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견지 夷堅志/갑지 제3권

1.1.3.7.41 - 이견지 갑지 제3권 - 축대백 祝大伯

集賢堂 2016. 2. 1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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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대백祝大伯

계진(桂縝)의 조부인 계안시(桂安時)는 어릴 때부터 도술을 좋아하였다. 그는 나이 24세에 처자식을 내버려 두고, 금과 비단을 들고서 명산(名山)을 두루 다니다 십 년이 지나서야 집에 돌아오기도 하였다. 그리고 우연히 방사가 집문 밖을 지나가면 계안시는 반드시 방사를 집으로 불러들였다. 매일 그의 집에서 밥을 먹는 자가 수십 명이었는데, 이 때문에 그의 집안 살림은 파탄이 났고, 온 집안 사람들이 계안시를 원망하였다. 그래도 계안시의 집념은 더욱 두터워졌다. 그의 집안 하인 축대백(祝大伯)은 땔감을 구하고 물을 긷는 일을 하였는데, 아둔하여도 매사에 신중하였다. 하루는 축대백이 밖에서 돌아오는데, 행동거지가 평상시와는 달랐다. 


 축대백이 말하였다. "길에서 도인(道人)을 만났는데, 그가 저에게 약을 주며 복용하라 하였습니다. 그후로 밥을 안 먹어도 괜찮지 말입니다." 


 계안시가 시험해 보니 정말 그러하였다. 무슨 약인지 물었지만, 축대백은 답하지 않았다. 그는 한여름 찌는듯한 햇볕 아래에서도 한겨울 얼음 위에서도 덥거나 춥다고 하지 않고 맡은 일을 잘하였다. 계씨 집안 사람들이 모두 축대백을 존경하였는데, 그를 축선인(祝仙人)이라고 불렀다. 


 초대하여 손님으로 대접하려고 하면 축대백은 사양하며 말하기를, "나는 인간 세상에서 노복이 되는 것이 합당하지만, 세월이 흐르면 자연히 떠나게 될 것입니다."라고 하였다. 


 이로부터 삼 년이 지났다. 어느날 축대백이 계안시에게 말하였다. "백화암(白花岩)에서 저를 보려는 사람이 있습니다. 주인 어른께서도 저와 함께 가셨음 합니다." 


 이에 계안시는 축대백과 함께 길을 떠났다. 그들이 백화암에 이르기 전에 관악기를 연주하는 청아한 소리가 귀에 들어왔고, 곱게 물든 구름이 일어나 산과 계곡을 덮었다. 계안시가 기이한 풍광에 감탄하기를 그치지 않았는데, 축대백이 갑자기 인사를 하더니 사라져서 보이지 않았다. 이때부터 계안시는 세상사에 뜻을 두지 않더니, 끝내는 죽었다고 한다. 


 당시가 대관(大觀) 2년(1108년)이다. 백화암에서 계씨의 집까지는 십 리이다.




원문

桂縝祖安時,自少慕道。年二十有四,即委妻子,挈金帛之名山,十載而歸。遇方士過門,必延入,日飯堂上者數十輩,家貲枵然,盡室尤之,而安時執意愈篤。野僕祝大伯,服薪水之勞,愚鈍而謹勑,一日自外至,舉措異常,曰:“適遇道人,與我藥服之,能不食矣。”驗之信然。詰其方,無有也。或盛夏暴烈日中,冬覆冰上,皆不寒暑,而隸役如故。桂氏之人皆敬事之,呼為祝仙人。欲延以客禮,辭曰:“吾合在人間為僕使,歲滿自當去。”如是三年,告安時曰:“白花岩有人見招,願主翁同往。”乃俱行。未至岩下,絲竹之聲,泠泠盈耳,彩雲鬱然,蔽覆山谷。安時嘆異未已,祝君遽聲喏辭,遂不見。安時自是不意,以至捐館,時大觀二年也。白花岩去桂氏所居十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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