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번역

동파전집(東坡前集) 권4(卷四) 시 88수

集賢堂 2024. 12. 20. 22:26
반응형

소식(蘇軾)의 동파집(東坡集)에 실린 「추회이수(秋懷二首)」를 현대 한국어로 번역하고 분석 및 설명을 덧붙이겠습니다. 이 시는 가을의 정경을 묘사하며 인생의 무상함과 고독, 그리고 자신의 처지에 대한 회한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두 수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각각 분석하겠습니다.

제1수 현대 한국어 번역:

쓰디쓴 가을바람을 생각하니, 늘 올 때가 없을까 두려워했네. 이제 이토록 차갑고 쌀쌀해지니, 또 저물어가는 해의 슬픔을 짓네. 귀뚜라미는 내 침상에서 울고, 누런 잎은 내 휘장에 던져지네. 창 앞에는 깃들인 큰 새(鵬)가 있으니, 밤에 우는 소리가 여우와 같네. 이슬은 차갑고 오동잎은 떨어지니, 외로이 잠드니 편안히 기댈 가지 없네. 반딧불이 또한 짝을 구하니, 높은 집에서 날며 서로 쫓네. 머지않아 보지 못할 줄을 정녕 아네, 맑은 서리 내리는 시기가 다가오니. 만물의 변화는 머무르지 않으니, 내 슬픔이 탄식으로 이어지네. 마땅히 부지런히 촛불을 켜야 하리니, 즐거움을 늦추지 않도록 경계해야 하네.

제1수 분석 및 설명:

이 시는 가을의 쓸쓸한 풍경을 통해 인생의 무상함과 고독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 가을의 도래와 슬픔 (1-2구): 가을바람을 맞이하며 느끼는 슬픔을 표현합니다. "쓰디쓴 가을바람(苦熟念西風)"이라는 표현은 가을의 차가움과 함께 인생의 고됨을 암시합니다. "저물어가는 해의 슬픔(徂年悲)"은 시간의 흐름과 함께 늙어가는 것에 대한 슬픔을 나타냅니다.
  • 쓸쓸한 풍경 묘사 (3-6구): 귀뚜라미 울음소리, 떨어지는 낙엽, 밤에 우는 큰 새 등 쓸쓸한 가을 풍경을 묘사하여 고독한 분위기를 조성합니다. 특히, "밤에 우는 소리가 여우와 같네(夜嘯如狐狸)"라는 구절은 큰 새의 울음소리를 묘사하여 더욱 음산하고 고독한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 덧없음과 탄식 (7-10구): 떨어지는 오동잎과 짝을 찾는 반딧불을 통해 만물의 덧없음을 강조하고, 이에 대한 탄식을 드러냅니다. "만물의 변화는 머무르지 않으니, 내 슬픔이 탄식으로 이어지네(物化逝不留。我興為嗟咨)"라는 구절은 인생의 무상함에 대한 깊은 탄식을 보여줍니다.
  • 현재의 즐거움을 강조 (11구): 마지막으로 현재의 즐거움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마땅히 부지런히 촛불을 켜야 하리니, 즐거움을 늦추지 않도록 경계해야 하네(便當勤秉燭。為樂戒暮遲)"라는 구절은 어두운 밤에 촛불을 켜듯, 현재 주어진 시간을 소중히 여기고 즐겁게 보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제2수 현대 한국어 번역:

바닷바람이 동남쪽에서 불어와, 사흘 동안 내린 비를 모두 날려 버리네. 빈 섬돌에는 남은 물방울이 있으니, 은둔한 사람과 이야기하는 듯하네. 내 평생의 즐거움을 생각하니, 적막하게 사방으로 둘러싸인 집을 지키네. 물 한 병으로 힘든 일을 위로하고, 밥을 싸서 추위와 고통을 구제하네. 올해 가을에는 응당 곡식이 익었을 것이니, 찾아가 닭과 기장을 배불리 먹으리라. 아, 나는 홀로 무엇을 구하는가, 만 리 먼 강가를 건너왔는데. 가난하게 사니 어찌 먹을 것이 없겠는가, 스스로 밭에서 농사짓는 것을 편안히 여기지 못할 뿐. 이러한 생각을 하며 앉아 새벽에 이르니, 꺼져가는 등불이 어렴풋이 다시 밝아지네.

제2수 분석 및 설명:

이 시는 비가 그친 후의 풍경을 묘사하며 자신의 고독한 처지와 앞으로의 계획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 비가 그친 후의 풍경 (1-2구): 바닷바람이 비를 날려 버린 후의 맑은 풍경을 묘사합니다. "빈 섬돌에는 남은 물방울이 있으니, 은둔한 사람과 이야기하는 듯하네(空堦有餘滴。似與幽人語)"라는 구절은 고요하고 적막한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전달합니다.
  • 가난한 생활과 회한 (3-6구): 가난한 생활 속에서 느끼는 고독과 회한을 드러냅니다. "내 평생의 즐거움을 생각하니, 적막하게 사방으로 둘러싸인 집을 지키네(念我平生歡。寂寞守環堵)"라는 구절은 고독한 자신의 처지를 간결하게 표현합니다.
  • 미래에 대한 기대와 현재의 고뇌 (7-10구): 가을 수확에 대한 기대와 함께 자신의 처지에 대한 고뇌를 드러냅니다. "아, 나는 홀로 무엇을 구하는가, 만 리 먼 강가를 건너왔는데(嗟我獨何求。萬里涉江浦)"라는 구절은 자신의 삶의 목적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가난하게 사니 어찌 먹을 것이 없겠는가, 스스로 밭에서 농사짓는 것을 편안히 여기지 못할 뿐(居貧豈無食。自不安畎畝)"이라는 구절은 가난 자체보다는 자신의 이상을 실현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괴로움을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두 수 종합 분석:

두 수 모두 가을의 풍경을 배경으로 인생의 무상함과 고독, 그리고 자신의 처지에 대한 회한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제1수에서는 시간의 흐름과 만물의 덧없음에 대한 탄식을, 제2수에서는 가난한 생활 속에서의 고독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한 고민을 드러냅니다. 두 시는 서로 연결되어 하나의 주제를 심화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추가 설명:

  • 배경: 소식은 정치적인 이유로 여러 차례 유배 생활을 하였는데, 이 시는 그러한 상황 속에서 지어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 자연 묘사: 가을 풍경을 섬세하게 묘사하여 시의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조성하고 있습니다.
  • 소식의 문학적 특징: 솔직하고 진솔한 감정 표현, 자연 풍경을 통해 자신의 심정을 드러내는 방식 등 소식 특유의 문학적 특징이 잘 나타나 있습니다.

이 두 편의 시를 통해 우리는 소식이 가을이라는 계절 속에서 느꼈던 다양한 감정들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특히, 인생의 무상함과 고독, 그리고 자신의 이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에서 오는 고뇌를 솔직하게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소식(蘇軾)의 동파집(東坡集)에 실린 「곡구공고산승혜사시소시차운(哭歐公孤山僧惠思示小詩次韻)」을 현대 한국어로 번역하고 분석 및 설명을 덧붙이겠습니다. 이 시는 구양수(歐陽修)의 죽음을 애도하며 고산(孤山)의 승려 혜사(惠思)가 지은 작은 시에 차운(次韻)하여 지은 시입니다. 차운이란, 원시의 운자를 그대로 사용하여 시를 짓는 방식입니다. 즉, 혜사 스님의 시에 쓰인 운자를 소식이 그대로 사용하여 슬픔을 함께 표현한 것입니다.

현대 한국어 번역:

고인은 이미 흙이 되었고, 희끗한 귀밑털 또한 가을에 놀라네. 오히려 고산 아래에서, 서로 만나 옛 추억을 이야기했던 것을 기뻐하네.

분석 및 설명:

이 시는 짧지만 깊은 슬픔과 회한을 담고 있습니다. 구양수의 죽음을 애도하는 마음과, 그와의 추억을 회상하며 슬픔을 달래려는 마음이 간결하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 죽음의 슬픔 (1구): 첫 구절은 구양수의 죽음을 직접적으로 언급하며 슬픔을 표현합니다. "고인은 이미 흙이 되었고(故人已為土)"라는 표현은 죽음을 완곡하게 표현하는 동시에, 다시는 만날 수 없다는 사실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냅니다.
  • 늙음의 슬픔 (2구): 자신의 늙어감에 대한 슬픔을 함께 표현합니다. "희끗한 귀밑털 또한 가을에 놀라네(衰鬢亦驚秋)"라는 구절은 가을이라는 계절이 주는 쓸쓸함과 함께 자신의 늙어가는 모습을 대비시켜 슬픔을 더합니다. '놀라네(驚)'라는 단어를 사용하여 늙음이 갑작스럽게 느껴지는 감정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는 구양수의 죽음이 소식 자신에게도 인생의 유한함을 일깨워주는 계기가 되었음을 암시합니다.
  • 추억의 소중함 (3-4구): 고산에서 구양수와 함께했던 추억을 회상하며 슬픔을 달래려 합니다. "오히려 고산 아래에서, 서로 만나 옛 추억을 이야기했던 것을 기뻐하네(猶喜孤山下。相逢說舊游)"라는 구절은 과거의 즐거웠던 기억을 떠올리며 현재의 슬픔을 극복하려는 의지를 보여줍니다. '오히려(猶)'라는 단어를 사용하여 슬픔 속에서도 긍정적인 면을 찾으려는 노력을 나타냅니다. 고산이라는 구체적인 장소를 언급함으로써 추억의 생생함을 더하고 있습니다.

추가 설명:

  • 배경: 구양수는 북송 시대의 유명한 문학가이자 정치가로, 소식에게는 존경하는 선배이자 스승과 같은 존재였습니다. 구양수의 죽음은 소식에게 큰 슬픔을 안겨주었을 것입니다. 고산은 중국 저장성 항저우에 있는 산으로, 예로부터 많은 문인들이 찾았던 명승지입니다. 구양수와 소식 또한 고산을 방문하여 교류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 차운(次韻): 혜사 스님의 시에 차운한 것은 단순히 운자를 맞추는 기술적인 행위를 넘어, 슬픔을 함께 나누고 고인을 추모하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 소식의 문학적 특징: 간결하면서도 함축적인 표현, 슬픔 속에서도 긍정적인 면을 찾으려는 태도 등 소식의 시에서 나타나는 특징들을 이 시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짧은 시를 통해 우리는 소식이 구양수의 죽음을 얼마나 슬퍼했는지, 그리고 그와의 추억을 얼마나 소중하게 여겼는지 알 수 있습니다. 또한, 슬픔을 극복하고 과거의 아름다운 기억을 통해 현재를 살아가는 힘을 얻으려는 인간의 보편적인 감정을 엿볼 수 있습니다.

 

소식(蘇軾)의 동파집(東坡集)에 실린 「범천사견승수전소시청완가애차운(梵天寺見僧守詮小詩清婉可愛次韻)」을 현대 한국어로 번역하고 분석 및 설명을 덧붙이겠습니다. 이 시는 범천사(梵天寺)에서 승려 수전(守詮)의 작고 맑고 아름다운 시를 보고 차운(次韻)하여 지은 시입니다. 차운이란 원시의 운자를 그대로 사용하여 시를 짓는 창작 방식으로, 원시의 분위기와 정서를 공유하며 시인의 생각과 감정을 더해 표현하는 방식입니다.

현대 한국어 번역:

다만 안개 밖 종소리만 들리고, 안개 속 절은 보이지 않네. 은둔자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으니, 풀잎의 이슬이 짚신을 적시네. 오직 산 위의 달만이, 밤마다 오가는 길을 비추리라.

분석 및 설명:

이 시는 안개에 가려 보이지 않는 절과 그곳을 오가는 은둔자의 모습을 통해 신비롭고 고요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짧은 시이지만, 시각과 청각적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사용하여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 신비로운 분위기 조성 (1-2구): 첫 두 구절은 안개에 가려진 절의 모습을 묘사하여 신비로운 분위기를 조성합니다. "다만 안개 밖 종소리만 들리고, 안개 속 절은 보이지 않네(但聞煙外鍾。不見煙中寺)"라는 표현은 청각(종소리)과 시각(안개)의 대비를 통해 안개 낀 풍경의 몽환적인 느낌을 강조합니다. 종소리는 들리지만 절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 상황은 상상력을 자극하며 신비감을 더합니다.
  • 은둔자의 고독한 여정 (3-4구): 안개 속을 걷는 은둔자의 모습을 묘사합니다. "은둔자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으니, 풀잎의 이슬이 짚신을 적시네(幽人行未已。草露濕芒履)"라는 구절은 은둔자의 고독한 여정을 보여줍니다. 이슬에 젖은 짚신은 그의 고행과 고독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동시에, 새벽이나 이른 아침 시간임을 암시합니다. '멈추지 않으니(未已)'라는 표현은 은둔자의 끊임없는 구도 행위를 나타냅니다.
  • 달빛의 영원함과 위로 (5-6구): 마지막 두 구절은 산 위의 달을 통해 영원함과 위로의 이미지를 제시합니다. "오직 산 위의 달만이, 밤마다 오가는 길을 비추리라(惟應山頭月。夜夜照來去)"라는 표현은 변하지 않고 밤마다 세상을 비추는 달의 속성을 통해 영원성과 불변성을 나타냅니다. 달빛은 어둠 속을 걷는 은둔자를 비추는 존재로서, 일종의 위로와 보호의 의미를 지닙니다.

추가 설명:

  • 배경: 범천사는 구체적으로 어느 절을 가리키는지 명확하지 않지만, 소식이 방문했던 여러 사찰 중 하나로 추정됩니다. 당시 소식은 불교에 심취해 있었고, 많은 승려들과 교류했습니다. 이 시는 그러한 배경 속에서 지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 시각과 청각의 조화: 안개, 종소리, 이슬, 달빛 등 시각적, 청각적 이미지를 적절히 사용하여 시의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차운의 의미: 수전 스님의 시에 차운한 것은 단순히 운자를 맞추는 행위를 넘어, 그의 시에 담긴 정서와 분위기를 공유하고 자신의 감정을 더해 표현하는 행위입니다. 이를 통해 두 시인 간의 교감과 이해를 엿볼 수 있습니다.
  • 소식 시의 특징: 소식의 시는 자연 풍경을 통해 자신의 내면세계나 철학적인 사유를 드러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시 또한 안개 낀 절과 은둔자의 모습을 통해 고요하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하며, 삶의 진리와 영원성에 대한 사색을 담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시를 통해 우리는 소식이 자연을 관찰하는 섬세한 시선과, 그 속에서 발견하는 철학적인 의미를 엿볼 수 있습니다. 또한, 고요하고 신비로운 분위기 속에서 느껴지는 은둔자의 고독과 달빛의 위로를 함께 느낄 수 있습니다.

 

소식(蘇軾)의 동파집(東坡集)에 실린 「화진술거부상화(和陳述古拒霜花)」를 현대 한국어로 번역하고 분석 및 설명을 덧붙이겠습니다. 이 시는 진술고(陳述古)의 '거상화(拒霜花)' 시에 화답하여 지은 시입니다. 거상화는 서리를 막는 꽃이라는 뜻으로, 늦가을 서릿발에도 굴하지 않고 피어나는 꽃, 즉 부용(芙蓉, 무궁화와 비슷하게 생긴 꽃)을 가리킵니다. 화답시는 원시의 운자나 주제를 사용하여 시를 짓는 방식으로, 원시에 대한 공감과 자신의 생각을 함께 표현하는 방식입니다.

현대 한국어 번역:

온 숲이 쓸려 한바탕 누렇게 되었는데, 오직 부용만이 홀로 향기롭네. 서리를 막는 꽃이라고 부르는 것이 마땅하지 않은 줄 알았지만, 자세히 생각하니 오히려 서리에 가장 어울리네.

분석 및 설명:

이 시는 가을의 황량한 풍경과 대비되는 부용의 아름다움을 예찬하고 있습니다. 특히, '거상(拒霜)'이라는 이름에 대한 재치 있는 해석을 통해 부용의 강인함과 고고함을 부각하고 있습니다.

  • 가을의 황량한 풍경 (1구): 첫 구절은 가을의 황량한 풍경을 간결하게 묘사합니다. "온 숲이 쓸려 한바탕 누렇게 되었는데(千林掃作一番黃)"라는 표현은 가을이 깊어 모든 나무의 잎이 누렇게 변하고 떨어진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쓸려(掃)'라는 단어를 사용하여 낙엽이 지는 모습을 마치 쓸어낸 것처럼 표현하여, 가을의 황량함을 더욱 강조합니다.
  • 부용의 고고한 아름다움 (2구): 황량한 가을 풍경 속에서 홀로 피어난 부용의 아름다움을 강조합니다. "오직 부용만이 홀로 향기롭네(只有芙蓉獨自芳)"라는 표현은 주변의 모든 것이 시들어가는 상황에서 홀로 아름다움을 뽐내는 부용의 고고한 자태를 부각합니다. '홀로(獨自)'라는 단어를 사용하여 부용의 특별함을 더욱 강조합니다.
  • '거상'의 재해석 (3-4구): '거상(拒霜)'이라는 이름에 대한 재치 있는 해석을 제시합니다. "서리를 막는 꽃이라고 부르는 것이 마땅하지 않은 줄 알았지만, 자세히 생각하니 오히려 서리에 가장 어울리네(喚作拒霜知未稱。細思却是最宜霜)"라는 표현은 이 시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서리를 '막는다(拒)'는 이름이 어색하다고 생각했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오히려 서리 속에서 피어나는 꽃이야말로 진정으로 서리와 어울리는, 즉 서리의 의미를 더욱 부각하는 존재라는 역설적인 깨달음을 보여줍니다. 이는 부용이 역경 속에서 더욱 빛나는 존재임을 의미하는 동시에, 역경을 극복하는 강인한 의지를 상징한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추가 설명:

  • 배경: 이 시는 진술고의 시에 화답하여 지어진 것으로, 두 사람의 문학적 교류를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당시 문인들은 시를 통해 서로의 생각과 감정을 나누고, 문학적 재능을 겨루는 것을 즐겼습니다.
  • 화답시의 특징: 원시의 주제와 운자를 활용하면서도 자신만의 독창적인 해석을 더하는 화답시의 특징이 잘 나타나 있습니다.
  • 소식 시의 특징: 간결하면서도 재치 있는 표현, 사물의 이면을 꿰뚫어 보는 통찰력 등 소식 시의 특징을 이 시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특히, 역설적인 표현을 통해 시의 의미를 더욱 풍부하게 만드는 소식의 능력이 돋보입니다.

이 짧은 시를 통해 우리는 가을의 풍경과 부용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역경 속에서 더욱 빛나는 존재의 가치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특히, '거상'이라는 이름을 재치 있게 해석한 부분은 소식의 뛰어난 문학적 재능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소식(蘇軾)의 동파집(東坡集)에 실린 「화심립지류별이수(和沈立之留別二首)」를 현대 한국어로 번역하고 분석 및 설명을 덧붙이겠습니다. 이 시는 심립지(沈立之)와의 이별을 아쉬워하며 지은 화답시입니다. 화답시는 상대방의 시에 운자를 맞추거나 주제를 공유하며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이 시에서는 심립지가 남긴 시에 화답하며 이별의 슬픔과 아쉬움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두 수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각각 분석하겠습니다. 마지막 구절 "거시여재시원(去時予在試院)"은 시의 내용과는 별개로 당시 상황을 기록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때 나는 시험장에 있었다"라는 뜻입니다.

제1수 현대 한국어 번역:

지금 백성들은 천 줄기 눈물을 흘리니, 마치 그때 처음 떠날 때와 같네. 굳이 비석에 새겨 남긴 은혜를 기릴 필요 없으니, 장인의 맑은 덕은 사람들이 알까 두려워하네.

제1수 분석 및 설명:

이 시는 심립지의 덕망이 얼마나 높은지를 강조하며 이별의 아쉬움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 백성들의 슬픔 (1-2구): 심립지의 떠남으로 인해 백성들이 느끼는 슬픔을 묘사합니다. "지금 백성들은 천 줄기 눈물을 흘리니, 마치 그때 처음 떠날 때와 같네(而今父老千行淚。一似當時初去時)"라는 표현은 심립지가 백성들에게 얼마나 존경받고 사랑받는 인물이었는지를 보여줍니다. '천 줄기 눈물(千行淚)'이라는 과장된 표현은 슬픔의 크기를 강조합니다. '그때 처음 떠날 때(當時初去時)'라는 구절은 과거에도 이와 같은 이별이 있었음을 암시하며, 이번 이별이 더욱 안타깝게 느껴지도록 합니다.
  • 높은 덕망 (3-4구): 심립지의 높은 덕망을 칭송하며, 굳이 비석에 공적을 새길 필요가 없다고 말합니다. "굳이 비석에 새겨 남긴 은혜를 기릴 필요 없으니, 장인의 맑은 덕은 사람들이 알까 두려워하네(不用鐫碑頌遺愛。丈人清德畏人知)"라는 표현은 심립지의 겸손함과 청렴함을 보여줍니다. '사람들이 알까 두려워하네(畏人知)'라는 표현은 그의 겸손함을 강조하는 동시에, 그의 덕이 너무 높아 오히려 세상에 알려지는 것을 꺼려 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장인(丈人)'은 덕이 높은 어른을 존경하여 부르는 호칭입니다.

제2수 현대 한국어 번역:

누워서 징과 북소리가 돌아가는 배를 보내는 것을 들으니, 꿈속에서 황급히 함께 술잔을 기울이네. 시험 삼아 이별 후의 시름이 얼마나 되는지 물어보니, 봄 강물 만 섬으로도 어찌 헤아릴 수 있으랴.

제2수 분석 및 설명:

이 시는 이별의 아쉬움과 슬픔을 더욱 직접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 꿈속에서의 만남 (1-2구): 이별의 아쉬움이 꿈속에서의 만남으로 이어지는 모습을 묘사합니다. "누워서 징과 북소리가 돌아가는 배를 보내는 것을 들으니, 꿈속에서 황급히 함께 술잔을 기울이네(卧聞鐃鼓送歸艎。夢裏忩忩共一觴)"라는 표현은 이별의 슬픔이 너무 커서 잠자리에서도 그의 모습을 그리워하는 화자의 심정을 보여줍니다. '황급히(忩忩)'라는 단어는 꿈속에서의 만남이 얼마나 간절했는지를 나타냅니다.
  • 헤아릴 수 없는 슬픔 (3-4구): 이별의 슬픔을 봄 강물에 비유하여 그 크기를 가늠할 수 없다고 표현합니다. "시험 삼아 이별 후의 시름이 얼마나 되는지 물어보니, 봄 강물 만 섬으로도 어찌 헤아릴 수 있으랴(試問別來愁幾許。春江萬斛若為量)"라는 표현은 이별의 슬픔이 얼마나 큰지를 강조하는 효과적인 비유입니다. '봄 강물 만 섬(春江萬斛)'이라는 표현은 슬픔의 양을 과장하여 표현함으로써, 이별의 아쉬움을 더욱 부각합니다.

두 수 종합 분석:

두 수 모두 심립지와의 이별을 아쉬워하는 마음을 표현하고 있지만, 그 방식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제1수에서는 심립지의 높은 덕망을 칭송하며 그의 떠남으로 인해 백성들이 느끼는 슬픔을 중심으로 이야기하고, 제2수에서는 꿈속에서의 만남과 봄 강물에 비유한 슬픔의 크기를 통해 이별의 아쉬움을 직접적으로 표현합니다. 두 시는 서로 보완적인 역할을 하며 이별의 슬픔을 더욱 심도 있게 보여줍니다.

추가 설명:

  • 배경: 심립지는 소식의 친구로, 높은 덕망을 가진 인물이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 시는 그와의 이별을 아쉬워하며 지어진 것입니다.
  • 화답시의 특징: 상대방의 시에 화답하여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화답시의 특징이 잘 나타나 있습니다.
  • 소식 시의 특징: 과장된 표현과 비유를 통해 감정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소식 시의 특징을 이 시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두 편의 시를 통해 우리는 소식이 친구와의 이별을 얼마나 아쉬워했는지, 그리고 그 친구를 얼마나 존경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특히, 백성들의 슬픔과 봄 강물에 비유한 슬픔의 크기는 이별의 아쉬움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인상적인 표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소식(蘇軾)의 동파집(東坡集)에 실린 「차운공문중추관견증(次韻孔文仲推官見贈)」을 현대 한국어로 번역하고 분석 및 설명을 덧붙이겠습니다. 이 시는 공문중(孔文仲) 추관(推官)이 지어 준 시에 차운(次韻)한 작품입니다. 차운은 상대방의 시에 쓰인 운자를 그대로 사용하여 시를 짓는 방식으로, 상대방의 시에 대한 공감과 자신의 생각, 감정을 함께 표현하는 방법입니다. 이 시에서 소식은 자신과 공문중을 짐승에 비유하며, 각자의 성향과 처지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현대 한국어 번역:

나는 본래 고라니와 사슴의 성품이라, 수레 끄는 모습이 아님을 진실로 아네. 그대는 한혈마(汗血馬)와 같으니, 어린 시절부터 이미 뛰어나네. 함께 큰길 가운데를 달리며, 나란히 방울 달린 말고삐를 차고 달리네. 소리만 듣고도 스스로 달려가니, 어찌 다시 고삐에 매이겠는가. 그대가 아침에 연(燕) 땅을 출발하여, 저녁에 초(楚) 땅에 이르러 말에게 먹이를 주어도 해가 기울지 않았다고 하는데, 어찌 도중에 멈추어, 절뚝거리는 나귀와 노새를 따르는가. 금 안장에 푸른 비단을 덮고, 옥 재갈에 푸른 실을 드리웠으니, 곁에서 보기에는 참으로 아름답지만, 스스로 헤아려 보니 참으로 싫어하네. 모두 남에게 부림을 받는 것이니, 어찌 반드시 누추한 소금 실은 수레만 탓하겠는가. 그대는 조정에 서 있는 모습을 보라, 울지 않고 엿보기만 하네. 길들여 훈련시키느라 채찍질에 지쳐, 겨우 뼈와 가죽만 남았네. 인생에는 각자의 뜻이 있으니, 이 논리를 나는 오래도록 지켜왔네. 다른 사람이 들으면 분명 비웃겠지만, 잠시 그대와 기약하네. 빈 방에 비가 쌓여 내리니, 병든 몸이 힘겹게 버티네. 가을 풀이 담장 위로 올라오고, 서리 맞은 잎이 섬돌에서 우네. 문 앞에는 본래 손님이 없으니, 감히 양웅(揚雄)의 깃발을 만드네. 관리가 그대가 왔음을 알리니, 말고삐를 늦추고 강가에 이르렀네. 두 고상한 사람과 마주 앉아 이야기하니, 잠시 속된 관리의 비천함을 잊네. 오늘 시구를 보내 주시니, 찬란함이 봉황이 내려오는 듯하네. 산에 오르니 사다리와 섬돌이 끊어지고, 바다에 빠지니 나루터와 물가가 아득하네. 나의 마르고 쇠약한 모습을 가엾이 여겨, 윤택함을 빌려 아름다움을 피어나게 하네. 어찌 세속 사람들처럼, 씻고 닦아 흉터를 구하겠는가. 현명한 그대는 내일 등용될 것이니, 맑은 사당에서 태평성대의 노래를 부르리라. 어찌 장경(長卿)을 본받아, 미리 봉선(封禪)의 사(詞)를 짓지 않는가.

분석 및 설명:

이 시는 자신과 공문중의 성향을 짐승에 비유하여 대조적으로 보여주면서, 자신의 처지에 대한 솔직한 심정을 토로하고 있습니다.

  • 자신의 성향 (1-2구): 자신을 고라니와 사슴에 비유하며 자유분방한 성향임을 드러냅니다. "나는 본래 고라니와 사슴의 성품이라, 수레 끄는 모습이 아님을 진실로 아네(我本麋鹿性。諒非伏轅姿)"라는 구절은 속박을 싫어하고 자유롭게 살고 싶어 하는 자신의 본성을 나타냅니다. 반면, 공문중은 한혈마에 비유하여 뛰어난 재능을 가진 인물로 묘사합니다.
  • 공문중의 뛰어남 (3-6구): 공문중의 뛰어난 재능과 출세 가도를 묘사합니다. "소리만 듣고도 스스로 달려가니, 어찌 다시 고삐에 매이겠는가(聞聲自決驟。那復受縶維)"라는 구절은 공문중이 막힘없이 출세할 인물임을 암시합니다. 하지만 소식은 그가 도중에 멈추어 평범한 무리와 함께하는 것을 안타까워합니다.
  • 겉모습과 내면 (7-10구): 화려한 겉모습(금 안장, 옥 재갈)과 달리, 속으로는 괴로워하는 상황을 묘사합니다. "곁에서 보기에는 참으로 아름답지만, 스스로 헤아려 보니 참으로 싫어하네(旁觀信美矣。自揣良厭之)"라는 구절은 겉으로 보이는 화려함이 진정한 행복을 의미하지는 않음을 보여줍니다.
  • 각자의 뜻 (11-16구): 모든 사람이 남에게 부림을 받는 처지이지만, 각자 추구하는 바가 다름을 이야기합니다. "인생에는 각자의 뜻이 있으니, 이 논리를 나는 오래도록 지켜왔네(人生各有志。此論我久持)"라는 구절은 자신의 가치관을 명확하게 드러내는 부분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을 비웃을지라도, 자신은 이러한 생각을 고수하겠다고 다짐합니다.
  • 만남의 기쁨과 자신의 처지 (17-24구): 공문중과의 만남을 기뻐하면서도, 자신의 병든 몸과 외로운 처지를 드러냅니다. "빈 방에 비가 쌓여 내리니, 병든 몸이 힘겹게 버티네(空齋卧積雨。病骨煩撐支)"라는 구절은 고독하고 힘든 상황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공문중과의 만남을 통해 잠시나마 속된 세상의 비천함을 잊습니다.
  • 공문중의 밝은 미래 (25-30구): 공문중의 뛰어난 재능을 다시 한번 칭찬하며, 그의 밝은 미래를 축복합니다. 특히, 그가 장경처럼 훌륭한 업적을 남기기를 기대하는 마음을 표현합니다. "현명한 그대는 내일 등용될 것이니, 맑은 사당에서 태평성대의 노래를 부르리라. 어찌 장경을 본받아, 미리 봉선(封禪)의 사(詞)를 짓지 않는가(賢明日登用。清廟歌緝熙。胡不學長卿。預作封禪詞)"라는 구절은 공문중의 성공을 기원하는 동시에, 자신과는 다른 그의 행보를 부러워하는 마음도 내포되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추가 설명:

  • 비유의 활용: 자신은 고라니와 사슴, 공문중은 한혈마에 비유하는 등, 다양한 비유를 통해 시의 의미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대조적인 묘사: 자유분방한 자신과 출세 가도를 달리는 공문중을 대조적으로 묘사하여, 각자의 처지와 가치관을 부각하고 있습니다.
  • 소식 시의 특징: 솔직하고 거침없는 표현, 풍부한 비유와 상상력, 그리고 자신의 내면세계를 솔직하게 드러내는 점 등 소식 시의 특징이 잘 나타나 있습니다.

이 시를 통해 우리는 소식이 자신의 처지에 대해 느끼는 복잡한 감정, 즉 자유를 갈망하면서도 현실에 대한 고뇌를 동시에 느끼는 모습을 엿볼 수 있습니다. 또한, 뛰어난 재능을 가진 공문중에 대한 칭찬과 부러움, 그리고 그의 밝은 미래를 축복하는 마음을 함께 느낄 수 있습니다.

 

소식(蘇軾)의 동파집(東坡集)에 실린 「탕촌개운염하 우중독역(湯村開運鹽河,雨中督役)」을 현대 한국어로 번역하고 분석 및 설명을 덧붙이겠습니다. 이 시는 탕촌(湯村)에서 염하(鹽河, 소금 운반을 위한 강)를 개통하는 공사를 비 오는 날 감독하면서 지은 시입니다. 당시 소식은 관리로서 염전 사업을 감독하는 책임을 맡고 있었지만, 본래 자유로운 성향이었기에 관직 생활에 대한 회의감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이 시는 이러한 상황과 심정을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현대 한국어 번역:

관직에 있으면서도 일을 맡지 못하니, 한가롭게 지내는 것이 사마상여(司馬相如)를 부러워하네. 어찌 돌아가지 않으랴, 머물러 있는 것이 도연명(陶淵明)에게 부끄럽네. 염전 일은 매우 급하니, 누가 농사일을 돌보겠는가. 둥둥거리는 새벽 북소리가 울리고, 수많은 사람들이 도랑과 구덩이에 늘어서 있네. 하늘에서 비가 내려 관청의 일을 도우니, 눈물처럼 옷깃을 적시네. 사람들은 오리와 돼지 같아, 진흙탕에 뛰어들어 서로 물을 튀기며 놀라네. 말에서 내려 황량한 둑 위에 서니, 사방을 둘러봐도 온통 호수뿐이네. 길이 발 디딜 틈조차 없으니, 또 소와 양과 다투네.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이 비록 천하고 욕되는 일일지라도, 어찌 진흙 속을 걷는 것보다 못하겠는가. 고향 친구들에게 전하노니, 부디 나물국을 싫어하지 마시오.

분석 및 설명:

이 시는 비 오는 날 염전 공사 현장의 모습과 함께, 관리로서의 고뇌와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담고 있습니다.

  • 관직 생활에 대한 회의 (1-2구): 관직에 있지만 제대로 된 일을 하지 못하고 한가롭게 지내는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며, 자유로운 삶을 살았던 사마상여를 부러워하고, 고향으로 돌아가 은거했던 도연명에게 부끄러움을 느낍니다. "관직에 있으면서도 일을 맡지 못하니, 한가롭게 지내는 것이 사마상여를 부러워하네(居官不任事。蕭散羨長卿)"라는 구절은 관직 생활에 대한 불만과 염증을 드러냅니다. "어찌 돌아가지 않으랴, 머물러 있는 것이 도연명에게 부끄럽네(胡不歸去來。滯留愧淵明)"라는 구절은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을 강하게 표현합니다.
  • 고된 노동 현장 (3-6구): 염전 공사 현장의 고된 모습을 생생하게 묘사합니다. "염전 일은 매우 급하니, 누가 농사일을 돌보겠는가(鹽事星火急。誰能卹農耕)"라는 구절은 국가의 염전 사업이 얼마나 중요하게 여겨졌는지 보여줍니다. 새벽부터 울리는 북소리와 진흙탕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고된 노동 현장의 실상을 드러냅니다. 특히, "사람들은 오리와 돼지 같아, 진흙탕에 뛰어들어 서로 물을 튀기며 놀라네(人如鴨與猪。投泥相濺驚)"라는 구절은 힘든 노동에 지친 사람들의 모습을 동물에 비유하여 표현함으로써, 안타까움을 더합니다.
  • 험난한 환경 (7-8구): 비 때문에 더욱 험난해진 주변 환경을 묘사합니다. "말에서 내려 황량한 둑 위에 서니, 사방을 둘러봐도 온통 호수뿐이네(下馬荒堤上。四顧但湖泓)"라는 구절은 비로 인해 주변이 온통 물에 잠긴 상황을 보여줍니다. "길이 발 디딜 틈조차 없으니, 또 소와 양과 다투네(線路不容足。又與牛羊爭)"라는 구절은 험난한 환경 속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어려움을 더욱 부각합니다.
  • 귀향의 의지 (9-10구):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을 다시 한번 강조합니다.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이 비록 천하고 욕되는 일일지라도, 어찌 진흙 속을 걷는 것보다 못하겠는가(歸田雖賤辱。豈失泥中行)"라는 구절은 관직에 연연하지 않고 고향으로 돌아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줍니다. 현재의 고된 상황을 '진흙 속을 걷는 것'에 비유하여,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이 비록 힘들더라도 현재의 상황보다는 나을 것이라는 생각을 표현합니다.
  • 고향 친구들에게 전하는 말 (11구): 고향 친구들에게 자신의 선택을 이해해 달라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고향 친구들에게 전하노니, 부디 나물국을 싫어하지 마시오(寄語故山友。慎毋厭藜羹)"라는 구절은 고향으로 돌아가 가난하게 살더라도 소박한 음식을 함께하며 즐겁게 지내고 싶다는 마음을 나타냅니다. '나물국(藜羹)'은 가난한 생활을 상징하는 음식입니다.

추가 설명:

  • 배경: 소식은 정치적인 이유로 여러 차례 좌천되었는데, 이 시는 그러한 상황 속에서 지방 관직을 맡아 염전 사업을 감독하면서 지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 대조적인 묘사: 화려한 관직 생활과 고된 노동 현장, 그리고 고향의 소박한 삶을 대조적으로 묘사하여 시의 주제를 부각하고 있습니다.
  • 소식 시의 특징: 솔직하고 거침없는 감정 표현, 현실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 그리고 고향에 대한 그리움 등 소식 시의 특징이 잘 나타나 있습니다.

이 시를 통해 우리는 소식이 관리로서 겪었던 고뇌와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특히, 고된 노동 현장을 묘사한 부분과 고향 친구들에게 전하는 마지막 구절은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소식(蘇軾)의 동파집(東坡集)에 실린 「시일숙수륙사 기북산청순승이수(是日宿水陸寺,寄北山清順僧二首)」를 현대 한국어로 번역하고 분석 및 설명을 덧붙이겠습니다. 이 시는 어느 날 수륙사(水陸寺)에서 묵으며 북산(北山)의 청순(清順) 스님에게 보낸 두 수의 시입니다. 수륙재(水陸齋)를 지내는 절인 수륙사에서 묵으며, 북산에 있는 청순 스님에게 자신의 심경과 수륙사의 풍경을 전하고 있습니다.

제1수 현대 한국어 번역:

풀은 강둑에 덮이고 비는 마을을 어둡게 하네. 절은 무성한 대숲에 숨어 문을 알 수 없네. 땔나무 주워 약을 달여 스님의 병을 가엾이 여기고, 땅을 쓸고 향을 피워 나그네의 혼을 깨끗이 하네. 농사일은 아직 끝나지 않아 소설(小雪)을 침범하고, 부처님의 등불이 처음 켜져 황혼을 알리네. 근래 점점 한적한 곳에 사는 맛을 알게 되어, 고상한 사람과 마주 앉아 도를 논하고 싶네.

제1수 분석 및 설명:

이 시는 수륙사의 주변 풍경과 그곳에서 느낀 감회를 묘사하고 있습니다.

  • 어두운 풍경 (1-2구): 비 내리는 어두운 날씨와 대숲에 가려진 절의 모습을 묘사합니다. "풀은 강둑에 덮이고 비는 마을을 어둡게 하네(草沒河堤雨暗村)"라는 구절은 어둡고 습한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전달합니다. "절은 무성한 대숲에 숨어 문을 알 수 없네(寺藏脩竹不知門)"라는 구절은 절의 고요하고 은밀한 분위기를 나타냅니다.
  • 절에서의 일상 (3-4구): 절에서 스님을 돌보고 향을 피우는 일상을 묘사합니다. "땔나무 주워 약을 달여 스님의 병을 가엾이 여기고(拾薪煑藥憐僧病)"라는 구절은 스님에 대한 따뜻한 마음을 보여줍니다. "땅을 쓸고 향을 피워 나그네의 혼을 깨끗이 하네(掃地燒香淨客魂)"라는 구절은 절의 정갈한 분위기와 심신을 정화하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 늦은 계절과 저녁 풍경 (5-6구): 소설이 지난 늦은 계절과 저녁 풍경을 묘사합니다. "농사일은 아직 끝나지 않아 소설(小雪)을 침범하고(農事未休侵小雪)"라는 구절은 농촌의 바쁜 일상을 보여주는 동시에, 계절이 이미 겨울에 접어들었음을 나타냅니다. "부처님의 등불이 처음 켜져 황혼을 알리네(佛燈初上報黃昏)"라는 구절은 저녁이 되어 절에 등불이 켜지는 모습을 묘사하며, 고요하고 평화로운 분위기를 조성합니다.
  • 한적한 삶에 대한 깨달음 (7-8구): 한적한 삶의 의미를 깨닫고 고상한 사람과 도를 논하고 싶어 하는 마음을 표현합니다. "근래 점점 한적한 곳에 사는 맛을 알게 되어(年來漸識幽居味)"라는 구절은 소식이 점차 자연 속에서 은거하는 삶에 매력을 느끼게 되었음을 보여줍니다. "고상한 사람과 마주 앉아 도를 논하고 싶네(思與高人對榻論)"라는 구절은 정신적인 교류를 갈망하는 마음을 나타냅니다.

제2수 현대 한국어 번역:

오래도록 종과 북소리가 호수와 산을 시끄럽게 하는 것을 싫어했는데, 이 고요한 경치는 오히려 자연스럽네. 구걸하여 마을을 도는 것은 진정 배를 채우기 위함이고, 말없이 손님을 대하는 것은 본래 선(禪)이 아니네. 덤불을 헤치고 길을 찾아 진흙 속으로 들어가, 발을 씻고 문을 닫고 비 소리를 들으며 잠이 드네. 멀리 뒷날 가도(賈島)처럼 가난하게 시를 지을 모습을 상상하니, 차가운 밤에 응당 어깨를 움츠리며 시를 지으리라.

제2수 분석 및 설명:

이 시는 수륙사에서의 하룻밤을 보내며 느낀 생각과 앞으로의 삶에 대한 상상을 담고 있습니다.

  • 고요한 경치 (1-2구): 시끄러운 속세와 대비되는 절의 고요한 경치를 예찬합니다. "오래도록 종과 북소리가 호수와 산을 시끄럽게 하는 것을 싫어했는데(長嫌鍾鼓聒湖山)"라는 구절은 소식이 속세의 번잡함을 싫어했음을 보여줍니다. "이 고요한 경치는 오히려 자연스럽네(此境蕭條却自然)"라는 구절은 절의 고요함이 인위적인 것이 아닌 자연스러운 것임을 강조합니다.
  • 절 생활의 현실 (3-4구): 절 생활의 현실적인 측면을 솔직하게 이야기합니다. "구걸하여 마을을 도는 것은 진정 배를 채우기 위함이고(乞食遶村真為飽)"라는 구절은 승려의 탁발 행위가 단순히 수행의 일환이 아닌 생계 유지의 수단이기도 함을 보여줍니다. "말없이 손님을 대하는 것은 본래 선(禪)이 아니네(無言對客本非禪)"라는 구절은 형식적인 선 수행보다는 진솔한 삶의 태도가 더 중요함을 암시합니다.
  • 소박한 하룻밤 (5-6구): 덤불을 헤치고 진흙길을 걸어 절에 돌아와 잠자리에 드는 소박한 모습을 묘사합니다. "덤불을 헤치고 길을 찾아 진흙 속으로 들어가(披榛覔路衝泥入)"라는 구절은 힘든 여정을 보여주는 동시에,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소박한 삶의 모습을 나타냅니다. "발을 씻고 문을 닫고 비 소리를 들으며 잠이 드네(洗足關門聽雨眠)"라는 구절은 평화로운 밤의 정경을 보여줍니다.
  • 미래에 대한 상상 (7-8구): 미래에 가도처럼 가난하게 시를 지을 자신의 모습을 상상합니다. "멀리 뒷날 가도(賈島)처럼 가난하게 시를 지을 모습을 상상하니(遙想後身窮賈島)"라는 구절은 가난하지만 시에 대한 열정을 불태웠던 가도를 존경하는 마음을 보여줍니다. "차가운 밤에 응당 어깨를 움츠리며 시를 지으리라(夜寒應聳作詩肩)"라는 구절은 가난 속에서도 시를 쓰고자 하는 강한 의지를 표현합니다.

