는 역사적 사실을 명확히 기록하려는 목적과 함께, 의례의 엄숙함을 더하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 비통한 분위기 묘사: 흰 달, 찬 바람 등의 자연 현상을 통해 슬프고 쓸쓸한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또한, 세종이 슬퍼하는 모습을 구체적으로 묘사하여 애통함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망선어혜불반(望仙馭兮不返, 신선의 수레를 바라보시나 돌아오지 않으니)”이라는 표현은, 원경왕후의 죽음을 신선이 하늘로 올라간 것에 비유한 것으로, 그녀의 고귀한 신분을 나타냅니다.
- 원경왕후의 덕행 칭송: 애책문의 중심 내용은 원경왕후의 덕행을 기리는 것입니다. 그녀의 고귀한 출신, 태종과의 만남, 왕비로서의 역할, 자녀 양육, 내조의 공 등을 칭송하고 있습니다. 특히 “모의지정(母儀之正, 어머님의 모범이 바름)”이라는 표현은, 원경왕후가 왕실의 어머니로서 훌륭한 본보기가 되었음을 강조합니다.
- 고전의 인용: 《시경(詩經)》의 〈가인(家人)〉과 〈린지(麟趾)〉를 인용하여 원경왕후의 덕을 더욱 높이고 있습니다. 이는 앞서 번역한 옥책문과 악장에서도 나타나는 특징입니다.
- 세종의 슬픔과 효심 강조: 애책문은 세종이 어머니의 죽음을 애통해하는 모습을 자세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이는 효를 중시하는 유교적 가치관을 반영하는 동시에, 세종의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 영원한 기림: 애책문의 말미에는 원경왕후의 의로운 모범이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고 언급하며, 그녀를 기리는 마음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 애책문은 원경왕후의 죽음을 애도하는 글로서, 그녀의 삶과 공덕을 기리고 있습니다. 또한, 당시 왕실의 장례 의례와 유교적 가치관, 그리고 세종의 효심 등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료입니다. 특히 비통한 감정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고전을 적절히 인용하여 글의 품격을 높인 점이 특징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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