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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자와 겐지(宮沢賢治) - 은하철도의 밤(銀河鉄道の夜)

集賢堂 2024. 12. 2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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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철도의 밤: 영원한 밤하늘을 달리는 한 소년의 꿈

미야자와 겐지의 『은하철도의 밤』은 일본 근대 문학을 대표하는 걸작 중 하나로, 발표된 지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독자들에게 깊은 감동과 무한한 상상력을 선사하는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단순한 동화의 범주를 넘어 삶과 죽음, 존재의 의미, 인간의 고독과 구원이라는 심오한 주제를 다루고 있으며, 아름다운 문체와 환상적인 묘사로 독자들을 신비로운 은하수의 세계로 이끕니다.

이 서문에서는 처음 『은하철도의 밤』을 접하는 독자들을 위해 작품의 배경과 주요 내용, 그리고 이 작품이 지닌 의미를 간략하게 소개하고자 합니다.

 

작품의 배경과 줄거리

『은하철도의 밤』은 가난한 소년 조반니가 은하수를 달리는 환상적인 기차 여행을 통해 진정한 행복의 의미를 찾아가는 여정을 그린 작품입니다. 조반니는 학교 수업이 끝나고 밤하늘을 올려다보다가 은하수를 달리는 기차에 올라타게 됩니다. 그곳에서 친구 캄파넬라를 만나 함께 은하수를 여행하며 다양한 사람들과 풍경을 만나게 됩니다.

여행 도중 조반니와 캄파넬라는 삶과 죽음, 행복과 희생에 대한 깊은 대화를 나누고, 각자의 내면에 존재하는 고독과 마주하게 됩니다. 은하수 여행은 점차 현실과 꿈의 경계를 허물며, 독자들을 신비롭고 몽환적인 세계로 안내합니다.

작품의 주요 특징과 의미

  • 환상과 현실의 조화: 『은하철도의 밤』은 환상적인 은하수 여행이라는 설정을 통해 현실의 고독과 슬픔, 그리고 희망과 구원을 효과적으로 그려냅니다. 꿈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하게 표현되어 독자들은 더욱 몰입하여 작품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 삶과 죽음에 대한 성찰: 작품은 은하수 여행이라는 비현실적인 공간을 통해 삶과 죽음이라는 인간의 근원적인 문제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을 제시합니다. 특히 캄파넬라의 존재는 이러한 주제를 부각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 아름다운 문체와 묘사: 미야자와 겐지 특유의 섬세하고 아름다운 문체는 은하수의 풍경과 등장인물들의 감정을 생생하게 전달합니다. 시적인 표현과 감각적인 묘사는 독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며, 마치 직접 은하수를 여행하는 듯한 경험을 선사합니다.
  •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 『은하철도의 밤』은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열린 결말을 가지고 있습니다. 독자들은 각자의 경험과 가치관에 따라 작품을 다르게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으며, 이는 작품의 깊이를 더하는 요소입니다.

이 서문을 읽는 독자들에게

『은하철도의 밤』은 단순한 이야기가 아닌, 삶의 중요한 질문들을 던지는 철학적인 우화입니다. 이 작품을 읽는 동안 독자들은 조반니와 함께 은하수를 여행하며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삶의 의미와 행복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될 것입니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이 잊고 있었던 순수한 동심과 무한한 상상력의 세계를 다시금 경험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은하수를 상상해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은 더욱 특별한 경험을 선사할 것입니다. 부디 이 아름다운 밤의 여행에 함께 동참하시기를 권합니다.

 

 

은하철도의 밤

미야자와 겐지

+목차

1. 오후의 수업

"자, 여러분은, 강이라고도 불리고, 젖이 흐른 자국이라고도 불렸던 이 희미하고 하얀 것이 정말 무엇인지 알고 있습니까?" 선생님은 칠판에 걸린 커다란 검은 별자리 그림의 위에서 아래로 하얗게 흐릿한 은하수 같은 부분을 가리키며 모두에게 질문했습니다.

캄파넬라가 손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네다섯 명이 손을 들었습니다. 조반니도 손을 들려다가 황급히 그만두었습니다. 분명 저것들이 모두 별이라고 언젠가 잡지에서 읽었지만, 요즘 조반니는 마치 매일 교실에서도 졸리고, 책을 읽을 틈도 읽을 책도 없어서, 왠지 어떤 것도 잘 모르겠다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선생님은 벌써 그것을 알아차렸습니다.

"조반니 씨. 당신은 알고 있겠지요."

조반니는 힘차게 일어섰지만, 서 보니 더 이상 명확하게 대답할 수 없었습니다. 자네리가 앞자리에서 뒤돌아보며 조반니를 보고 쿡 웃었습니다. 조반니는 너무나 당황해서 얼굴이 새빨개졌습니다. 선생님이 다시 말했습니다.

"큰 망원경으로 은하를 자세히 조사하면 은하는 대략 무엇일까요?"

역시 별이라고 조반니는 생각했지만 이번에도 바로 대답할 수 없었습니다.

선생님은 잠시 곤란한 표정이었지만, 눈을 캄파넬라 쪽으로 향하며,

"그럼 캄파넬라 씨."라고 지명했습니다. 그러자 그렇게 활기차게 손을 들었던 캄파넬라가 역시 머뭇거리며 일어선 채 역시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선생님은 의외라는 듯 잠시 캄파넬라를 가만히 보고 있었지만, 급히 "그럼, 됐습니다."라고 말하며, 직접 성도를 가리켰습니다.

"이 희미하고 하얀 은하를 크고 좋은 망원경으로 보면, 수많은 작은 별들로 보입니다. 조반니 씨, 그렇지요."

조반니는 얼굴이 새빨개진 채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하지만 어느새 조반니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 찼습니다. 그렇다, 나는 알고 있었다, 물론 캄파넬라도 알고 있다, 그것은 언젠가 캄파넬라의 아버지 박사님 댁에서 캄파넬라와 함께 읽었던 잡지 속에 있었다. 그것뿐만 아니라 캄파넬라는, 그 잡지를 읽으면, 바로 아버지의 서재에서 커다란 책을 가져와, '은하'라는 부분을 펼쳐, 새까만 페이지 가득히 하얀 점들이 있는 아름다운 사진을 둘이서 오랫동안 보았습니다. 그것을 캄파넬라가 잊을 리 없었을 텐데, 바로 대답하지 않았던 것은, 요즘 내가 아침에도 오후에도 일이 힘들고, 학교에 가도 더 이상 모두와 활발하게 놀지 않고, 캄파넬라와도 그다지 말을 하지 않게 되었기 때문에, 캄파넬라가 그것을 알고 안쓰러워하며 일부러 대답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자신도 캄파넬라도 불쌍하게 느껴졌습니다.

선생님은 다시 말했습니다.

"그러니까 만약 이 은하수가 정말 강이라고 생각한다면, 그 하나하나의 작은 별은 모두 그 강바닥의 모래나 자갈 알갱이에 해당합니다. 또한 이것을 커다란 젖의 흐름이라고 생각한다면 더욱 은하수와 아주 흡사합니다. 즉 그 별들은 모두, 젖 속에 마치 가늘게 떠 있는 기름 방울에도 해당합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그 강의 물에 해당하느냐고 하면, 그것은 진공이라는 빛을 일정한 속도로 전달하는 것으로, 태양과 지구도 역시 그 안에 떠 있는 것입니다. 즉 우리들도 은하수의 물속에 살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은하수의 물속에서 사방을 보면, 마치 물이 깊을수록 푸르게 보이는 것처럼, 은하수 밑바닥의 깊고 먼 곳일수록 별이 많이 모여 보이고 따라서 하얗고 흐릿하게 보이는 것입니다. 이 모형을 보십시오."

선생님은 안에 많은 빛나는 모래 알갱이가 들어 있는 커다란 양면 볼록 렌즈를 가리켰습니다.

"은하수의 모양은 딱 이렇습니다. 이 하나하나의 빛나는 알갱이가 모두 우리들의 태양과 마찬가지로 스스로 빛나고 있는 별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들의 태양이 이 거의 중간쯤에 있고 지구가 그 바로 근처에 있다고 합시다. 여러분은 밤에 이 한가운데 서서 이 렌즈 안을 둘러본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이쪽은 렌즈가 얇기 때문에 얼마 안 되는 빛나는 알갱이, 즉 별밖에 보이지 않겠지요. 이쪽이나 저쪽은 유리가 두껍기 때문에, 빛나는 알갱이, 즉 별이 많이 보이고 그 멀리 있는 것은 뿌옇고 하얗게 보인다는 이것이 바로 오늘날의 은하에 대한 설명입니다. 그렇다면 이 렌즈의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 또한 그 안의 여러 별에 대해서는 이제 시간이 되었으니 다음 과학 시간에 이야기하겠습니다. 그럼 오늘은 그 은하의 축제이니 여러분은 밖으로 나가 하늘을 잘 보십시오. 그럼 여기까지입니다. 책과 노트를 덮으십시오."

그리고 교실 안은 잠시 책상 뚜껑을 열거나 닫거나 책을 쌓는 소리로 가득했지만 곧 모두가 가지런히 일어서서 인사를 하고 교실을 나섰습니다.

 

2. 활판소

조반니가 학교 문을 나설 때, 같은 반의 일곱 여덟 명은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캄파넬라를 가운데 두고 운동장 구석의 벚나무 있는 곳에 모여 있었습니다. 그것은 오늘 밤의 별 축제에 푸른 불빛을 만들어 강에 띄울 박 덩굴을 따러 갈 의논인 듯했습니다.

하지만 조반니는 손을 크게 휘저으며 성큼성큼 학교 문을 나섰습니다. 그러자 마을의 집들에서는 오늘 밤의 은하수 축제에 주목나무 잎으로 만든 구슬을 매달거나 편백나무 가지에 불을 밝히는 등 여러 가지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집으로 가지 않고 조반니가 마을을 세 번 돌아 어느 큰 활판소에 들어가 곧장 입구 계산대에 있던 뚱뚱한 흰 셔츠를 입은 사람에게 허리를 숙여 인사하고 신발을 벗고 올라가니, 맨 끝의 큰 문을 열었습니다. 안에는 아직 낮인데도 전등이 켜져 있고 많은 윤전기가 덜컹덜컹 돌고, 헝겊으로 머리를 묶거나 램프 갓을 씌운 사람들이, 무언가 노래하듯이 읽거나 세면서 많이 일하고 있었습니다.

조반니는 곧장 입구에서 세 번째 높은 탁자에 앉은 사람에게 가서 허리를 숙여 인사했습니다. 그 사람은 잠시 선반을 찾더니,

"이만큼 주워갈 수 있겠나."라고 말하며, 종이 한 장을 건네주었습니다. 조반니는 그 사람의 탁자 발밑에서 작은 납작한 상자를 하나 꺼내어 맞은편 전등이 많이 켜진, 세워져 있는 벽 구석으로 쪼그리고 앉아 작은 핀셋으로 마치 조알갱이만 한 활자를 차례차례 줍기 시작했습니다. 파란 흉받이를 한 사람이 조반니의 뒤를 지나가며,

"어이, 돋보기 군, 안녕."이라고 말하자, 근처의 네다섯 사람들이 소리도 내지 않고 이쪽도 보지 않고 차갑게 웃었습니다.

조반니는 여러 번 눈을 훔치면서 활자를 점점 주웠습니다.

여섯 시가 치고 잠시 지난 후, 조반니는 주운 활자를 가득 넣은 납작한 상자를 다시 손에 든 종잇조각과 맞춰 보고 나서, 아까 그 탁자의 사람에게 가져왔습니다. 그 사람은 말없이 그것을 받아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조반니는 허리를 숙여 인사하고 문을 열어 아까 그 계산대로 왔습니다. 그러자 아까 흰옷을 입은 사람이 역시 말없이 작은 은화 하나를 조반니에게 건네주었습니다. 조반니는 갑자기 얼굴색이 좋아져서 당당하게 허리를 숙여 인사하고 탁자 밑에 놓인 가방을 들고 밖으로 뛰쳐나갔습니다. 그리고 활기차게 휘파람을 불면서 빵집에 들러 빵 덩어리 하나와 각설탕 한 봉지를 사자마자 허둥지둥 달려갔습니다.

 

3. 집

조반니가 힘차게 돌아온 곳은 어느 뒷골목의 작은 집이었습니다. 세 채가 나란히 있는 입구의 맨 왼쪽에는 빈 상자에 보라색 케일과 아스파라거스가 심어져 있었고 작은 두 개의 창문에는 차양이 내려져 있었습니다.

"어머니. 다녀왔습니다. 몸은 안 불편하셨어요?" 조반니는 신발을 벗으며 말했습니다.

"아아, 조반니, 일이 힘들었지. 오늘은 시원해서 말이야. 나는 계속 몸 상태가 좋아."

조반니가 현관으로 올라가니 조반니의 어머니가 바로 입구 방에 흰 수건을 쓰고 편히 쉬고 있었습니다. 조반니는 창문을 열었습니다.

"어머니. 오늘은 각설탕을 사 왔어요. 우유에 넣어 드리려고요."

"아아, 너 먼저 먹어. 나는 아직 먹고 싶지 않으니까."

"어머니. 누나는 언제 돌아왔어요?"

"아아, 세 시쯤 돌아왔어. 여기저기 많이 도와주고 갔어."

"어머니 우유는 안 왔나 보네요."

"안 왔을까나."

"내가 가서 가져올게요."

"아아, 나는 천천히 해도 되니까 너 먼저 먹어, 누나가 말이야, 토마토로 뭘 만들어 놓고 갔어."

"그럼 먹을게요."

조반니는 창가에서 토마토 접시를 가져와 빵과 함께 잠시 우적우적 먹었습니다.

"저기 어머니. 제 아버지는 분명 곧 돌아오실 거라고 생각해요."

"아아,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렇지만 너는 왜 그렇게 생각하니?"

"왜냐하면 오늘 아침 신문에 올해 북쪽의 어획량이 아주 좋았다고 쓰여 있었어요."

"아아, 하지만 말이야, 아버지는 어업에 안 나가셨을지도 몰라."

"분명 나가셨을 거예요. 아버지가 감옥에 갈 만한 그런 나쁜 짓을 했을 리 없어요. 예전에 아버지가 가져와서 학교에 기증한 커다란 게 껍데기라든가 순록 뿔이라든가 지금도 전부 표본실에 있어요. 6학년들은 수업 시간에 선생님이 번갈아 교실로 가져가요. 재작년 수학여행에서 [이하 몇 글자 분량 공백]"

"아버지는 다음에 너에게 해달의 외투를 가져오겠다고 했었지."

"모두가 나를 만나면 그걸 말해요. 놀리듯이 말하는 거예요."

"너에게 험담을 하는 거니?"