두 수 종합 분석:

두 수의 시는 수륙사에서의 하룻밤을 보내며 느낀 소식의 생각과 감정을 보여줍니다. 제1수에서는 수륙사의 풍경과 스님에 대한 따뜻한 마음, 그리고 한적한 삶에 대한 깨달음을 이야기하고, 제2수에서는 절 생활의 현실적인 측면과 앞으로의 삶에 대한 상상을 이야기합니다. 두 시는 서로 연결되어 소식의 내면세계를 더욱 심도 있게 보여줍니다.

추가 설명:

  • 배경: 소식은 정치적인 이유로 여러 차례 좌천되었는데, 이 시는 그러한 상황 속에서 지방의 절에 머물면서 지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 자연과 인간의 조화: 자연 풍경과 인간의 삶을 조화롭게 묘사하여 시의 주제를 부각하고 있습니다.
  • 소식 시의 특징: 솔직하고 담백한 표현, 자연에 대한 깊은 애정, 그리고 자신의 내면세계를 솔직하게 드러내는 점 등 소식 시의 특징이 잘 나타나 있습니다. 특히, 가도에 자신을 비유한 마지막 구절은 시에 대한 그의 열정을 보여주는 인상적인 부분입니다.

이 두 편의 시를 통해 우리는 소식이 자연 속에서 느끼는 평화로움과 동시에 현실에 대한 고뇌, 그리고 시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엿볼 수 있습니다.

 

소식(蘇軾)의 동파집(東坡集)에 실린 「객위가매(客位假寐)」를 현대 한국어로 번역하고 분석 및 설명을 덧붙이겠습니다. 이 시는 손님의 자리에서 잠깐 졸고 있는 상황을 묘사한 시입니다. 당시 소식의 상황이나 심경을 엿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현대 한국어 번역:

들어가 뵙고 떠나지 못하니, 멍하니 앉아 마른 나무와 같네. 어찌 주인만 손님을 잊겠는가, 지금 나 또한 나 자신을 잊었네. 동료들은 일을 이해하지 못하니, 성난 기색이 수염에 드러나네. 비록 생명의 위협은 없지만, 또한 잠시나마 참아야 하네.

분석 및 설명:

이 시는 겉으로는 손님의 자리에서 잠깐 조는 모습을 묘사하고 있지만, 내면적으로는 답답하고 지루한 상황에 처한 화자의 심정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 (1-2구): 어떤 이유에서인지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멍하니 앉아 있는 상황을 묘사합니다. "들어가 뵙고 떠나지 못하니, 멍하니 앉아 마른 나무와 같네(謁入不得去。兀坐如枯株)"라는 구절은 꼼짝없이 갇힌 듯한 화자의 답답한 심정을 효과적으로 전달합니다. '마른 나무(枯株)'라는 비유는 움직임 없이 굳어 있는 화자의 모습을 강조합니다. '알입(謁入)'은 윗사람을 뵙는 것을 의미하는데, 아마도 어떤 모임이나 공식적인 자리에서 꼼짝 못하고 앉아 있는 상황으로 추정됩니다.
  • 자신을 잊은 상태 (3-4구): 지루하고 답답한 상황이 너무 심해 자신조차 잊어버린 상태를 표현합니다. "어찌 주인만 손님을 잊겠는가, 지금 나 또한 나 자신을 잊었네(豈惟主忘客。今我亦忘吾)"라는 구절은 상황의 지루함과 무료함을 극적으로 보여줍니다.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멍한 상태를 나타냅니다.
  • 주변 사람들과의 갈등 (5-6구): 주변 동료들과의 갈등을 암시합니다. "동료들은 일을 이해하지 못하니, 성난 기색이 수염에 드러나네(同僚不解事。慍色見髯蘇)"라는 구절은 주변 사람들이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 화자가 답답해하고 있음을 나타냅니다. '성난 기색이 수염에 드러나네(慍色見髯蘇)'라는 표현은 화자의 불만과 짜증이 외부로 드러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염소(髯蘇)'는 소식 자신의 수염을 가리키는 것으로, 자신의 감정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나고 있음을 재치있게 표현한 것입니다.
  • 인내의 필요성 (7구): 비록 불만스럽고 답답하지만, 상황을 참아내야 함을 나타냅니다. "비록 생명의 위협은 없지만, 또한 잠시나마 참아야 하네(雖無性命憂。且復忍須臾)"라는 구절은 현재 상황이 심각한 위기는 아니지만, 불편하고 불쾌한 상황임을 암시합니다. '잠시나마 참아야 하네(且復忍須臾)'라는 표현은 상황이 곧 끝날 것이라는 희망을 내포하고 있을 수도 있지만, 어쨌든 현재 상황을 감내해야 한다는 의지를 보여줍니다.

추가 설명:

  • 배경: 이 시가 쓰인 구체적인 상황은 명확하지 않지만, 소식이 관직 생활을 하면서 겪었던 답답함과 고충을 나타내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 간결한 표현: 짧은 시이지만, 상황과 감정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소식 시의 특징: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고 재치 있게 표현하는 소식 시의 특징을 이 시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특히, 자신의 수염을 언급하며 감정을 드러내는 부분은 소식 시의 유머 감각을 보여주는 좋은 예입니다.

이 짧은 시를 통해 우리는 소식이 겪었던 답답하고 지루한 상황, 주변 사람들과의 갈등, 그리고 그 상황을 참아내야 하는 심정을 엿볼 수 있습니다. 특히, '마른 나무'에 자신을 비유하거나, 자신의 수염을 언급하며 감정을 드러내는 표현은 인상적입니다.

 

소식(蘇軾)의 동파집(東坡集)에 실린 「염관부역 희정동사 겸기술고(鹽官部役戲呈同事兼寄述古)」를 현대 한국어로 번역하고 분석 및 설명을 덧붙이겠습니다. 이 시는 염관(鹽官)에서 부역(部役)을 하면서 동료들에게 농담 삼아 보여주고, 동시에 술고(述古)에게 부치는 시입니다. 당시 소식은 염전 관리 업무를 맡고 있었는데, 고된 부역 생활의 어려움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해학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현대 한국어 번역:

새 달이 물을 비추니 물이 얼려고 하고, 밤 서리가 집을 뚫으니 옷에 얼음이 생기네. 들판의 초가집은 반쯤 소와 양과 함께하고, 새벽 북소리는 까마귀와 까치와 함께 일어나네. 밤새 신발은 닳아 해지고 가죽옷은 솔기가 터졌으니, 붉은 뺨과 굽은 눈썹은 응당 꿈속으로 들어가리라. 많은 사람들이 들판에 있으니 입이 숲과 같으니, 어찌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없겠는가만 비웃음을 두려워하네. 우리 고을의 어진 장수(將)는 사람들의 고생을 아는지라, 이미 백주(白酒)를 빚고 돼지 새끼를 사 놓았네. 추위를 견디며 노력하면 돌아가는 길이 멀지 않으니, 두 발이 얼어 굳었더라도 공(公)은 부드러워야 하네.

분석 및 설명:

이 시는 혹독한 환경 속에서 부역에 시달리는 상황을 해학적으로 묘사하면서,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관리의 따뜻한 배려를 함께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 혹독한 환경 (1-4구): 추운 날씨와 열악한 환경을 묘사합니다. "새 달이 물을 비추니 물이 얼려고 하고, 밤 서리가 집을 뚫으니 옷에 얼음이 생기네(新月照水水欲冰。夜霜穿屋衣生稜)"라는 구절은 매우 추운 날씨를 생생하게 전달합니다. "들판의 초가집은 반쯤 소와 양과 함께하고, 새벽 북소리는 까마귀와 까치와 함께 일어나네(野廬半與牛羊共。曉鼓却隨鴉鵲興)"라는 구절은 허름한 숙소와 이른 새벽부터 시작되는 고된 일상을 보여줍니다.
  • 고된 노동 (5-6구): 밤새도록 이어진 고된 노동으로 인해 신발이 해지고 옷이 터진 상황을 묘사합니다. "밤새 신발은 닳아 해지고 가죽옷은 솔기가 터졌으니, 붉은 뺨과 굽은 눈썹은 응당 꿈속으로 들어가리라(夜來履破裘穿縫。紅頰曲眉應入夢)"라는 구절은 피곤에 지쳐 잠든 사람들의 모습을 묘사하며, 고된 노동의 실상을 드러냅니다. '붉은 뺨과 굽은 눈썹(紅頰曲眉)'은 피곤한 얼굴을 묘사하는 표현입니다.
  •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두려움 (7-8구): 많은 사람들이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지만, 현실적인 어려움 때문에 망설이는 상황을 이야기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들판에 있으니 입이 숲과 같으니, 어찌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없겠는가만 비웃음을 두려워하네(千夫在野口如林。豈不懷歸畏嘲弄)"라는 구절은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동시에, 돌아가지 못하는 상황에 대한 안타까움을 보여줍니다. '입이 숲과 같으니(口如林)'라는 표현은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의 이야기를 하고 있음을 나타내며,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는 이유가 다양함을 암시합니다. '비웃음을 두려워하네(畏嘲弄)'라는 구절은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사람들의 비웃음 때문임을 나타냅니다. 아마도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하고 돌아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 관리의 배려와 격려 (9-12구): 고을의 어진 장수가 부역자들의 고생을 알고 술과 음식을 준비해 놓았다는 소식을 전하며, 조금만 더 힘내면 고향에 돌아갈 수 있다고 격려합니다. "우리 고을의 어진 장수(將)는 사람들의 고생을 아는지라, 이미 백주(白酒)를 빚고 돼지 새끼를 사 놓았네(我州賢將知人勞。已釀白酒買豚羔)"라는 구절은 관리의 따뜻한 배려를 보여줍니다. "추위를 견디며 노력하면 돌아가는 길이 멀지 않으니, 두 발이 얼어 굳었더라도 공(公)은 부드러워야 하네(耐寒努力歸不遠。兩脚凍硬公須軟)"라는 구절은 희망을 잃지 않고 조금만 더 노력하면 고향에 돌아갈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여기서 '공(公)'은 관리 자신을 가리키는 것으로, 부역자들에게 따뜻하게 대해야 함을 강조하는 표현입니다.

추가 설명:

  • 배경: 소식은 여러 지방의 관직을 거쳤는데, 이 시는 염전 관리 업무를 맡고 있던 시기에 지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당시 염전 사업은 국가의 중요한 사업 중 하나였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동원되어 고된 노동을 해야 했습니다.
  • 해학적인 표현: 고된 상황을 심각하게 묘사하기보다는 해학적인 표현을 사용하여 시의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고 있습니다.
  • 소식 시의 특징: 현실적인 상황을 솔직하게 묘사하면서도,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소식 시의 특징을 이 시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시를 통해 우리는 소식이 염전 부역 현장에서 겪었던 어려움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엿볼 수 있습니다. 특히, 추운 날씨와 고된 노동을 묘사한 부분, 그리고 관리의 따뜻한 배려를 이야기하는 부분은 인상적입니다. 또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고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소식의 인간적인 면모를 엿볼 수 있습니다.

 

소식(蘇軾)의 동파집(東坡集)에 실린 「주수창낭중소부지모소재 자혈사경 구지오십년 거세득지촉중 이시하지(朱壽昌郎中少不知母所在,刺血寫經,求之五十年,去歲得之蜀中,以詩賀之)」를 현대 한국어로 번역하고 분석 및 설명을 덧붙이겠습니다. 이 시는 주수창(朱壽昌) 낭중(郎中)이 어릴 적 어머니의 행방을 알지 못하여 손가락 피로 경전을 쓰고 50년간 찾아 헤맨 끝에 작년에 촉(蜀) 땅에서 어머니를 만난 것을 축하하는 시입니다. 소식은 주수창의 효심과 극적인 상봉을 찬양하며, 자신의 감회를 함께 담아내고 있습니다.

현대 한국어 번역:

아아, 그대는 일곱 살에 이미 어머니를 그리워할 줄 알았으니, 장성하여 마음이 더욱 고통스러웠음을 가엾이 여기네. 늙어서야 비로소 서로 만났으니 부럽고, 기쁨이 극에 달해 말없이 눈물만 비 오듯 하네. 흰 옷 입고 삼공(三公)이 되는 것도 부러워하지 않고, 대낮에 푸른 하늘에 오르는 것도 사랑하지 않네. 그대가 오십에 색동옷을 입은 것을 사랑하니, 아이의 울음이 마침내 그 해의 소원을 갚았네. 용을 삶아 구이를 만들고 옥으로 술을 빚으니, 하얀 머리털이 처음 돋아나 천만 년의 수를 누리소서. 금빛 꽃이 수놓인 조서(詔書)는 비단 주머니에 담기고, 흰 등나무 어깨 가마에는 주름진 수놓은 휘장이 드리워졌네. 그대의 이별과 만남에 나의 마음도 시리고 아프니, 이러한 일은 지금에는 없고 옛날에도 혹 들었을 뿐이네. 장릉(長陵)에서 와서 큰 누이를 보니, 중유(仲孺)가 장군을 만날 줄 어찌 뜻하였으랴. 개황(開皇) 연간에 애써 빈 기록만 뒤적였으나, 건중(建中) 천자는 끝내 만나지 못했네. 서하(西河) 태수를 누가 다시 비웃으랴, 영곡(潁谷)에 봉해진 사람은 스스로 천거하기를 부끄러워하네.

분석 및 설명:

이 시는 주수창의 효심과 극적인 상봉을 축하하는 내용과 함께, 역사 속 고사를 인용하여 자신의 감회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 주수창의 효심과 상봉 (1-4구): 주수창의 어린 시절부터 이어진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극적인 상봉의 감격을 묘사합니다. "아아, 그대는 일곱 살에 이미 어머니를 그리워할 줄 알았으니, 장성하여 마음이 더욱 고통스러웠음을 가엾이 여기네(嗟君七歲知念母。憐君壯大心愈苦)"라는 구절은 어린 나이부터 어머니를 그리워했던 주수창의 효심을 강조합니다. "늙어서야 비로소 서로 만났으니 부럽고, 기쁨이 극에 달해 말없이 눈물만 비 오듯 하네(羨君臨老得相逢。喜極無言淚如雨)"라는 구절은 오랜 기다림 끝에 어머니를 만난 주수창의 감격을 생생하게 전달합니다.
  • 상봉의 의미 강조 (5-6구): 주수창의 상봉이 세상의 부귀영화보다 더 가치 있는 일임을 강조합니다. "흰 옷 입고 삼공(三公)이 되는 것도 부러워하지 않고, 대낮에 푸른 하늘에 오르는 것도 사랑하지 않네(不羨白衣作三公。不愛白日昇青天)"라는 구절은 최고의 관직과 출세보다 어머니와의 만남이 더 소중함을 나타냅니다. "그대가 오십에 색동옷을 입은 것을 사랑하니, 아이의 울음이 마침내 그 해의 소원을 갚았네(愛君五十著綵服。兒啼却得償當年)"라는 구절은 늙어서 어머니를 만난 기쁨을 어린아이가 부모를 만난 기쁨에 비유하여 표현합니다. 색동옷은 어린아이가 입는 옷으로, 늙어서 어머니를 만난 기쁨을 동심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 축복과 기원 (7-8구): 주수창의 장수와 행복을 기원합니다. "용을 삶아 구이를 만들고 옥으로 술을 빚으니, 하얀 머리털이 처음 돋아나 천만 년의 수를 누리소서(烹龍為炙玉為酒。鶴髮初生千萬壽)"라는 구절은 최고의 음식과 술을 비유하여 주수창의 행복을 기원하는 표현입니다. "금빛 꽃이 수놓인 조서(詔書)는 비단 주머니에 담기고, 흰 등나무 어깨 가마에는 주름진 수놓은 휘장이 드리워졌네(金花詔書錦作囊。白藤肩輿簾蹙繡)"라는 구절은 높은 지위와 영화를 상징하는 물건들을 나열하여 주수창의 앞날을 축복합니다.
  • 자신의 감회와 역사적 고사 인용 (9-14구): 주수창의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감회를 표현하고, 역사 속 고사를 인용하여 자신의 상황을 비추어봅니다. "그대의 이별과 만남에 나의 마음도 시리고 아프니, 이러한 일은 지금에는 없고 옛날에도 혹 들었을 뿐이네(感君離合我酸辛。此事今無古或聞)"라는 구절은 주수창의 이야기에 깊이 공감하는 화자의 마음을 나타냅니다. 이후에는 여러 고사를 인용하는데, 이는 주수창의 극적인 상봉과는 달리 자신의 상황은 그렇지 못함을 암시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장릉의 이야기, 중유의 이야기, 개황 연간의 이야기, 건중 천자의 이야기 등은 모두 부모나 임금을 만나지 못한 슬픈 사연을 담고 있습니다. 이러한 고사를 인용함으로써, 주수창의 이야기가 얼마나 특별하고 감동적인 일인지를 더욱 부각하는 효과를 낳습니다. 특히 마지막 두 구절 "서하 태수를 누가 다시 비웃으랴, 영곡에 봉해진 사람은 스스로 천거하기를 부끄러워하네(西河郡守誰復譏。潁谷封人羞自薦)"는 한나라 때 현명한 관리였지만 불우한 삶을 살았던 인물들을 언급하며, 자신 또한 그러한 처지에 놓여 있음을 암시하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추가 설명:

  • 배경: 주수창은 실제로 효성이 지극했던 인물로, 오랜 기간 어머니를 찾아 헤맨 끝에 만났다고 합니다. 소식은 이러한 그의 이야기를 듣고 감동하여 이 시를 지었습니다.
  • 고사 인용: 역사 속 고사를 적절하게 인용하여 시의 의미를 풍부하게 하고 있습니다.
  • 소식 시의 특징: 감동적인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감회를 드러내는 소식 시의 특징을 이 시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시를 통해 우리는 주수창의 지극한 효심과 극적인 상봉의 감동을 느낄 수 있으며, 동시에 이러한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처지를 돌아보는 소식의 모습을 엿볼 수 있습니다. 특히, 여러 고사를 인용하여 자신의 감정을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부분은 인상적입니다.

 

소식(蘇軾)의 동파집(東坡集)에 실린 「장지호주희증신로(將之湖州戲贈莘老)」를 현대 한국어로 번역하고 분석 및 설명을 덧붙이겠습니다. 이 시는 호주(湖州)로 떠나면서 신로(莘老)에게 농담 삼아 지어 준 시입니다. 호주는 아름다운 풍경으로 유명한 곳으로, 소식은 호주의 풍경과 음식을 묘사하며 신로에게 부러움을 유발하고, 자신의 심경을 해학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현대 한국어 번역:

여항(餘杭)은 본래 산수(山水)의 명승지이지만, 오래전부터 오흥(吳興, 호주의 옛 이름)이 더욱 맑고 빼어나다고 들었네. 호수 안의 귤 숲에는 새로 서리가 내리고, 시냇가의 조화(苕花)는 눈처럼 피어 있네. 고저(顧渚)의 차싹은 치아보다 희고, 매계(梅溪)의 모과(木瓜)는 뺨보다 붉네. 오나라 아이들의 회는 실처럼 가늘어 날아갈 듯하니, 아직 가지 않았지만 벌써 군침이 도네. 또한 사안(謝安) 공이 고을에 온 지 오래되었음을 아나니, 목민관(牧民官)이 봄을 찾는 것이 늦다고 응당 이상하게 여기리라. 귀밑머리는 오로지 선(禪)의 평상(平床)을 마주하기에 좋으니, 호숫가 정자에서 수희(水嬉)를 벌일 필요는 없네.

분석 및 설명:

이 시는 호주의 아름다운 풍경과 풍성한 먹거리를 묘사하며 신로를 부러워하는 척하면서, 실제로는 관직 생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해학적으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 호주의 아름다운 풍경 (1-4구): 호주의 빼어난 자연경관과 특산물을 묘사합니다. "여항(餘杭)은 본래 산수(山水)의 명승지이지만, 오래전부터 오흥(吳興, 호주의 옛 이름)이 더욱 맑고 빼어나다고 들었네(餘杭自是山水窟。久聞吳興更清絕)"라는 구절은 호주가 얼마나 아름다운 곳인지 강조하며, 신로에 대한 부러움을 표현하는 서두입니다. "호수 안의 귤 숲에는 새로 서리가 내리고, 시냇가의 조화(苕花)는 눈처럼 피어 있네(湖中橘林新著霜。溪上苕花正浮雪)"라는 구절은 호주의 가을 풍경을 생생하게 묘사합니다. "고저(顧渚)의 차싹은 치아보다 희고, 매계(梅溪)의 모과(木瓜)는 뺨보다 붉네(顧渚茶牙白於齒。梅溪木瓜紅勝頰)"라는 구절은 호주의 유명한 차와 모과를 언급하며, 풍성한 먹거리를 자랑합니다.
  • 호주의 맛있는 음식 (5-6구): 호주의 특산물인 회를 언급하며 군침을 흘리는 모습을 묘사합니다. "오나라 아이들의 회는 실처럼 가늘어 날아갈 듯하니, 아직 가지 않았지만 벌써 군침이 도네(吳兒鱠縷薄欲飛。未去先說饞涎垂)"라는 구절은 호주의 음식이 얼마나 맛있는지 강조하며, 신로에 대한 부러움을 더욱 심화시키는 부분입니다.
  • 관직 생활에 대한 해학적인 표현 (7-8구): 동진(東晉)의 명신(名臣)인 사안(謝安)의 고사를 인용하여 자신의 관직 생활을 해학적으로 표현합니다. "또한 사안(謝安) 공이 고을에 온 지 오래되었음을 아나니, 목민관(牧民官)이 봄을 찾는 것이 늦다고 응당 이상하게 여기리라(亦知謝公到郡久。應怪杠牧尋春遲)"라는 구절은 사안이 오흥 태수로 부임하여 백성들을 잘 다스린 고사를 언급하며, 자신은 봄을 즐기러 가는 것이 늦었다고 농담하는 것처럼 표현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관직 생활에 얽매여 자유롭게 자연을 즐기지 못하는 자신의 처지를 해학적으로 드러내는 부분입니다. '목민관(牧民官)'은 백성을 다스리는 관리를 의미하며, '봄을 찾는다(尋春)'는 것은 자연을 즐기는 것을 의미합니다.
  • 은퇴 후의 삶에 대한 암시 (9구): 마지막 구절에서 귀밑머리가 선의 평상을 마주하기에 좋다고 언급하며, 은퇴 후의 삶을 암시합니다. "귀밑머리는 오로지 선(禪)의 평상(平床)을 마주하기에 좋으니, 호숫가 정자에서 수희(水嬉)를 벌일 필요는 없네(鬢絲只好對禪榻。湖亭不用張水嬉)"라는 구절은 관직에서 물러나 조용히 자연을 벗하며 살고 싶은 자신의 마음을 표현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수희(水嬉)'는 물놀이를 의미하며, 화려한 유흥보다는 조용한 삶을 추구하는 화자의 가치관을 보여줍니다.

추가 설명:

  • 배경: 소식은 여러 지방의 관직을 거쳤는데, 이 시는 호주로 부임하기 전에 지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 해학적인 표현: 신로를 부러워하는 척하면서 실제로는 자신의 생각을 해학적으로 드러내는 것이 이 시의 특징입니다.
  • 고사 인용: 사안의 고사를 적절하게 인용하여 시의 의미를 풍부하게 하고 있습니다.
  • 소식 시의 특징: 자연에 대한 애정과 현실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동시에 드러내는 소식 시의 특징을 이 시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시를 통해 우리는 호주의 아름다운 풍경과 풍성한 먹거리에 대한 묘사와 함께, 관직 생활에 대한 소식의 생각과 은퇴 후의 삶에 대한 소망을 엿볼 수 있습니다. 특히, 사안의 고사를 인용하여 자신의 상황을 해학적으로 표현하는 부분과 마지막 구절에서 은퇴 후의 삶을 암시하는 부분은 인상적입니다.

 

소식(蘇軾)의 동파집(東坡集)에 실린 「아종맥행(鴉種麥行)」을 현대 한국어로 번역하고 분석 및 설명을 덧붙이겠습니다. 이 시는 까마귀가 밀을 심는 모습을 묘사한 시입니다. 표면적으로는 까마귀의 행동을 관찰하여 묘사하고 있지만, 이면에는 농민의 고된 삶과 현실의 부조리함을 풍자적으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현대 한국어 번역:

서리 내린 숲의 늙은 까마귀는 한가로이 할 일 없이, 밭 동쪽에서 밀을 줍고 밭 서쪽에 심네. 밭 서쪽에는 심은 것이 푸르게 무성하지만, 밭 동쪽은 이미 소의 털처럼 희미해졌네. 내년에 밀이 익어 芒(망, 까끄라기)이 창처럼 빽빽해지면, 농부는 먹기도 전에 까마귀가 먼저 쪼아 먹겠네. 천천히 걷다가 몸을 숙였다가 하는 모습이 마치 스스로 뽐내는 듯하고, 날개를 치며 뛰어다니다가 소의 뿔에 오르네. 옛날 순(舜) 임금이 역산(歷山)에서 밭을 갈 때 새들이 밭을 매 주었다고 하는데, 지금 늙은 까마귀가 밀을 심으니 더욱 부지런하네. 농부가 그물을 쳐서 절하니 까마귀는 날아오르고, 권농사자(勸農使者)가 와서 물을 대네.

분석 및 설명:

이 시는 까마귀의 행동을 통해 농민의 고된 삶과 현실의 부조리함을 풍자적으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 까마귀의 이상한 행동 (1-4구): 까마귀가 밀을 줍고 심는 이상한 행동을 묘사합니다. "서리 내린 숲의 늙은 까마귀는 한가로이 할 일 없이, 밭 동쪽에서 밀을 줍고 밭 서쪽에 심네(霜林老鴉閑無用。畦東拾麥畦西種)"라는 구절은 까마귀가 마치 농부처럼 밀을 심는 모습을 보여주며, 비현실적인 상황을 제시합니다. "밭 서쪽에는 심은 것이 푸르게 무성하지만, 밭 동쪽은 이미 소의 털처럼 희미해졌네(畦西種得青猗猗。畦東已作牛毛稀)"라는 구절은 까마귀가 제대로 농사를 짓지 못함을 보여줍니다. "내년에 밀이 익어 芒(망, 까끄라기)이 창처럼 빽빽해지면, 농부는 먹기도 전에 까마귀가 먼저 쪼아 먹겠네(明年麥熟芒攢槊。農夫未食鴉先啄)"라는 구절은 농부의 수고가 헛될 것임을 암시합니다.
  • 까마귀의 우쭐대는 모습 (5-6구): 까마귀가 마치 자신의 행동을 자랑하는 듯한 모습을 묘사합니다. "천천히 걷다가 몸을 숙였다가 하는 모습이 마치 스스로 뽐내는 듯하고, 날개를 치며 뛰어다니다가 소의 뿔에 오르네(徐行俛仰若自矜。鼓翅跳踉上牛角)"라는 구절은 까마귀의 우쭐대는 모습을 의인화하여 표현함으로써, 풍자적인 효과를 더합니다.
  • 역사적 고사 인용과 현실 풍자 (7-8구): 순 임금의 고사를 인용하여 현실을 풍자합니다. "옛날 순(舜) 임금이 역산(歷山)에서 밭을 갈 때 새들이 밭을 매 주었다고 하는데, 지금 늙은 까마귀가 밀을 심으니 더욱 부지런하네(憶昔舜耕厯山鳥為耘。如今老鴉種麥更辛懃)"라는 구절은 고대의 성군(聖君)인 순 임금이 농사를 지을 때 새들이 도와주었다는 고사를 언급하며, 현재는 까마귀가 농사를 짓는 것처럼 엉뚱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음을 풍자합니다. 이는 농민의 고생은 외면받고 오히려 까마귀 같은 존재가 득세하는 현실을 비판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 부조리한 현실 (9-10구): 농부가 까마귀에게 절을 하고, 권농사자가 와서 물을 대는 부조리한 상황을 묘사합니다. "농부가 그물을 쳐서 절하니 까마귀는 날아오르고, 권농사자(勸農使者)가 와서 물을 대네(農夫羅拜鴉飛起。勸農使者來行水)"라는 구절은 주객이 전도된 상황을 보여주며, 현실의 부조리함을 극명하게 드러냅니다. 농부가 농사를 망치는 까마귀에게 오히려 빌고, 권농사자는 제대로 된 농사에는 관심 없이 형식적인 일만 하는 모습을 풍자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추가 설명:

  • 배경: 소식은 농촌의 현실과 농민의 고통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으며, 그의 시에는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는 작품들이 많습니다.
  • 풍자적인 표현: 까마귀의 행동을 의인화하여 묘사하고, 역사적 고사를 인용하여 현실을 풍자하는 것이 이 시의 특징입니다.
  • 소식 시의 특징: 현실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과 해학적인 표현이 어우러진 소식 시의 특징을 이 시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시를 통해 우리는 까마귀의 이상한 행동을 통해 농민의 고된 삶과 현실의 부조리함을 풍자적으로 드러내는 소식의 의도를 엿볼 수 있습니다. 특히, 순 임금의 고사를 인용하여 현실을 비판하는 부분과 농부가 까마귀에게 절을 하는 장면은 인상적입니다.

 

소식(蘇軾)의 동파집(東坡集)에 실린 「염관절구사수(鹽官絕句四首)」를 현대 한국어로 번역하고 분석 및 설명을 덧붙이겠습니다. 이 시는 소식이 염관(鹽官)에 있을 때 지은 네 수의 절구시로, 염관의 사찰과 그곳의 풍경, 인물에 대한 감상을 담고 있습니다.

제1수 남사천불각(南寺千佛閣)

현대 한국어 번역:

옛 고을 주민은 반이 바다 물결과 함께 사는데, 스님이 와서 짓자 곧 높아졌네. 천금을 다 써도 몸에 아무 일 없으니, 앉아서 향 연기가 흰 눈썹을 감싸는 것을 보네.

분석 및 설명:

이 시는 남쪽 절의 천불각(千佛閣)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 지리적 특성 (1구): 염관의 지리적 특성을 언급하며, 바닷가에 위치한 고을임을 나타냅니다. "옛 고을 주민은 반이 바다 물결과 함께 사는데(古邑居民半海濤)"라는 구절은 염관이 바다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지역임을 보여줍니다.
  • 건축의 웅장함 (2구): 스님의 노력으로 천불각이 높이 솟아 있음을 묘사합니다. "스님이 와서 짓자 곧 높아졌네(師來構築便能高)"라는 구절은 천불각의 건축이 스님의 주도로 이루어졌음을 나타냅니다.
  • 스님의 청빈함과 여유 (3-4구): 많은 돈을 들여 건물을 지었지만 스님은 청빈하게 지내며 여유로운 모습을 보여줍니다. "천금을 다 써도 몸에 아무 일 없으니, 앉아서 향 연기가 흰 눈썹을 감싸는 것을 보네(千金用盡身無事。坐看香煙遶白毫)"라는 구절은 스님의 청빈한 삶과 정신적인 풍요로움을 대조적으로 보여줍니다. '흰 눈썹(白毫)'은 노승의 상징으로, 스님의 연륜과 덕망을 나타냅니다.

제2수 북사오공선사탑 명제안(北寺悟空禪師塔名齊安,宣宗微時,師知其非凡人。)

현대 한국어 번역:

이미 세상을 티끌과 같이 여겼으니, 허공의 뜬 꽃과 꿈속의 몸이네. 어찌 용안(龍顏) 때문에 다시 분별하겠는가, 오직 하늘의 눈으로 하늘 사람을 알아보았네.

분석 및 설명:

이 시는 북쪽 절에 있는 오공(悟空) 선사의 탑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특히 선사가 당 선종(宣宗)을 알아본 일화를 언급하고 있습니다.

  • 선사의 깨달음 (1-2구): 선사의 높은 깨달음을 묘사합니다. "이미 세상을 티끌과 같이 여겼으니, 허공의 뜬 꽃과 꿈속의 몸이네(已將世界等微塵。空裏浮花夢裏身)"라는 구절은 선사의 초월적인 경지를 보여줍니다. '허공의 뜬 꽃(空裏浮花)'과 '꿈속의 몸(夢裏身)'은 세상의 모든 것이 덧없음을 비유하는 표현입니다.
  • 선사의 혜안 (3-4구): 선사가 선종의 비범함을 미리 알아보았음을 칭송합니다. "어찌 용안(龍顏) 때문에 다시 분별하겠는가, 오직 하늘의 눈으로 하늘 사람을 알아보았네(豈為龍顏更分別。只應天眼識天人)"라는 구절은 선사의 뛰어난 통찰력을 강조합니다. '용안(龍顏)'은 황제의 얼굴을 의미하며, 선사가 황제의 지위와 관계없이 사람의 본질을 꿰뚫어 보았음을 나타냅니다. '하늘의 눈(天眼)'은 진리를 꿰뚫어 보는 지혜를 의미합니다.

제3수 탑전고회(塔前古檜)

현대 한국어 번역:

당시 두 그루의 잣나무는 두 아이와 같았는데, 마주 보며 말없이 늙으니 더욱 공손하네. 뜰의 눈이 허리까지 차올라도 죽지 않았으니, 지금은 변하여 두 마리 푸른 용이 되었네.

분석 및 설명:

이 시는 탑 앞에 있는 오래된 잣나무를 묘사하고 있습니다.

  • 어린 시절의 모습 (1-2구): 잣나무의 어린 시절 모습을 아이들에 비유하여 표현합니다. "당시 두 그루의 잣나무는 두 아이와 같았는데, 마주 보며 말없이 늙으니 더욱 공손하네(當年雙檜是雙童。相對無言老更恭)"라는 구절은 잣나무의 오랜 세월을 의인화하여 표현합니다.
  • 강인한 생명력 (3-4구): 눈 속에서도 죽지 않고 오랜 세월을 살아온 잣나무의 강인한 생명력을 찬양합니다. "뜰의 눈이 허리까지 차올라도 죽지 않았으니, 지금은 변하여 두 마리 푸른 용이 되었네(庭雪到腰埋不死。如今化作兩蒼龍)"라는 구절은 잣나무의 굳건한 기상을 '푸른 용(蒼龍)'에 비유하여 표현합니다.

제4수 승상백계양이십여년 상립좌측청경(僧爽白雞養二十餘年,常立坐側聽經。)

현대 한국어 번역:

꼬리가 잘린 수탉은 본래 삶아질 것을 두려워했는데, 여러 해 동안 법을 들으며 수행을 함께 하였네. 모름지기 다시 연꽃 모양의 물시계(蓮花漏)를 치워야 하리니, 늙어서 바람과 서리를 두려워하여 울지 못할까 염려되네.

분석 및 설명:

이 시는 승려 상(爽)이 20여 년 동안 기른 흰 닭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 닭의 처지 변화 (1-2구): 원래는 도살될 운명이었던 닭이 승려와 함께 수행하는 존재가 되었음을 묘사합니다. "꼬리가 잘린 수탉은 본래 삶아질 것을 두려워했는데, 여러 해 동안 법을 들으며 수행을 함께 하였네(斷尾雄雞本畏烹。年來聽法伴修行)"라는 구절은 닭의 운명이 바뀌었음을 보여줍니다.
  • 닭에 대한 염려 (3-4구): 늙은 닭이 추위에 제대로 울지 못할까 걱정하는 승려의 마음을 표현합니다. "모름지기 다시 연꽃 모양의 물시계(蓮花漏)를 치워야 하리니, 늙어서 바람과 서리를 두려워하여 울지 못할까 염려되네(還須却置蓮花漏。老怯風霜恐不鳴)"라는 구절은 닭에 대한 승려의 따뜻한 마음을 보여줍니다. '연꽃 모양의 물시계(蓮花漏)'는 새벽을 알리는 도구로, 닭이 더 이상 새벽을 알릴 필요가 없음을 의미합니다.

네 수 종합 분석:

네 수의 시는 각각 다른 대상을 묘사하고 있지만, 염관이라는 공간에서 느낀 소식의 다양한 감상을 보여줍니다. 사찰의 웅장함과 스님의 청빈함, 선사의 혜안, 잣나무의 강인한 생명력, 그리고 승려와 닭의 특별한 관계 등을 통해 소식은 자연과 인간, 그리고 정신적인 가치에 대한 깊은 사색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특히, 각 시에 담긴 비유와 의인화, 고사 인용 등의 표현 기법은 시의 의미를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줍니다.

추가 설명:

  • 배경: 소식은 여러 지방의 관직을 거쳤는데, 이 시는 염관에 있을 때 지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 절구 형식: 짧은 형식인 절구를 통해 간결하면서도 함축적인 의미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 소식 시의 특징: 자연과 인간에 대한 깊은 관찰, 풍부한 상상력, 그리고 다양한 표현 기법을 사용하는 소식 시의 특징을 이 네 수의 시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네 편의 시를 통해 우리는 염관의 풍경과 그곳 사람들의 삶, 그리고 소식의 다채로운 감성을 엿볼 수 있습니다.

 

소식(蘇軾)의 동파집(東坡集)에 실린 「송장헌민사승부성시(送張軒民寺丞赴省試)」를 현대 한국어로 번역하고 분석 및 설명을 덧붙이겠습니다. 이 시는 장헌민(張軒民) 사승(寺丞)이 과거 시험을 보기 위해 상경하는 것을 송별하며 지은 시입니다. 소식은 장헌민의 뛰어난 재능과 앞날을 축복하며, 자신의 감회를 함께 담아내고 있습니다. 시의 말미에 “백부(伯父)가 태평주(太平州) 장시독(張侍讀)과 같은 해에 급제했는데, 이 사람은 그의 아들이다(伯父與太平州張侍讀同年,此其子)”라는 주석이 달려 있어, 장헌민의 가문 내력을 간략히 언급하고 있습니다.

현대 한국어 번역:

용이 날아오르던 갑자년에는 모든 뛰어난 인재가 다 모였는데, 늘 나는 오히려 늙어서야 이루었음을 기뻐하네. 사람들은 봄의 난초를 다투어 칭찬하고 가을의 국화를 비웃지만, 하늘은 밝은 달로 하여금 장경성(長庚星, 태백성)을 짝하게 하였네. 집안마다 각자 시와 예의를 전해 들었으니, 그대와 서로 만난 것도 형제와 같네. 눈을 씻고 상림원(上林苑)에서 말을 달리는 것을 보게 되리니, 축하 시가 먼저 옛 선성성(宣成城)에 도착하리라.

분석 및 설명:

이 시는 장헌민의 과거 합격을 기원하는 내용과 함께, 자신의 과거 경험과 감회를 함께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 뛰어난 인재들의 등장과 자신의 회고 (1-2구): 과거의 뛰어난 인재들을 회상하며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합니다. "용이 날아오르던 갑자년에는 모든 뛰어난 인재가 다 모였는데, 늘 나는 오히려 늙어서야 이루었음을 기뻐하네(龍飛甲子盡豪英。常喜吾猶及老成)"라는 구절은 과거의 뛰어난 인재들이 많이 배출되었던 해를 회상하며, 자신은 늦게 성공했음을 겸손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용이 날아오르던 갑자년(龍飛甲子)'은 과거에 많은 인재가 배출되었던 해를 의미하는 관용적인 표현입니다.
  • 세속적인 평가와 하늘의 뜻 (3-4구): 세속적인 평가에 연연하지 않고 하늘의 뜻을 따르겠다는 의지를 표현합니다. "사람들은 봄의 난초를 다투어 칭찬하고 가을의 국화를 비웃지만, 하늘은 밝은 달로 하여금 장경성(長庚星, 태백성)을 짝하게 하였네(人競春蘭笑秋菊。天教明月伴長庚)"라는 구절은 봄의 난초와 가을의 국화를 대비시켜 세속적인 평가의 부당함을 지적하고, 하늘의 뜻에 따라 자신의 길을 가겠다는 의지를 나타냅니다. '장경성(長庚星)'은 저녁 하늘에 보이는 금성(金星), 즉 태백성(太白星)을 의미하며, 밝은 달과 함께 밤하늘을 밝히는 존재로 비유되어 장헌민의 밝은 앞날을 상징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 장헌민과의 친분과 격려 (5-6구): 장헌민과의 친분을 강조하며 그의 앞날을 격려합니다. "집안마다 각자 시와 예의를 전해 들었으니, 그대와 서로 만난 것도 형제와 같네(傳家各自聞詩禮。與子相逢亦弟兄)"라는 구절은 장헌민과의 깊은 교분을 형제에 비유하여 표현합니다. "눈을 씻고 상림원(上林苑)에서 말을 달리는 것을 보게 되리니, 축하 시가 먼저 옛 선성성(宣成城)에 도착하리라(洗眼上林看躍馬。賀詩先到古宣成城)"라는 구절은 장헌민이 과거에 급제하여 높은 관직에 오를 것을 축복하는 내용입니다. '상림원(上林苑)'은 황제의 정원으로, 과거에 급제한 사람들이 사열식을 하던 곳입니다. '선성성(宣成城)'은 장헌민의 고향으로, 그의 성공 소식이 고향에 먼저 전해질 것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추가 설명:

  • 배경: 소식은 과거 시험을 통해 관직에 나아갔으며, 이후 여러 지방의 관직을 거쳤습니다. 이 시는 과거 시험을 앞둔 장헌민을 격려하기 위해 지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 비유와 대조: 봄의 난초와 가을의 국화, 밝은 달과 장경성 등을 대비시켜 시의 의미를 풍부하게 하고 있습니다.
  • 소식 시의 특징: 친구에 대한 따뜻한 마음과 자신의 감회를 솔직하게 표현하는 소식 시의 특징을 이 시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시를 통해 우리는 과거 시험을 앞둔 장헌민을 격려하는 소식의 따뜻한 마음과 그의 경험에서 비롯된 감회를 엿볼 수 있습니다. 특히, 비유와 대조를 통해 시의 의미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부분이 인상적입니다.

 

소식(蘇軾)의 동파집(東坡集)에 실린 「육화사충사갑산계위수헌(六和寺沖師閘山溪為水軒)」을 현대 한국어로 번역하고 분석 및 설명을 덧붙이겠습니다. 이 시는 육화사(六和寺)의 충사(沖師)가 갑산(閘山)의 계곡물을 끌어들여 수헌(水軒, 물가에 지은 누각)을 만든 것을 읊은 시입니다. 소식은 흐르는 물을 막지 않고 자연스럽게 흐르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과 함께, 충사의 행위를 안타까워하는 마음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현대 한국어 번역:

맑은 시냇물이 자유롭게 흐르도록 하고 싶었는데, 차마 얼음과 눈이 모래톱에 떨어지게 하였네. 산을 나서면 반드시 강물에 더럽혀질 것을, 산의 스님을 위해 조금 더 머무르게 할 수 있었을 텐데.

