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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파전집(東坡前集) 권3(卷三) 시 76수

集賢堂 2024. 12. 20.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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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시된 시는 소식(蘇軾)의 동파집(東坡集)에 실린 「사주(泗洲) 승가탑(僧伽塔)」입니다. 과거 남쪽으로 가던 중 사주에서 승가탑에 기도했던 경험을 회상하며, 인간의 욕망과 자연의 섭리에 대한 생각을 담고 있습니다. 번역과 함께 분석 및 설명을 덧붙이겠습니다.

번역:

내가 예전에 남쪽으로 갈 때 배를 변수(汴水)에 매었더니, 역풍에 사흘 동안 모래가 얼굴을 때렸네. 뱃사람들이 함께 신령한 탑에 기도하기를 권하였고, 향불이 채 꺼지기도 전에 깃발이 방향을 바꾸었네. 머리를 돌리는 순간 긴 다리를 놓치고, 거북산(龜山)에 도착하기도 전에 아침밥을 먹었네. 지인은 사심이 없어 후하고 박함이 없는데, 나는 사사로운 마음을 품고 편한 바를 기뻐하였네. 밭 가는 사람은 비 오기를 바라고, 베는 사람은 날씨가 맑기를 바라니, 가는 사람이 순풍을 얻으면 오는 사람은 원망하네. 만약 사람들이 기도하는 대로 곧 이루어진다면, 조물주는 응당 날마다 천 번이나 바뀌어야 하리. 나는 지금 신세가 두 곳 모두 아득하니, 가는 데 쫓을 바 없고 오는 데 그리워할 바 없네. 갈 수 있으면 당연히 좋고 머무르는 것도 나쁘지 않으니, 매번 구하는 바가 있으면 신도 또한 지치리. 퇴지(퇴계 이황)가 예전에 삼백 척이라 하였는데, 징관(澄觀)이 경영한 것이 지금은 이미 바뀌었네. 속된 선비가 붉은 계단을 더럽히는 것을 꺼리지 않고, 한 번 바라보니 구름과 산이 회수 주변을 감싸네.

분석 및 설명:

이 시는 과거의 경험을 회상하며 인간의 욕망과 자연의 섭리에 대한 생각을 풀어내고 있습니다. 각 구절을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1. 과거 남행의 어려움과 기도의 효험: 첫 세 구절은 과거 남쪽으로 가던 중 역풍을 만나 어려움을 겪었던 상황과, 승가탑에 기도한 후 바람의 방향이 바뀌었던 경험을 묘사합니다. "내가 예전에 남쪽으로 갈 때 배를 변수(汴水)에 매었더니, 역풍에 사흘 동안 모래가 얼굴을 때렸네. 뱃사람들이 함께 신령한 탑에 기도하기를 권하였고, 향불이 채 꺼지기도 전에 깃발이 방향을 바꾸었네. 머리를 돌리는 순간 긴 다리를 놓치고, 거북산(龜山)에 도착하기도 전에 아침밥을 먹었네(我昔南行舟繫汴。逆風三日沙吹面。舟人共勸禱靈塔。香火未收旗脚轉。囬頭頃刻失長橋。却到龜山未朝飯)"라는 구절은 과거의 경험을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역풍에 고생하다가 기도를 통해 순풍을 얻은 경험은 신의 효험을 믿게 하는 계기가 됩니다.
  2. 이기적인 마음과 자연의 섭리: 네 번째와 다섯 번째 구절은 기도를 통해 순풍을 얻은 것을 기뻐하는 자신의 이기적인 마음과, 모든 사람의 소원이 다 이루어질 수 없는 자연의 섭리를 깨닫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지인은 사심이 없어 후하고 박함이 없는데, 나는 사사로운 마음을 품고 편한 바를 기뻐하였네. 밭 가는 사람은 비 오기를 바라고, 베는 사람은 날씨가 맑기를 바라니, 가는 사람이 순풍을 얻으면 오는 사람은 원망하네(至人無心何厚薄。我自懷私欣所便。耕田欲雨刈欲晴。去得順風來者怨)"라는 구절은 인간의 이기적인 욕망과 자연의 섭리 사이의 모순을 보여줍니다. 모든 사람이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한다면 세상은 혼란에 빠질 것이라는 점을 지적합니다.
  3. 초연한 자세와 신에 대한 생각: 여섯 번째와 일곱 번째 구절은 세상사에 초연한 자세와 신에 대한 생각을 표현합니다. 어디에도 집착하지 않고, 가는 것도 좋고 머무르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태도를 보이며, 모든 사람이 소원을 빈다면 신도 지칠 것이라는 생각을 나타냅니다. "만약 사람들이 기도하는 대로 곧 이루어진다면, 조물주는 응당 날마다 천 번이나 바뀌어야 하리. 나는 지금 신세가 두 곳 모두 아득하니, 가는 데 쫓을 바 없고 오는 데 그리워할 바 없네. 갈 수 있으면 당연히 좋고 머무르는 것도 나쁘지 않으니, 매번 구하는 바가 있으면 신도 또한 지치리(若使人人禱輒遂。造物應須日千變。我今身世兩悠悠。去無所逐來無戀。得行固願留不惡。每到有求神亦倦)"라는 구절은 세상사에 초연한 시인의 태도를 보여줍니다. 신에 대한 의존보다는 자신의 운명에 순응하는 모습을 나타냅니다.
  4. 승가탑의 변화와 감상: 마지막 두 구절은 승가탑의 과거와 현재의 모습 변화를 언급하며, 탑을 바라보는 감상을 표현합니다. 퇴계 이황의 기록을 인용하여 탑의 규모가 바뀌었음을 언급하고, 속된 선비임에도 불구하고 탑에 올라 회수 주변의 풍경을 감상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퇴지(퇴계 이황)가 예전에 삼백 척이라 하였는데, 징관(澄觀)이 경영한 것이 지금은 이미 바뀌었네. 속된 선비가 붉은 계단을 더럽히는 것을 꺼리지 않고, 한 번 바라보니 구름과 산이 회수 주변을 감싸네(退之舊云三百尺。澄觀所營今已換。不嫌俗士汙丹梯。一看雲山遶淮甸)"라는 구절은 과거와 현재의 변화를 대비시키며, 변하지 않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강조합니다.

전체적으로 이 시는 과거의 경험을 통해 인간의 욕망과 자연의 섭리에 대한 생각을 풀어내고 있습니다. 신에 대한 의존보다는 자신의 운명에 순응하는 초연한 자세를 보여주며, 변하지 않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노래합니다.

 

제시된 시는 소식(蘇軾)의 동파집(東坡集)에 실린 「구산(龜山)」입니다. 구산을 다시 방문한 감회를 읊으며, 자신의 방랑하는 삶과 역사의 흐름을 대비하고 있습니다. 번역과 함께 분석 및 설명을 덧붙이겠습니다.

번역:

내 삶은 표류하며 어디를 향해 가는 것인가. 다시 구산을 지나니 다섯 해가 되었네. 몸은 만 리를 다니며 천하의 반을 돌아다녔고, 스님은 작은 암자에 누워 처음으로 흰머리가 되었네. 중원(中原)과 땅이 막혀 북쪽을 바라보기 어렵고, 조수는 창해(滄海)와 이어져 동쪽으로 가고 싶네. 원가(元嘉)의 옛 일은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니, 옛 보루는 허물어져 지금 남아 있는지 모르겠네. (송 문황제(宋文帝)가 장수를 보내 북위(北魏) 태무제(太武帝)를 막기 위해 이 산에 성을 쌓았다.)

분석 및 설명:

이 시는 구산을 다시 찾은 시인의 감회를 중심으로, 자신의 방랑하는 삶, 역사의 흐름, 그리고 국가에 대한 염려 등을 담고 있습니다. 각 구절을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1. 방랑하는 삶과 시간의 흐름: 첫 두 구절은 시인의 방랑하는 삶과 시간의 흐름을 보여줍니다. 정처 없이 떠도는 자신의 삶을 ‘표류(飄蕩)’라고 표현하며, 다시 구산을 찾기까지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음을 나타냅니다. "내 삶은 표류하며 어디를 향해 가는 것인가. 다시 구산을 지나니 다섯 해가 되었네. 몸은 만 리를 다니며 천하의 반을 돌아다녔고, 스님은 작은 암자에 누워 처음으로 흰머리가 되었네(我生飄蕩去何求。再過龜山歲五周。身行萬里半天下。僧卧一庵初白頭)"라는 구절은 방랑하는 삶과 시간의 흐름을 대비시켜 보여줍니다. ‘만 리(萬里)’는 넓은 공간을, ‘다섯 해(五周)’는 긴 시간을 의미하며, 시인의 삶이 얼마나 오랜 시간 동안 방랑으로 점철되었는지를 나타냅니다. 암자에 누워 흰머리가 된 스님의 모습은 시간의 흐름을 더욱 부각합니다.
  2. 국가에 대한 염려와 동쪽으로의 갈망: 세 번째 구절은 국가에 대한 염려와 동쪽으로 가고 싶은 마음을 표현합니다. 중원과 땅이 막혀 북쪽을 바라보기 어렵다는 표현은 당시 북방의 이민족 침입으로 인한 국가의 불안한 상황을 암시합니다. 조수가 창해와 이어져 동쪽으로 가고 싶다는 표현은 이러한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시인의 마음을 나타냅니다. "중원(中原)과 땅이 막혀 북쪽을 바라보기 어렵고, 조수는 창해(滄海)와 이어져 동쪽으로 가고 싶네(地隔中原勞北望。潮連滄海欲東遊)"라는 구절은 국가에 대한 염려와 개인적인 갈망을 동시에 보여줍니다. ‘중원(中原)’은 중국의 중심 지역을 의미하며, 당시에는 북방 이민족의 침입으로 불안한 상황이었습니다. ‘창해(滄海)’는 넓은 바다를 의미하며, 동쪽으로 가고 싶다는 표현은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시인의 마음을 나타냅니다.
  3. 역사의 흐름과 허무함: 네 번째 구절은 역사의 흐름과 그 속에서 느끼는 허무함을 보여줍니다. 과거 송 문황제가 북위의 침입을 막기 위해 구산에 성을 쌓았던 역사를 언급하며, 지금은 그 흔적조차 찾기 어려운 현실을 안타까워합니다. "원가(元嘉)의 옛 일은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니, 옛 보루는 허물어져 지금 남아 있는지 모르겠네(元嘉舊事無人記。故壘摧頹今在不)"라는 구절은 역사의 무상함을 보여줍니다. ‘원가(元嘉)’는 송 문황제의 연호로, 당시 북위의 침입을 받았던 시대를 의미합니다. ‘옛 보루(故壘)’는 과거의 성곽을 의미하며, 지금은 허물어져 그 흔적을 찾기 어렵다는 점을 나타냅니다.
  4. 역사적 사실의 기록: 마지막 행은 이 시의 배경이 되는 역사적 사실을 간략하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시의 역사적 맥락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송 문황제(宋文帝)가 장수를 보내 북위(北魏) 태무제(太武帝)를 막기 위해 이 산에 성을 쌓았다)(宋文帝遣將拒魏太武,築城此山)"라는 부분은 시의 배경을 설명해 줍니다.

전체적으로 이 시는 구산을 다시 방문한 시인의 감회를 통해 방랑하는 삶, 국가에 대한 염려, 그리고 역사의 흐름 속에서 느끼는 허무함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특히 마지막 구절에서 과거의 역사를 언급하며 현재의 현실과 대비시키는 방식을 통해 역사의 무상함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제시된 시는 소식(蘇軾)의 동파집(東坡集)에 실린 「홍택(洪澤) 중간에서 출발했다가 큰 바람을 만나 되돌아오다(發洪澤中塗過大風復還)」입니다. 홍택을 출발했으나 갑작스러운 큰 바람을 만나 다시 돌아오게 된 상황과 그 심정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번역과 함께 분석 및 설명을 덧붙이겠습니다.

번역:

바람과 파도가 갑자기 이와 같으니, 내 가는 길이 어디로 돌아가야 할까. 돛을 걸고 서쪽으로 나아가니, 이 계책이 잘못된 것은 아니네. 홍택은 삼십 리이니, 편안한 물길은 나는 듯이 흘러가네. 주민들이 내가 돌아온 것을 보고, 수고스럽게 물으며 아쉬워하네. 술을 가지고 와 배에 와서 파니, 이 뜻이 후하니 어찌 어기겠는가. 술에서 깨어나니 밤은 이미 반이나 지났고, 갯가의 나무 소리는 희미하게 들리네. 내일은 회음(淮陰) 장터이니, 흰 물고기가 능히 살찌기를 허락하리라. 내 가는 길은 남북이 없으니, 뜻에 맞는 것이 내가 바라는 바이네. 어찌 성난 파도를 만나 밤새도록 창문과 사립문을 흔들리게 하겠는가. 처자들은 걱정하는 기색을 하지 말라, 다시 함 속의 옷을 전당 잡히리라.

분석 및 설명:

이 시는 갑작스러운 풍랑으로 인해 여정을 변경하게 된 상황과 그에 따른 심경 변화를 그리고 있습니다. 각 구절을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1. 갑작스러운 풍랑과 여정의 변경: 첫 두 구절은 갑작스러운 풍랑으로 인해 여정을 변경하게 된 상황을 묘사합니다. 갑자기 거세진 바람과 파도 때문에 어디로 가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다가, 결국 왔던 길로 되돌아가기로 결정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바람과 파도가 갑자기 이와 같으니, 내 가는 길이 어디로 돌아가야 할까. 돛을 걸고 서쪽으로 나아가니, 이 계책이 잘못된 것은 아니네(風浪忽如此。吾行欲安歸。掛帆却西邁。此計未為非)"라는 구절은 갑작스러운 상황 변화와 그에 따른 대응을 간결하게 보여줍니다. ‘서쪽으로 나아가니(西邁)’는 왔던 길로 되돌아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2. 주민들의 환대와 밤의 정경: 세 번째와 네 번째 구절은 되돌아온 시인을 맞이하는 주민들의 따뜻한 환대와 밤의 정경을 묘사합니다. 돌아온 시인을 걱정하며 맞아주는 주민들의 모습과, 술을 팔러 온 사람의 후한 인심, 그리고 술에서 깨어난 밤의 고요한 풍경을 통해 따뜻하고 평화로운 분위기를 조성합니다. "홍택은 삼십 리이니, 편안한 물길은 나는 듯이 흘러가네. 주민들이 내가 돌아온 것을 보고, 수고스럽게 물으며 아쉬워하네. 술을 가지고 와 배에 와서 파니, 이 뜻이 후하니 어찌 어기겠는가. 술에서 깨어나니 밤은 이미 반이나 지났고, 갯가의 나무 소리는 희미하게 들리네(洪澤三十里。安流去如飛。居民見我還。勞問亦依依。攜酒就舩賣。此意厚莫違。醒來夜已半。岸木聲向微)"라는 구절은 따뜻한 인간 관계와 고요한 자연 풍경을 조화롭게 보여줍니다.
  3. 자유로운 마음과 미래에 대한 기대: 다섯 번째와 여섯 번째 구절은 여정에 대한 집착 없이 자유로운 마음을 표현하고, 다가올 미래에 대한 기대를 나타냅니다. 어디든 뜻에 맞는 곳으로 가면 된다는 자유로운 태도를 보이며, 내일 회음 장터에서 맛볼 흰 물고기에 대한 기대를 드러냅니다. "내일은 회음(淮陰) 장터이니, 흰 물고기가 능히 살찌기를 허락하리라. 내 가는 길은 남북이 없으니, 뜻에 맞는 것이 내가 바라는 바이네(明日淮陰市。白魚能許肥。我行無南北。適意乃所祈)"라는 구절은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시인의 성격을 보여줍니다.
  4. 가족에 대한 염려와 굳건한 의지: 마지막 두 구절은 풍랑으로 인해 걱정할 가족들을 안심시키고, 어려운 상황에도 굴하지 않겠다는 굳건한 의지를 표현합니다. 풍랑을 만나 고생하는 것보다 돌아오는 것이 나으며, 혹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옷을 전당 잡혀서라도 이겨내겠다는 강인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어찌 성난 파도를 만나 밤새도록 창문과 사립문을 흔들리게 하겠는가. 처자들은 걱정하는 기색을 하지 말라, 다시 함 속의 옷을 전당 잡히리라(何勞弄澎湃。終夜搖囪扉。妻孥莫憂色。更典篋中衣)"라는 구절은 가장으로서 가족을 책임지려는 의지와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려는 의지를 드러냅니다.

전체적으로 이 시는 갑작스러운 풍랑으로 인해 여정을 변경하게 된 상황을 통해,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지혜와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태도를 보여줍니다. 또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가족을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과 굳건한 의지를 드러내는 작품입니다.

 

제시된 시는 소식(蘇軾)의 동파집(東坡集)에 실린 「십월 십육일 기소견(十月十六日記所見)」입니다. 10월 16일에 겪은 날씨의 변화와 그에 대한 감상을 기록한 시입니다. 변화무쌍한 날씨와 그 속에서 느끼는 인간의 무력함을 그리고 있습니다. 번역과 함께 분석 및 설명을 덧붙이겠습니다.

번역:

바람은 높고 달은 어둡고 구름과 물은 누렇네. 회음(淮陰)에서 밤에 출발하여 아침에 산양(山陽)에 도착했네. 산양의 새벽 안개는 가랑비 같고, 밝게 빛나는 처음 해는 차갑고 빛이 없네. 구름이 걷히고 안개가 사라지니 이미 정오가 되었는데, 북쪽에서 바람이 불어와 추위가 온 땅을 얼어붙게 하네. 갑자기 우박이 날아와 창문과 문을 뚫으니, 너무나 빠르고 급하여 막을 겨를조차 없네. 시장의 사람들은 넘어지고 엎어지며 장사치들은 혼란에 빠지고, 우레 한 소리가 마치 무너지는 담과 같네. 사또(使君)가 와서 저녁에 술자리를 마련하자고 부르니, 자리에 앉으니 다시 햇빛이 복도에 비치네. 문득 본 것이 모두 꿈인 듯 의심스러우니, 온갖 변괴가 순식간에 사라지네. 함께 말하길 교룡(蛟龍)이 옛 굴을 싫어하여, 물고기와 자라가 옮겨감에 따라 빈 못과 방죽이 생겼다 하네. 어리석은 선비는 무지하여 글귀만 지키며, 흑백을 논하며 무슨 상서로움을 미루어 짐작하려 하는가. 오직 주인의 말이 가히 쓰일 만하니, 날씨가 차고 눈이 오려 하니 이 술잔을 마시자 하네.

분석 및 설명:

이 시는 하루 동안 겪은 극심한 날씨 변화를 시간 순서대로 묘사하며, 그에 대한 시인의 감상을 담고 있습니다. 각 구절을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1. 어둡고 음산한 새벽: 첫 두 구절은 어둡고 음산한 새벽 풍경을 묘사합니다. 높은 바람, 어두운 달, 누런 구름과 물 등 음울한 분위기를 나타내는 묘사들을 통해 불안한 상황을 암시합니다. "바람은 높고 달은 어둡고 구름과 물은 누렇네. 회음(淮陰)에서 밤에 출발하여 아침에 산양(山陽)에 도착했네. 산양의 새벽 안개는 가랑비 같고, 밝게 빛나는 처음 해는 차갑고 빛이 없네(風高月暗雲水黃。淮陰夜發朝山陽。山陽曉霧如細雨。炯炯初日寒無光)"라는 구절은 불안하고 음산한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전달합니다.
  2. 변화무쌍한 날씨: 세 번째부터 여섯 번째 구절까지는 변화무쌍한 날씨를 생동감 있게 묘사합니다. 안개가 걷히고 해가 떴다가 갑자기 강한 바람과 우박, 천둥이 몰아치는 극적인 상황 변화를 보여줍니다. 특히 우박이 창문을 뚫고 시장 사람들이 혼란에 빠지는 장면은 당시 상황의 급박함을 잘 드러냅니다. "구름이 걷히고 안개가 사라지니 이미 정오가 되었는데, 북쪽에서 바람이 불어와 추위가 온 땅을 얼어붙게 하네. 갑자기 우박이 날아와 창문과 문을 뚫으니, 너무나 빠르고 급하여 막을 겨를조차 없네. 시장의 사람들은 넘어지고 엎어지며 장사치들은 혼란에 빠지고, 우레 한 소리가 마치 무너지는 담과 같네(雲收霧卷已亭午。有風北來寒域僵。忽驚飛雹穿戶牖。迅駛不復容遮防。市人顛沛百賈亂。疾雷一聲如頹墻)"라는 구절은 날씨 변화의 극적인 양상을 효과적으로 보여줍니다.
  3. 날씨 변화에 대한 인간의 무력함: 일곱 번째와 여덟 번째 구절은 극심한 날씨 변화 속에서 인간이 얼마나 무력한 존재인지를 보여줍니다. 갑작스러운 날씨 변화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모습을 통해 자연의 위대함과 인간의 한계를 대비합니다. "사또(使君)가 와서 저녁에 술자리를 마련하자고 부르니, 자리에 앉으니 다시 햇빛이 복도에 비치네. 문득 본 것이 모두 꿈인 듯 의심스러우니, 온갖 변괴가 순식간에 사라지네(使君來呼晚置酒。坐定已復日照廊。怳疑所見皆夢寐。百種變怪旋消亡)"라는 구절은 날씨 변화에 따른 인간의 무력감을 드러냅니다.
  4. 세상사에 대한 다양한 해석과 시인의 태도: 아홉 번째부터 열한 번째 구절까지는 날씨 변화에 대한 다양한 해석과 그에 대한 시인의 생각을 보여줍니다. 교룡이 옮겨갔다는 이야기, 상서로움을 점치려는 어리석은 선비들의 모습 등을 통해 세상사를 다양한 방식으로 해석하려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반면 시인은 이러한 해석에 얽매이지 않고 현실에 순응하며 술을 마시자는 주인의 말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함께 말하길 교룡(蛟龍)이 옛 굴을 싫어하여, 물고기와 자라가 옮겨감에 따라 빈 못과 방죽이 생겼다 하네. 어리석은 선비는 무지하여 글귀만 지키며, 흑백을 논하며 무슨 상서로움을 미루어 짐작하려 하는가. 오직 주인의 말이 가히 쓰일 만하니, 날씨가 차고 눈이 오려 하니 이 술잔을 마시자 하네(共言蛟龍厭舊穴。魚鼈隨徙空陂塘。愚儒無知守章句。論說黑白推何祥。惟有主人言可用。天寒欲雪飲此觴)"라는 구절은 세상사에 대한 다양한 해석과 그에 대한 시인의 초탈한 태도를 보여줍니다.

전체적으로 이 시는 하루 동안 겪은 극심한 날씨 변화를 통해 자연의 위력과 인간의 무력함을 대비시키고, 세상사에 대한 다양한 해석에 얽매이지 않고 현실에 순응하는 시인의 초탈한 태도를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제시된 시는 소식(蘇軾)의 동파집(東坡集)에 실린 「광릉(廣陵)에서 세 명의 동료와 만나 각자의 자(字)로 운을 삼아 함께 시를 짓다(廣陵會三同舍,各以其字為韻,仍邀同賦)」입니다. 광릉에서 세 명의 옛 동료를 만나 함께 시를 지으며 회포를 나누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번역과 함께 분석 및 설명을 덧붙이겠습니다.

번역:

지난해 유랑(劉郎)을 보내며, 술 취한 이야기가 이미 여러 사람을 놀라게 했었지. 지금은 각자 떠돌아다니니, 누가 붓과 벼루를 잡을 수 있으랴. 내 운명은 하늘에 달려 있지 않으니, 예(羿)의 활 솜씨도 반드시 맞히는 것은 아니리. 시를 지어 애써 뜻을 펼치니, 늙어서는 비방하고 풍자하는 것을 게을리하네. 부자(夫子, 공자)는 젊었을 때, 웅변으로 자공(子貢)을 가볍게 여겼지. 이제 다시 활시위를 다치니, 날개를 접고 이전의 아픔을 생각하네. 광릉에서 사흘 동안 마시니, 서로 마주하니 마치 꿈만 같네. 하물며 어진 주인을 만나, 좋은 술로 봄 항아리를 여니. 죽서(竹西)에서 이미 손을 흔들었지만, 만구(灣口)에서 오히려 여러 번 전송하네. 그대가 편안히 떠나는 것을 부러워하니, 우리나라는 바야흐로 시끄럽네. 삼 년 동안 서울에 객으로 있으니, 초췌한 모습을 이루 다 말하기 어렵네. 땀을 붉은 먼지 속에서 흘리며, 다만 말발굽을 따라 엎치락뒤치락했네. 사람의 정은 왕래를 따지니, 삶의 근본을 갚지 않음을 꾸짖네. 앉아서 평생지기로 하여금, 한 해가 다 가도록 문 앞에도 이르지 못하게 하네. 남쪽으로 내려오니 참으로 맑고 시원하지만, 함께 이야기할 사람이 없음을 한하네. 광릉 성에서 유(劉)와 손(孫)을 만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네. 다른 취향은 함께 설 수 없으니, 비유하자면 왕손(王孫)의 원숭이와 같네. 우리들은 오랫동안 함께 모였으니, 뿌리를 배척한다고 의심받을까 두렵네. 나는 편협함이 혜강(嵇康)과 같고, 그대는 통달함이 왕융(王戎)과 같네. 절교를 감히 하지는 못하지만, 또다시 동남쪽으로 달려가네. 강릉에서 옛날에 만났을 때, 막부에서 훌륭한 손님으로 대접받았지. 다시 명광궁(明光宮)에서 보니, 높은 관을 쓰고 홀(笏)을 잡았네. 지금 세 번째 그대를 보니, 곤궁하여 쫓겨난 신하가 되었네. 아침에는 높은 곳에서 놀았지만, 승상의 자리를 나누려 했네. 강호(江湖)에 떨어지지 말고, 마침내 굴원(屈原)과 이웃하지 마오. 조금도 기뻐하거나 성내지 않으니, 그대는 참으로 사랑스러운 사람이로다. 우연히 만나 한바탕 즐거움을 이루니, 술 취한 이야기가 천진함에서 나오네. 선비가 바야흐로 시골에 있으니, 스스로 위수(渭水)와 신(莘)에 비유하네. 나아가 시험을 보니 크게 잘못되었으니, 허수아비는 다시 말하기 어렵네. 해가 저물어 서리와 이슬이 많으니, 돌아가 밭을 가는 것이 마땅한 때이네.

분석 및 설명:

이 시는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의 만남을 기뻐하면서도, 각자의 처지와 세상사에 대한 생각을 함께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각 구절을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1. 회상의 시작과 현재의 상황: 첫 세 구절은 과거의 만남을 회상하며 현재 각자의 처지가 달라진 상황을 이야기합니다. 과거에는 함께 술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지금은 각자 떠돌아다니는 신세가 되었음을 안타까워합니다. 또한 자신의 운명은 하늘에 달린 것이 아니며, 시를 지어 뜻을 펼치겠다고 다짐합니다.
  2. 공자의 비유와 만남의 기쁨: 네 번째와 다섯 번째 구절은 공자의 이야기를 인용하여 친구의 재능을 칭찬하고, 오랜만에 만난 기쁨을 표현합니다. 특히 어진 주인을 만나 좋은 술을 마시며 회포를 푸는 장면을 생생하게 묘사합니다.
  3. 이별의 아쉬움과 혼란한 세상: 여섯 번째 구절은 이별의 아쉬움과 당시 혼란한 세상 상황을 대비하여 보여줍니다. 친구가 편안히 떠나는 것을 부러워하며, 자신이 속한 세상의 혼란스러움을 안타까워합니다.
  4. 객지 생활의 고충과 인간 관계의 어려움: 일곱 번째와 여덟 번째 구절은 객지 생활의 고충과 인간 관계의 어려움을 토로합니다. 오랜 객지 생활로 몸과 마음이 지쳐 있으며, 인간 관계에 대한 어려움을 느끼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특히 평생지기조차 만나지 못하는 현실을 안타까워합니다.
  5. 새로운 만남과 서로 다른 취향: 아홉 번째와 열 번째 구절은 광릉에서 새로운 친구들을 만난 기쁨과 함께, 서로 다른 취향으로 인해 겪는 어려움을 이야기합니다. 서로 오랫동안 함께 지냈지만, 취향의 차이로 인해 오해를 받을까 염려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6. 서로 다른 성향과 이별의 아쉬움: 열한 번째 구절은 자신의 편협한 성격과 친구의 통달한 성격을 비교하며, 이별의 아쉬움을 표현합니다. 비록 성격은 다르지만, 절교까지는 생각하지 않으며 다시 동남쪽으로 떠날 것을 이야기합니다.
  7. 과거의 영광과 현재의 곤궁: 열두 번째부터 열네 번째 구절은 과거 친구의 영광스러운 모습과 현재 곤궁한 처지를 대비하여 보여줍니다. 과거에는 막부에서 귀한 손님으로 대접받고, 명광궁에서 높은 관직을 지냈지만, 지금은 쫓겨난 신세가 되었음을 안타까워합니다.
  8. 친구에 대한 염려와 만남의 즐거움: 열다섯 번째와 열여섯 번째 구절은 친구가 불행한 처지에 놓이지 않기를 염려하며, 다시 만난 기쁨을 표현합니다. 술에 취해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을 통해 우정의 소중함을 강조합니다.
  9. 과거의 포부와 현재의 상황: 마지막 두 구절은 과거의 큰 포부와 현재의 초라한 상황을 대비하여 보여줍니다. 과거에는 위수와 신에 자신을 비유하며 큰 뜻을 품었지만, 지금은 시험에서 실패하고 초라한 모습이 되었음을 안타까워합니다. 이제는 고향으로 돌아가 밭을 갈 때가 되었음을 이야기하며 시를 마무리합니다.

전체적으로 이 시는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의 만남을 통해 인생의 굴곡과 세상사의 변화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과거의 영광과 현재의 곤궁, 만남과 이별, 우정과 고독 등 다양한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으며, 마지막에는 고향으로 돌아가 농사를 지으며 살겠다는 의지를 밝히며 시를 마무리합니다.

 

제시된 시는 소식(蘇軾)의 동파집(東坡集)에 실린 「유금산사(遊金山寺)」입니다. 금산사(金山寺)를 유람하며 보고 느낀 바를 쓴 시로, 웅장한 자연 풍경과 그 속에서 느끼는 신비로운 감정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번역과 함께 분석 및 설명을 덧붙이겠습니다.

번역:

우리 집의 강물은 처음 발원하고, 벼슬살이로 곧장 강을 따라 바다로 왔네. 듣기로는 조수 높이가 한 길이나 된다 하는데, 날씨가 차가운데도 모래 흔적이 남아 있네. 중령(中泠) 남쪽 언덕의 돌 비탈은, 예로부터 파도를 따라 나타났다 사라졌다 하네. 높은 꼭대기에 올라 고향을 바라보니, 강남과 강북에 푸른 산이 많네. 나그네의 시름에 저물녘이 두려워 돌아갈 배를 찾으니, 산의 스님이 애써 저무는 해를 보자고 붙잡네. 미풍에 넓은 강물은 잔물결이 곱고, 끊어진 노을은 하늘 절반에 물고기 꼬리처럼 붉네. 이때 강에는 초승달이 처음 돋고, 이경(二更)에 달이 지니 하늘은 캄캄하게 깊어졌네. 강 가운데 마치 횃불이 밝게 빛나는 듯하니, 날아오르는 불꽃이 산을 비추니 깃들었던 새들이 놀라네. 망연히 돌아와 누웠지만 마음은 알 수 없으니, 귀신도 아니고 사람도 아닌 것은 도대체 무엇인가. 강산이 이와 같으니 산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면, 강신(江神)이 나를 괴이하게 여겨 나의 완악함을 놀라리라. 내가 강신에게 사죄하니 어찌 그만둘 수 있으랴, 밭이 있는데도 돌아가지 않음이 강물과 같네. 이 밤에 본 것이 이와 같네.

분석 및 설명:

이 시는 금산사에서 겪은 경험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묘사하며, 자연의 웅장함과 신비로움, 그리고 고향에 대한 그리움 등 다양한 감정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각 구절을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1. 여정의 시작과 금산사의 풍경: 첫 세 구절은 여정의 시작과 금산사 주변의 풍경을 묘사합니다. 강물을 따라 바다까지 온 여정을 간략하게 소개하고, 조수와 모래 흔적, 돌 비탈 등 금산사 주변의 독특한 지형을 설명합니다. "우리 집의 강물은 처음 발원하고, 벼슬살이로 곧장 강을 따라 바다로 왔네. 듣기로는 조수 높이가 한 길이나 된다 하는데, 날씨가 차가운데도 모래 흔적이 남아 있네. 중령(中泠) 남쪽 언덕의 돌 비탈은, 예로부터 파도를 따라 나타났다 사라졌다 하네(我家江水初發源。宦遊直送江入海。聞道潮頭一丈高。天寒尚有沙痕在。中泠南畔石盤陁。古來出沒隨濤波)"라는 구절은 여정의 시작과 금산사 주변의 독특한 풍경을 압축적으로 보여줍니다.
  2.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저녁 풍경: 네 번째와 다섯 번째 구절은 높은 곳에 올라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과 아름다운 저녁 풍경을 묘사합니다. 강남과 강북의 푸른 산을 바라보며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느끼고, 저무는 해를 바라보며 시름에 잠기는 시인의 모습이 나타납니다. "높은 꼭대기에 올라 고향을 바라보니, 강남과 강북에 푸른 산이 많네. 나그네의 시름에 저물녘이 두려워 돌아갈 배를 찾으니, 산의 스님이 애써 저무는 해를 보자고 붙잡네(試登絕頂望鄉國。江南江北青山多。羈愁畏晚尋歸楫。山僧苦留看落日)"라는 구절은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아름다운 저녁 풍경을 대비시켜 보여줍니다.
  3. 저녁부터 밤까지의 신비로운 광경: 여섯 번째부터 여덟 번째 구절은 저녁부터 밤까지 시간에 따라 변하는 신비로운 광경을 묘사합니다. 잔잔한 강물, 붉은 노을, 초승달, 그리고 캄캄한 밤에 강 가운데서 밝게 타오르는 불꽃 등 신비로운 광경들을 통해 시적 분위기를 고조시킵니다. 특히 밤에 강 가운데서 나타난 불꽃은 이 시의 핵심적인 이미지로, 시인에게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미풍에 넓은 강물은 잔물결이 곱고, 끊어진 노을은 하늘 절반에 물고기 꼬리처럼 붉네. 이때 강에는 초승달이 처음 돋고, 이경(二更)에 달이 지니 하늘은 캄캄하게 깊어졌네. 강 가운데 마치 횃불이 밝게 빛나는 듯하니, 날아오르는 불꽃이 산을 비추니 깃들었던 새들이 놀라네(微風萬傾靴文細。斷霞半空魚尾赤。是時江月初生魄。二更月落天深黑。江心似有炬火明。飛燄照山棲鳥驚)"라는 구절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신비로운 자연 현상을 생동감 있게 묘사합니다.
  4. 알 수 없는 감정과 고향에 대한 의지: 아홉 번째부터 열한 번째 구절은 밤에 본 불꽃으로 인해 혼란스러운 감정을 느끼는 시인의 모습과,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지만 현실적인 이유로 돌아가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을 보여줍니다. 강신에게 사죄하는 모습은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는 자신의 처지를 합리화하려는 시인의 심리를 드러냅니다. "망연히 돌아와 누웠지만 마음은 알 수 없으니, 귀신도 아니고 사람도 아닌 것은 도대체 무엇인가. 강산이 이와 같으니 산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면, 강신(江神)이 나를 괴이하게 여겨 나의 완악함을 놀라리라. 내가 강신에게 사죄하니 어찌 그만둘 수 있으랴, 밭이 있는데도 돌아가지 않음이 강물과 같네(悵然歸卧心莫識。非鬼非人竟何物。江山如此不歸山。江神見怪驚我頑。我謝江神豈得已。有田不歸如江水)"라는 구절은 신비로운 경험으로 인한 혼란과 고향에 대한 갈망, 그리고 현실적인 제약 사이의 갈등을 보여줍니다.

전체적으로 이 시는 금산사에서 겪은 신비로운 경험을 통해 자연의 웅장함과 인간의 미약함을 대비시키고,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현실적인 제약 사이의 갈등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특히 밤에 강 가운데서 나타난 불꽃은 시 전체를 관통하는 중요한 이미지로, 신비롭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형성하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제시된 시는 소식(蘇軾)의 동파집(東坡集에 실린 「금산(金山)에서 배를 띄워 초산(焦山)에 이르다(自金山放舩至焦山)」입니다. 금산에서 배를 타고 초산으로 가는 여정과 초산에서 겪은 일들을 묘사하며, 자신의 처지와 심경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번역과 함께 분석 및 설명을 덧붙이겠습니다.

번역:

금산의 누각들은 어찌 그리 웅장한가. 종을 치고 북을 치니 회남(淮南)까지 들리네. 초산에는 무엇이 있는가, 긴 대나무가 있네. 나무하고 물 긷는 스님이 두세 명 있네. 구름이 자욱하고 파도가 치니 사람 발길이 끊어졌는데, 때때로 모래톱의 사람들이 봄 누에 치기를 기도하네. 나는 금산에 와서 다시 묵었지만, 이곳에 오지 않았으니 마음속에 부끄러움이 있었네. 함께 유람하던 이들은 모두 돌아갔지만 나는 홀로 가기로 결심하니, 박복한 운명으로 강가에 몸을 맡기네. 새벽에 바람도 없는데 파도가 저절로 일렁이니, 강 가운데서 노래하고 휘파람 불며 반쯤 취했네. 늙은 스님이 산에서 내려와 나그네가 온 것을 놀라며, 반갑게 맞이하며 파인(巴人)의 이야기(촌스러운 이야기)를 하네. 스스로 말하길 객지 생활이 오래되어 고향을 잊었으며, 오직 미륵(彌勒)만이 함께 있는 감실(龕)이라 하네. 곤하게 잠들어 종이 장막의 따뜻함을 얻고, 배불리 먹으니 산나물의 단맛을 싫어하지 않네. 산림에서 굶주려 누운 것은 예로부터 있었으니, 밭이 있는데도 돌아가지 않는다면 어찌 탐욕이 아니겠는가. 전간(展禽, 柳下惠)은 비록 세 번이나 쫓겨나지는 않았지만, 고요한 밤에 스스로 일곱 가지 어려움을 알았네. 마땅히 벼슬을 내던지고 갓끈과 도장을 반납하려 하니, 나를 위해 좋은 곳에 초가집을 남겨주오. (오나라 사람들은 물 가운데서 밭을 일굴 수 있는 곳을 모래라고 한다. 초산의 장로는 강 가운데 사람이네.)