"네, 하지만 캄파넬라 같은 애는 절대 말하지 않아요. 캄파넬라는 모두가 그런 말을 할 때는 안쓰럽게 보고 있어요."

"그 사람은 우리 아버지와 마치 너희들처럼 어릴 때부터 친구였다고 하더구나."

"아아, 그래서 아버지는 나를 데리고 캄파넬라네 집에도 데려갔어요. 그 시절은 좋았는데. 나는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자주 캄파넬라네 집에 들렀어요. 캄파넬라네 집에는 알코올 램프로 달리는 기차가 있었어요. 레일을 일곱 개 조합하면 원이 되고 거기에 전봇대와 신호등도 붙어 있어서 신호등의 불빛은 기차가 지나갈 때만 파랗게 되도록 되어 있었어요. 언젠가 알코올이 다 떨어졌을 때 석유를 썼더니, 솥이 온통 그을렸어요."

"그랬니."

"지금도 매일 아침 신문을 돌리러 가요. 그렇지만 언제나 집 안은 아직 조용하니까."

"이르니까 그렇지."

"자우엘이라는 개가 있어요. 꼬리가 마치 빗자루 같아요. 내가 가면 코를 킁킁거리며 따라와요. 쭉 마을 모퉁이까지 따라와요. 더 따라올 때도 있어요. 오늘 밤은 다 같이 박 덩굴 불빛을 강에 띄우러 간대요. 분명 개도 따라갈 거예요."

"그래. 오늘 밤은 은하수 축제지."

"네. 우유를 가져오면서 보고 올게요."

"아아, 다녀오렴. 강에는 들어가지 말고."

"네, 저는 강둑에서 보기만 할 거예요. 한 시간 안에 다녀올게요."

"더 놀다 오렴. 캄파넬라와 함께라면 걱정 없으니까."

"네, 분명 같이 있을 거예요. 어머니, 창문 닫아 드릴까요?"

"아아, 그래. 이제 시원하니까."

조반니는 일어서서 창문을 닫고 접시와 빵 봉지를 치우자 힘차게 신발을 신고

"그럼 한 시간 반 안에 돌아올게요."라고 말하며 어두운 문을 나섰습니다.

 

4. 켄타우루스 축제의 밤

조반니는 휘파람을 부는 듯한 쓸쓸한 입 모양으로, 편백나무가 새까맣게 늘어선 마을의 비탈길을 내려왔습니다.

비탈길 아래에 커다란 가로등 하나가 푸르스름하고 훌륭하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조반니가 점점 가로등 쪽으로 내려가자, 지금까지 괴물처럼 길고 희미하게 뒤로 드리워져 있던 조반니의 그림자는 점점 짙고 검고 뚜렷해져서, 발을 들거나 손을 흔들거나 하며 조반니의 옆으로 돌아오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훌륭한 기관차다. 여기는 경사니까 빠르다. 나는 지금 저 가로등을 지나친다. 자, 이번에는 내 그림자는 컴퍼스다. 저렇게 빙글 돌아서 앞으로 왔네.)

라고 조반니가 생각하며, 큰 걸음으로 그 가로등 아래를 지나쳤을 때, 갑자기 낮에 보았던 자네리가, 새 옷의 깃이 뾰족한 셔츠를 입고 가로등 건너편 어두운 골목에서 나와, 휙 조반니와 스쳐 지나갔습니다.

"자네리, 박 덩굴 띄우러 가니?" 조반니가 아직 그렇게 말하기도 전에,

"조반니, 아버지한테서 해달 외투가 온대." 그 아이가 내던지듯이 뒤에서 외쳤습니다.

조반니는, 갑자기 가슴이 차가워지고, 온 사방이 쨍 하고 울리는 것처럼 생각했습니다.

"뭐야. 자네리."라고 조반니는 높이 되받아 외쳤지만 벌써 자네리는 저쪽의 측백나무가 심어진 집 안으로 들어가 있었습니다.

"자네리는 왜 내가 아무 짓도 안 하는데 저런 말을 하는 걸까. 달릴 때는 마치 쥐 같은 주제에. 내가 아무 짓도 안 하는데 저런 말을 하는 건 자네리가 바보이기 때문이다."

조반니는, 정신없이 여러 가지를 생각하면서, 여러 가지 불빛과 나뭇가지로, 아주 깨끗하게 장식된 거리를 지나갔습니다. 시계 가게에는 밝게 네온등이 켜져서, 1초마다 돌로 만든 부엉이의 빨간 눈이, 빙글빙글 움직이거나, 여러 가지 보석이 바다와 같은 색을 한 두꺼운 유리 쟁반에 놓여 별처럼 천천히 돌거나, 또 반대편에서, 청동 인마상이 천천히 이쪽으로 돌아오고 있었습니다. 그 한가운데 둥근 검은 별자리판이 푸른 아스파라거스 잎으로 장식되어 있었습니다.

조반니는 정신을 놓고, 그 별자리 그림에 넋을 잃고 바라보았습니다.

그것은 낮에 학교에서 보았던 그 그림보다는 훨씬 작았지만 그 날짜와 시간에 맞춰 판을 돌리면, 그때 보이는 하늘이 그대로 타원형 안에 돌면서 나타나도록 되어 있었고 역시 그 한가운데는 위에서 아래로 걸쳐 은하수가 뿌옇게 흐릿한 띠가 되어 그 아래쪽에서는 희미하게 폭발하여 김이라도 올리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또 그 뒤에는 세 개의 다리가 달린 작은 망원경이 노랗게 빛나며 서 있었고 가장 뒤쪽 벽에는 온 하늘의 별자리를 신기한 짐승이나 뱀이나 물고기나 병 모양으로 그린 커다란 그림이 걸려 있었습니다. 정말 이런 사소리라든가 용사라든가 하늘에 가득 있을까, 아아 나는 그 안을 어디까지나 걸어 보고 싶다고 생각하며 잠시 멍하니 서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어머니의 우유 생각이 나서 조반니는 그 가게를 떠났습니다. 그리고 꽉 끼는 외투의 어깨를 신경 쓰면서도 일부러 가슴을 펴고 크게 손을 흔들며 거리를 지나갔습니다.

공기는 맑게 개어, 마치 물처럼 거리와 가게 안을 흘렀고, 가로등은 모두 새파란 전나무와 떡갈나무 가지로 싸여, 전기 회사 앞의 여섯 그루 플라타너스 나무 등은, 안에 많은 꼬마전구가 붙어, 정말 그곳은 인어의 도시처럼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아이들은, 모두 새 옷을 입고, 별 노래 휘파람을 불거나,

"켄타우루스, 이슬을 내려라."라고 외치며 달리거나, 푸른 마그네시아 불꽃을 태우거나 하며, 즐겁게 놀고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조반니는, 어느새 다시 깊이 고개를 숙이고, 그곳의 떠들썩함과는 전혀 다른 것을 생각하며, 우유 가게 쪽으로 서두르는 것이었습니다.

조반니는, 어느새 마을 변두리의 포플러 나무가 몇 그루이고 몇 그루이고, 높이 별하늘에 떠 있는 곳에 와 있었습니다. 그 우유 가게의 검은 문을 들어서, 소 냄새가 나는 어둑한 부엌 앞에 서서, 조반니는 모자를 벗고 "안녕하세요."라고 말하자, 집 안은 조용해서 아무도 있는 것 같지 않았습니다.

"안녕하세요, 실례합니다." 조반니는 똑바로 서서 다시 외쳤습니다. 그러자 잠시 있다가, 나이든 여자가, 어딘가 몸이 안 좋은 듯 천천히 나와 무슨 일이냐고 입 안으로 말했습니다.

"저, 오늘, 우유가 저희 집에 오지 않아서, 받으러 왔는데요." 조반니가 있는 힘껏 힘차게 말했습니다.

"지금 아무도 없어서 모르겠네요. 내일로 해 주세요."

그 사람은, 빨간 눈 아래쪽을 비비면서, 조반니를 내려다보며 말했습니다.

"어머니가 아프시기 때문에 오늘 밤이 아니면 안 돼요."

"그럼 조금 더 있다가 오세요." 그 사람은 이제 가 버릴 것 같았습니다.

"그런가요. 그럼 고맙습니다." 조반니는, 허리를 숙여 인사하고 부엌에서 나왔습니다.

십자가로 된 거리 모퉁이를, 돌려고 했을 때, 건너편 다리로 가는 방향의 잡화점 앞에서, 검은 그림자와 희미하게 흰 셔츠가 뒤섞여, 여섯 일곱 명의 학생들이, 휘파람을 불거나 웃거나 하며, 저마다 박 덩굴 등불을 들고 오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 웃음소리도 휘파람도, 모두 들어 본 적이 있는 것이었습니다. 조반니의 같은 반 아이들이었던 것입니다. 조반니는 무심코 움찔하며 돌아가려고 했지만, 다시 생각해, 더욱 힘차게 그쪽으로 걸어갔습니다.

"강에 가니." 조반니가 말하려고 했을 때, 약간 목이 메는 것처럼 느꼈을 때,

"조반니, 해달 외투가 온대." 아까의 자네리가 또 외쳤습니다.

"조반니, 해달 외투가 온대." 곧 모두가, 이어서 외쳤습니다. 조반니는 얼굴이 새빨개져서, 이미 걷고 있는지도 모르고, 급히 지나치려고 하자, 그 속에 캄파넬라가 있었습니다. 캄파넬라는 안쓰럽게, 말없이 조금 웃으며, 화내지 않을까 하는 듯이 조반니 쪽을 보고 있었습니다.

조반니는, 도망치듯이 그 눈을 피하고, 그리고 캄파넬라의 키 큰 모습이 지나가고 얼마 안 되어, 모두 제각기 휘파람을 불었습니다. 마을 모퉁이를 돌 때, 뒤돌아보자, 자네리가 역시 뒤돌아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캄파넬라도 또, 높이 휘파람을 불며 건너편에 희미하게 보이는 다리 쪽으로 걸어가 버린 것이었습니다. 조반니는, 뭐라 말할 수 없이 쓸쓸해져서, 갑자기 뛰쳐나갔습니다. 그러자 귀에 손을 대고, 와아 하고 말하며 한 발로 깡총깡총 뛰고 있던 작은 아이들은, 조반니가 재미있어서 달리는 줄 알고 와아 하고 외쳤습니다. 이윽고 조반니는 검은 언덕 쪽으로 서둘렀습니다.

 

5. 날씨바퀴 기둥

목장 뒤는 완만한 언덕으로 이어져 있고, 그 검고 평평한 정상은 북쪽의 큰곰별 아래에, 희미하게 평소보다 낮게 이어져 보였습니다.

조반니는, 이미 이슬이 내린 작은 숲의 오솔길을, 점점 올라갔습니다. 새까만 풀과, 여러 가지 모양으로 보이는 덤불 사이를, 그 작은 길이, 한 줄기 하얗게 별빛에 비추어져 있었습니다. 풀 속에는, 반짝반짝 푸른 빛을 내는 작은 벌레도 있어서, 어떤 잎은 푸르게 비쳐 보였고, 조반니는, 아까 모두가 가져간 박 덩굴의 불빛 같다고도 생각했습니다.

그 새까만, 소나무와 떡갈나무 숲을 넘어가자, 갑자기 확 하늘이 트여, 은하수가 희끄무레하게 남쪽에서 북쪽으로 뻗어 있는 것이 보이고, 또 정상의, 날씨바퀴 기둥도 분간할 수 있었습니다. 초롱꽃인지 들국화인지의 꽃이, 그곳 일면에, 꿈속에서라도 향기를 내뿜기 시작했다는 듯이 피어 있었고, 새 한 마리가, 언덕 위를 계속 울면서 지나갔습니다.

조반니는, 정상의 날씨바퀴 기둥 아래에 와서, 헐떡거리는 몸을, 차가운 풀밭에 던졌습니다.

마을의 불빛은, 어둠 속을 마치 바다 밑의 궁궐의 풍경처럼 켜져 있고, 아이들의 노래 소리와 휘파람, 끊어지는 외침 소리도 희미하게 들려오는 것이었습니다. 바람이 멀리서 울리고, 언덕의 풀도 조용히 흔들리고, 조반니의 땀으로 젖은 셔츠도 차갑게 식었습니다. 조반니는 마을 변두리에서 멀리 검게 펼쳐진 들판을 바라보았습니다.

거기에서 기차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그 작은 열차의 창문은 일렬로 작고 빨갛게 보이고, 그 안에는 많은 여행객이, 사과를 깎거나, 웃거나, 여러 가지 모습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조반니는, 이제 뭐라 말할 수 없이 슬퍼져서, 다시 눈을 하늘로 들었습니다.

아아 저 하얀 하늘의 띠가 모두 별이라고 하는구나.

그런데 아무리 보아도, 그 하늘은 낮에 선생님이 말했던 것처럼, 텅 빈 차가운 곳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습니다. 그렇기는커녕, 보면 볼수록, 그곳은 작은 숲이나 목장이나 있는 들판처럼 생각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조반니는 푸른 거문고 별이, 세 개로도 네 개로도 되어, 반짝반짝 깜박이고, 다리가 여러 번 나왔다 들어갔다 하며, 드디어 버섯처럼 길게 늘어지는 것을 보았습니다. 또 바로 눈 아래의 마을까지도 역시 희미한 많은 별의 무리나 하나의 큰 연기처럼 보이게 생각되었습니다.

 

6. 은하 스테이션

그러자 조반니는 바로 뒤의 날씨바퀴 기둥이 어느새 희미한 삼각 표지 모양이 되어, 잠시 반딧불처럼, 번쩍번쩍 꺼졌다 켜졌다 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것은 점점 뚜렷해져서, 드디어 꿈쩍도 하지 않게 되고, 짙은 강청색 하늘의 들판에 섰습니다. 마치 새로 구운 푸른 강철판 같은, 하늘의 들판에, 똑바로 꼿꼿이 섰습니다.

그러자 어디선가, 신기한 목소리가, "은하 스테이션, 은하 스테이션"이라고 하는 소리가 들렸다고 생각하자 갑자기 눈앞이, 확 밝아져서, 마치 억만 마리의 반딧불 오징어의 불을 한꺼번에 화석으로 만들어, 하늘 속에 가라앉혔다는 모양, 또 다이아몬드 회사에서, 가격이 싸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일부러 채취하지 않은 척하고, 숨겨 두었던 금강석을, 누군가가 갑자기 뒤집어 엎어, 흩뿌렸다는 듯이, 눈앞이 와 쏟아지듯이 밝아져서, 조반니는, 무심코 여러 번 눈을 비벼 버렸습니다.

