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견지 夷堅志/갑지 제2권

1.1.2.8.27 - 이견지 갑지 제2권 - 남편과의 약속을 어긴 부인 육씨

集賢堂 2016. 2. 1.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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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의 약속을 어긴 부인 육씨陸氏負約

  구주(衢州: 현재 저장성 취저우시) 사람 정모(鄭某)는 젊어서 성격이 활달해 글쓰는 것도 유창했다. 그는 회계(會稽: 현재 저장성 사오싱) 육씨(陸氏)의 딸을 아내로 맞았는데, 자태가 아름답고 명랑하여 부부 사이가 단란하였다. 


  정모가 일찍이 잠자리에서 육씨에게 말하기를, "우리 두 사람이 서로 사랑하는 것이 지극하니, 만약 내가 불행히 죽더라도 당신은 재혼하지 마오. 만약 당신이 죽어면 나도 그리하리라."라고 하였다. 


  육씨가 대답하기를, "우리는 백년토록 해로할텐데, 당신은 왜 그런 불길한 말씀을 하십니까?" 라고 하였다.


  십년이 지나는 동안, 그들은 두 남매를 낳았지만, 정씨는 중병을 앓게 되었다. 그는 부모에게 자신 죽고난 뒤를 당부하는 말을 여러 번 하였는데, 육씨는 그저 고개를 수그리고 슬피 울었다. 그러나 정모가 마침내 죽고 말았다.


  이로부터 몇개월도 지나지 않아 중매인이 찾아와 육씨와 서로 혼담에 대해 나누었다. 시부모는 이를 책망하였으나 육씨는 시부모의 말을 듣지 않았다. 


  그녀가 겨우 상복을 벗은 즈음에 자기 재산을 전부 가지고 소주(蘇州: 현재 장쑤성)로 가 증씨(曾氏) 성의 공조(工曹)와 재혼하였다. 


  결혼하고 이레 만에, 증씨는 타 지방을 사찰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그가 떠난 이튿날 밤에 육씨가 한가히 집 주위를 산책하고 있는데, 심부름꾼이 갑작스럽게 뜰에 나타나 절을 하며, 정씨 관인에게서 편지가 왔다고 말했다. 하녀를 시켜 가져 오라 하니, 편지 겉에 '육씨는 보아라(示陸氏)'라는 세 글자가 써 있고, 전 남편의 필적과 비슷했다. 주위를 둘러보니 심부름꾼은 이미 사라져 없었다. 


  육씨가 봉투를 열자 편지에 쓰여 있기를, "십년 동안 부부로 지냈고 일생 동안 제사를 받들 주재자로서, 밤낮으로 함께 기뻐하였고, 봉록이 남으면 함께 저축하였었소. 그러나 내가 갑자기 유령이 되어 멀리 떠나게 되자 그대는 누군가를 흠모하여 쉽게 혼인을 받아들였고, 논밭을 버리고 우리 재산을 남의 집에 가져갔소. 그리고 아들과 딸이 있는데도 그들을 아끼지 않고 또 나의 부모를 생각하지 않는구려. 의리상 당신은 아내가 되기에도 부족하고, 어미가 될 수 없을 정도로 자애롭지도 못하오. 내가 이미 하늘에 상소하였으니, 저 세상에서 만나 이치를 따져 봅시다."라고 하였다. 


  육씨가 탄식하며 후회했으나, 사흘 뒤 뜻하지 않게 죽었다. 이 편지는 정씨의 사촌 동생 정전(甸)이 구하여 언젠가 호소연(胡翛然)에게 보여 준 것이다.




원문

衢州人鄭某,幼曠達能文。娶會稽陸氏女,亦姿媚明爽,伉儷綢繆。鄭嘗於枕席間語陸氏曰:“吾二人相歡至矣,如我不幸死,汝無復嫁,汝死我亦如之。”對曰:“要當百年偕老,何不祥如是! ”凡十年,生二男女,而鄭生疾病,對父母複申言之。陸氏但俛首悲泣,鄭竟死。未數月而媒妁來,陸氏與相周旋,舅姑責之,不聽。才釋服,盡攜其資適蘇州曾工曹。成婚才七日,曾生奉漕檄,考試它郡。行信宿,陸氏晚步廳屏間,有急足拜於庭,稱鄭官人有書。命婢取之,外題“示陸氏”三字,筆札宛然前夫手澤也。急足已不見,啟緘讀之,其辭雲:“十年結髮夫妻,一生祭祀之主。朝連暮以同歡,俸有餘而共聚。忽大幻以長往,慕何人而輟許。遺棄我之田疇,蓄積於別戶。不恤我之有子,不念我之有父。義不足以為人之婦,慈不足以為人之母。吾已訴諸上蒼,行理對於幽府。 ”陸氏嘆恨不懌,三日而亡。其書為鄭從弟甸所得,嘗出示胡翛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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