분석 및 설명:

이 시는 금산에서 초산으로의 여정과 그곳에서 만난 스님과의 대화를 중심으로, 시인의 처지와 심경, 그리고 세상사에 대한 생각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각 구절을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1. 금산의 웅장함과 초산의 고요함: 첫 두 구절은 금산의 웅장함과 초산의 고요함을 대비시켜 보여줍니다. 금산의 화려한 모습과 달리 초산은 한적하고 소박한 풍경을 지니고 있음을 묘사합니다. "금산의 누각들은 어찌 그리 웅장한가. 종을 치고 북을 치니 회남(淮南)까지 들리네. 초산에는 무엇이 있는가, 긴 대나무가 있네. 나무하고 물 긷는 스님이 두세 명 있네(金山樓觀何耽耽。撞鍾擊皷聞淮南。焦山何有有脩竹。採薪汲水僧兩三)"라는 구절은 두 장소의 분위기를 대조적으로 보여줍니다.
  2. 인적 드문 초산의 풍경과 방문의 이유: 세 번째와 네 번째 구절은 인적이 드문 초산의 풍경과 시인이 초산을 방문한 이유를 설명합니다. 파도와 구름으로 인해 인적이 끊어진 초산의 모습과, 금산에는 머물렀지만 초산에는 오지 않았던 것에 대한 부끄러움 때문에 방문했음을 밝힙니다. "구름이 자욱하고 파도가 치니 사람 발길이 끊어졌는데, 때때로 모래톱의 사람들이 봄 누에 치기를 기도하네. 나는 금산에 와서 다시 묵었지만, 이곳에 오지 않았으니 마음속에 부끄러움이 있었네(雲霾浪打人迹絕。時有沙戶祈春蚕。我來金山更留宿。而此不到心懷慙)"라는 구절은 초산의 고요한 분위기와 시인의 방문 이유를 설명합니다.
  3. 홀로 떠나는 여정과 술에 취한 흥취: 다섯 번째와 여섯 번째 구절은 다른 사람들과 달리 홀로 초산으로 향하는 여정과, 술에 취해 흥취를 느끼는 모습을 묘사합니다. 홀로 배를 타고 강을 건너며 노래하고 휘파람을 부는 모습에서 시인의 자유분방한 성격을 엿볼 수 있습니다. "함께 유람하던 이들은 모두 돌아갔지만 나는 홀로 가기로 결심하니, 박복한 운명으로 강가에 몸을 맡기네. 새벽에 바람도 없는데 파도가 저절로 일렁이니, 강 가운데서 노래하고 휘파람 불며 반쯤 취했네(同遊盡返決獨徃。賦命窮薄輕江潭。清晨無風浪自湧。中流歌嘯倚半酣)"라는 구절은 홀로 떠나는 여정과 술에 취한 흥취를 보여줍니다.
  4. 스님과의 만남과 대화: 일곱 번째부터 아홉 번째 구절은 초산에서 만난 늙은 스님과의 대화를 묘사합니다. 스님은 객지 생활이 오래되어 고향을 잊었다고 말하며, 미륵보살과 함께 지내는 자신의 처지를 이야기합니다. "늙은 스님이 산에서 내려와 나그네가 온 것을 놀라며, 반갑게 맞이하며 파인(巴人)의 이야기(촌스러운 이야기)를 하네. 스스로 말하길 객지 생활이 오래되어 고향을 잊었으며, 오직 미륵(彌勒)만이 함께 있는 감실(龕)이라 하네(老僧下山驚客至。迎笑喜作巴人談。自言久客忘鄉井。只有彌勒為同龕)"라는 구절은 스님과의 만남과 대화를 통해 고독한 삶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5. 소박한 생활과 현실에 대한 고민: 열 번째부터 열두 번째 구절은 스님의 소박한 생활과 시인이 느끼는 현실적인 고민을 보여줍니다. 스님의 검소한 생활을 긍정적으로 묘사하면서도, 자신은 밭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돌아가지 못하는 현실을 안타까워합니다. 전간의 고사를 인용하여 자신의 어려운 처지를 비유적으로 표현합니다. "곤하게 잠들어 종이 장막의 따뜻함을 얻고, 배불리 먹으니 산나물의 단맛을 싫어하지 않네. 산림에서 굶주려 누운 것은 예로부터 있었으니, 밭이 있는데도 돌아가지 않는다면 어찌 탐욕이 아니겠는가. 전간(展禽, 柳下惠)은 비록 세 번이나 쫓겨나지는 않았지만, 고요한 밤에 스스로 일곱 가지 어려움을 알았네(困眠得就紙帳暖。飽食未厭山蔬甘。山林飢卧古亦有。無田不退寧非貪。展禽雖未三見黜。寂夜自知七不堪)"라는 구절은 스님의 소박한 생활과 시인의 현실적인 고민을 대비시켜 보여줍니다.
  6. 벼슬에서 물러나고자 하는 의지: 열세 번째 구절은 벼슬에서 물러나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시인의 강한 의지를 드러냅니다. "마땅히 벼슬을 내던지고 갓끈과 도장을 반납하려 하니, 나를 위해 좋은 곳에 초가집을 남겨주오(行當投劾謝簪組。為我佳處留茆庵)"라는 구절은 시인의 은퇴 의지를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7. 초산 장로에 대한 설명: 마지막 행은 초산 장로에 대한 설명을 덧붙여 시의 이해를 돕습니다. "(오나라 사람들은 물 가운데서 밭을 일굴 수 있는 곳을 모래라고 한다. 초산의 장로는 강 가운데 사람이네)(吳人謂水中可田者為沙。焦山長老中江人也)"라는 부분은 초산 장로의 출신에 대한 정보를 제공합니다.

전체적으로 이 시는 초산 방문을 통해 시인의 고독한 내면과 은퇴에 대한 갈망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스님과의 대화를 통해 세상사에 대한 시인의 생각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며, 자연 속에서 소박하게 살고 싶어 하는 마음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제시된 시는 소식(蘇軾)의 동파집(東坡集)에 실린 「감로사(甘露寺)」의 앞부분입니다. 감로사를 방문하여 보고 느낀 감회를 읊은 시로,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역사적 인물과 유적을 회상하며 감상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번역과 함께 분석 및 설명을 덧붙이겠습니다.

번역:

강산이 어찌 좋지 않으랴마는, 홀로 노니는 정은 쉽게 스러지네. 다만 함께할 사람이 있다면, 굳이 평소에 친하던 사람이 아니어도 괜찮네. 나는 감로사를 방문하려 하는데, 가는 길에 한가한 관리가 없네. 두 젊은이는 예전에 알지 못했지만, 흔쾌히 함께 말을 타네. 옛 고을은 산으로 성을 삼았으니, 층층의 계단이 붉은 난간을 돌고 있네. 누대와 정자는 절벽 위에 있으니, 땅은 좁고 하늘과 물은 넓네. 한 번 바라보니 여러 주(州)를 삼키는 듯하니, 산은 길고 강은 아득하네. 문득 대명사(大明寺)를 바라보니, 다만 연기 속의 깃대만 보이네. 큰 돌이 뜰 아래에 누워 있으니, 둥글고 높아 엎드린 숫양 같네. 와룡공(臥龍公, 제갈량)을 그리워하니, 계책을 품고 옥돌을 쪼듯 일했네. 한 번의 이야기로 엄자(嚴子)를 굴복시키고, 다시 이야기하여 조조(曹操)를 달아나게 했네. 이름은 높아 남은 생각이 있지만, 일은 지나가 머무는 구경거리가 없네. 소옹(蕭翁)의 오래된 쇠솥은, 서로 마주하니 텅 비고 둥그렇네. 비탈진 곳에 많은 곡식을 받았지만, 오랜 비에 잔물결이 생기네. 사수(泗水)에서 주나라 솥이 사라지고, 위성(渭城)에서 한나라 쟁반이 없어졌으니, 산천은 옛 모습을 잃었지만, 이것만이 홀로 온전한 것이 괴이하네.

분석 및 설명:

이 시의 앞부분은 감로사로 향하는 여정과 감로사의 풍경, 그리고 관련된 역사적 인물과 유적에 대한 감상을 담고 있습니다. 각 구절을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1. 여행의 시작과 동행: 첫 두 구절은 여행의 동기와 상황을 설명합니다. 아름다운 강산을 유람하는 것은 즐거운 일이지만, 혼자서는 그 즐거움이 오래가지 못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우연히 두 젊은이를 만나 함께 감로사로 향하게 된 상황을 간략하게 보여줍니다. "강산이 어찌 좋지 않으랴마는, 홀로 노니는 정은 쉽게 스러지네. 다만 함께할 사람이 있다면, 굳이 평소에 친하던 사람이 아니어도 괜찮네. 나는 감로사를 방문하려 하는데, 가는 길에 한가한 관리가 없네. 두 젊은이는 예전에 알지 못했지만, 흔쾌히 함께 말을 타네(江山豈不好。獨遊情易闌。但有相攜人。何必素所歡。我欲訪甘露。當途無閑官。二子舊不識。欣然肯聯鞍)"라는 구절은 여행의 동기와 우연한 동행을 설명합니다.
  2. 감로사의 풍경: 세 번째와 네 번째 구절은 감로사의 웅장한 풍경을 묘사합니다. 산으로 둘러싸인 고을, 층층의 계단과 붉은 난간, 절벽 위에 자리한 누대와 정자 등을 통해 감로사의 웅장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생생하게 전달합니다. 특히 "땅은 좁고 하늘과 물은 넓네(地窄天水寬)"라는 구절은 좁은 땅 위에 웅장하게 펼쳐진 하늘과 강물의 풍경을 대비시켜 보여주며, 시각적인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부각합니다. 멀리 보이는 대명사를 통해 공간감을 확장하는 효과를 주고 있습니다. "옛 고을은 산으로 성을 삼았으니, 층층의 계단이 붉은 난간을 돌고 있네. 누대와 정자는 절벽 위에 있으니, 땅은 좁고 하늘과 물은 넓네. 한 번 바라보니 여러 주(州)를 삼키는 듯하니, 산은 길고 강은 아득하네. 문득 대명사(大明寺)를 바라보니, 다만 연기 속의 깃대만 보이네(古郡山為城。層梯轉朱欄。樓臺斷崖上。地窄天水寬。一覽吞數州。山長江漫漫。却望大明寺。惟見烟中竿)"라는 구절은 감로사의 웅장한 풍경을 효과적으로 묘사합니다.
  3. 역사적 인물 회상 (제갈량): 다섯 번째와 여섯 번째 구절은 감로사와 관련된 역사적 인물인 제갈량(諸葛亮)을 회상합니다. 뜰 아래에 있는 큰 돌을 보고 제갈량을 떠올리며, 그의 지략과 업적을 기립니다. 특히 엄자와 조조를 굴복시킨 고사를 인용하여 제갈량의 뛰어난 능력을 강조합니다. "큰 돌이 뜰 아래에 누워 있으니, 둥글고 높아 엎드린 숫양 같네. 와룡공(臥龍公, 제갈량)을 그리워하니, 계책을 품고 옥돌을 쪼듯 일했네. 한 번의 이야기로 엄자(嚴子)를 굴복시키고, 다시 이야기하여 조조(曹操)를 달아나게 했네. 이름은 높아 남은 생각이 있지만, 일은 지나가 머무는 구경거리가 없네(很石卧庭下。穹隆如伏羱。緬懷卧龍公。挾策事琱鑽。一談收猘子。再說走老瞞。名高有餘想。事徃無留觀)"라는 구절은 제갈량의 업적을 간략하게 요약하며, 역사의 흐름 속에서 영웅의 이름만 남는다는 것을 암시합니다.
  4. 역사적 유물에 대한 감상: 일곱 번째와 여덟 번째 구절은 감로사에 있는 오래된 쇠솥을 보고 여러 역사적 유물들을 떠올리며 감상을 드러냅니다. 소옹의 쇠솥은 오랜 세월 동안 그 자리에 남아 있지만, 주나라의 솥과 한나라의 쟁반은 사라져 버린 것을 언급하며, 세상의 변화와 유물의 영속성을 대비시켜 보여줍니다. "소옹(蕭翁)의 오래된 쇠솥은, 서로 마주하니 텅 비고 둥그렇네. 비탈진 곳에 많은 곡식을 받았지만, 오랜 비에 잔물결이 생기네. 사수(泗水)에서 주나라 솥이 사라지고, 위성(渭城)에서 한나라 쟁반이 없어졌으니, 산천은 옛 모습을 잃었지만, 이것만이 홀로 온전한 것이 괴이하네(蕭翁古鐵鑊。相對空團團。坡陁受百斛。積雨生微瀾。泗水逸周鼎。渭城辭漢盤。山川失故態。怪此能獨完)"라는 구절은 유물의 영속성과 세상의 변화를 대비시켜 보여줍니다.

이 시의 앞부분은 감로사의 아름다운 풍경 묘사와 함께 제갈량과 같은 역사적 인물을 회상하고, 유물을 통해 역사의 흐름을 느끼는 시인의 감상을 보여줍니다. 이후 이어지는 부분에서는 감로사에 있는 예술 작품과 다른 유적들을 묘사하며 더욱 심도 있는 사색을 펼쳐나갈 것입니다.

 

제시된 시구는 소식(蘇軾)의 동파집(東坡集)에 실린 「감로사(甘露寺)」의 뒷부분입니다. 이 부분은 감로사에 있는 예술 작품과 역사적 유적들을 소재로 하여 인생의 무상함과 역사의 흐름에 대한 깊은 사색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번역과 분석, 설명을 한국어로 제공하겠습니다.

번역:

승요(僧繇)가 그린 여섯 화신(化身)은, 무지개 옷이 비단에 걸려 있네. 숨었다 나타나는 열두 겹 그림은, 보는 이로 하여금 과장되었다고 의심하게 하네. 낡은 판자에 육탐미(陸探微)가 그린 그림은, 푸른 사자가 비틀거리며 노니네. 위에는 두 천인이 있으니, 손을 흔드는 모습이 나는 난새 같네. 붓과 먹이 거의 다했지만, 법칙은 드리워져 없어지지 않네. 혁혁한 찬황공(贊皇公, 두기)은, 늠름한 모습이 차갑네. 오래된 잣나무는 직접 심은 것이니, 굳건히 서 있으니 누가 감히 범하랴. 가지는 구름 봉우리를 찢고, 뿌리는 돌굴에 똬리를 틀었네. 풀을 베니 끊어진 비석을 얻고, 절벽을 깎으니 금으로 만든 관이 나왔네. 묻어 감춘 것이 어찌 견고하지 않으랴마는, 드러난 이치를 가히 탄식할 만하네. 네 영웅은 모두 용과 호랑이 같았으니, 남긴 자취가 엄연히 닳지 않았네. 바야흐로 그들이 융성하고 장대했을 때, 다툼과 빼앗음이 어찌 적었으랴. 흥하고 폐하는 것은 조물주에 속한 것이니, 옮겨 가고 사라지는 것을 누가 붙잡으랴. 하물며 저 망령되고 평범한 자들이, 어려운 일을 하려 함에 있어서랴. 예나 지금이나 함께 하나의 궤적을 따르니, 후세 사람들이 부질없이 슬퍼하네. 애써 광무(廣武)의 탄식을 일으키니, 옹문(雍門)의 거문고를 기다리지 않네.

분석 및 설명:

이 시구는 감로사라는 공간에서 마주친 예술 작품과 유적을 통해 시간의 흐름, 역사의 흥망성쇠, 그리고 인생의 무상함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각 구절을 자세히 분석해 보겠습니다.

  • 승요와 육탐미의 그림 (1-2행): 승요는 중국 남북조 시대의 유명한 화가로, 그의 그림은 신묘한 필치로 유명합니다. '여섯 화신'은 불교적인 주제를 나타내는 것으로 보이며, '숨었다 나타나는 열두 겹 그림'이라는 표현은 그림의 입체감과 신비로움을 강조합니다. 육탐미 역시 동시대의 화가로, 인물 묘사에 뛰어났다고 합니다. '푸른 사자'와 '두 천인'의 묘사는 그림의 생동감을 나타냅니다. 이 두 구절은 뛰어난 예술 작품은 시간이 흘러도 그 가치를 잃지 않는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 찬황공 두기 (3행): 찬황공 두기는 당나라의 명신 두기(杜畿)를 가리킵니다. 그는 청렴하고 강직한 관리로 유명합니다. '늠름한 모습이 차갑네'라는 표현은 그의 강직한 성품을 잘 드러냅니다. 이 구절은 역사 속 인물의 고고한 정신을 기리는 부분입니다.
  • 오래된 잣나무와 유적 (4-5행): 오랜 세월 동안 감로사를 지켜온 잣나무와 땅속에서 발견된 비석과 금관은 시간의 흐름과 역사의 흔적을 보여줍니다. 특히 '묻어 감춘 것이 어찌 견고하지 않으랴마는, 드러난 이치를 가히 탄식할 만하네'라는 구절은 아무리 감추려 해도 역사의 진실은 드러나게 마련이라는 이치를 탄식하는 부분입니다.
  • 네 영웅의 흥망성쇠 (6-7행): '네 영웅'이 누구를 가리키는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역사 속에서 이름을 떨쳤던 영웅들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들의 전성기에는 치열한 다툼과 권력 쟁탈이 있었지만, 결국에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음을 이야기합니다. '흥하고 폐하는 것은 조물주에 속한 것이니'라는 구절은 인간의 힘으로는 역사의 흐름을 막을 수 없다는 무상함을 강조합니다.
  • 역사의 궤적과 후세의 슬픔 (8-9행): '예나 지금이나 함께 하나의 궤적을 따르니'라는 구절은 역사는 반복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과거의 흥망성쇠를 통해 후세 사람들은 슬픔과 탄식을 느낄 뿐이라는 것입니다. '광무의 탄식'은 한나라 광무제가 왕망의 신나라를 멸망시키고 다시 한을 세운 것을 의미하며, 역사의 흥망성쇠를 나타내는 고사로 자주 인용됩니다. '옹문의 거문고'는 춘추시대 진나라의 현인 옹문자가 세상을 비탄하며 거문고를 탔다는 고사에서 유래한 것으로, 역시 세상의 슬픔과 탄식을 나타냅니다. 이 구절은 역사의 무상함에 대한 깊은 탄식을 드러내며 시를 마무리합니다.

전체적인 의미:

이 시구는 감로사라는 공간에서 마주친 예술 작품과 유적, 그리고 역사적 인물들을 통해 시간의 흐름과 역사의 흥망성쇠, 그리고 인생의 무상함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뛰어난 예술 작품은 영원히 남지만, 영웅호걸도 역사의 흐름 속에서는 덧없이 사라지는 존재임을 보여줍니다. 또한 역사의 흥망성쇠는 인간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것이며, 후세 사람들은 과거의 역사를 보며 슬픔과 탄식을 느낄 뿐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특히 '묻어 감춘 것이 어찌 견고하지 않으랴마는, 드러난 이치를 가히 탄식할 만하네', '흥하고 폐하는 것은 조물주에 속한 것이니', '예나 지금이나 함께 하나의 궤적을 따르니' 등의 구절은 시인의 깊은 역사 의식과 인생에 대한 통찰을 보여주는 중요한 부분입니다.

 

제시된 시는 소식(蘇軾)의 동파집(東坡集)에 실린 「차운자유류호감물(次韻子由柳湖感物)」입니다. 아우인 소철(蘇轍, 자는 子由)이 류호(柳湖)에서 느낀 감회를 읊은 시에 차운(次韻, 같은 운자를 사용하여 시를 짓는 것)한 작품으로, 자연의 변화와 인간사의 부침을 대비하며 인생의 무상함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번역과 함께 분석 및 설명을 덧붙이겠습니다.

번역:

옛날 두보(杜甫, 자는 子美)가 동둔(東屯)에 있을 때를 생각하니, 몇 칸 초가집이 푸른 산기슭에 있었네. 풀과 나무를 읊조리며 오랑캐의 노래를 흉내 내니, 원숭이와 새들과 함께 시끄러움을 다투려 했네. 지금 그대는 초췌한 모습으로 여러 사람에게 버려졌으니, 말을 몰고 홀로 나가 돌아올 곳이 없네. 오직 류호의 만 그루 버드나무만이, 맑은 그늘로 그대와 아침저녁을 함께하네. 어찌 비평이 조금도 빌려주지 않음을 나무라랴, 삶의 뜻이 꺾여 번성하기 어렵네. 버드나무는 비록 말이 없어 성냄을 풀지 못하지만, 세상 사람들은 언뜻 보고 무심하게 여기리라. 아리따운 자태는 봄날의 맑고 윤택함을 함께 사랑하지만, 배고픈 배에 긴 뱀이 똬리 트는 것은 어찌 묻겠는가. 아침에는 짙푸른 녹음이 뜨거운 햇볕을 거만하게 대하고, 밤에는 성긴 그림자가 맑고 둥근 달빛에 흔들리는 것을 사랑하네. 바람이 휘몰아치면 눈보라가 어지럽게 날리고, 벌레 먹는 소리와 딱따구리 소리는 가을 소리를 굳건하게 하네. 사계절의 성쇠는 각각 다른 모습을 지니니, 낙엽이 지는 처량함은 추위와 따뜻함에 놀라게 하네. 남산의 외로운 소나무는 쌓인 눈 아래에 있으니, 추위를 안고 죽지 않으니 누가 다시 현명하다 하겠는가.

분석 및 설명:

이 시는 아우 소철의 처지를 안타까워하며 자연의 변화와 인간사의 부침을 대비하여 인생의 무상함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각 구절을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1. 두보의 과거 회상: 첫 번째 구절은 두보가 동둔에 머물렀던 과거를 회상하며 시를 시작합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시를 읊었던 두보의 모습을 통해 현재 소철의 처지와 대비시키려는 의도를 보여줍니다. "옛날 두보(杜甫, 자는 子美)가 동둔(東屯)에 있을 때를 생각하니, 몇 칸 초가집이 푸른 산기슭에 있었네. 풀과 나무를 읊조리며 오랑캐의 노래를 흉내 내니, 원숭이와 새들과 함께 시끄러움을 다투려 했네(憶昔子美在東屯。數間茆屋蒼山根。嘲吟草木調蠻獠。欲與猿鳥爭啾喧)"라는 구절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시를 통해 삶을 노래했던 두보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2. 소철의 현재 상황: 두 번째 구절은 소철의 현재 상황을 직접적으로 묘사합니다. 초췌한 모습으로 사람들에게 버려져 홀로 외롭게 지내는 소철의 안타까운 처지를 드러냅니다. "지금 그대는 초췌한 모습으로 여러 사람에게 버려졌으니, 말을 몰고 홀로 나가 돌아올 곳이 없네(子今憔悴衆所弃。驅馬獨出無徃還)"라는 구절은 소철의 고독하고 힘든 상황을 간결하게 보여줍니다.
  3. 버드나무의 위로: 세 번째 구절은 류호의 버드나무가 소철을 위로하는 존재임을 나타냅니다. 만 그루의 버드나무가 맑은 그늘을 드리워 소철과 함께 아침저녁을 보낸다는 표현은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위로를 보여줍니다. "오직 류호의 만 그루 버드나무만이, 맑은 그늘로 그대와 아침저녁을 함께하네(惟有柳湖萬株柳。清陰與子供朝昏)"라는 구절은 자연이 주는 위로를 아름답게 표현합니다.
  4. 세상의 냉정함과 버드나무의 침묵: 네 번째와 다섯 번째 구절은 세상의 냉정함과 버드나무의 침묵을 대비시킵니다. 세상 사람들은 소철의 처지를 무심하게 여기지만, 버드나무는 말이 없어도 소철의 아픔을 이해하고 함께한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어찌 비평이 조금도 빌려주지 않음을 나무라랴, 삶의 뜻이 꺾여 번성하기 어렵네. 버드나무는 비록 말이 없어 성냄을 풀지 못하지만, 세상 사람들은 언뜻 보고 무심하게 여기리라(胡為譏評去不少借。生意凌挫難為繁。柳雖無言不解慍。世俗乍見應憮然)"라는 구절은 세상의 냉정함과 자연의 포용력을 대비시켜 보여줍니다.
  5. 버드나무의 사계절 변화: 여섯 번째부터 여덟 번째 구절은 버드나무의 사계절 변화를 묘사합니다. 봄의 싱그러움, 여름의 짙은 녹음, 가을의 낙엽, 겨울의 눈 덮인 모습 등 사계절에 따라 변하는 버드나무의 모습을 통해 자연의 순환과 변화를 보여줍니다. "아리따운 자태는 봄날의 맑고 윤택함을 함께 사랑하지만, 배고픈 배에 긴 뱀이 똬리 트는 것은 어찌 묻겠는가. 아침에는 짙푸른 녹음이 뜨거운 햇볕을 거만하게 대하고, 밤에는 성긴 그림자가 맑고 둥근 달빛에 흔들리는 것을 사랑하네. 바람이 휘몰아치면 눈보라가 어지럽게 날리고, 벌레 먹는 소리와 딱따구리 소리는 가을 소리를 굳건하게 하네(嬌姿共愛春濯濯。豈問空腹脩虵蟠。朝看濃翠傲炎赫。夜愛踈影搖清圓。風翻雪陣春絮亂。蠹響啄木秋聲堅)"라는 구절은 버드나무의 사계절 변화를 감각적으로 묘사합니다.
  6. 자연의 굳건함: 마지막 구절은 눈 덮인 남산의 소나무를 통해 자연의 굳건함을 보여줍니다. 추위 속에서도 죽지 않고 굳건히 서 있는 소나무의 모습은 역경 속에서도 굴하지 않는 강인한 정신을 상징합니다. "사계절의 성쇠는 각각 다른 모습을 지니니, 낙엽이 지는 처량함은 추위와 따뜻함에 놀라게 하네. 남산의 외로운 소나무는 쌓인 눈 아래에 있으니, 추위를 안고 죽지 않으니 누가 다시 현명하다 하겠는가(四時盛衰各有態。搖落淒愴驚寒溫。南山孤松積雪底。抱凍不死誰復賢)"라는 구절은 역경 속에서도 굴하지 않는 자연의 굳건함을 보여줍니다.

전체적으로 이 시는 자연의 변화와 인간사의 부침을 대비하며 인생의 무상함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특히 버드나무의 사계절 변화를 통해 시간의 흐름을 보여주고, 눈 덮인 소나무를 통해 역경 속에서도 굴하지 않는 강인한 정신을 강조합니다. 아우 소철에 대한 안타까움과 위로의 마음이 잘 드러난 작품입니다.

 

제시된 시는 소식(蘇軾)의 동파집(東坡集)에 실린 「송채관경지요주(送蔡冠卿知饒州)」입니다. 채관경(蔡冠卿)이 요주(饒州)의 지주사(知州事)로 부임하는 것을 송별하며 지은 시로, 그의 인품과 능력을 칭찬하고 앞으로의 활약을 기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번역과 함께 분석 및 설명을 덧붙이겠습니다.

번역:

내가 보니 채공은 다른 사람과 어울릴 때, 거리낌 없이 웃고 이야기하며 무엇이든 못할 것이 없네. 평소에는 자유분방하여 세속에 놀라지 않더니, 일에 임해서는 오히려 나보다 더 우활(迂闊, 세상 물정에 어둡고 고지식함)하네. 눈앞에 닥친 함정을 여러 사람이 두려워하지만, 길에 금과 구슬을 깔아 놓아도 누가 줍지 않으랴. 그대가 온 이후 변화가 어찌 이리 빠른가, 예전에는 강직하다고 불렸는데 지금은 또한 너그럽네. 그대가 홀로 정위(廷尉)의 법을 지키는 것을 가엾이 여기니, 만년에 도리어 파양(鄱陽)의 키를 잡게 되었네. 천리마가 여윈 소를 쫓는 것을 슬퍼하지 마오, 좋은 옥을 시험하려면 모름지기 맹렬한 불이 필요하오. 세상일을 천천히 살펴보면 참으로 꿈과 같으니, 인생이 영원히 곤궁하지는 않음을 믿으시오. 그대가 송사를 판결하는 데 음덕(陰德)이 있음을 아오니, 훗날 노인이 위과(魏顆)에게 보답하리라.

분석 및 설명:

이 시는 채관경의 요주 부임을 축하하며 그의 인품과 능력을 칭찬하고 앞으로의 성공을 기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각 구절을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1. 채관경의 평소 모습: 첫 번째와 두 번째 구절은 채관경의 평소 모습을 묘사합니다. 다른 사람과 격의 없이 어울리고 자유분방한 성격이지만, 일에 있어서는 지나치게 신중하고 고지식한 면이 있음을 이야기합니다. "내가 보니 채공은 다른 사람과 어울릴 때, 거리낌 없이 웃고 이야기하며 무엇이든 못할 것이 없네. 평소에는 자유분방하여 세속에 놀라지 않더니, 일에 임해서는 오히려 나보다 더 우활(迂闊, 세상 물정에 어둡고 고지식함)하네(吾觀蔡子與人遊。掀豗笑語無不可。平時儻蕩不驚俗。臨事迂闊乃過我)"라는 구절은 채관경의 성격을 대조적으로 보여줍니다.
  2. 채관경의 변화와 능력: 세 번째와 네 번째 구절은 채관경이 온 이후의 변화와 그의 능력을 칭찬합니다. 예전의 강직한 모습에서 벗어나 더욱 원만하고 너그러워졌으며, 어려운 상황에서도 능히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었음을 이야기합니다. "눈앞에 닥친 함정을 여러 사람이 두려워하지만, 길에 금과 구슬을 깔아 놓아도 누가 줍지 않으랴. 그대가 온 이후 변화가 어찌 이리 빠른가, 예전에는 강직하다고 불렸는데 지금은 또한 너그럽네(橫前坑穽衆所畏。布路金珠誰不裹。爾來變化驚何速。昔號剛強今亦頗)"라는 구절은 채관경의 긍정적인 변화를 강조합니다.
  3. 채관경의 새로운 임무와 격려: 다섯 번째와 여섯 번째 구절은 채관경의 새로운 임무인 요주 지주사 부임을 언급하며 그를 격려합니다. 정위의 법을 지키던 그가 이제 지방의 수장이 되어 백성을 다스리게 된 것을 축하하며, 그의 능력을 발휘할 좋은 기회임을 강조합니다. '천리마가 여윈 소를 쫓는 것을 슬퍼하지 마오, 좋은 옥을 시험하려면 모름지기 맹렬한 불이 필요하오(莫嗟天驥逐羸牛。欲試良玉須猛火)'라는 비유는 큰 능력을 가진 사람은 큰 시련을 통해 더욱 빛을 발한다는 의미로, 채관경을 격려하는 내용입니다. "그대가 홀로 정위(廷尉)의 법을 지키는 것을 가엾이 여기니, 만년에 도리어 파양(鄱陽)의 키를 잡게 되었네(憐君獨守廷尉法。晚歲却理鄱陽柁)"라는 구절은 채관경의 새로운 임무를 언급합니다.
  4. 인생의 무상함과 채관경의 성공 기원: 일곱 번째와 여덟 번째 구절은 인생의 무상함을 이야기하며 채관경의 성공을 기원합니다. 세상일은 꿈과 같으니 영원한 곤궁은 없으며, 채관경은 송사를 공정하게 처리하여 후대에까지 이름을 남길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특히 '훗날 노인이 위과에게 보답하리라(他日老人酬魏顆)'라는 고사를 인용한 부분은 채관경의 선행이 반드시 좋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믿음을 표현한 것입니다. 위과(魏顆)는 춘추시대 진(晉)나라의 사람으로, 아버지의 명령을 어기고 첩의 목숨을 구해 준 덕분에 후에 전쟁에서 적장의 도움을 받아 승리했다는 고사입니다. 이 고사를 통해 채관경의 공정한 판결이 후대에까지 칭송받을 것임을 암시합니다. "세상일을 천천히 살펴보면 참으로 꿈과 같으니, 인생이 영원히 곤궁하지는 않음을 믿으시오. 그대가 송사를 판결하는 데 음덕(陰德)이 있음을 아오니, 훗날 노인이 위과(魏顆)에게 보답하리라(世事徐觀真夢寐。人生不信長轗軻。知君決獄有陰功。他日老人酬魏顆)"라는 구절은 인생의 무상함과 채관경의 성공을 기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이 시는 채관경의 요주 부임을 축하하며 그의 인품과 능력을 칭찬하고 앞으로의 성공을 기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특히 고사를 적절히 활용하여 시의 의미를 풍부하게 하고 있으며, 채관경에 대한 시인의 깊은 신뢰와 기대를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제시된 시는 소식(蘇軾)의 동파집(東坡集)에 실린 「차운양포조춘(次韻楊裦早春)」입니다. 양포(楊裦)의 이른 봄을 읊은 시에 차운(次韻, 같은 운자를 사용하여 시를 짓는 것)한 작품으로, 봄의 기운을 느끼며 즐거워하는 감정과 함께 자신의 처지에 대한 담담한 심정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번역과 함께 분석 및 설명을 덧붙이겠습니다.

번역:

궁벽한 골목은 쓸쓸하고 괴로움이 아직 가시지 않았는데, 그대의 집 정원에는 봄이 많이 찾아왔네. 마른 말을 타고 눈을 헤치고 오는 것을 마다하지 않은 것은, 아름다운 여인이 답사행(踏莎行)을 부르는 것을 듣기 위해서였네. 쌓인 한을 풀기 위해서는 모름지기 술이 필요하고, 늘어나는 나이에 누가 다시 희아(羲娥, 달의 여신)를 원망하랴. 좋은 날과 즐거운 일은 예로부터 함께하기 어려웠으니, 백발에 푸른 옷을 입은 나 또한 노래하네. 가랑비 내리는 교외의 밭에서 채소를 심고, 한가한 관리의 집 문에는 그물을 쳐 놓을 만하네. 사흘 동안 조정에 나가지 않으니 임금의 은혜가 무겁고, 단잠을 자니 몸이 어디에 있는지조차 모르겠네.

분석 및 설명:

이 시는 이른 봄의 정취를 묘사하며 즐거움을 표현하는 동시에 자신의 처지에 대한 담담한 심정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각 구절을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1. 대조적인 상황 묘사: 첫 번째 구절은 시인의 처지와 양포의 처지를 대조적으로 묘사하며 시를 시작합니다. 시인은 궁벽한 골목에서 쓸쓸함을 느끼고 있지만, 양포의 집 정원에는 봄기운이 완연함을 대비시켜 보여줍니다. "궁벽한 골목은 쓸쓸하고 괴로움이 아직 가시지 않았는데, 그대의 집 정원에는 봄이 많이 찾아왔네(窮巷淒涼苦未和。君家庭院得春多)"라는 구절은 두 사람의 상황을 명확하게 대비시켜 보여줍니다.
  2. 봄을 맞이하는 즐거움: 두 번째 구절은 눈을 헤치고 양포의 집을 찾아간 이유를 밝힙니다. 아름다운 여인이 부르는 노래를 듣기 위해서였다는 표현에서 봄을 맞이하는 즐거움을 엿볼 수 있습니다. '답사행(踏莎行)'은 송나라 때 유행하던 사패(詞牌)의 이름으로, 가사의 곡조를 의미합니다. "마른 말을 타고 눈을 헤치고 오는 것을 마다하지 않은 것은, 아름다운 여인이 답사행(踏莎行)을 부르는 것을 듣기 위해서였네(不辭瘦馬騎衝雪。來聽佳人唱踏莎)"라는 구절은 봄을 즐기는 시인의 마음을 보여줍니다.
  3. 세월의 흐름과 달관: 세 번째 구절은 세월의 흐름에 대한 달관적인 태도를 보여줍니다. 나이가 들면서 지난날의 원망이나 슬픔을 잊고 현재를 즐기려는 마음을 표현합니다. '희아(羲娥)'는 달의 여신으로, 시간을 주관하는 존재로 여겨졌습니다. 과거에는 시간을 탓하거나 세월의 흐름을 원망했을지 모르지만, 이제는 그러한 마음을 내려놓았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쌓인 한을 풀기 위해서는 모름지기 술이 필요하고, 늘어나는 나이에 누가 다시 희아(羲娥, 달의 여신)를 원망하랴(破恨徑須煩麴糵。增年誰復怨羲娥)"라는 구절은 세월의 흐름에 대한 시인의 달관적인 태도를 보여줍니다.
  4. 현재의 즐거움과 담담한 심정: 네 번째 구절은 좋은 날과 즐거운 일이 함께하기 어렵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현재의 소소한 즐거움을 노래합니다. 백발에 푸른 옷을 입은 자신의 모습을 담담하게 묘사하며, 주어진 상황 속에서 즐거움을 찾으려는 태도를 보여줍니다. "좋은 날과 즐거운 일은 예로부터 함께하기 어려웠으니, 백발에 푸른 옷을 입은 나 또한 노래하네(良辰樂事古難並。白髮青衫我亦歌)"라는 구절은 현재의 상황을 받아들이고 즐거움을 찾으려는 시인의 마음을 보여줍니다.
  5. 한가로운 생활 묘사: 다섯 번째와 여섯 번째 구절은 한가로운 생활을 묘사합니다. 밭에 채소를 심고, 집 문에 그물을 쳐 놓는 등의 소박한 일상을 통해 한가로운 관리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특히 사흘 동안 조정에 나가지 않아 임금의 은혜를 느끼고, 단잠을 자는 모습에서 편안하고 만족스러운 생활을 엿볼 수 있습니다. "가랑비 내리는 교외의 밭에서 채소를 심고, 한가한 관리의 집 문에는 그물을 쳐 놓을 만하네. 사흘 동안 조정에 나가지 않으니 임금의 은혜가 무겁고, 단잠을 자니 몸이 어디에 있는지조차 모르겠네(細雨郊園聊種菜。冷官門戶可張羅。放朝三日君恩重。睡美不知身在何)"라는 구절은 시인의 한가롭고 평화로운 일상을 보여줍니다.