정신을 차려 보니, 아까부터, 덜컹덜컹덜컹, 조반니가 타고 있는 작은 열차가 계속 달리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정말로 조반니는, 밤의 경편 철도의, 작은 노란 전등이 늘어선 객실에, 창밖을 보면서 앉아 있었던 것입니다. 객실 안은, 푸른 천잠 융단을 댄 의자가, 마치 텅 비어 있었고, 맞은편 쥐색 바니스를 칠한 벽에는, 놋쇠의 커다란 단추가 두 개 빛나고 있었습니다.

바로 앞 좌석에, 젖은 듯 새까만 외투를 입은, 키 큰 아이가, 창밖으로 머리를 내밀고 밖을 보고 있는 것을 알아차렸습니다. 그리고 그 아이의 어깨 근처가, 어딘가 본 적이 있는 것 같아서, 그렇게 생각하자, 이제 도저히 누구인지 알고 싶어서, 견딜 수 없어졌습니다. 갑자기 이쪽도 창밖으로 얼굴을 내밀려고 했을 때, 갑자기 그 아이가 머리를 집어넣고, 이쪽을 보았습니다.

그것은 캄파넬라였던 것입니다.

조반니가, "캄파넬라, 너는 전부터 여기에 있었니?"라고 말하려고 했을 때, 캄파넬라가

"모두는 꽤 달렸지만 늦어 버렸어. 자네리도, 꽤 달렸지만 따라잡지 못했어."라고 말했습니다.

조반니는, ("맞아, 우리들은 지금, 함께 권유해서 나선 거야.")라고 생각하면서,

"어디서 기다리고 있을까?"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캄파넬라는

"자네리는 벌써 돌아갔어. 아버지가 마중 왔어."

캄파넬라는, 왠지 그렇게 말하면서, 조금 얼굴색이 창백해져서, 어딘가 괴로운 듯했습니다. 그러자 조반니도, 왠지 어딘가에, 무언가 잊은 것이 있다는 듯한, 이상한 기분이 들어서 잠자코 있었습니다.

그런데 캄파넬라는, 창밖을 내다보면서, 이제 완전히 기운을 되찾아, 힘차게 말했습니다.

"아아, 잊었네. 나, 물통을 잊어버렸어. 스케치북도 잊어버렸어. 그렇지만 괜찮아. 이제 곧 백조 정거장이니까. 나, 백조를 보는 거라면, 정말로 좋아해. 강 멀리 날고 있어도, 나는 분명히 볼 수 있어." 그리고, 캄파넬라는, 둥근 판이 된 지도를, 열심히 빙글빙글 돌려 보고 있었습니다. 정말로 그 안에는, 하얗게 나타난 은하수의 왼쪽에 따라 한 줄의 철도 선로가, 남쪽으로 남쪽으로 더듬어 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지도의 훌륭함은, 밤처럼 새까만 판 위에, 하나하나의 정거장이나 삼각 표지, 샘물이나 숲이, 파랑이나 주황이나 초록이나, 아름다운 빛으로 장식되어 있었습니다. 조반니는 왠지 그 지도를 어디선가 본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지도는 어디서 샀어. 흑요석으로 만들어져 있네."

조반니가 말했습니다.

"은하 스테이션에서, 받았어. 너 받지 않았어?"

"아아, 나 은하 스테이션을 지나쳤을까. 지금 우리들이 있는 곳, 여기겠지."

조반니는, 백조라고 쓰여 있는 정거장 표지의, 바로 북쪽을 가리켰습니다.

"맞아. 어라, 저 강변은 달밤일까."

그쪽을 보니, 푸르스름하게 빛나는 은하의 강가에, 은빛 하늘의 억새가, 이미 온통, 바람에 사락사락사락, 흔들리며 움직여, 파도를 치고 있었습니다.

"달밤이 아니야. 은하이기 때문에 빛나는 거야." 조반니는 말하면서, 마치 뛰어오르고 싶을 정도로 유쾌해져서, 발을 톡톡 울리고, 창밖으로 얼굴을 내밀어, 높이 높이 별 노래 휘파람을 불면서 있는 힘껏 몸을 뻗어, 그 은하수의 물을, 확인하려고 했지만, 처음에는 도저히 그것이, 뚜렷하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점점 주의해서 보니, 그 깨끗한 물은, 유리보다도 수소보다도 투명하게 비쳐, 때때로 눈의 상태 때문인지, 반짝반짝 보라색의 잔잔한 파도를 일으키거나, 무지개처럼 번쩍 빛나거나 하면서, 소리도 없이 콸콸 흘러가고, 들판에는 여기저기에, 인광의 삼각 표지가, 아름답게 서 있었던 것입니다. 먼 것은 작게, 가까운 것은 크게, 먼 것은 주황이나 노란색으로 뚜렷하고, 가까운 것은 푸르스름하게 조금 흐릿하게, 혹은 삼각형, 혹은 사각형, 혹은 번개나 사슬 모양, 여러 가지로 늘어서서, 들판 가득 빛나고 있었습니다. 조반니는, 마치 두근거려서, 머리를 심하게 흔들었습니다. 그러자 정말로, 그 깨끗한 들판 안의 파랑이나 주황이나, 여러 가지 빛나는 삼각 표지도, 제각기 숨을 쉬듯이, 반짝반짝 흔들리거나 떨리거나 했습니다.

"나는 이제, 완전히 하늘의 들판에 왔어." 조반니는 말했습니다.

"그리고 이 기차 석탄을 때고 있지 않네." 조반니가 왼손을 내밀어 창밖에서 앞쪽을 보면서 말했습니다.

"알코올이나 전기겠지." 캄파넬라가 말했습니다.

덜컹덜컹덜컹, 그 작고 깨끗한 기차는, 하늘의 억새가 바람에 나부끼는 속을, 은하수와, 삼각점의 푸르스름한 미광 속을, 어디까지나 어디까지나, 달려가는 것이었습니다.

"아아, 용담꽃이 피어 있네. 이제 완전히 가을이네." 캄파넬라가, 창밖을 가리키며 말했습니다.

선로 가장자리가 된 짧은 잔디풀 속에, 월장석으로라도 새겨진 듯한, 훌륭한 보라색 용담꽃이 피어 있었습니다.

"나, 뛰어내려서, 저것을 가져와서, 다시 뛰어 타 볼까." 조반니는 가슴을 설레며 말했습니다.

"이제 안 돼. 저렇게 뒤로 가 버렸으니까."

캄파넬라가, 그렇게 말하자마자, 다음 용담꽃이, 가득 빛나며 지나갔습니다.

라고 생각하니, 이제 잇달아, 많은 노란 바닥을 가진 용담꽃의 술잔이, 솟아나듯이, 비처럼, 눈앞을 지나고, 삼각 표지의 줄은, 연기처럼 불타듯이, 더욱 빛나며 서 있었던 것입니다.

 

7. 북십자와 플리오신 해안

"어머니는, 저를 용서해 주실까요."

갑자기, 캄파넬라가, 결심했다는 듯이, 조금 더듬거리면서, 다급하게 말했습니다.

조반니는,

("아아, 그렇다, 우리 어머니는, 저 멀리 하나의 티끌처럼 보이는 주황색 삼각 표지 근처에 계셔서, 지금 나를 생각하고 계시는 거였지.")라고 생각하며, 멍하니 잠자코 있었습니다.

"저는 어머니가, 정말로 행복해지신다면, 어떤 일이라도 할 거예요. 그렇지만, 도대체 어떤 것이, 어머니의 가장 큰 행복일까요." 캄파넬라는, 왠지, 울고 싶은 것을, 있는 힘껏 참고 있는 듯했습니다.

"네 어머니는, 아무렇지도 않잖아." 조반니는 깜짝 놀라 외쳤습니다.

"저는 모르겠어요. 그렇지만, 누구든, 정말로 좋은 일을 하면, 가장 행복한 거겠지요. 그러니까, 어머니는, 저를 용서해 주실 거라고 생각해요." 캄파넬라는, 무언가 정말로 결심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갑자기, 차 안이, 확 하얗게 밝아졌습니다. 보니, 정말로, 금강석이나 풀의 이슬이나 모든 훌륭함을 모아 놓은 듯한, 눈부시게 빛나는 은하의 강바닥 위를 물은 소리도 형체도 없이 흐르고, 그 흐름의 한가운데, 뿌옇게 푸르스름하게 후광이 비친 하나의 섬이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그 섬의 평평한 정상에, 훌륭하고 눈이 번쩍 뜨일 듯한, 하얀 십자가가 서서, 그것은 이제 얼어붙은 북극의 구름으로 주조했다고 해야 할지, 꼿꼿한 금빛 원광을 이고, 조용히 영원히 서 있는 것이었습니다.

"할렐루야, 할렐루야." 앞에서 뒤에서부터 소리가 일어났습니다. 뒤돌아보니, 객실 안의 여행자들은, 모두 똑바로 옷자락을 늘어뜨리고, 검은 성경을 가슴에 대거나, 수정 염주를 걸거나, 어느 누구도 겸손하게 손을 마주 잡고, 그쪽으로 기도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무심코 두 사람도 똑바로 일어섰습니다. 캄파넬라의 뺨은, 마치 잘 익은 사과의 붉은색처럼 아름답게 빛나 보였습니다.

그리고 섬과 십자가는, 점점 뒤쪽으로 옮겨 갔습니다.

건너편 강가도, 푸르스름하게 뿌옇게 빛나 흐릿하고, 때때로, 역시 억새가 바람에 나부끼는 듯, 휙 그 은빛이 흐릿해져, 입김이라도 불어넣은 것처럼 보이고, 또, 많은 용담꽃이, 풀에 숨었다 나타났다 하는 것은, 은은한 도깨비불처럼 생각되었습니다.

그것도 아주 잠깐, 강과 기차 사이는, 억새의 줄로 가로막히고, 백조의 섬은, 두 번 정도, 뒤쪽으로 보였지만, 곧 이제 아주 멀리 작게, 그림처럼 되어 버리고, 또 억새가 바스락바스락 울리고, 드디어 완전히 보이지 않게 되어 버렸습니다. 조반니의 뒤에는, 언제부터 타고 있었는지, 키가 크고, 검은 어깨 덮개를 한 가톨릭풍의 수녀가, 둥근 초록색 눈동자를, 가만히 똑바로 떨어뜨리고, 아직 무언가 말이나 소리가, 그쪽에서 전해져 오는 것을, 경건하게 듣고 있다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여행자들은 조용히 자리로 돌아가고, 두 사람도 가슴 가득한 슬픔과 비슷한 새로운 기분을, 무심하게 다른 말로, 조용히 이야기했습니다.

"이제 곧 백조 정거장이네."

"아아, 11시 정각에는 도착한대."

벌써, 신호의 초록 불빛과, 희미하게 하얀 기둥이, 휙 창밖을 지나가고, 그러고 나서 유황 불꽃처럼 어둡고 희미한 전철기 앞의 불빛이 창문 아래를 지나, 기차는 점점 완만해지고, 이윽고 플랫폼의 일렬의 전등이, 아름답고 규칙적으로 나타나, 그것이 점점 커지고 넓어져서, 두 사람은 딱 백조 정거장의, 커다란 시계 앞에 와서 멈췄습니다.

시원한 가을의 시계 문자판에는, 푸르게 달궈진 강철의 두 개의 바늘이, 뚜렷이 11시를 가리켰습니다. 모두는, 한꺼번에 내려서, 객실 안은 텅 비게 되어 버렸습니다.

[20분 정차]라고 시계 아래에 쓰여 있었습니다.

"우리들도 내려가 볼까." 조반니가 말했습니다.

"내려가자."

두 사람은 동시에 뛰어 올라 문을 뛰쳐나와 개찰구로 달려갔습니다. 그런데 개찰구에는, 밝은 보라색을 띤 전등이, 하나 켜져 있을 뿐, 아무도 없었습니다. 주위를 둘러봐도, 역장이나 빨간 모자를 쓴 사람의, 그림자도 없었던 것입니다.

두 사람은, 정거장 앞의, 수정 세공처럼 보이는 은행나무에 둘러싸인, 작은 광장으로 나왔습니다. 거기에서 폭이 넓은 길이, 똑바로 은하의 푸른 빛 속으로 이어져 있었습니다.

먼저 내린 사람들은, 이미 어디로 갔는지 한 사람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두 사람이 그 하얀 길을, 어깨를 나란히 하고 가자, 두 사람의 그림자는, 마치 사방에 창문이 있는 방 안의, 두 개의 기둥 그림자처럼, 또 두 개의 바퀴의 살처럼 몇 개이고 몇 개이고 사방으로 나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윽고, 그 기차에서 보였던 깨끗한 강가에 왔습니다.

캄파넬라는, 그 깨끗한 모래를 한 움큼 쥐어, 손바닥에 펼쳐, 손가락으로 바스락거리면서, 꿈결처럼 말하고 있었습니다.

"이 모래는 모두 수정이야. 안에서 작은 불이 타고 있어."

"그래." 어디서 나는, 그런 것을 배웠을까 생각하면서, 조반니도 멍하니 대답하고 있었습니다.

강가의 조약돌은, 모두 투명하게 비쳐, 분명 수정이나 황옥이나, 또 구불구불한 주름을 나타낸 것이나, 또 모서리에서 안개 같은 푸르스름한 빛을 내는 강옥 등이었습니다. 조반니는, 달려가 그 물가에 가서, 물에 손을 담갔습니다. 그렇지만 신비로운 그 은하의 물은, 수소보다도 훨씬 투명했던 것입니다. 그래도 분명히 흐르고 있었다는 것은, 두 사람의 손목의, 물에 잠긴 곳이, 조금 수은색으로 떠오른 것처럼 보이고, 그 손목에 부딪쳐서 생긴 파도는, 아름다운 인광을 내며, 반짝반짝 타오르는 것처럼 보이는 것으로도 알았습니다.

강 위쪽을 보니, 억새가 가득히 자라고 있는 벼랑 아래에, 하얀 바위가, 마치 운동장처럼 평평하게 강을 따라 나와 있었습니다. 거기에 작은 다섯 여섯 명의 사람 그림자가, 무언가 파내거나 묻거나 하고 있는 듯, 서 있거나 웅크리거나, 때때로 무언가의 도구가, 번쩍 빛나거나 했습니다.

"가 보자." 두 사람은, 마치 동시에 외치고, 그쪽으로 달려갔습니다. 그 하얀 바위가 된 곳의 입구에,

[플리오신 해안]이라는, 도자기의 매끄러운 표찰이 서 있고, 건너편 물가에는, 곳곳에, 가는 철 난간도 심어져 있고, 나무로 만든 깨끗한 벤치도 놓여 있었습니다.

"어라, 이상한 것이 있어." 캄파넬라가, 신기하게 멈춰 서서, 바위에서 검고 가늘고 끝이 뾰족한 호두 열매 같은 것을 주웠습니다.

"호두 열매야. 자, 많이 있어. 흘러온 게 아니야. 바위 속에 들어 있는 거야."

"크네, 이 호두, 두 배나 되네. 이것은 조금도 상하지 않았어."