분석 및 설명:

이 시는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는 행위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 자연의 흐름에 대한 아쉬움 (1-2구): 시냇물이 자연스럽게 흐르도록 하고 싶었지만, 충사가 물을 막아 인공적인 공간을 만들었음을 안타까워합니다. "맑은 시냇물이 자유롭게 흐르도록 하고 싶었는데, 차마 얼음과 눈이 모래톱에 떨어지게 하였네(欲放清溪自在流。忍教冰雪落沙洲)"라는 구절은 자연의 본래 모습을 보존하고 싶었던 화자의 마음을 드러냅니다. '얼음과 눈이 모래톱에 떨어지게 하였다(忍教冰雪落沙洲)'는 표현은 물을 막아 흐름이 정체되었음을 비유적으로 나타냅니다.
  • 인위적인 행위에 대한 비판 (3-4구): 물이 산을 나서면 강물에 더럽혀질 것이라는 점을 언급하며, 굳이 물을 가두어둘 필요가 없었음을 지적합니다. "산을 나서면 반드시 강물에 더럽혀질 것을, 산의 스님을 위해 조금 더 머무르게 할 수 있었을 텐데(出山定被江潮涴。能為山僧更少留)"라는 구절은 인위적인 행위가 오히려 자연을 훼손할 수 있음을 암시합니다. '강물에 더럽혀진다(江潮涴)'는 표현은 세상의 속됨에 물드는 것을 비유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으며, 자연의 순리대로 두었다면 오히려 깨끗함을 유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의미를 내포합니다. '산의 스님을 위해 조금 더 머무르게 할 수 있었을 텐데(能為山僧更少留)'라는 표현은 물이 잠시나마 산속의 깨끗함을 유지하도록 내버려 두었어야 했다는 아쉬움을 나타냅니다. 이는 충사의 행위가 스님을 위한 것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는 것이 되었음을 지적하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추가 설명:

  • 배경: 소식은 자연을 사랑하고 자연의 순리를 존중하는 사상을 가지고 있었으며, 그의 시에는 이러한 사상이 반영된 작품들이 많습니다. 이 시 또한 그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 간결한 표현: 짧은 구절을 통해 자연에 대한 안타까움과 인위적인 행위에 대한 비판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소식 시의 특징: 자연에 대한 애정과 인간의 행위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동시에 드러내는 소식 시의 특징을 이 시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시를 통해 우리는 자연의 순리를 존중해야 한다는 소식의 생각을 엿볼 수 있습니다. 특히, 물의 흐름을 막는 행위를 안타까워하며 자연의 본래 모습을 그리워하는 부분은 인상적입니다. 또한, 충사의 행위가 스님을 위한 것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자연을 훼손하는 일이 될 수 있음을 지적하는 부분에서, 소식의 깊이 있는 사유를 엿볼 수 있습니다.

 

소식(蘇軾)의 동파집(東坡集)에 실린 「화치사장랑중춘서(和致仕張郎中春書)」를 현대 한국어로 번역하고 분석 및 설명을 덧붙이겠습니다. 이 시는 장랑중(張郎中)이 봄에 관직에서 물러난 것에 대해 화답한 시입니다. 소식은 장랑중의 은퇴를 축하하면서도, 자신의 심경과 세상사에 대한 생각을 함께 담아내고 있습니다.

현대 한국어 번역:

관직을 내던지고 돌아오니 만사가 가볍네. 다 쓰지 못한 것은 오직 풍류뿐이네. 예전에는 순채 때문에 긴 휴가를 구했었고, 이제는 버드나무 가지 때문에 짧은 여행을 떠나네. 빌지 않아도 스스로 편안한 것은 타고난 장수하는 체질 때문이고, 애써 감추려 해도 사라지지 않는 것은 시인의 이름이네. 술잔을 살짝 기울이니 뺨에 붉은 기운이 돌고, 가사를 곱게 다듬으니 곡조에 잘 어울리네. 달팽이 집 같은 곳에 거처를 정하니 마음이 절로 편안해지고, 파리 머리만 한 글씨를 쓰니 눈이 능히 밝네. 성쇠를 겪어 보았으니 그대는 응당 웃을 것이고, 영욕을 겪어 온 나 또한 이제는 평온하네. 신발을 신고 여러 번 기이(圯下)의 노인을 찾아뵈었고, 숨겨진 책을 한가로이 제남(濟南)의 생도에게 물었네. 동풍을 손꼽아 보니 얼마 남지 않았으니, 다만 봄보다 먼저 제규(鶗䳏, 두견새)가 울까 두렵네.

분석 및 설명:

이 시는 장랑중의 은퇴를 축하하는 내용과 함께, 소식 자신의 인생관과 세상사에 대한 생각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 은퇴의 기쁨과 풍류 (1-2구): 장랑중이 관직에서 벗어나 홀가분해진 심정을 묘사합니다. "관직을 내던지고 돌아오니 만사가 가볍네. 다 쓰지 못한 것은 오직 풍류뿐이네(投緩歸來萬事輕。消磨未盡秪風情)"라는 구절은 관직 생활의 무거움에서 벗어난 해방감을 나타냅니다. '풍류(風情)'는 자연을 즐기며 시나 술을 즐기는 것을 의미합니다.
  • 과거의 경험과 현재의 여유 (3-4구): 과거의 경험을 언급하며 현재의 여유로운 삶을 대비시킵니다. "예전에는 순채 때문에 긴 휴가를 구했었고, 이제는 버드나무 가지 때문에 짧은 여행을 떠나네(舊因蓴菜求長假。新為楊枝作短行)"라는 구절은 과거에 관직 생활 중 휴가를 얻기 위해 애썼던 일과 현재 은퇴 후 자유롭게 여행을 떠나는 삶을 대조적으로 보여줍니다. '순채(蓴菜)'는 맛있는 채소로, 과거에 벼슬을 구하기 위해 핑계로 삼았음을 의미합니다. '버드나무 가지(楊枝)'는 봄의 정취를 나타내며, 가벼운 여행을 상징합니다.
  • 타고난 성품과 명성 (5-6구): 타고난 성품과 명성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빌지 않아도 스스로 편안한 것은 타고난 장수하는 체질 때문이고, 애써 감추려 해도 사라지지 않는 것은 시인의 이름이네(不禱自安緣壽骨。苦藏難沒是詩名)"라는 구절은 장랑중의 건강과 명성을 칭송하는 내용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장수하는 체질(壽骨)'은 건강하게 오래 사는 타고난 운명을 의미합니다. '시인의 이름(詩名)'은 노력으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하늘이 내린 재능임을 의미합니다.
  • 소박한 삶과 정신적인 풍요 (7-8구): 소박한 삶 속에서 정신적인 풍요를 누리는 모습을 묘사합니다. "달팽이 집 같은 곳에 거처를 정하니 마음이 절로 편안해지고, 파리 머리만 한 글씨를 쓰니 눈이 능히 밝네(蝸殼卜居心自放。蠅頭寫字眼能明)"라는 구절은 소박한 생활 속에서도 마음의 평안을 얻을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달팽이 집(蝸殼)'은 작고 초라한 집을 비유하는 표현입니다. '파리 머리만 한 글씨(蠅頭寫字)'는 아주 작은 글씨를 의미하며, 눈이 밝음을 나타냅니다.
  • 세상사에 대한 달관 (9-10구): 세상의 성쇠와 영욕을 초월한 달관의 경지를 보여줍니다. "성쇠를 겪어 보았으니 그대는 응당 웃을 것이고, 영욕을 겪어 온 나 또한 이제는 평온하네(盛衰閱過君應笑。寵辱年來我亦平)"라는 구절은 세상의 부침을 경험한 후 초연해진 심경을 나타냅니다.
  • 옛 현인과의 교류와 학문 탐구 (11-12구): 옛 현인과의 교류를 회상하며 학문 탐구에 대한 열정을 드러냅니다. "신발을 신고 여러 번 기이(圯下)의 노인을 찾아뵈었고, 숨겨진 책을 한가로이 제남(濟南)의 생도에게 물었네(跪履數從圯下老。逸書閑問濟南生)"라는 구절은 학문에 대한 끊임없는 열정을 보여줍니다. '기이(圯下)의 노인'은 한나라 때 장량(張良)에게 병법을 가르쳐 준 황석공(黃石公)을 의미하며, 현인을 찾아 가르침을 구하는 것을 비유합니다. '제남(濟南)의 생도'는 학문을 연구하는 젊은 학자를 의미합니다.
  • 봄의 도래에 대한 기대와 우려 (13-14구): 봄의 도래를 기다리면서도 한편으로는 걱정하는 마음을 표현합니다. "동풍을 손꼽아 보니 얼마 남지 않았으니, 다만 봄보다 먼저 제규(鶗䳏, 두견새)가 울까 두렵네(東風屈指無多日。秪恐先春鶗䳏鳴)"라는 구절은 봄의 기운을 느끼면서도, 두견새가 너무 일찍 울어 봄의 흥취를 망칠까 염려하는 마음을 나타냅니다. '제규(鶗䳏)'는 두견새를 의미하며, 봄을 알리는 새로 알려져 있습니다.

추가 설명:

  • 배경: 소식은 파란만장한 관직 생활을 겪었으며, 여러 차례 좌천과 복직을 반복했습니다. 이 시는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은퇴한 장랑중에게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는 내용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 고사 인용: 황석공의 고사를 인용하여 학문에 대한 열정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 소식 시의 특징: 인생에 대한 깊은 사색, 자연에 대한 애정, 그리고 해학적인 표현이 어우러진 소식 시의 특징을 이 시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시를 통해 우리는 은퇴한 장랑중을 축하하는 소식의 마음과 함께, 그의 인생관과 세상사에 대한 깊은 생각을 엿볼 수 있습니다. 특히, 과거의 경험과 현재의 삶을 대비시키고, 여러 고사를 인용하여 자신의 생각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부분이 인상적입니다.

 

소식(蘇軾)의 동파집(東坡集)에 실린 「동지일독유길상사(冬至日獨遊吉祥寺)」를 현대 한국어로 번역하고 분석 및 설명을 덧붙이겠습니다. 이 시는 동짓날 홀로 길상사(吉祥寺)를 찾아간 자신의 모습을 읊은 시입니다. 차가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홀로 절을 찾은 자신의 모습을 자조적으로 표현하면서도, 고독 속에서 느끼는 감정을 담담하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현대 한국어 번역:

우물 밑의 희미한 햇볕은 돌아오지 않았는데, 쓸쓸한 찬 비가 마른 풀뿌리를 적시네. 누가 다시 소부자(蘇夫子, 소식 자신)와 같겠는가, 꽃 피는 때도 아닌데 기꺼이 홀로 오다니.

분석 및 설명:

이 시는 동짓날의 풍경과 홀로 절을 찾은 자신의 모습을 간결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 동짓날의 차가운 풍경 (1-2구): 동짓날의 음산하고 차가운 날씨를 묘사합니다. "우물 밑의 희미한 햇볕은 돌아오지 않았는데, 쓸쓸한 찬 비가 마른 풀뿌리를 적시네(井底微陽回未回。蕭蕭寒雨濕枯荄)"라는 구절은 동지가 태양의 기운이 가장 약한 날임을 나타내는 '우물 밑의 희미한 햇볕(井底微陽)'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여 동짓날의 음산한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전달합니다. '쓸쓸한 찬 비(蕭蕭寒雨)'와 '마른 풀뿌리(枯荄)'는 겨울의 황량한 풍경을 더욱 부각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 홀로 절을 찾은 자신에 대한 자조 (3-4구): 꽃 피는 계절도 아닌 추운 동짓날에 홀로 절을 찾은 자신의 모습을 자조적으로 표현합니다. "누가 다시 소부자(蘇夫子, 소식 자신)와 같겠는가, 꽃 피는 때도 아닌데 기꺼이 홀로 오다니(何人更似蘇夫子。不是花時肯獨來)"라는 구절은 다른 사람들은 꽃이 피는 따뜻한 계절에 절을 찾지만, 자신은 추운 동짓날에 홀로 절을 찾았음을 강조하며 스스로를 '소부자(蘇夫子)'라고 칭하며 겸손하면서도 해학적인 어조로 표현합니다. '꽃 피는 때(花時)'는 사람들이 흔히 절을 찾는 시기를 의미하며, '기꺼이 홀로 오다니(肯獨來)'라는 표현은 다른 사람들과 달리 홀로 고독을 즐기는 자신의 모습을 나타냅니다.

추가 설명:

  • 배경: 소식은 파란만장한 관직 생활을 겪으며 여러 차례 유배를 당하기도 했습니다. 이 시는 그러한 고독한 상황 속에서 지어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 간결한 표현: 짧은 절구 형식을 통해 동짓날의 풍경과 자신의 감정을 간결하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 자조적인 어조: 자신을 '소부자'라고 칭하며 스스로를 낮추면서도 해학적인 어조를 사용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 소식 시의 특징: 자연 풍경에 대한 섬세한 묘사와 함께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소식 시의 특징을 이 시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특히, 고독 속에서도 초연함을 잃지 않는 소식의 내면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이 시를 통해 우리는 동짓날의 차가운 풍경과 홀로 절을 찾은 소식의 고독한 모습을 엿볼 수 있습니다. 스스로를 '소부자'라고 칭하며 자조적인 어조로 표현했지만, 그 속에는 고독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그의 내면이 드러나 있습니다.

 

소식(蘇軾)의 동파집(東坡集)에 실린 「후십여일부지(後十餘日復至)」를 현대 한국어로 번역하고 분석 및 설명을 덧붙이겠습니다. 이 시는 앞의 시 「동지일독유길상사(冬至日獨遊吉祥寺)」 이후 십여 일 만에 다시 길상사를 방문하여 쓴 시입니다. 겨울의 매화에 대한 감상을 표현하면서, 인위적으로 꽃을 피우려는 행위에 대한 생각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현대 한국어 번역:

봄의 신(東君)의 뜻이 얕아 매화에 겨우 닿았으니, 수많은 붉은 꽃이 아직 필 겨를이 없네. 어찌하면 도인(道人)처럼 마음대로 할 수 있을까, 시절을 가리지 않고 꽃을 피게 하다니.

분석 및 설명:

이 시는 겨울 매화의 모습과 인위적인 개화에 대한 생각을 간결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 겨울 매화의 모습 (1-2구): 아직 완전히 피지 않은 겨울 매화의 모습을 묘사합니다. "봄의 신(東君)의 뜻이 얕아 매화에 겨우 닿았으니, 수많은 붉은 꽃이 아직 필 겨를이 없네(東君意淺著寒梅。千朵深紅未暇栽)"라는 구절은 봄의 기운이 아직 약하여 매화가 활짝 피지 않았음을 표현합니다. '봄의 신(東君)'은 봄을 주관하는 신을 의미하며, '뜻이 얕다(意淺)'는 것은 봄의 기운이 아직 약하다는 것을 비유적으로 나타냅니다. '수많은 붉은 꽃(千朵深紅)'은 매화의 붉은 꽃잎을 의미하며, '필 겨를이 없다(未暇栽)'는 것은 아직 피지 않았음을 나타냅니다.
  • 인위적인 개화에 대한 생각 (3-4구): 도인(道人)처럼 시절을 가리지 않고 꽃을 피게 하는 능력을 부러워하면서도, 자연의 순리에 어긋나는 행위에 대한 생각을 드러냅니다. "어찌하면 도인(道人)처럼 마음대로 할 수 있을까, 시절을 가리지 않고 꽃을 피게 하다니(安得道人𣪞七七。不論時節遣花開)"라는 구절은 도인의 신통력을 빌려 인위적으로 꽃을 피우는 행위를 언급하며, 한편으로는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는 것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도인(道人)'은 도를 닦는 사람, 즉 신통력을 가진 사람을 의미하며, '마음대로 하다(𣪞七七)'는 것은 신통력으로 원하는 대로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시절을 가리지 않고(不論時節)'라는 표현은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는 것을 나타냅니다.

추가 설명:

  • 배경: 앞의 시와 마찬가지로 소식이 고독한 상황 속에서 자연을 관찰하며 지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 간결한 표현: 짧은 절구 형식을 통해 겨울 매화의 모습과 자신의 생각을 간결하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 자연에 대한 관찰: 겨울 매화의 모습을 섬세하게 관찰하고, 이를 통해 자연의 순리에 대한 생각을 이끌어내는 것이 특징입니다.
  • 소식 시의 특징: 자연 풍경에 대한 섬세한 묘사와 함께 인간의 행위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내는 소식 시의 특징을 이 시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특히, 자연의 순리를 존중하는 소식의 사상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이 시를 통해 우리는 겨울 매화의 모습과 인위적인 개화에 대한 소식의 생각을 엿볼 수 있습니다. 자연의 순리를 존중하는 그의 사상이 잘 드러나 있으며,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시입니다. 앞의 시와 함께 읽으면, 겨울의 풍경 속에서 고독을 느끼면서도 자연을 관찰하고 사색하는 소식의 모습을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습니다.

 

소식(蘇軾)의 동파집(東坡集)에 실린 「희증(戲贈)」을 현대 한국어로 번역하고 분석 및 설명을 덧붙이겠습니다. 이 시는 '희롱 삼아 주다'라는 제목처럼, 가벼운 어조로 옛일을 회상하며 아쉬움을 표현한 시입니다. 구체적인 대상이나 상황이 명확하게 드러나지는 않지만, 사라진 아름다움과 지나간 시간에 대한 안타까움이 느껴집니다.

현대 한국어 번역:

슬프고 안타깝네, 사하(沙河) 십 리의 봄이여. 한 번 꽃이 지고 또 한 번 새 꽃이 피네. 작은 누각은 예전처럼 석양 속에 있는데, 누각 안에서 손을 늘어뜨린 사람은 보이지 않네.

분석 및 설명:

이 시는 사라진 아름다움과 지나간 시간에 대한 아쉬움을 간결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 변해가는 자연의 모습 (1-2구): 사하(沙河)의 봄 풍경을 묘사하며, 자연의 순환을 나타냅니다. "슬프고 안타깝네, 사하(沙河) 십 리의 봄이여. 한 번 꽃이 지고 또 한 번 새 꽃이 피네(惆悵沙河十里春。一番花老一番新)"라는 구절은 시간의 흐름과 자연의 변화를 보여줍니다. '사하(沙河)'는 구체적인 지명으로 추정되지만, 정확한 위치는 알 수 없습니다. '한 번 꽃이 지고 또 한 번 새 꽃이 피네(一番花老一番新)'라는 표현은 자연의 순환을 간결하게 나타내며, 시간의 흐름을 강조합니다. '추창(惆悵)'은 슬프고 안타까운 마음을 나타내는 단어로, 화자의 감정을 직접적으로 드러냅니다.
  • 변하지 않은 풍경과 사라진 사람 (3-4구): 예전과 같은 누각의 모습과 그곳에서 사라진 사람을 대비시켜 안타까움을 표현합니다. "작은 누각은 예전처럼 석양 속에 있는데, 누각 안에서 손을 늘어뜨린 사람은 보이지 않네(小樓依舊斜陽裏。不見樓中垂手人)"라는 구절은 변하지 않은 풍경과 사라진 사람을 대비시켜 시간의 흐름과 인간사의 무상함을 강조합니다. '작은 누각(小樓)'은 특정한 장소를 의미하며, '석양(斜陽)'은 저무는 시간, 즉 과거를 상징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손을 늘어뜨린 사람(垂手人)'은 누각에 있었던 사람을 의미하며, 지금은 사라진 존재를 나타냅니다. 이 구절은 특히 그리움과 아쉬움을 강하게 드러내는 부분입니다.

추가 설명:

  • 배경: 이 시의 구체적인 배경은 명확하지 않지만, 소식이 과거의 어떤 장소를 회상하며 지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 간결한 표현: 짧은 절구 형식을 통해 시간의 흐름과 사라진 것에 대한 아쉬움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대비의 효과: 변하지 않은 풍경과 사라진 사람을 대비시켜 시의 주제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 소식 시의 특징: 자연 풍경에 대한 묘사와 함께 인간사의 무상함을 드러내는 소식 시의 특징을 이 시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특히, 간결하면서도 애잔한 감정을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인상적입니다.

이 시를 통해 우리는 지나간 시간과 사라진 것에 대한 소식의 아쉬움을 엿볼 수 있습니다. 구체적인 대상이나 상황이 명확하게 드러나지는 않지만, '추창(惆悵)'이라는 단어와 변하지 않은 풍경과 사라진 사람의 대비를 통해 애잔한 감정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소식(蘇軾)의 동파집(東坡集)에 실린 「화인구필적(和人求筆跡)」을 현대 한국어로 번역하고 분석 및 설명을 덧붙이겠습니다. 이 시는 다른 사람이 소식에게 글씨를 써 줄 것을 요청한 것에 대해 화답한 시입니다. 겸손한 어조로 자신의 글씨가 뛰어나지 않음을 표현하면서도, 글씨에 담긴 의미와 가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현대 한국어 번역:

보리 햇살이 책상에 깔리니 깨끗하여 티끌 하나 없네. 밤이 되어 푸른 등불이 눈을 어지럽히네. 이제부터 영등(剡藤)은 정말 애석하게 되었네. 봄 지렁이가 구부러지고 가을 뱀이 얽힌 듯하네.

분석 및 설명:

이 시는 자신의 글씨를 겸손하게 표현하면서도, 글씨에 담긴 의미를 간결하게 나타내고 있습니다.

  • 깨끗한 환경과 집중 (1-2구): 글씨를 쓰기 위한 깨끗한 환경과 집중하는 모습을 묘사합니다. "보리 햇살이 책상에 깔리니 깨끗하여 티끌 하나 없네. 밤이 되어 푸른 등불이 눈을 어지럽히네(麥光鋪几淨無瑕。入夜青燈照眼花)"라는 구절은 글씨를 쓰기 전의 정갈한 분위기를 나타냅니다. '보리 햇살(麥光)'은 맑고 깨끗한 햇살을 의미하며, 책상 위가 깨끗함을 비유적으로 나타냅니다. '푸른 등불(青燈)'은 밤에 사용하는 등불을 의미하며, 글씨에 집중하는 상황을 나타냅니다. '눈을 어지럽히네(照眼花)'는 등불 아래에서 글씨를 쓰면 눈이 피로해지는 것을 의미하며, 동시에 글씨에 몰두하는 모습을 나타내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 자신의 글씨에 대한 겸손한 평가 (3-4구): 자신의 글씨를 영등(剡藤)에 비유하며 겸손하게 평가합니다. "이제부터 영등(剡藤)은 정말 애석하게 되었네. 봄 지렁이가 구부러지고 가을 뱀이 얽힌 듯하네(從此剡藤真可吊。半紆春蚓綰秋蛇)"라는 구절은 자신의 글씨가 영등에 미치지 못함을 표현합니다. '영등(剡藤)'은 중국 동진 시대의 서예가 왕희지(王羲之)가 쓴 글씨를 가리키는 고사에서 유래한 표현으로, 뛰어난 글씨를 의미합니다. '정말 애석하게 되었네(真可吊)'는 자신의 글씨가 영등에 미치지 못함을 안타까워하는 표현입니다. '봄 지렁이가 구부러지고 가을 뱀이 얽힌 듯하다(半紆春蚓綰秋蛇)'는 자신의 글씨를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봄 지렁이처럼 힘이 없고 가을 뱀처럼 복잡하게 얽혀 있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이는 자신의 글씨가 힘이 없고 정돈되지 않았음을 겸손하게 표현한 것입니다.

추가 설명:

  • 배경: 소식은 뛰어난 문장가이자 서예가로도 유명했습니다. 이 시는 다른 사람의 요청에 응하여 글씨를 써 주면서 겸손한 마음을 표현한 것으로 보입니다.
  • 고사 인용: 왕희지의 고사를 인용하여 자신의 글씨를 겸손하게 평가하고 있습니다.
  • 비유적인 표현: '봄 지렁이', '가을 뱀' 등의 비유를 사용하여 자신의 글씨를 생동감 있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 소식 시의 특징: 겸손하면서도 해학적인 어조, 그리고 비유를 활용하여 시의 의미를 풍부하게 만드는 소식 시의 특징을 이 시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시를 통해 우리는 자신의 글씨에 대한 소식의 겸손한 태도를 엿볼 수 있습니다. 뛰어난 서예가였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를 낮추는 모습에서 그의 겸손함을 엿볼 수 있으며, 동시에 글씨에 대한 그의 생각을 간결하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소식(蘇軾)의 동파집(東坡集)에 실린 「재용전운기신로(再用前韻寄莘老)」를 현대 한국어로 번역하고 분석 및 설명을 덧붙이겠습니다. 이 시는 이전에 쓴 시의 운을 다시 사용하여 신로(莘老)에게 보낸 시입니다. 세상 처세에 대한 소식의 생각을 담고 있으며, 지혜로운 척하는 것보다 어리석게 사는 것이 오히려 나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특히, 신로의 사위인 황정견(黃庭堅)의 문장력을 언급하며 함께 즐기지 못하는 아쉬움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현대 한국어 번역:

그대는 보지 못했는가, 왕이보(王夷甫)가 세 개의 굴을 판 것을. 차라리 고개지(顧長康)처럼 어리석다고 불리는 것이 낫지. 어리석은 사람은 스스로 천수를 누리지만, 지혜로운 사람은 지혜 때문에 죽으니 죄를 씻을 수 없네. 곤궁한데 누가 그대의 보살핌을 바라겠는가, 머리를 들어 산을 바라보며 홀(笏)로 뺨을 괴네. 들오리는 날개가 무거워 스스로 날지 못하고, 황새는 무슨 일로 두 날개를 드리웠는가. 진흙 속에서 서로 따르는 것을 어찌 오래 하겠는가, 지금 내가 가지 않으면 가는 것이 늦어질까 두렵네. 강하(江夏)의 비길 데 없는 인재는 응당 가지 않았을 텐데, 글로 서로 즐기지 못하는 것이 한스럽네. 황정견은 신로의 사위로, 글을 잘 짓네.

분석 및 설명:

이 시는 세상 처세에 대한 소식의 생각을 과거 인물들의 이야기를 빌려 표현하고 있습니다.

  • 지혜와 어리석음의 대비 (1-2구): 왕이보와 고개지의 고사를 인용하여 지혜로운 척하는 것보다 어리석게 사는 것이 나을 수 있음을 암시합니다. "그대는 보지 못했는가, 왕이보(王夷甫)가 세 개의 굴을 판 것을. 차라리 고개지(顧長康)처럼 어리석다고 불리는 것이 낫지(君不見夷甫開三窟。不如長康號癡絕)"라는 구절에서 '왕이보(王夷甫)'는 서진(西晉)의 고관으로, 세 개의 거처를 마련해 놓고 상황에 따라 옮겨 다녔다고 합니다. 이는 지나치게 영리하게 행동하는 것을 비유합니다. 반면 '고개지(顧長康)'는 동진(東晉)의 화가로, 어리석다는 평을 들었지만 천수를 누렸다고 합니다. 이는 어리석게 보이는 것이 오히려 화를 피하는 방법일 수 있음을 나타냅니다.
  • 지혜로 인한 화 (3-4구): 지혜로운 사람이 오히려 화를 당할 수 있음을 경고합니다. "어리석은 사람은 스스로 천수를 누리지만, 지혜로운 사람은 지혜 때문에 죽으니 죄를 씻을 수 없네(癡人自得終天年。智士死智罪莫雪)"라는 구절은 지나치게 지혜로운 것이 오히려 화를 불러올 수 있음을 강조합니다. '지혜 때문에 죽으니 죄를 씻을 수 없다(智士死智罪莫雪)'는 표현은 지혜가 오히려 죄가 되어 죽음에 이르게 할 수 있음을 나타냅니다.
  • 현실의 어려움과 고독 (5-6구): 어려운 현실 속에서 느끼는 고독감을 표현합니다. "곤궁한데 누가 그대의 보살핌을 바라겠는가, 머리를 들어 산을 바라보며 홀(笏)로 뺨을 괴네(困窮誰要卿料理。舉頭看山笏拄頰)"라는 구절은 어려운 상황에서 누구에게도 의지할 수 없는 고독한 심정을 나타냅니다. '홀(笏)'은 신하가 조정에서 임금을 뵐 때 손에 쥐는 패로, 여기서는 고독한 상황을 더욱 강조하는 소품으로 사용되었습니다.
  • 만남의 어려움과 아쉬움 (7-8구): 만나기가 어려움을 비유적으로 표현하며, 만나지 못하는 아쉬움을 드러냅니다. "들오리는 날개가 무거워 스스로 날지 못하고, 황새는 무슨 일로 두 날개를 드리웠는가(野鳧翅重自不飛。黃鶴何事兩翼垂)"라는 구절은 서로 만나기가 어려운 상황을 비유적으로 나타냅니다. '들오리(野鳧)'와 '황새(黃鶴)'는 모두 날개가 무겁거나 드리워져 있어 자유롭게 날지 못하는 새로, 만남의 어려움을 비유합니다.
  • 만남에 대한 간절한 바람 (9-10구): 만남이 늦어질까 두려워하는 마음을 표현합니다. "진흙 속에서 서로 따르는 것을 어찌 오래 하겠는가, 지금 내가 가지 않으면 가는 것이 늦어질까 두렵네(泥中相從豈得久。今我不徃行恐遲)"라는 구절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 만남이 늦어질까 염려하는 마음을 나타냅니다. '진흙 속에서 서로 따르다(泥中相從)'는 어려운 상황을 함께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 황정견에 대한 언급과 아쉬움 (11-12구): 신로의 사위인 황정견의 뛰어난 문장력을 언급하며 함께 즐기지 못하는 아쉬움을 표현합니다. "강하(江夏)의 비길 데 없는 인재는 응당 가지 않았을 텐데, 글로 서로 즐기지 못하는 것이 한스럽네. 황정견은 신로의 사위로, 글을 잘 짓네(江夏無雙應未去。恨無文字相娛嬉。黃庭堅,莘老壻,能文)"라는 구절은 황정견의 뛰어난 문장력을 칭찬하며 함께 시를 짓고 즐기지 못하는 아쉬움을 나타냅니다. '강하(江夏)'는 황정견의 고향을 의미하며, '비길 데 없는 인재(無雙)'는 그의 뛰어난 재능을 칭찬하는 표현입니다.

추가 설명:

  • 배경: 소식은 정치적인 풍파를 겪으며 여러 차례 좌천되었고, 이 시는 그러한 어려운 상황 속에서 지어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 고사 인용: 왕이보와 고개지의 고사를 인용하여 자신의 생각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비유적인 표현: 들오리와 황새를 비유하여 만남의 어려움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 소식 시의 특징: 역사적 인물과 고사를 활용하여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비유와 대조를 통해 시의 의미를 풍부하게 만드는 소식 시의 특징을 이 시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특히,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유머와 해학을 잃지 않으면서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는 것이 인상적입니다.

이 시를 통해 우리는 세상 처세에 대한 소식의 생각, 어려운 현실 속에서 느끼는 고독, 그리고 만남에 대한 간절한 바람을 엿볼 수 있습니다. 특히, 역사적 인물과 고사를 활용하여 자신의 생각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방식은 소식 시의 특징을 잘 보여줍니다.

 

소식(蘇軾)의 동파집(東坡集)에 실린 「화어가가호주도중작(畫魚歌湖州道中作)」을 현대 한국어로 번역하고 분석 및 설명을 덧붙이겠습니다. 이 시는 호주(湖州)로 가는 도중에 물고기 잡는 모습을 보고 지은 시입니다. 물고기를 잡는 다양한 모습들을 생동감 있게 묘사하면서, 인간의 이기심과 자연 파괴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현대 한국어 번역:

날씨는 차고 물은 말라 물고기는 진흙 속에 있네. 짧은 낚싯대로 물을 긋는 것이 쟁기질과 같네. 물가의 갈대는 꺾이고 마름과 물풀은 어지럽네. 이러한 뜻에 어찌 미꾸라지와 새끼 물고기를 남겨 두겠는가. 우연히 손 가는 대로 모두 허공을 치네. 본래 수고로움을 사양하지 않으니 얼마나 얻을지 만에 하나도 헤아리기 어렵네. 한 마리 물고기가 칼날에 맞으니 백 마리 물고기가 놀라네. 새우와 게는 허둥지둥 뛰어오르네. 어부는 물고기를 마치 병아리 기르듯 하네. 장대 꽂고 삿갓 쓰니 사다새가 놀라네. 어찌 알겠는가, 흰 막대기가 비처럼 요란하게 떨어지는 것을. 물을 휘저어 물고기를 찾으니 이미 성긴 그물이 안타깝네.

분석 및 설명:

이 시는 물고기 잡는 다양한 모습들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면서, 인간의 행위가 자연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 어려운 어획 환경 (1-2구): 겨울의 추위와 마른 물 때문에 물고기 잡기가 쉽지 않은 상황을 묘사합니다. "날씨는 차고 물은 말라 물고기는 진흙 속에 있네. 짧은 낚싯대로 물을 긋는 것이 쟁기질과 같네(天寒水落魚在泥。短鉤畫水如耕犁)"라는 구절은 어려운 어획 환경을 나타냅니다. '날씨는 차고 물은 말라(天寒水落)'는 겨울의 건조한 날씨를 의미하며, 물고기들이 진흙 속에 숨어 있음을 나타냅니다. '짧은 낚싯대로 물을 긋는 것이 쟁기질과 같네(短鉤畫水如耕犁)'는 물고기를 잡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쟁기질에 비유하여 표현한 것으로, 어획이 쉽지 않음을 강조합니다.
  • 무분별한 포획 (3-4구): 물고기를 닥치는 대로 잡는 모습을 묘사합니다. "물가의 갈대는 꺾이고 마름과 물풀은 어지럽네. 이러한 뜻에 어찌 미꾸라지와 새끼 물고기를 남겨 두겠는가(渚蒲披折藻荇亂。此意豈復遺鰍鯢)"라는 구절은 물고기를 잡기 위해 주변 환경을 파괴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물가의 갈대는 꺾이고 마름과 물풀은 어지럽네(渚蒲披折藻荇亂)'는 물고기를 잡는 과정에서 주변 환경이 파괴되는 모습을 나타냅니다. '이러한 뜻에 어찌 미꾸라지와 새끼 물고기를 남겨 두겠는가(此意豈復遺鰍鯢)'는 작은 물고기까지 닥치는 대로 잡는 행위를 비판하는 어조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 혼란스러운 물속 상황 (5-6구): 물고기를 잡는 과정에서 물속이 혼란스러워지는 상황을 묘사합니다. "우연히 손 가는 대로 모두 허공을 치네. 본래 수고로움을 사양하지 않으니 얼마나 얻을지 만에 하나도 헤아리기 어렵네(偶然信手皆虛擊。本不詞勞幾平萬一)"라는 구절은 물고기를 잡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나타내는 동시에, 물속이 얼마나 혼란스러운지를 보여줍니다. '한 마리 물고기가 칼날에 맞으니 백 마리 물고기가 놀라네. 새우와 게는 허둥지둥 뛰어오르네(一魚中刃百魚驚。蝦蟹奔忙誤跳擲)'라는 구절은 물고기를 잡는 행위가 다른 수생 생물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보여줍니다.
  • 인간의 이기심과 자연 파괴 (7-8구): 물고기를 키우는 행위와 잡는 행위를 대비시켜 인간의 이기심을 비판합니다. "어부는 물고기를 마치 병아리 기르듯 하네. 장대 꽂고 삿갓 쓰니 사다새가 놀라네(漁人養魚如養雛。插竿冠笠驚鵜鶘)"라는 구절은 물고기를 키우는 행위를 묘사하면서, 마치 병아리를 기르듯 정성껏 키우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이어지는 구절에서 "어찌 알겠는가, 흰 막대기가 비처럼 요란하게 떨어지는 것을. 물을 휘저어 물고기를 찾으니 이미 성긴 그물이 안타깝네(豈知白挺鬧如雨。攪水覔魚嗟已踈)"라는 구절을 통해 결국에는 물고기를 잡기 위한 행위임을 드러내며, 인간의 이기심을 비판합니다. '흰 막대기가 비처럼 요란하게 떨어지는 것(白挺鬧如雨)'은 물고기를 잡기 위해 물을 휘젓는 모습을 비유적으로 나타낸 것입니다. '이미 성긴 그물이 안타깝네(嗟已踈)'는 물고기가 이미 많이 잡혀서 그물이 텅 비어 있음을 안타까워하는 표현으로 해석될 수 있지만, 동시에 물고기를 닥치는 대로 잡는 행위에 대한 안타까움을 나타내는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습니다.

추가 설명:

  • 배경: 소식은 자연을 사랑하고 인간의 이기심을 비판하는 시를 많이 썼습니다. 이 시 또한 그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 사실적인 묘사: 물고기를 잡는 다양한 모습들을 생동감 있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 비판적인 시각: 인간의 이기심과 자연 파괴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 소식 시의 특징: 자연에 대한 섬세한 관찰, 인간사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 그리고 생동감 넘치는 묘사가 어우러진 소식 시의 특징을 이 시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시를 통해 우리는 물고기를 잡는 다양한 모습과 그로 인한 자연의 변화를 엿볼 수 있습니다. 특히, 인간의 이기심과 자연 파괴에 대한 소식의 안타까운 마음이 잘 드러나 있습니다.

 

소식(蘇軾)의 동파집(東坡集)에 실린 「오중전부탄화가수운(吳中田婦歎和賈收韻)」을 현대 한국어로 번역하고 분석 및 설명을 덧붙이겠습니다. 이 시는 오중(吳中, 지금의 강소성 남부 지역) 농촌 아낙의 탄식을 가수의 운을 빌려 읊은 시입니다. 흉년으로 인해 고통받는 농민들의 현실을 생생하게 묘사하며, 관리들의 가렴주구와 외세 침략에 대한 우려를 함께 담고 있습니다.

현대 한국어 번역:

올해 벼는 익는 것이 너무 늦으니, 서릿바람이 언제나 오려나. 서릿바람이 오자 비가 쏟아지니, 쟁기 머리에는 버섯이 피고 낫에는 이끼가 생기네. 눈은 마르고 눈물은 다 쏟아도 비는 그치지 않으니, 누렇게 익은 이삭이 푸른 진흙에 뒹구는 것을 차마 보겠는가. 한 달 동안 볏짚으로 지붕을 덮은 움막에서 밭두렁 위에서 묵으니, 날이 개자 벼를 베어 수레에 싣고 돌아오네. 땀을 흘리고 어깨는 벌겋게 익어 짐을 지고 장에 들어가지만, 값은 싸서 마치 겨와 쌀겨처럼 거저 주는 것과 같네. 소를 팔아 세금을 내고 집을 헐어 밥을 지으니, 생각이 짧아 내년의 굶주림까지는 미치지 못하네. 관청은 이제 돈만 원하고 쌀은 원하지 않으니, 서북쪽 만 리에서 강족(羗族) 아이들을 불러들이네. 공수(龔遂)와 황패(黃霸) 같은 어진 관리들이 조정에 가득해도 백성들의 고통은 더욱 심하니, 차라리 하백(河伯)의 아내가 되는 것이 낫겠네.

분석 및 설명:

이 시는 흉년으로 고통받는 농민들의 현실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 늦은 수확과 계속되는 비 (1-2구): 늦은 수확과 때아닌 비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상황을 묘사합니다. "올해 벼는 익는 것이 너무 늦으니, 서릿바람이 언제나 오려나. 서릿바람이 오자 비가 쏟아지니, 쟁기 머리에는 버섯이 피고 낫에는 이끼가 생기네(今年粳稻熟苦遲。庶見霜風來幾時。霜風來時雨如瀉。杷頭出菌鎌生衣)"라는 구절은 수확 시기가 늦어지고 때마침 비까지 내려 농작물이 피해를 입는 상황을 나타냅니다. '서릿바람(霜風)'은 수확 시기를 알리는 신호이지만, 비와 함께 와서 오히려 피해를 주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쟁기 머리에는 버섯이 피고 낫에는 이끼가 생기네(杷頭出菌鎌生衣)'라는 표현은 습한 날씨가 지속되어 농기구에까지 피해가 미치는 상황을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 절망적인 상황 (3-4구): 계속되는 비로 인해 수확을 포기해야 하는 절망적인 상황을 묘사합니다. "눈은 마르고 눈물은 다 쏟아도 비는 그치지 않으니, 누렇게 익은 이삭이 푸른 진흙에 뒹구는 것을 차마 보겠는가. 한 달 동안 볏짚으로 지붕을 덮은 움막에서 밭두렁 위에서 묵으니, 날이 개자 벼를 베어 수레에 싣고 돌아오네(眼枯淚盡雨不盡。忍見黃穗卧青泥。茆苫一月壠上宿。天晴穫稻隨車歸)"라는 구절은 비로 인해 수확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농민의 고통을 절절하게 보여줍니다. '눈은 마르고 눈물은 다 쏟아도 비는 그치지 않으니(眼枯淚盡雨不盡)'라는 표현은 농민의 절망적인 심정을 극적으로 나타냅니다.
  • 힘든 노동과 낮은 곡가 (5-6구): 힘든 노동에도 불구하고 낮은 곡가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상황을 묘사합니다. "땀을 흘리고 어깨는 벌겋게 익어 짐을 지고 장에 들어가지만, 값은 싸서 마치 겨와 쌀겨처럼 거저 주는 것과 같네. 소를 팔아 세금을 내고 집을 헐어 밥을 지으니, 생각이 짧아 내년의 굶주림까지는 미치지 못하네(汗流肩頳載入市。價賤乞與如糠粞。賣牛納稅拆屋炊。慮淺不及明年飢)"라는 구절은 농민들의 고된 노동과 그에 비해 너무나 낮은 곡가를 대비시켜 안타까움을 자아냅니다. '소를 팔아 세금을 내고 집을 헐어 밥을 지으니(賣牛納稅拆屋炊)'라는 표현은 당장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가진 것을 모두 팔아야 하는 농민들의 절박한 상황을 보여줍니다.
  • 관리의 가렴주구와 외세의 침략 (7-8구): 관리들의 가렴주구와 외세의 침략에 대한 우려를 나타냅니다. "관청은 이제 돈만 원하고 쌀은 원하지 않으니, 서북쪽 만 리에서 강족(羗族) 아이들을 불러들이네. 공수(龔遂)와 황패(黃霸) 같은 어진 관리들이 조정에 가득해도 백성들의 고통은 더욱 심하니, 차라리 하백(河伯)의 아내가 되는 것이 낫겠네(官今要錢不要米。西北萬里招羗兒。龔黃滿朝人更苦。不如却作河伯婦)"라는 구절은 관리들의 탐욕과 외세의 침략으로 인해 백성들의 고통이 더욱 심해지는 상황을 비판합니다. '강족(羗族)'은 당시 북송을 침략하던 이민족을 의미하며, 외세의 침략에 대한 우려를 나타냅니다. '공수(龔遂)와 황패(黃霸)'는 한나라의 어진 관리들로, 이들의 이름을 언급하며 현실 정치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냅니다. '차라리 하백(河伯)의 아내가 되는 것이 낫겠네(不如却作河伯婦)'라는 표현은 극심한 고통 속에서 죽음조차 두려워하지 않는 농민의 절망적인 심정을 나타냅니다. 하백은 황하의 신으로, 그 아내가 되는 것은 물에 빠져 죽는 것을 의미합니다.