전체적으로 이 시는 이른 봄의 정취를 느끼며 즐거워하는 감정과 함께 자신의 처지에 대한 담담한 심정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대조적인 상황 묘사, 세월에 대한 달관, 현재의 소소한 즐거움, 한가로운 생활 묘사 등을 통해 시인의 복잡한 내면을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제시된 시는 소식(蘇軾)의 동파집(東坡集)에 실린 「초도항주기자유이절(初到杭州寄子由二絕)」입니다. 소식이 처음 항주(杭州)에 도착하여 아우 소철(蘇轍, 자는 子由)에게 보낸 두 수의 절구시입니다. 당시의 정세에 대한 우려와 자신의 처지에 대한 솔직한 심정을 담고 있습니다. 번역과 함께 분석 및 설명을 덧붙이겠습니다.

첫 번째 시:

번역:

눈으로 보건대 시국이 감당하기 어려우니, 임금의 은혜를 탐하여 물러나지 못했네. 둔하고 느린 나는 결국 탄핵을 받아 떠나게 될 것이니, 사또(使君)는 어느 날 귀먹은 승상(丞相)으로 바뀌려나.

분석 및 설명:

이 시는 당시 정치 상황에 대한 소식의 우려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 시국에 대한 우려: 첫 번째 구절은 현재의 정세가 매우 불안정하며, 자신이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임을 나타냅니다. '눈으로 보건대 시국이 감당하기 어려우니(眼看時事力難任)'라는 표현은 소식이 당시 조정의 혼란과 당쟁을 목격하며 큰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음을 보여줍니다.
  • 물러나지 못하는 상황: 두 번째 구절은 이러한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임금의 은혜 때문에 쉽게 물러나지 못하는 자신의 처지를 나타냅니다. '임금의 은혜를 탐하여 물러나지 못했네(貪戀君恩退未能)'라는 표현은 임금에 대한 충성심과 동시에 어려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 사이의 갈등을 보여줍니다.
  • 탄핵에 대한 예상과 풍자: 세 번째 구절은 결국 자신이 탄핵을 받아 관직에서 물러나게 될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둔하고 느린 나는 결국 탄핵을 받아 떠나게 될 것이니(遲鈍終須投劾去)'라는 표현은 자신의 성격이 정치적인 상황에 적응하지 못함을 자조적으로 드러냅니다.
  • 승상에 대한 풍자: 네 번째 구절은 사또(항주 태수)가 언젠가 '귀먹은 승상'으로 바뀔 것이라고 풍자합니다. 여기서 '귀먹은 승상'은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윗사람의 말만 듣는 무능한 관리를 비꼬는 표현으로 해석됩니다. 이는 당시 조정의 고위 관료들을 비판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사또(使君)는 어느 날 귀먹은 승상(丞相)으로 바뀌려나(使君何日換聾丞)'라는 구절은 정치 현실에 대한 풍자와 비판을 담고 있습니다.

두 번째 시:

번역:

성스러운 임금의 넓은 은혜로 온전한 몸을 허락받았으니, 쇠약하고 병들어 스스로 남을 두려워하네. 언덕 위로 올라와 괴롭게 서로 바라보지 마오, 나는 바야흐로 부뚜막에 제사를 지내며 이웃을 청하려 하오.

분석 및 설명:

이 시는 자신의 건강 상태와 앞으로의 생활에 대한 소식을 전하고 있습니다.

  • 임금의 은혜에 대한 감사: 첫 번째 구절은 임금의 은혜로 무사히 관직에서 물러나게 된 것에 대한 감사를 표합니다. '성스러운 임금의 넓은 은혜로 온전한 몸을 허락받았으니(聖明寬大許全身)'라는 표현은 임금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나타냅니다.
  • 쇠약한 건강 상태: 두 번째 구절은 쇠약해진 자신의 건강 상태를 솔직하게 드러냅니다. '쇠약하고 병들어 스스로 남을 두려워하네(衰病摧頹自畏人)'라는 표현은 건강이 좋지 않아 사람들을 만나는 것조차 조심스러워하는 자신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 아우에 대한 당부: 세 번째 구절은 아우 소철에게 언덕 위에서 자신을 기다리지 말라고 당부합니다. '언덕 위로 올라와 괴롭게 서로 바라보지 마오(莫上岡頭苦相望)'라는 표현은 아우가 자신을 걱정할 것을 염려하는 마음을 나타냅니다.
  • 소박한 생활 예고: 네 번째 구절은 앞으로 이웃과 함께 소박하게 지낼 계획임을 밝힙니다. '나는 바야흐로 부뚜막에 제사를 지내며 이웃을 청하려 하오(吾方祭竈請比隣)'라는 표현은 관직에서 물러난 후 평범한 사람들과 어울리며 소박한 생활을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줍니다. '부뚜막 제사'는 민간에서 행해지는 소박한 제사로, 평범한 일상을 의미합니다.

전체적인 의미:

이 두 수의 시는 소식이 항주에 도착하여 아우 소철에게 보낸 편지와 같은 역할을 합니다. 당시 정치 상황에 대한 우려와 자신의 처지에 대한 솔직한 심정, 그리고 앞으로의 생활에 대한 계획을 담담하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특히 첫 번째 시에서는 정치 현실에 대한 풍자와 비판을, 두 번째 시에서는 소박한 삶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 특징입니다.

 

제시된 시는 소식(蘇軾)의 동파집(東坡集)에 실린 「차운류자옥이수(次韻柳子玉二首)」입니다. 류자옥(柳子玉)의 시에 차운(次韻, 같은 운자를 사용하여 시를 짓는 것)한 두 수의 시로, 각각 지로(地爐, 화로)와 지장(紙帳, 종이 장막)을 소재로 하여 겨울의 추위와 가난한 생활상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번역과 함께 분석 및 설명을 덧붙이겠습니다.

첫 번째 시: 지로(地爐)

번역:

가느다란 소리의 지렁이가 은병(銀缾, 물병)에서 나오니, 거친 옷을 입고 비스듬히 누우니 하늘이 아직 밝지 않았네. 성긴 귀밑털은 족집게로 뽑다 남았고, 눈 덮인 옷깃은 기울어졌네. 장사의 기개는 다 사라지고 바람에 쓰러진 깃발과 같네. 스스로 말하기를 단사(丹砂)를 굽는 화로의 아주 작은 불이라고 하지만, 산성의 길고 짧은 경점(更點, 밤 시간을 알리는 소리) 듣기에 지쳤네. 듣자 하니 침상 머리에는 오직 죽기(竹几, 대나무 책상)만 있다 하니, 부인은 응당 ‘경경(卿卿, 부부 사이의 애칭)’이라 부르지 않으리라. (속담에 죽기를 죽부인(竹夫人)이라 한다.)

분석 및 설명:

이 시는 겨울밤 화로의 미약한 불빛 아래에서 가난하고 외로운 생활을 하는 모습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 추위와 가난: 첫 두 구절은 추위와 가난을 직접적으로 묘사합니다. 지렁이가 물병에서 나오는 것은 날씨가 매우 추움을 나타내며, 거친 옷을 입고 밤늦도록 잠 못 이루는 모습에서 가난한 생활상을 엿볼 수 있습니다. '가느다란 소리의 지렁이가 은병(銀缾, 물병)에서 나오니, 거친 옷을 입고 비스듬히 누우니 하늘이 아직 밝지 않았네(細聲蚯蚓發銀缾。擁褐橫眠天未明)'라는 구절은 겨울의 추위와 가난한 생활을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 쇠락한 모습: 세 번째와 네 번째 구절은 쇠락한 자신의 모습을 자조적으로 표현합니다. 성긴 귀밑털과 기울어진 옷깃은 초라한 몰골을 나타내며, '장사의 기개는 다 사라지고 바람에 쓰러진 깃발과 같네(壯士降盡倒風旌)'라는 표현은 과거의 기개를 잃고 쇠약해진 자신의 모습을 안타까워하는 감정을 드러냅니다.
  • 미약한 불빛과 고독: 다섯 번째와 여섯 번째 구절은 화로의 미약한 불빛과 밤 시간을 알리는 소리를 통해 고독한 심정을 표현합니다. '단사(丹砂)를 굽는 화로의 아주 작은 불(丹竈錙銖火)'이라는 표현은 화로의 불이 매우 약함을 비유적으로 나타내며, 이는 고독하고 힘든 상황을 더욱 부각합니다.
  • 죽기와 부부 관계: 마지막 두 구절은 죽기(竹几)를 통해 부부 관계의 소원함을 암시합니다. 속담에 죽기를 죽부인(竹夫人)이라고 하는데, 이는 차가운 대나무처럼 부부 사이의 정이 식었음을 비유하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듣자 하니 침상 머리에는 오직 죽기(竹几, 대나무 책상)만 있다 하니, 부인은 응당 ‘경경(卿卿, 부부 사이의 애칭)’이라 부르지 않으리라(聞道牀頭惟竹几。夫人應不解卿卿)'라는 구절은 고독한 상황과 함께 부부 관계의 어려움까지 암시합니다.

두 번째 시: 지장(紙帳)

번역:

어지러운 무늬의 거북 껍데기처럼 가는 실로 연결된 종이 장막이여, 비단 이불에 익숙하게 누웠으니 아마 불편할 것이 두렵네. 스님 수건처럼 깨끗한 흰 베로 만든 것이, 오랑캐 장막의 자주색 융단보다 따뜻하네. 비단 갓옷은 빨리 말아 손님에게 돌려주고, 허물어진 집에서 어찌 하늘을 우러러보는 것을 걱정하랴. 다만 어린아이가 세금을 내지 못할까 걱정하니, 밤늦도록 밟아 찢어져 잠을 이루지 못하네.

분석 및 설명:

이 시는 종이 장막이라는 소박한 물건을 통해 가난한 생활과 자식에 대한 걱정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 종이 장막의 묘사: 첫 두 구절은 종이 장막의 외형을 묘사합니다. '어지러운 무늬의 거북 껍데기처럼 가는 실로 연결된(亂文龜殼細相連)'이라는 표현은 종이 장막의 독특한 모양을 비유적으로 나타냅니다. 비단 이불에 익숙한 사람이 종이 장막에서 자는 것이 불편할까 걱정하는 부분에서 화자의 겸손함을 엿볼 수 있습니다.
  • 따뜻한 종이 장막: 세 번째와 네 번째 구절은 종이 장막의 따뜻함을 강조합니다. 스님의 수건처럼 깨끗한 흰 베로 만든 종이 장막이 오랑캐의 융단보다 따뜻하다는 표현은 가난하지만 만족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 가난한 생활과 낙천적인 태도: 다섯 번째와 여섯 번째 구절은 가난한 생활 속에서도 낙천적인 태도를 잃지 않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비단 갓옷을 손님에게 돌려주는 것은 가진 것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나타내며, 허물어진 집에서 하늘을 우러러보는 것을 걱정하지 않는다는 표현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태도를 유지하려는 의지를 보여줍니다.
  • 자식에 대한 걱정: 마지막 두 구절은 가난한 생활 속에서 자식에 대한 걱정을 드러냅니다. 세금을 내지 못할까 걱정하여 밤늦도록 잠 못 이루는 모습은 부모로서의 안타까운 마음을 잘 보여줍니다. '다만 어린아이가 세금을 내지 못할까 걱정하니, 밤늦도록 밟아 찢어져 잠을 이루지 못하네(但恐嬌兒還惡稅。夜深踏裂不成眠)'라는 구절은 가난한 현실과 함께 자식에 대한 깊은 사랑과 걱정을 드러냅니다.

전체적인 의미:

이 두 수의 시는 지로와 지장이라는 일상적인 사물을 통해 겨울의 추위와 가난한 생활상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또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긍정적인 태도를 유지하려는 의지와 자식에 대한 깊은 사랑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제시된 시는 소식(蘇軾)의 동파집(東坡集)에 실린 「납일유고산방혜근혜사이승(臘日遊孤山訪惠勤惠思二僧)」입니다. 납일(臘日, 납향일)에 고산(孤山)을 찾아 혜근(惠勤)과 혜사(惠思) 두 스님을 방문한 일을 읊은 시로, 겨울 풍경의 아름다움과 스님들과의 만남에서 얻은 즐거움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번역과 함께 분석 및 설명을 덧붙이겠습니다.

번역:

하늘은 눈이 내리려 하고, 구름은 호수에 가득하네. 누대(樓臺)는 어렴풋이 보였다 안 보였다 하고 산은 있는지 없는지 분간하기 어렵네. 물은 맑아 돌이 드러나 물고기를 셀 수 있고, 숲은 깊어 사람은 없고 새들만 서로 부르네. 납일에 집에 돌아가지 않고 처자식과 마주하지 않은 것은, 이름은 도인을 찾는다고 했지만 실은 스스로 즐기기 위함이네. 도인의 거처는 어디에 있는가, 보운산(寶雲山) 앞에 길이 구불구불 이어져 있네. 고산은 외롭고 끊어져 누가 기꺼이 살려 하겠는가, 도인은 도가 있으니 산이 외롭지 않네. 종이 창문에 대나무 집은 깊숙이 따뜻하고, 거친 옷을 입고 앉아 졸고 둥근 부들에 기대었네. 날씨는 춥고 길은 멀어 하인들이 근심스러우니, 수레를 정비하여 해 지기 전에 돌아가도록 재촉하네. 산을 나와 돌이켜 바라보니 구름과 나무가 합쳐져 있고, 다만 들의 학이 탑 위를 맴도는 것만 보이네. 이 유람은 담박(淡泊, 욕심 없이 깨끗함)하여 즐거움이 남음이 있었으니, 집에 돌아오니 황홀하기 꿈만 같네. 시를 짓는 것이 급하여 도망간 포로를 쫓듯 하니, 맑은 경치는 한 번 놓치면 다시 그리기 어렵네.

분석 및 설명:

이 시는 겨울날 고산을 방문하여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고 스님들과의 교류를 통해 심신의 평화를 얻은 경험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각 구절을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1. 겨울 풍경 묘사: 첫 두 구절은 눈 내리기 직전의 겨울 풍경을 섬세하게 묘사합니다. 구름으로 뒤덮인 호수, 어렴풋이 보이는 누대와 산, 맑은 물과 드러난 돌, 깊은 숲과 새들의 울음소리 등 겨울의 정취를 시각적, 청각적으로 효과적으로 전달합니다. "하늘은 눈이 내리려 하고, 구름은 호수에 가득하네. 누대(樓臺)는 어렴풋이 보였다 안 보였다 하고 산은 있는지 없는지 분간하기 어렵네. 물은 맑아 돌이 드러나 물고기를 셀 수 있고, 숲은 깊어 사람은 없고 새들만 서로 부르네(天欲雪。雲滿湖。樓臺明滅山有無。水清出石魚可數。林深無人鳥相呼)"라는 구절은 겨울 풍경을 생생하게 묘사합니다.
  2. 방문의 목적: 세 번째 구절은 고산을 방문한 목적을 밝힙니다. 표면적으로는 도인을 찾는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스스로 즐기기 위함임을 솔직하게 고백합니다. "납일에 집에 돌아가지 않고 처자식과 마주하지 않은 것은, 이름은 도인을 찾는다고 했지만 실은 스스로 즐기기 위함이네(臘日不歸對妻孥。名尋道人實自娛)"라는 구절은 방문의 진정한 목적을 드러냅니다.
  3. 스님들의 거처와 모습: 네 번째부터 여섯 번째 구절은 스님들의 거처와 그들의 모습을 묘사합니다. 보운산 앞에 있는 고산의 외딴 곳에 위치한 스님들의 거처는 종이 창문에 대나무 집으로 따뜻하고 소박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거친 옷을 입고 둥근 부들에 기대어 졸고 있는 스님들의 모습은 세속을 초탈한 평화로운 모습을 보여줍니다. "도인의 거처는 어디에 있는가, 보운산(寶雲山) 앞에 길이 구불구불 이어져 있네. 고산은 외롭고 끊어져 누가 기꺼이 살려 하겠는가, 도인은 도가 있으니 산이 외롭지 않네. 종이 창문에 대나무 집은 깊숙이 따뜻하고, 거친 옷을 입고 앉아 졸고 둥근 부들에 기대었네(道人之居在何許。寶雲山前路盤紆。孤山孤絕誰肯廬。道人有道山不孤。紙窓竹屋深自暖。擁褐坐睡依圓蒲)"라는 구절은 스님들의 소박한 생활 모습을 보여줍니다.
  4. 귀가와 여운: 일곱 번째부터 아홉 번째 구절은 하인들을 걱정하여 서둘러 귀가하는 모습과 산을 내려오며 느낀 여운을 묘사합니다. 구름과 나무가 어우러진 풍경과 탑 위를 맴도는 들의 학의 모습은 시적 정취를 더합니다. "날씨는 춥고 길은 멀어 하인들이 근심스러우니, 수레를 정비하여 해 지기 전에 돌아가도록 재촉하네. 산을 나와 돌이켜 바라보니 구름과 나무가 합쳐져 있고, 다만 들의 학이 탑 위를 맴도는 것만 보이네. 이 유람은 담박(淡泊, 욕심 없이 깨끗함)하여 즐거움이 남음이 있었으니, 집에 돌아오니 황홀하기 꿈만 같네(天寒路遠愁僕夫。整駕催歸及未脯。出山迴望雲木合。但見野鶴盤浮圖。兹遊淡泊歡有餘。到家怳如夢遽遽)"라는 구절은 귀가하는 과정과 여운을 아름답게 묘사합니다.
  5. 시 창작의 동기: 마지막 구절은 시를 급하게 짓는 이유를 설명합니다. 아름다운 경치를 놓치면 다시 표현하기 어렵기 때문에 서둘러 시를 지어야 한다는 절박함을 표현합니다. "시를 짓는 것이 급하여 도망간 포로를 쫓듯 하니, 맑은 경치는 한 번 놓치면 다시 그리기 어렵네(作詩火急追亡逋。清景一失後難摹)"라는 구절은 시 창작에 대한 시인의 열정을 보여줍니다.

전체적인 의미:

이 시는 겨울날 고산을 방문하여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고 스님들과의 교류를 통해 심신의 평화를 얻은 경험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겨울 풍경 묘사와 함께 스님들의 소박한 생활 모습, 그리고 시 창작에 대한 열정을 보여주는 것이 특징입니다. 특히 '도인은 도가 있으니 산이 외롭지 않네(道人有道山不孤)'라는 구절은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운 관계를 보여주는 중요한 부분입니다.

 

제시된 시는 소식(蘇軾)의 동파집(東坡集)에 실린 「이기사승견화전편, 복용원운답지(李杞寺丞見和前篇,復用元韻荅之)」입니다. 이기(李杞) 사승(寺丞)이 먼저 지은 시에 화답하여 같은 운자를 사용하여 지은 시입니다. 관직 생활의 어려움과 은퇴에 대한 갈망, 그리고 이상적인 삶에 대한 동경을 담고 있습니다. 번역과 함께 분석 및 설명을 덧붙이겠습니다.

번역:

짐승은 숲에 있고, 물고기는 호수에 있거늘, 한 번 우리에 갇히면 돌아올 기약이 없네. 잘못 따라 활과 깃발을 좇아 속세에 떨어졌으니, 앉아서 형벌의 고통을 받으며 신음하게 되었네. 죄인을 뒤쫓고 연좌제는 죄가 자식에게까지 미치니, 근래 여러 번 염적(소금 도둑)을 잡아 모두 연좌시켜 그 집안을 이주시켰네. 백 날의 근심 탄식에 하루의 즐거움이 있네. 흰 구름과는 예로부터 늙어 죽을 약속이 있었으니, 붉은 인끈(관직)이 어찌 산사람의 한가로움에 어울리겠는가. 인생사 어느 것이 초가집(籧廬)이 아니랴, 고향 산의 학은 원망하고 가을 원숭이는 외롭네. 어느 때에 사슴 수레를 직접 몰고 돌아갈까, 백발을 쓸어 없애고 창포로 번거로움을 씻을까. 삼신을 신고 사냥꾼을 따라, 활로 여우와 토끼를 쏘아 아침저녁 식사에 바치네. 도연명은 스스로 오류선생전(五柳先生傳)을 지었고, 반랑(潘閬)은 그림으로 삼봉도(三峰圖)를 그렸네. 내 나이 엄연히 이제 얼마나 남았는가, 잘못인 줄 알면서도 떠나지 못하니 위거(衞籧)가 부끄럽네. 흉년에는 돌아갈 계책도 없으니 도망간 죄인을 잡을 수 없고, 고니는 그리기 쉬워도 호랑이는 그리기 어렵네.

분석 및 설명:

이 시는 관직 생활의 고통과 은퇴에 대한 갈망, 그리고 이상적인 삶에 대한 동경을 다양한 비유와 고사를 통해 표현하고 있습니다. 각 구절을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1. 속박된 삶의 비유: 첫 번째와 두 번째 구절은 관직 생활을 우리에 갇힌 짐승과 물고기에 비유하며 속박된 삶의 고통을 나타냅니다. '짐승은 숲에 있고, 물고기는 호수에 있거늘, 한 번 우리에 갇히면 돌아올 기약이 없네(獸在藪。魚在湖。一入池檻歸期無)'라는 구절은 자유로운 자연과 대비되는 속박된 현실을 보여줍니다. '잘못 따라 활과 깃발을 좇아 속세에 떨어졌으니, 앉아서 형벌의 고통을 받으며 신음하게 되었네(誤隨弓旌落塵土。坐使鞭箠環呻呼)'라는 구절은 관직 생활의 고통을 형벌에 비유하여 표현합니다.
  2. 가혹한 현실과 고통: 세 번째 구절은 당시의 가혹한 현실을 보여줍니다. 연좌제와 염적 사건을 언급하며 백성들의 고통과 자신의 무력함을 드러냅니다. '죄인을 뒤쫓고 연좌제는 죄가 자식에게까지 미치니, 근래 여러 번 염적(소금 도둑)을 잡아 모두 연좌시켜 그 집안을 이주시켰네. 백 날의 근심 탄식에 하루의 즐거움이 있네(追胥連保罪及孥。近屢獲塩賊。皆坐同保徙其家。百日愁歎一日娛)'라는 구절은 당시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보여줍니다.
  3. 은퇴에 대한 갈망: 네 번째와 다섯 번째 구절은 은퇴에 대한 갈망을 표현합니다. 흰 구름과 늙어 죽겠다는 약속은 자연으로 돌아가 은거하려는 마음을 나타내며, 붉은 인끈(관직)은 이러한 삶에 어울리지 않음을 강조합니다. '흰 구름과는 예로부터 늙어 죽을 약속이 있었으니, 붉은 인끈(관직)이 어찌 산사람의 한가로움에 어울리겠는가(白雲舊有終老約。朱綬豈合山人紆)'라는 구절은 은퇴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줍니다. '인생사 어느 것이 초가집(籧廬)이 아니랴, 고향 산의 학은 원망하고 가을 원숭이는 외롭네(人生何者非籧廬。故山鶴怨秋猿孤)'라는 구절은 인생의 무상함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나타냅니다.
  4. 이상적인 삶의 동경: 여섯 번째와 일곱 번째 구절은 이상적인 삶에 대한 동경을 보여줍니다. 사슴 수레를 몰고 고향으로 돌아가 자연 속에서 소박하게 살아가는 삶을 꿈꿉니다. '어느 때에 사슴 수레를 직접 몰고 돌아갈까, 백발을 쓸어 없애고 창포로 번거로움을 씻을까(何時自駕鹿車去。掃除白髮煩菖蒲)'라는 구절은 은퇴 후의 이상적인 삶을 구체적으로 묘사합니다. '삼신을 신고 사냥꾼을 따라, 활로 여우와 토끼를 쏘아 아침저녁 식사에 바치네(麻鞋短後隨獵夫。射弋狐兎供朝晡)'라는 구절은 자연 속에서 소박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5. 과거 인물들의 삶: 여덟 번째 구절은 도연명과 반랑의 고사를 인용하며 자신의 이상적인 삶을 더욱 강조합니다. 도연명은 관직을 버리고 자연으로 돌아가 소박한 삶을 살았으며, 반랑은 은거하며 그림을 그렸습니다. 이러한 인물들의 삶은 소식이 추구하는 삶과 일치합니다. '도연명은 스스로 오류선생전(五柳先生傳)을 지었고, 반랑(潘閬)은 그림으로 삼봉도(三峰圖)를 그렸네(陶潛自作五柳傳。潘閬畫入三峰圖)'라는 구절은 과거 인물들의 삶을 통해 자신의 이상을 드러냅니다.
  6. 현실적인 어려움과 자책: 아홉 번째와 열 번째 구절은 현실적인 어려움과 자신의 무능함을 자책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나이가 들어 은퇴를 해야 하지만, 현실적인 문제로 인해 쉽게 떠나지 못하는 자신을 부끄러워합니다. '내 나이 엄연히 이제 얼마나 남았는가, 잘못인 줄 알면서도 떠나지 못하니 위거(衞籧)가 부끄럽네(吾年凜凜今幾餘。知非不去慙衞籧)'라는 구절은 현실적인 어려움과 자책을 드러냅니다. '흉년에는 돌아갈 계책도 없으니 도망간 죄인을 잡을 수 없고, 고니는 그리기 쉬워도 호랑이는 그리기 어렵네(歲荒無術歸亡逋。鵠則易畫虎難摹)'라는 구절은 어려운 현실과 자신의 무능함을 비유적으로 표현합니다.

전체적인 의미:

이 시는 관직 생활의 고통과 은퇴에 대한 갈망, 그리고 자연 속에서 소박하게 살아가는 이상적인 삶에 대한 동경을 복합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다양한 비유와 고사를 활용하여 시의 의미를 풍부하게 하고 있으며, 현실적인 어려움 속에서도 이상을 추구하는 시인의 모습을 잘 드러내는 작품입니다.

 

제시된 시는 소식(蘇軾)의 동파집(東坡集)에 실린 「재화(再和)」입니다. 앞의 시에 이어 다시 화답한 시로, 자연을 즐기는 한가로운 생활과 친구와의 우정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번역과 함께 분석 및 설명을 덧붙이겠습니다.

번역:

동쪽을 바라보면 바다이고, 서쪽을 바라보면 호수이네. 산은 평평하고 물은 멀어 가늘게 끊어질 듯하네. 촌사람은 소략하고 미쳐서 낚시를 쫓고, 자사(刺史)는 너그럽게 노래하고 외치는 것을 용납하네. 임금의 은혜는 따뜻하고 배불러 그대와 그대의 처자에게까지 미치네. 재능 있는 자는 한가롭지 않고 재주 없는 자는 즐거워하네. 험한 바위를 뚫고 고개를 넘으니 다리가 튼튼하고, 산수가 서로 얽히고 구부러진 것을 싫어하지 않네. 삼백예순 곳의 오래된 정사(精廬)여, 나가 노니 동반자 없이 남여만 외롭네. 시를 짓는 것이 비록 아직 경지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답답함을 푸는 것이 어찌 투전놀이(樗蒲)보다 못하랴. 그대의 재능은 민첩한 관찰력과 백 사람의 힘을 겸비하였으니, 아침에 천 편의 시를 지어도 해가 지지 않겠네. 이곳 호숫가에 와서 좋은 시구를 얻었으니, 이제부터 영구(營丘)의 그림은 보지 않으리라. 그대의 함에는 부유함이 남음이 있는 줄 아니, 비단과 수를 아끼지 말고 초가집(籧廬)을 갚아 주오. 곤궁함이 많아 험한 곳에서 누가 먼저 도망치랴, 명화를 걸고 내기하면 모사할 필요가 없네.

분석 및 설명:

이 시는 자연을 즐기는 한가로운 생활과 친구와의 우정을 묘사하며,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각 구절을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1. 넓은 시야와 자연 묘사: 첫 번째 구절은 넓은 시야를 통해 주변의 자연을 묘사합니다. 동쪽의 바다와 서쪽의 호수, 평평한 산과 멀리 흐르는 물을 통해 탁 트인 풍경을 보여줍니다. "동쪽을 바라보면 바다이고, 서쪽을 바라보면 호수이네. 산은 평평하고 물은 멀어 가늘게 끊어질 듯하네(東望海。西望湖。山平水遠細欲無)"라는 구절은 넓은 시야와 아름다운 자연 풍경을 보여줍니다.
  2. 한가로운 생활과 관용: 두 번째 구절은 촌사람들의 한가로운 생활과 자사의 관용을 묘사합니다. 낚시를 즐기는 촌사람들과 그들의 행동을 너그럽게 용납하는 자사의 모습에서 평화로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촌사람은 소략하고 미쳐서 낚시를 쫓고, 자사(刺史)는 너그럽게 노래하고 외치는 것을 용납하네(野人踈狂逐漁釣。刺史寬大容歌呼)"라는 구절은 한가로운 생활과 관용적인 태도를 보여줍니다.
  3. 임금의 은혜와 재능: 세 번째와 네 번째 구절은 임금의 은혜와 사람들의 재능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임금의 은혜가 모든 사람에게 미치고, 재능 있는 사람은 바쁘게 지내고 재주 없는 사람은 한가롭게 지낸다는 표현에서 세상의 이치를 깨달은 듯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임금의 은혜는 따뜻하고 배불러 그대와 그대의 처자에게까지 미치네. 재능 있는 자는 한가롭지 않고 재주 없는 자는 즐거워하네(君恩飽煖及爾孥。才者不閑拙者娛)"라는 구절은 임금의 은혜와 세상의 이치를 이야기합니다.
  4. 자연을 즐기는 여정: 다섯 번째 구절은 자연을 즐기는 여정을 묘사합니다. 험한 바위를 뚫고 고개를 넘는다는 표현에서 자연을 탐험하는 적극적인 자세를 엿볼 수 있습니다. "험한 바위를 뚫고 고개를 넘으니 다리가 튼튼하고, 산수가 서로 얽히고 구부러진 것을 싫어하지 않네(穿巗度嶺脚力健。未厭山水相縈紆)"라는 구절은 자연을 즐기는 여정을 생동감 있게 묘사합니다.
  5. 고독과 시 창작: 여섯 번째와 일곱 번째 구절은 외로움과 시 창작에 대한 생각을 이야기합니다. 동반자 없이 남여를 타고 다니는 외로운 모습과 시를 짓는 것으로 답답함을 푸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삼백예순 곳의 오래된 정사(精廬)여, 나가 노니 동반자 없이 남여만 외롭네. 시를 짓는 것이 비록 아직 경지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답답함을 푸는 것이 어찌 투전놀이(樗蒲)보다 못하랴(三百六十古精廬。出遊無伴籃輿孤。作詩雖未造藩閾。破悶豈不賢樗蒲)"라는 구절은 고독과 시 창작에 대한 생각을 드러냅니다.
  6. 친구의 재능과 그림: 여덟 번째와 아홉 번째 구절은 친구의 뛰어난 재능과 그림에 대한 감탄을 표현합니다. 친구의 뛰어난 재능을 칭찬하고, 호숫가에서 얻은 좋은 시구 덕분에 영구의 그림이 필요 없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대의 재능은 민첩한 관찰력과 백 사람의 힘을 겸비하였으니, 아침에 천 편의 시를 지어도 해가 지지 않겠네. 이곳 호숫가에 와서 좋은 시구를 얻었으니, 이제부터 영구(營丘)의 그림은 보지 않으리라(君才敏瞻兼百夫。朝作千篇日未晡。朅來湖上得佳句。從此不看營丘圖)"라는 구절은 친구의 재능을 칭찬하고 자신의 만족감을 표현합니다.
  7. 우정과 내기: 열 번째와 열한 번째 구절은 친구와의 우정과 내기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친구의 풍족함을 알고 비단과 수를 아끼지 말고 초가집을 갚아 달라고 농담하며, 명화를 걸고 내기를 하면 모사할 필요가 없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대의 함에는 부유함이 남음이 있는 줄 아니, 비단과 수를 아끼지 말고 초가집(籧廬)을 갚아 주오. 곤궁함이 많아 험한 곳에서 누가 먼저 도망치랴, 명화를 걸고 내기하면 모사할 필요가 없네(知君篋櫝富有餘。莫惜錦繡償營籧。窮多鬬嶮誰先逋。賭取名畫不用摹)"라는 구절은 친구와의 우정을 유쾌하게 표현합니다.

전체적인 의미:

이 시는 자연을 즐기는 한가로운 생활과 친구와의 우정을 중심으로,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솔직하고 유쾌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자연 묘사, 친구의 재능에 대한 칭찬, 그리고 유쾌한 농담 등을 통해 시의 분위기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제시된 시는 소식(蘇軾)의 동파집(東坡集)에 실린 「유영은사득래시복용전운(遊靈隱寺得來詩復用前韻)」입니다. 영은사(靈隱寺)를 유람하고 돌아와 지은 시로, 앞의 시와 같은 운자를 사용하여 지었습니다. 역사의 흥망성쇠와 인생의 무상함을 노래하며, 자연 속에서의 한가로운 삶을 추구하는 마음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번역과 함께 분석 및 설명을 덧붙이겠습니다.

번역:

그대는 보지 못했는가, 전당호(錢塘湖)를. 전왕(錢王)의 장대한 모습은 지금 이미 사라졌네. 집에는 황금을 쌓아두고, 곡식처럼 진주를 말로 헤아렸지만, 운이 다하니 편지 한 장 보내 수고할 필요도 없었네. 사방으로 벼슬살이하며 그 자식들을 흩어지게 하였으니, 궁궐은 한가한 사람들에게 남겨져 즐기게 되었네. 성함과 쇠함, 슬픔과 즐거움은 모두 잠시이니, 어찌 많은 근심으로 마음을 답답하게 하랴. 시냇물과 산은 곳곳이 모두 살 만한 곳이니, 가장 사랑하는 곳은 영은사의 날아온 듯 외로운 봉우리(飛來孤)이네. 키 큰 소나무는 백 길이나 되고 푸른 수염을 드리웠으니, 시끄럽게 아래에서 버드나무와 부들을 비웃네. 높은 집에서 많은 사람들과 모여 밥을 먹으니, 종을 치고 북을 두드리는 소리가 아침저녁으로 시끄럽네. 향기가 그윽한 방장에서 양탄자를 덮고 잠드니, 솜이불로 바다 그림을 그린 것보다 훨씬 낫네. 맑은 바람이 때때로 불어와 잠에서 깨어나게 하니, 순임금과 복희씨를 쫓아 초가집(籧廬)에 기대어 거만하게 지내네. 돌아올 때에는 까마귀들이 둥지로 돌아가고, 외로운 연기와 저녁 해는 그릴 수 없네.

분석 및 설명:

이 시는 영은사를 방문하여 느낀 감회를 역사적 사실과 대비시켜 표현하고 있습니다. 인생의 무상함과 자연 속의 한가로움을 대조적으로 보여주며, 시인의 내면세계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각 구절을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1. 전왕의 영화와 몰락: 첫 두 구절은 오월(吳越)의 왕이었던 전왕의 과거 영화와 현재의 몰락을 대비시켜 역사의 무상함을 강조합니다. 한때 부와 권세를 누렸던 전왕의 모습은 이제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게 되었음을 이야기합니다. "그대는 보지 못했는가, 전당호(錢塘湖)를. 전왕(錢王)의 장대한 모습은 지금 이미 사라졌네. 집에는 황금을 쌓아두고, 곡식처럼 진주를 말로 헤아렸지만, 운이 다하니 편지 한 장 보내 수고할 필요도 없었네(君不見錢塘湖。錢王壯觀今已無。屋堆黃金斗量珠。運盡不勞折簡呼)"라는 구절은 역사의 무상함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2. 흥망성쇠의 무상함: 세 번째와 네 번째 구절은 흥망성쇠가 덧없음을 이야기합니다. 전왕의 후손들이 흩어지고 궁궐은 다른 사람들이 차지하게 된 것을 통해 인생의 덧없음을 보여줍니다. "사방으로 벼슬살이하며 그 자식들을 흩어지게 하였으니, 궁궐은 한가한 사람들에게 남겨져 즐기게 되었네. 성함과 쇠함, 슬픔과 즐거움은 모두 잠시이니, 어찌 많은 근심으로 마음을 답답하게 하랴(四方宦遊散其孥。宮闕留與閑人娛。盛衰哀樂兩須臾。何用多憂心欝紆)"라는 구절은 인생의 무상함을 강조합니다.
  3. 자연 속의 한가로움: 다섯 번째와 여섯 번째 구절은 자연 속에서의 한가로운 삶을 예찬합니다. 시냇물과 산이 있는 곳 어디든 살 만한 곳이며, 특히 영은사의 아름다운 풍경을 사랑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시냇물과 산은 곳곳이 모두 살 만한 곳이니, 가장 사랑하는 곳은 영은사의 날아온 듯 외로운 봉우리(飛來孤)이네. 키 큰 소나무는 백 길이나 되고 푸른 수염을 드리웠으니, 시끄럽게 아래에서 버드나무와 부들을 비웃네(溪山處處皆可廬。最愛靈隱飛來孤。喬松百丈蒼髯鬚。擾擾下笑柳與蒲)"라는 구절은 자연 속의 아름다움과 한가로움을 보여줍니다.
  4. 영은사의 풍경과 스님들의 생활: 일곱 번째와 여덟 번째 구절은 영은사의 풍경과 스님들의 생활을 묘사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 식사하는 모습, 종과 북소리가 울려 퍼지는 모습, 향기로운 방에서 편안하게 잠자는 모습 등을 통해 영은사의 활기찬 분위기와 스님들의 평화로운 생활을 보여줍니다. "높은 집에서 많은 사람들과 모여 밥을 먹으니, 종을 치고 북을 두드리는 소리가 아침저녁으로 시끄럽네. 향기가 그윽한 방장에서 양탄자를 덮고 잠드니, 솜이불로 바다 그림을 그린 것보다 훨씬 낫네(高堂會食羅千夫。撞鍾擊皷喧朝晡。凝香方丈眠氍毹。絕勝絮被縫海圖)"라는 구절은 영은사의 풍경과 스님들의 생활을 생생하게 묘사합니다.
  5. 자연과의 조화와 초탈: 아홉 번째와 열 번째 구절은 자연과의 조화로운 삶과 세속적인 욕심을 초월한 태도를 보여줍니다. 맑은 바람에 잠에서 깨어나 순임금과 복희씨처럼 자연 속에서 자유롭게 살아가는 모습을 동경합니다. "맑은 바람이 때때로 불어와 잠에서 깨어나게 하니, 순임금과 복희씨를 쫓아 초가집(籧廬)에 기대어 거만하게 지내네(清風時來驚睡餘。逐超羲皇傲几籧)"라는 구절은 자연과의 조화와 초탈을 추구하는 시인의 마음을 보여줍니다.
  6. 귀가와 여운: 마지막 구절은 귀가하는 풍경을 묘사하며 시를 마무리합니다. 둥지로 돌아가는 까마귀와 저녁 해에 비친 외로운 연기의 모습은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시인의 여운을 남깁니다. "돌아올 때에는 까마귀들이 둥지로 돌아가고, 외로운 연기와 저녁 해는 그릴 수 없네(歸時棲鴉正畢逋。孤煙落日不可摹)"라는 구절은 아름다운 풍경과 여운을 남기며 시를 마무리합니다.