"빨리 저기 가 보자. 분명 무언가 파고 있으니까."

두 사람은, 울퉁불퉁한 검은 호두 열매를 가지면서, 또 아까 있던 곳으로 가까이 가 갔습니다. 왼편 물가에는, 파도가 부드러운 번개처럼 타오르며 밀려오고, 오른편 벼랑에는, 온통 은이나 조개껍데기로 만든 듯한 억새 이삭이 흔들렸습니다.

두 사람은, 울퉁불퉁한 검은 호두 열매를 쥐고, 다시 아까 있던 곳으로 가까이 갔습니다. 왼편 물가에는, 파도가 부드러운 번개처럼 타오르며 밀려오고, 오른편 벼랑에는, 온통 은이나 조개껍데기로 만든 듯한 억새 이삭이 흔들렸습니다.

점점 가까이 가서 보니, 한 명의 키가 크고, 심한 근시 안경을 쓰고, 장화를 신은 학자처럼 보이는 사람이, 수첩에 무언가 분주하게 적으면서, 곡괭이를 휘두르거나, 스코프를 쓰거나 하고 있는, 세 명의 조수처럼 보이는 사람들에게 정신없이 여러 가지 지시를 하고 있었습니다.

"거기 그 돌출부를 부수지 않도록. 스코프를 쓰게, 스코프를. 앗, 조금 더 멀리서 파고. 안 돼, 안 돼. 왜 그렇게 난폭하게 하는 건가."

보니, 그 희고 부드러운 바위 속에서, 크고 큰 푸르스름한 짐승의 뼈가, 옆으로 쓰러져 뭉개졌다는 모양으로, 절반 이상 파내어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주의해서 보니, 주위에는, 발굽이 두 개 있는 발자국이 찍힌 바위가, 네모나게 열 개 정도, 깨끗하게 잘려 번호가 붙어 있었습니다.

"당신들은 참관하러 왔나." 그 대학자처럼 보이는 사람이, 안경을 반짝거리며, 이쪽을 보고 말을 걸었습니다.

"호두가 많이 있었겠지. 그것은 뭐, 대략 백이십만 년 정도 전의 호두야. 아주 새로운 편이지. 여기는 백이십만 년 전, 제3기 이후에는 해안이었어. 이 아래에서는 조개껍데기도 나와. 지금 강이 흐르고 있는 곳에, 똑같이 소금물이 밀려왔다 밀려가기도 했었지. 이 짐승 말인가, 이것은 '보스'라고 하는데, 어이, 거기 곡괭이는 그만두게. 정성껏 끌로 해 주게. '보스'라고 하는데, 지금의 소의 선조로, 옛날 옛날에는 많이 살았었지."

"표본으로 만드시는 건가요?"

"아니, 증명하는 데 필요한 거야. 우리들이 보기에는, 여기는 두껍고 훌륭한 지층으로, 백이십만 년 정도 전에 만들어졌다는 증거도 여러 가지 나오지만, 우리들과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도 역시 이런 지층으로 보이는지, 혹은 바람이나 물이나 텅 빈 하늘로 보이지는 않을까 하는 거야. 알겠나. 그렇지만, 어이. 거기에도 스코프로는 안 돼. 그 바로 아래에 갈비뼈가 묻혀 있을 게 틀림없지 않은가." 대학자는 허둥지둥 달려갔습니다.

"이제 시간이야. 가자." 캄파넬라가 지도와 손목시계를 비교하며 말했습니다.

"아아, 그러면 저희들은 실례하겠습니다." 조반니는, 정중하게 대학자에게 허리를 숙여 인사했습니다.

"그런가. 아니, 잘 가게." 대학자는, 또 바쁜 듯이,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감독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두 사람은, 그 하얀 바위 위를, 있는 힘껏 기차에 늦지 않도록 달렸습니다. 그리고 정말로, 바람처럼 달릴 수 있었습니다. 숨도 차지 않고 무릎도 뜨거워지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달릴 수 있다면, 이제 온 세상이라도 달릴 수 있다고, 조반니는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두 사람은, 아까 그 강가를 지나, 개찰구의 전등이 점점 커지고, 이윽고 두 사람은, 원래 객실의 자리에 앉아, 지금 다녀온 쪽을, 창밖에서 보고 있었습니다.

이 번역은 원문의 내용을 충실히 전달하면서도 현대 한국어의 어법에 맞게 자연스럽게 표현하려고 노력했습니다. 특히 다음과 같은 부분에 주의를 기울였습니다.

  • 어휘 선택: 어려운 단어나 고어는 현대 한국어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단어로 바꾸었습니다. 예를 들어, "鶴嘴(つるはし)"는 "곡괭이"로, "鑿(のみ)"는 "끌"로 번역했습니다.
  • 존칭: 문맥에 따라 적절한 존칭을 사용하여 어색함이 없도록 했습니다.
  • 의성어/의태어: "きしきし" (바스락바스락), "ピカッ" (번쩍) 등은 한국어의 표현에 맞게 옮겼습니다.

8. 새를 잡는 사람

"여기 앉아도 괜찮겠습니까."

바스락거리는, 그렇지만 친절해 보이는, 어른의 목소리가, 두 사람의 뒤에서 들렸습니다.

그것은, 갈색의 조금 낡은 외투를 입고, 흰 수건으로 싼 짐을, 둘로 나누어 어깨에 걸친, 붉은 턱수염의 등이 굽은 사람이었습니다.

"네, 괜찮습니다." 조반니는, 조금 어깨를 움츠리며 인사했습니다. 그 사람은, 턱수염 속에서 희미하게 웃으면서 짐을 천천히 짐칸에 올려놓았습니다. 조반니는, 어딘가 매우 쓸쓸하고 슬픈 기분이 들어서, 잠자코 정면의 시계를 보고 있었는데, 저 멀리 앞에서, 유리 피리 같은 것이 울렸습니다. 기차는 이미, 조용히 움직이고 있었던 것입니다. 캄파넬라는, 객실의 천장을, 여기저기 보고 있었습니다. 그 하나의 전등에 검은 갑충이 앉아 그 그림자가 크게 천장에 비치고 있었던 것입니다. 붉은 턱수염의 사람은, 어딘가 그리운 듯 웃으면서, 조반니와 캄파넬라의 모습을 보고 있었습니다. 기차는 이제 점점 빨라져서, 억새와 강이, 번갈아 창밖에서 빛났습니다.

붉은 턱수염의 사람이, 조금 조심스럽게, 두 사람에게 물었습니다.

"당신들은, 어디로 가시는 겁니까."

"어디까지나 가는 겁니다." 조반니는, 조금 멋쩍어하며 대답했습니다.

"그거 좋구먼. 이 기차는, 사실, 어디까지라도 갑니다요."

"당신은 어디로 가는 겁니까." 캄파넬라가, 갑자기, 싸우듯이 물었기 때문에, 조반니는, 무심코 웃었습니다. 그러자, 맞은편 좌석에 있던, 뾰족한 모자를 쓰고, 커다란 열쇠를 허리에 찬 사람도, 힐끗 이쪽을 보고 웃었기 때문에, 캄파넬라도, 그만 얼굴을 붉히며 웃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은 딱히 화를 낸 것도 없이, 뺨을 씰룩거리면서 대답했습니다.

"나는 바로 거기서 내립니다. 나는, 새를 잡는 장사를 해서 말이지요."

"무슨 새입니까."

"두루미나 기러기입니다. 해오라기도 백조도 그렇습니다."

"두루미는 많이 있습니까."

"있지요, 아까부터 울고 있었잖소. 듣지 못했소?"

"아니요."

"지금도 들리지 않소. 자, 귀를 기울여 들어 보시오."

두 사람은 눈을 들고, 귀를 기울였습니다. 덜컹거리는 기차의 울림과, 억새의 바람 사이에서, 꼴꼴 물이 솟는 듯한 소리가 들려오는 것이었습니다.

"두루미, 어떻게 잡습니까."

"두루미 말이오, 아니면 해오라기 말이오."

"해오라기입니다." 조반니는, 아무거나 상관없다고 생각하면서 대답했습니다.

"그것은 말이지, 간단하지. 해오라기라는 것은, 모두 은하수의 모래가 엉겨서, 휙 생기는 것이니까, 그리고 항상 강으로 돌아가니까, 강가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해오라기가 모두, 다리를 이런 식으로 하고 내려오는 곳을, 그것이 땅에 닿을 듯 말 듯 하기 전에, 꽉 눌러 버리는 거요. 그러면 이제 해오라기는, 굳어져서 안심하고 죽어 버립니다. 나머지는 이제, 뻔하지 않소. 압화로 만들 뿐이지."

"해오라기를 압화로 만든다고요? 표본인가요?"

"표본이 아닙니다. 모두 먹지 않소."

"이상하네." 캄파넬라가 고개를 갸웃거렸습니다.

"이상할 것도 의심스러울 것도 없소. 자." 그 남자는 일어서서, 짐칸에서 보따리를 내려, 재빨리 빙글빙글 풀었습니다.

"자, 보시오. 지금 잡아 온 것뿐이오."

"정말로 해오라기네." 두 사람은 무심코 외쳤습니다. 새하얀, 아까 그 북쪽 십자가처럼 빛나는 해오라기의 몸이, 열 마리 정도, 조금 납작해져서, 검은 다리를 오므리고, 부조처럼 늘어서 있었던 것입니다.

"눈을 감고 있네." 캄파넬라는, 손가락으로 살짝, 해오라기의 초승달 모양의 하얀 감은 눈을 만졌습니다. 머리 위의 창 같은 하얀 털도 제대로 붙어 있었습니다.

"그렇지요?" 새잡이는 보자기를 접어서, 다시 빙글빙글 싸서 끈으로 묶었습니다. 누가 도대체 여기서 해오라기 같은 것을 먹을까 하고 조반니는 생각하면서 물었습니다.

"해오라기는 맛있습니까."

"예, 매일 주문이 있습니다. 하지만 기러기가, 더 잘 팔립니다. 기러기가 훨씬 모양도 좋고, 무엇보다 손이 덜 가니까. 자." 새잡이는, 또 다른 쪽의 보따리를 풀었습니다. 그러자 노란색과 푸르스름한 색이 얼룩덜룩하고, 무언가의 불빛처럼 빛나는 기러기가, 마치 아까의 해오라기처럼, 부리를 가지런히 하고, 조금 납작해져서, 늘어서 있었습니다.

"이쪽은 바로 먹을 수 있습니다. 어떻소, 조금 드시오." 새잡이는, 노란 기러기의 다리를, 가볍게 잡아당겼습니다. 그러자 그것은, 초콜릿으로라도 만들어져 있는 것처럼, 쑥 깨끗하게 떨어졌습니다.

"어떻소. 조금 먹어 보시오." 새잡이는, 그것을 둘로 찢어 건네주었습니다. 조반니는, 잠깐 먹어 보고, ("뭐야, 역시 이것은 과자다. 초콜릿보다, 더 맛있지만, 이런 기러기가 날아다니는 건가. 이 남자는, 어딘가 저쪽의 들판의 과자 장수다. 그렇지만 나는, 이 사람을 업신여기면서, 이 사람의 과자를 먹고 있는 것은, 매우 안됐다.")라고 생각하면서, 역시 오물오물 그것을 먹고 있었습니다.

"조금 더 드시오." 새잡이가 또 보따리를 꺼냈습니다. 조반니는, 더 먹고 싶었지만,

"네, 고맙습니다."라고 말하며 사양하자, 새잡이는, 이번에는 맞은편 좌석의, 열쇠를 가진 사람에게 내주었습니다.

"아니, 장사하는 물건을 받아 버리면 미안하지요." 그 사람은, 모자를 벗었습니다.

"아니오, 천만에요. 어떻소, 올해의 철새 장사는."

"아니, 굉장한 거요. 그저께 그저께의 두 번째 시간쯤에는, 왜 등대의 불을, 규칙 이외로 잠깐 껐다 켜게 하느냐고, 저쪽에서도 이쪽에서도, 전화로 고장이 왔지만, 아무렴, 이쪽이 하는 게 아니라, 철새들이, 새까맣게 뭉쳐서, 불빛 앞을 지나가는 것이니까 어쩔 수 없지요. 나는, 이런 몹쓸, 그런 불평은, 내게 가져와 봤자 소용없어, 펄럭거리는 망토를 입고 다리와 입이 엄청나게 가는 대장에게나 가져가라고, 이렇게 말해 주었지만 말이오, 하하."

억새가 사라졌기 때문에, 맞은편 들판에서, 확 불빛이 쏟아져 들어왔습니다.

"해오라기는 왜 손이 많이 가는 건가요?" 캄파넬라는, 아까부터 물어보려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것은 말이지, 해오라기를 먹으려면," 새잡이는, 이쪽으로 몸을 돌렸습니다.

"은하수의 물빛에, 열흘이나 매달아 놓거나, 그렇지 않으면, 모래에 삼사 일 묻어 놓아야 하는 거요. 그렇게 하면, 수은이 모두 증발해서, 먹을 수 있게 되는 거요."

"이건 새가 아니야. 그냥 과자겠지." 역시 같은 것을 생각하고 있었던 듯, 캄파넬라가, 결심했다는 듯이, 물었습니다. 새잡이는, 무언가 매우 허둥대는 모습으로,

"맞아 맞아, 여기서 내려야지."라고 말하면서, 일어서서 짐을 들었다고 생각하니, 벌써 보이지 않게 되어 있었습니다.

"어디로 간 걸까."

두 사람은 얼굴을 마주 보았는데, 등대지기는, 싱글벙글 웃으며, 조금 몸을 일으키듯이 하면서, 두 사람의 옆 창밖을 내다보았습니다. 두 사람도 그쪽을 보니, 바로 아까의 새잡이가, 노란색과 푸르스름한, 아름다운 인광을 내는, 온통 강하부사 위에 서서, 진지한 얼굴을 하고 양손을 펼치고, 가만히 하늘을 보고 있었던 것입니다.

"저기 가 있네. 정말 이상하네. 분명 또 새를 잡으러 가는 곳이겠지. 기차가 달려가기 전에, 빨리 새가 내리면 좋을 텐데."라고 말하는 순간, 텅 빈 도라지색 하늘에서, 아까 보았던 것 같은 해오라기가, 마치 눈이 내리는 것처럼, 꽥꽥 울면서, 가득히 춤추듯 내려왔습니다. 그러자 그 새잡이는, 완전히 주문대로라는 듯이 흐뭇해하며, 양발을 딱 60도로 벌리고 서서, 해오라기가 오므리고 내려오는 검은 다리를 양손으로 한쪽 끝부터 눌러, 천 주머니 속에 넣는 것이었습니다. 그러자 해오라기는, 반딧불처럼, 주머니 속에서 잠시, 푸르게 번쩍번쩍 빛나거나 꺼지거나 하고 있었지만, 마침내 모두 희미하게 하얗게 되어, 눈을 감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잡히는 새보다는, 잡히지 않고 무사히 은하수의 모래 위에 내리는 쪽이 더 많았습니다. 그것을 보고 있자니, 발이 모래에 닿자마자, 마치 눈이 녹듯이, 오므라들고 납작해져서, 이윽고 용광로에서 나온 구리 즙처럼, 모래와 자갈 위에 퍼져, 잠시 동안은 새의 형태가, 모래에 남아 있었지만, 그것도 두세 번 밝아졌다 어두워졌다 하는 사이에, 벌써 완전히 주위와 같은 색이 되어 버리는 것이었습니다.