추가 설명:

  • 배경: 소식은 백성들의 고통에 깊이 공감하는 시를 많이 썼습니다. 이 시 또한 흉년으로 고통받는 농민들의 현실을 안타까워하며 지은 것으로 보입니다.
  • 사실적인 묘사: 농촌의 풍경과 농민들의 생활을 사실적으로 묘사하여 독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킵니다.
  • 현실 비판: 관리의 가렴주구와 외세의 침략 등 당시 사회의 문제점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 소식 시의 특징: 현실에 대한 깊은 관심, 백성들의 고통에 대한 공감, 그리고 사회 문제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내는 소식 시의 특징을 이 시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시를 통해 우리는 흉년으로 인해 고통받는 농민들의 현실과 당시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엿볼 수 있습니다. 특히, 관리들의 탐욕과 외세의 침략에 대한 소식의 우려가 잘 드러나 있습니다.

 

소식(蘇軾)의 동파집(東坡集)에 실린 「화소동년희증가수수재삼수(和邵同年戲贈賈收秀才三首)」를 현대 한국어로 번역하고 분석 및 설명을 덧붙이겠습니다. 이 시는 소식이 동년(同年, 같은 해에 과거에 급제한 사람)인 소씨(邵氏)와 함께 가수(賈收)라는 수재를 희롱조로贈送(증송, 선물을 주거나 시를 지어 줌)한 세 수의 시입니다. 재치 있는 표현과 고사를 활용하여 가수의 상황을 묘사하면서도, 세상살이의 어려움과 고독, 그리고 자신의 처지에 대한 생각을 함께 드러내고 있습니다. 특히 세 번째 수에서는 가수가 재혼하려 한다는 소식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 수:

현대 한국어 번역:

만나자마자 웃음 속에서 즐거워하니, 이제껏 말이나 소처럼 무례한 풍속은 알지 못했네. 이웃을 정하는 것은 오히려 세 갈래 길을 용납할 만하고, 모임에 드는 것은 마땅히 두 늙은이가 되어야 하네. 옛 뜻은 이미 난초로 엮은 패옥에 담았고, 시를 지어 한가로이 계수나무 숲을 노래하네. 이 몸은 스스로 하늘에 맡겼으니 다시 묻지 않으니, 백발이 된 이후로 점점 공평하지 않네.

분석 및 설명:

  • 만남의 즐거움 (1-2구): 처음 만났지만 마치 오랜 친구처럼 즐거워하는 모습을 묘사합니다. '경개상환(傾蓋相歡)'은 처음 만나 매우 기뻐하는 것을 의미하며, '마우풍(馬牛風)'은 말이나 소처럼 무례한 풍속을 의미합니다.
  • 함께하는 즐거움 (3-4구): 함께 이웃이 되고 모임에 참여하여 늙어가는 즐거움을 이야기합니다. '삼경(三徑)'은 은거하는 사람의 거처를 의미하며, '양옹(兩翁)'은 두 늙은이를 의미합니다.
  • 옛 뜻과 시 (5-6구): 옛 선비의 뜻을 이어받아 시를 짓는 모습을 묘사합니다. '난집패(蘭緝佩)'는 난초로 엮은 패옥으로, 고결한 인품을 상징합니다.
  • 세상살이의 어려움 (7-8구): 세상살이가 공평하지 않음을 한탄하며, 자신의 처지를 하늘에 맡겼음을 이야기합니다.

두 번째 수:

현대 한국어 번역:

아침에 새싹이 묵은 나무에서 돋아나는 것을 보니, 시인은 고독한 분노로 집을 그리워하네. 오이처사(五噫處士)는 너무나 궁핍했고, 삼부선생(三賦先生)은 지나치게 허황된 말을 많이 했네. 장막 밖에는 학이 울고 함에는 거울이 있고, 그 안에는 돈이 다 떨어지고 책상에는 물고기가 없네. 옥천자(玉川子)는 어느 날 금궐(金闕)에 조회할까, 대낮에 문을 닫고 야차를 지키네. 이때 가수는 다시 장가들려 함.

분석 및 설명:

  • 고독과 그리움 (1-2구): 고독한 시인의 심정을 묘사하며,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나타냅니다. '신이(新荑)'는 새싹을 의미하며, '구사(舊槎)'는 묵은 나무를 의미합니다.
  • 과거 인물들의 고사 인용 (3-4구): 오이처사와 삼부선생의 고사를 인용하여 가수의 처지를 비유합니다. '오이처사(五噫處士)'는 한나라의 양홍(梁鴻)을 가리키며, 가난하게 살면서 세상을 비판한 인물입니다. '삼부선생(三賦先生)'은 전한(前漢)의 동방삭(東方朔)을 가리키며, 해학적인 글로 유명합니다.
  • 궁핍한 생활 (5-6구): 가수의 궁핍한 생활을 묘사합니다. '함(奩)'은 거울을 담는 상자를 의미하며, '안(桉)'은 책상을 의미합니다.
  • 가수의 상황 암시 (7-8구): 옥천자의 고사를 인용하여 가수의 상황을 암시합니다. '옥천자(玉川子)'는 당나라의 시인 이하(李賀)를 가리키며, 요절한 시인입니다. '금궐(金闕)'은 황궁을 의미하며, '야차(夜叉)'는 불교의 귀신을 의미합니다. 이 구절은 가수가 세상과 단절된 채 고독하게 지내는 모습을 비유적으로 나타내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으며, 이 시를 쓸 당시 가수가 재혼하려 했다는 사실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세 번째 수:

현대 한국어 번역:

세상살이가 가는 곳마다 돛대 위의 까마귀와 같으니, 과거에 뜻이 없어 턱수염을 뜯네. 누런 모자 쓰고 배를 저으며 세월을 잊고, 흰 옷 입고 술을 짊어지고 홀아비와 외로운 사람을 위로하네. 저공(狙公)은 병든 척하며 와서 밤을 나누어 주고, 수백(水伯)은 탐하는 것을 알고 물고기를 내어 주네. 동정호(洞庭湖)를 향해 초나라 노래를 부르지 마오, 안개 낀 물결이 아득하니 바로 나의 시름이오.

분석 및 설명:

  • 떠돌아다니는 삶 (1-2구):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는 삶을 묘사합니다. '장오(檣烏)'는 돛대 위의 까마귀로, 불안정한 삶을 비유합니다. '적함수(摘頷鬚)'는 턱수염을 뜯는 것으로, 근심과 불안을 나타내는 행위입니다.
  • 자유로운 생활 (3-4구): 세속적인 명예를 잊고 자유롭게 살아가는 모습을 묘사합니다. '황모(黃帽)'는 누런 모자를 의미하며, '자선(刺舩)'은 배를 젓는 것을 의미합니다. '백의(白衣)'는 평민의 옷을 의미하며, '단고(鰥孤)'는 홀아비와 외로운 사람을 의미합니다.
  • 고사 인용과 풍자 (5-6구): 저공과 수백의 고사를 인용하여 세상을 풍자합니다. '저공(狙公)'은 원숭이를 기르는 사람으로, 원숭이들을 속여 먹이를 나누어 주었다는 고사가 있습니다. '수백(水伯)'은 강의 신으로, 탐욕스러운 존재로 묘사됩니다. 이 구절은 세상 사람들이 이익을 좇아 속이는 행위를 풍자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시름 (7-8구):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시름을 나타냅니다. '동정호(洞庭湖)'는 초나라의 대표적인 호수로, 고향을 상징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초곡(楚曲)'은 초나라의 노래로,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불러일으키는 노래입니다.

추가 설명:

  • 배경: 소식은 여러 차례 좌천을 겪으며 불안정한 생활을 했습니다. 이 시는 그러한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가수의 상황을 묘사하면서 세상살이의 어려움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 고사 활용: 다양한 고사를 활용하여 시의 의미를 풍부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 해학과 풍자: 재치 있는 표현과 풍자를 통해 시의 재미를 더하고 있습니다.
  • 소식 시의 특징: 고사를 활용하여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해학과 풍자를 통해 세상을 비판하는 소식 시의 특징을 이 시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세 수의 시를 통해 우리는 가수의 상황과 함께 세상살이의 어려움, 고독, 그리고 소식 자신의 생각들을 엿볼 수 있습니다. 특히, 다양한 고사를 활용하여 시의 의미를 풍부하게 만드는 방식은 소식 시의 특징을 잘 보여줍니다.

 

소식(蘇軾)의 동파집(東坡集)에 실린 「유도량산하산(遊道場山何山)」을 현대 한국어로 번역하고 분석 및 설명을 덧붙이겠습니다. 이 시는 도량산(道場山)을 유람하며 그 아름다운 경치를 묘사하고, 산중의 고요함과 은거하는 삶에 대한 동경, 그리고 현실에 대한 아쉬움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현대 한국어 번역:

도량산 정상은 어느 산기슭에 있는가? 위로는 구름 덮인 봉우리에 닿아 있고 아래로는 깊은 골짜기에 이르네. 나는 산과 물의 동굴 속에서 왔지만, 오히려 이 산을 보고도 부족함을 느끼네. 넓은 호수를 다 지나니 흰 물결이 아득하고, 푸른 산은 갑자기 용과 뱀이 서린 듯하네. 산이 높아 바람이 없어도 소나무는 저절로 울리고, 돌부딪치는 소리를 놀란 여울 소리로 잘못 알았네. 산의 스님은 산의 샘물을 내보내지 않고, 집 아래 맑은 연못은 아름다운 자리를 비추네. 섬돌 앞에는 아름드리 나무가 향기를 구름 속에 뿜어내니, 달빛 아래 신선이 직접 심은 것이네. 산을 내려와 뒤돌아보니 푸른 구름 같은 머리 모양이, 푸른 기와와 붉은 난간 사이에서 아득하네. 흰 물이 흐르는 밭머리에서 길 가는 사람에게 물으니, 작은 시냇물 깊은 곳이 어느 산인가 하네. 고인(高人)은 밤새도록 책을 읽으니, 지금도 산의 학이 밤중에 우네. 나는 이제 학문을 폐하고 산으로 돌아가지 않으니, 산중을 마주하며 술잔을 들고 부질없이 세 번 탄식하네.

분석 및 설명:

이 시는 도량산의 아름다운 경치를 묘사하는 동시에, 은거하는 삶에 대한 동경과 현실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 도량산의 웅장함 (1-2구): 도량산의 높고 깊은 모습을 묘사하며 시를 시작합니다. "도량산 정상은 어느 산기슭에 있는가? 위로는 구름 덮인 봉우리에 닿아 있고 아래로는 깊은 골짜기에 이르네(道場山頂何山麓。上徹雲峰下幽谷)"라는 구절은 도량산의 웅장함을 효과적으로 보여줍니다.
  • 산수의 아름다움에 대한 감탄 (3-4구): 산수의 아름다움에 대한 감탄을 표현합니다. "나는 산과 물의 동굴 속에서 왔지만, 오히려 이 산을 보고도 부족함을 느끼네(我從山水窟中來。尚愛此山看不足)"라는 구절은 다른 곳의 아름다운 경치도 보았지만, 도량산의 아름다움에 더욱 감탄하는 화자의 심정을 나타냅니다. "넓은 호수를 다 지나니 흰 물결이 아득하고, 푸른 산은 갑자기 용과 뱀이 서린 듯하네(陂湖行盡白漫漫。青山忽作龍蛇盤)"라는 구절은 호수를 지나 산의 모습을 묘사하며, 산의 웅장한 기세를 용과 뱀이 서린 모습에 비유하여 표현하고 있습니다.
  • 고요한 산의 풍경 (5-6구): 고요한 산의 풍경을 묘사합니다. "산이 높아 바람이 없어도 소나무는 저절로 울리고, 돌부딪치는 소리를 놀란 여울 소리로 잘못 알았네(山高無風松自響。誤認石齒號驚湍)"라는 구절은 바람이 없어도 소나무가 스스로 내는 소리를 통해 산의 고요함을 강조합니다. "산의 스님은 산의 샘물을 내보내지 않고, 집 아래 맑은 연못은 아름다운 자리를 비추네(山僧不放山泉出。屋底清池照瑤席)"라는 구절은 산사의 정갈하고 고요한 분위기를 보여줍니다.
  • 신성한 분위기 (7-8구): 신성한 분위기를 묘사합니다. "섬돌 앞에는 아름드리 나무가 향기를 구름 속에 뿜어내니, 달빛 아래 신선이 직접 심은 것이네(堦前合抱香入雲。月裏仙人親手植)"라는 구절은 오래된 나무에서 풍기는 향기를 신선이 심은 것에 비유하여 신성한 분위기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 산을 내려오며 느끼는 아쉬움 (9-10구): 산을 내려오며 느끼는 아쉬움을 표현합니다. "산을 내려와 뒤돌아보니 푸른 구름 같은 머리 모양이, 푸른 기와와 붉은 난간 사이에서 아득하네(出山回望翠雲鬟。碧瓦朱欄縹緲間)"라는 구절은 산의 아름다운 경치를 다시 한번 되돌아보는 화자의 아쉬운 마음을 나타냅니다. "흰 물이 흐르는 밭머리에서 길 가는 사람에게 물으니, 작은 시냇물 깊은 곳이 어느 산인가 하네(白水田頭問行路。小溪深處是何山)"라는 구절은 산의 깊은 곳에 대한 궁금증을 나타내는 동시에, 다시 산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을 암시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 은거에 대한 동경과 현실에 대한 아쉬움 (11-12구): 산속에서 책을 읽으며 은거하는 삶에 대한 동경과 현실에 대한 아쉬움을 표현합니다. "고인(高人)은 밤새도록 책을 읽으니, 지금도 산의 학이 밤중에 우네(高人讀書夜達旦。至今山鶴鳴夜半)"라는 구절은 과거에 산속에서 공부하던 고인의 모습을 회상하며, 은거하는 삶에 대한 동경을 나타냅니다. "나는 이제 학문을 폐하고 산으로 돌아가지 않으니, 산중을 마주하며 술잔을 들고 부질없이 세 번 탄식하네(我今廢學不歸山。山中對酒空三歎)"라는 구절은 현실적인 이유로 산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화자의 아쉬움을 드러냅니다. '공삼탄(空三歎)'은 부질없이 탄식하는 것을 의미하며, 화자의 안타까운 심정을 강조합니다.

추가 설명:

  • 배경: 소식은 정치적인 이유로 여러 차례 좌천되었고, 이 시는 그러한 현실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서 은거하고 싶은 마음을 표현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 섬세한 묘사: 산의 모습, 물의 흐름, 나무의 향기 등 자연의 모습을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 은거에 대한 동경: 속세를 떠나 자연 속에서 은거하는 삶에 대한 동경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 현실에 대한 아쉬움: 현실적인 이유로 은거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 소식 시의 특징: 자연에 대한 섬세한 관찰, 은거에 대한 동경, 그리고 현실에 대한 아쉬움을 함께 드러내는 소식 시의 특징을 이 시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시를 통해 우리는 도량산의 아름다운 경치와 함께 은거하는 삶에 대한 소식의 동경, 그리고 현실적인 제약으로 인해 그러지 못하는 아쉬움을 엿볼 수 있습니다. 특히, 자연에 대한 섬세한 묘사와 감정의 섬세한 표현이 인상적입니다.

 

소식(蘇軾)의 동파집(東坡集)에 실린 「증신로칠절(贈莘老七絕)」을 현대 한국어로 번역하고 분석 및 설명을 덧붙이겠습니다. 이 시는 신로(莘老)에게 칠언절구 형식으로 지어 준 시로, 오랜 이별의 아쉬움, 자연을 벗 삼는 즐거움, 세상사에 대한 초탈함, 그리고 술과 풍류를 즐기는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현대 한국어 번역:

첫 번째 수:

아, 나는 그대와 오랫동안 무리에서 떨어져 있었네. 귀는 차갑고 마음은 재처럼 식어 백 가지를 들어도 들리지 않네. 만약 푸른 산을 마주하고 세상일을 이야기한다면, 마땅히 큰 잔을 들어 그대에게 권하리.

분석 및 설명:

  • 오랜 이별의 아쉬움 (1-2구): 오랜만에 만나는 신로에 대한 반가움과 그동안의 소식을 전해 듣지 못했던 아쉬움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냉심회(耳冷心灰)'는 세상일에 무관심해진 상태를 비유적으로 나타냅니다.
  • 술잔을 나누며 회포를 풀고자 함 (3-4구): 푸른 산을 배경으로 술잔을 기울이며 그간의 회포를 풀고 싶어 하는 마음을 나타냅니다. '거백편부군(舉白便浮君)'은 큰 잔에 술을 가득 부어 권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두 번째 수:

천목산(天目山) 앞 맑은 물이 옷자락을 적시고, 벽란당(碧瀾堂) 아래에서 배의 닻을 바라보네. 둑을 쌓아 물을 막는 것은 나의 일이 아니니, 한가로이 초계(苕溪)를 태호(太湖)로 흘려보내네.

분석 및 설명:

  • 자연 속의 한가로운 모습 (1-2구): 천목산과 초계의 아름다운 풍경을 배경으로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묘사합니다. '녹침거(淥浸裾)'는 맑은 물이 옷자락을 적시는 것을 의미하며, '함로(銜艫)'는 배의 닻을 의미합니다.
  • 세상일에 초탈한 태도 (3-4구): 인위적인 행위(둑을 쌓아 물을 막는 것)에 얽매이지 않고 자연의 흐름에 순응하는 초탈한 태도를 보여줍니다.

세 번째 수:

밤에 비가 푸른 험준한 산봉우리를 씻어내니, 파도가 솟고 구름이 모여 성곽을 둘러싸고 차갑네. 간혹 변산(弁山)이 어느 곳에 있는지, 그대를 위해 사방을 두루 살펴보네.

분석 및 설명:

  • 비 온 후의 풍경 (1-2구): 비 온 후의 깨끗하고 차가운 풍경을 묘사합니다. '벽준완(碧巑岏)'은 푸른 험준한 산봉우리를 의미하며, '요곽한(遶郭寒)'은 성곽을 둘러싸고 차가움을 의미합니다.
  • 변산에 대한 궁금증 (3-4구): 변산의 위치를 찾으려는 행위를 통해 신로에 대한 관심과 우정을 드러냅니다.

네 번째 수:

밤 다리의 등불이 시내를 비추어 밝히니, 작은 배를 띄워 천천히 가고 싶네. 잠시 관노(官奴)를 빌려 피리를 불게 하니, 내일 아침 새로운 달이 삼경(三更)에 이르리.

분석 및 설명:

  • 밤의 풍류 (1-2구): 밤에 배를 타고 풍류를 즐기는 모습을 묘사합니다. '편주(扁舟)'는 작은 배를 의미하며, '취차행(取次行)'은 천천히 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 흥취를 더함 (3-4구): 관노에게 피리를 불게 하여 흥취를 더하고, 다가올 아침의 달을 기다리는 낭만적인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삼경(三更)'은 밤 11시부터 새벽 1시 사이를 의미합니다.

다섯 번째 수:

삼 년 동안 서울에서 비름과 쑥만 먹는 것이 싫었으니, 늘 회수(淮水)의 생선에 초나라 술지게미를 곁들여 먹는 것을 부러워했네. 오늘 낙타교(駱駝橋) 아래에 배를 대니, 마음껏 잘 쳐진 그물이 은빛 칼처럼 나오는 것을 보네.

분석 및 설명:

  • 고향에 대한 그리움 (1-2구): 서울 생활의 고달픔을 토로하며, 고향의 음식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표현합니다. '여호(藜蒿)'는 비름과 쑥을 의미하며, 변변치 않은 음식을 비유적으로 나타냅니다. '회어압초조(淮魚壓楚糟)'는 회수의 생선에 초나라 술지게미를 곁들여 먹는 것을 의미하며, 고향의 풍성한 음식을 상징합니다.
  • 풍성한 어획 (3-4구): 고향에 돌아와 풍성한 어획을 보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묘사합니다. '수망출은도(脩網出銀刀)'는 잘 쳐진 그물이 은빛 칼처럼 나오는 것을 의미하며, 풍성한 어획을 비유적으로 나타냅니다.

여섯 번째 수:

오정(烏程)의 서리 맞은 벼는 사람을 향기롭게 하니, 봄바람과 함께 합수(霅水)의 물빛을 빚어내네. 때때로 그 가운데 서막(徐邈)의 성스러움을 본받고, 나에게 차공(次公)의 광태를 너무 많이 권하지 마오.

분석 및 설명:

  • 고향의 풍경 (1-2구): 고향의 풍요로운 풍경을 묘사합니다. '오정상도습인향(烏程霜稻襲人香)'은 오정의 서리 맞은 벼가 향기롭다는 것을 의미하며, 풍요로운 가을 풍경을 나타냅니다. '양작춘풍합수광(釀作春風霅水光)'은 봄바람과 함께 합수의 물빛이 아름답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 술에 대한 이야기 (3-4구): 술을 즐기면서도 지나치게 취하는 것을 경계하는 모습을 나타냅니다. '서막성(徐邈聖)'은 삼국시대 위나라의 관리로 술을 매우 좋아했다고 합니다. '차공광(次公狂)'은 진나라의 완적(阮籍)을 가리키며, 술에 취해 광태를 부린 것으로 유명합니다. 이 구절은 술을 즐기되 지나치지 않으려는 화자의 절제된 태도를 보여줍니다.

일곱 번째 수:

지난해 섣달에 고산(孤山)을 방문하여, 스님 창가에서 반나절의 한가로움을 빌렸네. 집으로 돌아가 아내와 아이들을 생각해서가 아니라, 도인과의 약속 때문에 곧 돌아가야 했네.

분석 및 설명:

  • 과거의 추억 (1-2구): 과거 고산을 방문했던 추억을 회상합니다. '승창반일한(僧窓半日閑)'은 스님 창가에서 반나절 동안 한가로운 시간을 보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 약속의 중요성 (3-4구):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서가 아니라 도인과의 약속 때문에 돌아갔다는 것을 강조하며, 약속을 중시하는 태도를 보여줍니다.

추가 설명:

  • 배경: 소식은 여러 차례 좌천을 겪으며 고향을 떠나 여러 곳을 떠돌아다녔습니다. 이 시는 그러한 상황 속에서 친구인 신로를 그리워하며 지은 것으로 보입니다.
  • 다양한 소재: 자연 풍경, 술, 고사 등 다양한 소재를 활용하여 시의 내용을 풍부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 솔직한 감정 표현: 친구에 대한 그리움, 세상사에 대한 초탈함, 술과 풍류를 즐기는 모습 등 자신의 솔직한 감정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 소식 시의 특징: 자연에 대한 섬세한 묘사, 솔직한 감정 표현, 그리고 다양한 소재와 고사를 활용하는 소식 시의 특징을 이 시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소식(蘇軾)의 동파집(東坡集)에 실린 「신로즙천경관소원유정북향도사산(莘老葺天慶觀小園有亭北向道士山),종열걸명여시(宗說乞名與詩)」를 현대 한국어로 번역하고 분석 및 설명을 덧붙이겠습니다. 이 시는 신로(莘老)가 천경관(天慶觀)의 작은 정원을 보수하고 북쪽으로 도사산(道士山)을 향해 정자를 지었는데, 종열(宗說)이 이름을 지어주고 시를 지어달라고 부탁하여 지은 시입니다. 이 시는 신로의 은거 생활을 묘사하며, 떠나간 사람들과 남은 사람들의 대비를 통해 고독과 우정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현대 한국어 번역:

봄바람이 불려 하지만 북풍이 미약하네. 귀안정(歸鴈亭) 가에서 기러기 돌아가는 것을 보내네. 촉 땅의 나그네는 남쪽으로 유람하여 집이 가장 멀고, 오나라 산은 추위가 다하니 눈이 먼저 마르네. 조각배가 떠난 후 꽃가루는 어지럽고, 높은 관리가 왔을 때는 손님들이 아니었네. 오직 도인만이 응당 잊지 않으니, 거문고를 안고 말없이 저녁 햇살 속에 서 있네.

분석 및 설명:

이 시는 신로의 정원에 있는 정자를 배경으로, 떠나간 사람들과 남은 사람들의 대비를 통해 고독과 우정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 계절의 변화와 풍경 (1-2구): 봄이 오려 하지만 아직 겨울의 기운이 남아 있는 계절의 변화를 묘사하며, 정자의 위치와 주변 풍경을 소개합니다. "봄바람이 불려 하지만 북풍이 미약하네(春風欲動北風微)"라는 구절은 계절의 변화를 섬세하게 포착하고 있습니다. "귀안정(歸鴈亭)"은 기러기가 돌아가는 것을 보는 정자라는 뜻으로, 정자의 위치와 의미를 나타냅니다.
  • 떠나간 사람들 (3-4구): 멀리 떠나간 사람들을 언급하며, 현재 곁에 없는 사람들에 대한 아쉬움을 표현합니다. "촉 땅의 나그네는 남쪽으로 유람하여 집이 가장 멀고(蜀客南遊家最遠)"라는 구절은 멀리 떠나간 사람을 가리키며, 현재 함께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나타냅니다. "오나라 산은 추위가 다하니 눈이 먼저 마르네(吳山寒盡雪先晞)"라는 구절은 오나라 산의 겨울 풍경을 묘사하며, 떠나간 사람들과의 공간적 거리를 부각합니다.
  • 변화된 상황 (5-6구): 과거와 달라진 현재의 상황을 묘사합니다. "조각배가 떠난 후 꽃가루는 어지럽고(扁舟去後花絮亂)"라는 구절은 과거에는 배를 타고 오가던 사람들이 있었지만, 지금은 꽃가루만 어지럽게 날릴 뿐임을 나타냅니다. "높은 관리가 왔을 때는 손님들이 아니었네(五馬來時賔從非)"라는 구절은 과거에는 높은 관리와 그를 따르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음을 나타냅니다. '오마(五馬)'는 고위 관리를 의미합니다. 이러한 묘사를 통해 과거의 번성했던 모습과 현재의 쓸쓸한 모습을 대비시키고 있습니다.
  • 남아 있는 친구 (7-8구): 떠나간 사람들과 대비적으로 남아 있는 친구(도인)를 강조하며, 변치 않는 우정을 나타냅니다. "오직 도인만이 응당 잊지 않으니(惟有道人應不忘)"라는 구절은 다른 사람들은 모두 떠났지만, 도인만은 변함없이 곁에 남아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나타냅니다. "거문고를 안고 말없이 저녁 햇살 속에 서 있네(抱琴無語立斜暉)"라는 구절은 도인의 고독한 모습을 묘사하는 동시에, 신로와 도인 사이의 깊은 우정을 암시합니다. '사휘(斜暉)'는 저녁 햇살을 의미하며, 고독하고 쓸쓸한 분위기를 더합니다.

추가 설명:

  • 배경: 소식은 여러 차례 좌천을 겪으며 친구들과 떨어져 지내는 시간이 많았습니다. 이 시는 그러한 상황 속에서 친구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표현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 대비의 효과: 떠나간 사람들과 남아 있는 사람들을 대비시켜 고독과 우정이라는 주제를 효과적으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 간결한 표현: 간결한 표현 속에서 깊은 의미를 담아내고 있습니다.
  • 소식 시의 특징: 친구에 대한 그리움, 세상사에 대한 초탈함, 그리고 간결하면서도 깊이 있는 표현 등 소식 시의 특징을 이 시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시를 통해 우리는 신로의 은거 생활과 함께 친구를 그리워하는 소식의 마음, 그리고 변치 않는 우정의 소중함을 엿볼 수 있습니다. 특히, 떠나간 사람들과 남아 있는 사람들의 대비를 통해 주제를 효과적으로 드러내는 방식이 인상적입니다.

 

소식(蘇軾)의 동파집(東坡集)에 실린 「지수주증전단공안도겸기기제혜산산인(至秀州贈錢端公安道兼寄其弟惠山山人)」을 현대 한국어로 번역하고 분석 및 설명을 덧붙이겠습니다. 이 시는 소식이 수주(秀州, 지금의 저장성 자싱시)에 이르러 전단공(錢端公) 안도(安道)에게 지어 준 시이자 그의 동생인 혜산산인(惠山山人)에게도 함께 부치는 시입니다. 이 시는 전단공의 고결한 인품과 그의 형제들과의 우정을 찬양하며, 세상의 부침과 고독 속에서도 변치 않는 가치를 추구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현대 한국어 번역:

원앙호(鴛鴦湖) 가에는 달빛이 물과 같으니, 외로운 배 밤에 노 저으니 원앙새가 놀라 일어나네. 날이 밝아 돌다리 정자에 배를 매니, 추위를 무릅쓰고 온 어사(御史)에게 부끄럽네. 늦게 사귀었지만 정은 유독 두터우니, 마음을 나눈 것이 얼마나 많았던가. 적막하게 문을 지키는 소생(蕭生)을 탄식하고, 늙어서 창을 잡은 양자(楊子)를 슬퍼하네. 그대의 얼굴빛이 도리어 빼어나니, 혹시 귀양살이가 오히려 더 나은 것이 아닌가. 하늘이 곤경에 빠뜨리려 해도 어찌할 수 없으니, 세상 사람들이 함께 배척하니 참으로 소원하네. 비릉(毗陵)의 높은 산은 주석(錫)으로 뼈를 삼고, 육기(陸機)의 남긴 맛은 샘물과 얼음 같은 치아로 전해지네. 어진 중씨(仲氏)는 일찍이 벼슬을 버렸으니, 이 산을 차지하고 오랫동안 귀를 씻네. 산 위에서 호수를 바라보니 눈에 물결이 쏟아지는 듯하고, 산 아래에서 발을 씻으니 물결이 손가락 사이에서 생기네. 만약 일찍이 왕희지(王羲之)가 금당(金堂)에 대해 물었던 것처럼 묻는 것을 허락한다면, 이미 혜강(嵇康)과 함께 돌의 정수를 남겼네.

분석 및 설명:

이 시는 전단공 안도와 그의 형제, 특히 혜산산인과의 우정을 노래하며, 세상의 부침 속에서도 변치 않는 고결한 가치를 추구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 밤의 풍경과 만남 (1-2구): 원앙호의 아름다운 밤 풍경을 배경으로 전단공과의 만남을 묘사합니다. "원앙호 가에는 달빛이 물과 같으니, 외로운 배 밤에 노 저으니 원앙새가 놀라 일어나네(鴛鴦湖邊月如水。孤舟夜榜鴛鴦起)"라는 구절은 서정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며, 전단공을 만나러 가는 여정을 나타냅니다. "날이 밝아 돌다리 정자에 배를 매니, 추위를 무릅쓰고 온 어사(御史)에게 부끄럽네(平明繫纜石橋亭。慙愧冒寒髯御史)"라는 구절은 전단공의 높은 지위(어사)를 언급하며, 그를 존경하는 마음을 표현합니다.
  • 깊은 우정 (3-4구): 늦게 만났지만 깊은 우정을 나누었음을 강조합니다. "늦게 사귀었지만 정은 유독 두터우니, 마음을 나눈 것이 얼마나 많았던가(結交最晚情獨厚。論心無數今有幾)"라는 구절은 전단공과의 만남이 늦었지만, 그만큼 깊은 우정을 나누었음을 나타냅니다. "적막하게 문을 지키는 소생(蕭生)을 탄식하고, 늙어서 창을 잡은 양자(楊子)를 슬퍼하네(寂寞抱關歎蕭生。耆老執戟哀楊子)"라는 구절은 역사 속 인물들을 인용하여 고독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을 안타까워하는 마음을 표현합니다. 이는 전단공 형제의 처지와도 연결될 수 있습니다.
  • 전단공의 고결한 인품 (5-6구): 전단공의 고결한 인품을 칭송하며, 세상의 부침에도 변치 않는 그의 가치를 강조합니다. "그대의 얼굴빛이 도리어 빼어나니, 혹시 귀양살이가 오히려 더 나은 것이 아닌가(怪君顏采却秀發。無乃遷謫反便美)"라는 구절은 전단공이 귀양살이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더욱 빛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에 대한 감탄을 나타냅니다. "하늘이 곤경에 빠뜨리려 해도 어찌할 수 없으니, 세상 사람들이 함께 배척하니 참으로 소원하네(天公欲困無奈何。世人共抑真踈矣)"라는 구절은 세상의 부침과 인간 관계의 어려움을 나타내지만, 전단공의 고결함은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변치 않음을 강조합니다.
  • 형제들의 고결함과 은거 (7-10구): 전단공의 형제들, 특히 혜산산인의 고결함과 은거 생활을 칭송합니다. "비릉(毗陵)의 높은 산은 주석(錫)으로 뼈를 삼고, 육기(陸機)의 남긴 맛은 샘물과 얼음 같은 치아로 전해지네(毗陵高山錫為骨。陸子遺味泉冰齒)"라는 구절은 비릉의 산과 육기의 고사를 인용하여 혜산의 고결함을 비유적으로 표현합니다. "어진 중씨(仲氏)는 일찍이 벼슬을 버렸으니, 이 산을 차지하고 오랫동안 귀를 씻네(賢哉仲氏早拂衣。占斷此山長洗耳)"라는 구절은 혜산산인이 일찍이 벼슬을 버리고 산에 은거하는 삶을 선택한 것을 칭찬합니다. "산 위에서 호수를 바라보니 눈에 물결이 쏟아지는 듯하고, 산 아래에서 발을 씻으니 물결이 손가락 사이에서 생기네(山頭望湖光潑眼。山下濯足波生指)"라는 구절은 혜산의 아름다운 자연 환경을 묘사하며, 그의 은거 생활의 풍류를 보여줍니다.
  • 고결한 가치의 계승 (11-12구): 과거의 현인들의 고사를 인용하여 전단공 형제의 고결한 가치가 이어질 것임을 암시합니다. "만약 일찍이 왕희지(王羲之)가 금당(金堂)에 대해 물었던 것처럼 묻는 것을 허락한다면, 이미 혜강(嵇康)과 함께 돌의 정수를 남겼네(儻容逸少問金堂。既與嵇康留石髓)"라는 구절은 왕희지와 혜강의 고사를 인용하여 전단공 형제의 고결한 정신과 업적이 후세에 길이 전해질 것임을 나타냅니다.

추가 설명:

  • 배경: 소식은 정치적인 이유로 여러 차례 좌천되었고, 이 시는 그러한 상황 속에서 만난 전단공과 그의 형제들을 통해 고독 속에서도 변치 않는 가치를 추구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 고사 활용: 역사 속 인물들의 고사를 적절하게 활용하여 시의 의미를 풍부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 우정과 존경: 전단공과 그의 형제들에 대한 깊은 우정과 존경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 소식 시의 특징: 고사를 활용하여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세상의 부침 속에서도 변치 않는 가치를 강조하는 소식 시의 특징을 이 시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시를 통해 우리는 전단공 형제의 고결한 인품과 그들과의 우정을 소중히 여기는 소식의 마음을 엿볼 수 있습니다. 특히, 역사 속 인물들의 고사를 활용하여 시의 의미를 더욱 깊이 있게 만드는 방식이 인상적입니다.

 

소식(蘇軾)의 동파집(東坡集)에 실린 「수주보본선원향승문장로방장(秀州報本禪院鄉僧文長老方丈)」을 현대 한국어로 번역하고 분석 및 설명을 덧붙이겠습니다. 이 시는 소식이 수주(秀州) 보본선원(報本禪院)의 향승(鄉僧, 시골 승려) 문장로(文長老)의 방장(方丈, 승려의 거처)을 방문하고 지은 시입니다. 고향을 떠나 타향에서 만난 동향 사람과의 만남을 그리고 있으며, 문장로의 고매한 인품과 자신의 시적 재능에 대한 겸손함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현대 한국어 번역:

만 리 떨어진 고향은 한바탕 꿈속과 같으니, 오나라 말씨는 이미 아이들처럼 변했네. 매번 촉 땅의 늙은이를 만나 종일 이야기하니, 문득 아미산(峨眉山)의 푸른빛이 텅 비어 쓸린 듯하네. 스승은 이미 말을 잊었으니 진정 도가 있고, 나는 시구를 찾는 것 외에는 백 가지가 무용하네. 내년에는 약초를 캐러 천태산(天台山)에 가려 하니, 다시 시를 지어 절강 동쪽을 가득 채우려 하네.

분석 및 설명:

이 시는 타향에서 만난 동향 사람과의 만남을 통해 느끼는 감회를 담고 있으며, 문장로의 인품과 자신의 시에 대한 생각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 고향에 대한 그리움 (1-2구): 만 리 떨어진 고향을 꿈속에 비유하며, 오랜 타향 생활로 인해 고향의 언어마저 잊혀져 가는 현실을 안타까워합니다. "만 리 떨어진 고향은 한바탕 꿈속과 같으니(萬里家山一夢中)"라는 구절은 고향에 대한 아득한 그리움을 나타냅니다. "오나라 말씨는 이미 아이들처럼 변했네(吳音皆已變兒童)"라는 구절은 오랜 타향 생활로 인해 고향의 언어를 잊어버린 상황을 안타깝게 표현합니다. 여기서 '오음(吳音)'은 오나라 지역의 방언을 의미하며, 소식이 있는 곳의 방언을 가리킵니다.
  • 동향인과의 만남 (3-4구): 타향에서 동향 사람을 만나 고향 이야기를 나누는 기쁨을 표현합니다. "매번 촉 땅의 늙은이를 만나 종일 이야기하니(每逢蜀叟談終日)"라는 구절은 동향 사람을 만나는 기쁨을 나타냅니다. '촉수(蜀叟)'는 촉 땅의 늙은이를 의미하며, 여기서는 문장로를 가리킵니다. "문득 아미산(峨眉山)의 푸른빛이 텅 비어 쓸린 듯하네(便覺峨眉翠掃空)"라는 구절은 고향 이야기를 나누면서 고향의 풍경이 눈앞에 펼쳐지는 듯한 느낌을 비유적으로 표현합니다. 아미산은 소식의 고향인 촉 지방에 있는 명산입니다.
  • 문장로의 인품과 자신의 시 (5-6구): 문장로의 고매한 인품을 칭송하고 자신의 시적 재능에 대한 겸손함을 드러냅니다. "스승은 이미 말을 잊었으니 진정 도가 있고(師巳忘言真有道)"라는 구절은 문장로가 언어에 얽매이지 않는 높은 경지에 도달했음을 칭송합니다. '망언(忘言)'은 언어를 초월한 깨달음의 경지를 의미합니다. "나는 시구를 찾는 것 외에는 백 가지가 무용하네(我除搜句百無功)"라는 구절은 문장로의 높은 경지에 비해 자신의 시는 단지 시구를 다듬는 것에 불과하다고 겸손하게 표현합니다. '수구(搜句)'는 시구를 찾는 것을 의미합니다.
  • 향후 계획과 포부 (7-8구): 내년에 천태산에 가서 약초를 캐고 시를 지어 절강 동쪽을 가득 채우겠다는 포부를 밝힙니다. "내년에는 약초를 캐러 천태산(天台山)에 가려 하니(明年采藥天台去)"라는 구절은 향후 계획을 나타냅니다. 천태산은 도교와 불교의 명산으로, 약초가 많이 나는 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시 시를 지어 절강 동쪽을 가득 채우려 하네(更欲題詩滿浙東)"라는 구절은 시인으로서의 포부를 드러냅니다.

추가 설명:

  • 배경: 소식은 여러 차례 좌천을 겪으며 고향을 떠나 타향에서 생활해야 했습니다. 이 시는 그러한 상황 속에서 만난 동향 사람과의 만남을 통해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타향살이의 외로움을 표현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 대비: 문장로의 높은 경지와 자신의 시적 재능을 대비시켜 겸손함을 드러내는 것이 특징입니다.
  • 소식 시의 특징: 고향에 대한 그리움, 타향살이의 외로움, 그리고 자신의 생각에 대한 솔직한 표현 등 소식 시의 특징을 이 시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시를 통해 우리는 타향에서 동향 사람을 만난 소식의 반가움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 그리고 문장로에 대한 존경심을 엿볼 수 있습니다. 특히, 문장로의 높은 경지와 자신의 시를 대비시키는 표현을 통해 겸손함을 드러내는 방식이 인상적입니다.

 

 

소식(蘇軾)의 동파집(東坡集)에 실린 「왕복수재소거쌍회이수(王復秀才所居雙檜二首)」를 현대 한국어로 번역하고 분석 및 설명을 덧붙이겠습니다. 이 시는 왕복(王復)이라는 수재(秀才, 과거 시험에 합격한 젊은 선비)의 집에 있는 두 그루의 회나무(檜, 측백나무과의 상록 교목)를 보고 지은 두 수의 시입니다. 폐허가 된 옛 왕조의 흔적과 그 속에서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회나무를 통해 역사의 흥망성쇠와 변치 않는 자연의 힘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현대 한국어 번역:

첫 번째 수:

오나라 왕의 정원과 누각은 온 성에 가득했었지만, 한가로운 풀과 그윽한 꽃은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네. 푸른 덮개(왕의 행차)가 한 번 돌아간 후 찾을 곳 없으니, 다만 두 그루의 회나무만 남아서 태평성대를 기다리네.

분석 및 설명:

  • 과거의 번성 (1-2구): 과거 오나라의 화려했던 모습을 묘사하며, 현재는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없음을 대비합니다.
    • "오나라 왕의 정원과 누각은 온 성에 가득했었지만(吳王池館徧重城)"은 과거 오나라가 얼마나 번성했었는지를 보여줍니다. '지관(池館)'은 정원과 누각을 의미하며, 왕실의 화려함을 상징합니다. '편중성(徧重城)'은 온 성에 가득했다는 뜻으로, 과거의 번성했던 모습을 강조합니다.
    • "한가로운 풀과 그윽한 꽃은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네(閑草幽花不記名)"는 과거의 화려함은 사라지고 잡초와 이름 모를 꽃들만 남은 현재의 황량한 모습을 나타냅니다.
  • 현재의 쓸쓸함과 회나무의 존재 (3-4구): 과거 왕의 흔적은 사라졌지만, 두 그루의 회나무는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음을 강조합니다.
    • "푸른 덮개(왕의 행차)가 한 번 돌아간 후 찾을 곳 없으니(青葢一歸無覔處)"는 왕의 행차가 다시 돌아오지 않음을 의미하며, 왕조의 멸망과 과거의 영광이 사라졌음을 나타냅니다. '청개(青葢)'는 고대 중국에서 황제나 고관의 수레를 덮는 푸른 덮개를 의미하며, 여기서는 왕의 권위를 상징합니다.
    • "다만 두 그루의 회나무만 남아서 태평성대를 기다리네(秪留雙檜待昇平)"는 모든 것이 사라진 폐허 속에서 두 그루의 회나무만이 남아 미래의 태평성대를 기다리는 모습을 묘사합니다. 이는 회나무의 굳건함과 영원함을 상징하는 동시에,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두 번째 수:

늠름하게 서로 마주하니 감히 속이지 못하네. 곧은 줄기는 하늘을 찌르지만 기이함을 바라지 않네. 뿌리는 구천까지 뻗어 굽은 곳이 없으니, 세상에는 오직 숨은 용만이 알리라.