전체적인 의미:

이 시는 영은사를 방문하여 느낀 감회를 역사적 사실과 대비시켜 표현하고 있습니다. 역사의 흥망성쇠와 인생의 무상함을 이야기하며, 자연 속에서의 한가로운 삶을 추구하는 시인의 마음을 보여줍니다. 아름다운 풍경 묘사와 함께 철학적인 사색을 담고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제시된 시는 소식(蘇軾)의 동파집(東坡集)에 실린 「희자유(戲子由)」입니다. 아우 소철(蘇轍, 자는 子由)을 희롱하는 내용의 시로, 소철의 외모와 성격, 관직 생활 등을 익살스럽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번역과 함께 분석 및 설명을 덧붙이겠습니다.

번역:

완구(宛丘) 선생은 키가 언덕처럼 크고, 완구 학사는 배처럼 작네. 늘 머리를 숙여 경서와 역사를 외우더니, 갑자기 하품하다가 지붕에 머리를 부딪치네. 비스듬한 바람이 휘장을 날리고 비가 얼굴에 쏟아지는데도, 선생은 곁 사람들의 부끄러워함에도 아랑곳하지 않네. 배불리 먹고 죽는 방삭(方朔)의 비웃음을 내버려 둘지언정, 비를 피하려고 진(秦)나라의 배우에게 아첨하지 않으려 하네. 눈앞의 사소한 일은 족히 말할 것도 없고, 여섯 구멍(六鑿, 육체)을 다스리는 것은 하늘에 맡겨야 하네. 만 권의 책을 읽었지만 율령은 읽지 않았으니, 임금을 요순처럼 만들 계책이 없는 줄 아네. 농사를 권장하는 관리가 구름처럼 시끄럽게 다니고, 늙음을 보내는 소금에 절인 채소는 꿀처럼 달콤하네. 문 앞의 만사를 눈에 두지 않으니, 머리는 비록 길어 늘 숙이고 있지만 기개는 굽히지 않네. 여항(餘杭) 별가(別駕)로서 공로가 없으니, 화려한 집 다섯 길 넓이에 깃발과 깃대를 두었네. 높은 누각은 하늘에 걸쳐 있고 빗소리는 멀리 들리는데, 집은 크고 사람은 적으니 쓸쓸하네. 평생 부끄러워했던 것을 이제는 부끄러워하지 않으니, 지친 백성을 마주하고 더욱 매질하네. 길에서 양호(陽虎)를 만나 함께 이야기하니, 마음으로는 옳지 않음을 알면서도 입으로는 그렇다고 대답하네. 높은 자리에 있으면서 아랫사람을 잊으니 참으로 무슨 이익이 있으랴, 기개와 절개가 줄어들어 이제 얼마 남지 않았네. 문장은 작은 재주이니 어찌 논할 만하랴, 선생은 별가로서 예전에 나와 이름을 나란히 했었지. 이제는 늙고 쓸모없으니, 세상 사람들에게 맡겨 평가하게 하세.

분석 및 설명:

이 시는 소식이 아우 소철을 익살스럽게 희롱하는 내용이지만, 단순히 웃기기 위한 것이 아니라 소철의 성격과 관직 생활에 대한 소식의 생각을 담고 있습니다. 각 구절을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1. 소철의 외모와 학문: 첫 두 구절은 소철의 키가 크고 학사가 좁은 것을 대비시켜 익살스럽게 표현합니다. 또한, 늘 책을 읽는 소철의 모습을 묘사하며 그의 학문에 대한 열정을 보여줍니다. "완구(宛丘) 선생은 키가 언덕처럼 크고, 완구 학사는 배처럼 작네. 늘 머리를 숙여 경서와 역사를 외우더니, 갑자기 하품하다가 지붕에 머리를 부딪치네(宛丘先生長如丘。宛丘學舍小如舟。常時低頭誦經史。忽然欠伸屋打頭)"라는 구절은 소철의 외모와 학문에 대한 묘사를 익살스럽게 표현합니다.
  2. 소철의 성격: 세 번째와 네 번째 구절은 소철의 무심하고 강직한 성격을 보여줍니다. 비바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권력에 아첨하지 않는 소철의 모습을 묘사합니다. "비스듬한 바람이 휘장을 날리고 비가 얼굴에 쏟아지는데도, 선생은 곁 사람들의 부끄러워함에도 아랑곳하지 않네. 배불리 먹고 죽는 방삭(方朔)의 비웃음을 내버려 둘지언정, 비를 피하려고 진(秦)나라의 배우에게 아첨하지 않으려 하네(斜風吹帷雨注面。先生不愧傍人羞。任從飽死笑方朔。肯為雨立求秦優)"라는 구절은 소철의 강직한 성격을 보여줍니다.
  3. 소철의 학문과 정치관: 다섯 번째와 여섯 번째 구절은 소철의 학문과 정치관을 보여줍니다. 율령을 읽지 않고 요순과 같은 성군을 이상으로 삼는 소철의 순수한 면모를 드러냅니다. "눈앞의 사소한 일은 족히 말할 것도 없고, 여섯 구멍(六鑿, 육체)을 다스리는 것은 하늘에 맡겨야 하네. 만 권의 책을 읽었지만 율령은 읽지 않았으니, 임금을 요순처럼 만들 계책이 없는 줄 아네(眼前勃磎何足道。處置六鑿須天遊。讀書萬卷不讀律。致君堯舜知無術)"라는 구절은 소철의 학문과 정치관을 보여줍니다.
  4. 소철의 관직 생활: 일곱 번째부터 열한 번째 구절은 소철의 관직 생활을 묘사하며, 그의 무능함과 현실과의 괴리, 그리고 고통을 드러냅니다. 농사를 권장하는 일에만 힘쓰는 모습, 백성을 매질하는 모습, 양호와 같은 간신과 어울리는 모습 등을 통해 소철의 답답한 현실을 보여줍니다. "농사를 권장하는 관리가 구름처럼 시끄럽게 다니고, 늙음을 보내는 소금에 절인 채소는 꿀처럼 달콤하네. 문 앞의 만사를 눈에 두지 않으니, 머리는 비록 길어 늘 숙이고 있지만 기개는 굽히지 않네. 여항(餘杭) 별가(別駕)로서 공로가 없으니, 화려한 집 다섯 길 넓이에 깃발과 깃대를 두었네. 높은 누각은 하늘에 걸쳐 있고 빗소리는 멀리 들리는데, 집은 크고 사람은 적으니 쓸쓸하네. 평생 부끄러워했던 것을 이제는 부끄러워하지 않으니, 지친 백성을 마주하고 더욱 매질하네. 길에서 양호(陽虎)를 만나 함께 이야기하니, 마음으로는 옳지 않음을 알면서도 입으로는 그렇다고 대답하네(勸農冠葢鬧如雲。送老鹽虀甘似蜜。門前萬事不掛眼。頭雖長低氣不屈。餘杭別駕無功勞。畫堂五丈容旂旄。重樓跨空雨聲遠。屋多人小風騷騷。平生所慙今不恥。坐對疲氓更鞭箠。道逢陽虎呼與言。心知其非口諾唯)"라는 구절은 소철의 관직 생활의 어려움을 보여줍니다.
  5. 인생의 무상함과 평가: 마지막 두 구절은 인생의 무상함을 이야기하며, 소철과 자신의 삶을 세상 사람들에게 맡겨 평가하게 하자고 합니다. "높은 자리에 있으면서 아랫사람을 잊으니 참으로 무슨 이익이 있으랴, 기개와 절개가 줄어들어 이제 얼마 남지 않았네. 문장은 작은 재주이니 어찌 논할 만하랴, 선생은 별가로서 예전에 나와 이름을 나란히 했었지. 이제는 늙고 쓸모없으니, 세상 사람들에게 맡겨 평가하게 하세(居高忘下真何益。氣節消縮今無幾。文章小技安足程。先生別駕舊齊名。如今衰老俱無用。付與時人分重輕)"라는 구절은 인생의 무상함과 세상의 평가에 대한 생각을 이야기합니다.

전체적인 의미:

이 시는 아우 소철을 희롱하는 형식을 빌려 소철의 성격과 관직 생활에 대한 소식의 생각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익살스러운 표현과 함께 소철에 대한 애정과 안타까움, 그리고 인생의 무상함에 대한 인식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제시된 시는 소식(蘇軾)의 동파집(東坡集)에 실린 「월주장중사수락당(越州張中舍壽樂堂)」입니다. 월주(越州) 장중사(張中舍)의 수락당(壽樂堂)을 읊은 시로, 장중사의 고고한 인품과 수락당의 아름다운 풍경을 찬양하고 있습니다. 번역과 함께 분석 및 설명을 덧붙이겠습니다.

번역:

푸른 산은 키가 크고 굳세어 마치 고고한 사람과 같으니, 늘 관청에 들어가려 하지 않네. 고고한 사람은 스스로 산과 본디 인연이 있으니, 초청을 기다리지 않아도 뜰에 가득하네. 엎드린 용이 동쪽 고을의 절반을 웅크리고 있으니, 많은 집들이 비늘처럼 그 넓적다리를 베고 있네. 산을 등지고 보지 않으면 없는 것과 같으니, 여우 가죽옷을 거꾸로 입는 것이 어찌 노나라 사람의 어리석음과 같지 않으랴. 장 군은 안목이 뛰어나 천지의 오묘함을 꿰뚫어 보니, 가시덤불을 보내어 집으로 만들 수 있었네. 턱을 괴고 편안히 앉아 문밖을 나가지 않고, 기이하고 빼어난 경치를 거두어들여 열다섯 곳을 얻었네. 재주는 많고 일은 적어 한가하고 고요함을 싫어하니, 누워서 구름과 안개가 바람과 비로 변하는 것을 보네. 죽순은 옥으로 만든 비녀 같고, 억지로 술을 마시며 산의 주인이 되네. 자식들이 이 즐거움을 알까 걱정하지 않으니, 다만 조물주가 너무 많이 가져갈까 두려워하네. 봄이 짙어 잠을 푹 자고 나니 정오의 창문이 밝으니, 새로 만든 차가 쏟아 놓은 젖과 같을 것을 상상하네.

분석 및 설명:

이 시는 장중사의 인품과 그가 지은 수락당의 아름다운 풍경을 찬미하는 내용입니다. 자연과 인간의 조화, 그리고 은거하는 삶의 즐거움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각 구절을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1. 산의 형상과 장중사의 인품: 첫 두 구절은 푸른 산의 굳센 모습과 장중사의 고고한 인품을 비유적으로 연결하여 묘사합니다. 산이 관청에 들어가려 하지 않는 것처럼, 장중사 또한 속세의 명리에 초연한 인물임을 나타냅니다. "푸른 산은 키가 크고 굳세어 마치 고고한 사람과 같으니, 늘 관청에 들어가려 하지 않네. 고고한 사람은 스스로 산과 본디 인연이 있으니, 초청을 기다리지 않아도 뜰에 가득하네(青山偃蹇如高人。常時不肯入官府。高人自與山有素。不待招邀滿庭戶)"라는 구절은 산의 모습과 장중사의 인품을 연결하여 보여줍니다.
  2. 수락당의 위치와 주변 풍경: 세 번째와 네 번째 구절은 수락당의 위치와 주변 풍경을 묘사합니다. 용이 웅크리고 있는 모습에 비유하여 수락당이 산에 둘러싸여 있음을 나타내며, 산을 등지고 보지 않는 것을 노나라 사람의 어리석음에 비유하여 자연과의 조화를 강조합니다. "엎드린 용이 동쪽 고을의 절반을 웅크리고 있으니, 많은 집들이 비늘처럼 그 넓적다리를 베고 있네. 산을 등지고 보지 않으면 없는 것과 같으니, 여우 가죽옷을 거꾸로 입는 것이 어찌 노나라 사람의 어리석음과 같지 않으랴(卧龍蟠屈半東州。萬室鱗鱗枕其股。背之不見與無同。狐裘反衣無乃魯)"라는 구절은 수락당의 위치와 주변 풍경을 묘사하며 자연과의 조화를 강조합니다.
  3. 장중사의 안목과 수락당의 아름다움: 다섯 번째와 여섯 번째 구절은 장중사의 뛰어난 안목과 그로 인해 만들어진 수락당의 아름다움을 묘사합니다. 가시덤불을 집으로 만들었다는 표현은 척박한 땅을 아름다운 곳으로 변화시킨 장중사의 능력을 보여줍니다. 또한, 문밖을 나가지 않고도 주변의 아름다운 경치를 모두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는 표현에서 수락당의 뛰어난 경치를 엿볼 수 있습니다. "장 군은 안목이 뛰어나 천지의 오묘함을 꿰뚫어 보니, 가시덤불을 보내어 집으로 만들 수 있었네. 턱을 괴고 편안히 앉아 문밖을 나가지 않고, 기이하고 빼어난 경치를 거두어들여 열다섯 곳을 얻었네(張君眼力覷天奧。能遣荊棘化堂宇。持頤宴坐不出門。收攬奇秀得十五)"라는 구절은 장중사의 안목과 수락당의 아름다움을 보여줍니다.
  4. 장중사의 한가로운 생활과 걱정: 일곱 번째부터 아홉 번째 구절은 장중사의 한가로운 생활과 걱정을 묘사합니다. 재능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한가로운 생활을 즐기는 모습, 자연의 변화를 관조하는 모습 등을 통해 장중사의 여유로운 삶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이러한 즐거움을 자식들이 알까 걱정하지 않으면서도, 조물주가 이러한 행복을 너무 많이 가져갈까 두려워하는 모습에서 인간적인 고뇌를 엿볼 수 있습니다. "재주는 많고 일은 적어 한가하고 고요함을 싫어하니, 누워서 구름과 안개가 바람과 비로 변하는 것을 보네. 죽순은 옥으로 만든 비녀 같고, 억지로 술을 마시며 산의 주인이 되네. 자식들이 이 즐거움을 알까 걱정하지 않으니, 다만 조물주가 너무 많이 가져갈까 두려워하네(才多事少厭閑寂。卧看雲煙變風雨。笋如玉筋堪如簪。強飲且為山作主。不憂兒輩知此樂。但恐造物怪多取)"라는 구절은 장중사의 한가로운 생활과 인간적인 고뇌를 보여줍니다.
  5. 봄날의 풍경과 차: 마지막 구절은 봄날의 풍경과 차를 묘사하며 시를 마무리합니다. 봄기운이 완연한 날, 잠에서 깨어나 밝은 창문을 바라보며 새로 만든 차를 상상하는 모습에서 평화롭고 풍요로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봄이 짙어 잠을 푹 자고 나니 정오의 창문이 밝으니, 새로 만든 차가 쏟아 놓은 젖과 같을 것을 상상하네(春濃睡足午囪明。想見新茶如潑乳)"라는 구절은 봄날의 풍경과 차를 묘사하며 시를 마무리합니다.

전체적인 의미:

이 시는 장중사의 인품과 수락당의 아름다운 풍경을 통해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운 삶, 그리고 은거하는 삶의 즐거움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자연 묘사와 함께 장중사의 고고한 인품과 인간적인 고뇌를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제시된 시는 소식(蘇軾)의 동파집(東坡集)에 실린 「요둔전만사(姚屯田挽詞)」입니다. 요(姚) 둔전(屯田)의 죽음을 애도하는 만시(挽詞)로, 고인의 인품과 생전의 모습을 회상하며 슬픔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번역과 함께 분석 및 설명을 덧붙이겠습니다.

번역:

경구(京口)에는 근래 원로들이 쇠하였으니, 고인이 세상을 떠나니 길 가던 사람도 슬퍼하네. 헛되이 위수(韋叟)의 한 경전이 있음을 들었지만, 염후(恬侯)의 만석 녹봉을 누리던 때는 보지 못했네. 가난하고 병들었지만 오직 선을 행하는 것을 즐거움으로 알았고, 소요자적하였지만 벼슬을 버린 것이 늦었음을 한탄했네. 칠 년 만의 이별이 참으로 꿈만 같으니, 오히려 맑고 수척한 학의 모습을 기억하네.

분석 및 설명:

이 시는 요 둔전의 죽음을 애도하며 그의 인품과 생전의 모습을 회상하는 내용으로, 간결하면서도 애절한 감정을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각 구절을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1. 원로의 쇠락과 고인의 죽음: 첫 번째 구절은 경구 지역의 원로들이 쇠락하는 상황과 더불어 요 둔전의 죽음을 애도하며 시작합니다. "경구(京口)에는 근래 원로들이 쇠하였으니, 고인이 세상을 떠나니 길 가던 사람도 슬퍼하네(京口年來耆舊衰。高人淪喪路人悲)"라는 구절은 고인의 죽음이 주변 사람들에게 큰 슬픔을 안겨주었음을 보여줍니다. 여기서 '경구'는 지금의 강소성 진강시(鎭江市)를 가리킵니다.
  2. 고인의 청빈함과 선행: 두 번째 구절은 요 둔전의 청빈한 삶과 선행을 강조합니다. 위수와 염후의 고사를 인용하여 고인이 부귀영화를 누리지 않았지만, 선을 행하는 것을 즐거움으로 삼았음을 보여줍니다. "헛되이 위수(韋叟)의 한 경전이 있음을 들었지만, 염후(恬侯)의 만석 녹봉을 누리던 때는 보지 못했네. 가난하고 병들었지만 오직 선을 행하는 것을 즐거움으로 알았고(空聞韋叟一經在。不見恬侯萬石時。貧病只知為善樂)"라는 구절은 고인의 청빈함과 선행을 대비적으로 보여줍니다. 여기서 '위수'는 한나라 때의 현인으로 경전을 연구하며 가난하게 살았다고 하며, '염후'는 전국시대 제나라의 재상 맹상군(孟嘗君)의 아버지인 정곽(靖郭) 군을 가리키는 것으로, 부귀영화를 누린 인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3. 고인의 은퇴에 대한 회한: 세 번째 구절은 요 둔전이 늦게 벼슬을 버린 것을 후회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소요자적한 삶을 살았지만, 더 일찍 관직에서 물러났더라면 더 편안한 삶을 살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을 표현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소요자적하였지만 벼슬을 버린 것이 늦었음을 한탄했네(逍遙却恨弃官遅)"라는 구절은 고인의 은퇴에 대한 회한을 보여줍니다.
  4. 고인의 모습에 대한 기억: 마지막 구절은 요 둔전과의 이별을 아쉬워하며, 그의 맑고 수척한 모습을 기억하는 시인의 애절한 마음을 보여줍니다. "칠 년 만의 이별이 참으로 꿈만 같으니, 오히려 맑고 수척한 학의 모습을 기억하네(七年一別真如夢。猶記蕭然瘦鶴姿)"라는 구절은 고인의 모습에 대한 기억을 통해 슬픔을 더욱 심화시킵니다. 여기서 '소연수학자(蕭然瘦鶴姿)'는 맑고 수척한 학의 모습이라는 뜻으로, 고인의 고고하고 청렴한 풍모를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전체적인 의미:

이 시는 요 둔전의 죽음을 애도하며 그의 청빈한 삶과 선행, 그리고 고고한 풍모를 기리는 내용입니다. 간결한 표현 속에 고인을 잃은 슬픔과 그리움이 잘 드러나 있으며, 특히 마지막 구절에서 고인의 모습을 회상하는 부분은 독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제시된 시는 소식(蘇軾)의 동파집(東坡集)에 실린 「송잠저작(送岑著作)」입니다. 잠저작(岑著作)을 보내는 시로, 작별의 아쉬움과 함께 자신의 성격과 처지에 대한 생각을 담고 있습니다. 번역과 함께 분석 및 설명을 덧붙이겠습니다.

번역:

게으른 것은 항상 고요함과 같지만, 고요함이 어찌 게으른 것의 무리이겠는가. 서투른 것은 곧음과 가깝지만, 곧음이 어찌 서투름이겠는가. 선생은 고요하면서도 곧으니, 너그럽게 때에 따라 펼치고 거두네. 아, 나는 다시 무엇을 하리오. 서로 만나 즐거움이 남음이 있었네. 나는 본래 세상을 거스르지 않으려 했지만, 세상은 나와 다르네. 숲 속의 비둘기처럼 서투르고, 얼음 밑의 물고기처럼 게으르네. 사람들은 모두 나의 미친 듯함을 비웃지만, 그대는 홀로 나의 어리석음을 가엾이 여기네. 곧은 것은 때로 평탄함을 믿고, 고요한 것은 끝까지 머무르지 않네. 그러나 나의 게으르고 서투른 병은, 침과 약으로도 없앨 수 없네. 떠나려 할 때 술이 적음을 탓하니, 이미 이별의 눈물과 함께하네. 훗날 만날 때가 어찌 없겠는가마는, 마침내 출처(出處, 나아가고 물러남)가 소원해질까 두렵네. 오직 응당 고향 산의 꿈이, 그대를 따라 나의 초가집에 이르리라.

분석 및 설명:

이 시는 잠저작과의 이별을 아쉬워하며, 자신의 성격과 세상과의 부조화, 그리고 친구와의 우정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각 구절을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1. 고요함과 게으름, 서투름과 곧음: 첫 두 구절은 고요함과 게으름, 서투름과 곧음을 구분하며 시상을 전개합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비슷해 보일 수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다른 속성임을 지적합니다. 특히 잠저작의 성품을 "고요하면서도 곧다(靜且直)"라고 표현하며 그의 인품을 칭찬합니다. "게으른 것은 항상 고요함과 같지만, 고요함이 어찌 게으른 것의 무리이겠는가. 서투른 것은 곧음과 가깝지만, 곧음이 어찌 서투름이겠는가. 선생은 고요하면서도 곧으니, 너그럽게 때에 따라 펼치고 거두네(懶者常似靜。靜豈懶者徒。拙則近於直。而直豈拙歟。夫子靜且直。雍容時卷舒)"라는 구절은 시의 주제를 암시하며 잠저작의 인품을 칭찬합니다.
  2. 세상과의 부조화와 친구의 이해: 세 번째와 네 번째 구절은 시인 자신이 세상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음을 토로하며, 이러한 자신을 이해해 주는 친구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합니다. 숲 속의 비둘기와 얼음 밑의 물고기에 자신을 비유한 것은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는 자신의 처지를 나타내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나는 본래 세상을 거스르지 않으려 했지만, 세상은 나와 다르네. 숲 속의 비둘기처럼 서투르고, 얼음 밑의 물고기처럼 게으르네. 사람들은 모두 나의 미친 듯함을 비웃지만, 그대는 홀로 나의 어리석음을 가엾이 여기네(我本不違世。而世與我殊。拙於林間鳩。懶於冰底魚。人皆笑其狂。子獨憐其愚)"라는 구절은 세상과의 부조화와 친구의 이해를 보여줍니다.
  3. 고쳐지지 않는 성격과 이별의 슬픔: 다섯 번째와 여섯 번째 구절은 자신의 게으르고 서투른 성격은 고쳐지지 않는 병과 같다고 표현하며, 이별의 슬픔을 술이 부족함을 탓하는 것으로 나타냅니다. "곧은 것은 때로 평탄함을 믿고, 고요한 것은 끝까지 머무르지 않네. 그러나 나의 게으르고 서투른 병은, 침과 약으로도 없앨 수 없네. 떠나려 할 때 술이 적음을 탓하니, 이미 이별의 눈물과 함께하네(直者有時信平。靜者不終居。而我懶拙病。不受砭藥除。臨行怪酒薄。已與別淚俱)"라는 구절은 고쳐지지 않는 성격과 이별의 슬픔을 드러냅니다.
  4. 재회에 대한 기대와 우정의 지속: 마지막 두 구절은 훗날의 재회를 기대하면서도, 이별로 인해 관계가 소원해질까 염려하는 마음을 표현합니다. 고향 산의 꿈이 친구를 따라 자신의 초가집에 이르기를 바라는 마음은, 비록 몸은 떨어져 있지만 마음만은 함께하길 바라는 간절한 염원을 나타냅니다. "훗날 만날 때가 어찌 없겠는가마는, 마침내 출처(出處, 나아가고 물러남)가 소원해질까 두렵네. 오직 응당 고향 산의 꿈이, 그대를 따라 나의 초가집에 이르리라(後會豈無時。遂恐出處踈。惟應故山夢。隨子到吾廬)"라는 구절은 재회에 대한 기대와 우정의 지속을 염원하는 마음을 보여줍니다.

전체적인 의미:

이 시는 친구와의 이별을 아쉬워하는 마음을 담담하게 표현하면서도, 자신의 성격과 세상과의 관계에 대한 깊은 성찰을 보여줍니다. 특히 자신을 자연물에 비유하여 표현한 부분은 시의 정서를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 줍니다. 이별의 슬픔과 함께 친구와의 우정이 영원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잘 드러난 작품입니다.

 

제시된 시는 소식(蘇軾)의 동파집(東坡集)에 실린 「길상사상모란(吉祥寺賞牡丹)」입니다. 길상사(吉祥寺)에서 모란꽃을 감상하며 지은 시로, 늙어서 꽃을 꽂은 자신의 모습을 익살스럽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번역과 함께 분석 및 설명을 덧붙이겠습니다.

번역:

늙은이가 머리에 꽃을 꽂아도 스스로 부끄러워하지 않으니, 꽃이 응당 늙은이의 머리에 오른 것을 부끄러워하리라.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돌아오니 사람들이 응당 웃으리라, 십 리 길에 주렴(珠簾)이 반쯤 걷혀 있네.

분석 및 설명:

이 시는 짧은 4구의 절구(絶句)이지만, 노년의 삶에 대한 해학과 낙천적인 태도를 잘 보여줍니다. 각 구절을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1. 노년과 꽃: 첫 번째 구절은 늙은이가 머리에 꽃을 꽂은 모습을 묘사합니다. 보통 젊은 여성이 꽃을 꽂는 것과는 달리, 늙은이가 꽃을 꽂은 것은 다소 어색하게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인은 "스스로 부끄러워하지 않는다(不自羞)"라고 하여 이러한 시선에 개의치 않는 태도를 드러냅니다. 오히려 "꽃이 응당 늙은이의 머리에 오른 것을 부끄러워하리라(花應羞上老人頭)"라고 하여, 꽃이 늙은이의 머리에 꽂힌 것을 부끄러워할 것이라고 역설적으로 표현함으로써 익살스러움을 더합니다. "늙은이가 머리에 꽃을 꽂아도 스스로 부끄러워하지 않으니, 꽃이 응당 늙은이의 머리에 오른 것을 부끄러워하리라(人老簪花不自羞。花應羞上老人頭)"라는 구절은 노년의 모습과 꽃을 대비시켜 익살스럽게 표현합니다.
  2. 취기와 주변 풍경: 두 번째 구절은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돌아오는 모습과 주변 풍경을 묘사합니다.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돌아오니 사람들이 응당 웃으리라(醉歸扶路人應笑)"라는 구절은 술에 취한 자신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사람들이 자신을 보고 웃을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이러한 표현은 자신의 모습을 희화화하는 것으로, 유쾌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십 리 길에 주렴(珠簾)이 반쯤 걷혀 있네(十里珠簾半上鈎)"라는 구절은 술에 취한 채 돌아오는 길의 풍경을 묘사합니다. 여기서 '주렴'은 구슬을 꿰어 만든 발로, 집이나 가게 앞에 드리우는 장식입니다. 주렴이 반쯤 걷혀 있다는 것은 날이 저물어 가는 시간임을 암시하는 동시에, 사람들이 자신을 보고 웃을 것이라는 앞 구절과 연결되어 흥취를 더합니다.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돌아오니 사람들이 응당 웃으리라, 십 리 길에 주렴(珠簾)이 반쯤 걷혀 있네(醉歸扶路人應笑。十里珠簾半上鈎)"라는 구절은 취한 모습과 주변 풍경을 함께 묘사하여 시의 분위기를 더욱 풍성하게 만듭니다.

전체적인 의미:

이 시는 늙어서 꽃을 꽂은 자신의 모습을 익살스럽게 표현하면서, 노년의 삶에 대한 해학과 낙천적인 태도를 보여줍니다. 짧은 시이지만, 유머와 여유가 넘치는 것이 특징입니다. 특히 꽃과 늙은이를 대비시키고, 술에 취한 모습을 객관적으로 묘사하는 방식은 시의 재미를 더합니다. 또한, 주변 풍경을 간략하게 제시함으로써 시의 분위기를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합니다.

 

제시된 시는 소식(蘇軾)의 동파집(東坡集)에 실린 「길상사승구각명(吉祥寺僧求閣名)」입니다. 길상사(吉祥寺)의 승려가 누각의 이름을 지어달라고 부탁하여 지은 시로, 세상의 덧없음과 불교의 공(空) 사상을 간결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앞서 제시하신 "길상사상모란(吉祥寺賞牡丹)"과는 다른 시입니다. 번역과 함께 분석 및 설명을 덧붙이겠습니다.

번역:

눈앞을 스쳐 지나가는 영화와 쇠락은 번개와 바람과 같으니, 오래도록 꽃의 붉음과 같을 수 있으랴. 스님은 편안히 앉아 공(空)을 관조하는 누각에서, 색(色)을 보고 공을 보니 색이 곧 공이네.

분석 및 설명:

이 시는 세상의 덧없음과 불교의 핵심 사상인 색즉시공(色卽是空)을 간결하게 담고 있습니다. 각 구절을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1. 세상의 덧없음: 첫 번째 구절은 세상의 모든 것이 덧없음을 비유적으로 표현합니다. "눈앞을 스쳐 지나가는 영화와 쇠락은 번개와 바람과 같으니(過眼榮枯電與風)"라는 구절은 세상의 부귀영화가 번개처럼 잠깐 나타났다 사라지고, 바람처럼 덧없이 스쳐 지나가는 것임을 비유합니다. "오래도록 꽃의 붉음과 같을 수 있으랴(久長那得似花紅)"라는 구절은 아무리 아름다운 꽃도 시간이 지나면 시들듯이, 세상의 모든 것은 영원할 수 없음을 강조합니다. "눈앞을 스쳐 지나가는 영화와 쇠락은 번개와 바람과 같으니, 오래도록 꽃의 붉음과 같을 수 있으랴(過眼榮枯電與風。久長那得似花紅)"라는 구절은 세상의 덧없음을 명확하게 드러냅니다.
  2. 색즉시공의 이치: 두 번째 구절은 불교의 핵심 사상인 색즉시공(色卽是空)을 간결하게 표현합니다. "스님은 편안히 앉아 공(空)을 관조하는 누각에서(上人宴坐觀空閣)"라는 구절은 스님이 공을 깨닫기 위해 수행하는 모습을 묘사합니다. 특히 '관공각(觀空閣)'이라는 누각의 이름은 이 시의 주제를 명확히 드러내는 역할을 합니다. "색(色)을 보고 공을 보니 색이 곧 공이네(觀色觀空色即空)"라는 구절은 색(물질적인 현상)과 공(본질적인 진리)이 둘이 아닌 하나임을 나타내는 색즉시공의 이치를 간결하게 표현합니다. 즉, 눈에 보이는 모든 현상은 실체가 없는 공과 같다는 의미입니다. "스님은 편안히 앉아 공(空)을 관조하는 누각에서, 색(色)을 보고 공을 보니 색이 곧 공이네(上人宴坐觀空閣。觀色觀空色即空)"라는 구절은 불교의 핵심 사상인 색즉시공을 명료하게 보여줍니다.

전체적인 의미:

이 시는 짧은 4구의 절구이지만, 세상의 덧없음과 불교의 핵심 사상인 색즉시공을 함축적으로 담고 있습니다. 특히 '관공각'이라는 누각의 이름과 '색즉시공'이라는 불교 용어를 사용하여 시의 주제를 명확하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것이 덧없다는 인식을 통해 진리를 추구하는 불교의 가르침을 간결하게 전달하는 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앞서 제시하신 "길상사상모란"과는 달리, 이 시는 해학적인 표현보다는 철학적인 사색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제시된 시는 소식(蘇軾)의 동파집(東坡集)에 실린 「화유도원견기(和劉道原見寄)」입니다. 유도원(劉道原)이 보내온 시에 화답한 시로, 자신의 처지와 뜻을 굽히지 않는 강직한 성품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번역과 함께 분석 및 설명을 덧붙이겠습니다.

번역:

감히 맑은 시대에 용납되지 못함을 원망하겠는가. 다만 나의 도(道)가 그대와 동쪽으로 향함을 탄식할 뿐이네. 앉아서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회남(淮南)을 두렵게 하니, 돌아가고 나서야 기북(冀北)이 텅 비었음을 알겠네. 외로운 학은 밤낮을 놀라워할 필요 없고, 뭇 까마귀는 암수를 분별할 수 없네. 여산(廬山)은 예로부터 이르지 못한 곳이니, 은거하는 그대와 더불어 자세히 탐구해 보리라.

분석 및 설명:

이 시는 친구 유도원과의 교류를 통해 자신의 뜻과 세태에 대한 생각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강직한 성품과 세상과의 부조화, 그리고 은거에 대한 생각을 담고 있습니다. 각 구절을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1. 용납되지 못함과 뜻의 방향: 첫 번째 구절은 현재 자신의 처지가 세상에 용납되지 못하는 상황임을 나타내면서도, 그것을 원망하기보다는 자신의 도(道)가 친구와 같은 방향, 즉 동쪽을 향하고 있음을 강조합니다. "감히 맑은 시대에 용납되지 못함을 원망하겠는가. 다만 나의 도(道)가 그대와 동쪽으로 향함을 탄식할 뿐이네(敢向清時怨不容。直嗟吾道與君東)"라는 구절은 자신의 처지와 뜻을 간결하게 드러냅니다. '청시(清時)'는 맑은 시대, 즉 태평성대를 의미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시인은 이러한 시대에 용납되지 못하고 있음을 나타냅니다.
  2. 뛰어난 언변과 세상의 텅 비어 있음: 두 번째 구절은 자신의 뛰어난 언변과 세상의 텅 비어 있음을 대비시켜 표현합니다. "앉아서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회남(淮南)을 두렵게 하니(坐談足使淮南懼)"라는 구절은 자신의 논변이 매우 뛰어나서 사람들을 두렵게 할 정도임을 과장법을 사용하여 나타냅니다. '회남'은 한나라 때 유안(劉安)이 반란을 꾀했던 곳으로, 여기서는 정치적인 불안을 상징하는 의미로 사용되었습니다. "돌아가고 나서야 기북(冀北)이 텅 비었음을 알겠네(歸去方知冀北空)"라는 구절은 자신의 뛰어난 능력과는 달리 세상은 텅 비어 있어서 자신의 뜻을 펼칠 곳이 없음을 탄식하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기북'은 북쪽 변방 지역으로, 사람이 살지 않는 황량한 곳을 의미합니다. "앉아서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회남(淮南)을 두렵게 하니, 돌아가고 나서야 기북(冀北)이 텅 비었음을 알겠네(坐談足使淮南懼。歸去方知冀北空)"라는 구절은 뛰어난 능력과 현실의 괴리를 대비시켜 보여줍니다.
  3. 고고함과 속세와의 단절: 세 번째 구절은 외로운 학과 뭇 까마귀를 대비시켜 자신의 고고한 모습을 드러냅니다. "외로운 학은 밤낮을 놀라워할 필요 없고(獨鶴不須驚夜旦)"라는 구절은 고고한 학은 밤낮의 변화에 개의치 않듯이, 자신 또한 세상의 변화에 초연한 태도를 보임을 나타냅니다. "뭇 까마귀는 암수를 분별할 수 없네(羣烏未可辨雌雄)"라는 구절은 속세의 사람들은 옳고 그름을 분별하지 못하는 까마귀 떼와 같다고 비판하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외로운 학은 밤낮을 놀라워할 필요 없고, 뭇 까마귀는 암수를 분별할 수 없네(獨鶴不須驚夜旦。羣烏未可辨雌雄)"라는 구절은 고고함과 속세와의 단절을 보여줍니다.
  4. 은거에 대한 소망: 마지막 구절은 여산에 은거하며 자연을 탐구하고 싶은 소망을 나타냅니다. "여산(廬山)은 예로부터 이르지 못한 곳이니, 은거하는 그대와 더불어 자세히 탐구해 보리라(廬山自古不到處。得與幽人子細窮)"라는 구절은 속세를 떠나 자연 속에서 친구와 함께 진리를 탐구하고 싶은 마음을 표현합니다. '여산'은 중국의 명산으로, 예로부터 은거하기 좋은 곳으로 여겨졌습니다. "여산(廬山)은 예로부터 이르지 못한 곳이니, 은거하는 그대와 더불어 자세히 탐구해 보리라(廬山自古不到處。得與幽人子細窮)"라는 구절은 은거에 대한 소망을 나타내며 시를 마무리합니다.