새잡이는 스무 마리 정도, 주머니에 넣어 버리자, 갑자기 양손을 들고, 병사가 총알에 맞아, 죽을 때와 같은 모양을 했습니다. 라고 생각하니, 벌써 거기에 새잡이의 모습은 없어지고, 오히려,

"아아, 시원하네. 정말 몸에 딱 맞을 정도로 벌고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은 일은 없지."라는 귀에 익은 목소리가, 조반니의 옆에서 들렸습니다. 보니 새잡이는, 벌써 거기서 잡아 온 해오라기를, 가지런히 모아, 하나씩 다시 쌓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어떻게 저기에서, 단번에 여기로 온 건가요?" 조반니가, 왠지 당연한 것 같으면서도, 당연하지 않은 것 같은, 이상한 기분이 들어 물었습니다.

"어떻게라니, 오려고 했으니까 온 거지. 대체 당신들은, 어디에서 오셨소?"

조반니는, 바로 대답하려고 생각했지만, 자, 대체 어디에서 왔는지, 이제 도저히 생각해 낼 수 없었습니다. 캄파넬라도, 얼굴을 새빨갛게 하고 무언가 생각해 내려고 하고 있었습니다.

"아아, 먼 곳에서 오셨군요." 새잡이는, 알았다는 듯이 태연하게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이제 이 근처는 백조 구역의 끝입니다. 보십시오. 저것이 유명한 알비레오 관측소입니다."

창밖의, 마치 불꽃놀이로 가득한 듯한, 은하수 한가운데, 검고 커다란 건물이 네 채 정도 서 있고, 그 하나의 평평한 지붕 위에, 눈이 번쩍 뜨일 듯한, 청옥과 황옥의 커다란 두 개의 투명한 구슬이, 둥글게 조용히 빙글빙글 돌고 있었습니다. 노란 것이 점점 저쪽으로 돌아가고, 푸른 작은 것이 이쪽으로 다가오며, 이윽고 두 개의 끝은, 겹쳐져서, 아름다운 초록색 양면 볼록 렌즈 모양을 만들고, 그것도 점점, 가운데가 부풀어 오르기 시작하여, 드디어 푸른 것은, 완전히 황옥의 정면에 왔기 때문에, 초록색 중심과 노란 밝은 고리가 생겼습니다. 그것이 또 점점 옆으로 벗어나, 앞의 렌즈 모양을 반대로 반복하고, 드디어 쑥 떨어져서, 청옥은 저쪽으로 돌고, 노란 것은 이쪽으로 다가오며, 또 딱 아까와 같은 모양이 되었습니다. 은하의, 형체도 소리도 없는 물에 둘러싸여, 정말로 그 검은 측후소가, 잠들어 있는 것처럼, 조용히 가로놓여 있었습니다.

"저것은, 물의 속도를 재는 기계입니다. 물도……." 새잡이가 말을 꺼내려 했을 때,

"차표를 보여 주십시오." 세 사람의 옆에, 빨간 모자를 쓴 키 큰 차장이, 어느새 똑바로 서서 말했습니다. 새잡이는, 잠자코 품에서, 작은 종잇조각을 꺼냈습니다. 차장은 잠깐 보고, 바로 눈을 돌려, ("당신들의 것은?")이라는 듯이, 손가락을 움직이면서, 손을 조반니들 쪽으로 내밀었습니다.

"자," 조반니는 난처해서, 머뭇거리고 있었는데, 캄파넬라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작은 쥐색 차표를 꺼냈습니다. 조반니는, 완전히 당황해 버려서, 혹시 외투 주머니에라도, 들어 있었나 생각하며, 손을 넣어 보니, 무언가 커다랗게 접힌 종잇조각에 닿았습니다. 이런 것이 들어 있었나 생각하며, 급히 꺼내 보니, 그것은 네 번 접은 엽서 정도 크기의 초록색 종이였습니다. 차장이 손을 내밀고 있으니 아무거나 상관없다, 해 버리자 생각하고 건네주자, 차장은 똑바로 자세를 고쳐 정중하게 그것을 펼쳐 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읽으면서 외투의 단추 같은 것을 자꾸 고치고 있었고 등대지기도 아래에서 그것을 열심히 들여다보고 있었기 때문에, 조반니는 확실히 저것은 증명서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고 조금 가슴이 뜨거워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것은 3차원 공간에서 가져오신 건가요." 차장이 물었습니다.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 이제 괜찮다고 안심하면서 조반니는 그쪽을 올려다보며 쿡쿡 웃었습니다.

"괜찮습니다. 남십자성(서던 크로스)에 도착하는 것은, 다음 세 번째 시간쯤이 됩니다." 차장은 종이를 조반니에게 건네주고 저쪽으로 갔습니다.

캄파넬라는, 그 종잇조각이 무엇이었는지 몹시 기다렸다는 듯이 급히 들여다보았습니다. 조반니도 정말 빨리 보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그것은 온통 검은 당초무늬 같은 무늬 속에, 이상한 열 개 정도의 글자를 인쇄한 것으로 잠자코 보고 있자니 왠지 그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기분이 드는 것이었습니다. 그러자 새잡이가 옆에서 힐끗 그것을 보고 허둥지둥 말했습니다.

"어라, 이것은 대단한 것이구먼. 이것은 이제, 정말 하늘나라에까지 갈 수 있는 차표요. 하늘나라 어디가 아니라, 어디든 마음대로 다닐 수 있는 통행증입니다. 이것을 가지고 계시다면, 과연, 이런 불완전한 환상 4차원의 은하 철도 같은 건, 어디까지라도 갈 수 있을 게 분명하고요, 당신들 대단한 분들이구먼요."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 조반니가 얼굴을 붉히며 대답하면서 그것을 또 접어서 품속에 넣었습니다. 그리고 멋쩍어서 캄파넬라와 둘, 또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그 새잡이가 때때로 대단한 것이라는 듯이 힐끗힐끗 이쪽을 보고 있는 것이 어렴풋이 보였습니다.

"이제 곧 독수리 정거장이야." 캄파넬라가 건너편 강가의, 세 개 나란히 있는 작은 푸르스름한 삼각 표지와 지도를 비교하며 말했습니다.

조반니는 왠지 영문도 모른 채 갑자기 옆의 새잡이가 안쓰러워서 견딜 수 없어졌습니다. 해오라기를 잡고 신이 나서 기뻐하거나, 하얀 천으로 그것을 빙글빙글 싸거나, 사람의 차표를 깜짝 놀란 듯 곁눈질로 보고 허둥지둥 칭찬하거나, 그런 것을 하나하나 생각하고 있자니, 이제 그 알지도 못하는 새잡이를 위해, 조반니가 가지고 있는 것이든 먹을 것이든 무엇이든 다 해 주고 싶다, 이제 이 사람의 진정한 행복이 된다면 자신이 저 빛나는 은하수 강가에 서서 백 년 동안 계속 서서 새를 잡아 주어도 좋겠다는 기분이 들어, 도저히 더 이상 잠자코 있을 수 없어졌습니다. 정말 당신이 원하는 것은 대체 무엇입니까, 라고 물어보려고 했지만, 그렇게 말하는 것은 너무 갑작스러우니, 어떻게 할까 생각하며 돌아보았는데, 거기에는 이미 그 새잡이가 없었습니다. 짐칸 위에는 하얀 짐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또 창밖에서 발을 뻗고 하늘을 올려다보며 해오라기를 잡을 준비를 하고 있나 생각하고, 급히 그쪽을 보았지만, 밖은 온통 아름다운 모래와 하얀 억새의 물결뿐, 그 새잡이의 넓은 등도 뾰족한 모자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저 사람 어디로 간 걸까." 캄파넬라도 멍하니 그렇게 말했습니다.

"어디로 간 걸까. 대체 어디서 또 만날까. 나는 어떻게든 조금 그 사람에게 말을 건네지 못했어."

"아아,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

"나는 그 사람이 방해가 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 그래서 나는 매우 괴로워." 조반니는 이런 이상한 기분은, 정말 처음이고, 이런 것을 지금까지 말한 적도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왠지 사과 냄새가 나. 나 지금 사과 생각을 해서 그런가." 캄파넬라가 신기한 듯 주위를 둘러보았습니다.

"정말 사과 냄새야. 그리고 들장미 냄새도 나." 조반니도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역시 그것은 창문에서라도 들어오는 듯했습니다. 지금 가을이라 들장미 꽃 냄새가 날 리 없다고 조반니는 생각했습니다.

그러자 갑자기 그곳에, 윤기 나는 검은 머리의 여섯 살쯤 된 남자아이가 빨간 재킷의 단추도 채우지 않고 몹시 깜짝 놀란 듯한 얼굴을 하고 덜덜 떨며 맨발로 서 있었습니다. 옆에는 검은 양복을 제대로 입은 키 큰 청년이 온통 바람에 흔들리는 느티나무 같은 자세로, 남자아이의 손을 꼭 잡고 서 있었습니다.

"어머, 여기 어디야. 정말 예쁘다." 청년 뒤에도 열두 살쯤 된 눈이 갈색인 귀여운 여자아이가 검은 외투를 입고 청년의 팔에 매달려 신기한 듯 창밖을 보고 있었습니다.

"아아, 여기는 랭커셔다. 아니, 코네티컷 주다. 아니, 아아, 우리들은 하늘에 온 것이다. 우리는 하늘에 가는 것입니다. 보세요. 저 표시는 하늘의 표시입니다. 이제 아무것도 무서운 것이 없습니다. 우리는 하느님께 부름을 받은 것입니다." 검은 옷의 청년은 기쁨에 빛나며 그 여자아이에게 말했습니다. 그렇지만 왠지 또 이마에 깊이 주름을 새기고, 게다가 매우 지쳐 보이는 듯, 억지로 웃으면서 남자아이를 조반니의 옆에 앉혔습니다.

그리고 여자아이에게는 상냥하게 캄파넬라의 옆자리를 가리켰습니다. 여자아이는 순순히 그곳에 앉아, 단정하게 두 손을 모았습니다.

"나 누나한테 갈 거야." 자리에 앉자마자 남자아이는 얼굴을 찡그리며 등대지기의 맞은편 자리에 앉은 청년에게 말했습니다. 청년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슬픈 얼굴을 하고, 가만히 그 아이의, 곱슬곱슬하고 젖은 머리를 보았습니다. 여자아이는, 갑자기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흐느껴 울어 버렸습니다.

"아버지와 기쿠에 누나는 아직 여러 가지 일이 있는 거야. 그렇지만 곧 뒤따라 오실 거야. 그보다도, 어머니는 얼마나 오래 기다리고 계셨을까. 나의 소중한 타다시는 지금 어떤 노래를 부르고 있을까, 눈 내리는 아침에 모두와 손을 잡고 빙글빙글 딱총나무 덤불을 돌며 놀고 있을까 생각하거나 정말 기다리며 걱정하고 계시니까, 빨리 가서 어머니를 만나 뵙자."

"응, 하지만 나, 배를 타지 않았으면 좋았을 텐데."

"그래, 하지만, 보세요, 하늘, 어떻습니까, 저 훌륭한 강, 있지, 저곳은 그 여름 내내, '반짝반짝 작은 별'을 부르며 쉴 때, 항상 창문에서 희미하게 하얗게 보였었지. 저곳이에요. 그렇지, 예쁘지, 저렇게 빛나고 있어."

울고 있던 누나도 손수건으로 눈을 닦고 밖을 보았습니다. 청년은 가르치듯이 살짝 남매에게 또 말했습니다.

"우리는 이제 아무것도 슬픈 일 없어. 우리는 이렇게 좋은 곳을 여행하고, 곧 하느님 곁으로 갈 거야. 그곳이라면 이제 정말 밝고 냄새가 좋고 훌륭한 사람들로 가득해. 그리고 우리 대신 배를 탈 수 있었던 사람들은, 분명 모두 구조되어, 걱정하며 기다리는 각자의 아버지나 어머니나 자기 집으로 갈 거야. 자, 이제 곧이니까 기운을 내고 즐겁게 노래하며 가자." 청년은 남자아이의 젖은 듯한 검은 머리를 쓰다듬고, 모두를 위로하면서, 자신도 점점 얼굴빛이 밝아져 왔습니다.

"당신들은 어디에서 오셨습니까. 어떻게 된 일입니까." 아까의 등대지기가 겨우 조금 알아차린 듯 청년에게 물었습니다. 청년은 희미하게 웃었습니다.

"아니, 빙산에 부딪쳐서 배가 침몰해서요, 저희는 이쪽 아버지가 급한 일로 두 달 전 먼저 본국으로 돌아가셨기 때문에 나중에 출발했던 것입니다. 저는 대학에 다니고 있었고, 가정교사로 고용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딱 열이틀째, 오늘이나 어제쯤입니다, 배가 빙산에 부딪쳐서 한 번에 기울어 이제 막 침몰하려고 했습니다. 달빛은 어딘가 희미하게 있었지만, 안개가 매우 짙었습니다. 그런데 보트는 좌현 쪽 절반은 이미 망가져 있었기 때문에, 도저히 모두는 다 탈 수 없었습니다. 이제 곧 배는 침몰하고, 저는 필사적으로, 부디 어린아이들을 태워 주세요라고 외쳤습니다. 가까이 있던 사람들은 바로 길을 열어 주고 그리고 아이들을 위해 기도해 주었습니다. 그렇지만 거기에서 보트까지의 곳에는 아직 어린아이들이나 부모들이나 해서, 도저히 밀어낼 용기가 없었습니다. 그래도 저는 어떻게든 이 사람들을 돕는 것이 제 의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앞에 있는 아이들을 밀어내려고 했습니다. 그렇지만 또 그렇게 해서 구해 주는 것보다 이대로 하느님 앞으로 모두 함께 가는 것이 정말 이 사람들의 행복이라고도 생각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또 그 하느님을 배반하는 죄는 저 혼자 짊어지고 꼭 구해 주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지만 어떻게 보고 있자니 그것을 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아이들만 보트 안에 들여보내 주고 어머니가 광기처럼 키스를 보내고 아버지가 슬픈 것을 꾹 참고 똑바로 서 있는 등 정말이지 창자가 끊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는 사이 배는 이제 점점 침몰하니까, 저는 이제 완전히 각오하고 이 사람들 두 명을 안고, 띄울 수 있는 만큼은 띄우려고 뭉쳐서 배가 침몰하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누가 던졌는지 구명 부표가 하나 날아왔지만 미끄러져서 저 멀리 가 버렸습니다. 저는 있는 힘껏 갑판의 격자가 된 곳을 놓아, 세 사람이 그것에 꼭 붙잡았습니다. 어디선가 '몇 번!' 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순식간에 모두는 여러 나라 말로 한꺼번에 그것을 노래했습니다. 그때 갑자기 큰 소리가 나고 우리는 물에 떨어져 이제 소용돌이에 들어갔다고 생각하면서 꼭 이 사람들을 안고 그러고 나서 멍해졌다고 생각하니 벌써 이곳에 와 있었던 것입니다. 이 사람들의 어머니는 재작년에 돌아가셨습니다. 네, 보트는 분명 구조되었을 것입니다, 어쨌든 꽤 숙련된 사공들이 노를 저어 재빨리 배에서 멀어져 있었으니까요."