분석 및 설명:

  • 회나무의 굳건함과 곧음 (1-2구): 두 그루 회나무의 굳건한 모습과 곧은 성품을 묘사합니다.
    • "늠름하게 서로 마주하니 감히 속이지 못하네(凜然相對敢相欺)"는 두 그루의 회나무가 서로 늠름하게 마주보고 있는 모습을 묘사하며, 그 위엄과 굳건함을 나타냅니다.
    • "곧은 줄기는 하늘을 찌르지만 기이함을 바라지 않네(直幹凌空未要奇)"는 회나무의 곧은 줄기가 하늘을 향해 뻗어 있지만, 억지로 기이한 모양을 만들려 하지 않는 자연스러운 모습을 나타냅니다. 이는 회나무의 강직한 성품을 비유적으로 표현합니다.
  • 회나무의 깊은 뿌리와 신비로움 (3-4구): 회나무의 깊은 뿌리와 신비로운 기운을 묘사합니다.
    • "뿌리는 구천까지 뻗어 굽은 곳이 없으니(根到九泉無曲處)"는 회나무의 뿌리가 땅속 깊은 곳까지 곧게 뻗어 있음을 나타냅니다. '구천(九泉)'은 지하 세계를 의미하며, 뿌리가 매우 깊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무곡처(無曲處)'는 굽은 곳이 없다는 뜻으로, 회나무의 곧은 성품을 다시 한번 강조합니다.
    • "세상에는 오직 숨은 용만이 알리라(世間惟有蟄龍知)"는 회나무의 깊은 뿌리와 신비로운 기운은 세상 사람들이 알 수 없고, 오직 땅속에 숨어 있는 용만이 알 것이라고 표현합니다. 이는 회나무의 신성함과 신비로움을 더하는 동시에, 심오한 자연의 이치를 암시합니다. '칩룡(蟄龍)'은 겨울잠을 자는 용을 의미하며, 여기서는 땅속 깊은 곳에 숨어 있는 신비로운 존재를 상징합니다.

추가 설명:

  • 배경: 소식은 여러 차례 좌천을 겪으며 역사의 흥망성쇠를 직접 목격했습니다. 이 시는 그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역사의 흐름과 자연의 영원함을 대비하여 표현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 회나무의 상징성: 회나무는 굳건함, 장수, 절개 등을 상징하는 나무로, 이 시에서는 역사의 변화 속에서도 변치 않는 자연의 힘과 인간의 강인한 정신을 상징합니다.
  • 대비의 효과: 과거의 화려함과 현재의 쓸쓸함, 인간의 역사와 자연의 영원함을 대비시켜 주제를 효과적으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 소식 시의 특징: 자연에 대한 섬세한 묘사, 역사에 대한 깊은 사색, 그리고 자신의 생각을 간결하면서도 심오하게 표현하는 소식 시의 특징을 이 시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두 수의 시를 통해 우리는 폐허가 된 옛 왕조의 흔적과 그 속에서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회나무의 모습을 통해 역사의 흥망성쇠와 변치 않는 자연의 힘을 느낄 수 있습니다. 특히, 회나무를 통해 인간의 강인한 정신과 미래에 대한 희망을 노래하는 방식이 인상적입니다.

 

 

소식(蘇軾)의 동파집(東坡集)에 실린 「송숙달가청비파(宋叔達家聽琵琶)」를 현대 한국어로 번역하고 분석 및 설명을 덧붙이겠습니다. 이 시는 소식이 송숙달(宋叔達)의 집에서 비파(琵琶) 연주를 듣고 지은 시입니다. 아름다운 비파 소리와 연주자의 모습, 그리고 그 음악이 불러일으키는 상상력을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현대 한국어 번역:

몇 줄의 현은 이미 용연향(龍涎香) 나는 채(撥)로 뜯으니, 반쪽 얼굴은 여전히 봉미조(鳳尾槽)에 가려 있네. 새로운 곡조는 옥으로 만든 연쇄(連鎖)를 뒤집는 듯하고, 옛 가락은 끝내 울륜포(鬱輪袍)를 사랑하네. 꿈에서 깨어나 오직 돌아가는 배의 모습만 기억하고, 시를 다 짓고는 두 줄의 자색 비단 끈을 늘어뜨리네. 어찌 오손(烏孫)이 공주를 보내는 것과 다르리오, 푸른 하늘 끝없이 기러기 줄지어 높이 나네.

분석 및 설명:

이 시는 비파 연주를 듣는 상황을 묘사하며, 청각적 이미지와 시각적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결합하여 음악의 아름다움과 그 감동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 연주 시작과 연주자의 모습 (1-2구): 비파 연주의 시작과 연주자의 섬세한 모습을 묘사합니다.
    • "몇 줄의 현은 이미 용연향 나는 채로 뜯으니(數絃已品龍香撥)"는 비파 연주가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구절입니다. '용연향(龍涎香)'은 향료의 일종으로, 채에서 은은한 향기가 나는 것을 표현하여 연주의 고급스러움을 더합니다. '발(撥)'은 비파를 뜯는 채를 의미합니다.
    • "반쪽 얼굴은 여전히 봉미조에 가려 있네(半面猶遮鳳尾槽)"는 연주자의 모습, 특히 비파의 봉미조(비파의 몸통 아래쪽 꼬리 부분)에 얼굴의 반이 가려진 모습을 묘사합니다. 이는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고,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합니다.
  • 음악의 변화와 감동 (3-4구): 비파 음악의 변화와 그로 인한 감동을 표현합니다.
    • "새로운 곡조는 옥으로 만든 연쇄를 뒤집는 듯하고(新曲從翻玉連鎖)"는 새로운 곡조가 마치 옥으로 만든 정교한 구슬 꿰미를 뒤집는 것처럼 다채롭고 변화무쌍함을 비유적으로 표현합니다.
    • "옛 가락은 끝내 울륜포를 사랑하네(舊聲終愛鬱輪袍)"는 옛 가락에서 느껴지는 깊은 감동을 '울륜포(鬱輪袍)'라는 고대의 옷에 비유하여 표현합니다. '울륜포'는 화려하고 귀한 옷으로, 여기서는 옛 가락의 고풍스러움과 아름다움을 상징합니다.
  • 음악 감상 후의 여운 (5-6구): 음악 감상 후의 여운과 시를 짓는 상황을 묘사합니다.
    • "꿈에서 깨어나 오직 돌아가는 배의 모습만 기억하고(夢回只記歸舟字)"는 음악에 깊이 몰입하여 마치 꿈을 꾼 듯한 상태에서 깨어난 후, 뱃길을 따라 돌아가는 모습만이 어렴풋이 기억난다는 의미입니다. 이는 음악이 주는 깊은 인상을 나타냅니다.
    • "시를 다 짓고는 두 줄의 자색 비단 끈을 늘어뜨리네(賦罷雙垂紫錦縧)"는 시를 다 짓고 비파에 달린 자색 비단 끈을 늘어뜨리는 모습을 묘사합니다. 이는 연주가 끝났음을 알리는 동시에, 시인이 음악에 대한 감상을 시로 표현했음을 나타냅니다. '부(賦)'는 시를 짓는 것을 의미하며, '자금도(紫錦縧)'는 자색 비단 끈을 의미합니다.
  • 음악의 웅장함과 여운의 지속 (7-8구): 비파 음악의 웅장함과 그 여운이 오래 지속될 것임을 비유적으로 표현합니다.
    • "어찌 오손이 공주를 보내는 것과 다르리오(何異烏孫送公主)"는 한나라가 오손에 공주를 시집보낼 때 성대하게 전송했던 고사를 인용하여 비파 음악의 웅장함과 성대함을 비유합니다.
    • "푸른 하늘 끝없이 기러기 줄지어 높이 나네(碧天無際鴈行高)"는 넓고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기러기가 줄지어 높이 나는 모습을 묘사하여 음악의 여운이 하늘처럼 넓고 오래 지속될 것임을 나타냅니다.

추가 설명:

  • 배경: 이 시는 소식이 송숙달의 집에서 비파 연주를 듣고 그 감상을 시로 표현한 것으로, 음악에 대한 소식의 깊은 이해와 감수성을 보여줍니다.
  • 비유와 상상력: 다양한 비유와 상상력을 활용하여 음악의 아름다움과 감동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특히, '옥으로 만든 연쇄', '울륜포', '오손이 공주를 보내는 고사', '기러기' 등의 비유는 시의 분위기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줍니다.
  • 청각과 시각의 조화: 비파 소리(청각)와 연주자의 모습, 비파의 외형, 하늘과 기러기(시각)를 조화롭게 배치하여 시의 표현력을 높이고 있습니다.
  • 소식 시의 특징: 섬세한 묘사, 풍부한 상상력, 고사 활용 등 소식 시의 특징을 이 시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시를 통해 우리는 아름다운 비파 음악이 주는 감동과 그 여운, 그리고 음악을 통해 과거의 역사와 광활한 자연을 상상하는 시인의 풍부한 감수성을 느낄 수 있습니다.

 

소식(蘇軾)의 동파집(東坡集)에 실린 「원일차운장선자야견화칠석기화로지작(元日次韻張先子野見和七夕寄華老之作)」을 현대 한국어로 번역하고 분석 및 설명을 덧붙이겠습니다. 이 시는 소식이 원일(元日, 설날)에 장선(張先)의 자(字)인 자야(子野)가 칠석(七夕)에 화로(華老)에게 보낸 시에 차운(次韻, 원시의 운자를 사용하여 시를 짓는 것)하여 지은 시입니다. 늙음을 탄식하면서도 여전히 남아 있는 풍류와 우정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현대 한국어 번역:

견우와 직녀의 저녁에 시구를 얻으니, 고개를 돌리니 삼성(參星)과 미성(尾星) 가운데 있네. 젊음은 먼저 잠이 들고, 백발은 가난을 남기지 않네. 술 모임에서 나는 적수가 되고, 시단에서 그대는 공이 있네. 머리를 움츠린 것은 여름 자라와 같으니, 옥천자(玉川子)를 보니 가을 벌레를 속으로 부끄러워하네. 푸른 치마 드리운 노래는 부르지 마오, 얼굴 붉힐 사람 없으니. 오랜 친구는 하로(賀老)를 그리워하고, 새로 나아가는 이는 종동(終童)에게 감사하네. 옷은 해동청(海東青)처럼 쌍쌍이 상서롭고, 허리띠는 무소 뿔처럼 하나하나 통하네. 소만(小蠻)은 있는지 없는지, 시험 삼아 섭유옹(囁嚅翁)에게 물어보오.

분석 및 설명:

이 시는 늙음을 한탄하면서도 여전히 남아 있는 풍류와 옛 친구에 대한 그리움, 새로운 세대에 대한 기대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 시간의 흐름과 늙음 (1-2구): 칠석이라는 시간적 배경을 통해 늙음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 "견우와 직녀의 저녁에 시구를 얻으니(得句牛女夕)"는 칠석날 밤에 시상을 떠올린 것을 의미합니다. 칠석은 견우와 직녀가 만나는 날로, 시간의 흐름과 만남과 이별을 상징합니다.
    • "고개를 돌리니 삼성과 미성 가운데 있네(轉頭參尾中)"는 시간이 빠르게 흘러감을 나타내는 표현입니다. 삼성과 미성은 별자리 이름으로, 시간이 흘러 계절이 바뀐 것을 의미합니다.
    • "젊음은 먼저 잠이 들고, 백발은 가난을 남기지 않네(青春先入睡。白髮不遺窮)"는 젊음은 지나가고 늙음이 찾아왔지만, 가난에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살아가겠다는 의지를 나타냅니다.
  • 술과 시에 대한 애정 (3-4구): 술과 시를 통해 삶의 즐거움을 찾으려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 "술 모임에서 나는 적수가 되고, 시단에서 그대는 공이 있네(酒社我為敵。詩壇子有功)"는 술과 시를 즐기는 모습을 나타냅니다. '주사(酒社)'는 술을 마시는 모임을 의미하며, '시단(詩壇)'은 시를 짓는 모임을 의미합니다.
    • "머리를 움츠린 것은 여름 자라와 같으니, 옥천자를 보니 가을 벌레를 속으로 부끄러워하네(縮頭先夏鼈。見玉川子實腹鄙秋蟲)"는 자신을 여름 자라에 비유하고, 옥천자(당나라 시인, 맹교(孟郊))를 보고 가을 벌레를 부끄러워한다는 의미입니다. 이는 자신의 시가 옥천자에 비해 부족함을 겸손하게 표현한 것입니다.
  • 과거와 현재의 만남 (5-6구): 과거의 풍류를 그리워하면서도 새로운 세대를 맞이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 "푸른 치마 드리운 노래는 부르지 마오, 얼굴 붉힐 사람 없으니(莫唱裙垂綠。無人臉斷紅)"는 과거 기생들이 부르던 노래를 부르지 말라고 하는 것으로, 옛 풍류가 사라졌음을 아쉬워하는 표현입니다.
    • "오랜 친구는 하로를 그리워하고, 새로 나아가는 이는 종동에게 감사하네(舊交懷賀老。新進謝終童)"는 옛 친구인 하지장(賀知章)을 그리워하고, 새로운 세대인 종동(어린 나이에 재능을 보인 인물)에게 기대를 거는 모습을 나타냅니다. 이는 과거를 그리워하면서도 미래를 향하는 마음을 보여줍니다.
  • 변치 않는 우정과 미래에 대한 기대 (7-8구): 변치 않는 우정과 미래에 대한 기대를 표현하며 시를 마무리합니다.
    • "옷은 해동청처럼 쌍쌍이 상서롭고, 허리띠는 무소 뿔처럼 하나하나 통하네(袍鶻雙雙瑞。腰犀一一通)"는 친구와의 우정이 변치 않음을 비유적으로 표현합니다. '포골(袍鶻)'은 해동청이라는 매의 이름으로, 용맹함과 상서로움을 상징합니다. '요서(腰犀)'는 무소 뿔로 만든 허리띠 장식으로, 귀한 물건을 의미합니다.
    • "소만은 있는지 없는지, 시험 삼아 섭유옹에게 물어보오(小蠻知在否。試問囁嚅翁)"는 당나라 시인 백거이(白居易)의 첩인 소만을 언급하며, 옛일을 회상하는 동시에 섭유옹에게 안부를 묻는 것으로 시를 마무리합니다. 이는 과거의 추억을 되새기며 앞으로의 만남을 기대하는 마음을 나타냅니다.

추가 설명:

  • 배경: 이 시는 소식이 장선의 시에 차운하여 지은 시로, 늙음과 시간의 흐름, 그리고 우정에 대한 생각을 담고 있습니다.
  • 고사 활용: 견우와 직녀, 옥천자, 하로, 종동, 소만 등 여러 고사를 활용하여 시의 의미를 풍부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 대조: 과거와 현재, 늙음과 젊음, 옛 친구와 새로운 세대를 대조하여 시의 주제를 부각하고 있습니다.
  • 소식 시의 특징: 고사를 활용하여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시간의 흐름과 인생에 대한 깊은 사색을 담고 있는 소식 시의 특징을 이 시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시를 통해 우리는 늙음을 한탄하면서도 여전히 풍류를 즐기고 옛 친구를 그리워하며 새로운 세대에 기대를 거는 소식의 모습을 엿볼 수 있습니다. 특히, 다양한 고사를 활용하여 시의 의미를 풍부하게 만드는 방식이 인상적입니다.

 

 

소식(蘇軾)의 동파집(東坡集)에 실린 「정월구일유미당음취귀경수오고방성불부능면기열문서득선간자준소기잡흥작고의일수답지(正月九日有美堂飲醉歸徑睡五鼓方醒不復能眠起閱文書得鮮干子駿所寄雜興作古意一首荅之)」를 현대 한국어로 번역하고 분석 및 설명을 덧붙이겠습니다. 이 시는 소식이 정월 구일(음력 1월 9일)에 유미당(有美堂)에서 술을 마시고 취해 돌아와 곧바로 잠들었다가 새벽녘(오경)에 깨어 다시 잠들지 못하고 일어나 문서를 보다가 선간자준(鮮干子駿)이 보낸 편지를 받고 여러 감흥을 담아 옛 시의 형식으로 지어 답한 시입니다. 세상의 번잡함과 고독, 술의 힘, 깨어난 후의 생각, 그리고 자신의 식성 등을 솔직하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현대 한국어 번역:

뭇사람들의 일은 어지럽고 시끄러운데, 뜻있는 선비는 홀로 조용하네. 어찌 비파의 현과 다르리오, 항상 요고(허리에 매는 북)의 시끄러움을 만나네. 석 잔 술에 만 가지 근심을 잊으니, 깨어난 후에는 오히려 맑고 깨끗하네. 마치 녹로(두레박)의 줄과 같으니, 이미 무거운 얽힘에서 벗어났네. 집안사람들은 스스로 단속하니, 비로소 진나라 부인의 효도를 흠모하네. 가련하구나 원나라 신하가 먼저 갔으니, 방탕함을 지금 누가 조문하리오. 평생 양고기 구이를 즐기니, 맛을 알기에 어찌 함부로 배불리 먹겠는가. 뱀을 삶고 개구리와 두꺼비를 먹으니, 자못 조금씩 먹을 수 있음을 이상하게 여기네. 근심은 잠 못 이루는 데서 오니, 일어나 은하수를 바라보네. 난간에 옥으로 만든 자(玉繩)가 낮게 드리워지고, 밝게 빛나는 태백성(금성)이 새벽을 알리네.

분석 및 설명:

이 시는 술에 취해 잠들었다가 깨어난 후의 여러 감상을 옛 시의 형식으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세상의 번잡함과 자신의 고독, 술의 효능, 가족에 대한 생각, 과거의 인물에 대한 회상, 그리고 자신의 식성까지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 세상의 번잡함과 고독 (1-2구): 세상의 시끄러움과 대비되는 뜻있는 선비의 고독한 모습을 비파와 요고의 비유를 통해 나타냅니다.
    • "뭇사람들의 일은 어지럽고 시끄러운데, 뜻있는 선비는 홀로 조용하네(衆人事紛擾。志士獨悄悄)"는 세상 사람들은 온갖 일로 시끄럽지만, 뜻있는 선비는 홀로 조용히 지낸다는 의미입니다. 이는 세상의 번잡함과 고독한 선비의 모습을 대비하여 보여줍니다.
    • "어찌 비파의 현과 다르리오, 항상 요고의 시끄러움을 만나네(何異琵琶絃。常遭腰鼓鬧)"는 뜻있는 선비가 세상의 시끄러움에 시달리는 것을 비파의 현이 요고의 시끄러운 소리에 시달리는 것에 비유한 것입니다.
  • 술의 효능과 깨어난 후의 생각 (3-4구): 술의 힘을 빌려 근심을 잊었다가 깨어난 후 맑아진 정신 상태를 묘사합니다.
    • "석 잔 술에 만 가지 근심을 잊으니, 깨어난 후에는 오히려 맑고 깨끗하네(三杯忘萬慮。醒後還皎皎)"는 술을 마시는 동안에는 모든 근심을 잊을 수 있지만, 깨어난 후에는 오히려 정신이 맑아진다는 의미입니다.
    • "마치 녹로의 줄과 같으니, 이미 무거운 얽힘에서 벗어났네(有如轆轤索。已脫重縈繞)"는 술에서 깨어난 상태를 무거운 얽힘에서 벗어난 녹로의 줄에 비유하여 표현한 것입니다. '녹로(轆轤)'는 두레박을 의미하며, '중영요(重縈繞)'는 무겁게 얽혀 있는 것을 의미합니다.
  • 가족과 과거 인물에 대한 회상 (5-6구): 가족에 대한 생각과 과거 인물에 대한 회상을 나타냅니다.
    • "집안사람들은 스스로 단속하니, 비로소 진나라 부인의 효도를 흠모하네(家人自約敕。始慕陳婦孝)"는 집안사람들이 스스로를 단속하는 것을 보고 진나라 부인의 효도를 떠올린다는 의미입니다. 이는 가족의 중요성과 효의 가치를 강조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 "가련하구나 원나라 신하가 먼저 갔으니, 방탕함을 지금 누가 조문하리오(可憐原臣先。放蕩今誰弔)"는 원나라의 신하가 먼저 세상을 떠난 것을 안타까워하며, 그의 방탕함을 지금 누가 조문하겠냐고 탄식하는 것입니다. 이는 과거 인물에 대한 회상을 통해 인생의 무상함을 느끼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 자신의 식성과 잠 못 이루는 밤 (7-8구): 자신의 독특한 식성과 근심으로 잠 못 이루는 밤의 풍경을 묘사합니다.
    • "평생 양고기 구이를 즐기니, 맛을 알기에 어찌 함부로 배불리 먹겠는가(平生嗜羊炙。識味肯輕飽)"는 자신이 양고기 구이를 좋아하지만, 맛을 음미하기 때문에 함부로 배불리 먹지는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이는 자신의 식성에 대한 솔직한 표현입니다.
    • "뱀을 삶고 개구리와 두꺼비를 먹으니, 자못 조금씩 먹을 수 있음을 이상하게 여기네(烹蛇啖蛙蛤。頗訝能稍稍)"는 뱀, 개구리, 두꺼비 등 특이한 음식을 먹는 자신의 식성을 묘사하며, 조금씩 먹을 수 있다는 것에 의아해하는 모습을 나타냅니다.
    • "근심은 잠 못 이루는 데서 오니, 일어나 은하수를 바라보네(憂來自不寐。起視天漢渺)"는 근심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일어나 은하수를 바라보는 모습을 나타냅니다.
    • "난간에 옥으로 만든 자(玉繩)가 낮게 드리워지고, 밝게 빛나는 태백성(금성)이 새벽을 알리네(闌干玉繩低。耿耿太白曉)"는 새벽 풍경을 묘사한 것으로, 잠 못 이루는 밤의 고독과 새벽의 밝음이 대비됩니다. '옥승(玉繩)'은 북두칠성을 의미하며, '태백(太白)'은 금성을 의미합니다.

추가 설명:

  • 배경: 이 시는 소식이 술에 취해 잠들었다가 새벽에 깨어나 여러 가지 생각에 잠긴 상태에서 지은 시입니다.
  • 다양한 주제: 세상의 번잡함, 고독, 술, 가족, 과거 인물, 식성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 솔직한 표현: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 소식 시의 특징: 일상적인 경험과 감정을 시로 표현하고, 다양한 비유와 고사를 활용하여 시의 의미를 풍부하게 만드는 소식 시의 특징을 이 시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시를 통해 우리는 술에 취해 잠들었다가 새벽에 깨어난 소식의 여러 가지 생각과 감정을 엿볼 수 있습니다. 세상의 번잡함과 고독, 술의 효능, 가족에 대한 생각, 과거 인물에 대한 회상, 그리고 자신의 독특한 식성까지 솔직하게 드러내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이 시는 소식(蘇軾)이 장부(章傅)의 시에 차운(次韻, 원시의 운자를 그대로 사용하여 화답하는 방식)하여 답한 시로, 제목은 "차운답장부견증(次韻答章傅見贈)"입니다. 세상의 이치와 삶의 태도,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이야기하며, 장부의 우정에 감사하는 마음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현대 한국어 번역:

함께 천지 우주 사이에 태어나, 함께 고금의 시간을 보내네. 아래를 보면 높은 것이 있고, 앞이 없다면 어찌 뒤가 없겠는가. 통달한 사람은 천균(千鈞)의 쇠뇌와 같아, 한 번 놓으면 다시 당기기 어렵네. 하급 관리는 원숭이의 관과 같아, 이미 매였어도 여전히 뛰어다니네. 말이 틈을 지나가게 하려 하거나, 앉아서 돌이 물방울에 뚫리기를 기다리는 것과 같으니, 그대는 한(漢)과 당(唐)의 임금들을 보라, 궁궐은 보리 이삭만 슬프게 피어나네. 하물며 저 작은 사람이야, 어찌 한바탕 술 취한 부자와 다르겠는가. 편안히 살 곳이 아닌 곳에 살며, 위아래로 황홀한 음악 소리에 현혹되네. 해골에도 남은 즐거움이 있으니, 남면(南面)하여 제후가 되려 하지 않네. 아, 나의 옛 젊은 시절에는, 도를 지키며 가난해도 병이 되지 않았네. 벼슬을 구하러 나선 이후로, 외물에 부림을 당할까 두려워 경계했네. 마융(馬融)이 이미 양(梁)나라에 의지했고, 반고(班固) 또한 두(竇)씨를 섬겼으니, 남의 찡그린 얼굴을 흉내 내는 것을 어찌 바라지 않았겠는가, 완고한 본질은 조각하고 새기는 것을 사양하네. 어렴풋이 어른의 말씀을 들으니, 강직함은 장수하는 방법이 아니라 하네. 얼굴에 침을 뱉어도 함부로 닦지 말고, 가랑이 사이를 지나가야 할 때는 마땅히 몸을 굽혀야 하네. 마침내 게으르고 폐인이 되었으니, 어찌 다시 권세가와 나란히 하려 하겠는가. 그대는 바다를 비추는 구슬과 같아, 흐릿한 눈으로도 빈틈을 보지 못하네. 큰 재능은 가까이 쓰이지 못하고, 솜씨 좋은 춤도 짧은 소매에 갇히네. 앉아서 경국지색의 미인으로 하여금, 늙어서 뜻밖의 만남을 보게 하네. 나의 쇠약함은 진실로 오래되었으니, 편지는 십 년이나 묵었네. 문 앞에는 참새 그물이나 쳐 놓을 만하니, 감히 그대가 여러 번 문을 두드리는 것을 번거롭게 하네. 바라건대 검은 옷(승려의 옷)을 노래하니, 그대는 빛나고 나는 돌려주리.

분석 및 설명:

이 시는 세상의 이치, 처세의 어려움, 자신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장부에 대한 감사라는 여러 주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 세상의 이치: 시의 첫머리에서 "함께 천지 우주 사이에 태어나, 함께 고금의 시간을 보내네. 아래를 보면 높은 것이 있고, 앞이 없다면 어찌 뒤가 없겠는가(並生天地宇。同閱古今宙。視下則有高。無前孰無後)."라고 하여 세상의 보편적인 이치를 이야기합니다. 높고 낮음, 앞과 뒤는 상대적인 개념이며, 세상의 모든 것은 변화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 처세의 어려움: "통달한 사람은 천균의 쇠뇌와 같아, 한 번 놓으면 다시 당기기 어렵네. 하급 관리는 원숭이의 관과 같아, 이미 매였어도 여전히 뛰어다니네(達人千鈞弩。一弛難再彀。下士沐猴冠。已繫猶跳驟)."라는 구절은 현명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처세를 비유적으로 묘사합니다. 현명한 사람은 신중하게 행동하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은 지위가 불안정하고 경솔하게 행동한다는 것을 나타냅니다. 또한, "얼굴에 침을 뱉어도 함부로 닦지 말고, 가랑이 사이를 지나가야 할 때는 마땅히 몸을 굽혀야 하네(唾面慎勿拭。出胯當俛就)."라는 구절은 세상살이의 어려움을 보여주는 표현으로, 모욕을 참아야 하고 굴욕적인 상황에도 처신해야 함을 의미합니다.
  • 자신의 과거와 현재: "아, 나의 옛 젊은 시절에는, 도를 지키며 가난해도 병이 되지 않았네. 벼슬을 구하러 나선 이후로, 외물에 부림을 당할까 두려워 경계했네(嗟我昔少年。守道貧非疚。自從出求仕。役物恐見囿)."라는 구절은 과거에는 도를 지키며 가난을 두려워하지 않았지만, 벼슬을 하면서 외물에 휘둘릴까 걱정했던 자신의 모습을 회상합니다. "마침내 게으르고 폐인이 되었으니, 어찌 다시 권세가와 나란히 하려 하겠는가(居然成懶廢。敢復齒豪右)."라는 구절은 현재는 게으르고 폐인이 되었음을 자조적으로 표현하며, 권력과 명예를 쫓는 삶을 포기했음을 나타냅니다.
  • 장부에 대한 감사: "그대는 바다를 비추는 구슬과 같아, 흐릿한 눈으로도 빈틈을 보지 못하네. 큰 재능은 가까이 쓰이지 못하고, 솜씨 좋은 춤도 짧은 소매에 갇히네(子如照海珠。罔目踈見漏。宏材乏近用。巧舞困短袖)."라는 구절은 장부의 뛰어난 재능을 칭찬하지만, 세상에서 제대로 쓰이지 못하는 현실을 안타까워합니다. 마지막으로 "문 앞에는 참새 그물이나 쳐 놓을 만하니, 감히 그대가 여러 번 문을 두드리는 것을 번거롭게 하네. 바라건대 검은 옷을 노래하니, 그대는 빛나고 나는 돌려주리(門前可羅雀。敢子煩屢扣。願言歌緇衣。子粲予還授)."라는 구절은 자신의 처지가 초라하여 장부를 제대로 대접하지 못함을 겸손하게 표현하면서도, 장부의 우정에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고 있습니다. '검은 옷(緇衣)'은 승려의 옷을 의미하는 것으로, 은둔 생활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함께 은둔하며 시를 짓고 화답하자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이 시는 세상의 이치와 처세의 어려움을 이야기하면서도,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솔직하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또한, 장부의 우정에 감사하는 마음을 진솔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비유와 고사를 활용하여 시의 의미를 풍부하게 만들고 있으며, 특히 마지막 부분에서 드러나는 겸손함과 우정에 대한 감사함은 독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이 시는 소식(蘇軾)이 법혜사(法惠寺)의 횡취각(橫翠閣)에서 지은 시로, 제목은 "법혜사횡취각(法惠寺橫翠閣)"입니다. 오산(吳山)의 변화하는 모습과 누각에서 바라본 풍경, 그리고 인생의 무상함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현대 한국어 번역:

아침에는 오산이 가로놓인 것을 보고, 저녁에는 오산이 따르는 것을 보네. 오산은 본래 모습이 많으니, 방향을 바꾸면 그대의 모습이 되네. 숨어 사는 사람이 붉은 누각에 오르니, 텅 비어 아무것도 없네. 오직 천 걸음의 언덕만이, 동서로 발을 드리운 모습이네. 봄이 와도 고국으로 돌아갈 기약이 없으니, 사람들은 가을을 슬퍼한다지만 봄이 더욱 슬프네. 이미 평호(平胡)의 시름을 씻으려 비단을 씻었으니, 다시 횡취각에서 아미산(峨眉山)을 그리워하네. 조각한 난간이 얼마나 좋겠는가, 난간에 기대선 사람만 늙는 것이 아니네. 백 년의 흥망성쇠가 더욱 슬프니, 초목이 무성한 곳이 연못과 누대로 변할 것을 짐작하네. 유람객이 나의 옛 유람하던 곳을 찾거든, 다만 오산이 가로놓인 곳을 찾아오라.

분석 및 설명:

이 시는 오산의 변화하는 모습, 누각에서 바라본 풍경, 인생의 무상함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라는 세 가지 주제로 분석할 수 있습니다.

  • 오산의 변화하는 모습: 시의 첫 두 구절은 오산의 변화하는 모습을 묘사합니다. "아침에는 오산이 가로놓인 것을 보고, 저녁에는 오산이 따르는 것을 보네(朝見吳山橫。暮見吳山從)."라는 구절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오산의 모습이 다르게 보임을 나타냅니다. "오산은 본래 모습이 많으니, 방향을 바꾸면 그대의 모습이 되네(吳山故多態。轉則為君容)."라는 구절은 오산의 다양한 모습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산의 특징을 나타냅니다.
  • 누각에서 바라본 풍경: "숨어 사는 사람이 붉은 누각에 오르니, 텅 비어 아무것도 없네. 오직 천 걸음의 언덕만이, 동서로 발을 드리운 모습이네(幽人起朱閣。空洞更無物。惟有千步岡。東西作簾額)."라는 구절은 횡취각의 고요함과 주변 풍경을 묘사합니다. 텅 빈 누각과 멀리 펼쳐진 언덕의 모습은 시인의 고독한 심정을 드러내는 듯합니다. "이미 평호의 시름을 씻으려 비단을 씻었으니, 다시 횡취각에서 아미산을 그리워하네(已泛平胡思濯錦。更看橫翠憶峨眉)."라는 구절은 과거의 슬픔을 잊으려 했지만, 다시 이곳에서 고향인 아미산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나타냅니다. '평호(平胡)'는 당나라 때의 안사의 난을 평정한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과거의 혼란과 현재의 평화를 대비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 인생의 무상함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 "봄이 와도 고국으로 돌아갈 기약이 없으니, 사람들은 가을을 슬퍼한다지만 봄이 더욱 슬프네(春來故國歸無期。人言悲秋春更悲)."라는 구절은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는 안타까운 심정을 봄이라는 계절에 빗대어 표현합니다. 일반적으로 가을을 슬픔의 계절로 여기지만, 시인에게는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는 현실 때문에 봄이 더욱 슬프게 느껴지는 것입니다. "조각한 난간이 얼마나 좋겠는가, 난간에 기대선 사람만 늙는 것이 아니네. 백 년의 흥망성쇠가 더욱 슬프니, 초목이 무성한 곳이 연못과 누대로 변할 것을 짐작하네(琱欄能得幾時好。不獨憑欄人易老。百年興廢更堪哀。懸知草莽化池臺)."라는 구절은 인생의 유한함과 역사의 무상함을 탄식하는 내용입니다. 아름다운 누각도 언젠가는 쇠락하고, 번성했던 곳도 폐허가 될 수 있음을 이야기하며 인생의 덧없음을 강조합니다. 마지막으로 "유람객이 나의 옛 유람하던 곳을 찾거든, 다만 오산이 가로놓인 곳을 찾아오라(遊人尋我舊遊處。但覔吳山橫處來)."라는 구절은 후세 사람들이 자신의 흔적을 찾을 때, 변치 않는 오산의 모습에서 자신을 기억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표현합니다.

이 시는 오산의 풍경을 배경으로, 인생의 무상함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오산의 모습과 변하지 않는 자연의 영원성을 대비시켜, 인생의 덧없음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습니다. 또한, 고향을 그리워하는 애절한 마음은 독자들에게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킵니다.

 

이 시는 소식(蘇軾)이 상부사(祥符寺)에서 구곡등(九曲燈)을 구경하고 지은 시로, 제목은 "상부사구곡관등(祥符寺九曲觀燈)"입니다. 화려한 등불의 모습과 흥겨운 분위기를 묘사하면서도, 축제가 끝난 후의 허전함과 아쉬움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현대 한국어 번역:

얇은 비단 등롱에 촛불을 받쳐 들고 문으로 들어가니, 은박지에 향을 피워 손님을 맞이하는 것을 보네. 금으로 만든 솥에서는 붉은빛이 밤을 밝히고, 보배 구슬을 꿴 듯 개미들이 아침까지 떠들썩하네. 물결은 불꽃 속에서 본래 모습과 서로 부딪치고, 물고기는 끓는 물속에서 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네. 내일 아침 술이 깨면 부질없이 상상하리니, 맑은 시 읊조림도 꿈과 함께 사라지네.

분석 및 설명:

이 시는 등불의 화려한 모습, 축제의 흥겨운 분위기, 그리고 축제 후의 허전함이라는 세 가지 측면으로 분석할 수 있습니다.

  • 등불의 화려한 모습: 시의 첫 두 구절은 등불의 화려한 모습을 묘사합니다. "얇은 비단 등롱에 촛불을 받쳐 들고 문으로 들어가니, 은박지에 향을 피워 손님을 맞이하는 것을 보네(紗籠擎燭逢門入。銀葉燒香見客邀)."라는 구절은 등불의 섬세한 장식과 향을 피워 손님을 맞이하는 풍경을 보여줍니다. "금으로 만든 솥에서는 붉은빛이 밤을 밝히고, 보배 구슬을 꿴 듯 개미들이 아침까지 떠들썩하네(金鼎轉丹光吐夜。寶珠穿蟻鬧連朝)."라는 구절은 화려한 등불의 빛과 그 주변의 흥겨운 분위기를 묘사합니다. '금으로 만든 솥(金鼎)'은 등불의 화려함을 비유하는 표현으로, 붉은빛이 밤을 밝히는 모습을 생생하게 전달합니다. '보배 구슬을 꿴 듯 개미들이 아침까지 떠들썩하네(寶珠穿蟻鬧連朝).'라는 표현은 등불에 몰려든 많은 사람들을 개미에 비유하여, 축제의 흥겨움을 강조하는 동시에 과장된 표현을 통해 시적 재미를 더합니다.
  • 축제의 흥겨운 분위기: "물결은 불꽃 속에서 본래 모습과 서로 부딪치고, 물고기는 끓는 물속에서 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네(波翻焰裏元相激。魚舞湯中不畏焦)."라는 구절은 등불의 불꽃이 물결처럼 일렁이는 모습과, 등불의 장식으로 만들어진 물고기가 마치 살아있는 듯 움직이는 모습을 묘사합니다. '물고기가 끓는 물속에서 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魚舞湯中不畏焦).'라는 표현은 등불의 화려함과 축제의 열기를 과장하여 표현한 것으로, 실제 상황이라기보다는 시적인 표현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 축제 후의 허전함: "내일 아침 술이 깨면 부질없이 상상하리니, 맑은 시 읊조림도 꿈과 함께 사라지네(明日酒醒空想像。清吟半逐夢銷魂)."라는 구절은 축제가 끝난 후의 허전함과 아쉬움을 표현합니다. 화려했던 등불과 흥겨웠던 분위기는 꿈처럼 사라지고, 시인은 홀로 남아 지난 밤의 풍경을 회상할 뿐입니다. '맑은 시 읊조림도 꿈과 함께 사라지네(清吟半逐夢銷魂).'라는 표현은 축제의 흥취가 시인의 마음속에서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꿈과 함께 희미하게 남아있음을 암시합니다.

이 시는 화려한 등불 축제의 모습을 생동감 넘치게 묘사하면서도, 축제가 끝난 후의 허전함과 아쉬움을 함께 담고 있습니다. 과장된 표현과 비유를 사용하여 시적 흥미를 더하고 있으며, 특히 마지막 구절에서 느껴지는 허무함은 독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마치 화려한 꿈을 꾸고 난 후 아침에 깨어났을 때의 허전함과 같은 감정을 느끼게 합니다.

 

이 시는 소식(蘇軾)이 상원(上元, 정월 대보름)에 상부사(祥符寺)의 승려 가구(可久)의 방을 방문했을 때 지은 시로, 제목은 "상원과상부승가구방, 소연무등화(上元過祥符僧可久房,蕭然無燈火)"입니다. 화려한 등불 축제와 대비되는 가구의 방의 고요함과 불교의 심오한 이치를 노래하고 있습니다.

현대 한국어 번역:

문 앞에서는 노래와 북소리가 무리를 지어 다투는데, 방 안은 맑은 바람이 차갑기가 얼음 같네. 유리등을 가져와 부처를 비추지 않으니, 비로소 무진(無盡)에는 본래 등불이 없음을 알겠네.

분석 및 설명:

이 시는 바깥의 화려함과 방 안의 고요함, 그리고 불교의 심오한 이치라는 세 가지 측면으로 분석할 수 있습니다.

  • 바깥의 화려함과 방 안의 고요함: 시의 첫 구절은 상원절의 흥겨운 분위기를 생생하게 묘사합니다. "문 앞에서는 노래와 북소리가 무리를 지어 다투는데(門前歌鼓鬪分朋)."라는 구절은 많은 사람들이 모여 노래하고 북을 치며 축제를 즐기는 모습을 나타냅니다. 이는 상원절의 일반적인 풍경으로, 화려하고 떠들썩한 분위기를 연상시킵니다. 반면, "방 안은 맑은 바람이 차갑기가 얼음 같네(一室清風冷欲冰)."라는 구절은 가구의 방의 고요함과 차가운 분위기를 대조적으로 보여줍니다. 바깥의 흥겨움과 대비되는 방 안의 정적은 가구의 수행하는 모습을 부각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맑은 바람(清風)'은 고요하고 깨끗한 분위기를 의미하며, '얼음 같네(冷欲冰)'는 차가운 정적을 강조하는 표현입니다.
  • 불교의 심오한 이치: "유리등을 가져와 부처를 비추지 않으니, 비로소 무진에는 본래 등불이 없음을 알겠네(不把瑠璃閑照佛。始知無盡本無燈)."라는 구절은 이 시의 핵심 내용으로, 불교의 심오한 이치를 담고 있습니다. '유리등(瑠璃)'은 화려한 등불을 의미하며, 세속적인 지혜나 깨달음을 상징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부처를 비추지 않는다(不照佛)'는 것은 이러한 세속적인 수단으로는 진정한 깨달음을 얻을 수 없음을 의미합니다. '무진(無盡)'은 불교 용어로, 끝이 없음, 영원함을 의미하며, 진리 또는 불성을 가리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본래 등불이 없다(本無燈)'는 것은 진리는 외부의 빛으로 밝혀지는 것이 아니라, 내면의 깨달음을 통해 스스로 밝혀지는 것임을 의미합니다. 즉, 진정한 깨달음은 외적인 것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내면의 본성을 깨닫는 데 있다는 불교의 핵심 사상을 간결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 시는 상원절의 화려한 축제 분위기와 대비되는 고요한 방 안의 풍경을 통해, 불교의 심오한 이치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바깥의 시끄러움과 안의 고요함, 유한한 등불과 무한한 진리라는 대조를 통해 시적 의미를 더욱 부각시키고 있으며, 특히 마지막 구절은 불교의 핵심 사상을 함축적으로 담고 있어 깊은 울림을 줍니다. 화려한 축제 속에서도 진정한 깨달음을 추구하는 수행자의 모습을 통해, 외적인 것에 현혹되지 않고 내면의 본성을 탐구하는 삶의 가치를 되돌아보게 합니다.

 

이 시는 소식(蘇軾)이 정월 21일 병에서 회복된 후 옛 친구의 초대를 받아 성 밖으로 봄을 찾아 나선 상황을 묘사한 시로, 제목은 "정월이십일일병후술고요왕성외심춘(正月二十一日病後述古邀往城外尋春)"입니다. 병에서 회복된 기쁨과 봄을 맞이하는 설렘, 그리고 늙음에 대한 안타까움이 함께 드러나 있습니다.

현대 한국어 번역:

지붕 위 산새가 괴롭게 사람을 부르고, 난간 앞 얼었던 연못에 갑자기 물고기 비늘이 생겼네. 늙으니 붉은 치마 쫓아 술 취하는 것을 싫어하게 되었고, 병에서 일어나니 부질없이 흰 머리카락이 새로 난 것에 놀라네. 누워서 태수의 북소리와 나팔 소리를 듣고, 아이를 불러 갓과 수건을 정돈하게 하네. 굽은 난간과 깊숙한 집은 끝내 차갑고 답답하니, 한 번 교외의 넓고 넓은 봄을 보리라.

분석 및 설명:

이 시는 봄의 기운, 늙음과 병에 대한 감회, 그리고 봄을 찾아 나서는 설렘이라는 세 가지 측면으로 분석할 수 있습니다.