전체적인 의미:

이 시는 친구에게 보내는 화답시의 형식을 빌려 자신의 강직한 성품과 세상과의 부조화, 그리고 은거에 대한 소망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과장법과 비유를 적절히 사용하여 시의 의미를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으며, 특히 외로운 학과 뭇 까마귀의 대비는 시인의 고고한 풍모를 잘 보여줍니다.

 

제시된 시는 소식(蘇軾)의 동파집(東坡集)에 실린 「화유도원영사(和劉道原詠史)」입니다. 유도원(劉道原)의 영사시(詠史詩)에 화답한 시로, 역사 속 인물들을 통해 세상의 이치와 삶의 의미를 고찰하고 있습니다. 번역과 함께 분석 및 설명을 덧붙이겠습니다.

번역:

중니(仲尼, 공자)는 세상을 근심하고 접여(接輿)는 미친 척하였으니, 장곡(臧穀)은 비록 달랐지만 마침내 둘 다 죽었네. 오나라 객은 함부로 호걸의 부(賦)를 늘어놓았고, 상후(相侯)는 처음에는 월나라 사람의 방술을 비웃었네. 높은 이름이 불후한다고 해서 마침내 무엇에 쓰겠는가, 날마다 술 마시는 것이 또한 좋은 계책이네. 홀로 오래된 책을 덮고 흥망성쇠를 조문하니, 창 앞에는 산속 비가 밤새도록 거세게 내리네.

분석 및 설명:

이 시는 역사 속 인물들의 삶을 언급하며 세상의 이치와 삶의 의미를 성찰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각 구절을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1. 공자와 접여, 장곡의 죽음: 첫 번째 구절은 공자, 접여, 장곡 등 역사 속 인물들을 언급하며, 그들의 삶이 결국 죽음으로 귀결되었음을 나타냅니다. "중니(仲尼, 공자)는 세상을 근심하고 접여(接輿)는 미친 척하였으니, 장곡(臧穀)은 비록 달랐지만 마침내 둘 다 죽었네(仲尼憂世接輿狂。臧穀雖殊竟兩亡)"라는 구절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살았던 이들의 결말이 결국 죽음이라는 공통점에 있음을 지적합니다. 공자는 세상을 구제하려 애썼고, 접여는 혼란한 세상을 피해 미친 척했으며, 장곡은 양을 치는 일을 하였는데, 이들의 삶의 방식은 달랐지만 결국 죽음을 맞이했다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삶의 유한함을 강조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2. 오나라 객과 상후: 두 번째 구절은 오나라 객과 상후의 고사를 인용합니다. "오나라 객은 함부로 호걸의 부(賦)를 늘어놓았고, 상후(相侯)는 처음에는 월나라 사람의 방술을 비웃었네(吴客漫陳豪士賦。相侯初笑越人方)"라는 구절은 세상의 허망함과 인간의 어리석음을 보여줍니다. '오나라 객'은 오나라의 부차(夫差)를 섬겼던 오자서(伍子胥)를 가리키는 것으로 추정되며, 그의 충언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결국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했습니다. '상후'는 진(晉)나라의 지백(智伯)을 가리키는 것으로 추정되며, 월나라의 지혜를 비웃다가 결국 월나라에 의해 멸망당했습니다. 이 두 고사를 통해 세상의 변화무쌍함과 인간의 어리석음을 강조하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3. 높은 이름과 술: 세 번째 구절은 높은 이름이 영원히 남는 것이 과연 무슨 소용이 있느냐고 반문하며, 술을 마시며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이 오히려 좋은 계책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높은 이름이 불후한다고 해서 마침내 무엇에 쓰겠는가, 날마다 술 마시는 것이 또한 좋은 계책이네(名高不朽終安用。日飲無何計亦良)"라는 구절은 명예에 집착하는 것의 허망함을 지적하고, 현실에 만족하며 살아가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일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4. 역사 조문과 밤비: 마지막 구절은 오래된 책을 덮고 역사의 흥망성쇠를 조문하는 시인의 모습을 묘사합니다. "홀로 오래된 책을 덮고 흥망성쇠를 조문하니, 창 앞에는 산속 비가 밤새도록 거세게 내리네(獨掩陳編弔興廢。窗前山雨夜浪浪)"라는 구절은 역사 속 인물들의 흥망성쇠를 통해 인생의 무상함을 느끼는 시인의 심정을 드러냅니다. 밤새 내리는 비는 이러한 시인의 슬픔과 허망함을 더욱 심화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전체적인 의미:

이 시는 역사 속 인물들의 삶을 통해 세상의 덧없음과 인생의 무상함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명예에 대한 집착의 허망함을 지적하고, 현실에 만족하며 살아가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또한, 밤비 내리는 밤에 역사를 조문하는 시인의 모습은 인생의 허무함을 느끼는 인간의 보편적인 감정을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제시된 시는 소식(蘇軾)의 동파집(東坡集)에 실린 「화유도원기장사민(和劉道原寄張師民)」입니다. 유도원(劉道原)이 장사민(張師民)에게 보낸 시에 화답한 시로, 세상의 명리에 초연한 태도를 노래하고 있습니다. 번역과 함께 분석 및 설명을 덧붙이겠습니다.

번역:

인의(仁義)는 큰 지름길이고, 시서(詩書)는 하나의 여정의 정자(亭)와 같네. 서로 인끈이 많은 것을 자랑하지만, 오히려 보리밭의 푸름을 읊네. 썩은 쥐를 어찌 수고롭게 놀라게 하겠는가, 높은 기러기는 본래 스스로 어둡게 날아오르네. 미친 듯한 행동은 부를 필요 없고, 술이 다하면 점점 깨야 하네.

분석 및 설명:

이 시는 인의와 시서, 명예와 현실, 술과 깨어남 등 여러 대조적인 이미지를 통해 세상의 명리에 초연한 태도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각 구절을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1. 인의와 시서, 명예에 대한 비판: 첫 번째 구절은 인의와 시서를 긍정적으로 언급하면서도, 명예를 쫓는 세태를 비판합니다. "인의(仁義)는 큰 지름길이고, 시서(詩書)는 하나의 여정의 정자(亭)와 같네(仁義大捷徑。詩書一旅亭)"라는 구절은 인의를 행하고 시서를 공부하는 것이 인생의 올바른 길임을 제시합니다. '대첩경(大捷徑)'은 큰 지름길, 즉 정도(正道)를 의미하며, '여정(旅亭)'은 여행길의 정자, 즉 잠시 쉬어가는 곳을 의미합니다. "서로 인끈이 많은 것을 자랑하지만, 오히려 보리밭의 푸름을 읊네(相夸綬若若。猶誦麥青青)"라는 구절은 사람들이 높은 벼슬을 상징하는 인끈(綬)이 많은 것을 서로 자랑하지만, 시인은 오히려 소박한 자연의 풍경, 즉 보리밭의 푸름을 읊는다고 하여 속세의 명리에 초연한 태도를 보여줍니다. '약약(若若)'은 많음을 의미합니다. "인의(仁義)는 큰 지름길이고, 시서(詩書)는 하나의 여정의 정자(亭)와 같네. 서로 인끈이 많은 것을 자랑하지만, 오히려 보리밭의 푸름을 읊네(仁義大捷徑。詩書一旅亭。相夸綬若若。猶誦麥青青)"라는 구절은 인의와 시서의 가치를 강조하면서도 명예를 쫓는 세태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인의 시각을 드러냅니다.
  2. 세속의 허망함과 고고한 이상: 두 번째 구절은 썩은 쥐와 높은 기러기를 대비시켜 세속의 허망함과 고고한 이상을 나타냅니다. "썩은 쥐를 어찌 수고롭게 놀라게 하겠는가, 높은 기러기는 본래 스스로 어둡게 날아오르네(腐鼠何勞嚇。高鴻本自冥)"라는 구절은 장자(莊子)의 고사를 인용하여 세속의 명리를 쫓는 행위의 허망함을 비판합니다. '부서(腐鼠)'는 썩은 쥐를 의미하며, 권력이나 명예를 탐하는 소인배를 비유합니다. '고홍(高鴻)'은 높은 곳을 나는 기러기를 의미하며, 고고한 이상을 추구하는 사람을 비유합니다. 썩은 쥐를 놀라게 하는 것은 아무 의미 없는 행동이듯, 세속적인 명예를 쫓는 것은 부질없는 일임을 강조합니다. "썩은 쥐를 어찌 수고롭게 놀라게 하겠는가, 높은 기러기는 본래 스스로 어둡게 날아오르네(腐鼠何勞嚇。高鴻本自冥)"라는 구절은 세속의 허망함과 고고한 이상을 대비시켜 보여줍니다.
  3. 미친 듯한 행동과 술에서 깨어남: 세 번째 구절은 미친 듯한 행동과 술에서 깨어남을 대비시켜 인생의 진리를 깨달아야 함을 암시합니다. "미친 듯한 행동은 부를 필요 없고, 술이 다하면 점점 깨야 하네(顛狂不用喚。酒盡漸須醒)"라는 구절은 술에 취해 미친 듯이 행동하는 것은 결국 일시적인 것이며, 술이 다하면 깨어나 현실을 직시해야 함을 의미합니다. 즉, 헛된 망상에서 벗어나 현실을 깨닫고 살아가야 한다는 교훈을 주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미친 듯한 행동은 부를 필요 없고, 술이 다하면 점점 깨야 하네(顛狂不用喚。酒盡漸須醒)"라는 구절은 헛된 망상에서 벗어나 현실을 깨달아야 함을 강조합니다.

전체적인 의미:

이 시는 인의와 시서를 긍정하면서도 명예를 쫓는 세태를 비판하고, 세속의 허망함과 고고한 이상을 대비시키며, 술에서 깨어나 현실을 직시해야 함을 강조합니다. 여러 대조적인 이미지를 통해 세상의 명리에 초연한 태도를 드러내고 있으며, 장자의 고사를 인용하여 시의 의미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습니다.

 

제시된 시는 소식(蘇軾)의 동파집(東坡集)에 실린 「송장직방길보부민조육합사중작(送張職方吉甫赴閩漕六合寺中作)」입니다. 장직방 길보(張職方 吉甫)가 민(閩, 지금의 푸젠성)으로 조운(漕運) 업무를 보러 떠나는 것을 육합사(六合寺)에서 지어 보낸 시입니다. 작별의 아쉬움과 함께 친구의 앞날을 축복하는 마음을 담고 있습니다. 번역과 함께 분석 및 설명을 덧붙이겠습니다.

번역:

그대 초연한 난새와 학의 자태를 부러워하니, 강호로 내려가려다 다시 날아가려 하네. 부질없이 오나라 아이들로 하여금 머무르지 않음을 원망하게 하니, 푸른 산은 아득한 칠민(七閩)의 길이네. 문 앞의 강물은 하늘을 향해 거세게 흘러가고, 절 뒤의 맑은 연못은 푸른 옥가락지 같네. 그대는 큰 강처럼 하루에 천 리를 가고, 나는 이 물처럼 천 산 아래에 있네.

분석 및 설명:

이 시는 친구 장직방 길보의 여정을 축복하며, 이별의 아쉬움과 자신의 처지를 대비시켜 표현하고 있습니다. 각 구절을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1. 초연한 자태와 떠나는 모습: 첫 번째 구절은 장직방의 초연한 풍모와 떠나는 모습을 묘사합니다. "그대 초연한 난새와 학의 자태를 부러워하니, 강호로 내려가려다 다시 날아가려 하네(羨君超然鸞鶴姿。江湖欲下還飛去)"라는 구절은 장직방의 고고하고 자유로운 모습을 난새와 학에 비유하여 표현합니다. '난학지자(鸞鶴姿)'는 난새와 학의 자태, 즉 고고하고 뛰어난 풍모를 의미합니다. '강호(江湖)'는 속세를 의미하며, 속세에 머무르지 않고 다시 날아가려 한다는 것은 장직방의 높은 뜻과 활발한 활동을 나타내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그대 초연한 난새와 학의 자태를 부러워하니, 강호로 내려가려다 다시 날아가려 하네(羨君超然鸞鶴姿。江湖欲下還飛去)"라는 구절은 장직방의 초연한 풍모와 떠나는 모습을 효과적으로 보여줍니다.
  2. 이별의 아쉬움과 먼 여정: 두 번째 구절은 이별의 아쉬움과 장직방의 먼 여정을 나타냅니다. "부질없이 오나라 아이들로 하여금 머무르지 않음을 원망하게 하니, 푸른 산은 아득한 칠민(七閩)의 길이네(空使吴兒怨不留。青山漫漫七閩路)"라는 구절은 장직방이 떠나는 것을 아쉬워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표현합니다. '오아(吴兒)'는 오나라 아이들, 즉 장직방과 가까운 사람들을 의미합니다. "푸른 산은 아득한 칠민(七閩)의 길이네(青山漫漫七閩路)"라는 구절은 장직방이 가야 할 길이 멀고 험난함을 나타냅니다. '칠민(七閩)'은 지금의 푸젠성을 가리키는 옛 이름입니다. "부질없이 오나라 아이들로 하여금 머무르지 않음을 원망하게 하니, 푸른 산은 아득한 칠민(七閩)의 길이네(空使吴兒怨不留。青山漫漫七閩路)"라는 구절은 이별의 아쉬움과 먼 여정을 대비시켜 보여줍니다.
  3. 주변 풍경과 대비되는 두 사람의 상황: 세 번째 구절은 육합사 주변의 풍경을 묘사하며, 장직방과 자신의 상황을 대비시킵니다. "문 앞의 강물은 하늘을 향해 거세게 흘러가고, 절 뒤의 맑은 연못은 푸른 옥가락지 같네(門前江水去掀天。寺後清池碧玉環)"라는 구절은 육합사 주변의 아름다운 풍경을 묘사합니다. 이는 이별의 장소를 더욱 부각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4. 역동적인 친구와 정적인 자신: 네 번째 구절은 장직방과 자신의 처지를 대비시켜 표현합니다. "그대는 큰 강처럼 하루에 천 리를 가고, 나는 이 물처럼 천 산 아래에 있네(君如大江日千里。我如此水千山底)"라는 구절은 장직방의 역동적인 모습과 자신의 정적인 모습을 대비시켜 보여줍니다. '대강일천리(大江日千里)'는 큰 강이 하루에 천 리를 가는 것처럼, 장직방의 활발한 활동과 빠른 승진을 의미합니다. 반면 '여차수천산저(如此水千山底)'는 물이 산 아래에 고여 있는 것처럼, 자신의 현재 처지가 정적임을 나타냅니다. "그대는 큰 강처럼 하루에 천 리를 가고, 나는 이 물처럼 천 산 아래에 있네(君如大江日千里。我如此水千山底)"라는 구절은 역동적인 친구와 정적인 자신의 상황을 명확하게 대비시켜 보여줍니다.

전체적인 의미:

이 시는 친구의 여정을 축복하면서도 이별의 아쉬움을 표현하고, 역동적인 친구의 모습과 정적인 자신의 처지를 대비시켜 보여줍니다. 아름다운 자연 풍경 묘사를 통해 이별의 정서를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으며, 마지막 구절에서 두 사람의 상황을 명확하게 대비시키는 것이 특징입니다.

 

제시된 시는 소식(蘇軾)의 동파집(東坡集)에 실린 「우중유천축영감관음원(雨中遊天竺靈感觀音院)」입니다. 비 오는 날 천축산(天竺山)의 영감관음원(靈感觀音院)을 유람하며 지은 시로, 농촌의 풍경과 대비되는 사원의 고요함을 그리고 있습니다. 번역과 함께 분석 및 설명을 덧붙이겠습니다.

번역:

누에는 늙으려 하고, 보리는 반쯤 누렇게 익었네. 앞산 뒷산에 비가 거세게 내리네. 농부는 쟁기를 놓고 여인은 광주리를 놓았네. 흰 옷 입은 신선이 높은 집에 있네.

분석 및 설명:

이 시는 농촌의 바쁜 풍경과 대비되는 사원의 한가로운 모습을 간결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각 구절을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1. 농촌의 풍경: 첫 번째 구절은 비 오는 날의 농촌 풍경을 생생하게 묘사합니다. "누에는 늙으려 하고, 보리는 반쯤 누렇게 익었네(蠶欲老。麥半黃)"라는 구절은 계절의 변화와 농촌의 일상을 간결하게 보여줍니다. 누에가 늙는 것은 누에치기가 거의 끝나감을 의미하고, 보리가 반쯤 누렇게 익은 것은 보리 수확이 임박했음을 의미합니다. 즉, 농번기가 거의 끝나가는 시점임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앞산 뒷산에 비가 거세게 내리네(前山後山雨浪浪)"라는 구절은 비가 많이 내리는 날씨를 묘사합니다. '낭낭(浪浪)'은 비가 거세게 내리는 모양을 나타내는 의태어입니다. "누에는 늙으려 하고, 보리는 반쯤 누렇게 익었네. 앞산 뒷산에 비가 거세게 내리네(蠶欲老。麥半黃。前山後山雨浪浪)"라는 구절은 농촌의 계절 변화와 날씨를 효과적으로 전달합니다.
  2. 농부와 여인, 그리고 흰 옷 입은 신선: 두 번째 구절은 비 때문에 일을 쉬는 농부와 여인, 그리고 사원에 있는 승려(흰 옷 입은 신선)의 모습을 대비시켜 보여줍니다. "농부는 쟁기를 놓고 여인은 광주리를 놓았네(農夫輟耒女廢筐)"라는 구절은 비 때문에 농부와 여인이 하던 일을 멈추었음을 나타냅니다. '철뢰(輟耒)'는 쟁기를 놓다는 뜻이고, '폐광(廢筐)'은 광주리를 놓다는 뜻입니다. 이는 비로 인해 농촌의 일상이 잠시 멈춘 모습을 보여줍니다. "흰 옷 입은 신선이 높은 집에 있네(白衣仙人在高堂)"라는 구절은 사원에 있는 승려의 모습을 묘사합니다. '백의선인(白衣仙人)'은 흰 옷을 입은 신선, 즉 승려를 의미합니다. '고당(高堂)'은 높은 집, 즉 사원을 의미합니다. 비 때문에 일을 쉬는 농부와 여인과는 달리, 승려는 높은 사원 안에서 조용히 시간을 보내고 있는 모습이 대비됩니다. "농부는 쟁기를 놓고 여인은 광주리를 놓았네. 흰 옷 입은 신선이 높은 집에 있네(農夫輟耒女廢筐。白衣仙人在高堂)"라는 구절은 농촌의 일상과 사원의 고요함을 대비시켜 보여줍니다.

전체적인 의미:

이 시는 비 오는 날의 농촌 풍경과 사원의 고요함을 대비시켜 보여줍니다. 농번기가 끝나가는 시점에 비가 내려 농부와 여인이 일을 쉬는 모습과, 높은 사원에서 조용히 시간을 보내는 승려의 모습이 대조를 이루며, 자연과 인간, 일상과 종교의 대비를 통해 시적인 의미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특히 간결한 표현과 생생한 묘사가 돋보이는 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시된 시는 소식(蘇軾)의 동파집(東坡集)에 실린 「화채준랑중견오유서호삼수(和蔡準郎中見遨遊西湖三首)」입니다. 채준(蔡準) 낭중(郎中)이 서호(西湖)에서 노니는 것을 보고 화답한 세 수의 시입니다. 서호의 아름다운 풍경과 인생의 덧없음, 그리고 세상사에 초연한 태도를 노래하고 있습니다. 세 수가 하나의 주제를 공유하고 있으므로 함께 묶어서 번역, 분석 및 설명드리겠습니다.

번역:

(제1수)

여름 장마에 호수는 불어 더욱 깊고 그윽하네. 서풍에 낙엽 지니 부용꽃 가을이로다. 눈발이 하늘을 어둡게 하고 구름은 땅을 스치는데, 새로 돋은 부들과 물에 비친 버드나무 섬이로다. 호수 위의 사계절은 보아도 부족하니, 오직 인생만이 바람에 날리는 부평초와 같네. 얼굴 펴고 한 번 웃는 일 어찌 쉬이 얻으랴, 주인이 술이 있으니 그대는 머물러야 하네.

(제2수)

그대는 보지 못했는가, 전당(錢塘)에서 벼슬하는 나그네를, 아침에는 죄수를 심문하고 저녁에는 옥사를 판결하니, 남이 부르지 않으면 어느 때에 쉬겠는가. 도시는 강호의 그윽함을 알지 못하니, 마치 매미에게 봄과 가을을 이야기하는 것과 같네. 만약 강호로 하여금 도시에 처하게 한다면, 마치 고라니와 사슴이 물가 섬에서 노니는 것과 같으리라. 고인은 마음에 거리낌이 없어 하지 못할 것이 없으니, 험한 곳을 만나면 잠시 멈추고 흐름에 몸을 맡기네. 높은 벼슬아치와 옛 친구도 붙잡아 둘 수 없으니, 뜻에 맞는 사람을 만나면 종신토록 함께하네. 그대는 보지 못했는가, 벼슬을 버린 팽택(彭澤)의 현령을, 거문고에는 줄이 없고, 두건에는 술이 있으니, 취해 잠들려 할 때 손님을 돌려보냈네.

(제3수)

밭 사이로 물 흐르는 소리 그윽하게 들리고, 모내기가 끝나기도 전에 보리가 이미 가을이 되었네. 서로 이끌고 굽은 대나무 절(苦竹寺)에 가서, 다시 내려와 연꽃 섬(荷花洲)에서 연밥을 밟네. 배 앞머리에서는 생선을 잘게 썰고, 배 꼬리에서는 밥을 지으니 향기가 두둥실 떠도네. 바람을 맞으며 배불리 먹고 달콤한 잠을 자니, 어찌 사소한 일들을 가슴속에 남겨 두랴. 그대는 보지 못했는가, 장사가 초췌했을 때, 배고프면 먹을 것을 구하고 목마르면 마실 것을 구하니, 공명에는 때가 있어 그만둘 때가 없네.

분석 및 설명:

이 세 수의 시는 서호의 아름다운 풍경을 배경으로 인생의 다양한 모습과 처세의 지혜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각 수의 특징과 전체적인 의미를 살펴보겠습니다.

  • 제1수: 서호의 사계절 풍경을 묘사하며, 인생의 덧없음을 대비시키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풍경과는 달리 인생은 부평초처럼 덧없다는 인식을 드러내며, 술을 마시며 잠시나마 시름을 잊고자 하는 마음을 표현합니다.
  • 제2수: 세상의 다양한 모습을 대비시켜 보여줍니다. 관직에 매인 사람들의 고달픈 삶과 강호의 한가로움을 대비시키고, 고인의 무심한 처세와 팽택 현령의 자유로운 삶을 제시합니다. 세상사에 얽매이지 않고 자연에 순응하는 삶의 태도를 강조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 제3수: 농촌의 풍경과 서호에서의 유유자적한 생활을 묘사합니다. 농촌의 바쁜 일상과 대비되는 한가로운 유람 생활을 보여주며, 자연 속에서 편안하게 지내는 삶의 행복을 노래합니다. 또한, 마지막 구절에서는 공명을 위해 고생하는 장사의 모습을 언급하며, 인생의 다양한 모습을 다시 한번 대비시켜 보여줍니다.

전체적인 의미:

이 세 수의 시는 서호의 아름다운 풍경을 배경으로 인생의 덧없음, 세상사의 번거로움, 그리고 자연에 순응하는 삶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관직에 매인 사람들의 고달픈 삶과 대비되는 강호의 한가로움, 그리고 자연 속에서 유유자적하게 지내는 삶의 행복을 강조하며, 세상사에 초연한 태도를 보여줍니다. 다양한 비유와 대조를 통해 시의 의미를 풍부하게 전달하고 있으며, 소식 특유의 호방하고 자유로운 풍모를 잘 드러내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군불견(君不見)"이라는 표현을 반복적으로 사용하여 독자에게 직접적으로 이야기하는 듯한 효과를 주고 있습니다.

 

제시된 시는 소식(蘇軾)의 동파집(東坡集)에 실린 「화자유(和子由)」입니다. 아우 소철(蘇轍, 자는 子由)의 시에 화답한 시로, 메말랐던 유호(柳湖)에 갑자기 물이 생기고 개원사(開元寺)의 동백나무에 예년과 달리 꽃이 만발한 것을 보고 감회를 적은 시입니다. 형제간의 우정과 자연의 변화에 대한 감상이 잘 드러나 있습니다. 번역과 함께 분석 및 설명을 덧붙이겠습니다.

번역:

태호씨 사당 동쪽, 철씨 무덤 서쪽, 한 동이 술을 일찍이 그대와 함께 가져갔었지. 돌아보니 고을 누각의 멀리 나는 난간이 보이고, 북쪽을 바라보니 돛대가 둑에 반쯤 가려져 있네. 콩밥과 명아주국을 먹으며 두 마리 고니를 생각하고, 황하의 물을 마시며 무지개에 의지했었지. 지금은 이러한 좋은 일을 함께할 사람이 없으니, 꽃 아래 술병을 새가 권하여 드네. 장명등 아래 돌 난간은, 오랫동안 삼나무와 소나무와 함께 추위를 이기네. 잎은 두껍고 모가 져서 무소 갑옷처럼 굳세고, 꽃은 깊고 기상이 적어 학의 정수리처럼 붉네. 오래도록 방장의 만다라 꽃비(부처님의 설법)를 모셨으니, 선생의 알팔파 밥상(소박한 음식)을 대하기 부끄럽네. 눈 속에 활짝 핀 것을 보니 뜻이 있음을 알겠네. 내년 돌아온 뒤에는 또 누가 보겠는가.

분석 및 설명:

이 시는 과거의 추억과 현재의 상황을 대비시키면서 자연의 변화에 대한 감회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각 구절을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1. 과거의 추억: 첫 번째 구절은 아우 소철과 함께했던 과거를 회상합니다. "태호씨 사당 동쪽, 철씨 무덤 서쪽, 한 동이 술을 일찍이 그대와 함께 가져갔었지(太昊祠東鐵墓西。一罇曾與子同攜)"라는 구절은 구체적인 장소를 언급하며 과거에 형제가 함께 술을 마셨던 추억을 떠올립니다. '태호사(太昊祠)'와 '철묘(鐵墓)'는 구체적인 지명으로, 과거 형제가 함께 방문했던 곳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일준(一罇)'은 한 동이의 술을 의미합니다.
  2. 현재의 풍경: 두 번째 구절은 현재 눈에 보이는 풍경을 묘사합니다. "돌아보니 고을 누각의 멀리 나는 난간이 보이고, 북쪽을 바라보니 돛대가 둑에 반쯤 가려져 있네(回瞻郡閣遙飛檻。北望檣竿半隱堤)"라는 구절은 시인이 서 있는 곳에서 보이는 풍경을 객관적으로 묘사합니다. 이를 통해 과거의 추억과 대비되는 현재의 상황을 보여줍니다.
  3. 고난의 추억과 현재의 외로움: 세 번째, 네 번째 구절은 과거의 고난과 현재의 외로움을 대비시킵니다. "콩밥과 명아주국을 먹으며 두 마리 고니를 생각하고, 황하의 물을 마시며 무지개에 의지했었지(飯豆羹藜思兩鵠。飲河噀水賴長蜺)"라는 구절은 과거 형제가 함께 고난을 겪었던 시절을 회상합니다. '두 마리 고니(兩鵠)'는 형제를 비유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으며, '황하의 물을 마시며 무지개에 의지했다(飲河噀水賴長蜺)'는 표현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았던 과거를 의미합니다. "지금은 이러한 좋은 일을 함께할 사람이 없으니, 꽃 아래 술병을 새가 권하여 드네(如今勝事無人共。花下壺盧鳥勸提)"라는 구절은 현재 이러한 아름다운 풍경을 함께 나눌 사람이 없음을 안타까워하는 마음을 표현합니다. '호로(壺盧)'는 술병을 의미합니다.
  4. 동백꽃의 굳건함과 아름다움: 다섯 번째, 여섯 번째 구절은 동백꽃의 굳건함과 아름다움을 묘사합니다. "장명등 아래 돌 난간은, 오랫동안 삼나무와 소나무와 함께 추위를 이기네(長明燈下石欄干。長共杉松鬬歲寒)"라는 구절은 주변의 풍경을 묘사하며, 특히 삼나무와 소나무가 추위를 이기는 모습에서 굳건함을 느낍니다. "잎은 두껍고 모가 져서 무소 갑옷처럼 굳세고, 꽃은 깊고 기상이 적어 학의 정수리처럼 붉네(葉厚有稜犀甲健。花深少態鶴頭丹)"라는 구절은 동백꽃의 외형적인 특징을 구체적으로 묘사하며, 그 굳건함과 아름다움을 예찬합니다.
  5. 겸손함과 미래에 대한 기약: 일곱 번째, 여덟 번째 구절은 겸손한 마음과 미래에 대한 기약을 나타냅니다. "오래도록 방장의 만다라 꽃비(부처님의 설법)를 모셨으니, 선생의 알팔파 밥상(소박한 음식)을 대하기 부끄럽네(久陪方丈曼陁雨。羞對先生苜蓿盤)"라는 구절은 자신의 부족함을 겸손하게 표현합니다. '만다라우(曼陁雨)'는 부처님의 설법을 비유하는 표현으로, 여기서는 고상한 가르침을 의미합니다. '목숙반(苜蓿盤)'은 알팔파 나물 밥상, 즉 소박한 음식을 의미합니다. "눈 속에 활짝 핀 것을 보니 뜻이 있음을 알겠네. 내년 돌아온 뒤에는 또 누가 보겠는가(雪裏盛開知有意。明年歸後更誰看)"라는 구절은 눈 속에서 핀 동백꽃을 보며 자연의 신비로움과 시간의 흐름을 느끼고, 내년에 다시 돌아왔을 때 이 풍경을 함께 볼 사람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아쉬움을 표현합니다.

전체적인 의미:

이 시는 메말랐던 유호에 물이 생기고 동백꽃이 만발한 것을 보고, 과거 형제와 함께했던 추억을 회상하며 현재의 외로움을 느끼는 시인의 심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자연의 변화와 시간의 흐름, 그리고 형제간의 우정을 노래하며, 마지막 구절에서는 미래에 대한 아쉬움을 표현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제시된 시는 소식(蘇軾)의 동파집(東坡集)에 실린 「육월이십칠일망호루취서(六月二十七日望湖樓醉書)」입니다. 6월 27일에 망호루(望湖樓)에서 술에 취해 쓴 시로, 호수와 주변 풍경의 변화무쌍함과 그 속에서 느끼는 시인의 감회를 생동감 있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번역과 함께 분석 및 설명을 덧붙이겠습니다.

번역:

검은 구름이 먹물을 엎어 놓은 듯 산을 가리지 못했는데, 흰 비가 구슬처럼 튀어 배 안으로 어지럽게 들어오네. 땅을 말아 올 듯한 바람이 갑자기 불어 흩어 버리니, 망호루 아래 물은 하늘과 같네. 놓아준 물고기와 자라가 사람을 따라오고, 주인 없는 연꽃은 곳곳에 피어 있네. 물 베개는 산을 오르내리게 하고, 바람에 흔들리는 배는 달과 함께 배회하네. 검은 마름과 흰 가시연밥은 돈을 따지지 않고, 어지럽게 푸른 순채에 묶어 푸른 접시에 담네. 문득 예전에 영관(靈觀)에서 새로 난 것을 맛보던 때가 생각나니, 강호에 머무르며 밥을 더 먹었네. 꽃을 바치는 아가씨는 목련나무 노를 젓고, 가랑비에 비스듬한 바람에 비취색 비녀가 젖네. 끝없이 향기로운 물가에는 두약(杜若)이 피어나는데, 오나라 아이들은 초나라 가사의 부름을 알지 못하네. 작은 은거를 이루지 못하고 잠시 은거하니, 오래도록 한가로운 것이 잠시 한가로운 것보다 낫네. 나는 본래 집이 없으니 다시 어디로 가겠는가, 고향에는 이러한 아름다운 호수와 산이 없네.

분석 및 설명:

이 시는 변화무쌍한 날씨와 호수 풍경, 그리고 시인의 감회를 다채롭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각 구절을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1. 변화하는 날씨: 첫 번째 구절은 갑작스럽게 변하는 날씨를 생동감 넘치게 묘사합니다. "검은 구름이 먹물을 엎어 놓은 듯 산을 가리지 못했는데, 흰 비가 구슬처럼 튀어 배 안으로 어지럽게 들어오네(黑雲翻墨未遮山。白雨跳珠亂入舩)"라는 구절은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듯 하늘을 덮었던 검은 구름과 빗방울이 튀는 모습을 묘사합니다. "땅을 말아 올 듯한 바람이 갑자기 불어 흩어 버리니, 망호루 아래 물은 하늘과 같네(卷地風來忽吹散。望湖樓下水如天)"라는 구절은 갑자기 강한 바람이 불어 구름을 흩어 버리고, 호수 수면이 하늘처럼 넓게 펼쳐진 모습을 보여줍니다.
  2. 호수 풍경과 여유로운 정취: 두 번째, 세 번째 구절은 비가 그친 후의 호수 풍경과 그 속에서 느끼는 여유로운 정취를 묘사합니다. "놓아준 물고기와 자라가 사람을 따라오고, 주인 없는 연꽃은 곳곳에 피어 있네(放生魚鼈逐人來。無主荷花到處開)"라는 구절은 평화로운 호수 풍경을 보여줍니다. "물 베개는 산을 오르내리게 하고, 바람에 흔들리는 배는 달과 함께 배회하네(水枕能令山俯仰。風舩解與月裴回)"라는 구절은 호수 위에서 느끼는 여유로운 정취를 표현합니다. '수침(水枕)'은 물 위에 떠 있는 배를 의미하며, 산이 오르내리는 듯 보이는 것은 배가 흔들리기 때문에 느끼는 시각적인 효과입니다.
  3. 음식과 추억: 네 번째 구절은 호수에서 맛본 음식과 과거의 추억을 연결합니다. "검은 마름과 흰 가시연밥은 돈을 따지지 않고, 어지럽게 푸른 순채에 묶어 푸른 접시에 담네(烏菱白芡不論錢。亂繫青菰裹綠盤)"라는 구절은 호수에서 나는 식재료로 만든 음식을 묘사합니다. "문득 예전에 영관(靈觀)에서 새로 난 것을 맛보던 때가 생각나니, 강호에 머무르며 밥을 더 먹었네(忽憶嘗新會靈觀。滯留江海得加餐)"라는 구절은 과거 영관에서 음식을 맛보았던 추억을 떠올리며, 현재 강호에 머무르는 자신의 상황을 연결합니다.
  4. 다채로운 풍경과 감회: 다섯 번째, 여섯 번째 구절은 호수 주변의 다채로운 풍경과 시인의 감회를 보여줍니다. "꽃을 바치는 아가씨는 목련나무 노를 젓고, 가랑비에 비스듬한 바람에 비취색 비녀가 젖네(獻花游女木蘭橈。細雨斜風濕翠翹)"라는 구절은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을 묘사합니다. "끝없이 향기로운 물가에는 두약(杜若)이 피어나는데, 오나라 아이들은 초나라 가사의 부름을 알지 못하네(無限芳洲生杜若。吴兒不識楚詞招)"라는 구절은 주변의 식물을 묘사하며,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간접적으로 드러냅니다. '두약(杜若)'은 향기로운 풀의 이름이며, '초사(楚詞)'는 초나라의 시가로, 고향을 그리워하는 내용이 많습니다.
  5. 은거와 고향에 대한 그리움: 마지막 구절은 은거에 대한 생각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나타냅니다. "작은 은거를 이루지 못하고 잠시 은거하니, 오래도록 한가로운 것이 잠시 한가로운 것보다 낫네(未成小隱聊中隱。可得長閑勝暫閑)"라는 구절은 완전한 은거를 이루지 못한 채 잠시 머무르는 자신의 상황을 표현합니다. "나는 본래 집이 없으니 다시 어디로 가겠는가, 고향에는 이러한 아름다운 호수와 산이 없네(我本無家更安徃。故鄉無此好湖山)"라는 구절은 고향을 그리워하면서도 현재 머무르는 곳의 아름다움을 인정하는 시인의 복잡한 심정을 보여줍니다.

전체적인 의미:

이 시는 변화무쌍한 날씨 속에서 펼쳐지는 호수의 아름다운 풍경과 그 속에서 느끼는 시인의 다채로운 감회를 생동감 넘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갑작스러운 날씨 변화, 호수 풍경, 음식, 추억, 여인, 식물 등 다양한 소재를 활용하여 시의 내용을 풍부하게 만들었으며, 마지막에는 은거에 대한 생각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드러내며 시를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제시된 시는 소식(蘇軾)의 동파집(東坡集)에 실린 「칠월일일출성 주중고열(七月一日出城 舟中苦熱)」입니다. 7월 1일에 성을 나와 배 안에서 더위에 시달린 경험을 쓴 시로, 무더위 속에서 느끼는 괴로움과 더위를 이겨내려는 모습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번역과 함께 분석 및 설명을 덧붙이겠습니다.

번역:

시원한 바람은 불러도 오지 않고, 흐르는 땀이 몸을 적시네. 드문 별은 잠깐 밝았다가 사라지고, 어두운 물빛은 가득하네. 향기로운 바람이 가시연과 마름을 스치고, 놀란 베개는 방어와 잉어가 찢어 놓았네. 하품은 간밤의 술기운이 남은 탓이고, 일어나 앉아 맑은 물에 씻네. 타는 듯한 구름의 기세는 바야흐로 한창인데, 아직 달빛과 이슬의 씻김을 받지 못했네. 몸은 미약하여 편안히 지내고 싶으니, 앉아서 동쪽이 밝아오기를 기다리네.

