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견지 夷堅志/갑지 제3권

1.1.3.1.35 - 이견지 갑지 제3권 - 만세단

集賢堂 2016. 2. 7.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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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세단萬歲丹

 휘주(徽州) 무원현(婺源縣: 현재 장시성에 속함) 회금향(懷金鄉)에 정빈(程彬)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위험을 무릅쓰고 사람을 해치는 약을 팔아 이익을 챙겼다. 


 많은 양의 독사를 땅에 묻은 뒤 거적으로 덮고 물을 부으면 오랜 시간이 지나 버섯이 자라는데, 그 버섯을 채집해 햇볕에 말린다. 그리고 다시 다른 약을 더 추가하면 독약이 된다. 처음 생긴 버섯을 가지고 사람에게 먹이면 즉사하는데, 곧바로 죽으면 의심을 살까 두려워 감히 쓰지는 못하고, 대부분 그 다음에 자란 버섯을 가지고 먼저 개구리에게 먹여보고 뛰어다니는 수를 세서 등급을 매기는데, 그 독약의 이름을 듣기 좋게 '만세단(萬歲丹)'이라고 하였다. 죽이고 싶은 원수가 있는 어리석은 사람들이 수천 금을 내고서 그 약을 몰래 사 간다. 


 언젠가는 독약을 구하는 손님이 있었는데, 잘못해서 자신의 장인어른에게 독약을 주었다. 장인이 집에 돌아간 다음에야 잘못을 깨달았으나, 너무 늦어 구하지 못하였다. 


 정빈에게는 정정도(程正道)라는 동생이 있었다. 그는 형이 하는 일을 못마땅하게 여겼지만 감히 간하지는 않고 수십 리 떨어진 곳에 집을 옮겨 숨어 살았다. 


 정빈은 늘그막에 처음으로 후회하고 다시 독약을 만들지 않았다. 그리고 조금씩 위약으로 대신하였는데, 약효가 나타나지 않자, 사는 사람도 없어졌다. 


 죽을 때에는 집안이 매우 가난했는데, 하나 남은 자식은 빌어먹으면서 살다 길에서 죽었으니, 그의 후손도 마침내 끊어졌다. 


 일찍이 하급 관리가 그에게 세금을 독촉하면서 정빈에게 욕설을 한 적이 있었다. 그때 정빈이 화가 나서 독약을 탄 음료를 대접했는데, 관리가 멀리 가기도 전에 두통에 피를 토하며 갑자기 집 문 옆에 쓰러져 누우며 살려달라고 소리쳤다. 정빈이 물을 길어다 마시게 하자 금방 나았는데, 아마도 그에게 해독약도 있었던 듯 하다. 


 이 이야기는 그 고을 사람 동유(董猷)가 말해주었다. 




원문

徽州婺源縣懷金鄉民程彬,邀險牟利,儲藥害人。多殺蛇埋地中,覆之以苫,以水沃灌,久則蒸出菌蕈,採而曝幹,復入它藥。始生者,以食,人即死。恐為累,不敢用,多取其次者。先以飼蛙,視其躍多寡以為度,美其名為“萬歲丹”。愚民有欲死其仇者,以數千金密市之。嘗有客至,欲置毒,誤中婦翁。翁歸而悟,已不可救。彬有弟曰正道,雅以為​​非,不敢諫,至徙家避諸數十里外。彬既老始悔,不復作,稍用偽物代之。藥既不驗,遂無售者。既死,貧甚,唯一子,丐食道亡,其後遂絕。嘗有里胥督租,以語侵彬,彬怒,毒而飲之。胥行未幾,腦痛嘔血,亟反臥其門,大呼乞命。彬汲水飲之即愈,蓋有物以解其毒也。 (縣人董猷說。)



청명상하도清明上河圖 북송北宋 장택단張擇端 북경고궁박물원장北京故宮博物院藏

가운데 간판을 많이 달아둔 건물이 약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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