  • 봄의 기운: 시의 첫 두 구절은 완연한 봄의 기운을 묘사합니다. "지붕 위 산새가 괴롭게 사람을 부르고(屋上山禽苦喚人)."라는 구절은 봄을 맞아 지저귀는 산새의 울음소리를 통해 봄의 생동감을 전달합니다. '괴롭게(苦)'라는 표현은 새의 울음소리가 마치 사람을 재촉하는 듯이 들리는 것을 나타내지만, 고통스럽다는 의미보다는 간절하고 활기찬 느낌을 강조하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난간 앞 얼었던 연못에 갑자기 물고기 비늘이 생겼네(檻前冰沼忽生鱗)."라는 구절은 얼었던 연못이 녹아 물고기가 다시 활동하는 모습을 통해 봄의 따뜻함을 나타냅니다. '갑자기(忽)'라는 표현은 봄의 도래가 갑작스럽게 느껴지는 것을 강조합니다.
  • 늙음과 병에 대한 감회: "늙으니 붉은 치마 쫓아 술 취하는 것을 싫어하게 되었고, 병에서 일어나니 부질없이 흰 머리카락이 새로 난 것에 놀라네(老來厭逐紅裙醉。病起空驚白髮新)."라는 구절은 늙음과 병에 대한 시인의 감회를 드러냅니다. '붉은 치마(紅裙)'는 젊은 여인을 의미하며, 과거에는 젊은 여인들과 어울려 술 마시는 것을 즐겼지만 이제는 그러한 흥취를 잃었다는 것을 나타냅니다. '부질없이(空)'라는 표현은 흰 머리카락이 새로 난 것에 놀라는 것이 어쩔 수 없는 일임을 나타내며, 늙음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냅니다.
  • 봄을 찾아 나서는 설렘: "누워서 태수의 북소리와 나팔 소리를 듣고, 아이를 불러 갓과 수건을 정돈하게 하네(卧聽使君鳴鼓角。試呼稚子整冠巾)."라는 구절은 외출 준비를 하는 시인의 모습을 묘사합니다. '태수의 북소리와 나팔 소리(使君鳴鼓角)'는 공식적인 행사나 출행을 알리는 소리로, 시인 또한 외출을 준비하고 있음을 암시합니다. '아이를 불러 갓과 수건을 정돈하게 하네(試呼稚子整冠巾).'라는 구절은 외출을 앞둔 설렘과 기대를 나타냅니다. "굽은 난간과 깊숙한 집은 끝내 차갑고 답답하니, 한 번 교외의 넓고 넓은 봄을 보리라(曲欄幽榭終寒窘。一看郊原浩蕩春)."라는 구절은 답답한 집에서 벗어나 봄을 맞이하려는 시인의 의지를 드러냅니다. '넓고 넓은 봄(浩蕩春)'이라는 표현은 봄의 풍성함과 활력을 강조하며, 봄을 맞이하는 시인의 기대를 나타냅니다.

이 시는 병에서 회복된 후 봄을 찾아 나서는 시인의 설렘과 기대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봄의 생동감 넘치는 묘사와 늙음과 병에 대한 감회가 함께 어우러져 시의 정서를 풍부하게 만들고 있으며, 특히 마지막 구절에서 드러나는 봄을 향한 기대는 독자들에게도 봄의 기운을 느끼게 해 줍니다.

 

이 시는 소식(蘇軾)이 어떤 사람이 관가에서 만든 술을 보내준 것을 계기로, 옛 친구 술고(述古)에게 호숫가에서 함께 술을 마시자고 권유하는 내용입니다. 제목은 "유이관법주견향자, 인용전운, 구술고위이주음호상(有以官法酒見餉者,因用前韻,求述古為移廚飲湖上)"으로, "관가에서 만든 술을 보내준 사람이 있어, 앞의 운을 사용하여, 술고에게 주방을 옮겨 호숫가에서 마시자고 청하다"라는 뜻입니다.

현대 한국어 번역:

기쁘게 문밖에서 흰 옷 입은 사람을 맞이하니, 호수 속 붉은 옥 같은 물고회(膾)를 먹고 싶네. 뱃놀이 배는 이미 오나라 배처럼 튼튼하게 꾸며졌고, 무희의 옷은 처음으로 월나라 비단으로 새로 지었네. 물고기 낚싯대로 황모(黃帽)를 쫓으려 하지만, 아직은 칼로 붉은 수건을 닦을 필요 없네. 아름다운 뜻이 십분 중 반 이상 남아 있으니, 그대를 위해 먼저 물가의 봄을 밟으리.

분석 및 설명:

이 시는 술을 얻은 기쁨, 호숫가에서의 연회에 대한 기대, 그리고 친구와 함께 봄을 즐기고자 하는 마음이라는 세 가지 측면으로 분석할 수 있습니다.

  • 술을 얻은 기쁨과 연회에 대한 기대: 시의 첫 두 구절은 술을 얻은 기쁨과 호숫가에서의 연회에 대한 기대를 표현합니다. "기쁘게 문밖에서 흰 옷 입은 사람을 맞이하니(喜逢門外白衣人)."라는 구절은 술을 전달해 준 사람을 반갑게 맞이하는 모습을 나타냅니다. '흰 옷 입은 사람(白衣人)'은 평민을 의미하며, 술을 가져온 사람이 평범한 사람임을 나타냅니다. "호수 속 붉은 옥 같은 물고회(膾)를 먹고 싶네(欲鱠湖中赤玉鱗)."라는 구절은 호숫가에서 신선한 물고회와 함께 술을 마시고 싶다는 바람을 표현합니다. '붉은 옥 같은 물고기(赤玉鱗)'는 물고기의 비늘이 붉은 옥처럼 아름답다는 비유로, 신선한 물고기를 강조하는 표현입니다. "뱃놀이 배는 이미 오나라 배처럼 튼튼하게 꾸며졌고, 무희의 옷은 처음으로 월나라 비단으로 새로 지었네(遊舫已粧吳榜穩。舞衫初試越羅新)."라는 구절은 호숫가 연회를 위한 준비가 잘 되어 있음을 나타냅니다. '오나라 배(吳榜)'는 튼튼한 배를 의미하며, '월나라 비단(越羅)'은 고급 비단을 의미합니다. 이 구절들은 연회가 성대하게 준비되었음을 보여줍니다.
  • 관직에 대한 초탈: "물고기 낚싯대로 황모(黃帽)를 쫓으려 하지만, 아직은 칼로 붉은 수건을 닦을 필요 없네(欲將魚釣追黃帽。未要靴刀抹絳巾)."라는 구절은 관직에 대한 초탈적인 태도를 나타냅니다. '황모(黃帽)'는 관리를 의미하며, '칼로 붉은 수건을 닦는다(靴刀抹絳巾)'는 것은 전쟁터에 나가 공을 세우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낚시를 즐기며 자연 속에서 여유롭게 지내고 싶을 뿐, 굳이 관직을 쫓거나 전쟁에 나가 공을 세우려 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이는 속세를 벗어나 자연을 즐기려는 시인의 마음을 보여줍니다.
  • 친구와 함께 봄을 즐기고자 하는 마음: "아름다운 뜻이 십분 중 반 이상 남아 있으니, 그대를 위해 먼저 물가의 봄을 밟으리(芳意十分強半在。為君先踏水邊春)."라는 구절은 친구와 함께 봄을 즐기고 싶은 마음을 표현합니다. '아름다운 뜻(芳意)'은 봄의 아름다움과 즐거움을 의미하며, '그대를 위해 먼저 물가의 봄을 밟으리(為君先踏水邊春).'라는 구절은 친구를 초대하여 함께 봄을 즐기고자 하는 시인의 따뜻한 마음을 보여줍니다.

이 시는 술을 얻은 기회를 빌어 친구를 초대하여 호숫가에서 봄을 즐기고자 하는 시인의 마음을 잘 나타내고 있습니다. 화려한 연회에 대한 기대와 관직에 대한 초탈적인 태도, 그리고 친구와의 우정을 함께 보여주며, 특히 마지막 구절에서 드러나는 친구를 향한 따뜻한 마음은 독자들에게 훈훈한 감동을 줍니다.

 

이 시는 소식(蘇軾)이 호수(西湖로 추정)에서 맑은 날씨와 비 온 후의 풍경을 보고 지은 두 수의 시로, 제목은 "음호상초청후우이수(飲湖上初晴後雨二首)"입니다. "호숫가에서 맑게 갠 후 비가 내리는 풍경을 읊은 두 수"라는 뜻입니다. 호수의 아름다운 풍경을 서시(西施)에 비유하며 찬미하고 있습니다.

현대 한국어 번역 (첫 번째 수):

아침 햇살이 손님을 맞아 겹겹의 언덕을 곱게 비추고, 저녁 비는 사람을 머물게 하여 술 취한 고향으로 들어가게 하네. 이 뜻은 스스로 아름다우나 그대는 알지 못하리니, 이 한 잔 술은 마땅히 수선왕(水仙王)에게 바치리. (호수 위에는 수선왕의 사당이 있다.)

분석 및 설명 (첫 번째 수):

이 시는 맑은 날씨와 비 온 후의 풍경을 대비시키면서, 술을 마시며 느끼는 흥취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 맑은 날씨와 비 온 후의 대비: "아침 햇살이 손님을 맞아 겹겹의 언덕을 곱게 비추고, 저녁 비는 사람을 머물게 하여 술 취한 고향으로 들어가게 하네(朝曦迎客豔重岡。晚雨留人入醉鄉)."라는 구절은 맑은 아침과 비 내리는 저녁의 대비를 통해 시간의 흐름에 따른 풍경의 변화를 보여줍니다. 맑은 아침 햇살은 언덕을 아름답게 비추고, 저녁 비는 사람들을 술에 취하게 하여 편안한 상태로 이끈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술 취한 고향(醉鄉)'은 술에 취해 편안하고 즐거운 상태를 비유하는 표현입니다.
  • 술에 담긴 흥취: "이 뜻은 스스로 아름다우나 그대는 알지 못하리니, 이 한 잔 술은 마땅히 수선왕에게 바치리(此意自佳君不會。一盃當屬水仙王)."라는 구절은 술에 담긴 시인의 흥취를 표현합니다. '이 뜻(此意)'은 술을 마시며 느끼는 아름다운 감정을 의미하며, '그대는 알지 못하리니(君不會)'는 함께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수선왕(水仙王)'은 물의 신으로, 호수를 관장하는 신으로 여겨졌습니다. 술을 수선왕에게 바친다는 것은 호수의 아름다움을 찬양하고, 술을 마시는 즐거움을 신과 함께 나누고자 하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현대 한국어 번역 (두 번째 수):

호수의 물빛은 햇빛에 반짝여 맑게 갠 날이 정말 좋고, 산의 모습은 안개에 덮여 비 온 후 또한 기이하네. 서호를 서시(西施)에 비유하려 하니, 옅게 화장하든 짙게 화장하든 모두 어울리네.

분석 및 설명 (두 번째 수):

이 시는 호수의 아름다운 풍경을 서시에 비유하며 찬미하고 있습니다.

  • 맑은 날과 비 온 후의 호수 풍경: "호수의 물빛은 햇빛에 반짝여 맑게 갠 날이 정말 좋고, 산의 모습은 안개에 덮여 비 온 후 또한 기이하네(水光瀲灩晴方好。山色空濛雨亦奇)."라는 구절은 맑은 날과 비 온 후의 호수 풍경을 대조적으로 묘사합니다. 맑은 날에는 햇빛에 반짝이는 호수의 아름다움을, 비 온 후에는 안개에 덮인 산의 신비로운 모습을 보여줍니다. '반짝이다(瀲灩)'는 물결이 햇빛에 반사되어 반짝이는 모습을 나타내는 의태어입니다. '안개에 덮이다(空濛)'는 안개나 구름이 자욱하게 덮인 모습을 나타냅니다.
  • 서시에 비유한 호수의 아름다움: "서호를 서시에 비유하려 하니, 옅게 화장하든 짙게 화장하든 모두 어울리네(欲把西湖比西子。淡粧濃抹總相宜)."라는 구절은 호수의 아름다움을 중국의 미인 서시에 비유하여 극찬하고 있습니다. '서시(西施)'는 중국 춘추 시대 월나라의 미인으로, 빼어난 미모로 유명합니다. '옅게 화장하다(淡粧)'와 '짙게 화장하다(濃抹)'는 각각 맑은 날과 비 온 후의 호수 풍경에 비유됩니다. 즉, 맑은 날의 호수는 옅게 화장한 서시처럼 청초하고 아름답고, 비 온 후의 호수는 짙게 화장한 서시처럼 화려하고 신비롭다는 의미입니다. 어떤 모습이든 아름다운 서시처럼, 호수 또한 어떤 날씨에도 아름답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 두 수의 시는 맑은 날과 비 온 후의 호수 풍경을 아름답게 묘사하고, 특히 두 번째 수에서는 호수를 서시에 비유하여 그 아름다움을 극찬하고 있습니다. 날씨에 따라 변화하는 호수의 다채로운 모습과, 어떤 모습이든 아름다운 서시의 이미지를 연결하여 시적 표현의 효과를 높이고 있습니다.

 

이 시는 소식(蘇軾)이 부양(富陽)의 신성(新城)으로 향할 때, 이 절추(李節推)가 사흘 먼저 가서 풍수동(風水洞)에서 기다리기로 한 상황을 묘사한 시로, 제목은 "왕부양신성, 이절추선행삼일, 유풍수동견대(徃富陽新城,李節推先行三日,留風水洞見待)"입니다. "부양의 신성으로 가는데, 이 절추가 사흘 먼저 가서 풍수동에서 기다리다"라는 뜻입니다. 친구를 기다리는 마음과 여정의 풍경, 그리고 세상 인심에 대한 생각을 담고 있습니다.

현대 한국어 번역:

봄 산에서 짹짹거리는 봄 새 소리 들리니, 이곳에서 내 시 읊음이 없을 수 없네. 길은 멀고 멀어 강 어귀를 따라 이어지니, 이곳에서 그대의 이야기가 없을 수 없네. 금붕어 노는 연못가에서 그대를 보지 못하고, 그대를 쫓아 정산촌(定山村)을 곧장 지나가네. 길 가는 사람들 모두 그대가 멀리 가지 않았다고 하니, 말을 탄 소년이 맑고도 아름답네. 풍암(風巗)과 수혈(水穴)은 예전부터 이름난 곳이라 들었지만, 산골짜기 하나를 사이에 두고 밤에는 가지 못하네. 시냇가 다리에 새벽 물 흐름에 매화 꽃잎 떠내려오니, 그대가 바위에 말을 매어 놓고 꽃이 떨어지는 것을 보았음을 알겠네. 성에서 나온 지 사흘이나 되었는데도 아직 더디니, 처자들은 언제 돌아오냐며 꾸짖네. 세상의 어린아이들은 빨리 달리는 것을 자랑하지만, 그대처럼 서로 기다려 주는 사람이 지금 어디에 있겠는가.

분석 및 설명:

이 시는 여정의 풍경, 친구를 기다리는 마음, 그리고 세상 인심에 대한 생각이라는 세 가지 측면으로 분석할 수 있습니다.

  • 여정의 풍경: 시의 초반부는 봄 풍경을 묘사하며 여정을 시작하는 시인의 감흥을 보여줍니다. "봄 산에서 짹짹거리는 봄 새 소리 들리니, 이곳에서 내 시 읊음이 없을 수 없네(春山磔磔鳴春禽。此間不可無我吟)."라는 구절은 봄의 생동감 넘치는 풍경을 묘사하며, 시인은 이러한 풍경에 감흥을 받아 시를 짓지 않을 수 없다고 표현합니다. "길은 멀고 멀어 강 어귀를 따라 이어지니, 이곳에서 그대의 이야기가 없을 수 없네(路長漫漫傍江浦。此間不可無君語)."라는 구절은 멀고 긴 여정을 묘사하며, 함께 가지 못한 친구에 대한 그리움을 나타냅니다. '그대의 이야기(君語)'는 친구와 함께 나누고 싶었던 이야기들을 의미합니다. "풍암과 수혈은 예전부터 이름난 곳이라 들었지만, 산골짜기 하나를 사이에 두고 밤에는 가지 못하네(風巗水穴舊聞名。只隔山溪夜不行)."라는 구절은 목적지 근처에 다다랐지만 밤이라 가지 못하는 안타까움을 표현합니다. '풍암(風巗)'과 '수혈(水穴)'은 각각 바람이 부는 바위와 물이 나오는 동굴을 의미하며, 목적지의 자연 경관을 나타냅니다. "시냇가 다리에 새벽 물 흐름에 매화 꽃잎 떠내려오니, 그대가 바위에 말을 매어 놓고 꽃이 떨어지는 것을 보았음을 알겠네(溪橋曉溜浮梅萼。知君繫馬巗花落)."라는 구절은 목적지에 먼저 도착한 친구의 흔적을 발견하는 장면을 묘사합니다. 시냇물에 떠내려오는 매화 꽃잎을 보고 친구가 그곳에 머물렀음을 짐작하는 섬세한 묘사가 돋보입니다.
  • 친구를 기다리는 마음: 시의 중반부는 친구를 만나지 못하고 그를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금붕어 노는 연못가에서 그대를 보지 못하고, 그대를 쫓아 정산촌을 곧장 지나가네(金鯽池邊不見君。追君直過定山村)."라는 구절은 약속 장소에서 친구를 만나지 못하고 그를 찾아 다른 곳으로 향하는 상황을 나타냅니다. "길 가는 사람들 모두 그대가 멀리 가지 않았다고 하니, 말을 탄 소년이 맑고도 아름답네(路人皆言君未遠。騎馬少年清且婉)."라는 구절은 길에서 만난 사람들로부터 친구의 행방에 대한 정보를 얻는 장면을 묘사합니다. 친구를 찾는 여정에서 만난 소년의 모습은 시의 분위기를 잠시 환기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 세상 인심에 대한 생각: 시의 후반부는 오랜 여정과 기다림에 지친 심정과 세상 인심에 대한 생각을 드러냅니다. "성에서 나온 지 사흘이나 되었는데도 아직 더디니(出城三日尚逶遲), 처자들은 언제 돌아오냐며 꾸짖네(妻孥怪罵歸何時)."라는 구절은 오랜 여정에 가족들이 걱정하고 있음을 나타냅니다. "세상의 어린아이들은 빨리 달리는 것을 자랑하지만, 그대처럼 서로 기다려 주는 사람이 지금 어디에 있겠는가(世上小兒誇疾走。如君相待今安有)."라는 구절은 빨리 달리는 것만을 중시하는 세상 풍조를 비판하고, 친구와의 우정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을 강조합니다. '서로 기다려 주는 사람(相待)'은 진정한 우정을 의미하며, 속도만을 중시하는 세상과는 대비되는 가치를 보여줍니다.

이 시는 친구를 기다리는 여정을 통해 우정의 소중함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봄 풍경 묘사와 친구를 찾는 과정, 그리고 세상 인심에 대한 생각을 함께 담아내어 시의 의미를 풍부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특히 마지막 구절에서 드러나는 진정한 우정에 대한 가치관은 독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이 시는 소식(蘇軾)이 풍수동(風水洞)에서 이 절추(李節推)의 시에 화답하여 지은 두 수의 시로, 제목은 "풍수동이수화이절추(風水洞二首和李節推)"입니다. "풍수동 두 수, 이 절추에게 화답하다"라는 뜻입니다. 풍수동의 신비로운 풍경과 속세를 벗어나 자연과 함께하고 싶은 마음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현대 한국어 번역 (첫 번째 수):

바람이 빈 동굴에서 울려 퍼지고, 깊은 샘은 돌문을 통해 흘러나오네. 빈 마음으로 땅의 소리를 듣고, 부질없이 도원경(桃源境)을 찾네. 지나가는 나그네는 시를 잘 짓기 어렵고, 머무는 스님은 말이 번잡하지 않네. 돌아가는 병에 얼음과 눈을 담으니, 맑고 차가움이 문원(文園)을 위로하네.

분석 및 설명 (첫 번째 수):

이 시는 풍수동의 자연 풍경과 그곳에서 느끼는 감상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 풍수동의 풍경: "바람이 빈 동굴에서 울려 퍼지고, 깊은 샘은 돌문을 통해 흘러나오네(風轉鳴空穴。泉幽瀉石門)."라는 구절은 풍수동의 독특한 지형적 특징을 묘사합니다. 바람이 동굴 안에서 울리는 소리와 샘이 돌문을 통해 흘러나오는 모습은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빈 마음으로 땅의 소리를 듣고, 부질없이 도원경을 찾네(虛心聞地籟。妄意覔桃源)."라는 구절은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이상향을 찾는 시인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땅의 소리(地籟)'는 자연의 모든 소리를 의미하며, '도원경(桃源境)'은 무릉도원과 같은 이상향을 의미합니다.
  • 풍수동에서의 감상: "지나가는 나그네는 시를 잘 짓기 어렵고, 머무는 스님은 말이 번잡하지 않네(過客詩難好。居僧語不繁)."라는 구절은 풍수동이라는 특별한 공간에서 느끼는 감상을 표현합니다. 나그네는 풍경에 압도되어 쉽게 시를 짓기 어렵고, 이곳에 머무는 스님은 자연과 조화된 삶을 살기 때문에 말이 많지 않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돌아가는 병에 얼음과 눈을 담으니, 맑고 차가움이 문원을 위로하네(歸缾得冰雪。清冷慰文園)."라는 구절은 풍수동에서 얻은 차가운 기운이 시인의 마음을 정화시켜 준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문원(文園)'은 시인의 서재 또는 시인의 마음을 비유하는 표현입니다.

현대 한국어 번역 (두 번째 수):

산 앞의 비와 물은 속세와 단절되어 있고, 산 위에는 신선의 바람이 잣나무와 삼나무 사이로 춤추네. 가느다란 용의 비늘이 어지러운 돌에서 생겨나고, 둥근 양의 뿔이 빈 바위를 굴러 다니네. 풍이(馮夷)의 집은 기둥과 들보가 있는 집이 아니고, 임금의 관과 수레는 말고삐를 버렸네. 세상일이 점점 어려워지니 나는 떠나고 싶으니, 영원히 두 사람(이 절추와 자신)을 따라 비방과 모함을 벗어나리.

분석 및 설명 (두 번째 수):

이 시는 풍수동의 신비로운 풍경을 더욱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속세를 떠나 자연과 함께하고 싶은 마음을 강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 풍수동의 신비로운 풍경: "산 앞의 비와 물은 속세와 단절되어 있고, 산 위에는 신선의 바람이 잣나무와 삼나무 사이로 춤추네(山前雨水隔塵凡。山上仙風舞檜杉)."라는 구절은 풍수동이 속세와 분리된 신성한 공간임을 강조합니다. "가느다란 용의 비늘이 어지러운 돌에서 생겨나고, 둥근 양의 뿔이 빈 바위를 굴러 다니네(細細龍鱗生亂石。團團羊角轉空巗)."라는 구절은 기이한 바위들의 모습을 묘사하며 신비로운 분위기를 더합니다. '용의 비늘(龍鱗)'과 '양의 뿔(羊角)'은 바위의 모양을 비유하는 표현으로 해석됩니다.
  • 속세를 떠나고 싶은 마음: "풍이(馮夷)의 집은 기둥과 들보가 있는 집이 아니고, 임금의 관과 수레는 말고삐를 버렸네(馮夷窟宅非梁棟。禦冠車輿謝轡銜)."라는 구절은 속세의 권력과 부귀영화를 초월한 삶을 추구하는 시인의 마음을 나타냅니다. '풍이(馮夷)'는 물의 신으로, 자연 속에 사는 신선의 이미지를 나타냅니다. "세상일이 점점 어려워지니 나는 떠나고 싶으니, 영원히 두 사람(이 절추와 자신)을 따라 비방과 모함을 벗어나리(世事漸艱吾欲去。永隨二子脫譏讒)."라는 구절은 혼탁한 세상에서 벗어나 친구와 함께 자연 속에서 살고 싶은 간절한 마음을 표현합니다. '두 사람(二子)'은 이 절추와 자신을 가리키며, '비방과 모함(譏讒)'은 속세의 부정적인 면을 의미합니다.

이 두 수의 시는 풍수동의 신비로운 풍경을 섬세하게 묘사하고, 속세를 떠나 자연과 함께하고 싶은 시인의 마음을 강렬하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특히 두 번째 수에서는 신화적인 이미지를 활용하여 시적 상상력을 풍부하게 하고 있으며, 마지막 구절에서는 속세에 대한 염증과 자연에 대한 동경을 동시에 보여줍니다.

 

이 시는 소식(蘇軾)이 부양(富陽)의 보조사(普照寺)를 홀로 방문하여 지은 시로, 제목은 "독유부양보조사(獨遊富陽普照寺)"입니다. "홀로 부양의 보조사를 거닐다"라는 뜻입니다. 고즈넉한 사찰의 풍경과 역사, 그리고 시인의 쓸쓸한 감회를 담고 있습니다.

현대 한국어 번역:

부춘(富春)은 참으로 오래된 고을이고, 이 절 또한 당나라 때의 남은 것이네. 늙은 학은 큰 나무에서 쉬고, 용은 돌아가 하사받은 서책을 보호하네. 길게 이어진 대롱에는 봄 물이 멀리 흐르고, 골짜기에서 나오는 저녁 종소리는 드문드문 울리네. 강가의 아침 운치를 이으려 하지만, 누가 나를 위해 시작해 줄까?

분석 및 설명:

이 시는 사찰의 역사와 풍경, 그리고 시인의 쓸쓸한 감회라는 세 가지 측면으로 분석할 수 있습니다.

  • 사찰의 역사와 풍경: 시의 초반부는 보조사의 역사와 주변 풍경을 간결하게 묘사합니다. "부춘은 참으로 오래된 고을이고, 이 절 또한 당나라 때의 남은 것이네(富春真古邑。此寺亦唐餘)."라는 구절은 부양이라는 고을의 오랜 역사와 함께 보조사 역시 당나라 시대부터 존재해 온 오래된 사찰임을 나타냅니다. "늙은 학은 큰 나무에서 쉬고, 용은 돌아가 하사받은 서책을 보호하네(鶴老休喬木。龍歸護賜書)."라는 구절은 사찰의 신성한 분위기를 묘사하는 동시에, 사찰에 전해 내려오는 전설이나 유물을 암시합니다. '늙은 학(鶴老)'은 장수와 신성을 상징하며, '용(龍)'은 왕권 또는 불법(佛法)을 상징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하사받은 서책(賜書)'은 황제로부터 받은 서책으로, 사찰의 권위와 역사를 나타내는 중요한 유물입니다. "길게 이어진 대롱에는 봄 물이 멀리 흐르고, 골짜기에서 나오는 저녁 종소리는 드문드문 울리네(連筒春水遠。出谷晚鍾踈)."라는 구절은 사찰 주변의 고요하고 평화로운 풍경을 묘사합니다. '길게 이어진 대롱(連筒)'은 물을 끌어들이는 시설로, 사찰의 생활 모습을 보여줍니다. '드문드문 울리는 저녁 종소리(出谷晚鍾踈)'는 사찰의 고요함을 더욱 강조하는 역할을 합니다.
  • 시인의 쓸쓸한 감회: "강가의 아침 운치를 이으려 하지만, 누가 나를 위해 시작해 줄까?(欲繼江朝韻。何人為起予。)"라는 구절은 시인의 쓸쓸한 감회를 드러냅니다. '강가의 아침 운치(江朝韻)'는 과거의 시인들이 강가에서 시를 읊으며 풍류를 즐겼던 것을 의미합니다. 시인은 이러한 전통을 이어받고 싶어 하지만, 함께할 사람이 없어 외로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누가 나를 위해 시작해 줄까?(何人為起予。)'라는 질문은 이러한 외로움을 더욱 부각시키는 표현입니다. '기(起)'는 시작하다, 일으키다라는 뜻으로, 함께 시를 읊을 동반자를 찾는 시인의 마음을 나타냅니다.

이 시는 고즈넉한 사찰의 풍경과 역사를 배경으로, 홀로 사찰을 방문한 시인의 쓸쓸한 감회를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과거의 번성했던 모습은 사라지고 고요함만이 감도는 사찰의 풍경과, 함께 시를 읊을 동반자를 찾지 못하는 시인의 외로움이 대비되어 시적 분위기를 더욱 깊게 만들고 있습니다. 특히 마지막 구절은 과거의 풍류를 그리워하면서도 현재의 외로움을 느끼는 시인의 복잡한 심경을 함축적으로 보여줍니다.

 

이 시는 소식(蘇軾)이 보조사(普照寺)를 다녀온 후 두 암자(庵子)를 방문하고 지은 시로, 제목은 "자보조유이암(自普照遊二庵)"입니다. "보조사에서 나와 두 암자를 거닐다"라는 뜻입니다. 고요한 산속 암자의 풍경과 속세를 벗어나 자연을 즐기고 싶지만 현실적인 제약으로 인해 그러지 못하는 안타까운 심정을 담고 있습니다.

현대 한국어 번역:

키 큰 소나무는 바람을 읊고 저녁 비는 가늘게 내리는데, 동쪽 암자는 반쯤 닫혀 있고 서쪽 암자는 굳게 닫혀 있네. 온종일 산길을 걸어도 사람을 만나지 못하니, 촉촉한 들매화 향기가 옷소매에 스며드네. 암자에 사는 스님은 맑은 경치를 좋아하는 나를 비웃으니, 스스로 산이 깊어 나갈 계책이 없음을 싫어하네. 나 또한 산을 좋아하지만 스스로를 비웃으니, 홀로 가는 것이 마음 아프고 이후를 잇기 어렵네. 서호(西湖)에 가서 좋은 술을 마시는 것만 같지 못하니, 붉은 살구꽃과 푸른 복숭아꽃 향기가 머리 위를 덮으리. 시를 지어 채미옹(采薇翁)에게 부치니, 본래 사람을 피하지 않았으니 어찌 세상을 피하겠는가.

분석 및 설명:

이 시는 암자의 고요한 풍경, 속세를 벗어나지 못하는 안타까움, 그리고 자연에 대한 애정이라는 세 가지 측면으로 분석할 수 있습니다.

  • 암자의 고요한 풍경: 시의 초반부는 두 암자의 고요한 풍경을 묘사합니다. "키 큰 소나무는 바람을 읊고 저녁 비는 가늘게 내리는데, 동쪽 암자는 반쯤 닫혀 있고 서쪽 암자는 굳게 닫혀 있네(長松吟風晚雨細。東庵半掩西庵閉)."라는 구절은 고요하고 적막한 산속 암자의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전달합니다. 저녁 비가 가늘게 내리는 가운데 암자들이 문을 닫고 있는 모습은 더욱 고요함을 강조합니다. "온종일 산길을 걸어도 사람을 만나지 못하니, 촉촉한 들매화 향기가 옷소매에 스며드네(山行盡日不逢人。浥浥野梅香入袂)."라는 구절은 인적 없는 산길을 걷는 시인의 고독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들매화 향기는 이러한 고독감을 더욱 심화시키는 동시에,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는 매개체 역할을 합니다. '촉촉한(浥浥)'은 풀이나 꽃 등이 물기를 머금은 모양을 나타내는 의태어입니다.
  • 속세를 벗어나지 못하는 안타까움: "암자에 사는 스님은 맑은 경치를 좋아하는 나를 비웃으니, 스스로 산이 깊어 나갈 계책이 없음을 싫어하네(居僧笑我戀清景。自厭山深出無計)."라는 구절은 속세를 벗어나 자연에 귀의한 스님과 속세에 미련을 가진 시인의 대비를 보여줍니다. 스님은 시인이 맑은 경치를 좋아하는 것을 비웃으며, 산속에 갇혀 나갈 수 없는 자신의 처지를 한탄합니다. 이는 역설적으로 시인 역시 속세에 대한 미련 때문에 완전히 자연에 귀의하지 못하는 자신의 처지를 깨닫게 하는 계기가 됩니다. "나 또한 산을 좋아하지만 스스로를 비웃으니, 홀로 가는 것이 마음 아프고 이후를 잇기 어렵네(我雖愛山亦自笑。獨徃神傷後難繼)."라는 구절은 산을 좋아하지만 현실적인 제약 때문에 완전히 자연에 귀의하지 못하는 시인의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냅니다. 홀로 산을 다니는 것이 마음 아프고, 이러한 생활을 계속 이어가기 어렵다는 것을 깨닫는 것입니다.
  • 자연에 대한 애정과 현실적인 선택: "서호에 가서 좋은 술을 마시는 것만 같지 못하니, 붉은 살구꽃과 푸른 복숭아꽃 향기가 머리 위를 덮으리(不如西湖飲美酒。紅杏碧桃香覆髻)."라는 구절은 현실적인 선택으로서 서호에서 술을 마시는 즐거움을 택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줍니다. 이는 속세를 완전히 등지지 않고 자연을 즐기는 또 다른 방법을 택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시를 지어 채미옹에게 부치니, 본래 사람을 피하지 않았으니 어찌 세상을 피하겠는가(作詩寄謝採薇翁。本不避人那避世)."라는 구절은 자신의 생각을 밝히는 동시에, 은둔 생활을 했던 고대의 현인 채미옹(采薇翁)을 언급하며 자신의 행동을 변호합니다. 채미옹은 주나라 멸망 후 수양산에 들어가 고사리를 캐 먹으며 은둔 생활을 했던 백이(伯夷)와 숙제(叔齊)를 가리킵니다. 시인은 자신은 본래 사람을 피하지 않았으니, 세상을 피하는 것도 아니라고 말하며, 현실적인 삶 속에서 자연을 즐기는 자신의 방식을 정당화합니다.

이 시는 고요한 산속 암자의 풍경과 대비되는 시인의 복잡한 내면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자연을 동경하지만 속세를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는 안타까움, 그리고 현실적인 선택 사이에서 갈등하는 시인의 모습은 독자들에게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킵니다. 특히 마지막 구절에서 채미옹을 언급하며 자신의 행동을 변호하는 부분은 시인의 솔직하고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줍니다.

 

이 시는 소식(蘇軾)이 부양(富陽)의 묘정관(妙庭觀)에 있는 동쌍성(董雙成)의 옛 집터에서 발견된 단정(丹鼎)에 대해 쓴 두 수의 시로, 제목은 "부양묘정관동쌍성고택, 발지득단정, 복이동반, 승이유리분, 분기파쇄, 단역위인쟁탈지거, 금독반정재이. 이수(富陽妙庭觀董雙成故宅,發地得丹鼎,覆以銅盤,承以瑠璃盆,盆既破碎,丹亦為人爭奪持去,今獨盤鼎在耳。二首)"입니다. 풀이하자면 "부양 묘정관 동쌍성의 옛 집터에서 땅을 파 단정을 얻었는데, 구리 쟁반으로 덮고 유리 그릇으로 받쳤으나, 그릇은 깨지고 단약(丹藥)은 사람들 사이에 쟁탈되어 가져가 버리고, 지금은 다만 쟁반과 솥만 남아 있을 뿐이다. 두 수"라는 뜻입니다. 신선 사상의 허망함과 세속의 욕망을 비판하는 내용입니다.

현대 한국어 번역 (첫 번째 수):

사람은 가고 산은 비어 학도 돌아오지 않으니, 단약은 사라지고 솥만 남아 세상 사람들이 부질없이 슬퍼하네. 가련하구나, 아홉 번의 단련 끝에 공을 이루었건만, 도리어 하늘로 날아오르는 것을 내지(內芝)에 구걸했으니.

분석 및 설명 (첫 번째 수):

이 시는 동쌍성의 전설과 단정의 현재 모습을 대비하며 허망함을 강조합니다.

  • 동쌍성의 부재와 단정의 존재: "사람은 가고 산은 비어 학도 돌아오지 않으니, 단약은 사라지고 솥만 남아 세상 사람들이 부질없이 슬퍼하네(人去山空鶴不歸。丹亡鼎在世徒悲)."라는 구절은 동쌍성이 이미 세상을 떠나고 그 흔적조차 희미해진 상황을 묘사합니다. '사람은 가고 산은 비어(人去山空)'는 동쌍성의 부재를, '학도 돌아오지 않으니(鶴不歸)'는 신선의 세계와 단절되었음을 의미합니다. 단약은 사라지고 솥만 남은 현실은 이러한 허망함을 더욱 부각합니다. '부질없이 슬퍼하네(世徒悲)'는 단약을 얻지 못한 사람들의 안타까움을 나타냅니다.
  • 신선 사상의 허망함: "가련하구나, 아홉 번의 단련 끝에 공을 이루었건만, 도리어 하늘로 날아오르는 것을 내지에 구걸했으니(可憐九轉功成後。却把飛昇乞內芝)."라는 구절은 동쌍성이 오랜 수행 끝에 단약을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신선이 되지 못하고 내지에 구걸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신선 사상의 허망함을 드러냅니다. '아홉 번의 단련(九轉)'은 연단술의 과정을 의미하며, '내지(內芝)'는 신선들이 먹는 영약으로, 하늘로 승천하기 위해 필요한 것으로 여겨졌습니다. 오랜 노력이 허사로 돌아간 상황을 통해 신선이 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보여줍니다.

현대 한국어 번역 (두 번째 수):

유리 그릇이 깨져 금단(金丹)이 사라지니, 다시는 신령한 빛이 옛 제단에서 발하지 않네. 때때로 세상 사람들이 와서 솥을 핥으니, 닭과 개를 따라 유안(劉安)의 일을 하려 하네.

분석 및 설명 (두 번째 수):

이 시는 단정이 발견된 이후의 상황을 묘사하며 세속의 욕망을 비판합니다.

  • 단약의 소실과 제단의 쇠락: "유리 그릇이 깨져 금단이 사라지니, 다시는 신령한 빛이 옛 제단에서 발하지 않네(琉璃擊碎走金丹。無復神光發舊壇)."라는 구절은 단약이 사라진 후 제단이 쇠락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유리 그릇이 깨져(琉璃擊碎)'는 단약을 보관하던 용기가 파손된 것을 의미하며, '금단(金丹)'은 신선이 되기 위한 영약을 의미합니다. '신령한 빛(神光)'은 신선의 기운을 상징하며, 단약이 사라진 제단에서는 더 이상 신성한 기운을 느낄 수 없음을 나타냅니다.
  • 세속의 욕망: "때때로 세상 사람들이 와서 솥을 핥으니, 닭과 개를 따라 유안의 일을 하려 하네(時有世人來舐鼎。欲隨雞犬事劉安)."라는 구절은 단정을 핥으면서 신선이 되기를 바라는 사람들의 어리석은 행동을 비판합니다. '솥을 핥는다(舐鼎)'는 행위는 단약의 효력을 얻고자 하는 어리석은 시도를 의미합니다. '닭과 개를 따라 유안의 일을 하려 한다(隨雞犬事劉安)'는 것은 유안이 단약을 먹고 신선이 되었을 때 닭과 개도 함께 하늘로 올라갔다는 고사를 인용하여, 어리석은 사람들이 근거 없는 기대를 품고 있음을 비판하는 것입니다. 유안은 한나라의 회남왕(淮南王)으로, 연단술에 심취하여 단약을 만들었지만 결국 반역죄로 처형당했습니다.

이 두 수의 시는 동쌍성의 전설과 단정의 현재 모습을 대비시키면서 신선 사상의 허망함과 세속의 어리석은 욕망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특히 두 번째 수에서 단정을 핥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인간의 욕망이 얼마나 어리석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인상적입니다.

 

이 시는 소식(蘇軾)이 신성(新城)으로 가는 도중에 지은 두 수의 시로, 제목은 "신성도중이수(新城道中二首)"입니다. "신성으로 가는 도중 두 수"라는 뜻입니다. 여정의 풍경과 자신의 처지, 그리고 세상사에 대한 생각을 담고 있습니다.

현대 한국어 번역 (첫 번째 수):

봄바람이 내가 산행하려는 것을 알고, 처마 끝에 쌓인 빗소리를 날려 버리네. 고갯마루 맑은 구름은 솜 모자를 펼친 듯하고, 나무 끝에 갓 뜬 해는 징을 매달아 놓은 듯하네. 들복숭아는 웃음을 머금고 대나무 울타리는 짧고, 시냇가 버드나무는 절로 흔들리고 모래 물은 맑네. 서쪽 산기슭 사람들은 응당 가장 즐거우리니, 미나리를 삶고 죽순을 구워 봄 밭 가는 이에게 밥을 주겠네.

분석 및 설명 (첫 번째 수):

이 시는 여정의 풍경을 생동감 넘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 봄의 풍경: "봄바람이 내가 산행하려는 것을 알고, 처마 끝에 쌓인 빗소리를 날려 버리네(東風知我欲山行。吹斷簷間積雨聲)."라는 구절은 봄바람이 불어 궂은 날씨가 개고 산행하기 좋은 날씨가 되었음을 표현합니다. 마치 봄바람이 시인의 마음을 알아주는 듯한 표현이 인상적입니다. "고갯마루 맑은 구름은 솜 모자를 펼친 듯하고, 나무 끝에 갓 뜬 해는 징을 매달아 놓은 듯하네(嶺上晴雲披絮帽。樹頭初日挂銅鉦)."라는 구절은 맑게 갠 하늘과 아침 해의 모습을 비유적으로 묘사합니다. '솜 모자(絮帽)'는 흰 구름을, '징(銅鉦)'은 둥근 해를 비유한 표현입니다. "들복숭아는 웃음을 머금고 대나무 울타리는 짧고, 시냇가 버드나무는 절로 흔들리고 모래 물은 맑네(野桃含笑竹籬短。溪柳自搖沙水清)."라는 구절은 시골의 정겨운 풍경을 묘사합니다. 들복숭아꽃이 피어 있는 모습, 짧은 대나무 울타리, 시냇가 버드나무, 맑은 물 등은 전원적인 풍경을 보여줍니다.
  • 농촌의 풍요로운 삶: "서쪽 산기슭 사람들은 응당 가장 즐거우리니, 미나리를 삶고 죽순을 구워 봄 밭 가는 이에게 밥을 주겠네(西崦人家應最樂。煑芹燒筍餉春耕)."라는 구절은 농촌 사람들의 풍요로운 삶을 묘사합니다. 봄철 농번기에 미나리와 죽순을 먹으며 밭일을 하는 모습은 평화롭고 풍요로운 농촌 생활을 보여줍니다. '봄 밭 가는 이(春耕)'는 봄철 농사를 짓는 농부를 의미하며, '미나리(芹)'와 '죽순(筍)'은 봄철에 나는 채소입니다.

현대 한국어 번역 (두 번째 수):

덧없이 흘러가는 세상살이, 나는 이번 여행을 떠나, 시냇가에 고삐를 맡기고 시냇물 소리를 듣네. 쓸모없는 재목은 숲을 뒤지는 도끼를 두려워하고, 지친 말은 깃발을 말고 징을 울리는 소리를 그리워하네. 가랑비가 충분히 내리니 찻집 사람들은 기뻐하고, 깊은 산속에는 장관이 맑게 있네. 인간 세상의 갈림길이 얼마나 많은지, 시험 삼아 뽕밭에서 밭 가는 농부에게 물어보네.