주위에서 작은 기도의 소리가 들리고 조반니도 캄파넬라도 지금까지 잊고 있었던 여러 가지 일을 멍하니 떠올리고 눈이 뜨거워졌습니다.

("아아, 그 큰 바다는 태평양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 빙산이 흐르는 북쪽 끝의 바다에서, 작은 배를 타고, 바람과 얼어붙는 바닷물과, 격렬한 추위와 싸우며, 누군가가 있는 힘껏 일하고 있다. 나는 그 사람에게 정말 안쓰럽고 그리고 미안한 기분이 든다. 나는 그 사람의 행복을 위해 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조반니는 고개를 숙이고, 완전히 침울해져 버렸습니다.

"무엇이 행복인지 모르겠습니다. 정말 어떤 괴로운 일이라도 그것이 올바른 길을 가는 중에 일어나는 일이라면 고개의 오르막도 내리막도 모두 진정한 행복에 가까워지는 한 걸음씩이니까요."

등대지기가 위로하고 있었습니다.

"아아, 그렇습니다. 다만 가장 큰 행복에 이르기 위해 여러 가지 슬픔도 모두 겪으시는 것입니다."

청년이 기도하듯이 그렇게 대답했습니다.

그리고 그 남매는 이미 지쳐서 각자 자리에 기대어 잠들어 있었습니다. 아까 그 맨발이었던 발에는 어느새 하얗고 부드러운 신발을 신고 있었습니다.

덜컹덜컹 기차는 눈부신 인광의 강가를 나아갔습니다. 건너편 창문을 보니, 들판은 마치 환등 같았습니다. 백 개 천 개의 크고 작은 여러 가지 삼각 표지, 그 큰 것 위에는 빨간 점을 찍은 측량 깃발도 보이고, 들판 끝은 그것들이 온통, 많이 많이 모여서 뿌옇게 푸르스름한 안개처럼, 거기에서 혹은 더 저쪽에서 때때로 여러 가지 모양의 희미한 봉화 같은 것이, 번갈아 아름다운 도라지색 하늘에 쏘아 올려지는 것이었습니다. 정말로 그 투명하고 깨끗한 바람은, 장미 향기로 가득했습니다.

"어떠세요? 이런 사과는 처음이시겠죠." 맞은편 좌석의 등대지기가 어느새 황금색과 붉은색으로 아름답게 채색된 커다란 사과를 떨어뜨리지 않도록 두 손으로 무릎 위에 안고 있었습니다.

"어머나, 어디서 온 건가요? 정말 훌륭하네요. 이 근처에서는 이런 사과가 열리나요?" 청년은 정말 깜짝 놀란 듯 등대지기의 두 손에 안긴 한 무더기의 사과를 눈을 가늘게 뜨거나 고개를 기울이거나 하면서 정신없이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아니, 자, 드십시오. 부디, 자, 드십시오."

청년은 하나를 집어 조반니들 쪽을 잠깐 보았습니다.

"자, 저쪽 도련님들. 어떠세요? 드십시오."

조반니는 도련님이라고 불린 것이 조금 언짢아서 잠자코 있었지만 캄파넬라는

"고마워."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청년은 직접 집어 하나씩 두 사람에게 보내 주었기 때문에 조반니도 일어서서 고맙다고 말했습니다.

등대지기는 겨우 두 팔을 쓸 수 있게 되었으므로 이번에는 직접 하나씩 잠들어 있는 남매의 무릎에 살짝 놓았습니다.

"정말 고마워요. 어디에서 나는 건가요? 이렇게 훌륭한 사과는."

청년은 자세히 보면서 말했습니다.

"이 근처에서는 물론 농업을 하기는 하지만 대개 저절로 좋은 것이 열리도록 되어 있습니다. 농업이라고 해도 그렇게 힘이 들지는 않습니다. 대개 자신이 원하는 씨앗만 뿌리면 저절로 쑥쑥 자랍니다. 쌀도 태평양 근처처럼 껍질도 없고 열 배나 크고 냄새도 좋습니다. 그렇지만 당신들이 계신 곳이라면 농업은 이제 없습니다. 사과든 과자든 찌꺼기가 조금도 없기 때문에 모두 그 사람 그 사람에 따라 다른 약간의 좋은 향기가 되어 털구멍에서 흩어져 버리는 것입니다."

갑자기 남자아이가 번쩍 눈을 뜨고 말했습니다.

"아아 나 지금 엄마 꿈을 꾸고 있었어. 엄마가 말이야 훌륭한 찬장이나 책이 있는 곳에 있었는데, 나를 보고 손을 내밀고 싱글벙글 싱글벙글 웃었어. 나 엄마, 사과를 주워다 드릴까요 했더니 눈이 떠졌어. 아아 여기 아까 기차 안이네."

"그 사과가 여기 있습니다. 이 아저씨에게 받은 거예요." 청년이 말했습니다.

"고마워요 아저씨. 어라, 카오루 누나는 아직 자네, 나 깨워 줘야지. 누나. 봐, 사과를 받았어. 일어나 봐."

누나는 웃으며 눈을 뜨고 눈부신 듯 두 손으로 눈을 가렸다가 사과를 보았습니다. 남자아이는 마치 파이를 먹듯이 벌써 그것을 먹고 있었고, 모처럼 깎은 그 깨끗한 껍질도, 빙글빙글 코르크 스크루처럼 되어 바닥에 떨어지기까지에는 순식간에, 잿빛으로 빛나며 증발해 버리는 것이었습니다.

두 사람은 사과를 소중히 주머니에 넣었습니다.

강 하류의 건너편 강가에 푸르게 우거진 커다란 숲이 보이고, 그 가지에는 익어서 새빨갛게 빛나는 둥근 열매가 가득, 그 숲 한가운데 높은 높은 삼각 표지가 서 있고, 숲 속에서는 오케스트라 벨이나 실로폰에 섞여 형언할 수 없이 아름다운 음색이, 녹아내리듯이 스며들듯이 바람을 따라 흘러오는 것이었습니다.

청년은 움찔하고 몸을 떨듯이 했습니다.

잠자코 그 곡을 듣고 있자니, 주위에 온통 노란색이나 옅은 초록색의 밝은 들판이나 깔개가 펼쳐지고, 또 새하얀 밀랍 같은 이슬이 태양의 표면을 스쳐 가는 것처럼 생각되었습니다.

"저 까마귀 좀 봐." 캄파넬라의 옆에 있던 카오루라고 불린 여자아이가 외쳤습니다.

"까마귀가 아니야. 모두 까치야." 캄파넬라가 또 무심하게 꾸짖듯이 외쳤기 때문에, 조반니는 또 무심코 웃었고, 여자아이는 멋쩍어했습니다. 정말로 강가의 푸르스름한 불빛 위에, 검은 새가 많이 많이 가득히 줄지어 앉아 가만히 강의 미광을 받고 있었던 것입니다.

"까치네요, 머리 뒤쪽에 털이 삐죽 뻗어 있으니까요." 청년은 어색함을 무마하듯이 말했습니다.

건너편 푸른 숲 속의 삼각 표지는 완전히 기차의 정면에 왔습니다. 그때 기차의 저 뒤쪽에서 그 귀에 익은 '몇 번' 하는 찬송가 곡조가 들려왔습니다. 꽤 많은 인원이 합창하고 있는 듯했습니다. 청년은 휙 얼굴빛이 파랗게 질려, 일어서서 한 번 그쪽으로 갈 듯했지만 다시 생각해 내고 다시 앉았습니다. 카오루 아이는 손수건으로 얼굴을 가려 버렸습니다. 조반니까지 왠지 코가 이상해졌습니다. 그렇지만 언제부터인지 누구랄 것도 없이 그 노래는 불리기 시작해 점점 뚜렷하고 강해졌습니다. 무심코 조반니도 캄파넬라도 함께 노래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리고 푸른 감람나무 숲이 보이지 않는 은하수 건너편에 서글프게 빛나면서 점점 뒤쪽으로 가 버리고 거기에서 흘러오는 신비한 악기 소리도 이제 기차 소리나 바람 소리에 닳아져서 아주 희미해졌습니다.

"저기 공작이 있어."

"네, 많이 있었어요." 여자아이가 대답했습니다.

조반니는 그 작아지고 작아져 이제 하나의 초록색 조개 단추처럼 보이는 숲 위에 살짝살짝 푸르스름하게 때때로 빛나며 그 공작이 날개를 펴거나 접거나 하는 빛의 반사를 보았습니다.

"맞아, 공작 소리도 아까 들렸어." 캄파넬라가 카오루 아이에게 말했습니다.

"네, 서른 마리 정도는 확실히 있었어요. 하프처럼 들렸던 것은 모두 공작이에요." 여자아이가 대답했습니다. 조반니는 갑자기 형언할 수 없이 슬픈 기분이 들어 무심코

"캄파넬라, 여기서 뛰어내려 놀다 가자."라고 무서운 얼굴을 하고 말하려고 할 정도였습니다.

강은 둘로 갈라졌습니다. 그 캄캄한 섬 한가운데 높은 높은 망루가 하나 세워져 있고 그 위에 한 명의 헐렁한 옷을 입고 빨간 모자를 쓴 남자가 서 있었습니다. 그리고 양손에 빨간색과 파란색 깃발을 들고 하늘을 올려다보며 신호하고 있었습니다. 조반니가 보는 동안 그 사람은 열심히 빨간 깃발을 흔들고 있었지만 갑자기 빨간 깃발을 내리고 뒤로 감추듯이 하며 파란 깃발을 높이 높이 들고 마치 오케스트라 지휘자처럼 격렬하게 흔들었습니다. 그러자 공중에 쏴 하는 빗소리 같은 소리가 나고 무언가 캄캄한 것이 여러 덩어리 여러 덩어리 총알처럼 강의 건너편으로 날아가는 것이었습니다. 조반니는 무심코 창문에서 몸을 반쯤 내밀고 그쪽을 올려다보았습니다. 아름답고 아름다운 도라지색의 텅 빈 하늘 아래를 정말 몇만이나 되는 작은 새들이 여러 무리 여러 무리 각자 바쁘게 바쁘게 울며 지나가는 것이었습니다.

"새가 날아간다." 조반니가 창밖에서 말했습니다.

"어디 보자." 캄파넬라도 하늘을 보았습니다. 그때 그 망루 위의 헐렁한 옷의 남자는 갑자기 빨간 깃발을 들고 광기처럼 흔들어댔습니다. 그러자 딱 새의 무리는 지나가지 않게 되고 그와 동시에 쏴 하는 뭉개진 듯한 소리가 강 하류 쪽에서 일어났고 그러고 나서 잠시 조용해졌습니다. 라고 생각하니 그 빨간 모자의 신호수가 또 파란 깃발을 흔들며 외치고 있었던 것입니다.

"지금이야 건너라 철새, 지금이야 건너라 철새." 그 목소리도 똑똑히 들렸습니다. 그와 함께 또 몇만이나 되는 새의 무리가 하늘을 똑바로 가로지른 것입니다. 두 사람이 얼굴을 내밀고 있는 가운데 창문에서 그 여자아이가 얼굴을 내밀어 아름다운 뺨을 빛내면서 하늘을 우러러보았습니다.

"정말, 이 새들, 많네요. 어머나, 하늘 정말 예쁘다." 여자아이는 조반니에게 말을 걸었지만 조반니는 건방진, 싫다, 라고 생각하면서 잠자코 입을 다물고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습니다. 여자아이는 작게 한숨을 쉬고 잠자코 자리로 돌아갔습니다. 캄파넬라가 안쓰러운 듯 창문에서 얼굴을 집어넣고 지도를 보고 있었습니다.

"저 사람 새들에게 가르치고 있는 걸까요." 여자아이가 살짝 캄파넬라에게 물었습니다.

"철새에게 신호하는 거예요. 분명 어딘가에서 봉화가 올라오기 때문일 거예요." 캄파넬라가 조금 어색하게 대답했습니다. 그리고 차 안은 조용해졌습니다. 조반니는 이제 고개를 집어넣고 싶었지만 밝은 곳에 얼굴을 내미는 것이 괴로워서 잠자코 참고 그대로 서서 휘파람을 불고 있었습니다.

("왜 나는 이렇게 슬픈 걸까. 나는 마음가짐을 더 깨끗하고 크게 가져야 해. 저쪽 강가 저 멀리에 마치 연기 같은 작은 푸른 불이 보여. 저것은 정말 조용하고 차가워. 나는 저것을 잘 보고 마음을 진정시키는 거야.") 조반니는 화끈거리고 아픈 머리를 두 손으로 누르듯이 하면서 그쪽을 보았습니다. ("아아, 정말 어디까지나 어디까지나 나와 함께 갈 사람은 없을까. 캄파넬라조차 저런 여자아이와 재미있게 이야기하고 있고 나는 정말 괴롭다.") 조반니의 눈은 또 눈물로 가득 차고 은하수도 마치 멀리 가 버린 것처럼 희미하게 하얗게 보일 뿐이었습니다.