분석 및 설명:

이 시는 무더위 속에서 느끼는 고통과 그 속에서 시인이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지를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각 구절을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1. 무더위의 묘사: 첫 번째 구절은 무더위의 상황을 직접적으로 묘사합니다. "시원한 바람은 불러도 오지 않고, 흐르는 땀이 몸을 적시네(涼飈呼不來。流汗方被體)"라는 구절은 더위에도 불구하고 시원한 바람이 불지 않아 땀만 흐르는 상황을 나타냅니다. '양표(涼飈)'는 시원한 바람을 의미합니다. "드문 별은 잠깐 밝았다가 사라지고, 어두운 물빛은 가득하네(稀星乍明滅。暗水光瀰瀰)"라는 구절은 어두운 밤하늘과 물빛을 묘사하여 무더운 밤의 분위기를 더욱 강조합니다. '미미(瀰瀰)'는 물이 가득한 모양을 나타내는 의태어입니다.
  2. 더위 속에서의 행동: 두 번째 구절은 더위 속에서 시인이 겪는 일들을 묘사합니다. "향기로운 바람이 가시연과 마름을 스치고, 놀란 베개는 방어와 잉어가 찢어 놓았네(香風過蓮芡。驚枕裂魴鯉)"라는 구절은 시각과 후각을 통해 더위를 표현하는 동시에, 물고기가 튀어 오르는 소리에 놀란 상황을 묘사하여 생동감을 더합니다. '연검(蓮芡)'은 가시연과 마름을 의미합니다. '열방리(裂魴鯉)'는 방어와 잉어가 튀어 올라 베개를 찢어 놓은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하품은 간밤의 술기운이 남은 탓이고, 일어나 앉아 맑은 물에 씻네(欠伸宿酒餘。起坐濯清泚)"라는 구절은 더위와 함께 간밤의 술기운이 남아 하품을 하고, 더위를 식히기 위해 일어나 맑은 물에 씻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흠신(欠伸)'은 하품을 의미합니다. '탁청자(濯清泚)'는 맑은 물에 씻는 것을 의미합니다.
  3. 더위를 이겨내려는 의지: 세 번째 구절은 극심한 더위 속에서 시인이 느끼는 고통과 더위를 이겨내려는 의지를 나타냅니다. "타는 듯한 구름의 기세는 바야흐로 한창인데, 아직 달빛과 이슬의 씻김을 받지 못했네(火雲勢方壯。未受月露洗)"라는 구절은 뜨거운 햇볕을 가리는 구름이 아직 달빛과 이슬에 씻기지 않았다는 표현을 통해 더위가 계속될 것임을 암시합니다. '화운(火雲)'은 뜨거운 햇볕을 가리는 구름을 의미합니다. "몸은 미약하여 편안히 지내고 싶으니, 앉아서 동쪽이 밝아오기를 기다리네(身微欲安適。坐待東方啟)"라는 구절은 더위에 지쳐 편안히 쉬고 싶지만, 동쪽이 밝아오기를 기다리는 모습을 통해 더위를 이겨내려는 의지를 보여줍니다.

전체적인 의미:

이 시는 7월 초의 무더위 속에서 배 안에서 겪는 고통과 그 속에서 시간을 보내는 시인의 모습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시각, 후각, 청각 등 다양한 감각적 이미지를 활용하여 더위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으며, 마지막 구절에서는 더위를 이겨내려는 의지를 보여주며 시를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특히 일상적인 소재를 사용하여 독자들이 쉽게 공감할 수 있도록 쓴 것이 특징입니다.

 
 

제시된 시는 소식(蘇軾)의 동파집(東坡集)에 실린 「숙여항법희사 사후녹야정망오흥제산 회손신로학사(宿餘杭法喜寺 寺後綠野亭望吳興諸山 懷孫莘老學士)」입니다. 여항(餘杭)의 법희사(法喜寺)에 머무르며 절 뒤 녹야정(綠野亭)에서 오흥(吳興)의 여러 산을 바라보며 손신로(孫莘老) 학사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은 시입니다. 가을날 저녁 풍경과 함께 옛 친구를 그리워하는 시인의 정감을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번역과 함께 분석 및 설명을 덧붙이겠습니다.

번역:

가을 들판 위를 거닐며, 쓸쓸한 저녁 햇살 속에 있네. 물은 흘러 하늘 끝까지 다하지 않고, 사람은 멀리 있으니 그리움이 어찌 다하랴. 정탐꾼에게 물어 진나라가 지나간 것을 알고, 산을 보고 우임금의 공적을 아네. 여항은 진시황이 배를 버린 곳이네. 서북쪽 주항산에 요임금의 물이 배를 묶어둔 산 위에 있네. 벼가 서늘해지자 비로소 개구리 울음소리가 들리고, 버드나무는 늙어 반쯤 좀벌레가 되었네. 연잎은 바람에 뒤집혀 하얗고, 연꽃잎은 비가 그쳐 붉네. 늦은 저녁에 노니는 것을 즐기며, 시구를 찾아 아이들을 본받네. 북쪽으로 소계(苕溪)가 돌아 흐르는 것을 바라보고, 멀리 진택(震澤)이 통하는 것을 가엾이 여기네. 물고기를 삶으니 편지가 닿았네, 좋은 것은 자염옹(紫髯翁, 손신로)이 있다는 것이네.

분석 및 설명:

이 시는 가을날 저녁의 풍경 묘사와 함께 옛 친구에 대한 그리움을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습니다. 각 구절을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1. 가을 저녁 풍경과 그리움: 첫 번째 구절은 가을 저녁의 쓸쓸한 풍경과 함께 그리움의 정서를 드러냅니다. "가을 들판 위를 거닐며, 쓸쓸한 저녁 햇살 속에 있네(徙倚秋原上。淒涼晚照中)"라는 구절은 가을 들판의 쓸쓸한 분위기와 저녁 햇살 아래 서 있는 시인의 모습을 묘사합니다. '사의(徙倚)'는 거닐다는 뜻입니다. "물은 흘러 하늘 끝까지 다하지 않고, 사람은 멀리 있으니 그리움이 어찌 다하랴(水流天不盡。人遠思何窮)"라는 구절은 넓게 펼쳐진 물과 멀리 있는 사람을 대비시켜 그리움의 깊이를 강조합니다.
  2. 역사적 고찰: 두 번째 구절은 여항의 역사적 사실을 언급합니다. "정탐꾼에게 물어 진나라가 지나간 것을 알고, 산을 보고 우임금의 공적을 아네. 여항은 진시황이 배를 버린 곳이네. 서북쪽 주항산에 요임금의 물이 배를 묶어둔 산 위에 있네(問諜知秦過。看山識禹功。餘杭,始皇所舍舟也。西北舟杭山,堯水繫舟山上)"라는 구절은 여항의 역사적 유래를 언급하며, 진시황과 우임금의 이야기를 통해 시간의 흐름과 역사의 영속성을 보여줍니다. 이는 현재의 풍경과 대비되어 시의 깊이를 더합니다.
  3. 가을의 정경: 세 번째 구절은 가을의 정경을 감각적으로 묘사합니다. "벼가 서늘해지자 비로소 개구리 울음소리가 들리고, 버드나무는 늙어 반쯤 좀벌레가 되었네(稻涼初吠蛤。柳老半書蟲)"라는 구절은 가을의 서늘함과 함께 개구리 울음소리, 늙은 버드나무 등 가을의 특징적인 풍경을 묘사합니다. "연잎은 바람에 뒤집혀 하얗고, 연꽃잎은 비가 그쳐 붉네(荷背風翻白。蓮腮雨退紅)"라는 구절은 바람에 뒤집힌 연잎과 비에 씻긴 연꽃잎의 색깔 대비를 통해 생동감 넘치는 가을 풍경을 보여줍니다.
  4. 회상과 그리움: 네 번째, 다섯 번째 구절은 과거를 회상하며 친구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표현합니다. "늦은 저녁에 노니는 것을 즐기며, 시구를 찾아 아이들을 본받네(追遊慰遲暮。覔句效兒童)"라는 구절은 저녁 시간을 보내며 시를 짓는 자신의 모습을 겸손하게 표현합니다. "북쪽으로 소계(苕溪)가 돌아 흐르는 것을 바라보고, 멀리 진택(震澤)이 통하는 것을 가엾이 여기네(北望苕溪轉。遙憐震澤通)"라는 구절은 멀리 있는 풍경을 바라보며 옛 친구와 함께했던 시간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나타냅니다. "물고기를 삶으니 편지가 닿았네, 좋은 것은 자염옹(紫髯翁, 손신로)이 있다는 것이네(烹魚得尺素。好在紫髯翁)"라는 구절은 친구로부터 편지를 받고 기뻐하는 마음을 표현하며, '자염옹(紫髯翁)'은 손신로의 별칭입니다.

전체적인 의미:

이 시는 가을날 저녁 풍경을 배경으로 옛 친구를 그리워하는 시인의 마음을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시간의 흐름과 역사의 영속성을 언급하며 현재의 감회를 더욱 깊이 있게 만들고 있으며, 풍경 묘사와 감정 표현의 조화가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특히 마지막 구절에서 친구의 소식을 듣고 기뻐하는 모습은 그리움의 정서를 더욱 강조하는 역할을 합니다.

 

제시된 시는 소식(蘇軾)의 동파집(東坡集)에 실린 「숙임안정토사(宿臨安淨土寺)」입니다. 임안(臨安)의 정토사(淨土寺)에서 묵으며 지은 시로, 절에서의 일상과 자연 풍경, 그리고 인생에 대한 생각을 담고 있습니다. 번역과 함께 분석 및 설명을 덧붙이겠습니다.

번역:

닭 울음소리에 여항(餘杭)을 떠나, 절에 도착하니 이미 정오가 되었네. 참선은 진실로 겨를이 없고, 배불리 먹는 것이 참으로 먼저 할 일이네. 평생 잠이 부족했기에, 급히 맑은 바람 부는 집을 쓸었네. 문을 닫으니 모든 움직임이 멈추고, 향불에서 연기 가닥이 일어나네. 잠에서 깨어나 돌 샘물을 끓이니, 자줏빛 죽순이 옅은 김을 내뿜네. 저녁의 서늘함에 목욕을 마치니, 성긴 머리카락이 희끗희끗하네. 큰 소리로 노래하며 문을 나서니, 저녁 어스름이 마을로 들어오네. 희미한 달은 산에 반쯤 숨고, 둥근 연잎은 다투어 이슬을 쏟아내네. 서로 이끌고 돌다리 위로 올라가, 밤에 옛 친구와 이야기하네. 내일 아침 산방에 들어가니, 돌거울이 길을 환히 비추겠지. 옛날에는 곰과 호랑이의 모습을 비추었지만, 지금은 원숭이와 새가 돌아보네. 폐하고 흥함은 어찌 족히 슬퍼하랴, 만세가 한 번 쳐다보고 한 번 굽어보는 것을.

분석 및 설명:

이 시는 절에서의 일상과 주변 풍경 묘사를 통해 인생의 무상함과 자연의 영원함을 대비시키고 있습니다. 각 구절을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1. 절 도착과 일상: 첫 번째 구절은 절에 도착한 상황과 일상을 간략하게 묘사합니다. "닭 울음소리에 여항(餘杭)을 떠나, 절에 도착하니 이미 정오가 되었네(雞鳴發餘杭。到寺已亭午)"라는 구절은 여정의 시작과 끝, 그리고 시간의 흐름을 간결하게 보여줍니다. "참선은 진실로 겨를이 없고, 배불리 먹는 것이 참으로 먼저 할 일이네(參禪固未暇。飽食良先務)"라는 구절은 절에 왔지만 참선보다는 식사를 먼저 하는 모습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2. 절에서의 휴식: 두 번째 구절은 절에서 휴식을 취하는 모습을 묘사합니다. "평생 잠이 부족했기에, 급히 맑은 바람 부는 집을 쓸었네(平生睡不足。急掃清風宇)"라는 구절은 평소 잠이 부족했던 시인이 절에 와서 휴식을 취하려는 의도를 보여줍니다. "문을 닫으니 모든 움직임이 멈추고, 향불에서 연기 가닥이 일어나네(閉門羣動息。香篆起煙縷)"라는 구절은 조용한 절의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전달합니다. '향전(香篆)'은 향불의 모양을 의미합니다.
  3. 저녁 풍경과 감회: 세 번째, 네 번째 구절은 저녁 풍경과 그에 따른 감회를 묘사합니다. "잠에서 깨어나 돌 샘물을 끓이니, 자줏빛 죽순이 옅은 김을 내뿜네(覺來烹石泉。紫筍發輕乳)"라는 구절은 일상적인 행위를 통해 평화로운 분위기를 보여줍니다. '자순(紫筍)'은 차 싹을 의미합니다. "저녁의 서늘함에 목욕을 마치니, 성긴 머리카락이 희끗희끗하네(晚涼沐浴罷。衰髮稀可數)"라는 구절은 자신의 늙어가는 모습을 객관적으로 묘사합니다. "큰 소리로 노래하며 문을 나서니, 저녁 어스름이 마을로 들어오네. 희미한 달은 산에 반쯤 숨고, 둥근 연잎은 다투어 이슬을 쏟아내네(浩歌出門去。暮色入村塢。微月半隱山。圓荷爭瀉露)"라는 구절은 저녁 풍경을 생동감 있게 묘사하며, 자연의 아름다움에 감탄하는 시인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4. 옛 친구와의 만남과 회상: 다섯 번째, 여섯 번째 구절은 옛 친구와의 만남과 과거에 대한 회상을 담고 있습니다. "서로 이끌고 돌다리 위로 올라가, 밤에 옛 친구와 이야기하네(相攜石橋上。夜與故人語)"라는 구절은 친구와의 만남을 통해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내일 아침 산방에 들어가니, 돌거울이 길을 환히 비추겠지(明朝入山房。石鏡烱當路)"라는 구절은 다음 날의 일정을 언급하며, 돌거울에 대한 이미지를 통해 과거를 회상합니다. "옛날에는 곰과 호랑이의 모습을 비추었지만, 지금은 원숭이와 새가 돌아보네(昔照熊虎姿。今為猿鳥顧)"라는 구절은 돌거울에 비친 과거와 현재의 모습을 대비시켜 시간의 흐름과 변화를 강조합니다. "폐하고 흥함은 어찌 족히 슬퍼하랴, 만세가 한 번 쳐다보고 한 번 굽어보는 것을(廢興何足弔。萬世一仰俯)"라는 구절은 역사의 흥망성쇠는 자연의 이치와 같은 것이므로 슬퍼할 필요가 없다는 달관적인 태도를 보여줍니다.

전체적인 의미:

이 시는 절에서의 일상과 주변 풍경 묘사를 통해 인생의 무상함과 자연의 영원함을 대비시키고 있습니다. 시간의 흐름과 역사의 변화, 그리고 그 속에서 느끼는 인간의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으며, 마지막 구절에서는 인생의 흥망성쇠에 대한 달관적인 태도를 보여주며 시를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제시된 시는 소식(蘇軾)의 동파집(東坡集)에 실린 「자정토보지공신사(自淨土步至功臣寺)」입니다. 정토사(淨土寺)에서 걸어서 공신사(功臣寺)에 이르기까지의 여정과 그곳에서 느끼는 감회를 읊은 시입니다. 저녁 풍경과 역사적 인물(한신)에 대한 회상을 통해 인생의 부침과 역사의 흐름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번역과 함께 분석 및 설명을 덧붙이겠습니다.

번역:

지는 해에 갓끈을 바로잡고, 저녁 바람에 부채를 부치네. 소나무 사이를 걷는 발걸음은 안정되고, 대나무 숲 밖으로 난간이 굽이쳐 돌아가네. 신령한 솜씨로 횡령(橫嶺)을 뚫으니, 바위에서 큰 조각을 얻었네. 곧바로 천 명의 병사가 지나갈 도랑을 내니, 아래에는 약한 물줄기가 흐르네. 산봉우리들은 울창하게 둘러싸여 있고, 금빛과 푸른빛은 찬란하게 빛나네. 다른 성씨의 왕(한신)을 그리워하니, 이 고을을 짊어졌던 사람이네. 늘 가랑이 밑을 지나는 치욕을 당하고, 뽕밭 사이에서 밥을 빌어먹었네. 누가 산의 돌이 완고하다고 하였는가, 이 세상에 드문 인걸을 알아보았네. 늠름한 영웅의 기운이 닥쳐오고, 우뚝 솟아 여전히 싸우는 듯하네. 훗날 만 명의 기병을 이끌고 돌아오니, 고을의 어른들이 마음껏 환영 잔치를 벌였네. 비단과 수를 들판에 덮고, 금과 구슬을 가난하고 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네. 두융(竇融)은 이미 조정에 들어갔지만, 오예(吳芮)는 헛되이 얼굴만 기억하네. 영화는 앉아서 사라지고, 세상을 지나는 것은 역마와 같네. 오직 장명등만이, 옛 모습 그대로 깊은 전각을 비추네.

분석 및 설명:

이 시는 저녁 풍경 묘사와 함께 한신(韓信)의 삶을 회상하며 인생의 부침과 역사의 흐름을 보여주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합니다. 각 구절을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1. 저녁 풍경: 첫 번째 구절은 저녁 풍경을 묘사합니다. "지는 해에 갓끈을 바로잡고, 저녁 바람에 부채를 부치네(落日岸葛巾。晚風吹羽扇)"라는 구절은 해 질 무렵의 여유로운 풍경을 보여줍니다. '갈건(葛巾)'은 칡으로 만든 두건, 즉 갓끈을 의미합니다. "소나무 사이를 걷는 발걸음은 안정되고, 대나무 숲 밖으로 난간이 굽이쳐 돌아가네(松間野步穩。竹外飛橋轉)"라는 구절은 산길을 걷는 모습을 묘사하며, 안정된 발걸음과 구불구불한 난간의 모습을 대비시켜 풍경을 더욱 생동감 있게 표현합니다.
  2. 공신사의 웅장함: 두 번째 구절은 공신사의 웅장함을 묘사합니다. "신령한 솜씨로 횡령(橫嶺)을 뚫으니, 바위에서 큰 조각을 얻었네. 곧바로 천 명의 병사가 지나갈 도랑을 내니, 아래에는 약한 물줄기가 흐르네(神功鑿橫嶺。巗石得巨片。直度千人溝。下有微流泫)"라는 구절은 공신사를 건설하기 위해 산을 뚫고 도랑을 낸 모습을 묘사하며, 그 규모의 웅장함을 보여줍니다. '횡령(橫嶺)'은 가로놓인 산줄기를 의미합니다.
  3. 한신에 대한 회상: 세 번째, 네 번째, 다섯 번째 구절은 한신의 삶을 회상합니다. "다른 성씨의 왕(한신)을 그리워하니, 이 고을을 짊어졌던 사람이네(緬懷異姓王。負擔此鄉縣)"라는 구절은 공신사에 모셔진 한신을 기리는 마음을 나타냅니다. "늘 가랑이 밑을 지나는 치욕을 당하고, 뽕밭 사이에서 밥을 빌어먹었네(長逢跨下辱。履乞桑間飯)"라는 구절은 한신이 젊은 시절 겪었던 고난을 묘사합니다. 이는 그의 성공과 대비되어 더욱 극적인 효과를 냅니다. "누가 산의 돌이 완고하다고 하였는가, 이 세상에 드문 인걸을 알아보았네(誰謂山石頑。識此希世彥)"라는 구절은 한신을 알아본 사람들의 안목을 칭찬하는 내용으로, 역사의 아이러니를 보여줍니다. "늠름한 영웅의 기운이 닥쳐오고, 우뚝 솟아 여전히 싸우는 듯하네. 훗날 만 명의 기병을 이끌고 돌아오니, 고을의 어른들이 마음껏 환영 잔치를 벌였네(凜然英氣逼。屹起猶聳戰。他年萬騎歸。父老恣歡宴)"라는 구절은 한신의 영웅적인 면모와 성공적인 귀환을 묘사합니다.
  4. 역사의 무상함: 여섯 번째 구절은 역사의 무상함을 이야기합니다. "비단과 수를 들판에 덮고, 금과 구슬을 가난하고 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네. 두융(竇融)은 이미 조정에 들어갔지만, 오예(吳芮)는 헛되이 얼굴만 기억하네(錦繡被原野。金珠散貧賤。竇融既入朝。吳芮空記面)"라는 구절은 한신의 영화가 오래가지 못했음을 암시하며, 다른 역사적 인물들을 언급하여 역사의 흐름 속에서 개인의 영화는 덧없음을 강조합니다. "영화는 앉아서 사라지고, 세상을 지나는 것은 역마와 같네(榮華坐銷歇。閱世如郵傳)"라는 구절은 인생의 무상함을 간결하게 표현합니다.
  5. 변치 않는 것: 마지막 구절은 변치 않는 것을 대비시켜 보여줍니다. "오직 장명등만이, 옛 모습 그대로 깊은 전각을 비추네(惟有長明燈。依照照深殿)"라는 구절은 역사의 흥망성쇠와는 달리 장명등은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음을 보여주며, 영원한 것과 유한한 것을 대비시켜 시의 여운을 남깁니다.

전체적인 의미:

이 시는 저녁 풍경과 한신의 삶을 통해 인생의 부침과 역사의 흐름을 보여주는 시입니다. 한신의 영웅적인 면모와 그의 성공, 그리고 몰락을 대비시켜 인생의 무상함을 강조하고 있으며, 마지막 구절에서는 영원히 변치 않는 장명등의 이미지를 통해 시의 주제를 부각시키고 있습니다.

 

제시된 시는 소식(蘇軾)의 동파집(東坡集)에 실린 「유경산(遊徑山)」입니다. 경산(徑山)을 유람하며 지은 시로, 웅장한 산세와 그곳에 얽힌 전설, 그리고 세상사에 대한 시인의 생각을 담고 있습니다. 번역과 함께 분석 및 설명을 덧붙이겠습니다.

번역:

뭇 봉우리들은 천목산(天目山)에서 왔으니, 그 형세가 준마가 평천(平川)을 달리는 듯하네. 중간에 고삐를 당겨 천 리를 가는 발을 멈추니, 금 채찍과 옥 재갈이 서로 휘돌아 도네. 사람들은 산이 머무르면 물도 머문다고 말하지만, 아래에는 영원한 교룡(蛟龍)의 연못이 있네. 도인은 천안(天眼)으로 왕의 기운을 알아보았고, 초가집을 짓고 황량한 산꼭대기에서 편안히 앉아 있네. 정성스러운 마음이 산의 돌을 꿰뚫어 쪼개니, 천녀(天女)가 내려와 연꽃 같은 얼굴을 시험하네. 차가운 창가에 따뜻한 발을 대고 손을 맞잡으니, 밤에는 바리때로 물에 주문을 외워 꿈틀거리는 용을 내리게 하네. 흰 눈썹의 노인이 아침에 문을 두드리니, 제자가 되어 오래도록 참선하기를 원하네. 이후로 폐하고 흥함이 삼백 년이니, 오회(吳會)를 뛰어다니며 돈을 바쳤네. 높이 솟은 누각과 솟아나는 전각이 산을 짓눌러 부수고, 아침 종소리와 저녁 북소리가 용의 잠을 놀라게 하네. 맑은 하늘에 가끔 바다의 신기루가 보이고, 해 질 녘에는 마을로 돌아가는 솔개 수를 세네. 삶이 있는 것은 모두 하늘과 땅 사이에 함께 있으니, 시끄럽게 기름과 불로 함께 끓여지네. 근래에 더욱 세상의 논의가 좁다는 것을 깨달으니, 넓은 곳에 이를 때마다 조금 편안함을 느끼네. 아, 나는 늙어 모든 일이 폐하였으니, 도리어 옛 학문을 찾으니 마음이 아득하네. 용에게 물을 빌려 눈을 씻으니, 작은 글자를 보아 남은 해를 보내고자 하네. 용정(龍井) 물로 병든 눈을 씻으면 효과가 있다 하네.

분석 및 설명:

이 시는 경산의 웅장한 풍경과 그곳에 얽힌 전설, 그리고 세상사에 대한 시인의 생각을 다층적으로 보여줍니다. 각 구절을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1. 경산의 웅장한 산세: 첫 번째 구절은 경산의 웅장한 산세를 비유적으로 묘사합니다. "뭇 봉우리들은 천목산(天目山)에서 왔으니, 그 형세가 준마가 평천(平川)을 달리는 듯하네(衆峰來自天目山。勢若駿馬奔平川)"라는 구절은 여러 봉우리들이 이어진 모습을 마치 준마가 평원을 달리는 모습에 비유하여 역동적으로 표현합니다. "중간에 고삐를 당겨 천 리를 가는 발을 멈추니, 금 채찍과 옥 재갈이 서로 휘돌아 도네(中塗勒破千里足。金鞭玉𩍐相回旋)"라는 구절은 산세의 웅장함을 더욱 강조하는 표현으로, 마치 신화적인 장면을 연상시킵니다. '𩍐(안)'은 재갈을 의미합니다.
  2. 전설과 도인의 수행: 두 번째 구절은 경산에 얽힌 전설과 도인의 수행을 이야기합니다. "사람들은 산이 머무르면 물도 머문다고 말하지만, 아래에는 영원한 교룡(蛟龍)의 연못이 있네(人言山住水亦住。下有萬古蛟龍淵)"라는 구절은 산과 물의 관계에 대한 일반적인 생각과 달리, 경산 아래에는 교룡이 살고 있다는 전설을 소개합니다. "도인은 천안(天眼)으로 왕의 기운을 알아보았고, 초가집을 짓고 황량한 산꼭대기에서 편안히 앉아 있네(道人天眼識王氣。結茆宴坐荒山巔)"라는 구절은 신통력을 가진 도인이 경산에서 수행했다는 전설을 언급합니다.
  3. 경산의 신비로운 힘: 세 번째 구절은 경산의 신비로운 힘을 묘사합니다. "정성스러운 마음이 산의 돌을 꿰뚫어 쪼개니, 천녀(天女)가 내려와 연꽃 같은 얼굴을 시험하네(精誠貫山石為裂。天女下試顏如蓮)"라는 구절은 도인의 정성이 산의 돌을 쪼갤 정도였다는 전설을 통해 경산의 신령함을 강조합니다. "차가운 창가에 따뜻한 발을 대고 손을 맞잡으니, 밤에는 바리때로 물에 주문을 외워 꿈틀거리는 용을 내리게 하네(寒窓暖足來朴握。夜鉢呪水降蜿蜒)"라는 구절은 도인의 신비한 능력을 보여주는 또 다른 전설을 이야기합니다. '박악(朴握)'은 손을 맞잡는다는 의미입니다.
  4. 경산의 흥망성쇠: 네 번째 구절은 경산의 역사를 간략하게 보여줍니다. "흰 눈썹의 노인이 아침에 문을 두드리니, 제자가 되어 오래도록 참선하기를 원하네(雪眉老人朝扣門。願為弟子長參禪)"라는 구절은 과거 경산이 수행의 중심지였음을 암시합니다. "이후로 폐하고 흥함이 삼백 년이니, 오회(吳會)를 뛰어다니며 돈을 바쳤네(爾來廢興三百載。奔走吳會輸金錢)"라는 구절은 경산이 오랜 세월 동안 흥망성쇠를 거듭했음을 나타냅니다. "높이 솟은 누각과 솟아나는 전각이 산을 짓눌러 부수고, 아침 종소리와 저녁 북소리가 용의 잠을 놀라게 하네(飛樓湧殿壓山破。朝鍾暮鼓驚龍眠)"라는 구절은 사찰의 번성과 함께 자연이 훼손되는 모습을 안타까워하는 시인의 마음을 보여줍니다.
  5. 세상사에 대한 생각과 노년의 회한: 다섯 번째, 여섯 번째 구절은 세상사에 대한 시인의 생각과 노년의 회한을 드러냅니다. "맑은 하늘에 가끔 바다의 신기루가 보이고, 해 질 녘에는 마을로 돌아가는 솔개 수를 세네(晴空偶見浮海蜃。落日下數投村鳶)"라는 구절은 자연 풍경을 묘사하면서도 덧없는 세상사를 암시하는 표현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삶이 있는 것은 모두 하늘과 땅 사이에 함께 있으니, 시끄럽게 기름과 불로 함께 끓여지네(有生共處覆載內。擾擾膏火同烹煎)"라는 구절은 세상 사람들이 욕망에 휩싸여 살아가는 모습을 비판적으로 표현합니다. "근래에 더욱 세상의 논의가 좁다는 것을 깨달으니, 넓은 곳에 이를 때마다 조금 편안함을 느끼네(近來愈覺世議隘。每到寬處差安便)"라는 구절은 세상의 좁은 시각에 답답함을 느끼는 시인의 심정을 보여줍니다. "아, 나는 늙어 모든 일이 폐하였으니, 도리어 옛 학문을 찾으니 마음이 아득하네(嗟余老矣百事廢。却尋舊學心茫然)"라는 구절은 늙어 모든 일을 그만두고 옛 학문을 찾지만 마음이 허전함을 토로합니다. "용에게 물을 빌려 눈을 씻으니, 작은 글자를 보아 남은 해를 보내고자 하네. 용정(龍井) 물로 병든 눈을 씻으면 효과가 있다 하네(問龍乞水歸洗眼。欲看細字銷殘年。龍井水洗病眼有效)"라는 구절은 용정의 물로 눈을 씻으면 병든 눈에 효과가 있다는 속설을 인용하며, 남은 여생을 조용히 보내고 싶어 하는 시인의 마음을 나타냅니다.

전체적인 의미:

이 시는 경산의 풍경과 전설, 역사를 통해 인생의 유한함과 역사의 흐름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웅장한 자연 묘사, 흥미로운 전설, 역사적 사실, 그리고 시인 개인의 감회가 어우러져 깊은 울림을 줍니다. 특히, 세상사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과 함께 노년의 회한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부분이 인상적입니다. 마지막 구절에서 용정 물로 눈을 씻으며 남은 여생을 조용히 보내고 싶어 하는 소망을 나타내는 부분은 시의 주제를 효과적으로 마무리합니다.

 

제시된 시는 소식(蘇軾)의 동파집(東坡集)에 실린 「자경산회득여찰추시 용기운초지숙호상(自徑山回得呂察推詩 用其韻招之宿湖上)」입니다. 경산(徑山)에서 돌아오는 길에 여찰(呂察)의 시를 받고, 그 운을 빌려 호숫가에서 함께 묵자고 권유하는 내용입니다. 친구를 아끼는 마음과 함께 속세를 벗어나 자연을 즐기고자 하는 시인의 마음이 잘 드러나 있습니다. 번역과 함께 분석 및 설명을 덧붙여 설명드리겠습니다.

번역:

그대는 귀한 집 도련님이지만, 산을 여색처럼 사랑하는구려. 마음은 조각배를 따라 떠나고, 꿈은 푸른 천 산을 감싸 도네. 새로운 시가 오는 도중에, 나를 기쁘게 하여 나막신 굽을 부러뜨리게 하네. 예로부터 높은 벼슬아치들은, 벼슬을 잡거나 버리는 것에 모두 슬퍼했네. 며칠 동안 벼슬을 하다가, 두 발이 잠시 맨발이 되었네. 돌아와 관아에 들어가지 않고, 도리어 호숫가 집으로 달려가네. 영욕을 나는 오래전에 잊었으니, 어찌 윗사람의 질책을 두려워하랴. 훨훨 떠나려 하니, 누가 자사(子思)의 곁에 있겠는가. 그대가 능히 나를 따라 함께 노닌다면, 성 밖으로 나가 해가 지기 전에 이르러야 하네.

분석 및 설명:

이 시는 친구를 호숫가로 초대하는 내용 속에 속세의 번거로움에서 벗어나 자연을 즐기고자 하는 시인의 마음을 담고 있습니다. 각 구절을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1. 친구의 풍류: 첫 번째 구절은 친구인 여찰의 풍류를 칭찬하는 내용입니다. "그대는 귀한 집 도련님이지만, 산을 여색처럼 사랑하는구려(多君貴公子。愛山如愛色)"라는 구절은 여찰의 신분과 취향을 동시에 드러내며, 그가 속세의 명리보다 자연을 더 사랑하는 사람임을 강조합니다. "마음은 조각배를 따라 떠나고, 꿈은 푸른 천 산을 감싸 도네(心隨葉舟去。夢遶千山碧)"라는 구절은 여찰의 마음이 이미 자연 속에 있음을 묘사합니다. '엽주(葉舟)'는 작은 배를 의미합니다.
  2. 시를 통한 교감과 속세의 번뇌: 두 번째 구절은 시를 통해 친구와 교감하는 기쁨과 속세의 번뇌를 대비시키는 내용입니다. "새로운 시가 오는 도중에, 나를 기쁘게 하여 나막신 굽을 부러뜨리게 하네(新詩到中路。令我喜折屐)"라는 구절은 여찰의 시를 받고 매우 기뻐하는 시인의 모습을 과장법을 사용하여 표현합니다. '절극(折屐)'은 나막신 굽을 부러뜨린다는 뜻으로, 너무 기뻐서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을 비유적으로 나타냅니다. "예로부터 높은 벼슬아치들은, 벼슬을 잡거나 버리는 것에 모두 슬퍼했네(古來軒冕徒。操捨兩悲慄)"라는 구절은 예로부터 벼슬에 연연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비판적으로 묘사하며, 벼슬을 얻거나 잃는 것에 일희일비하는 속세의 번뇌를 지적합니다. '헌면(軒冕)'은 높은 벼슬을 의미합니다. '조사(操捨)'는 잡거나 버린다는 뜻입니다. '비률(悲慄)'은 슬퍼하고 두려워한다는 뜻입니다.
  3. 속세와의 거리두기: 세 번째 구절은 속세와의 거리를 두려는 시인의 의지를 보여줍니다. "며칠 동안 벼슬을 하다가, 두 발이 잠시 맨발이 되었네(數朝詞簪笏。兩脚得暫赤)"라는 구절은 잠시 벼슬을 내려놓고 편안한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묘사합니다. '사잠홀(詞簪笏)'은 벼슬을 의미합니다. '양각득잠적(兩脚得暫赤)'은 잠시 맨발이 되었다는 뜻으로, 속세의 속박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상태를 비유적으로 나타냅니다. "돌아와 관아에 들어가지 않고, 도리어 호숫가 집으로 달려가네(歸來不入府。却走湖上宅)"라는 구절은 속세의 번거로움을 피해 자연으로 돌아가려는 시인의 의지를 강조합니다.
  4. 자유로운 삶의 추구: 네 번째 구절은 속세의 명리에 초연한 시인의 태도를 보여줍니다. "영욕을 나는 오래전에 잊었으니, 어찌 윗사람의 질책을 두려워하랴(寵辱吾久忘。寧畏官長詰)"라는 구절은 속세의 영욕에 초연한 시인의 태도를 명확하게 드러냅니다. '총욕(寵辱)'은 영예와 치욕을 의미합니다. '관장힐(官長詰)'은 윗사람의 질책을 의미합니다. "훨훨 떠나려 하니, 누가 자사(子思)의 곁에 있겠는가(飄然便欲去。誰在子思側)"라는 구절은 자유로운 삶을 추구하는 시인의 이상을 보여줍니다. '표연(飄然)'은 훨훨 날아가는 모양을 의미합니다. '자사측(子思側)'은 공자의 손자인 자사의 곁을 의미하는 것으로, 현명한 스승을 따르는 것을 비유적으로 나타냅니다. 여기서는 속세를 떠나 자유롭게 살겠다는 의지를 강조하는 표현으로 해석됩니다.
  5. 친구의 동행 권유: 마지막 구절은 친구에게 함께 자연을 즐기자고 권유하는 내용입니다. "그대가 능히 나를 따라 함께 노닌다면, 성 밖으로 나가 해가 지기 전에 이르러야 하네(君能從我遊。出郭及未黑)"라는 구절은 친구에게 함께 속세를 벗어나 자연을 즐기자고 권유하는 내용으로, 시를 마무리합니다. '출곽(出郭)'은 성 밖으로 나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전체적인 의미:

이 시는 친구를 호숫가로 초대하는 형식을 통해 속세의 번거로움에서 벗어나 자연을 즐기고자 하는 시인의 마음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친구를 아끼는 마음과 함께 속세의 명리에 초연한 태도를 보여주며, 자연 속에서 자유로운 삶을 추구하는 시인의 이상을 잘 나타내고 있습니다.

 

제시된 시는 소식(蘇軾)의 동파집(東坡集)에 실린 「숙망호루재화(宿望湖樓再和)」입니다. 망호루(望湖樓)에서 묵으며 다시 화답한 시로, 달밤의 호수 풍경과 함께 시를 짓는 고뇌, 그리고 벗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고 있습니다. 번역과 함께 분석 및 설명을 덧붙여 설명드리겠습니다.

번역:

새로운 달은 아름다운 여인 같아, 바다에서 나와 처음으로 빛을 내네. 곱고 아름답게 호수에 이르러, 잔물결 일렁이며 푸른 하늘을 흔드네. 밤은 서늘하고 사람들은 아직 잠들지 않았는데, 산은 고요하여 나막신 소리가 들리네. 시인은 본래 감회가 많으니, 가을을 슬퍼하며 더욱 쓸쓸해하네. 그대는 어찌 나를 찾아오지 않는가, 붉은 주묵과 분가루가 검붉게 변했네. 나는 다니면서 좋아하는 바를 얻었으니, 열흘 동안 집을 잊었네. 다만 벗이 없어 한스러우니, 시의 병을 나무랄 사람이 없네. 그대가 와서 시험 삼아 음미해 본다면, 반드시 학의 머리 옆에 앉을 것이네. 고쳐 쓰고 나니 마음은 더욱 의심스러워, 종이 가득 검은 교룡과 뱀이 꿈틀거리는 듯하네.