분석 및 설명 (두 번째 수):

이 시는 자신의 처지와 세상사에 대한 생각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 자신의 처지에 대한 비유: "덧없이 흘러가는 세상살이, 나는 이번 여행을 떠나, 시냇가에 고삐를 맡기고 시냇물 소리를 듣네(身世悠悠我此行。溪邊委轡聽溪聲)."라는 구절은 덧없이 흘러가는 세상 속에서 잠시 시냇가에 머물며 자연을 즐기는 시인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고삐를 맡기고(委轡)'는 모든 것을 자연에 맡기는 행위를 의미합니다. "쓸모없는 재목은 숲을 뒤지는 도끼를 두려워하고, 지친 말은 깃발을 말고 징을 울리는 소리를 그리워하네(散材畏見搜林斧。疲馬思聞卷斾鉦)."라는 구절은 자신의 처지를 사물에 빗대어 표현합니다. '쓸모없는 재목(散材)'은 세상에 쓰임 받지 못하는 자신을, '숲을 뒤지는 도끼(搜林斧)'는 자신을 해치려는 세력을 비유합니다. '지친 말(疲馬)' 역시 지친 자신을 비유하며, '깃발을 말고 징을 울리는 소리(卷斾鉦)'는 전쟁이 끝나고 평화로운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 세상사에 대한 생각: "가랑비가 충분히 내리니 찻집 사람들은 기뻐하고, 깊은 산속에는 장관이 맑게 있네(細雨足時茶戶喜。亂山深處長官清)."라는 구절은 세상의 여러 모습을 간결하게 보여줍니다. 가랑비가 내려 차 생산에 도움이 되자 찻집 사람들이 기뻐하는 모습, 그리고 깊은 산속에서 청렴하게 지내는 관리의 모습은 세상의 다양한 단면을 보여줍니다. "인간 세상의 갈림길이 얼마나 많은지, 시험 삼아 뽕밭에서 밭 가는 농부에게 물어보네(人間岐路知多少。試向桑田問耦耕)."라는 구절은 세상의 복잡함과 인생의 갈림길에 대한 시인의 생각을 드러냅니다. '갈림길(岐路)'은 인생의 선택지를 의미하며, '뽕밭에서 밭 가는 농부(桑田問耦耕)'는 평범한 농부에게 세상사의 이치를 묻는다는 의미로, 세상의 복잡함을 초월한 삶을 살고 있는 사람에게서 해답을 구하려는 시인의 마음을 나타냅니다.

이 두 수의 시는 여정의 풍경 묘사와 함께 자신의 처지와 세상사에 대한 생각을 담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자연 풍경과 대비되는 시인의 고독한 모습, 그리고 세상의 복잡함에 대한 고민은 독자들에게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킵니다. 특히 마지막 구절에서 세상의 이치를 농부에게 물어보는 장면은 시인의 겸손한 자세와 세상에 대한 깊은 사유를 보여줍니다.

 

 

이 시는 소식(蘇軾)이 산촌(山村)의 풍경과 생활을 관찰하고 지은 다섯 수의 절구시로, 제목은 "산촌오절(山村五絕)"입니다. "산촌의 다섯 절구"라는 뜻입니다. 시골의 평화로운 풍경과 소박한 삶, 그리고 자신의 처지에 대한 자조적인 생각을 담고 있습니다.

현대 한국어 번역 및 분석 (각 수별로)

1. 竹籬茅屋趂溪斜。春入山村處處花。無象太平還有象。孤煙起處是人家。

  • 현대 한국어 번역: 대나무 울타리와 띠 집은 시내를 따라 비스듬히 있고, 봄이 산마을에 드니 곳곳에 꽃이 피었네. 형상이 없는 태평성대에도 오히려 형상이 있으니, 외로운 연기 피어오르는 곳이 바로 사람 사는 집이네.
  • 분석: 이 시는 봄이 온 산촌의 풍경을 생생하게 묘사합니다. 시냇가를 따라 비스듬히 자리한 집들과 곳곳에 피어난 꽃들은 봄의 활기찬 기운을 전합니다. 특히 "형상이 없는 태평성대에도 오히려 형상이 있다(無象太平還有象)"라는 구절은 도가(道家)의 사상을 반영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태평성대는 이상적인 정치 상태를 의미하는데, 형상이 없는, 즉 인위적인 통치가 없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하지만 시인은 이러한 태평성대에도 사람들의 삶이라는 형상이 존재하며, 그 증거로 집집마다 피어오르는 연기를 제시합니다. 이는 평범한 일상 속에서 진정한 평화가 깃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외로운 연기는 사람들의 삶의 흔적을 나타내는 시각적인 이미지로, 시각적인 묘사를 통해 시적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전달합니다.

2. 煙雨濛濛雞犬聲。有生何處不安生。但教黃犢無人佩。布穀何勞也勸耕。

  • 현대 한국어 번역: 안개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닭과 개 짖는 소리 들리니, 살아 있는 것 어디에서든 편안히 살지 않으랴. 다만 누런 송아지에 고삐를 채우는 사람이 없게 한다면, 두견새가 어찌 애써 밭 갈라고 권하랴.
  • 분석: 이 시는 시골의 평화로운 일상을 묘사하며, 자연의 순리에 따르는 삶의 가치를 강조합니다. 안개비가 내리는 가운데 닭과 개 짖는 소리는 시골의 정겨운 분위기를 더합니다. "살아 있는 것 어디에서든 편안히 살지 않으랴(有生何處不安生)"라는 구절은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모든 생명체의 평화로운 모습을 보여줍니다. 핵심은 "다만 누런 송아지에 고삐를 채우는 사람이 없게 한다면(但教黃犢無人佩)"이라는 가정입니다. 이는 인위적인 강요 없이 자연스럽게 농사가 이루어지는 상황을 의미합니다. "두견새가 어찌 애써 밭 갈라고 권하랴(布穀何勞也勸耕)"는 두견새의 울음소리를 밭 갈라고 재촉하는 소리로 해석하는 전통적인 관습을 활용하여, 자연의 순리에 맡기는 삶의 지혜를 강조합니다. 즉, 억지로 농사를 강요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농사가 이루어지니, 두견새가 애써 울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3. 老翁七十自腰鎌。慙愧春山筍蕨甜。豈是聞韶解忘味。爾來三月食無鹽。

  • 현대 한국어 번역: 일흔 노인이 스스로 허리에 낫을 차고, 봄 산의 죽순과 고사리가 단 것에 부끄러워하네. 어찌 요임금의 음악을 듣고 맛을 잊었다는 것이랴, 이때부터 석 달 동안 소금을 먹지 못했으니.
  • 분석: 이 시는 노인의 소박한 삶과 시인 자신의 어려운 처지를 대비합니다. 일흔 노인이 직접 낫을 들고 일하는 모습은 시골 사람들의 근면함을 보여줍니다. "봄 산의 죽순과 고사리가 단 것에 부끄러워한다(慙愧春山筍蕨甜)"는 표현은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풍요로움에 비해 자신의 삶이 궁핍함을 나타내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부끄러워한다(慙愧)'는 단어는 단순한 겸손함 이상의 의미를 내포하며, 자신의 어려운 처지에 대한 자조적인 감정을 드러냅니다. "요임금의 음악을 듣고 맛을 잊었다(聞韶解忘味)"는 고사는 아주 훌륭한 음악에 심취하면 다른 맛을 잊을 정도로 정신이 팔린다는 뜻으로, 공자의 논어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시인은 이 고사를 인용하여 자신의 어려운 상황 때문에 다른 것을 돌아볼 겨를이 없음을 표현합니다. 특히 "석 달 동안 소금을 먹지 못했다(爾來三月食無鹽)"는 구체적인 묘사는 시인의 궁핍한 생활을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4. 杖藜裹飯去怱怱。過眼青錢轉手空。贏得兒童語音好。一年強半在城中。

  • 현대 한국어 번역: 지팡이를 짚고 밥을 싸서 허둥지둥 떠나가니, 눈앞을 스쳐 지나간 돈은 손에서 곧바로 비어 버리네. 얻은 것은 아이들의 좋은 말소리뿐이니, 일 년의 절반 이상을 성 안에서 지내네.
  • 분석: 이 시는 시인의 바쁜 일상과 경제적인 어려움을 나타냅니다. "지팡이를 짚고 밥을 싸서 허둥지둥 떠나간다(杖藜裹飯去怱怱)"는 구절은 시인의 고단한 여정을 보여줍니다. '허둥지둥(怱怱)'이라는 단어는 바쁜 일상을 강조합니다. "눈앞을 스쳐 지나간 돈은 손에서 곧바로 비어 버린다(過眼青錢轉手空)"는 구절은 경제적인 어려움을 직접적으로 드러냅니다. 돈이 쉽게 들어왔다가 쉽게 나가는 상황을 묘사하여, 시인의 궁핍한 생활을 보여줍니다. "얻은 것은 아이들의 좋은 말소리뿐이니(贏得兒童語音好)"라는 구절은 힘든 상황 속에서도 아이들의 순수한 말소리에서 위안을 얻는 시인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는 소소한 행복을 발견하는 시인의 따뜻한 마음을 보여주는 부분입니다. "일 년의 절반 이상을 성 안에서 지낸다(一年強半在城中)"는 구절은 시골에 오래 머물지 못하고 도시에서 생활해야 하는 자신의 처지를 나타냅니다. 이는 자연을 그리워하는 시인의 마음을 더욱 부각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5. 竊祿忘歸我自羞。豐年底事汝憂愁。不須更待飛鳶墮。方念平生馬少遊。

  • 현대 한국어 번역: 녹봉을 훔먹으며 돌아갈 것을 잊은 나 스스로 부끄러우니, 풍년에도 무슨 일로 너는 시름에 잠겨 있는가. 모름지기 솔개가 떨어지기를 기다릴 필요 없이, 이제야 평생 말을 타고 놀지 못했음을 생각하네.
  • 분석: 이 시는 시인의 관직 생활에 대한 자조적인 반성과 인생에 대한 회한을 드러냅니다. "녹봉을 훔먹으며 돌아갈 것을 잊었다(竊祿忘歸)"는 표현은 관직에 있으면서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는 자신을 자조하는 표현입니다. '훔먹는다(竊)'는 단어는 자신의 관직 생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냅니다. "풍년에도 무슨 일로 너는 시름에 잠겨 있는가(豐年底事汝憂愁)"라는 구절은 풍요로운 세상에도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음을 지적하며, 자신의 근심 또한 세상의 보편적인 현상임을 암시합니다. '너(汝)'는 독자를 포함한 세상 사람들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모름지기 솔개가 떨어지기를 기다릴 필요 없이(不須更待飛鳶墮)"라는 구절은 뜻밖의 행운을 기다리지 않고, 즉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겠다는 의지를 나타냅니다. '솔개가 떨어지기를 기다린다(待飛鳶墮)'는 것은 하늘에서 떨어진 솔개를 주워 먹으려고 기다

전체적으로 이 시는 소박한 산촌의 풍경과 대비되는 시인의 복잡한 심경을 보여줍니다. 평화로운 시골 풍경을 묘사하면서도, 자신의 궁핍한 처지, 바쁜 일상, 관직 생활에 대한 회한 등을 솔직하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특히 각 수마다 다양한 비유와 고사를 활용하여 시의 의미를 풍부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 시는 소식(蘇軾)이 호수에서 밤늦게 돌아오는 길에 지은 시로, 제목은 "호상야귀(湖上夜歸)"입니다. "호수에서 밤에 돌아오다"라는 뜻입니다. 술에 취해 호수를 거닐다 밤늦게 돌아오는 길의 풍경과 감회를 담고 있습니다.

현대 한국어 번역:

나는 술잔을 다 비우지 않았는데, 반쯤 취하니 그 맛이 더욱 오래가네. 대나무 가마를 타고 호숫가를 돌아오니, 봄바람이 얼굴을 스쳐 시원하네. 외로운 산 서쪽에 이르니, 밤의 어둠이 이미 짙어졌네. 맑은 시 읊조림이 꿈과 뒤섞이니, 얻은 구절은 곧 잊어버리네. 아직도 배꽃 마을을 기억하니, 아련하게 어두운 향기가 들려오네. 성안에 언제쯤 들어가려나, 손님들은 반이나 세상을 떠났네. 졸린 눈이 문득 놀라 크게 뜨니, 수많은 등불이 강과 연못을 밝히네. 시장 사람들이 손뼉 치며 웃으니, 마치 숲을 잃은 사슴과 같네. 비로소 산과 들의 모습이 속세와 다른 흥취임을 깨달으니, 억지로 하려 해도 어렵네. 인생에서 무엇을 즐거움으로 삼아야 할까, 나의 계책은 특별히 좋지 않네.

분석 및 설명:

이 시는 술에 취한 상태에서 호숫가를 거닐다 겪는 감각의 변화와 인생에 대한 성찰을 보여줍니다.

  • 술에 취한 흥취와 밤 풍경: 시의 초반부는 술에 취해 호수를 거닐며 느끼는 흥취와 밤 풍경을 묘사합니다. "나는 술잔을 다 비우지 않았는데, 반쯤 취하니 그 맛이 더욱 오래가네(我飲不盡器。半酣味尤長)."라는 구절은 술에 적당히 취한 상태의 즐거움을 표현합니다. "대나무 가마를 타고 호숫가를 돌아오니, 봄바람이 얼굴을 스쳐 시원하네(籃輿湖上歸。春風吹面涼)."라는 구절은 밤의 시원한 바람과 함께 호숫가를 돌아오는 정경을 묘사합니다. "외로운 산 서쪽에 이르니, 밤의 어둠이 이미 짙어졌네(行到孤山西。夜色已蒼蒼)."라는 구절은 밤이 깊어 어둠이 짙어진 풍경을 보여줍니다.
  • 몽롱한 의식과 기억의 단편: "맑은 시 읊조림이 꿈과 뒤섞이니, 얻은 구절은 곧 잊어버리네(清吟雜夢寐。得句旋已忘)."라는 구절은 술에 취해 몽롱한 상태에서 시를 읊조리지만 곧 잊어버리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는 술에 취한 상태의 특징을 잘 나타내는 묘사입니다. "아직도 배꽃 마을을 기억하니, 아련하게 어두운 향기가 들려오네(尚記梨花村。依依聞暗香)."라는 구절은 술에 취한 와중에도 배꽃 마을의 향기를 기억하는 감각적인 묘사입니다. '아련하게(依依)'는 희미하고 어렴풋한 모양을 나타내는 의태어입니다.
  • 현실로의 귀환과 괴리감: "성안에 언제쯤 들어가려나, 손님들은 반이나 세상을 떠났네(入城定何時。賔客半在亡)."라는 구절은 현실로 돌아와 예전의 손님들이 많이 세상을 떠났음을 깨닫고 느끼는 쓸쓸함을 나타냅니다. "졸린 눈이 문득 놀라 크게 뜨니, 수많은 등불이 강과 연못을 밝히네. 시장 사람들이 손뼉 치며 웃으니, 마치 숲을 잃은 사슴과 같네(睡眼忽驚矍。繁燈鬧河塘。市人拍手笑。狀如失林麞)."라는 구절은 술에서 깨어난 후 화려한 도시의 밤 풍경과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느끼는 괴리감을 표현합니다. '숲을 잃은 사슴(失林麞)'은 주변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낯선 존재를 비유하는 표현입니다.
  • 인생에 대한 성찰: "비로소 산과 들의 모습이 속세와 다른 흥취임을 깨달으니, 억지로 하려 해도 어렵네(始悟山野姿。異趣難自強)."라는 구절은 자연의 풍경이 속세와는 다른 특별한 흥취를 가지고 있음을 깨닫지만, 그러한 흥취를 억지로 만들려고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닫는다는 의미입니다. "인생에서 무엇을 즐거움으로 삼아야 할까, 나의 계책은 특별히 좋지 않네(人生安為樂。吾策殊未良)."라는 구절은 인생의 즐거움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자신의 삶의 방식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냅니다.

전체적으로 이 시는 술에 취한 상태에서 겪는 감각의 변화와 현실로 돌아왔을 때 느끼는 괴리감, 그리고 인생에 대한 성찰을 보여줍니다. 자연과 속세 사이에서 갈등하는 시인의 모습은 독자들에게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킵니다. 특히 마지막 구절에서 인생의 즐거움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은 인생의 의미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이 시는 소식(蘇軾)이 한식(寒食)날 새벽에 호수에 도착했을 때 지은 시로, 제목은 명확히 전해지지 않지만, 내용으로 보아 "한식 미명 지 호상(寒食未明至湖上)"으로 칭할 수 있습니다. "한식날 새벽에 호수에 이르러"라는 뜻입니다. 태수가 아직 도착하지 않은 상황에서 두 현령이 먼저 와 있는 상황을 묘사하며, 호수의 새벽 풍경과 자신의 심경을 담고 있습니다.

현대 한국어 번역:

성 위에는 달이 지고 까마귀가 아직 우는데, 검은 배와 붉은 뱃전은 벌써 호수에 가득하네. 악기를 갖추어 태수를 맞이할 겨를도 없이, 물안개와 구름이 먼저 쌍으로 나는 오리를 휘날리네. 산을 비추는 노란 모자에 이룡 머리 모양의 배, 길 양쪽에는 푸른 연기 뿜는 까치 꼬리 모양의 화로. 늙고 병들어 봄을 맞아도 오직 잠만 생각나니, 홀로 절의 평상에 잠시 몸을 의탁하려 하네.

분석 및 설명:

이 시는 한식날 새벽 호수의 풍경과 행사의 준비 모습, 그리고 시인 자신의 심경을 대조적으로 보여줍니다.

  • 새벽의 호수 풍경: "성 위에는 달이 지고 까마귀가 아직 우는데, 검은 배와 붉은 뱃전은 벌써 호수에 가득하네(城頭月落尚啼烏。烏榜紅舷早滿湖)."라는 구절은 새벽의 시간적 배경과 호수의 풍경을 묘사합니다. '달이 지고 까마귀가 아직 우는(月落尚啼烏)' 시간은 새벽녘임을 나타내며, '검은 배와 붉은 뱃전(烏榜紅舷)'은 여러 색깔의 배들이 호수에 가득 차 있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는 행사를 위해 많은 사람들이 일찍부터 모여 있음을 암시합니다.
  • 행사 준비의 분주함: "악기를 갖추어 태수를 맞이할 겨를도 없이, 물안개와 구름이 먼저 쌍으로 나는 오리를 휘날리네(鼓吹未容迎五馬。水雲先已颺雙鳧)."라는 구절은 태수를 맞이하기 위한 준비가 한창인 상황을 보여줍니다. '악기를 갖추어 태수를 맞이하다(鼓吹迎五馬)'는 고위 관리를 맞이하는 의례적인 행위를 의미합니다. '물안개와 구름이 먼저 쌍으로 나는 오리를 휘날린다(水雲先已颺雙鳧)'는 표현은 자연 현상을 의인화하여, 마치 자연이 행사를 축하하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쌍으로 나는 오리(雙鳧)'는 평화롭고 한가로운 분위기를 더합니다.
  • 화려한 행사 풍경: "산을 비추는 노란 모자에 이룡 머리 모양의 배, 길 양쪽에는 푸른 연기 뿜는 까치 꼬리 모양의 화로(映山黃帽螭頭舫。夾道青煙鵲尾爐)."라는 구절은 행사의 화려한 모습을 묘사합니다. '산을 비추는 노란 모자(映山黃帽)'는 화려하게 장식된 배를, '이룡 머리 모양의 배(螭頭舫)'는 용머리 모양으로 장식된 배를 의미합니다. '길 양쪽에는 푸른 연기 뿜는 까치 꼬리 모양의 화로(夾道青煙鵲尾爐)'는 길 양쪽에 설치된 화로에서 푸른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을 묘사합니다. 이러한 묘사를 통해 행사의 성대함을 강조합니다.
  • 시인의 심경: "늙고 병들어 봄을 맞아도 오직 잠만 생각나니, 홀로 절의 평상에 잠시 몸을 의탁하려 하네(老病逢春只思睡。獨求僧榻寄須臾)."라는 구절은 화려한 행사와 대비되는 시인의 지치고 외로운 심경을 드러냅니다. '늙고 병들어(老病)'는 시인의 건강 상태를 나타내며, '오직 잠만 생각난다(只思睡)'는 지친 심신을 표현합니다. '홀로 절의 평상에 잠시 몸을 의탁하려 한다(獨求僧榻寄須臾)'는 구절은 시인이 화려한 행사에서 벗어나 조용히 휴식을 취하고 싶어 하는 마음을 나타냅니다.

이 시는 화려한 행사 풍경과 대비되는 시인의 고독하고 지친 심경을 효과적으로 보여줍니다. 새벽부터 행사를 준비하는 사람들의 분주한 모습과 대조적으로, 시인은 홀로 조용한 곳에서 휴식을 취하고 싶어 합니다. 이는 화려한 행사 속에서도 외로움을 느끼는 시인의 내면을 드러내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특히 마지막 구절에서 '절의 평상(僧榻)'에 몸을 의탁하려는 모습은 시인의 정신적인 피로를 보여주는 동시에, 불교적인 사유에 기대어 마음의 안정을 찾으려는 모습을 나타내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이 시는 소식(蘇軾)이 손신로(孫莘老)에게 받은 시에 화답하여 지은 시로, 제목은 "차운손신로견증。시신로이려주,인이별지(次韻孫莘老見贈。時莘老移廬洲,因以別之)"입니다. "손신로가 준 시에 차운하다. 이때 신로가 여주로 이사하였으므로 이로써 작별하다"라는 뜻입니다. 손신로의 이사를 아쉬워하며, 자신의 처지와 세상사에 대한 생각을 함께 담고 있습니다. '차운(次韻)'은 원시의 운자를 사용하여 화답하는 형식을 말합니다.

현대 한국어 번역:

화로와 망치로 한 손으로 형상을 만드니 그 솜씨가 뛰어나네. 조물주조차 무심하니 어찌 그를 바라겠는가. 나는 본래 거칠고 완고하여 마땅히 이와 같으니, 그대는 오히려 곤경에 빠졌으니 다른 사람이야 더 말할 나위 있겠는가. 공수(龔遂)와 황패(黃霸)의 곁에서는 정치를 논하기 어렵고, 나관(羅貫)과 조기(趙岐)의 앞에서 또한 글에 현혹되네. (손신로는 정치와 글 솜씨로 칭송받았으나, 손신로의 글씨는 매우 졸렬했다.) 오직 양관(陽關)의 한 잔 술만이 있으니, 간절히 거듭 노래하여 이별하는 거처에 보내네.

분석 및 설명:

이 시는 손신로의 이사를 아쉬워하는 마음과 함께, 세상사의 어려움과 자신의 처지에 대한 생각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 손신로의 뛰어난 재능에 대한 칭찬과 겸손: "화로와 망치로 한 손으로 형상을 만드니 그 솜씨가 뛰어나네. 조물주조차 무심하니 어찌 그를 바라겠는가(爐鎚一手賦形殊。造物無心敢望渠)."라는 구절은 손신로의 뛰어난 재능을 칭찬하는 동시에, 조물주의 무심함을 언급하며 겸손한 태도를 보입니다. '화로와 망치(爐鎚)'는 장인의 도구를 의미하며, '한 손으로 형상을 만든다(一手賦形)'는 뛰어난 솜씨를 비유하는 표현입니다. '조물주조차 무심하다(造物無心)'는 세상사가 뜻대로 되지 않음을 의미합니다.
  • 자신과 손신로의 처지에 대한 비유: "나는 본래 거칠고 완고하여 마땅히 이와 같으니, 그대는 오히려 곤경에 빠졌으니 다른 사람이야 더 말할 나위 있겠는가(我本踈頑固當爾。子猶淪落况其餘)."라는 구절은 자신을 '거칠고 완고한(踈頑固)' 사람으로, 손신로를 '곤경에 빠진(淪落)' 사람으로 비유하며, 세상살이의 어려움을 나타냅니다. '마땅히 이와 같다(當爾)'는 자신의 처지를 받아들이는 태도를 보여줍니다. '다른 사람이야 더 말할 나위 있겠는가(况其餘)'는 다른 사람들의 어려움은 더 심할 것이라는 의미로, 세상의 어려움을 일반화합니다.
  • 정치와 학문에 대한 비판적 시각: "공수와 황패의 곁에서는 정치를 논하기 어렵고, 나관과 조기의 앞에서 또한 글에 현혹되네(龔黃側畔難言政。羅趙前頭且眩書)."라는 구절은 정치와 학문의 현실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냅니다. '공수(龔遂)'와 '황패(黃霸)'는 한나라의 명신으로, 훌륭한 정치를 펼친 인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들의 곁에서는 감히 정치를 논하기 어렵다는 것은 현실 정치의 어려움을 비유적으로 나타내는 것입니다. '나관(羅貫)'과 '조기(趙岐)'는 뛰어난 학자로, 그들의 학문 앞에서 현혹된다는 것은 학문의 어려움을 비유하는 표현입니다. 특히 괄호 안에 "손신로는 정치와 글 솜씨로 칭송받았으나, 손신로의 글씨는 매우 졸렬했다(莘老見稱政事與書,而莘老書至不工)"라는 주석을 통해, 세상의 평가와 실제가 다를 수 있음을 지적합니다. 이는 손신로를 폄하하려는 의도보다는, 세상의 평가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내려는 의도로 해석됩니다.
  • 이별의 아쉬움과 우정의 표현: "오직 양관의 한 잔 술만이 있으니, 간절히 거듭 노래하여 이별하는 거처에 보내네(惟有陽關一杯酒。慇懃重唱贈離居)."라는 구절은 손신로와의 이별을 아쉬워하며, 우정을 표현합니다. '양관(陽關)'은 이별의 노래로 유명한 "양관삼첩(陽關三疊)"을 의미하며, 이별의 정서를 나타내는 상징적인 표현입니다. '간절히 거듭 노래하다(慇懃重唱)'는 이별의 아쉬움을 강조하는 표현입니다. '이별하는 거처(離居)'는 손신로가 이사한 곳을 의미하며, 멀리 떨어져 있어도 우정을 잊지 않겠다는 마음을 전달합니다.

전체적으로 이 시는 손신로의 이사를 아쉬워하는 마음과 함께, 세상사의 어려움, 정치와 학문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 그리고 변치 않는 우정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특히 고사를 적절히 활용하여 시의 의미를 풍부하게 만들고 있으며, 마지막 구절에서 이별의 아쉬움을 노래하는 부분은 독자들에게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킵니다.

 

 

이 시는 소식(蘇軾)이 지은 이별시로, 제목은 "증별(贈別)"입니다. "이별을 주다" 또는 "이별하며 주다"라는 뜻으로, 누군가와 이별하며 지어준 시임을 알 수 있습니다. 짧은 시 안에 이별의 아쉬움과 함께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현대 한국어 번역:

푸른 새가 수건을 물고 오래도록 날아가려 하고, 노란 꾀꼬리는 주인을 떠나 더욱 슬피 우네. 간절히 바라건대 이별했던 곳을 잊지 마시오. 호수 동쪽 봉황 고개 서쪽이라오.

분석 및 설명:

이 시는 짧지만 강렬한 이미지와 함축적인 표현을 통해 이별의 정서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떠나가는 이의 모습과 슬픔의 비유: "푸른 새가 수건을 물고 오래도록 날아가려 하고, 노란 꾀꼬리는 주인을 떠나 더욱 슬피 우네(青鳥銜巾久欲飛。黃鸎別主更悲啼)."라는 구절은 떠나가는 사람의 모습과 이별의 슬픔을 자연물에 빗대어 표현합니다. '푸른 새(青鳥)'는 서왕모(西王母)의 사자로 전해지며, 소식을 전하는 역할을 합니다. 여기서는 이별을 알리는 전령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수건(巾)'은 이별의 눈물을 닦는 도구로 해석할 수도 있고, 또는 먼 길을 떠나는 사람에게 주는 선물로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오래도록 날아가려 한다(久欲飛)'는 떠나려는 마음이 이미 굳건함을 나타냅니다. '노란 꾀꼬리(黃鸎)'는 봄을 상징하는 새로, 즐거움과 아름다움을 나타내기도 하지만, 여기서는 주인을 떠나 슬피 우는 모습으로 묘사되어 이별의 슬픔을 더욱 부각합니다. '주인을 떠나 더욱 슬피 운다(別主更悲啼)'는 이별의 슬픔을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부분입니다.
  • 이별의 장소와 당부의 말: "간절히 바라건대 이별했던 곳을 잊지 마시오. 호수 동쪽 봉황 고개 서쪽이라오(慇懃莫忘分攜處。湖水東邊鳳嶺西)."라는 구절은 이별의 장소를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상대방에게 이별의 순간을 잊지 말 것을 당부합니다. '간절히 바라건대(慇懃)'는 진심으로 바라는 마음을 나타내는 표현입니다. '이별했던 곳(分攜處)'은 이별이 이루어진 장소를 의미하며, 이별의 아쉬움을 되새기게 하는 공간입니다. '호수 동쪽 봉황 고개 서쪽(湖水東邊鳳嶺西)'이라는 구체적인 지명은 이별의 장소를 명확하게 나타내어, 상대방이 그곳을 기억하기 쉽게 합니다. 이는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습니다.

이 시는 짧은 4구의 시이지만, 이별의 슬픔과 함께 상대방을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특히 자연물을 활용한 비유와 구체적인 지명 언급은 시의 정서를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줍니다. 이별의 슬픔을 직접적으로 표현하기보다는, 떠나가는 새와 슬피 우는 꾀꼬리에 빗대어 표현함으로써, 감정을 절제하면서도 깊은 슬픔을 전달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또한 이별의 장소를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잊지 말라고 당부하는 부분에서는,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는 희망적인 메시지도 엿볼 수 있습니다.

 

 

이 시는 소식(蘇軾)이 다른 사람을 대신하여 이별의 아쉬움을 표현한 시로, 제목은 "차운대류별(次韻代留別)"입니다. "차운하여 대신 이별하다"라는 뜻으로, 다른 사람의 시에 화답하면서 그 사람을 대신하여 이별의 감정을 표현한 시임을 알 수 있습니다. 짧은 시구 안에 깊은 슬픔과 재회를 기약하는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차운(次韻)'은 원시의 운자를 사용하여 화답하는 형식을 말하며, '대류별(代留別)'은 다른 사람을 대신하여 이별의 정을 표현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현대 한국어 번역:

붉은 초가 다 타서 재가 되고 옥 술잔은 날아가니, 이별 노래를 다 부르자 만 줄기의 눈물이 흐르네. 훗날 한 척의 배를 타고 오랑캐 땅으로 간다 해도, 응당 우리 집안의 옛 성씨가 서쪽임을 기억하리.

분석 및 설명:

이 시는 이별의 슬픔과 함께 먼 훗날의 재회를 기약하는 마음을 강렬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 이별의 슬픔과 격정적인 감정 표현: "붉은 초가 다 타서 재가 되고 옥 술잔은 날아가니, 이별 노래를 다 부르자 만 줄기의 눈물이 흐르네(絳蠟燒殘玉斝飛。離歌唱徹萬行啼)."라는 구절은 이별의 슬픔을 강렬한 이미지로 표현합니다. '붉은 초(絳蠟)'는 이별의 밤이 깊어가는 것을 나타내는 시간적 배경으로 해석될 수 있으며, 다 타서 재가 되었다는 것은 이별의 시간이 임박했음을 의미합니다. '옥 술잔(玉斝)'은 귀한 술잔으로, 함께 술을 마시며 정을 나누던 시간을 상징합니다. '날아간다(飛)'는 것은 이별로 인해 모든 것이 흩어지는 상황을 비유적으로 나타냅니다. '이별 노래를 다 부르자(離歌唱徹)'는 이별의 슬픔을 노래로 표현하는 행위를 의미하며, '만 줄기의 눈물(萬行啼)'은 격정적인 슬픔을 과장법을 사용하여 강조합니다. 이 구절은 이별의 격정적인 감정을 시각적, 청각적 이미지를 통해 효과적으로 전달합니다.
  • 미래의 만남을 기약하는 의지: "훗날 한 척의 배를 타고 오랑캐 땅으로 간다 해도, 응당 우리 집안의 옛 성씨가 서쪽임을 기억하리(他年一舸鴟夷去。應記儂家舊姓西)."라는 구절은 먼 훗날, 멀리 떨어진 곳에서라도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는 강한 의지를 보여줍니다. '훗날 한 척의 배(他年一舸)'는 먼 미래에 배를 타고 떠나는 상황을 가정하며, 이별 후 오랜 시간이 흐를 것을 암시합니다. '오랑캐 땅(鴟夷)'은 멀리 떨어진 낯선 곳을 의미하며, 다시 만나는 것이 쉽지 않음을 나타냅니다. 하지만 시인은 "응당 기억하리(應記)"라고 단정적으로 말하며, 어떤 상황에서도 서로를 잊지 않고 다시 만날 것이라는 굳은 믿음을 표현합니다. '우리 집안의 옛 성씨가 서쪽임(儂家舊姓西)'은 자신의 근본을 잊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해석될 수 있으며, 동시에 다시 돌아올 곳이 있음을 암시합니다. '서쪽(西)'은 일반적으로 해가 지는 방향으로, 고향이나 근본으로 돌아가는 것을 상징하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이 시는 격정적인 슬픔과 미래의 재회를 기약하는 강한 의지를 대조적으로 보여주며, 이별의 복잡한 감정을 효과적으로 전달합니다. 특히 마지막 구절에서 먼 미래, 낯선 곳에서도 서로를 기억하고 다시 만날 것이라고 다짐하는 부분은 독자들에게 깊은 감동과 여운을 남깁니다. 짧은 시구 안에 이별의 슬픔과 재회를 향한 강렬한 염원을 담아낸 수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시는 소식(蘇軾)이 차(茶)를 소재로 지은 시로, 제목은 "월토다(月兎茶)"입니다. "달 토끼 차"라는 뜻으로, 찻잔이나 차의 모양을 달과 토끼에 비유하여 묘사하고 있습니다. 특히 '투다(鬬茶)'라는 찻잎의 품질을 겨루는 풍습과 관련지어 시상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현대 한국어 번역:

둥근 고리도 아니고, 끊어진 옥고리도 아니네. 그 안에 아련한 옥토끼가 있으니, 마치 미인의 치마 위에 비친 달과 같네. 달은 둥글어졌다 이지러지고 이지러졌다 다시 둥글어지니, 이 달이 한번 이지러지면 어느 해에 다시 둥글어질까. 그대는 보지 못했는가, 투다하는 공자는 작은 찻잎 덩어리를 차마 겨루지 못하는 것을. 위에는 쌍으로 비단 끈을 물고 쌍으로 나는 난새가 있네.

분석 및 설명:

이 시는 찻잔이나 차의 모양을 달과 토끼에 비유하여 묘사하며, 투다라는 풍습과 연결하여 시상을 전개합니다.

  • 찻잔의 모양에 대한 비유: "둥근 고리도 아니고, 끊어진 옥고리도 아니네. 그 안에 아련한 옥토끼가 있으니, 마치 미인의 치마 위에 비친 달과 같네(環非環。玦非玦。中有迷離玉兎兒。一似佳人裙上月)."라는 구절은 찻잔의 모양을 '둥근 고리(環)'나 '끊어진 옥고리(玦)'에 비유하며 시작합니다. '끊어진 옥고리'는 원형이 완전히 이어지지 않은 모양을 의미하며, 찻잔의 입구가 약간 벌어진 모양을 나타내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아련한 옥토끼(迷離玉兎兒)'는 찻잔 안에 비친 차의 모습이나 찻잔 바닥의 무늬를 달 속의 토끼에 비유한 것입니다. '미인의 치마 위에 비친 달(佳人裙上月)'은 찻잔 안의 차가 맑고 아름다운 모습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이 구절은 찻잔의 모양과 차의 아름다운 색깔을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 달의 변화와 시간의 흐름: "달은 둥글어졌다 이지러지고 이지러졌다 다시 둥글어지니, 이 달이 한번 이지러지면 어느 해에 다시 둥글어질까(月圓還缺缺還圓。此月一缺圓何年)."라는 구절은 달의 변화를 통해 시간의 흐름과 덧없음을 나타냅니다. '달이 둥글어졌다 이지러지고 이지러졌다 다시 둥글어진다(月圓還缺缺還圓)'는 달의 자연스러운 변화를 묘사하며, 세상의 변화와 인생의 무상함을 암시합니다. '이 달이 한번 이지러지면 어느 해에 다시 둥글어질까(此月一缺圓何年)'라는 질문은 시간이 흘러가면 다시 돌아오지 않음을 안타까워하는 마음을 표현한 것입니다. 이는 좋은 차를 마시는 순간의 소중함을 강조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 투다에 대한 이야기와 차의 귀함: "그대는 보지 못했는가, 투다하는 공자는 작은 찻잎 덩어리를 차마 겨루지 못하는 것을. 위에는 쌍으로 비단 끈을 물고 쌍으로 나는 난새가 있네(君不見鬬茶公子不忍鬬小團。上有雙銜綬帶雙飛鸞)."라는 구절은 투다라는 풍습을 언급하며, 귀한 차의 가치를 강조합니다. '투다(鬬茶)'는 찻잎의 품질을 겨루는 풍습으로, 좋은 차를 감별하는 중요한 행사였습니다. '투다하는 공자(鬬茶公子)'는 투다를 즐기는 사람을 의미합니다. '작은 찻잎 덩어리(小團)'는 귀한 차를 의미하며, 차마 겨루지 못한다는 것은 그만큼 귀하고 아끼는 차임을 나타냅니다. '쌍으로 비단 끈을 물고 쌍으로 나는 난새(雙銜綬帶雙飛鸞)'는 찻잔이나 차 포장 등에 장식된 화려한 문양을 묘사한 것으로, 차의 귀함을 더욱 강조합니다. '난새(鸞)'는 봉황과 비슷한 상상의 새로, 길조를 상징합니다.

이 시는 찻잔과 차의 모양을 달과 토끼에 비유하여 아름답게 묘사하고, 달의 변화를 통해 시간의 흐름과 덧없음을 나타내며, 투다라는 풍습을 통해 귀한 차의 가치를 강조합니다. 특히 마지막 구절에서 귀한 차를 아끼는 마음을 표현한 부분은, 좋은 차를 마시는 순간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합니다.

 

이 시는 소식(蘇軾)이 박명한 여인, 즉 운명이 기박한 미인을 주제로 지은 시로, 제목은 "박명가인(薄命佳人)"입니다. "운명이 박한 아름다운 여인"이라는 뜻입니다. 아름다운 외모와는 달리 불행한 운명을 타고난 여인의 모습을 안타까워하며 묘사하고 있습니다.

현대 한국어 번역:

두 뺨은 응고된 버터처럼 희고 머리카락은 옻칠을 한 듯 검으니, 눈빛은 주렴 사이로 구슬처럼 반짝이네. 일부러 흰 비단을 선녀의 옷으로 삼으니, 붉은 연지가 천성적인 아름다움을 더럽히는 것을 허락하지 않네. 오나라 사투리는 애교 있고 부드러우며 어린아이 같은 순진함을 띠고 있으니, 끝없는 근심을 전혀 알지 못하네. 예로부터 미인은 운명이 박한 일이 많으니, 문을 닫으니 봄이 다 가고 버드나무 꽃잎이 떨어지네.

분석 및 설명:

이 시는 아름다운 여인의 외모와 순수한 성격, 그리고 대비되는 불행한 운명을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 여인의 아름다운 외모 묘사: "두 뺨은 응고된 버터처럼 희고 머리카락은 옻칠을 한 듯 검으니, 눈빛은 주렴 사이로 구슬처럼 반짝이네(雙頰凝酥髮抹漆。眼光入廉珠的礫)."라는 구절은 여인의 빼어난 외모를 감각적인 비유를 사용하여 묘사합니다. '응고된 버터(凝酥)'는 희고 부드러운 뺨을, '옻칠을 한 듯한 머리카락(抹漆)'은 검고 윤기 나는 머리카락을 비유합니다. '주렴(珠簾)'은 구슬을 꿰어 만든 발로, 여인이 거처하는 공간의 은밀함을 나타냅니다. '구슬처럼 반짝이는 눈빛(珠的礫)'은 주렴 사이로 보이는 여인의 맑고 빛나는 눈빛을 묘사합니다. 이러한 묘사를 통해 여인의 아름다움을 시각적으로 생생하게 전달합니다.
  • 여인의 순수하고 고결한 성품: "일부러 흰 비단을 선녀의 옷으로 삼으니, 붉은 연지가 천성적인 아름다움을 더럽히는 것을 허락하지 않네(故將白練作仙衣。不許紅膏汙天質)."라는 구절은 여인의 순수하고 고결한 성품을 나타냅니다. '흰 비단(白練)'은 순결과 고결함을 상징하며, '선녀의 옷(仙衣)'은 여인의 맑고 깨끗한 이미지를 더욱 부각합니다. '붉은 연지(紅膏)'는 화장품을 의미하며, 여인은 인위적인 화장으로 자신의 천성적인 아름다움을 가리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것을 나타냅니다. 이는 여인의 꾸밈없고 순수한 내면을 보여주는 부분입니다.
  • 여인의 순진함과 대비되는 슬픈 운명: "오나라 사투리는 애교 있고 부드러우며 어린아이 같은 순진함을 띠고 있으니, 끝없는 근심을 전혀 알지 못하네(吴音嬌軟帶兒癡。無限閑愁總未知)."라는 구절은 여인의 순진하고 세상 물정을 모르는 모습을 묘사합니다. '오나라 사투리(吴音)'는 부드럽고 애교 있는 말투를 의미하며, '어린아이 같은 순진함(兒癡)'은 세상 물정을 모르는 순수함을 나타냅니다. '끝없는 근심(無限閑愁)'은 앞으로 닥칠 불행한 운명을 암시하며, 여인은 아직 그것을 알지 못합니다. 이는 여인의 순진함과 대비되는 슬픈 운명을 더욱 부각하는 역할을 합니다.
  • 미인의 박명함과 봄의 슬픈 풍경: "예로부터 미인은 운명이 박한 일이 많으니, 문을 닫으니 봄이 다 가고 버드나무 꽃잎이 떨어지네(自古佳人多命薄。閉門春盡楊花落)."라는 구절은 여인의 불행한 운명을 일반화하며, 봄의 슬픈 풍경을 통해 여인의 고독한 처지를 나타냅니다. '예로부터 미인은 운명이 박한 일이 많다(自古佳人多命薄)'는 속담을 인용하여, 여인의 불행한 운명이 흔한 일임을 나타냅니다. '문을 닫으니(閉門)'는 여인이 외부와 단절된 고독한 생활을 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봄이 다 가고 버드나무 꽃잎이 떨어진다(春盡楊花落)'는 봄의 아름다움이 지나가고 쓸쓸한 풍경만이 남은 것을 묘사하며, 여인의 슬픈 운명을 더욱 부각합니다. 버드나무 꽃잎이 떨어지는 모습은 이별과 슬픔을 상징하는 전통적인 이미지입니다.

이 시는 아름다운 외모와 순수한 성격을 지녔지만 불행한 운명을 타고난 여인의 모습을 안타까워하며 묘사하고 있습니다. 특히 여인의 아름다움과 순수함, 그리고 대비되는 슬픈 운명을 섬세하게 표현하여, 독자들에게 깊은 안타까움을 전달합니다.