그때 기차는 점점 강에서 멀어져 벼랑 위를 지나게 되었습니다. 건너편 강가도 또 검은 색의 벼랑이 강의 강가를 하류로 내려갈수록 점점 높아져 가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힐끗 커다란 옥수수 나무를 보았습니다. 그 잎은 빙글빙글 오그라져 잎 아래에는 이미 아름다운 초록색의 커다란 껍질이 붉은 털을 내뿜고 진주 같은 열매도 힐끗 보였던 것입니다. 그것은 점점 수를 늘려 이제는 줄처럼 벼랑과 선로 사이에 늘어서 있고 무심코 조반니가 창문에서 얼굴을 집어넣고 반대쪽 창문을 보았을 때는 아름다운 하늘의 들판 지평선 끝까지 그 커다란 옥수수 나무가 거의 온통 심어져 사각사각 바람에 흔들리고 그 훌륭한 오그라진 잎 끝에서는 마치 낮 동안 가득 햇빛을 흡수한 금강석처럼 이슬이 가득 붙어 붉은색이나 초록색으로 반짝반짝 타오르며 빛나고 있었습니다. 캄파넬라가 "저거 옥수수네."라고 조반니에게 말했지만 조반니는 도저히 기분이 나아지지 않았기 때문에 그저 퉁명스럽게 들판을 본 채 "그렇겠지."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때 기차는 점점 조용해져 몇 개의 신호와 선로 전환기 불빛을 지나 작은 정거장에 멈추었습니다.

그 정면의 푸르스름한 시계는 딱 두 시를 가리키고 그 추는 바람도 없어지고 기차도 움직이지 않는 조용하고 조용한 들판 속에서 똑딱똑딱 정확하게 시간을 새겨 가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정말 그 추 소리의 끊어지는 틈을 먼 곳 먼 곳의 들판 끝에서, 희미하고 희미한 선율이 실처럼 흘러오는 것이었습니다. "신세계 교향곡이다." 누나가 혼잣말처럼 이쪽을 보면서 살짝 말했습니다. 정말 이제 차 안에서는 그 검은 옷의 키 큰 청년도 누구도 모두 다정한 꿈을 꾸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조용하고 좋은 곳에서 나는 왜 더 유쾌해질 수 없을까. 왜 이렇게 혼자 외로운 걸까. 그렇지만 캄파넬라 같은 건 너무 심해, 나와 함께 기차를 타고 있으면서 완전히 저런 여자아이하고만 이야기하고 있다니. 나는 정말 괴롭다.") 조반니는 또 두 손으로 얼굴을 반쯤 가리듯이 하며 맞은편 창문 밖을 응시하고 있었습니다. 투명한 유리 같은 피리가 울리고 기차는 조용히 움직이기 시작했고, 캄파넬라도 쓸쓸하게 별을 헤는 휘파람을 불었습니다.

"네, 네, 이제 이 근처는 심한 고원이라서요." 뒤쪽에서 누군가 나이 든 사람의 이제 막 눈을 떴다는 듯 또렷하게 이야기하는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옥수수도 막대로 두 자나 구멍을 뚫어 놓고 거기에 심지 않으면 자라지 않습니다."

"그런가요. 강까지는 꽤 멀까요."

"네에에 강까지는 2천 자에서 6천 자 있습니다. 이제 완전히 심한 협곡이 되어 있는 것입니다."

맞아 맞아 여기는 콜로라도 고원이 아니었던가, 조반니는 무심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캄파넬라는 아직 쓸쓸하게 혼자 휘파람을 불고, 여자아이는 마치 비단으로 싼 사과 같은 얼굴빛을 하고 조반니가 보는 쪽을 보고 있었습니다. 갑자기 옥수수가 없어지고 거대한 검은 들판이 가득 펼쳐졌습니다. 신세계 교향곡은 점점 뚜렷하게 지평선 끝에서 솟아오르고 그 캄캄한 들판 속을 한 명의 인디언이 흰 새의 깃털을 머리에 꽂고 많은 돌을 팔과 가슴에 장식하고 작은 활에 화살을 메워 허둥지둥 기차를 쫓아오는 것이었습니다.

"어머, 인디언이에요. 인디언이에요. 보세요."

검은 옷의 청년도 눈을 떴습니다. 조반니도 캄파넬라도 일어섰습니다.

"달려온다, 어머, 달려온다. 쫓아오고 있는 거겠지."

"아니요, 기차를 쫓는 것이 아니에요. 사냥을 하거나 춤을 추거나 하고 있는 거예요." 청년은 이제 어디에 있는지 잊었다는 듯 주머니에 손을 넣고 서 있으면서 말했습니다.

정말 인디언은 반은 춤을 추고 있는 듯했습니다. 우선 달리는 것을 보더라도 발의 움직임이 더 경제적이고 진지해 보였습니다. 갑자기 뚜렷하게 하얀 그 깃털은 앞쪽으로 쓰러질 듯이 되고 인디언은 딱 멈춰 서서 재빨리 활을 하늘에 당겼습니다. 거기에서 한 마리의 두루미가 비틀거리며 떨어져 다시 달리기 시작한 인디언의 크게 펼친 두 손에 떨어졌습니다. 인디언은 기쁜 듯 서서 웃었습니다. 그리고 그 두루미를 가지고 이쪽을 보고 있는 모습도 이제 점점 작아지고 멀어져 전신주의 애자가 반짝반짝 이어져 두 개 정도 빛나고 또 옥수수 숲이 되어 버렸습니다. 이쪽 창문을 보니 기차는 정말 높고 높은 벼랑 위를 달리고 있고 그 골짜기 밑에는 강이 역시 폭넓고 밝게 흐르고 있었습니다.

"네, 이제 이 근처부터 내리막입니다. 어쨌든 이번에는 한 번에 저 수면까지 내려가는 것이니까 쉽지 않습니다. 이 경사가 있기 때문에 기차는 결코 저쪽에서 이쪽으로는 오지 않습니다. 자, 이제 점점 빨라졌죠." 아까의 노인 같은 목소리가 말했습니다.

점점 점점 기차는 내려갔습니다. 벼랑 끝에 철도가 걸릴 때는 강이 밝게 아래로 내려다보였습니다. 조반니는 점점 기분이 밝아져 왔습니다. 기차가 작은 오두막 앞을 지나고 그 앞에 풀이 죽은 한 아이가 서서 이쪽을 보고 있을 때 등은 무심코 와 하고 외쳤습니다.

점점 점점 기차는 달려갔습니다. 방 안의 사람들은 반쯤 뒤쪽으로 넘어질 듯이 되면서 자리에 꼭 붙잡고 있었습니다. 조반니는 무심코 캄파넬라와 웃었습니다. 이제 그리고 은하수는 기차의 바로 옆을 지금까지 꽤 격렬하게 흘러왔던 듯 때때로 반짝이며 흐르고 있었습니다. 옅은 붉은 강변 패랭이꽃이 여기저기 피어 있었습니다. 기차는 겨우 안정을 찾은 듯 천천히 달리고 있었습니다.

저쪽과 이쪽 강가에 별 모양과 곡괭이를 그린 깃발이 서 있었습니다.

"저건 무슨 깃발일까?" 조반니가 겨우 입을 열었습니다.

"글쎄, 모르겠네, 지도에도 없는 걸. 철로 만든 배가 놓여 있네."

"아아."

"다리를 놓는 곳이 아닐까요." 여자아이가 말했습니다.

"아아 저건 공병 깃발이네. 가교(架橋) 연습을 하고 있는 거야. 그렇지만 군인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네."

그때 건너편 강가 가까이 조금 하류 쪽에서 보이지 않는 은하수의 물이 번쩍 빛나 기둥처럼 높이 솟아오르며 쾅 하고 격렬한 소리가 났습니다.

"발파(發破)다, 발파다." 캄파넬라는 깡충 뛰었습니다.

그 기둥처럼 된 물은 보이지 않게 되고 커다란 연어와 송어가 반짝반짝 하얗게 배를 빛내며 공중에 던져 올려져 둥근 원을 그리며 다시 물에 떨어졌습니다. 조반니는 이제 깡충 뛰고 싶을 정도로 기분이 가벼워져서 말했습니다.

"하늘의 공병 대대다. 어때, 송어 같은 것들이 마치 이렇게 되어 튀어 올려졌네. 나 이런 유쾌한 여행은 해 본 적 없어. 정말 좋네."

"저 송어라면 가까이서 보면 이만할 거야. 물고기가 많이 있구나, 이 물속에."

"작은 물고기도 있겠죠." 여자아이가 이야기에 끌려들어 말했습니다.

"있겠지. 큰 것이 있으니까 작은 것도 있겠지. 그렇지만 멀어서 지금 작은 것은 보이지 않았네." 조반니는 이제 완전히 기분이 풀려 재미있어하며 웃으며 여자아이에게 대답했습니다.

"저기 분명 쌍둥이 별의 신전일 거야." 남자아이가 갑자기 창밖을 가리키며 외쳤습니다.

오른쪽의 낮은 언덕 위에 작은 수정으로라도 만든 듯한 두 개의 신전이 나란히 서 있었습니다.

"쌍둥이 별의 신전이라니 뭐야."

"나 전에 여러 번 엄마에게 들었어. 제대로 작은 수정 신전으로 두 개 나란히 있으니까 분명 그럴 거야."

"이야기해 봐. 쌍둥이 별이 뭘 했다는 거야."

"나도 알고 있어. 쌍둥이 별이 들판에 놀러 나갔다가 까마귀와 싸웠을 거야."

"그렇지 않아. 그게 아니라, 은하수 강가에, 엄마가 이야기해 주셨는데……"

"그리고 혜성이 윙윙 휙 윙윙 휙 하며 왔었지."

"싫어 와타아, 그렇지 않아. 그건 다른 이야기야."

"그러면 저기에서 지금 피리를 불고 있는 걸까."

"지금 바다에 가 있어."

"안 돼. 벌써 바다에서 올라오셨어."

"맞아 맞아. 나 알고 있어, 내가 이야기할게."

강의 건너편 강가가 갑자기 붉어졌습니다. 버드나무 같은 나무들도 새까맣게 비쳐 보이고 보이지 않는 은하수의 물결도 때때로 바늘처럼 붉게 빛났습니다. 정말로 건너편 강가의 들판에 커다란 새빨간 불이 타오르고 그 검은 연기는 높이 도라지색의 차가워 보이는 하늘까지 태울 듯했습니다. 루비보다 붉게 투명하고 리튬보다 아름답게 취한 듯 그 불은 타고 있었습니다.

"저것은 무슨 불일까. 저렇게 붉게 빛나는 불은 무엇을 태우면 만들 수 있을까." 조반니가 말했습니다.

"전갈의 불이겠지." 캄파넬라가 또 지도와 씨름하며 대답했습니다.

"어머, 전갈의 불이라면 나 알고 있어."

"전갈의 불이 뭔데." 조반니가 물었습니다.

"전갈이 타서 죽은 거야. 그 불이 지금도 타고 있다고 나 여러 번 아버지에게 들었어."

"전갈은, 벌레잖아."

"네, 전갈은 벌레야. 하지만 좋은 벌레야."

"전갈은 좋은 벌레가 아니야. 나 박물관에서 알코올에 담가져 있는 것을 봤어. 꼬리에 이런 갈고리가 있어서 그것에 쏘이면 죽는다고 선생님이 말했어."

"맞아. 하지만 좋은 벌레야, 아버지가 이렇게 말씀하셨어. 옛날 발드라의 들판에 한 마리의 전갈이 있어 작은 벌레 같은 것을 죽여 먹고 살았대. 그러다 어느 날 족제비에게 발견되어 잡아먹힐 뻔했대. 전갈은 있는 힘껏 도망치고 도망쳤지만 마침내 족제비에게 붙잡힐 뻔했어, 그때 갑자기 앞에 우물이 있어 그 안에 빠져 버렸어, 이제 도저히 올라갈 수 없어 전갈은 빠지기 시작했어. 그때 전갈은 이렇게 말하며 기도했다고 해.

'아아, 나는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것들의 목숨을 빼앗았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그 내가 이번에 족제비에게 잡히려고 했을 때는 저렇게 있는 힘껏 도망쳤다. 그래도 마침내 이렇게 되어 버렸다. 아아 아무것도 믿을 것이 없다. 왜 나는 내 몸을 가만히 족제비에게 주어 버리지 않았을까. 그랬다면 족제비도 하루를 살아남았을 텐데. 부디 하느님. 제 마음을 보아 주세요. 이렇게 헛되이 목숨을 버리지 않고 부디 다음에는 진정 모두의 행복을 위해 제 몸을 써 주세요.' 라고 말했다고 해. 그러자 어느새 전갈은 자신의 몸이 새빨갛고 아름다운 불이 되어 밤의 어둠을 밝히고 있는 것을 보았대. 지금도 타고 있다고 아버지가 말씀하셨어. 정말 저 불 그것이야."

"맞아. 보아라. 저 주변의 삼각 표지는 딱 전갈 모양으로 늘어서 있어."

조반니는 정말 그 커다란 불 건너편에 세 개의 삼각 표지가 딱 전갈의 팔처럼 이쪽에 다섯 개의 삼각 표지가 전갈의 꼬리나 갈고리처럼 늘어서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정말 그 새빨갛고 아름다운 전갈의 불은 소리 없이 밝게 밝게 타올랐습니다.

그 불이 점점 뒤쪽으로 될수록 모두는 형언할 수 없이 떠들썩한 여러 가지 음악 소리나 풀꽃의 향기 같은 것, 휘파람이나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 등을 들었습니다. 그것은 이제 곧 가까이에 마을 같은 것이 있어 그곳에 축제라도 있다는 듯한 기분이 드는 것이었습니다.

"켄타우루스 이슬을 내리게 해 주세요." 갑자기 지금까지 잠자고 있던 조반니의 옆 남자아이가 건너편 창문을 보면서 외치고 있었습니다.

아아 그곳에는 크리스마스 트리처럼 새파란 전나무와 가문비나무가 서 있고 그 안에는 많은 많은 꼬마전구들이 마치 천 마리의 반딧불이라도 모인 듯 붙어 있었습니다.

"아아, 그렇다, 오늘 밤 켄타우루스 축제구나."

"아아, 여기는 켄타우루스 마을이야." 캄파넬라가 바로 말했습니다. (이하 원고 한 장? 없음)

"공 던지기라면 나 절대 빗맞히지 않아."

남자아이가 큰소리로 뽐내며 말했습니다.

"이제 곧 서던 크로스(남십자성)입니다. 내릴 준비를 하세요." 청년이 모두에게 말했습니다.

"나도 조금 더 기차 탈 건데." 남자아이가 말했습니다. 캄파넬라의 옆 여자아이는 안절부절못하며 준비를 시작했지만 역시 조반니들과 헤어지고 싶지 않은 모습이었습니다.

"여기서 내려야만 하는 거예요." 청년은 단호하게 입을 다물고 남자아이를 내려다보며 말했습니다.

"싫어. 나 조금 더 기차 타고 나서 갈 거야."

조반니가 참지 못하고 말했습니다.

"우리와 함께 타고 가자. 우리는 어디까지든 갈 수 있는 차표 가지고 있어."

"하지만 우리 이제 여기서 내려야만 해. 여기 하늘나라에 가는 곳이니까." 여자아이가 쓸쓸하게 말했습니다.

"하늘나라 같은 데 가지 않아도 되잖아. 우리 여기서 하늘나라보다 더 좋은 곳을 만들어야 한다고 우리 선생님이 말했어."