분석 및 설명:

이 시는 달밤의 호수 풍경 묘사와 함께 시를 짓는 어려움, 그리고 벗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주된 내용으로 합니다. 각 구절을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1. 달밤의 호수 풍경 (1-2구): 첫 두 구절은 달밤의 아름다운 호수 풍경을 묘사합니다. "새로운 달은 아름다운 여인 같아, 바다에서 나와 처음으로 빛을 내네(新月如佳人。出海初弄色)"라는 구절은 초승달을 아름다운 여인에 비유하여 신선하고 서정적인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곱고 아름답게 호수에 이르러, 잔물결 일렁이며 푸른 하늘을 흔드네(娟娟到湖上。瀲瀲搖空碧)"라는 구절은 달빛이 호수에 비쳐 일렁이는 모습을 섬세하게 묘사합니다. '연연(娟娟)'은 곱고 아름다운 모양을 의미합니다. '렴렴(瀲瀲)'은 물이 넘치거나 잔물결이 이는 모양을 의미합니다.
  2. 가을밤의 정취와 시인의 감회 (3-4구): 이 부분에서는 가을밤의 정취와 시인의 쓸쓸한 감회를 드러냅니다. "밤은 서늘하고 사람들은 아직 잠들지 않았는데, 산은 고요하여 나막신 소리가 들리네(夜涼人未寢。山靜聞響屐)"라는 구절은 고요한 가을밤의 정경을 묘사합니다. '향극(響屐)'은 나막신 소리를 의미합니다. "시인은 본래 감회가 많으니, 가을을 슬퍼하며 더욱 쓸쓸해하네(騷人故多感。悲秋更憀慄)"라는 구절은 시인으로서 느끼는 감수성과 가을밤의 쓸쓸함이 어우러져 더욱 깊은 슬픔을 느끼는 시인의 심정을 표현합니다. '요률(憀慄)'은 쓸쓸하고 두려워하는 모양을 의미합니다.
  3. 벗을 그리워하는 마음 (5-6구): 이 부분에서는 벗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나타냅니다. "그대는 어찌 나를 찾아오지 않는가, 붉은 주묵과 분가루가 검붉게 변했네(君胡不相就。朱墨粉黝赤)"라는 구절은 벗을 기다리는 안타까운 마음을 표현합니다. '주묵(朱墨)'은 붉은 주묵, '분유적(粉黝赤)'은 분가루가 검붉게 변한 것을 의미하며, 오랜 시간 기다렸음을 암시합니다. "나는 다니면서 좋아하는 바를 얻었으니, 열흘 동안 집을 잊었네(我行得所嗜。十日忘家宅)"라는 구절은 여행을 통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벗이 없어 아쉬워하는 마음을 드러냅니다.
  4. 시의 고뇌와 벗의 필요성 (7-8구): 이 부분에서는 시를 짓는 고뇌와 벗의 필요성을 강조합니다. "다만 벗이 없어 한스러우니, 시의 병을 나무랄 사람이 없네(但恨無友生。詩病莫訶詰)"라는 구절은 시를 지으면서 겪는 어려움을 토로하며, 자신의 시를 비평해 줄 벗이 없는 것을 안타까워합니다. '가힐(訶詰)'은 꾸짖고 나무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대가 와서 시험 삼아 음미해 본다면, 반드시 학의 머리 옆에 앉을 것이네(君來試吟味。定作鶴頭側)"라는 구절은 벗이 와서 자신의 시를 평가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간절하게 표현합니다. '학두측(鶴頭側)'은 학의 머리 옆이라는 뜻으로, 귀한 손님을 맞이하는 자리를 의미합니다.
  5. 시 창작의 어려움 (9구): 마지막 구절은 시 창작의 어려움을 보여줍니다. "고쳐 쓰고 나니 마음은 더욱 의심스러워, 종이 가득 검은 교룡과 뱀이 꿈틀거리는 듯하네(改罷心愈疑。滿紙蛟虵黑)"라는 구절은 시를 고쳐 쓸수록 더욱 의심이 들고, 쓴 시가 마치 검은 교룡과 뱀처럼 어지럽게 느껴지는 시인의 고뇌를 표현합니다. '교사(蛟虵)'는 교룡과 뱀을 의미합니다.

전체적인 의미:

이 시는 달밤의 아름다운 호수 풍경을 배경으로 시를 짓는 고뇌와 벗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자연 묘사와 함께 시 창작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벗과의 교류를 갈망하는 시인의 마음이 잘 드러나 있습니다. 특히 마지막 구절에서 시를 고쳐 쓸수록 더욱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은 시 창작의 고통을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제시된 시는 소식(蘇軾)의 동파집(東坡集에 실린 「야범서호오절(夜泛西湖五絕)」, 즉 서호에서 밤에 배를 타고 읊은 다섯 수의 절구시입니다. 달의 변화와 밤의 서호 풍경을 섬세하게 묘사하며, 인생의 무상함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번역과 함께 분석 및 설명을 덧붙여 설명드리겠습니다.

번역:

제1수:

초승달이 처음 생겨나 그 흔적이 아직 불안정하니, 겨우 닷새나 엿새 지나자 비로소 둥글어지려 하네. 오늘 밤에는 반쪽 벽옥처럼 아름다움을 토해내니, 유람하는 사람들이 삼경(밤 11시~새벽 1시)까지 바라보네.

제2수:

삼경이 거의 끝나 달이 점점 기울어지니, 떨어지려 하면서 아직 떨어지지 않은 모습이 매우 기이하네. 내일 아침의 일을 누가 헤아릴 수 있으랴, 푸른 용(달)이 서쪽으로 완전히 질 때까지 보네.

제3수:

푸른 용(달)은 이미 사라지고 북두성과 견우성이 가로놓여 있으니, 동쪽 하늘에는 샛별(장경성)이 솟아오르네. 어부는 동틀 무렵이 되기 전에 통발을 거두니, 배가 지나간 곳에는 오직 마름과 부들의 소리만 있네. (호수에서 물고기 잡는 것을 금지했으나, 모두 몰래 낚시하는 자들이라네.)

제4수:

마름과 부들은 끝없이 펼쳐져 있고 물은 아득히 넓으니, 밤에 핀 연꽃은 바람과 이슬에 향기롭네. 점점 멀리 있는 절에서 등불이 밝아오는 것이 보이니, 달이 완전히 어두워지기를 기다려 호수의 풍경을 보네.

제5수:

호수의 풍경은 귀신도 아니고 신선도 아니니, 바람이 잔잔하고 물결이 고요하여 빛이 온 강에 가득하네. 잠시 후 두셋씩 절로 들어가니, 나아가 살펴보아도 보이지 않고 텅 비고 아득할 뿐이네.

분석 및 설명:

이 시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달의 모습과 밤의 서호 풍경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각 수의 특징을 살펴보겠습니다.

  • 제1수: 초승달이 점점 차오르는 모습을 묘사하며, 밤늦도록 달을 감상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립니다. "반벽(半璧)"은 반쪽 벽옥을 의미하며, 반달의 아름다움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 제2수: 달이 기울어지는 모습과 함께 인생의 무상함을 이야기합니다. "삼경향란(三更向闌)"은 삼경이 거의 끝날 무렵을 의미합니다. "창룡(蒼龍)"은 달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입니다. 내일 일을 알 수 없다는 표현을 통해 시간의 흐름과 인생의 덧없음을 강조합니다.
  • 제3수: 달이 지고 새벽이 다가오는 풍경을 묘사합니다. 북두성과 견우성, 샛별 등의 천문 현상을 통해 시간의 흐름을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어부의 모습을 통해 새벽의 정경을 더하고, "호상금어개도조자야(湖上禁魚皆盜釣者也)"라는 주석을 통해 당시 호수의 상황을 간략하게 설명합니다.
  • 제4수: 어둠 속에서 피어난 연꽃의 향기와 멀리서 보이는 절의 등불을 통해 밤의 정취를 더욱 깊게 합니다. "월흑(月黑)"은 달이 완전히 어두워지는 것을 의미하며, 어둠 속에서 더욱 돋보이는 호수의 풍경을 기대하는 마음을 나타냅니다.
  • 제5수: 잔잔한 호수에 가득한 달빛을 묘사하며,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하지만 곧 사람들이 절로 들어가 사라지는 모습을 통해 허무함과 아득함을 느끼게 합니다. "공망연(空茫然)"은 텅 비고 아득한 모양을 의미하며, 마지막 구절에서 시의 여운을 남깁니다.

전체적인 의미:

이 시는 밤의 서호 풍경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섬세하게 포착하여 보여줍니다. 달의 변화, 새벽의 풍경, 어둠 속의 자연, 그리고 사람들의 모습 등을 통해 밤의 다양한 모습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또한, 시간의 흐름과 인생의 무상함, 그리고 자연의 영원함에 대한 시인의 생각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특히, 마지막 수에서 사람들이 사라진 후의 허무함과 아득함은 인생의 덧없음을 강조하는 동시에, 자연의 영원함과 대비되는 인간의 유한함을 부각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제시된 시는 소식(蘇軾)의 동파집(東坡集)에 실린 「초천지구혜산천시(焦千之求惠山泉詩)」입니다. 초천지(焦千之)가 혜산천(惠山泉)을 구하자 그에 대해 쓴 시로, 혜산천의 뛰어난 수질과 그 가치를 묘사하고, 속세의 허례허식과 대비되는 청정한 삶을 이야기하며, 친구에게 혜산천을 보내주기를 부탁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번역과 함께 분석 및 설명을 덧붙여 설명드리겠습니다.

번역:

이 산은 본래 허공 가운데 정해져 있고, 젖과 같은 물이 그 속에 가득하네. 틈을 만나면 곧 솟아나니, 그 맛은 실로 한 종류이네. 깊고 얕음에 따라 각기 가치가 있고, 네모나고 둥긂은 담겨 있는 바를 따르네. 혹은 구름처럼 솟아오르고, 혹은 실처럼 끊어졌다 이어지네. 혹은 빈 동굴 속에서 울리니, 패옥과 거문고 소리가 섞인 듯하고, 혹은 푸른 돌 틈으로 흐르니, 용과 난새가 웅크린 듯 굽이치네. 병과 항아리는 사방으로 다니지만, 진짜와 가짜가 반쯤은 서로 더럽히네. 높은 벼슬아치의 성대한 연회가 끝나면, 술 취한 눈으로 붉고 푸른 것을 분별하지 못하네. 붉은 진흙으로 네모난 도장을 찍고, 자줏빛 떡으로 둥근 옥을 자르네. 술잔을 기울이며 함께 감탄하고, 몰래 하인들을 비웃네. 어찌 샘물 위의 스님처럼, 손을 씻고 스스로 물을 떠 마시는 것과 같겠는가. 옛 친구가 내 병을 가엾이 여겨, 약롱에 담아 새로운 향기를 보내왔네. 북쪽 창가에서 하품하며, 낮잠을 달콤하게 자네. 좋은 샘물을 평범한 샘물로 여기는 것을 싫어하니, 바라건대 그대에게서 한 섬을 얻고 싶네.

분석 및 설명:

이 시는 혜산천의 뛰어난 수질을 묘사하는 데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속세의 허례허식과 대비되는 청정한 삶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각 구절을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1. 혜산천의 근원과 특징 (1-4구): 첫 네 구절은 혜산천의 근원과 다양한 모습을 묘사합니다. "이 산은 본래 허공 가운데 정해져 있고, 젖과 같은 물이 그 속에 가득하네(兹山定空中。乳水滿其腹)"라는 구절은 혜산천의 근원이 심오함을 나타냅니다. "틈을 만나면 곧 솟아나니, 그 맛은 실로 한 종류이네(遇隙則發見。臭味實一族)"라는 구절은 혜산천의 본질적인 순수함을 강조합니다. "깊고 얕음에 따라 각기 가치가 있고, 네모나고 둥긂은 담겨 있는 바를 따르네(淺深各有值。方圓隨所蓄)"라는 구절은 혜산천의 다양한 형태를 보여줍니다. "혹은 구름처럼 솟아오르고, 혹은 실처럼 끊어졌다 이어지네(或為雲洶涌。或作綫斷續)"라는 구절은 혜산천의 역동적인 모습을 묘사합니다. "혹은 빈 동굴 속에서 울리니, 패옥과 거문고 소리가 섞인 듯하고, 혹은 푸른 돌 틈으로 흐르니, 용과 난새가 웅크린 듯 굽이치네(或鳴空洞中。雜佩間琴筑。或流蒼石縫。宛轉龍鸞蹙)"라는 구절은 혜산천의 아름다운 소리와 흐르는 모습을 비유적으로 표현합니다.
  2. 속세의 허례허식 (5-7구): 이 부분에서는 속세의 허례허식을 비판합니다. "병과 항아리는 사방으로 다니지만, 진짜와 가짜가 반쯤은 서로 더럽히네(缾罌走四海。真偽半相瀆)"라는 구절은 혜산천이 귀하게 여겨지면서 가짜가 많음을 비판합니다. "높은 벼슬아치의 성대한 연회가 끝나면, 술 취한 눈으로 붉고 푸른 것을 분별하지 못하네(貴人高宴罷。醉眼亂紅綠)"라는 구절은 높은 벼슬아치들의 향락적인 생활을 비판합니다. "붉은 진흙으로 네모난 도장을 찍고, 자줏빛 떡으로 둥근 옥을 자르네. 술잔을 기울이며 함께 감탄하고, 몰래 하인들을 비웃네(赤泥開方印。紫餅截圓玉。傾甌共歎賞。竊語笑僮僕)"라는 구절은 허례허식에 치우친 그들의 행태를 풍자합니다.
  3. 청정한 삶과 친구에 대한 부탁 (8-10구): 이 부분에서는 속세와 대비되는 청정한 삶을 이야기하며, 친구에게 혜산천을 보내주기를 부탁합니다. "어찌 샘물 위의 스님처럼, 손을 씻고 스스로 물을 떠 마시는 것과 같겠는가(豈如泉上僧。盥灑自挹掬)"라는 구절은 스님의 소박하고 청정한 삶을 통해 속세의 허례허식과 대비시킵니다. "옛 친구가 내 병을 가엾이 여겨, 약롱에 담아 새로운 향기를 보내왔네(故人憐我病。蒻籠上寄新馥)"라는 구절은 친구의 따뜻한 마음씨를 보여줍니다. "북쪽 창가에서 하품하며, 낮잠을 달콤하게 자네(欠伸北窓下。晝睡美方熟)"라는 구절은 편안하고 여유로운 일상을 묘사합니다. "좋은 샘물을 평범한 샘물로 여기는 것을 싫어하니, 바라건대 그대에게서 한 섬을 얻고 싶네(精品厭凡泉。願子致一斛)"라는 구절은 혜산천에 대한 높은 평가와 함께 친구에게 혜산천을 보내주기를 간곡히 부탁하는 내용으로 시를 마무리합니다. '곡(斛)'은 곡식 등을 세는 단위로, 여기서는 물의 양을 나타냅니다.

전체적인 의미:

이 시는 혜산천의 뛰어난 수질을 묘사하는 것을 통해 속세의 허례허식과 대비되는 청정한 삶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또한, 친구에 대한 그리움과 혜산천을 얻고 싶어 하는 간절한 마음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자연의 아름다움과 인간의 삶에 대한 성찰이 어우러진 작품입니다.

 

 

제시된 시는 소식(蘇軾)의 동파집(東坡集)에 실린 「답임사중차운래시권이시주자오(荅任師中次韻來詩勸以詩酒自娛)」입니다. 임사중(任師中)이 시를 보내 시와 술로 스스로 즐기라고 권하자, 그 운에 맞춰 답한 시입니다. 은퇴 후의 심정과 시와 술에 대한 생각을 간략하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번역과 함께 분석 및 설명을 덧붙여 설명드리겠습니다.

번역:

한가로움 속에 깊은 뜻이 있으니, 늘 아이들이 알까 염려하네. 이미 촉(蜀)으로 돌아갈 계획을 세웠으니, 누가 산을 살 자금을 빌려줄까. 세상 일은 이미 오래전에 그만두었으니, 옛 친구가 오히려 나를 생각해 주는구나. 평생 술을 마시지 않았으니, 그대와 마주하여 감히 시를 논하네.

분석 및 설명:

이 시는 간결한 어조로 은퇴 후의 심정과 친구에 대한 고마움, 그리고 시에 대한 생각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각 구절을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1. 은퇴 후의 심경 (1-2구): 첫 두 구절은 은퇴 후의 심경을 나타냅니다. "한가로움 속에 깊은 뜻이 있으니, 늘 아이들이 알까 염려하네(閑裏有深趣。常憂兒輩知)"라는 구절은 은퇴 후의 한가로운 삶 속에 나름의 깊은 의미가 있지만, 자식들이 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까 염려하는 마음을 표현합니다. 여기서 '심취(深趣)'는 단순히 무료한 시간이 아니라, 인생의 이치를 깨닫고 내면을 성찰하는 등의 깊은 의미를 내포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자식들이 속세의 가치관에 매몰되어 이러한 깊은 의미를 이해하지 못할까 걱정하는 것입니다. "이미 촉(蜀)으로 돌아갈 계획을 세웠으니, 누가 산을 살 자금을 빌려줄까(已成歸蜀計。誰借買山資)"라는 구절은 고향인 촉으로 돌아가 은거하려는 계획을 밝히면서, 현실적인 어려움, 즉 산을 살 자금이 부족함을 드러냅니다. 이는 이상적인 삶을 추구하지만 현실적인 제약에 직면한 상황을 보여줍니다.
  2. 친구에 대한 고마움과 시에 대한 생각 (3-4구): 이 부분에서는 친구에 대한 고마움과 시에 대한 생각을 나타냅니다. "세상 일은 이미 오래전에 그만두었으니, 옛 친구가 오히려 나를 생각해 주는구나(世事久已謝。故人猶見思)"라는 구절은 관직에서 물러난 지 오래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친구가 여전히 자신을 생각해 주는 것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합니다. '사(謝)'는 사임하다, 물러나다의 의미입니다. "평생 술을 마시지 않았으니, 그대와 마주하여 감히 시를 논하네(平生不飲酒。對子敢論詩)"라는 구절은 술을 마시지 않는 대신 시를 통해 교류하고자 하는 마음을 나타냅니다. 술 대신 시를 논하겠다는 표현은 시에 대한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또한, 친구와 진솔한 대화를 나누고 싶어 하는 마음을 간접적으로 드러냅니다.

전체적인 의미:

이 시는 은퇴 후의 심경과 친구에 대한 고마움, 그리고 시에 대한 생각을 간결하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세상 일에서 물러나 한가로운 삶을 보내면서도 내면의 깊은 성찰을 추구하는 모습, 고향으로 돌아가 은거하고 싶어 하는 소망, 그리고 친구와의 시를 통한 교류를 중시하는 마음 등이 잘 나타나 있습니다. 특히, 술 대신 시를 논하겠다는 표현은 시가 단순한 유희가 아닌, 깊은 사유와 교감의 도구임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제시된 시는 소식(蘇軾)의 동파집(東坡集)에 실린 「침간의소유호불부(沈諫議召遊湖不赴),명일득쌍련어북산하(明日得雙蓮於北山下),작일절지헌침(作一絕持獻沈),기견화(既見和),우별작일수(又別作一首),인용기운(因用其韻)」입니다. 침간의(沈諫議)의 호수 유람 초대를 거절했다가 다음 날 북산 아래에서 쌍련(雙蓮), 즉 한 줄기에 두 개의 연꽃이 핀 것을 발견하고, 이를 침간의에게 바치는 시 한 수를 지어 보냈고, 침간의가 화답하자 다시 한 수를 지어 그의 운을 빌려 쓴 시입니다. 침간의에 대한 존경과 재치 있는 표현, 그리고 연꽃에 빗댄 비유가 돋보입니다. 번역과 함께 분석 및 설명을 덧붙여 설명드리겠습니다.

번역:

제1수 (침간의에게 바친 시):

호숫가 棠陰(당음, 나무 그늘)은 손수 심으신 것이니, 다시 몇 번이나 돌아오실 수 있을지 여쭙니다. 물仙(수선, 연꽃을 의인화)도 공께서 돌아가실까 염려하여, 일부러 쌍련을 하룻밤 사이에 피워냈나 봅니다.

제2수 (침간의의 화답시에 화답한 시):

詔書(조서)를 받들어 금빛 종이(금전)를 받드니, 악부(樂府)에서는 재상의 연꽃을 노래해야 하리라. 올해 꽃이 핀 곳을 잊지 마십시오, 서호 서쪽 북산 앞입니다.

분석 및 설명:

이 시는 두 수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각 다른 상황에서 지어졌습니다.

  • 제1수: 침간의의 초대를 거절한 다음 날, 쌍련을 발견하고 침간의에게 보낸 시입니다. 첫 구절에서 "호숫가 당음은 손수 심으신 것이니"라고 하여 침간의가 서호에 많은 공을 들였음을 암시합니다. "다시 몇 번이나 돌아오실 수 있을지 여쭙니다"라는 표현은 침간의의 높은 지위와 바쁜 일정을 고려하여, 그가 자주 서호를 찾을 수 없을 것을 안타까워하는 마음을 표현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 구절에서 연꽃을 의인화하여 "물仙도 공께서 돌아가실까 염려하여, 일부러 쌍련을 하룻밤 사이에 피워냈나 봅니다"라고 표현한 부분은 매우 재치 있습니다. 이는 침간의의 방문을 간절히 기다리는 마음을 연꽃에 빗대어 표현한 것으로, 침간의에 대한 존경과 더불어 유쾌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쌍련은 상서로운 징조로 여겨지기 때문에, 이러한 비유는 침간의를 높이는 효과를 더합니다.
  • 제2수: 침간의가 보낸 화답시에 화답하여 지은 시입니다. "詔書를 받들어 금빛 종이를 받드니"라는 구절은 침간의의 높은 지위를 다시 한번 강조합니다. "악부에서는 재상의 연꽃을 노래해야 하리라"라는 표현은 침간의의 덕망과 업적을 기리는 노래가 마땅히 불려야 함을 의미합니다. 이는 침간의에 대한 존경을 더욱 분명하게 드러내는 부분입니다. "올해 꽃이 핀 곳을 잊지 마십시오, 서호 서쪽 북산 앞입니다"라는 구절은 첫 번째 시에서 언급한 쌍련이 핀 장소를 다시 한번 강조하며, 침간의에게 그곳을 기억해 달라고 부탁하는 내용입니다. 이는 침간의와의 인연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표현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또한,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전체적인 의미:

이 시는 침간의에 대한 존경과 우정을 재치 있는 표현과 연꽃에 빗댄 비유를 통해 효과적으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첫 번째 시에서는 침간의의 방문을 기다리는 마음을, 두 번째 시에서는 침간의의 높은 지위와 덕망을 기리는 마음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두 시 모두 침간의에 대한 존경을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각각 다른 방식으로 그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특히, 연꽃을 의인화하여 침간의의 방문을 기다리는 마음을 표현한 부분은 시의 분위기를 유쾌하게 만드는 동시에, 침간의에 대한 존경을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합니다.

 

제시된 시는 소식(蘇軾)의 동파집(東坡集)에 실린 「화구양소사회로당차운(和歐陽少師會老堂次韻)」입니다. 구양수(歐陽脩)의 회로당(會老堂) 시에 차운(次韻)하여 화답한 시로, 구양수의 덕망을 기리고 자신 또한 은퇴하여 도를 닦고 싶어 하는 마음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번역과 함께 분석 및 설명을 덧붙여 설명드리겠습니다.

번역:

한때 벼슬한 이들이 모두 엄자릉(嚴子陵)처럼 종적을 감추었으니, 오랜 덕망을 요즈음 세상에 어찌 쉽게 만나리오. 듣자 하니 당 안에서 개공(蓋公)과 같은 어른을 모셨다 하니, 마땅히 장하(牀下)에서 양홍(梁鴻)처럼 예를 갖추어 절해야 하리라. 좀먹은 책은 저절로 한가로운 상자와 갑에 햇볕을 쬐고, 올챙이는 오래된 솥과 종 속에 오래도록 머무르네. 나 또한 벼슬을 버리고 다시 도를 묻고자 하니, 작은 자리에서 어찌 편안함을 얻을 수 있으리오.

분석 및 설명:

이 시는 역사적 인물들을 인용하여 구양수의 덕망을 높이고, 자신 또한 은퇴하여 도를 닦고 싶어 하는 심정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각 구절을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1. 구양수의 고매한 덕망 (1-2구): 첫 두 구절은 구양수의 고매한 덕망을 칭송합니다. "한때 벼슬한 이들이 모두 엄자릉처럼 종적을 감추었으니(一時冠蓋盡嚴終)"라는 구절은 후한(後漢) 시대의 고사(故事)를 인용하여 은거한 인물들을 언급하며, 구양수와 같은 고매한 인물이 드묾을 강조합니다. 엄자릉은 후한의 광무제(光武帝)의 친구로, 광무제가 여러 차례 벼슬을 권했으나 거절하고 산속에 은거한 인물입니다. '관개(冠蓋)'는 높은 벼슬아치를 의미하며, '엄종(嚴終)'은 엄자릉처럼 종적을 감춘다는 의미입니다. "오랜 덕망을 요즈음 세상에 어찌 쉽게 만나리오(舊德年來豈易逢)"라는 구절은 구양수의 오랜 덕망이 현세에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귀한 것임을 나타냅니다.
  2. 구양수에 대한 존경 (3-4구): 이 부분에서는 구양수에 대한 존경을 표합니다. "듣자 하니 당 안에서 개공과 같은 어른을 모셨다 하니(聞道堂中延蓋叟)"라는 구절은 구양수가 회로당에서 많은 어른들을 모시고 있음을 듣고, 그 중 개공을 언급하며 존경을 표합니다. 개공은 전국 시대의 은사(隱士)로, 황로학(黃老學)을 연구한 인물입니다. "마땅히 장하에서 양홍처럼 예를 갖추어 절해야 하리라(定應牀下拜梁松)"라는 구절은 양홍의 고사를 인용하여 구양수에 대한 존경을 더욱 강조합니다. 양홍은 후한 시대의 고사(高士)로, 아내 맹광(孟光)과 함께 산속에 은거하며 가난하지만 검소하고 절개 있는 생활을 한 인물입니다. 특히, 양홍이 아내에게 ‘밥상을 눈썹 높이까지 들어 올리는’ 극진한 공경의 예를 표했다는 고사는 유명합니다. 여기서 '장하(牀下)'는 평상 아래를 의미하며, 양홍이 아내에게 예를 표한 장소를 나타냅니다. '양송(梁松)'은 양홍을 의미합니다.
  3. 은퇴 후 도를 닦고자 하는 마음 (5-6구): 이 부분에서는 자신 또한 은퇴하여 도를 닦고 싶어 하는 마음을 드러냅니다. "좀먹은 책은 저절로 한가로운 상자와 갑에 햇볕을 쬐고, 올챙이는 오래된 솥과 종 속에 오래도록 머무르네(蠹魚自晒閑箱篋。科斗長收古鼎鍾)"라는 구절은 은퇴 후 한가로운 생활을 묘사합니다. '두어(蠹魚)'는 좀벌레를 의미하며, 책이 오래되어 좀이 슬었다는 것을 나타냅니다. '과두(科斗)'는 올챙이를 의미하며, 오래된 솥과 종 속에 물이 고여 올챙이가 살고 있는 모습을 나타냅니다. 이는 세속적인 일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서 한가롭게 지내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나 또한 벼슬을 버리고 다시 도를 묻고자 하니, 작은 자리에서 어찌 편안함을 얻을 수 있으리오(我欲弃官重問道。寸筵何以得舂容)"라는 구절은 벼슬을 버리고 도를 닦고자 하는 자신의 뜻을 밝히며, 속세의 작은 자리에서는 진정한 편안함을 얻을 수 없음을 토로합니다. '촌연(寸筵)'은 작은 자리를 의미하며, 벼슬자리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입니다. '용용(舂容)'은 편안하고 여유로운 모습을 의미합니다.

전체적인 의미:

이 시는 구양수의 높은 덕망을 칭송하고, 자신 또한 은퇴하여 도를 닦고 싶어 하는 마음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역사적 인물들의 고사를 적절히 활용하여 시의 의미를 더욱 풍부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특히, 엄자릉, 개공, 양홍 등의 고사를 통해 구양수의 고매한 인품을 부각하고, 자신 또한 그들과 같은 삶을 추구하고 싶어 하는 마음을 간결하면서도 효과적으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제시된 시는 소식(蘇軾)의 동파집(東坡集)에 실린 「화구양소사기조소사차운(和歐陽少師寄趙少師次韻)」입니다. 구양수(歐陽脩)가 조소사(趙少師)에게 보낸 시에 차운(次韻)하여 화답한 시로, 세상의 냉담함과 인간관계의 덧없음을 탄식하면서도, 구양수와 조소사의 고매한 인품을 칭송하고 자신 또한 은퇴하여 자유로운 삶을 살고 싶어 하는 마음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번역과 함께 분석 및 설명을 덧붙여 설명드리겠습니다.

번역:

붉은 대문에는 남은 곡식이 있어, 천 리 밖에서도 제비와 참새가 날아오네. 높은 벼슬아치의 집은 얼음처럼 차가우니, 백 번을 불러도 한 번의 대답도 없네. 평생 친했던 벗들은 절반이나 세상을 떠났으니, 공께서는 비록 괴이하게 여기지 않으시지만 다른 사람들은 놀라네. 세상일은 지금 마치 진한 납주(섣달에 빚은 술)와 같고, 사귐은 예부터 봄날의 구름처럼 엷네. 두 분 어른의 늠름함은 남들과 다르니, 예전의 마음은 어찌 겉모습만 따르겠는가. 흰 수염이 소나무 사이의 학과 서로 비추고, 맑은 시구는 눈 속의 기러기에게 화답하는 것보다 더 뛰어나네. 어느 날 양웅처럼 한 칸짜리 집이면 족하게 여기고, 도리어 범려를 쫓아 오호(五湖)에서 지내리라.

분석 및 설명:

이 시는 세상의 냉담함과 인간관계의 덧없음을 탄식하는 내용과, 구양수와 조소사의 고매한 인품을 칭송하는 내용, 그리고 자신의 이상적인 삶에 대한 소망을 표현하는 내용이 어우러져 있습니다. 각 구절을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1. 세상의 냉담함과 인간관계의 덧없음 (1-4구): 첫 네 구절은 세상의 냉담함과 인간관계의 덧없음을 묘사합니다. "붉은 대문에는 남은 곡식이 있어, 천 리 밖에서도 제비와 참새가 날아오네(朱門有遺啄。千里來燕雀)"라는 구절은 권세 있는 집에는 이익을 좇는 사람들이 모여들지만, 권세가 사라지면 냉정하게 돌아선다는 세태를 비유적으로 표현합니다. "높은 벼슬아치의 집은 얼음처럼 차가우니, 백 번을 불러도 한 번의 대답도 없네(公家冷如冰。百呼無一諾)"라는 구절은 권세 있는 사람들의 냉담함을 더욱 강조합니다. "평생 친했던 벗들은 절반이나 세상을 떠났으니, 공께서는 비록 괴이하게 여기지 않으시지만 다른 사람들은 놀라네(平生親友半遷逝。公雖不怪旁人愕)"라는 구절은 친한 벗들이 많이 세상을 떠난 현실을 안타까워하며, 이러한 상황에 초연한 구양수의 태도를 칭송합니다. "세상일은 지금 마치 진한 납주와 같고, 사귐은 예부터 봄날의 구름처럼 엷네(世事如今臘酒醲。交情自古春雲薄)"라는 구절은 세상일의 변화무쌍함과 인간관계의 덧없음을 비유적으로 표현합니다. 납주는 맛은 진하지만 금방 쉬어버리는 술이고, 봄날의 구름은 덧없이 사라지는 것에 비유됩니다.
  2. 구양수와 조소사의 고매한 인품 (5-6구): 이 부분에서는 구양수와 조소사의 고매한 인품을 칭송합니다. "두 분 어른의 늠름함은 남들과 다르니, 예전의 마음은 어찌 겉모습만 따르겠는가(一公凜凜和非同。疇昔心親豈貌從)"라는 구절은 구양수와 조소사의 굳건한 우정과 고매한 인품을 칭송합니다. '늠름(凜凜)'은 엄숙하고 위엄 있는 모습을 의미합니다. '주석심친(疇昔心親)'은 예전부터 마음으로 친했다는 의미입니다. "흰 수염이 소나무 사이의 학과 서로 비추고, 맑은 시구는 눈 속의 기러기에게 화답하는 것보다 더 뛰어나네(白須相暎松間鶴。清句更平酬雪裏鴻)"라는 구절은 두 사람의 고고한 풍모와 뛰어난 시 재능을 비유적으로 표현합니다. 흰 수염과 학은 고고한 이미지를, 눈 속의 기러기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시를 주고받는 고매한 행위를 상징합니다.
  3. 자신의 이상적인 삶에 대한 소망 (7구): 마지막 구절은 자신의 이상적인 삶에 대한 소망을 나타냅니다. "어느 날 양웅처럼 한 칸짜리 집이면 족하게 여기고, 도리어 범려를 쫓아 오호에서 지내리라(何日楊雄一廛足。却追范蠡五湖中)"라는 구절은 양웅과 범려의 고사를 인용하여 자신의 이상적인 삶을 표현합니다. 양웅은 전한(前漢)의 학자로, 벼슬에서 물러나 작은 집에서 저술에 몰두한 인물입니다. 범려는 춘추 시대 월(越)나라의 재상으로, 오(吳)나라를 멸망시킨 후 벼슬을 버리고 오호에서 자유로운 삶을 산 인물입니다. 이를 통해 소식은 벼슬에서 물러나 자유롭게 살고 싶어 하는 마음을 드러냅니다.

전체적인 의미:

이 시는 세상의 냉담함과 인간관계의 덧없음을 탄식하면서도, 구양수와 조소사의 고매한 인품을 칭송하고, 자신 또한 은퇴하여 자유로운 삶을 살고 싶어 하는 마음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역사적 인물들의 고사를 적절히 활용하여 시의 의미를 더욱 풍부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특히, 세상의 냉담함과 대비되는 두 사람의 굳건한 우정과 고매한 인품을 강조하고, 자신 또한 속세를 떠나 자유로운 삶을 살고 싶어 하는 소망을 간결하면서도 효과적으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소식(蘇軾)의 동파집(東坡集)에 실린 「감시정제시관(監試呈諸試官)」을 현대 한국어로 번역하고 분석 및 설명을 덧붙이겠습니다. 이 시는 과거 시험의 감독관들에게 자신의 상황과 심정을 토로하는 내용으로, 자신의 과거 공부에 대한 회의와 현재의 심경, 그리고 앞으로의 삶에 대한 소망을 담고 있습니다.

현대 한국어 번역:

본래 나는 산속 사람이었네. 가난과 고생에 곳간의 곡식마저 축냈지. 문장은 비록 적게 지었으나, 억지로 한 것이라 천성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었네. 겨우 얻었다가도 곧 잊어버리니, 게으름이 이제 십 년이나 되었네. 베옷을 다시 입으니, 먹물이라도 마실 수 있을 것 같네. 매번 과거 시험의 조서가 내려오는 것을 들으면, 식은땀이 흐르듯 쏟아지네. 이 지역은 동남쪽의 큰 모임이니, 많은 선비들이 감히 시제를 평가하네. 마른 풀과 땔나무도 난초와 향풀이 되니, 향기가 해바라기나 들깨만 못하겠는가. 가난한 집에서 진주와 조개를 보니, 현란하여 제대로 분별하기 어렵네. 가우(嘉祐) 초년을 돌이켜보면, 문풍(文風)의 변화가 이미 심했네. 천금짜리 금과 옥을 부수고, 누더기로 조각 비단을 거두어들였네. 산초와 계피를 섞어 간을 맞추니, 모래와 자갈을 씹는 듯하네. 넓은 눈썹은 반쪽 이마가 되고, 걸음마는 비틀거림으로 돌아갔네. 당시에 노(老) 종백(宗伯)께서 계시니, 기운이 여러 아이들을 압도하여 엄숙했네. 교룡(蛟龍)이 세상에 나오지 않으니, 물고기와 자라가 비로소 놀라 떨었네. 지극한 음악은 오래 지나야 믿게 되고, 참된 맛은 늦게야 뽕나무 열매를 먹어 보고 알게 되는 것과 같네. 지금 천하의 선비들은, 미미한 관직에 겨우 옷깃을 왼쪽으로 여미고 있네. 천 년 뒤에는, 석실(石室)에 높은 사당을 세워 나를 제사 지낼 것이라고 여겼네. 이제 또 한 번 변했으니, 이 학문을 처음에 누가 생각이나 했겠는가. 저울은 옛 법을 깨뜨리고, 꼴과 고기를 평범한 조리법이라고 비웃네. 고상한 말은 위(衛)나라의 음악을 쫓고, 전각(篆刻)은 조식(曹植)과 심약(沈約)을 비웃네. 선생(先生)은 주공(周公)과 공자(孔子)처럼 나오고, 제자는 안연(顔淵)과 자공(子貢)처럼 잠적했네. 늙고 둔한 이 몸을 돌이켜보니, 완고하고 소박하여 조각하고 새기는 것을 사양하네. 여러 군자들은 더욱 재주가 뛰어나니, 나의 게으르고 입을 다무는 것을 용서해주오. 애오라지 책을 덮고 잠들고자 하니, 가을 파도와 봄날의 낮잠을 베개 삼으리라.