 

 

이 시는 소식(蘇軾)이 지은 시로, 제목은 "길상화장락이술고부지(吉祥花將落而述古不至)"입니다. "길상화가 장차 떨어지려 하는데 술고(述古)는 오지 않다"라는 뜻으로, 꽃이 지려 하는 시기에 친구인 진술고(陳述古)를 기다리는 안타까운 마음을 담고 있습니다. '길상화(吉祥花)'는 구체적으로 어떤 꽃을 가리키는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시의 맥락상 아름답고 귀한 꽃임을 알 수 있습니다.

현대 한국어 번역:

올해 봄바람은 솜씨 좋게 잘라내어, 정을 머금고 오직 사군(使君, 진술고)이 오기를 기다리네. 꽃을 대하며 기다려도 오지 않으니 꽃 또한 응당 원망하리라, 곧 내년에는 피지 않을까 두렵네.

분석 및 설명:

이 시는 친구를 기다리는 애타는 마음과 함께, 시간의 흐름과 자연의 덧없음을 간결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 봄의 아름다움과 친구를 기다리는 마음: "올해 봄바람은 솜씨 좋게 잘라내어, 정을 머금고 오직 사군이 오기를 기다리네(今歲東風巧翦裁。含情只待使君來)."라는 구절은 봄의 아름다움을 묘사하며, 친구를 기다리는 마음을 나타냅니다. '올해 봄바람(今歲東風)'은 봄의 따뜻하고 부드러운 기운을 의미하며, '솜씨 좋게 잘라내어(巧翦裁)'는 봄의 풍경이 아름답게 펼쳐진 모습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정을 머금고(含情)'는 꽃이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고, 시인이 친구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나타내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오직 사군이 오기를 기다린다(只待使君來)'는 친구를 간절히 기다리는 마음을 직접적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사군(使君)'은 원래 지방 장관을 가리키는 말이지만, 여기서는 존경하는 친구인 진술고를 가리키는 것으로 사용되었습니다.
  • 오지 않는 친구에 대한 안타까움과 자연의 덧없음: "꽃을 대하며 기다려도 오지 않으니 꽃 또한 응당 원망하리라, 곧 내년에는 피지 않을까 두렵네(對花無信花應恨。直恐明年便不開)."라는 구절은 기다리는 친구가 오지 않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과 함께, 시간의 흐름과 자연의 덧없음을 나타냅니다. '꽃을 대하며 기다려도 오지 않으니(對花無信)'는 꽃이 만개한 시기를 놓치고 친구를 기다리는 상황을 의미합니다. '꽃 또한 응당 원망하리라(花應恨)'는 의인법을 사용하여, 꽃이 피어있는 동안 친구가 오지 않는 것을 꽃이 원망할 것이라고 표현합니다. 이는 친구를 기다리는 시인의 안타까운 마음을 더욱 부각하는 역할을 합니다. '곧 내년에는 피지 않을까 두렵네(直恐明年便不開)'는 꽃이 시들어 내년에 피지 않을까 걱정하는 마음을 나타내며, 시간의 흐름과 자연의 덧없음을 강조합니다. 이는 친구를 만날 기회를 놓칠까 두려워하는 시인의 마음을 반영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이 시는 친구를 기다리는 애타는 마음과 함께, 시간의 흐름과 자연의 덧없음을 간결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특히 꽃을 의인화하여 친구를 기다리는 시인의 안타까운 마음을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짧은 시구 안에 친구에 대한 그리움과 만남을 고대하는 마음, 그리고 시간의 무상함에 대한 인식을 담아낸 수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시는 소식(蘇軾)이 지은 시로, 제목은 "술고문지,명일즉래,좌상복용전운동부(述古聞之,明日即來,坐上復用前韻同賦)"입니다. "술고가 이 소식을 듣고 다음 날 바로 왔기에, 자리에서 다시 앞의 운을 사용하여 함께 짓다"라는 뜻입니다. 앞 시 "길상화장락이술고부지(吉祥花將落而述古不至)"에서 친구 진술고(陳述古)를 기다리는 안타까운 마음을 표현했는데, 이 시는 그 소식을 들은 진술고가 다음 날 바로 찾아와 함께 시를 지은 상황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복용전운(復用前韻)'은 앞 시의 운자를 다시 사용하여 시를 짓는 것을 말합니다.

현대 한국어 번역:

선녀의 옷은 가위로 자를 필요도 없이, 나라의 으뜸가는 아름다움이 새벽 술에 기분 좋게 취한 채로 왔네. 태수(太守, 소식 자신)가 꽃에게 물으니 꽃이 대답하네, 그대를 위해 시들고 그대를 위해 피어났다고.

분석 및 설명:

이 시는 친구의 방문을 기뻐하는 마음과 꽃을 매개로 한 교감을 아름답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앞 시의 아쉬움이 해소되고 기쁨으로 가득 찬 분위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 친구의 방문과 아름다운 모습: "선녀의 옷은 가위로 자를 필요도 없이, 나라의 으뜸가는 아름다움이 새벽 술에 기분 좋게 취한 채로 왔네(仙衣不用翦刀裁。國色初酣卯酒來)."라는 구절은 친구의 방문을 신선하고 아름답게 묘사합니다. '선녀의 옷은 가위로 자를 필요도 없이(仙衣不用翦刀裁)'는 친구의 모습이 꾸밈없이 자연스럽게 아름답다는 것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나라의 으뜸가는 아름다움(國色)'은 아름다운 여인을 비유하는 표현이지만, 여기서는 친구의 훌륭한 풍채를 칭찬하는 의미로 사용되었습니다. '새벽 술에 기분 좋게 취한 채로 왔다(初酣卯酒來)'는 아침 일찍 서둘러 왔음을 나타내며, 친구를 만나고자 하는 간절한 마음을 보여줍니다. '묘주(卯酒)'는 아침 시간에 마시는 술을 의미합니다. 이 구절은 친구의 방문을 매우 반기고 기뻐하는 시인의 마음을 드러냅니다.
  • 꽃과의 교감과 우정의 의미: "태수가 꽃에게 물으니 꽃이 대답하네, 그대를 위해 시들고 그대를 위해 피어났다고(太守問花花有語。為君零落為君開)."라는 구절은 꽃을 의인화하여 친구와의 우정을 더욱 강조합니다. '태수(太守)'는 소식 자신의 관직으로, 자신이 꽃에게 질문하는 상황을 설정합니다. '꽃이 대답하네(花有語)'는 의인법을 사용하여 꽃이 마치 말을 하는 것처럼 표현한 것입니다. '그대를 위해 시들고 그대를 위해 피어났다(為君零落為君開)'는 꽃이 친구를 위해 피고 지는 것처럼, 시인 자신도 친구를 위해 모든 것을 한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이는 두 사람의 깊은 우정을 나타내는 동시에, 꽃이라는 자연물을 통해 우정의 영원함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부분입니다. 앞 시에서 꽃이 시들까 걱정했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이 시에서는 꽃이 친구를 위해 피고 진다는 긍정적인 의미로 바뀌었습니다.

이 시는 친구의 방문을 매우 기뻐하는 마음과 꽃을 매개로 한 교감을 아름답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앞 시에서 친구를 기다리며 느꼈던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이 시에서는 기쁨과 만족으로 바뀌었습니다. 특히 마지막 구절에서 꽃을 의인화하여 두 사람의 우정을 영원히 간직하겠다는 마음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 시는 소식(蘇軾)이 이 영할(李鈴轄)의 자리에서 나누어 제를 정하여 꽃을 꽂은 것을 읊은 시로, 제목은 "이영할좌상분제대화(李鈴轄坐上分題戴花)"입니다. "이 영할의 자리에서 제를 나누어 꽃을 꽂다"라는 뜻으로, 연회 자리에서 꽃을 머리에 꽂고 즐기는 흥취를 묘사하고 있습니다. '영할(鈴轄)'은 송나라 때 지방의 군정을 맡아보던 관직 이름입니다.

현대 한국어 번역:

열여섯 살 아름다운 여인이 작은 말을 타고, 만 금짜리 좋은 술에 위성곡을 부르네. 주렴 앞 버들 눈은 봄을 붙잡으려는 듯 놀라고, 머리 위의 꽃가지는 늙음을 어찌하랴. 이슬에 젖은 술 취한 수건에 향기가 가득하고, 달 밝은 귀갓길에 그림자가 어른거리네. 녹주가 피리 부는 모습은 언제나 다시 볼 수 있을까, 비스듬히 꽂은 붉은 꽃을 검은 비단에 꽂고 싶네.

분석 및 설명:

이 시는 흥겨운 연회 분위기와 함께, 시간의 흐름과 인생의 덧없음에 대한 감회를 함께 담고 있습니다.

  • 흥겨운 연회 분위기 묘사: "열여섯 살 아름다운 여인이 작은 말을 타고, 만 금짜리 좋은 술에 위성곡을 부르네(二八佳人細馬駞。十千美酒渭城歌)."라는 구절은 연회의 흥겨운 분위기를 생동감 있게 묘사합니다. '열여섯 살 아름다운 여인(二八佳人)'은 젊고 아름다운 기생을 의미하며, 연회 자리에 함께했음을 나타냅니다. '작은 말(細馬)'은 여인이 타는 작은 말을 의미하며, 당시의 풍류를 보여줍니다. '만 금짜리 좋은 술(十千美酒)'은 매우 귀한 술을 의미하며, 연회가 성대하게 치러지고 있음을 나타냅니다. '위성곡(渭城歌)'은 이별 노래로 유명하지만, 여기서는 흥겨운 분위기 속에서 불리는 노래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이 구절은 연회의 화려하고 흥겨운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전달합니다.
  • 시간의 흐름과 늙음에 대한 탄식: "주렴 앞 버들 눈은 봄을 붙잡으려는 듯 놀라고, 머리 위의 꽃가지는 늙음을 어찌하랴(簾前柳絮驚春挽。頭上花枝奈老何)."라는 구절은 봄의 풍경을 묘사하며, 시간의 흐름과 늙음에 대한 탄식을 나타냅니다. '주렴 앞 버들 눈(簾前柳絮)'은 봄의 상징으로, 봄이 지나가는 것을 아쉬워하는 듯 흩날리는 모습을 '놀란다(驚)'라고 표현했습니다. '머리 위의 꽃가지(頭上花枝)'는 연회에서 머리에 꽂은 꽃을 의미하며, 젊음과 아름다움을 상징합니다. '늙음을 어찌하랴(奈老何)'는 시간의 흐름에 따른 늙음을 안타까워하는 탄식으로, 흥겨운 분위기 속에서도 인생의 덧없음을 느끼는 시인의 감정을 드러냅니다.
  • 취흥과 귀갓길의 풍경: "이슬에 젖은 술 취한 수건에 향기가 가득하고, 달 밝은 귀갓길에 그림자가 어른거리네(露濕醉巾香掩冉。月明歸路影婆娑)."라는 구절은 술에 취한 흥취와 달 밝은 밤의 풍경을 묘사합니다. '이슬에 젖은 술 취한 수건(露濕醉巾)'은 술에 취한 상태를 나타내며, '향기가 가득하다(香掩冉)'는 꽃의 향기와 술의 향기가 어우러진 풍경을 묘사합니다. '달 밝은 귀갓길(月明歸路)'은 연회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의미하며, '그림자가 어른거린다(影婆娑)'는 달빛 아래 그림자가 흔들리는 모습을 묘사합니다. 이 구절은 술에 취한 흥취와 아름다운 밤 풍경을 함께 보여줍니다.
  • 과거의 추억과 현재의 감회: "녹주가 피리 부는 모습은 언제나 다시 볼 수 있을까, 비스듬히 꽂은 붉은 꽃을 검은 비단에 꽂고 싶네(綠珠吹笛何時見。欲把斜紅插皂羅)."라는 구절은 과거의 아름다운 추억을 회상하며, 현재의 감회를 표현합니다. '녹주(綠珠)'는 서진(西晉)의 부호 석숭(石崇)의 애첩으로, 피리를 잘 불었다고 합니다. 여기서는 과거의 아름다운 연회나 추억을 상징하는 인물로 사용되었습니다. '언제나 다시 볼 수 있을까(何時見)'는 과거의 아름다운 시간을 다시 되돌릴 수 없음을 안타까워하는 마음을 나타냅니다. '비스듬히 꽂은 붉은 꽃(斜紅)'은 머리에 비스듬히 꽂은 붉은 꽃을 의미하며, '검은 비단(皂羅)'은 검은색 옷이나 머리 장식을 의미합니다. 이 구절은 과거의 아름다운 추억을 그리워하며, 현재의 아쉬움을 표현하는 동시에, 앞으로도 이러한 흥취를 즐기고 싶어 하는 마음을 나타내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이 시는 흥겨운 연회 분위기와 함께, 시간의 흐름과 인생의 덧없음에 대한 감회를 함께 담고 있습니다. 특히 과거의 아름다운 추억을 회상하며 현재의 감회를 표현하는 마지막 구절은, 독자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이 시는 소식(蘇軾)이 우잠현령(於潛縣令) 시절 자신과 동년(同年, 같은 해에 과거에 급제한 사람)인 조(刁) 아무개가 지은 정자, 즉 야옹정(野翁亭)을 읊은 시로, 제목은 "우잠령조동년야옹정(於潛令刁同年野翁亭)"입니다. "우잠현령 조 동년의 야옹정"이라는 뜻으로, 은거 생활을 즐기는 노인의 삶을 묘사하며, 그 삶의 즐거움과 함께 사라질까 염려하는 마음을 담고 있습니다. 시의 말미에는 우잠 지역의 풍속에 대한 설명이 덧붙여져 있습니다.

현대 한국어 번역:

산에 사는 노인은 산에서 나오지 않고, 시냇가에 사는 노인은 늘 시냇가에 있네. 이전 두 현령은 두 노인의 정자를 지었지만, 들판의 노인처럼 시냇가와 산 사이를 왕래하는 것만 같지 못하네. 위로는 사슴과 벗하고 아래로는 원앙새와 함께하네. 노인에게 무엇을 즐거워하는지 물으니, 삼 년 동안 번거로운 일들을 물리치고 떠나지 않았다고 하네. 노인이 말하길 이곳에도 또한 즐거움이 있으니, 비단과 대나무 소리도 아니고 아미산의 아름다움도 아니네. 산사람이 술 취한 후에는 철관이 떨어지고, 시냇가 여인이 웃을 때에는 은비녀가 낮아지네. 내가 와서 정사를 살피며 풍속과 민요를 물으니, 모두 말하길 개 짖는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고 하네. 다만 이 노인이 어느 날 이곳을 떠날까 두려우니, 길이 산사람은 쓸쓸해하고 시냇가 여인은 울게 되리라. 천목산의 당나라 도사는 항상 철관을 썼고, 우잠의 부녀자들은 모두 큰 은비녀를 꽂았는데, 길이가 한 자 남짓하며, 그것을 봉답(蓬沓)이라 불렀다.

분석 및 설명:

이 시는 은거 생활의 즐거움과 함께, 사라질까 염려하는 마음, 그리고 지역 풍속에 대한 기록을 함께 담고 있습니다.

  • 은거 생활의 자유로움: "산에 사는 노인은 산에서 나오지 않고, 시냇가에 사는 노인은 늘 시냇가에 있네. 이전 두 현령은 두 노인의 정자를 지었지만, 들판의 노인처럼 시냇가와 산 사이를 왕래하는 것만 같지 못하네(山翁不出山。溪翁長在溪。前二令作二翁亭。不如野翁來往溪山間)."라는 구절은 이전 현령들이 지은 정자와 대비하여, 야옹의 자유로운 삶을 강조합니다. 산과 시냇가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산과 시냇가를 자유롭게 오가는 삶을 더욱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 자연과의 조화와 소박한 즐거움: "위로는 사슴과 벗하고 아래로는 원앙새와 함께하네. 노인에게 무엇을 즐거워하는지 물으니, 삼 년 동안 번거로운 일들을 물리치고 떠나지 않았다고 하네. 노인이 말하길 이곳에도 또한 즐거움이 있으니, 비단과 대나무 소리도 아니고 아미산의 아름다움도 아니네(上友糜鹿下鳧鷖。問翁何所樂。三年不去煩推擠。翁言此間亦有樂。非絲非竹非峨眉)."라는 구절은 야옹의 삶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묘사하며, 그의 소박한 즐거움을 나타냅니다. 사슴, 원앙새와 벗하며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삶, 그리고 세속적인 번거로움에서 벗어난 삶을 즐기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비단과 대나무 악기 소리, 아미산의 아름다움은 세속적인 즐거움을 상징하며, 야옹은 이러한 것과는 다른 소박한 즐거움을 추구하고 있음을 강조합니다.
  • 지역 풍속과 삶의 모습: "산사람이 술 취한 후에는 철관이 떨어지고, 시냇가 여인이 웃을 때에는 은비녀가 낮아지네. 내가 와서 정사를 살피며 풍속과 민요를 물으니, 모두 말하길 개 짖는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고 하네(山人醉後鐵冠落。溪女笑時銀櫛低。我來觀政問風謠。皆云吠犬足生氂)."라는 구절은 지역 주민들의 삶의 모습을 생동감 있게 묘사합니다. 술에 취해 철관이 떨어지는 산사람, 웃을 때 은비녀가 낮아지는 시냇가 여인의 모습은 그들의 자유분방하고 소탈한 성격을 보여줍니다. '개 짖는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吠犬足生氂)'는 평화로운 마을의 풍경을 나타내는 동시에, 외부인의 방문이 잦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습니다.
  • 야옹의 부재에 대한 염려와 지역 사회의 상실감: "다만 이 노인이 어느 날 이곳을 떠날까 두려우니, 길이 산사람은 쓸쓸해하고 시냇가 여인은 울게 되리라(但恐此翁一旦舍此去。長使山人索寞溪女啼)."라는 구절은 야옹이 떠날 경우 지역 사회가 겪을 상실감을 나타냅니다. 야옹은 단순한 은둔자가 아니라, 지역 사회의 중요한 일원으로서 그들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존재임을 보여줍니다.
  • 지역 풍속에 대한 부연 설명: "천목산의 당나라 도사는 항상 철관을 썼고, 우잠의 부녀자들은 모두 큰 은비녀를 꽂았는데, 길이가 한 자 남짓하며, 그것을 봉답이라 불렀다(天目山唐道士常冠鐵冠,於潛婦女皆插大銀櫛,長尺許,謂之蓬沓)."라는 부분은 앞서 언급된 철관과 은비녀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하며, 시의 사실성을 더하고 있습니다.

이 시는 은거 생활의 즐거움과 함께, 사라질까 염려하는 마음, 그리고 지역 풍속에 대한 기록을 함께 담고 있습니다. 특히 야옹의 삶을 통해 자연과의 조화로운 삶의 가치를 강조하고 있으며, 그의 부재가 가져올 지역 사회의 상실감을 안타까워하는 시인의 마음을 잘 보여줍니다.

 

이 시는 소식(蘇軾)이 우잠(於潛) 지역의 여인들을 묘사한 시로, 제목은 "우잠녀(於潛女)"입니다. "우잠의 여인"이라는 뜻으로, 우잠 여인들의 독특한 모습과 풍습, 그리고 역사적 배경을 함께 담고 있습니다.

현대 한국어 번역:

푸른 치마에 흰 소매를 입은 우잠의 여인, 두 발은 서리처럼 희지만 신발을 신지 않네. 물결치는 모발은 실처럼 가늘고, 봉답으로 앞을 가려 바람과 비를 헤치고 다니네. 늙은 비(濞)의 궁중 화장법이 조상 대대로 전해 내려오니, 지금도 남은 백성들은 옛 주인을 슬퍼하네. 조계(苕溪)의 버드나무에는 처음으로 버들 눈이 날리고, 시냇물을 비추며 눈썹을 그리고 시내를 건너가네. 나무하러 돌아오는 남편을 만나 서로 아양을 떠니, 희(姬)와 강(姜)의 제나라와 노나라의 여인들이 있는 것을 믿지 않겠네.

분석 및 설명:

이 시는 우잠 여인들의 독특한 외모, 풍습, 역사적 배경, 그리고 행복한 삶의 모습을 다채롭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 독특한 외모와 풍습: "푸른 치마에 흰 소매를 입은 우잠의 여인, 두 발은 서리처럼 희지만 신발을 신지 않네. 물결치는 모발은 실처럼 가늘고, 봉답으로 앞을 가려 바람과 비를 헤치고 다니네(青裙縞袂於潛女。兩足如霜不穿屨。𧤺沙鬢髮絲穿柠。蓬沓鄣前走風雨)."라는 구절은 우잠 여인들의 독특한 외모와 풍습을 구체적으로 묘사합니다. '푸른 치마에 흰 소매(青裙縞袂)'는 그들의 복장을 나타내며, '두 발은 서리처럼 희지만 신발을 신지 않는다(兩足如霜不穿屨)'는 맨발로 다니는 풍습을 나타냅니다. '물결치는 모발(𧤺沙鬢髮)'은 곱고 풍성한 머리카락을, '봉답(蓬沓)'은 앞서 다른 시에서도 언급되었듯이, 우잠 지역 부녀자들이 사용하던 큰 은비녀로, 바람과 비를 막는 용도로도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묘사를 통해 우잠 여인들의 독특한 모습을 생생하게 전달합니다.
  • 역사적 배경: "늙은 비의 궁중 화장법이 조상 대대로 전해 내려오니, 지금도 남은 백성들은 옛 주인을 슬퍼하네(老濞宮粧傳父祖。至今遺民悲故主)."라는 구절은 우잠 지역의 역사적 배경을 언급합니다. '늙은 비(老濞)'는 오나라 왕 부차(夫差)의 딸로, 월나라에 패망한 후 우잠으로 옮겨와 살았다고 전해집니다. 그녀가 사용했던 화장법이 우잠 지역에 전해 내려왔다는 이야기입니다. '남은 백성들(遺民)'은 오나라의 유민들을 의미하며, '옛 주인(故主)'은 오나라 왕실을 가리킵니다. 이 구절은 우잠 지역이 과거 오나라와 관련이 있었음을 보여주며, 역사적 슬픔을 간직하고 있음을 암시합니다.
  • 행복한 삶의 모습: "조계의 버드나무에는 처음으로 버들 눈이 날리고, 시냇물을 비추며 눈썹을 그리고 시내를 건너가네. 나무하러 돌아오는 남편을 만나 서로 아양을 떠니, 희와 강의 제나라와 노나라의 여인들이 있는 것을 믿지 않겠네(苕溪楊柳初飛絮。照溪畫眉渡溪去。逢郎樵歸相媚嫵。不信姬姜有齊魯)."라는 구절은 우잠 여인들의 행복한 일상생활을 묘사합니다. '조계(苕溪)'는 우잠 지역을 흐르는 시냇물로, 봄의 정경을 묘사하는 배경으로 사용되었습니다. '눈썹을 그리고 시내를 건너간다(照溪畫眉渡溪去)'는 아름답게 꾸미고 외출하는 여인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나무하러 돌아오는 남편을 만나 서로 아양을 떤다(逢郎樵歸相媚嫵)'는 부부 간의 애정을 보여주는 따뜻한 장면입니다. '희(姬)와 강(姜)의 제나라와 노나라의 여인들(姬姜有齊魯)'은 고대의 유명한 미인들을 가리키는 것으로, 우잠 여인들의 아름다움과 행복이 그에 못지않음을 강조하는 표현입니다.

이 시는 우잠 여인들의 독특한 모습과 풍습, 역사적 배경, 그리고 행복한 삶의 모습을 다채롭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특히 마지막 구절에서 부부 간의 애정을 표현한 부분은, 시 전체에 따뜻하고 긍정적인 분위기를 더합니다. 과거의 슬픔을 간직하고 있지만, 현재의 삶을 행복하게 살아가는 우잠 여인들의 모습을 통해, 역사의 흐름 속에서도 삶은 계속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이 시는 소식(蘇軾)이 창화(昌化)의 쌍계관(雙溪館) 아래에서 시냇물을 따라 그 근원을 찾아 치평사(治平寺)까지 간 여정을 읊은 두 수의 시로, 제목은 "자창화쌍계관하보심계원지치평사이수(自昌化雙溪館下步尋溪源至治平寺二首)"입니다. "창화 쌍계관 아래에서 걸어서 시내의 근원을 찾아 치평사에 이르다 두 수"라는 뜻으로, 여정의 풍경과 감회를 담고 있습니다.

현대 한국어 번역 (제1수):

어지러운 산은 푸른 물방울을 떨어뜨리는 듯 옷과 갓이 무겁고, 두 갈래 시냇물 소리는 빈 창문을 흔드네. 배불리 먹어도 시냇가의 죽순이 마른 것을 싫어하지 않고, 숲을 뚫고 다니며 한가로이 야궁(野芎)의 싹을 찾네. 도리어 현령이 절에 놀러 온 것을 알까 걱정하고, 오히려 어부가 다투어 다리를 건너는 것을 기뻐하네. 마치 예천산(醴泉山) 아래의 길과 같으니, 뽕나무 가지가 눈을 찌르고 보리 이삭이 허리까지 오네.

분석 및 설명 (제1수):

이 시는 여정 초반의 풍경 묘사와 함께, 자연을 즐기는 소박한 마음과 관료 사회에 대한 약간의 경계심을 보여줍니다.

  • 여정의 시작과 주변 풍경: "어지러운 산은 푸른 물방울을 떨어뜨리는 듯 옷과 갓이 무겁고, 두 갈래 시냇물 소리는 빈 창문을 흔드네(亂山滴翠衣裘重。雙澗響空窓戶搖)."라는 구절은 여정의 시작 풍경을 묘사합니다. '어지러운 산(亂山)'은 첩첩산중의 모습을, '푸른 물방울을 떨어뜨리는 듯(滴翠)'은 짙푸른 산의 모습을 생동감 있게 표현합니다. '옷과 갓이 무겁다(衣裘重)'는 습한 날씨를 암시하며, 여정의 어려움을 나타냅니다. '두 갈래 시냇물 소리(雙澗響)'는 쌍계(雙溪)의 이름처럼 두 갈래의 시냇물이 흐르는 소리를 묘사하며, '빈 창문을 흔든다(窓戶搖)'는 그 소리가 매우 크게 들림을 나타냅니다.
  • 소박한 식사와 자연 탐색: "배불리 먹어도 시냇가의 죽순이 마른 것을 싫어하지 않고, 숲을 뚫고 다니며 한가로이 야궁의 싹을 찾네(飽食不嫌溪筍瘦。穿林閑覔野芎苗)."라는 구절은 소박한 식사와 자연 탐색을 즐기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시냇가의 죽순(溪筍)'은 흔하고 소박한 음식으로, '마른 것을 싫어하지 않는다(不嫌瘦)'는 소박한 식사에도 만족하는 모습을 나타냅니다. '야궁(野芎)'은 약초의 일종으로, '한가로이 싹을 찾는다(閑覔苗)'는 자연을 탐색하는 여유로운 모습을 보여줍니다.
  • 관료 사회에 대한 경계심과 자유로움: "도리어 현령이 절에 놀러 온 것을 알까 걱정하고, 오히려 어부가 다투어 다리를 건너는 것을 기뻐하네(却愁縣令知遊寺。尚喜漁人爭渡橋)."라는 구절은 관료 사회에 대한 약간의 경계심과 자유로운 삶을 추구하는 마음을 보여줍니다. '현령이 절에 놀러 온 것을 알까 걱정한다(愁縣令知遊寺)'는 관료 사회의 형식적인 간섭을 피하고 싶어 하는 마음을 나타냅니다. 반면 '어부가 다투어 다리를 건너는 것을 기뻐한다(喜漁人爭渡橋)'는 평범한 사람들과 함께 자연을 즐기는 것을 더 좋아함을 나타냅니다.
  • 험난한 여정과 과거의 기억: "마치 예천산 아래의 길과 같으니, 뽕나무 가지가 눈을 찌르고 보리 이삭이 허리까지 오네(正似醴泉山下路。桑枝刺眼麥齊腰)."라는 구절은 험난한 여정을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 묘사합니다. '예천산(醴泉山)'은 소식이 과거에 방문했던 곳으로, '뽕나무 가지가 눈을 찌르고 보리 이삭이 허리까지 온다(桑枝刺眼麥齊腰)'는 험난한 길의 모습을 생생하게 묘사합니다.

현대 한국어 번역 (제2수):

매번 밭과 정원을 보면 저절로 마음이 끌리니, 지친 날갯짓으로 회오리바람을 잡으려 하지 않네. 모두 양운(楊惲)이 밭을 가는 것이 아니라고 의심하니, 누가 유장(劉章)이 모를 심는 것을 이해하겠는가. 늙어서도 오히려 팽택(彭澤)의 쌀을 탐내니, 꿈에 돌아갈 때 금강교(錦江橋)에 이르네. 벼슬살이는 집 없는 나그네가 되지 말아야 하니, 온 가족이 항상 가는 허리처럼 매달려 있네.

분석 및 설명 (제2수):

이 시는 자연에 귀의하고 싶은 마음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 그리고 관료 생활의 고충을 함께 담고 있습니다.

  • 자연에 귀의하고 싶은 마음: "매번 밭과 정원을 보면 저절로 마음이 끌리니, 지친 날갯짓으로 회오리바람을 잡으려 하지 않네(每見田園輙自招。倦飛不擬控扶搖)."라는 구절은 자연에 귀의하고 싶은 마음을 나타냅니다. '밭과 정원(田園)'은 자연을 상징하며, '저절로 마음이 끌린다(輙自招)'는 자연에 대한 강한 끌림을 나타냅니다. '지친 날갯짓(倦飛)'은 관료 생활의 고단함을 비유하며, '회오리바람을 잡으려 하지 않는다(不擬控扶搖)'는 높은 지위나 명예를 추구하지 않겠다는 뜻을 나타냅니다.
  • 세상 사람들의 오해와 자신의 뜻: "모두 양운이 밭을 가는 것이 아니라고 의심하니, 누가 유장이 모를 심는 것을 이해하겠는가(共疑楊惲非鋤豆。誰信劉章解立苗)."라는 구절은 세상 사람들이 자신의 뜻을 오해할 것을 염려하는 마음을 나타냅니다. '양운(楊惲)'과 '유장(劉章)'은 각각 밭을 갈고 모를 심었다는 고사를 가진 인물들로, 소식 자신을 비유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세상 사람들은 소식이 단순히 노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자연 속에서 진정한 의미를 찾고 있다는 것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가족에 대한 염려: "늙어서도 오히려 팽택의 쌀을 탐내니, 꿈에 돌아갈 때 금강교에 이르네. 벼슬살이는 집 없는 나그네가 되지 말아야 하니, 온 가족이 항상 가는 허리처럼 매달려 있네(老去尚貪彭澤米。夢歸時到錦江橋。宦遊莫作無家客。舉族長懸似細腰)."라는 구절은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가족에 대한 염려를 나타냅니다. '팽택(彭澤)'은 도연명(陶淵明)의 고향으로, 은거 생활의 상징으로 사용되었습니다. '금강교(錦江橋)'는 소식의 고향에 있는 다리로,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나타냅니다. '집 없는 나그네(無家客)'는 벼슬살이로 인해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상황을 비유하며, '온 가족이 항상 가는 허리처럼 매달려 있다(舉族長懸似細腰)'는 가족에 대한 깊은 염려를 나타냅니다.

이 두 수의 시는 여정의 풍경 묘사, 자연을 즐기는 마음, 관료 사회에 대한 생각, 고향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 등 다양한 주제를 담고 있습니다. 특히 자연에 귀의하고 싶어 하는 마음과 가족에 대한 깊은 애정을 잘 보여줍니다.

 

이 시는 소식(蘇軾)이 우잠(於潛)의 승려가 거주하는 녹균헌(綠筠軒)을 읊은 시로, 제목은 "우잠승녹균헌(於潛僧綠筠軒)"입니다. "우잠 승려의 녹균헌"이라는 뜻으로, 대나무의 고결함을 예찬하며, 속된 삶을 경계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녹균(綠筠)'은 푸른 대나무를 의미하며, '헌(軒)'은 높고 틔인 집을 가리킵니다.

현대 한국어 번역:

고기를 먹지 않을 수는 있어도, 대나무 없이 살 수는 없네. 고기가 없으면 사람을 마르게 하지만, 대나무가 없으면 사람을 속되게 하네. 사람이 마른 것은 다시 살찌울 수 있지만, 속된 선비는 고칠 수 없네. 곁에 있는 사람들이 이 말을 비웃으니, 고상해 보이면서도 어리석어 보이네. 만약 이 대나무를 마주하고도 여전히 크게 음식을 먹는다면, 세상에 어찌 양주(揚州)의 학이 있겠는가.

분석 및 설명:

이 시는 대나무를 통해 고결한 삶의 가치를 강조하며, 속된 삶을 경계하는 내용을 간결하고 명료하게 전달합니다.

  • 대나무의 중요성: "고기를 먹지 않을 수는 있어도, 대나무 없이 살 수는 없네. 고기가 없으면 사람을 마르게 하지만, 대나무가 없으면 사람을 속되게 하네(可使食無肉。不可居無竹。無肉令人瘦。無竹令人俗)."라는 구절은 시의 핵심 주제를 제시합니다. 고기는 사람의 몸을 살찌우는 물질적인 요소이지만, 대나무는 사람의 정신을 고양시키는 정신적인 요소임을 강조합니다. '고기가 없으면 사람을 마르게 한다(無肉令人瘦)'는 것은 일시적인 현상이지만, '대나무가 없으면 사람을 속되게 한다(無竹令人俗)'는 것은 본질적인 문제임을 지적합니다.
  • 속된 삶의 심각성: "사람이 마른 것은 다시 살찌울 수 있지만, 속된 선비는 고칠 수 없네(人瘦尚可肥。俗士不可醫)."라는 구절은 앞 구절의 내용을 심화하여, 속된 삶의 심각성을 강조합니다. 물질적인 결핍은 회복할 수 있지만, 정신적인 타락은 쉽게 고칠 수 없다는 것을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속된 선비(俗士)'는 물질적인 욕망에 집착하고 정신적인 가치를 경시하는 사람을 의미합니다.
  • 세상의 오해와 진정한 가치: "곁에 있는 사람들이 이 말을 비웃으니, 고상해 보이면서도 어리석어 보이네(旁人笑此言。似高還似癡)."라는 구절은 세상 사람들이 진정한 가치를 이해하지 못하고 오해할 수 있음을 나타냅니다. 대나무의 가치를 옹호하는 시인의 주장이 세상 사람들에게는 고상하게 보이면서도 동시에 어리석게 보일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합니다. 이는 진정한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 세상의 통념과 다를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 속된 욕망과 고결한 정신의 대조: "만약 이 대나무를 마주하고도 여전히 크게 음식을 먹는다면, 세상에 어찌 양주의 학이 있겠는가(若對此君仍大嚼。世間那有揚州鶴)."라는 구절은 속된 욕망에 집착하는 삶과 고결한 정신을 추구하는 삶을 대조합니다. '크게 음식을 먹는다(大嚼)'는 것은 물질적인 욕망에 집착하는 모습을 상징하며, '양주(揚州)의 학(鶴)'은 고결하고 속되지 않은 존재를 상징합니다. 양주의 학은 날씬하고 우아한 모습으로 유명한데, 이는 대나무의 고결함과 연결됩니다. 이 구절은 대나무를 가까이하면서도 여전히 속된 욕망을 버리지 못한다면, 진정한 고결함은 얻을 수 없음을 강조합니다.

이 시는 간결한 표현 속에 깊은 의미를 담고 있으며, 대나무라는 소재를 통해 고결한 삶의 가치를 효과적으로 전달합니다. 특히 물질적인 풍요보다 정신적인 가치를 중시하는 소식의 사상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시는 소식(蘇軾)이 임안(臨安) 현령인 종인(宗人, 같은 종친)과 함께 술을 마신 상황을 읊은 시로, 제목은 "여임안령종인동년극음(與臨安令宗人同年劇飲)"입니다. "임안 현령 종인 동년과 함께 크게 마시다"라는 뜻으로, 술자리에서의 즐거움과 인생의 흐름에 대한 감회를 담고 있습니다. '극음(劇飲)'은 술을 많이 마시는 것을 의미합니다.

현대 한국어 번역:

나는 비록 술을 잘 마시지는 못하지만, 술잔을 잡으니 즐거운 뜻이 가득하네. 시험 삼아 백발의 가을을 느끼는 사람을 부르니, 현령은 새벽을 재촉하는 황계곡(黃雞曲)을 부르네. 그대와 함께 과거에 급제한 것이 마치 어제 일 같은데, 해진 옷과 서리 맞은 잎만 부질없이 푸른빛을 잃었네. 이제 늙음과 젊음을 묻지 마오, 아들들이 굳건히 서 있는 대나무처럼 늠름하네. 닭이 새벽을 재촉하는 것을 슬퍼할 필요 없으니, 세상 사람들이 늙는 것은 나 혼자만이 아니네.

분석 및 설명:

이 시는 술자리에서의 흥취와 함께, 시간의 흐름, 인생의 변화, 그리고 가족에 대한 애정을 함께 담고 있습니다.

  • 술자리의 즐거움: "나는 비록 술을 잘 마시지는 못하지만, 술잔을 잡으니 즐거운 뜻이 가득하네. 시험 삼아 백발의 가을을 느끼는 사람을 부르니, 현령은 새벽을 재촉하는 황계곡을 부르네(我雖不解飲。把琖歡意足。試呼白髮感秋人。令唱黃雞催曉曲)."라는 구절은 술자리의 흥겨운 분위기를 묘사합니다. '술을 잘 마시지는 못하지만(不解飲)'이라는 겸손한 표현으로 시작하지만, '술잔을 잡으니 즐거운 뜻이 가득하다(把琖歡意足)'는 술자리 자체를 즐기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백발의 가을을 느끼는 사람(白髮感秋人)'은 늙음을 느끼는 사람을 의미하며, 함께 술을 마시는 사람들을 가리킵니다. '황계곡(黃雞曲)'은 새벽을 알리는 닭의 울음소리를 묘사한 음악으로, 술자리의 흥을 돋우는 역할을 합니다.
  • 시간의 흐름과 인생의 변화: "그대와 함께 과거에 급제한 것이 마치 어제 일 같은데, 해진 옷과 서리 맞은 잎만 부질없이 푸른빛을 잃었네(與君登科如隔晨。弊袍霜葉空殘綠)."라는 구절은 시간의 흐름과 인생의 변화를 회상합니다. '과거에 급제한 것이 마치 어제 일 같다(登科如隔晨)'는 시간이 매우 빠르게 흘렀음을 나타냅니다. '해진 옷(弊袍)'과 '서리 맞은 잎(霜葉)'은 세월의 흐름에 따라 낡고 시든 것을 비유하며, 젊음이 쇠락했음을 암시합니다. '부질없이 푸른빛을 잃었다(空殘綠)'는 세월의 무상함을 강조합니다.
  • 가족에 대한 애정과 긍정적인 자세: "이제 늙음과 젊음을 묻지 마오, 아들들이 굳건히 서 있는 대나무처럼 늠름하네. 닭이 새벽을 재촉하는 것을 슬퍼할 필요 없으니, 세상 사람들이 늙는 것은 나 혼자만이 아니네(如今莫問老與少。兒子森森如立竹。黃雞催曉不須愁。老盡世人非我獨)."라는 구절은 가족에 대한 애정과 늙음에 대한 긍정적인 자세를 보여줍니다. '아들들이 굳건히 서 있는 대나무처럼 늠름하다(兒子森森如立竹)'는 아들들이 건강하게 잘 성장한 모습을 비유하며, 미래에 대한 희망을 나타냅니다. '닭이 새벽을 재촉하는 것을 슬퍼할 필요 없다(黃雞催曉不須愁)'는 시간의 흐름, 즉 늙음을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이는 긍정적인 태도를 보여줍니다. '세상 사람들이 늙는 것은 나 혼자만이 아니다(老盡世人非我獨)'는 보편적인 진리를 언급하며, 늙음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려는 의지를 나타냅니다.

이 시는 술자리에서 친구와 함께 나누는 즐거움과 인생의 흐름에 대한 감회를 진솔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특히 마지막 부분에서 가족에 대한 애정과 늙음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자세는, 독자들에게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킵니다.

 

이 시는 소식(蘇軾)이 보산(寶山)이라는 곳에서 낮잠을 자고 나서 지은 시로, 제목은 "보산주수(寶山晝睡)"입니다. "보산에서 낮잠을 자다"라는 뜻으로, 자신의 편안한 심경과 넓은 마음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현대 한국어 번역:

칠 척의 굳센 몸으로 세상의 티끌 속을 다니지만, 열 아름이나 되는 편안한 배에는 천진함을 담고 있네. 이 속은 텅 비어 아무것도 없으니, 어찌 그대 수백 명만을 담을 수 있겠는가.

분석 및 설명:

이 시는 간결한 표현 속에 소식의 낙천적인 성격과 넓은 마음을 효과적으로 담아내고 있습니다.

  • 외면적인 모습과 내면적인 모습의 대조: "칠 척의 굳센 몸으로 세상의 티끌 속을 다니지만, 열 아름이나 되는 편안한 배에는 천진함을 담고 있네(七尺頑軀走世塵。十圍便腹貯天真)."라는 구절은 소식의 외면적인 모습과 내면적인 모습을 대조적으로 보여줍니다. '칠 척의 굳센 몸(七尺頑軀)'은 건장한 체격을 의미하며, '세상의 티끌 속을 다닌다(走世塵)'는 속세의 번잡한 일들을 겪는다는 의미입니다. 반면에 '열 아름이나 되는 편안한 배(十圍便腹)'는 풍채가 좋고 마음이 편안한 상태를 의미하며, '천진함(天真)'은 꾸밈없고 순수한 마음을 의미합니다. 이 구절은 속세의 어려움 속에서도 순수한 마음을 잃지 않는 소식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열 아름'은 매우 큰 둘레를 뜻하는 과장된 표현으로, 너그럽고 포용력 있는 마음을 강조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 텅 빈 내면과 무한한 포용력: "이 속은 텅 비어 아무것도 없으니, 어찌 그대 수백 명만을 담을 수 있겠는가(此中空洞渾無物。何止容君數百人)."라는 구절은 소식의 넓은 마음, 즉 무한한 포용력을 드러냅니다. '텅 비어 아무것도 없다(空洞渾無物)'는 것은 욕심이나 사념이 없이 마음이 깨끗한 상태를 의미합니다. 이러한 텅 빈 마음은 역설적으로 모든 것을 포용할 수 있는 넓은 마음으로 이어집니다. '어찌 그대 수백 명만을 담을 수 있겠는가(何止容君數百人)'라는 표현은 단순히 수백 명을 넘어 무한한 존재를 포용할 수 있는 넓은 마음을 강조합니다. 여기서 '그대(君)'는 특정한 대상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세상 모든 사람들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 시는 소식의 낙천적이고 소탈한 성격, 그리고 넓고 포용력 있는 마음을 잘 보여줍니다. 특히 '텅 비어 아무것도 없다'는 표현을 통해 무한한 포용력을 나타낸 부분은, 도가(道家)의 사상과도 연결되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비움으로써 채울 수 있다는 역설적인 진리를 시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또한, 낮잠을 자고 나서 이러한 시상을 떠올린 것은, 편안한 휴식을 통해 마음의 평화를 얻고 세상을 너그럽게 바라보는 소식의 태도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