"하지만 엄마도 가 계시고 그리고 하느님이 말씀하시는 거야."

"그런 하느님은 거짓 하느님이야."

"네 하느님이 거짓 하느님이야."

"그렇지 않아."

"네 하느님은 어떤 하느님인가요." 청년은 웃으면서 말했습니다.

"나 사실은 잘 몰라, 그렇지만 그런 것이 아니라 진정한 단 한 분의 하느님이야."

"진정한 하느님은 물론 단 한 분입니다."

"아아, 그런 것이 아니라 단 한 분의 진정한 진정한 하느님이야."

"그러니까 그렇지 않습니까. 저는 당신들이 머지않아 그 진정한 하느님 앞에서 우리와 만나게 되기를 기도합니다." 청년은 겸손하게 두 손을 모았습니다. 여자아이도 딱 그와 같이 했습니다. 모두 정말 이별을 아쉬워하는 듯 그 얼굴빛도 조금 파랗게 보였습니다. 조반니는 하마터면 소리를 내어 울 뻔했습니다.

"자 이제 준비는 다 되었나요. 곧 서던 크로스니까요."

아아 그때였습니다. 보이지 않는 은하수의 저 하류에 파란색이나 주황색이나 이제 모든 빛으로 장식된 십자가가 마치 한 그루의 나무처럼 강 속에서 솟아올라 빛나고 그 위에는 푸르스름한 구름이 둥근 고리가 되어 후광처럼 드리워져 있었습니다. 기차 안이 마치 웅성거렸습니다. 모두 저 북쪽 십자가 때처럼 똑바로 서서 기도를 시작했습니다. 저쪽에도 이쪽에도 아이가 수박에 달려들었을 때와 같은 기쁨의 소리나 형언할 수 없는 깊은 겸손한 한숨 소리만이 들려왔습니다. 그리고 점점 십자가는 창문의 정면이 되고 저 사과 과육 같은 푸르스름한 고리의 구름도 완만하게 완만하게 맴돌고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할렐루야 할렐루야." 밝고 즐겁게 모두의 목소리는 울려 퍼지고 모두는 그 하늘의 먼 곳에서 차가운 하늘의 먼 곳에서 투명하고 형언할 수 없이 상쾌한 나팔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많은 신호나 전등 불빛 속을 기차는 점점 완만해지더니 드디어 십자가의 바로 맞은편에 가서 완전히 멈추었습니다.

"자, 내리는 거예요." 청년은 남자아이의 손을 잡아 점점 저쪽 출구 쪽으로 걸어 나갔습니다.

"그럼 안녕." 여자아이가 뒤돌아보며 두 사람에게 말했습니다.

"안녕." 조반니는 마치 울고 싶은 것을 참고 화난 듯 퉁명스럽게 말했습니다. 여자아이는 정말 괴로운 듯 눈을 크게 뜨고 한 번 이쪽을 뒤돌아보았다가 그 후에는 이제 잠자코 나가 버렸습니다. 기차 안은 이제 절반 이상도 비어 버려 갑자기 텅 비고 쓸쓸해져 바람이 가득 불어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보니 모두는 겸손하게 줄을 지어 저 십자가 앞의 은하수 물가에 무릎을 꿇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보이지 않는 은하수 물을 건너 한 명의 신성하고 숭고한 흰 옷의 사람이 손을 뻗어 이쪽으로 오는 것을 두 사람은 보았습니다. 그렇지만 그때는 이미 유리 호각이 울리고 기차는 움직이기 시작한다고 생각하는 사이에 은색 안개가 강 하류 쪽에서 스르륵 흘러와 이제 저쪽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다만 많은 호두나무가 잎을 환하게 빛내며 그 안개 속에 서 있고 황금 원광을 가진 전기 다람쥐가 귀여운 얼굴을 그 속에서 힐끗힐끗 내다보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그때 스르륵 안개가 걷혔습니다. 어딘가로 가는 큰길처럼 작은 전등이 일렬로 붙은 거리가 있었습니다. 그것은 잠시 선로를 따라 이어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두 사람이 그 불빛 앞을 지나갈 때는 그 작은 콩알만 한 불은 마치 인사라도 하듯이 톡 꺼지고 두 사람이 지나갈 때 다시 켜지는 것이었습니다.

돌아보니 아까의 십자가는 완전히 작아져 정말 이제 그대로 가슴에도 매달 수 있을 것 같았고, 아까의 여자아이와 청년들이 그 앞의 하얀 물가에 아직 무릎을 꿇고 있는지 아니면 어딘가 방향도 모르는 그 하늘나라로 갔는지 희미해서 분간할 수 없었습니다.

조반니는 아아 하고 깊이 숨을 쉬었습니다.

"캄파넬라, 또 우리 둘만 남았네. 어디까지나 어디까지나 함께 가자. 나는 이제 저 전갈처럼 정말 모두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내 몸 따위 백 번 태워도 상관없어."

"응. 나도 그래." 캄파넬라의 눈에는 맑은 눈물이 맺혀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진정한 행복은 대체 무엇일까." 조반니가 말했습니다.

"나 몰라." 캄파넬라가 멍하니 말했습니다.

"우리 힘내자." 조반니가 가슴 가득 새로운 힘이 솟아나는 듯 후 하고 숨을 쉬며 말했습니다.

"아, 저기 석탄 주머니야. 하늘의 구멍이야." 캄파넬라가 조금 그쪽을 피하듯이 하면서 은하수 한 곳을 가리켰습니다. 조반니는 그쪽을 보고 마치 깜짝 놀랐습니다. 은하수 한 곳에 커다란 캄캄한 구멍이 뻥 하고 뚫려 있는 것입니다. 그 바닥이 얼마나 깊은지 그 안쪽에 무엇이 있는지 아무리 눈을 비비고 들여다봐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그저 눈이 시큰시큰 아플 뿐이었습니다. 조반니가 말했습니다.

"나 이제 저렇게 큰 어둠 속이라도 무섭지 않아. 분명 모두의 진정한 행복을 찾아갈 거야. 어디까지나 어디까지나 우리 함께 나아가자."

"아아 분명 갈 거야. 아아, 저 들판은 얼마나 아름다울까. 모두 모여 있네. 저기가 진정한 하늘나라야. 아, 저기 있는 건 우리 엄마야." 캄파넬라는 갑자기 창문 멀리에 보이는 아름다운 들판을 가리키며 외쳤습니다.

조반니도 그쪽을 보았지만 그곳은 희미하게 하얗게 흐릿할 뿐 도저히 캄파넬라가 말한 것처럼 생각되지 않았습니다. 형언할 수 없이 쓸쓸한 기분이 들어 멍하니 그쪽을 보고 있자니 건너편 강가에 두 개의 전신주가 딱 양쪽에서 팔을 낀 것처럼 붉은 팔걸이를 이어서 서 있었습니다.

"캄파넬라, 우리 함께 가자." 조반니가 이렇게 말하면서 돌아보았더니 그 지금까지 캄파넬라가 앉아 있던 자리에서 이제 캄파넬라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그저 검은 벨벳만이 빛나고 있었습니다. 조반니는 마치 총알처럼 일어섰습니다. 그리고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도록 창밖으로 몸을 내밀어 힘껏 격렬하게 가슴을 치며 외치고 그러고 나서 이제 목 가득 울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주위가 한 번에 새까맣게 된 것처럼 생각되었습니다.

조반니는 눈을 떴습니다. 원래의 언덕 풀밭에서 지쳐 잠들어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가슴은 왠지 이상하고 화끈거리고 뺨에는 차가운 눈물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조반니는 용수철처럼 튀어 일어났습니다. 마을은 완전히 아까처럼 아래에서 많은 불을 이었지만 그 빛은 왠지 아까보다 더 뜨거워진 듯했습니다. 그리고 바로 지금 꿈에서 걸었던 은하수도 역시 아까처럼 하얗게 흐릿하게 걸려 있고 새까만 남쪽 지평선 위에서는 특히 흐릿해져서 그 오른쪽에는 전갈자리의 붉은 별이 아름답게 반짝이고, 하늘 전체의 위치는 그렇게 변하지 않은 듯했습니다.

조반니는 허둥지둥 언덕을 달려 내려갔습니다. 아직 저녁밥을 먹지 않고 기다리고 있을 어머니가 가슴 가득 떠올랐던 것입니다. 점점 검은 소나무 숲 속을 지나 그러고 나서 희끄무레한 목장의 울타리를 돌아 아까의 입구에서 어두운 외양간 앞으로 다시 왔습니다. 그곳에는 누군가 이제 돌아온 듯 아까 없었던 하나의 수레가 무언가의 통 두 개를 싣고 놓여 있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조반니가 외쳤습니다.

"예." 하얀 굵은 바지를 입은 사람이 바로 나와 서 있었습니다.

"무슨 일이신가요."

"오늘 우유가 저에게 오지 않았는데요."

"아 죄송했습니다." 그 사람은 바로 안으로 들어가 우유병 하나를 가지고 와서 조반니에게 건네주면서 또 말했습니다.

"정말, 죄송했습니다. 오늘은 한낮에 깜빡하고 우리의 울타리를 열어 놓았더니 대장이 바로 어미 소에게 가서 절반 정도 마셔 버려서요……" 그 사람은 웃었습니다.

"그런가요. 그럼 받아 가겠습니다."

"네, 정말 죄송했습니다."

"아니에요."

조반니는 아직 따뜻한 우유병을 양손바닥으로 감싸듯이 들고 목장의 울타리를 나섰습니다.

그리고 잠시 나무가 있는 마을을 지나 큰길로 나와 또 잠시 가니 길은 십자가 모양이 되고 그 오른손 방향, 길 끝에 아까 캄파넬라들의 불을 흘려보내러 갔던 강에 걸린 큰 다리의 망루가 밤하늘에 희미하게 서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십자가가 된 길모퉁이나 가게 앞에 여자들이 일곱 여덟 명 정도씩 모여 다리 쪽을 보면서 무언가 소곤소곤 이야기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다리 위에도 여러 가지 불빛이 가득했습니다.

조반니는 왠지 싸늘하게 가슴이 차가워진 듯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갑자기 가까이 있는 사람들에게

"무슨 일 있나요."라고 외치듯이 물었습니다.

"아이가 물에 빠졌어요." 한 사람이 말하자 그 사람들은 일제히 조반니 쪽을 보았습니다. 조반니는 마치 꿈속인 듯 다리 쪽으로 달려갔습니다. 다리 위는 사람들로 가득 차서 강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하얀 옷을 입은 순경도 나와 있었습니다.

조반니는 다리 어귀에서 날듯이 아래의 넓은 강가로 내려갔습니다.

그 강가의 물가를 따라 많은 불빛이 바쁘게 오르락내리락 하고 있었습니다. 건너편 강가의 어두운 둑에도 불이 일곱 여덟 개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그 한가운데를 이제 박 덩굴의 불빛도 없는 강이, 간신히 소리를 내며 잿빛으로 조용히 흐르고 있었습니다.

강가의 가장 하류 쪽으로 모래톱처럼 튀어나온 곳에 사람들의 무리가 뚜렷이 새까맣게 서 있었습니다. 조반니는 점점 그쪽으로 달려갔습니다. 그러자 조반니는 갑자기 아까 캄파넬라와 함께 있었던 마르소와 만났습니다. 마르소가 조반니에게 달려왔습니다.

"조반니, 캄파넬라가 강에 들어갔어."

"어떻게, 언제."

"자네리가, 배 위에서 박 덩굴의 불빛을 물이 흐르는 쪽으로 밀어 주려고 했어. 그때 배가 흔들렸기 때문에 물에 빠졌겠지. 그러자 캄파넬라가 바로 뛰어들었어. 그리고 자네리를 배 쪽으로 밀어 보냈어. 자네리는 카토에게 붙잡혔어. 그렇지만 그 후 캄파넬라가 보이지 않아."

"모두 찾고 있겠지."

"아아 바로 모두 왔어. 캄파넬라의 아버지도 왔어. 그렇지만 찾을 수 없어. 자네리는 집으로 데려가졌어."

조반니는 모두 있는 그쪽으로 갔습니다. 그곳에 학생들, 마을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푸르스름한 뾰족한 턱을 한 캄파넬라의 아버지가 검은 옷을 입고 똑바로 서서 오른손에 든 시계를 가만히 응시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모두 가만히 강을 보고 있었습니다. 누구도 한마디도 말을 하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조반니는 두근두근 발이 떨렸습니다. 물고기를 잡을 때의 아세틸렌 램프가 많이 바쁘게 왔다 갔다 하고 검은 강물은 찰랑찰랑 작은 파도를 일으키며 흐르고 있는 것이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하류 쪽은 강 폭 가득 은하수가 거대하게 비쳐 마치 물이 없는 그대로의 하늘처럼 보였습니다.

조반니는 그 캄파넬라는 이제 저 은하수 끝자락에밖에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습니다.

그렇지만 모두는 아직, 어딘가의 파도 사이에서,

"나 꽤 헤엄쳤어."라고 말하며 캄파넬라가 나올지 혹은 캄파넬라가 어딘가의 사람들이 모르는 모래톱에라도 닿아 서서 누군가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을지 같은 생각이 자꾸 드는 것 같았습니다. 그렇지만 갑자기 캄파넬라의 아버지가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이제 안 됩니다. 떨어진 지 사십오 분이나 지났으니까요."

조반니는 무심코 달려가 박사 앞에 서서, 저는 캄파넬라가 간 곳을 알고 있습니다, 저는 캄파넬라와 함께 걷고 있었습니다, 라고 말하려고 했지만 이제 목이 메어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자 박사는 조반니가 인사라도 하러 왔다고 생각했는지, 잠시 유심히 조반니를 보고 있었지만

"당신은 조반니 씨였군요. 정말 오늘 밤 고마웠습니다."라고 정중하게 말했습니다.

조반니는 아무 말도 못 하고 그저 고개를 숙였습니다.

"당신 아버지는 벌써 돌아오셨나요." 박사는 굳게 시계를 쥔 채 다시 물었습니다.

"아니요." 조반니는 희미하게 고개를 저었습니다.

"어찌 된 일일까. 나에게는 그저께 매우 기쁜 소식이 있었는데. 오늘쯤이면 벌써 도착할 텐데. 배가 늦어졌나 보군. 조반니 씨. 내일 방과 후에 여러분과 우리 집에 놀러 오세요."

그렇게 말하면서 박사는 또 강 하류의 은하수가 가득 비친 쪽으로 가만히 눈길을 보냈습니다.

조반니는 이제 여러 가지 일로 가슴이 벅차 아무 말도 못 하고 박사 앞을 떠나 빨리 어머니에게 우유를 가져다 드리고 아버지의 돌아오심을 알려 드리려고 허둥지둥 마을 쪽으로 강가를 달려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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