분석 및 설명:

이 시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1. 과거 공부에 대한 회의 (1-4구): 시의 초반부는 과거 공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냅니다. "억지로 한 것이라 천성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었네(勉強非天禀)"라는 구절에서 알 수 있듯이, 그는 과거 공부가 자신의 본성에 맞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겨우 얻었다가도 곧 잊어버리니, 게으름이 이제 십 년이나 되었네(既得旋廢忘。懶惰今十稔)"라는 구절은 과거 공부를 중단한 지 오래되었음을 나타냅니다.
  2. 당시 과거 제도의 비판 (5-12구): 중간 부분에서는 당시 과거 제도의 문제점을 비판합니다. "가우(嘉祐) 초년을 돌이켜보면, 문풍(文風)의 변화가 이미 심했네(緬懷嘉祐初。文格變已甚)"라는 구절은 과거 시험의 문체가 지나치게 기교에 치우쳐 본질을 잃었다고 지적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또한, "저울은 옛 법을 깨뜨리고, 꼴과 고기를 평범한 조리법이라고 비웃네(權衡破舊法。芻豢笑凡飪)"라는 구절은 새로운 경향의 문체가 과거의 전통을 무시하는 풍조를 비판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3. 은둔과 자유로운 삶에 대한 소망 (13-16구): 마지막 부분에서는 속세를 떠나 자유로운 삶을 살고 싶어 하는 소망을 표현합니다. "늙고 둔한 이 몸을 돌이켜보니, 완고하고 소박하여 조각하고 새기는 것을 사양하네(却顧老鈍軀。頑朴謝鑴鋟)"라는 구절은 화려한 문장이나 명예를 추구하지 않고 자연 속에서 소박하게 살고 싶어 하는 마음을 나타냅니다. 특히, "애오라지 책을 덮고 잠들고자 하니, 가을 파도와 봄날의 낮잠을 베개 삼으리라(聊欲廢書眠。秋濤春午枕)"라는 구절은 은둔하여 자연을 벗 삼아 자유롭게 살고 싶어 하는 그의 간절한 소망을 잘 보여줍니다.

추가 설명:

  • 배경: 이 시는 소식이 과거 시험에 응시했을 때 지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당시 과거 제도의 형식주의와 변질된 문풍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 고사 인용: 시 곳곳에 등장하는 고사(예: 주공, 공자, 안연, 자공, 조식, 심약 등)는 시의 의미를 풍부하게 하고 소식의 학문적 깊이를 보여줍니다.
  • 소식의 문학적 특징: 이 시에서도 소식 특유의 호방하면서도 비판적인 문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특히, 비유와 대조를 효과적으로 사용하여 자신의 생각을 명확하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 시를 통해 우리는 소식이 단순히 과거 시험에 대한 불만이나 개인적인 감정을 토로하는 것이 아니라, 당시 사회와 문단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지적하고 이상적인 삶의 방식에 대해 고민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소식(蘇軾)의 동파집(東坡集)에 실린 「망해루만경오절(望海樓晚景五絕)」을 현대 한국어로 번역하고 분석 및 설명을 덧붙이겠습니다. 이 시는 망해루에서 저녁 풍경을 바라보며 지은 다섯 수의 절구시로, 바다의 웅장함과 저녁의 서정적인 정취를 다채롭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현대 한국어 번역:

제1수:

바다 물결 하얀 선으로 밀려오니, 누각 앞에서 바라보니 흰 눈 더미 이루었네. 이제부터 밀물 때에는 그대는 반드시 올라와, 다시 은빛 산 스무 겹 이루는 것을 보구려.

제2수:

센 바람이 비를 몰아 누각에 비스듬히 들이치니, 장관은 모름지기 좋은 시구로 칭찬해야 하리. 비 지나고 조수 잔잔해지니 강과 바다는 푸르고, 번개는 때때로 자금색 뱀처럼 번쩍이네.

제3수:

푸른 산 끊어진 곳에 탑이 층층이 서 있고, 강 건너 사람들은 부르는 듯 응하는 듯하네. 강 위의 가을바람 저녁 되어 더욱 급하니, 종과 북소리 서흥까지 전해주네.

제4수:

누각 아래 어느 집에서 밤 향을 피우는가, 옥퉁소는 슬프고 원망스럽게 초가을의 서늘함을 희롱하네. 바람 맞으며 손님은 가을 부채를 읊조리는데, 달에 절하는 사람은 저녁 화장한 얼굴을 아무도 보지 못하네.

제5수:

모래톱의 등불은 산을 붉게 비추고, 노랫소리와 북소리 시끌벅적 웃음소리 속에 있네. 묻노니 젊은 시절의 마음은 아직 있는가, 두건은 비스듬히 기울고 귀밑털은 헝클어졌네.

분석 및 설명:

이 시는 다섯 수의 연작시로, 각 수마다 다른 시각에서 망해루의 저녁 풍경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 제1수: 밀려오는 파도를 눈 덮인 산에 비유하여 바다의 웅장함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은빛 산 스무 겹"은 파도가 겹겹이 밀려오는 모습을 과장하여 표현한 것으로, 바다의 장엄함을 강조합니다.
  • 제2수: 비바람이 몰아치는 날씨 속에서 바라본 바다의 풍경을 묘사합니다. "자금색 뱀"은 번개를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역동적인 자연 현상을 생동감 있게 전달합니다. 비가 그친 후 푸르게 변한 강과 바다는 대조를 이루며 더욱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 제3수: 멀리 보이는 풍경을 묘사합니다. 탑과 강 건너 사람들의 모습, 그리고 저녁 바람에 실려 오는 종과 북소리는 시각과 청각적 이미지를 통해 저녁의 정경을 풍부하게 표현합니다.
  • 제4수: 누각 아래의 풍경을 묘사합니다. 밤 향, 옥퉁소 소리, 가을 부채, 달빛 등 서정적인 소재들을 사용하여 고요하고 쓸쓸한 저녁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특히, "달에 절하는 사람은 저녁 화장한 얼굴을 아무도 보지 못하네"라는 구절은 은밀하고 개인적인 감정을 드러내는 듯한 인상을 줍니다.
  • 제5수: 축제와 같은 떠들썩한 분위기를 묘사합니다. 등불, 노랫소리, 북소리, 웃음소리 등 활기찬 이미지들을 통해 흥겨운 저녁 풍경을 전달합니다. 마지막 구절에서 "젊은 시절의 마음"을 묻는 것은 시인 자신의 지난날을 회상하며 느끼는 감회를 드러내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추가 설명:

  • 배경: 망해루는 바다가 보이는 누각으로, 소식은 여러 곳의 망해루를 방문하여 시를 남겼습니다. 이 시는 그중 한 곳에서 지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 오절(五絕): 한시의 한 형식으로, 다섯 글자로 이루어진 네 구의 시를 말합니다. 간결하면서도 함축적인 의미를 담을 수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 소식의 문학적 특징: 이 시에서도 소식 특유의 호방하면서도 섬세한 문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자연 풍경을 생동감 있게 묘사하는 능력과 서정적인 감정을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능력이 돋보입니다.

이 시를 통해 우리는 소식이 망해루에서 바라본 다채로운 저녁 풍경과 그 속에서 느낀 다양한 감정들을 엿볼 수 있습니다. 각 수마다 다른 분위기를 연출하면서도 전체적으로 조화로운 하나의 풍경화를 그려내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소식(蘇軾)의 동파집(東坡集)에 실린 「시원전다(試院煎茶)」를 현대 한국어로 번역하고 분석 및 설명을 덧붙이겠습니다. 이 시는 과거 시험장에서 차를 끓이는 모습을 묘사하며, 차를 통해 과거 공부의 허망함과 자신의 소박한 바람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현대 한국어 번역:

게 눈(蟹眼) 지나고 물고기 눈(魚眼) 생기니, 소슬바람 솔바람 소리 내려 하네. 보송보송 갈아낸 가루는 가는 구슬처럼 떨어지고, 뱅글뱅글 찻잔을 돌며 나는 눈처럼 가볍네. 은병에 탕을 부으며 두 번째라 자랑하지만, 옛사람의 물 끓이는 뜻을 알지 못하네. 옛말에 이르기를 물은 끓이되 차는 끓이지 않는다 하였네. 그대는 보지 못했는가 옛날 이생(李生)이 손수 차 끓여 손님 대접한 것을, 귀하게 여기는 것은 활활 타는 불에서 솟는 새 물이라네. 또 보지 못했는가 지금 노공(潞公)이 서촉(西蜀)의 차 끓이는 법을 배우는 것을, 정주(定州)의 꽃무늬 사기로 붉은 옥을 다듬었네. 나는 지금 가난하고 병들어 늘 배고픔에 시달리니, 옥잔을 받쳐 들고 미인의 눈썹을 그릴 분수 없네. 차라리 공가(公家)의 차 마시는 법을 배워, 화로와 돌솥이 함께 따르네. 배를 채우고 배를 지탱할 오천 권의 글은 필요 없고, 다만 한 잔의 차가 늘 잠자리에 들 때와 만족하여 저절로 높아질 때에 이르기를 바라네.

분석 및 설명:

이 시는 차를 끓이는 과정을 세밀하게 묘사하면서, 과거 시험에 대한 비판과 자신의 소박한 삶의 태도를 드러내는 것이 핵심입니다.

  • 차 끓이는 과정의 묘사 (1-4구): 차를 끓이는 과정을 감각적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게 눈"과 "물고기 눈"은 물이 끓는 모습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며, "솔바람 소리", "가는 구슬", "나는 눈" 등의 표현은 차 끓이는 소리와 차 가루의 모습을 생생하게 전달합니다. 특히 "은병에 탕을 부으며 두 번째라 자랑하지만, 옛사람의 물 끓이는 뜻을 알지 못하네(銀瓶瀉湯誇第二。未識古人煎水意)"라는 구절은 단순히 차를 끓이는 기술에만 치중하는 세태를 비판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 옛 사람들의 차 문화 언급 (5-8구): 이생과 노공의 고사를 인용하여 옛 사람들의 차 문화를 언급합니다. 이생은 손수 차를 끓여 손님을 대접한 인물이고, 노공은 서촉의 차 끓이는 법을 배운 인물입니다. 이들의 고사를 통해 소식은 차를 끓이는 행위가 단순한 기술이 아닌, 정신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행위임을 강조합니다. 특히 "옛말에 이르기를 물은 끓이되 차는 끓이지 않는다(古語云煎水不煎茶)"라는 구절은 차의 본질은 물에 있으며, 물을 잘 끓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이는 외형적인 것에 치중하는 당시의 세태를 비판하는 맥락과 연결됩니다.
  • 자신의 상황과 소망 (9-12구): 자신의 가난하고 병든 상황을 언급하며, 화려한 삶을 추구하지 않고 소박하게 살고 싶어 하는 마음을 드러냅니다. "옥잔을 받쳐 들고 미인의 눈썹을 그릴 분수 없네(分無玉盌捧娥眉)"라는 구절은 화려한 연회를 즐길 형편이 아님을 나타내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마지막 구절 "배를 채우고 배를 지탱할 오천 권의 글은 필요 없고, 다만 한 잔의 차가 늘 잠자리에 들 때와 만족하여 저절로 높아질 때에 이르기를 바라네(不用撐腸拄腹文字五千卷。但願一甌常及睡足自高時)"는 과거 공부에 매달리는 삶 대신, 차 한 잔과 함께 편안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살고 싶어 하는 소망을 간결하게 표현합니다. 여기서 '오천 권의 글'은 과거 공부를 의미하며, 이는 곧 명예와 입신양명을 위한 노력을 상징합니다.

추가 설명:

  • 배경: 이 시는 소식이 과거 시험장에서 지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당시 과거 제도의 형식주의와 경쟁적인 분위기에 대한 그의 생각을 엿볼 수 있습니다.
  • 비유와 대조: 이 시는 비유와 대조를 효과적으로 사용하여 주제를 부각합니다. 차 끓이는 과정을 세밀하게 묘사하는 부분과 옛 사람들의 차 문화를 언급하는 부분, 그리고 자신의 상황과 소망을 드러내는 부분을 대조시켜 시의 의미를 더욱 풍부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 소식의 문학적 특징: 이 시에서도 소식 특유의 자유롭고 솔직한 문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격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그의 문학적 특징이 잘 드러나 있습니다.

이 시를 통해 우리는 소식이 차를 통해 과거 공부의 허망함을 깨닫고 소박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추구하고자 했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차를 소재로 하여 자신의 철학을 드러내는 소식의 뛰어난 문학적 재능을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소식(蘇軾)의 동파집(東坡集)에 실린 「손신노구묵묘정시(孫莘老求墨妙亭詩)」를 현대 한국어로 번역하고 분석 및 설명을 덧붙이겠습니다. 이 시는 손신로(孫莘老)가 묵묘정(墨妙亭)의 시를 부탁하자 지어준 것으로, 역대 명필들의 서체를 논하며 서예의 아름다움과 그 가치를 예찬하고 있습니다.

현대 한국어 번역:

난정(蘭亭)의 어보(御寶)가 소릉(昭陵)에 들어가니, 세상의 유적은 오히려 용이 승천하는 듯하네. 안진경(顏真卿)은 변법(變法)하여 새로운 뜻을 내었으니, 가는 힘줄이 뼈에 스며든 것이 가을 매와 같네. 서희(徐璹)와 그의 아들(徐浩) 또한 빼어나고 뛰어나니, 글자 밖의 힘이 글자 속에 숨은 모서리를 감추었네. 역산(嶧山)의 전각(傳刻)은 전형이 되었으니, 천 년의 필법이 이양빙(李陽冰)에게 남아 있네. 두보(杜甫)는 서평(書評)에서 마르고 굳센 것을 귀하게 여겼으니, 이 논의가 공정하지 않다고 나는 믿지 않네. 짧고 길고, 살찌고 마른 것이 각각의 태도를 지니니, 양귀비와 조비연을 누가 감히 미워하겠는가. 오흥(吴興) 태수는 참으로 옛것을 좋아하여, 끊어지고 빠진 것을 사들여 비단 폭에 휘둘렀네. 거북 모양의 받침이 자리에 들어서고 이무기가 벽에 숨으니, 빈 방의 대낮 고요함 속에 북소리가 들리네. 기이한 자취가 흩어져 오(吴)나라와 월(越)나라로 퍼져나가니, 훌륭한 일들이 전해져 친구들 사이에서 자랑하네. 편지를 보내 시를 청하며 직접 쓰기를 바라니, 밤나무 꼬리로 계곡의 등나무에 쓰네. 후세 사람이 지금을 보는 것이 마치 옛날을 보는 것과 같으니, 눈앞의 백 년이 바람 앞의 등불과 같네. 훗날 유의(劉郎)가 하감(賀監)을 기억하듯, 역시 같은 시대임을 마땅히 본받아야 한다고 말하리라.

분석 및 설명:

이 시는 서예의 역사와 예술성에 대한 소식의 깊은 이해를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그는 역대 명필들의 서체를 언급하며 서예의 아름다움과 그 가치를 논하고, 손신로의 안목과 취향을 칭찬하고 있습니다.

  • 역대 명필들의 서체 논평 (1-6구): 시의 전반부는 역대 명필들의 서체를 간결하면서도 날카롭게 평하고 있습니다. 왕희지(王羲之)의 난정서(蘭亭序), 안진경의 해서(楷書), 서희 부자의 서체, 이양빙의 전서(篆書), 두보의 서평 등 서예사의 중요한 인물과 작품들을 언급하며 서예의 변천과 발전을 보여줍니다. 특히, "가는 힘줄이 뼈에 스며든 것이 가을 매와 같네(細筋入骨如秋鷹)"라는 구절은 안진경 서체의 강건하고 힘찬 기운을 생동감 있게 표현합니다. 또한, "짧고 길고, 살찌고 마른 것이 각각의 태도를 지니니, 양귀비와 조비연을 누가 감히 미워하겠는가(短長肥瘠各有態。玉環飛燕誰敢憎)"라는 구절은 서체의 다양한 아름다움을 인물의 아름다움에 비유하여 표현한 것으로, 서체의 개성과 가치를 인정하는 소식의 관점을 보여줍니다.
  • 손신로의 안목과 취향 칭찬 (7-10구): 손신로가 옛 서적을 수집하고 감상하는 취향을 칭찬하고 있습니다. "오흥 태수는 참으로 옛것을 좋아하여, 끊어지고 빠진 것을 사들여 비단 폭에 휘둘렀네(吴興太守真好古。購買斷缺揮縑繒)"라는 구절은 손신로의 고서 수집에 대한 열정을 보여줍니다. 또한, "기이한 자취가 흩어져 오(吴)나라와 월(越)나라로 퍼져나가니, 훌륭한 일들이 전해져 친구들 사이에서 자랑하네(奇蹤散出走吴越。勝事傳說誇友朋)"라는 구절은 손신로의 수집품들이 많은 사람들에게 감상되고 전해지는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합니다.
  • 서예의 영원한 가치 강조 (11-14구): 서예의 영원한 가치를 강조하며 시를 마무리합니다. "후세 사람이 지금을 보는 것이 마치 옛날을 보는 것과 같으니, 눈앞의 백 년이 바람 앞의 등불과 같네(後來視今猶視昔。過眼百世如風燈)"라는 구절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변치 않는 서예의 가치를 역설합니다. 마지막으로 유의가 하감을 기억하듯 후세 사람들도 자신과 손신로를 기억할 것이라고 언급하며 시를 마무리합니다. 여기서 하감은 당나라의 유명한 서예가인 하지장(賀知章)을 의미하며, 유의는 하지장을 존경했던 인물입니다.

추가 설명:

  • 배경: 이 시는 손신로가 소식에게 묵묘정에 대한 시를 부탁하자 지어진 것으로, 소식과 손신로의 친분을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 고사 인용: 시 곳곳에 등장하는 고사(예: 난정, 소릉, 안진경, 서희, 이양빙, 두보, 양귀비, 조비연, 하지장 등)는 시의 의미를 풍부하게 하고 소식의 학문적 깊이를 보여줍니다.
  • 소식의 문학적 특징: 이 시에서도 소식 특유의 해박한 지식과 뛰어난 비유 능력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서예라는 예술 분야를 통해 역사와 예술, 그리고 인간의 삶에 대한 깊은 사유를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이 시를 통해 우리는 소식이 서예를 단순히 글씨를 쓰는 기술이 아닌, 역사와 문화, 그리고 인간의 정신이 담긴 예술로 이해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그는 서예를 통해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변치 않는 가치를 발견하고 이를 시를 통해 영원히 남기고자 했습니다.

 

소식(蘇軾)의 동파집(東坡集)에 실린 「이공택구황학루시, 인기구소문어풍당세자(李公擇求黃鶴樓詩,因記舊所聞於馮當世者)」를 현대 한국어로 번역하고 분석 및 설명을 덧붙이겠습니다. 이 시는 이공택(李公擇)이 황학루(黃鶴樓)에 대한 시를 부탁하자, 풍당세(馮當世)에게 옛날에 들었던 황학루의 신비한 이야기에 대해 회상하며 지은 시입니다.

현대 한국어 번역:

황학루 앞에는 달빛이 강물에 가득하고, 성문을 지키는 늙은 병졸은 배고파 잠 못 이루네. 밤에 세 사람의 웃음소리와 말소리를 들으니, 우의(羽衣)를 입고 나막신을 신은 소리가 빈 산에 울리네. 귀신도 아니고 사람도 아니니 신선이라 짐작하네. 돌문을 세 번 두드리니 소리가 맑고 둥그네. 동굴 속에서 쇳소리가 울리며 문빗장이 떨어지니, 아득히 돌 속으로 들어가 나는 연기 같네. 닭 울음소리에 달이 지고 바람 타고 돌아가니, 맞이하여 절하고 머리를 조아리며 채찍을 잡기를 원하네. 너는 그 사람이 아니니 뼈에서 비린내가 나네. 황금을 구하여 얻으니 매우 무겁네. 가지고 돌아와 보자기에 싸서 낡은 돗자리에 두니, 밤에 초가 지붕을 뚫고 빛이 하늘을 쏘네. 마을 사람들이 와서 보니 이미 변했네. 돌 같기도 하고 돌 같지 않기도 하고, 납 같기도 하고 납 같지 않기도 하네. 혹 가져가려는 자가 있어 여러 사람의 분노가 시끄러우니, 송사하여 관청에 돌아간 지 이제 몇 년인가. 공 없이 갑자기 얻으니 기뻐서 미칠 듯하니, 신인이 너를 희롱하니 참으로 가련하네. 바라건대 그대가 사실인지 아닌지 고찰해 보시오. 이 말은 풍공(馮公)의 전언을 믿을 만하네.

분석 및 설명:

이 시는 황학루에 얽힌 신비한 전설을 바탕으로 인간의 욕망과 어리석음을 풍자하고 있습니다.

  • 신선 출현 묘사 (1-4구): 밤에 황학루에 나타난 신선들의 모습을 신비롭게 묘사합니다. 달밤의 정경과 대비되는 신선들의 모습은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특히, "우의(羽衣)를 입고 나막신을 신은 소리가 빈 산에 울리네(羽衣著屐響空山)"라는 구절은 신선들의 신비로운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전달합니다.
  • 황금을 얻은 속인의 어리석음 (5-10구): 신선에게 황금을 구하여 얻은 속인의 어리석음을 보여줍니다. 신선은 도를 추구하는 존재인데 반해, 속인은 물질적인 욕망에 눈이 멀어 신선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특히, 황금이 변해버리는 장면은 인간의 헛된 욕망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비린내(腥膻)"라는 표현은 속인의 속된 본성을 드러내는 데 사용됩니다.
  • 인간의 탐욕과 그 결과 (11-14구): 황금을 둘러싼 인간들의 탐욕과 그로 인한 분쟁을 보여줍니다. 황금이 변해버렸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차지하려는 인간들의 모습은 어리석음을 넘어 추악하게까지 느껴집니다. "무공폭득(無功暴得)"이라는 표현은 노력 없이 얻은 재물이 얼마나 허망한지를 강조합니다.
  • 풍당세의 전언에 대한 신뢰 (15-16구): 마지막으로 이 이야기가 풍당세에게 들은 이야기임을 밝히며, 이 이야기의 진실성을 어느 정도 담보하려는 태도를 보입니다. "이 말은 풍공(馮公)의 전언을 믿을 만하네(此語可信馮公傳)"라는 구절은 이야기의 출처를 명확히 함으로써 이야기의 신빙성을 높이는 역할을 합니다.

추가 설명:

  • 배경: 황학루는 중국의 유명한 누각으로, 많은 시인들이 이곳을 방문하여 시를 남겼습니다. 이 시는 황학루에 얽힌 전설을 소재로 하여 인간의 욕망과 어리석음을 풍자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황학루 시들과 차별점을 가집니다.
  • 전설의 활용: 이 시는 황학루에 전해지는 신선과 관련된 전설을 활용하여 시의 내용을 흥미롭게 만들고 있습니다.
  • 소식의 문학적 특징: 이 시에서도 소식 특유의 풍자적인 면모와 이야기 형식을 활용하는 능력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는 전설을 통해 인간의 보편적인 문제점을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 시를 통해 우리는 소식이 단순히 전설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담긴 교훈을 통해 인간의 삶을 되돌아보게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물질적인 욕망에 집착하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풍자하며,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지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소식(蘇軾)의 동파집(東坡集)에 실린 「팔월십일일야간월, 유회자유병최도현량(八月十日夜看月,有懷子由并崔度賢良)」을 현대 한국어로 번역하고 분석 및 설명을 덧붙이겠습니다. 이 시는 8월 10일 밤 달을 보며 동생 소철(蘇轍, 자는 子由)과 최도(崔度) 두 현량(賢良)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고 있습니다.

현대 한국어 번역:

완구(宛丘) 선생은 스스로 배불리 먹지 못했고, 더욱이 늙은 최(崔)의 온갖 재주가 가난에 시달리는 것을 비웃네. 한밤중에 만나 새벽녘에 돌아가니, 오래된 잣나무 그늘 아래에서 삼성(參星)과 묘성(昴星)을 보았네. 작년에는 그대에게 순무 쟁반을 들었고, 밤에는 민주(閩酒)를 붉은 단사(丹砂)처럼 기울였네. 올해에도 작년의 달을 다시 보니, 이슬 차가우니 멀리서 범숙(范叔)의 추위를 알겠네. 옷을 전당 잡혀 직접 한 밭의 콩을 심으니, 어찌 장마가 이어져 올챙이가 생길 줄 알았겠는가. 돌아오니 사방 벽에서 풀벌레 소리 우네. 왕강(王江)처럼 오랫동안 술 마시는 것만 못하네. 왕강은 진주(陳州)의 도인(道人)이라네.

분석 및 설명:

이 시는 달을 매개로 하여 그리움과 고독, 그리고 가난한 생활 속에서의 회한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 옛 친구들에 대한 회상 (1-4구): 시의 초반부는 과거 함께 밤늦도록 달을 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친구들을 회상합니다. "완구 선생"은 공자(孔子)를 가리키는 것으로, 학덕이 높은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입니다. 여기서 소식은 자신을 완구 선생에 비유하며 겸손하게 표현하고, 최도의 재주가 가난으로 인해 빛을 보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합니다. "삼성(參星)과 묘성(昴星)"은 밤늦은 시간을 나타내는 것으로, 그들이 밤늦도록 함께 시간을 보냈음을 암시합니다. 작년에 함께 술을 마셨던 즐거운 기억을 회상하며, 올해는 함께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드러냅니다. "범숙(范叔)"은 범식(范式)을 가리키는 것으로, 장소(張劭)와의 깊은 우정으로 유명한 인물입니다. 소식은 이 고사를 인용하여 친구를 그리워하는 자신의 마음을 표현합니다.
  • 가난한 현실과 고독 (5-6구): 옷을 전당 잡힐 정도로 가난한 현실과 홀로 지내는 고독한 상황을 보여줍니다. "옷을 전당 잡혀 직접 한 밭의 콩을 심으니(典衣自種一項豆)"라는 구절은 가난한 생활상을 직접적으로 드러냅니다. "장마가 이어져 올챙이가 생길 줄 알았겠는가(那知積雨生科斗)"라는 구절은 예상치 못한 어려움이 겹친 상황을 표현한 것으로, 고독과 어려움에 처한 자신의 심정을 간접적으로 드러냅니다.
  • 술을 통한 위로 (7구): 마지막으로 왕강이라는 도인을 언급하며 술을 통해 고독과 시름을 달래고 싶어 하는 마음을 나타냅니다. "돌아오니 사방 벽에서 풀벌레 소리 우네(歸來四壁草蟲鳴)"라는 구절은 고독한 상황을 더욱 부각합니다. 왕강은 술을 즐겨 마셨던 인물로, 소식은 그처럼 술을 마시며 시름을 잊고 싶어 하는 마음을 표현합니다.

추가 설명:

  • 배경: 이 시는 소식이 친구들을 그리워하며 지은 시로, 그의 인간적인 면모를 엿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 고사 인용: 시 곳곳에 등장하는 고사(예: 완구 선생, 범숙, 왕강 등)는 시의 의미를 풍부하게 하고 소식의 학문적 깊이를 보여줍니다.
  • 소식의 문학적 특징: 이 시에서도 소식 특유의 솔직하고 진솔한 문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는 자신의 감정을 가감 없이 드러내며 독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킵니다. 또한, 평범한 일상 속에서 시적 의미를 발견하는 그의 뛰어난 관찰력과 표현력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이 시를 통해 우리는 소식이 친구들을 그리워하는 마음, 가난한 현실 속에서의 고독과 회한, 그리고 술을 통해 시름을 달래고 싶어 하는 마음 등 다양한 감정을 느낄 수 있습니다. 특히, 달밤이라는 서정적인 배경과 대비되는 가난한 현실은 시의 주제를 더욱 부각하는 역할을 합니다.

 

 

소식(蘇軾)의 동파집(東坡集)에 실린 「최시관고교희작(催試官考較戲作)」을 현대 한국어로 번역하고 분석 및 설명을 덧붙이겠습니다. 이 시는 과거 시험의 채점(考較)을 재촉하는 시관(試官)들에게 농담 삼아(戲作) 지은 시입니다.

현대 한국어 번역:

8월 15일 밤, 달빛은 어디든 좋구나. 초가집이든 시장의 누각이든 가리지 않으니, 하물며 나의 관사(官舍)는 봉래산(蓬島)과 같으니 어떠하랴. 봉추당(鳳咮堂) 앞에는 들귤 향기롭고, 검담교(劍潭橋) 가에는 가을 연꽃 시들었네. 8월 18일의 조수(潮水)는, 장관이 천하에 견줄 데 없네. 곤붕(鯤鵬)이 물을 쳐 삼천 리를 날고, 군사들이 깃발을 든 채 십만 대군을 몰아가네. 붉은 깃발과 푸른 일산이 번갈아 명멸하고, 검은 모래와 흰 파도가 서로 삼키고 죽이네. 인생의 만남과 헤어짐은 예로부터 필연하기 어려우니, 이 경치와 이 행차를 어찌 모두 얻을 수 있으랴. 바라건대 그대는 이 말을 듣고 등불을 더 밝히시오. 문밖의 흰 도포는 마치 고니처럼 서 있네.

분석 및 설명:

이 시는 채점을 재촉하는 상황을 묘사하면서, 달밤의 아름다움과 조수의 웅장함을 대비시켜 채점의 지연을 은근히 비꼬고 있습니다. 또한, 시 전체에 해학적인 분위기를 깔아 무거운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고 있습니다.

  • 달밤의 아름다움과 관사의 풍경 (1-4구): 8월 15일 밤의 아름다운 달빛과 자신이 머무는 관사의 풍경을 묘사합니다. "달빛은 어디든 좋구나(月色隨處好)"라는 구절은 달밤의 보편적인 아름다움을 강조하면서, 채점이 늦어지는 상황과는 대조를 이룹니다. 자신의 관사를 신선이 사는 봉래산에 비유한 것은 과장된 표현으로, 해학적인 분위기를 더합니다. 봉추당 앞의 귤 향기와 검담교의 시든 연꽃은 가을의 정취를 나타내는 동시에, 시간이 흐르고 있음을 암시합니다.
  • 조수의 웅장함 묘사 (5-8구): 8월 18일의 웅장한 조수 풍경을 묘사합니다. 곤붕이 물을 치며 날아오르는 모습과 십만 대군이 진군하는 모습은 조수의 거대한 힘과 규모를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붉은 깃발과 푸른 일산, 검은 모래와 흰 파도가 서로 뒤섞이는 모습은 역동적인 조수의 모습을 생생하게 전달합니다. 이러한 웅장한 자연 현상을 묘사함으로써, 채점이라는 인간의 행위가 얼마나 작은 것인지를 은연중에 드러내고 있습니다.
  • 채점 재촉과 해학적인 마무리 (9-12구): 인생의 만남과 헤어짐이 예측하기 어려운 것처럼, 이 아름다운 경치와 채점을 동시에 얻기는 어렵다는 점을 언급하며 채점을 재촉합니다. "바라건대 그대는 이 말을 듣고 등불을 더 밝히시오(願君聞此添䗶燭)"라는 구절은 채점을 서둘러 달라는 요청을 완곡하게 표현한 것입니다. 마지막 구절 "문밖의 흰 도포는 마치 고니처럼 서 있네(門外白袍如立鵠)"는 채점을 기다리는 응시자들의 모습을 묘사한 것으로, 고니처럼 하얗게 서 있는 모습은 기다림의 지루함을 해학적으로 표현합니다. 여기서 '흰 도포'는 과거 시험 응시자들의 복장을 의미합니다.

추가 설명:

  • 배경: 이 시는 과거 시험의 채점 기간에 지어진 것으로, 채점이 늦어지는 상황에 대한 소식의 심정을 엿볼 수 있습니다.
  • 대조와 비유: 달밤의 아름다움과 조수의 웅장함, 그리고 채점을 기다리는 응시자들의 모습을 대조시켜 시의 주제를 부각하고 있습니다. 또한, 곤붕, 십만 대군, 고니 등 다양한 비유를 사용하여 시의 표현을 풍부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 소식의 문학적 특징: 이 시에서도 소식 특유의 해학적이고 자유로운 문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무거운 주제를 가볍게 풀어내는 그의 능력이 돋보입니다.

이 시를 통해 우리는 소식이 채점을 재촉하는 상황을 단순히 불평하는 것이 아니라, 해학적인 시어로 재치 있게 표현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자연 현상과 인간사를 대비시키는 방식을 통해 시의 의미를 더욱 풍부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소식(蘇軾)의 동파집(東坡集)에 실린 「팔월십칠부등망해루, 자화전편。시일방출, 여여시관양인부류오수(八月十七復登望海樓,自和前篇。是日牓出,余與試官兩人復留五首)」를 현대 한국어로 번역하고 분석 및 설명을 덧붙이겠습니다. 이 시는 8월 17일에 다시 망해루에 올라 지난번 시에 화답하여 지은 시로, 그날 방(牓, 게시판)이 나왔고, 자신과 시관 두 사람이 다시 머물며 다섯 수를 지었다고 합니다.

현대 한국어 번역:

제1수:

누각 위에는 안개가 기이하게도 오지 않고, 누각 앞에는 종이 조각이 날아 흩어져 쌓여 있네. 글 때문이 아니라 다시 보아야 하니, 도리어 강산이 아직 돌아가지 못하게 붙잡네.

제2수:

눈은 어둡고 등불은 희미하여 가는 글씨는 비스듬하니, 고찰하고 검토하는 정밀함은 이미 밖으로 칭찬받았네. 내일 술잔을 잃더라도 그대는 괴이하게 여기지 마오, 일찍이 만족함을 알면 뱀을 이루지 못하는 것을.

제3수:

어지러운 산이 새벽을 가려 천 겹으로 둘러싸고, 단잠에 시원함이 처음 드니 흔들어도 깨지 않네. 어젯밤 술 마실 때 그대의 신발 소리 탄식했으니, 돌아가는 꿈이 오흥(吴興)에 이를 줄을 정녕 알겠네.

제4수:

천태산(天台山)의 계수나무는 누구를 위해 향기로운가, 빈 섬돌에서 밤의 서늘함을 듣는 것이 지겹네. 내일 아침 조수를 보러 가는 것이 있으니, 만인이 거리를 비우고 새 단장을 다투네.

제5수:

가을 꽃은 보이지 않고 눈앞만 어지럽게 붉으니, 외로운 배에 홀로 멍하니 있네. 가랑비가 차가움을 만들어 뜻이 있음을 알겠으니, 금국화가 쑥대밭에서 나오지 못하게 하네.

분석 및 설명:

이 시는 전편에 화답하는 형식을 취하면서도, 과거 시험 채점이라는 특수한 상황과 그로 인한 감회를 담고 있습니다.

  • 제1수: 안개가 오지 않는 맑은 날씨와 흩날리는 종이 조각을 묘사하며 시작합니다. 여기서 "종이 조각"은 채점된 시험지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글 때문이 아니라 다시 보아야 하니, 도리어 강산이 아직 돌아가지 못하게 붙잡네(非關文字須重看。却被江山未放迴)"라는 구절은 채점이 끝나지 않아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상황을 표현한 것으로, 시관으로서의 책임감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동시에 드러납니다.
  • 제2수: 채점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내용입니다. "눈은 어둡고 등불은 희미하여 가는 글씨는 비스듬하니(眼昬燭暗細行斜)"라는 구절은 밤늦도록 채점하는 고된 상황을 보여줍니다. "내일 술잔을 잃더라도 그대는 괴이하게 여기지 마오, 일찍이 만족함을 알면 뱀을 이루지 못하는 것을(明日失杯君莫怪。早知安足不成虵)"이라는 구절은 장자(莊子)의 "안족(安足)" 고사를 인용한 것으로, 만족할 줄 알면 더 이상의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는 채점에 대한 지나친 집착을 경계하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 제3수: 함께 술을 마셨던 친구를 그리워하는 내용입니다. "어젯밤 술 마실 때 그대의 신발 소리 탄식했으니, 돌아가는 꿈이 오흥(吴興)에 이를 줄을 정녕 알겠네(昨夜酒行君履歎。定知歸夢到吴興)"라는 구절은 친구와 헤어진 후 그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표현한 것으로, 고독한 심정을 드러냅니다.
  • 제4수: 조수를 보러 갈 기대감을 표현하면서도, 고독한 심정을 함께 드러냅니다. "천태산(天台山)의 계수나무는 누구를 위해 향기로운가, 빈 섬돌에서 밤의 서늘함을 듣는 것이 지겹네(天台桂子為誰香。倦聽空堦夜點涼)"라는 구절은 아름다운 풍경에도 불구하고 느끼는 외로움을 보여줍니다. "내일 아침 조수를 보러 가는 것이 있으니, 만인이 거리를 비우고 새 단장을 다투네(賴有明朝看潮在。萬人空巷鬬新粧)"라는 구절은 활기찬 조수 구경의 모습을 묘사하면서도, 자신은 그 속에 완전히 섞이지 못하는 소외감을 느끼는 듯한 인상을 줍니다.
  • 제5수: 가을의 쓸쓸한 풍경을 묘사하며 자신의 고독한 처지를 더욱 부각합니다. "가을 꽃은 보이지 않고 눈앞만 어지럽게 붉으니, 외로운 배에 홀로 멍하니 있네(秋花不見眼花紅。身在孤舟兀兀中)"라는 구절은 주변의 화려함과는 대비되는 자신의 외로운 모습을 보여줍니다. "가랑비가 차가움을 만들어 뜻이 있음을 알겠으니, 금국화가 쑥대밭에서 나오지 못하게 하네(細雨作寒知有意。未教金菊出蒿蓬)"라는 구절은 가을의 차가운 날씨를 통해 자신의 처지를 더욱 쓸쓸하게 느끼는 감정을 표현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추가 설명:

  • 배경: 이 시는 과거 시험 채점 기간에 지어진 것으로, 채점이라는 업무와 고향에 대한 그리움, 그리고 친구에 대한 그리움 등 다양한 감정이 복합적으로 나타나 있습니다.
  • 고사 인용: "안족(安足)" 고사를 인용하여 시의 의미를 더욱 풍부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 소식의 문학적 특징: 이 시에서도 소식 특유의 섬세한 감정 표현과 자연 풍경을 통해 자신의 심정을 드러내는 방식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시를 통해 우리는 소식이 과거 시험 채점이라는 상황 속에서 느꼈던 다양한 감정들을 엿볼 수 있습니다. 특히, 자연 풍경과 고사를 활용하여 자신의 내면세계를 효과적으로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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