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린이 다시 살아나다鄭鄰再生
소흥(紹興) 14년(1144년) 3월 4일, 강동(江東) 헌사(憲司)에서 말을 모는 노복인 정린(鄭鄰)이 병을 오랫동안 앓는 와중에 꿈을 꾸었다.
꿈에서 두 관리가 그를 붙잡으며 말하였다. "대왕이 부르신다."
이에 수십 리를 가니, 높다란 누각이 보였다. 관리가 그를 이끌어 대계에 올라 붉은 문(朱門)을 들어가니, 궁궐에는 남녀 승려 무리와, 닭, 개, 소, 양들이 여기저기 널려 있었다. 전각 앞에 커다란 거울이 걸려 있어, 사람의 내장을 비추었는데, 내장을 낱낱이 볼 수 있었다. 조금 지나 왕이 나오자, 두 관리가 정린을 붙잡고 예를 표하더니, 정린을 붙잡아 왔다고 아뢰었다.
왕이 물었다. "어느 곳 사람인가? 무슨 일로 여기에 왔는가?"
정린이 머리를 조아리며 대답하였다. "저의 본관(本貫)은 신주(信州: 현재 장시성 상라오)이옵고, 무슨 이유로 붙잡혀 왔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왕이 '앞으로 일어날 일을 관장하는 신'을 데려오라고 명하고는 붓으로 한 글자에 점을 찍었다.
문서를 보는 관리가 말하였다. "여기 '린(鄰)'자가 잘못되지 않았습니까?"
판관이 명부를 가지고서 나아가 아뢰기를, "처주(處州: 현재 저장성에 속함) 송양(松陽)의 정림(鄭林)을 잡아와야 합당합니다."라고 하였다.
왕이 말하였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이 사람하고는 관련이 없는 일이다. 그를 돌려 보내도록 하라."
왕이 다시 생사부(生死簿)를 살펴보더니, 정린의 수명이 아직 18년이 남은 것을 보고, 정린을 앞으로 불러내어 말하였다. "너를 보니 좋은 사람인 것 같구나. 살아있을 때 경전을 외운 적이 있는가?"
정린이 말하였다. "'고왕경(高王經)'을 마음 속으로 외우고, 책을 보며 '관세음경(觀世音經)'을 외웠습니다."
왕이 말하였다. "너는 나쁜 일을 저질러 여기에 있는 죄인들을 보아라."
정린이 머리를 들어 전각 아래 철 기둥을 바라보니, 묶여있는 자들이 매우 많았다. 그들은 형구를 몸에 지고, 비쩍 말라 서 있었는데, 전혀 사람 같아 보이지 않았다. 기둥 위에는 그들의 죄목을 적은 패찰을 세웠는데, 누구는 남을 저주하였고, 누구는 살생을 저질렀고, 누구는 싸움으로 남을 죽였다고 쓰여있었다. 감옥 문 위에는 금속 못을 박고, 대해수(大海獸)가 입을 벌려 그것을 물고 있는 그림을 그렸다. 양쪽 행랑으로 국문을 하는 옥관들이 많았는데, 그중에는 쇠귀에 복두(幞頭)를 쓴 자도 있었다.
정린이 두루 살펴보고 난뒤, 왕이 말하였다. "네가 이제 다 보았으면 돌아가서 지금 본 것을 유념하고 착한 일을 많이 하라. 만약 살인하는 것을 보게 된다면 단지 아미타관세음보살(阿彌陀觀世音菩薩)의 이름을 외워서, 죽은 이에게 새로 생명을 받게 해 준다면 너에게는 재앙이 없을 것이며 대신에 많은 복이 주어질 것이다."
정린이 말하였다. "임금의 뜻을 받들겠습니다."
마침내 물러나서 몇 걸음 걸어, 머리를 돌리자 아무것도 안 보이더니, 흰 옷을 입고 지팡이를 짚은 한 늙은이만 보였다.
정린이 요주로(饒州路)까지의 거리를 묻자, 늙은이가 지팡이로 가리키며 말하였다. "이리로 가다가 왼쪽으로 가면 지름길이 있을 텐데, 조금만 늦어도 표범, 호랑이, 벌레, 뱀들이 자네를 해칠 것이네."
정린이 염려가 되어 재빨리 돌아가는데, 마침내 잠에서 깨었다. 그의 온몸은 땀으로 젖었는데, 3월 6일 밤이었다.
원문
紹興十四年三月四日,江東憲司騶卒鄭鄰久疾,夢二使追之,曰:“大王召。”行數十里,樓觀巍然。使引之登階,入朱門,庭下列男女僧道、雞犬牛羊,殿前掛大鏡,照人心腑,歷歷可見。頃之,王出,二使擁鄰聲喏,稱追到鄭鄰。王問:“甚處人,何事到此?”鄰俯首答曰:“本貫信州,被追來,不知何故。”王命將到頭事祖來,以筆點一字,顧吏曰:“又卻是此鄰字,莫誤否?”判官攜簿前白云:“合追處州松陽鄭林。”王曰:“若爾,則不干此人事,教回。”復命檢勾生死簿,稱鄰壽尚有一紀半,遂呼鄰前曰:“看汝是一善人,在生曾誦經否?”鄰曰:“默念《高王經》。看本念《觀世音經》。”王曰: “汝視此間囚不作善事。”鄰舉首觀殿下鐵柱,系者甚眾,五木被體,羸瘠裸立,絕無人狀。柱上立粉牌志其罪,某人咒咀,某人殺生,某人鬥殺。獄戶施金釘,圖大海獸張口銜之。兩廡皆鞫獄官,內有戴牛耳襆頭者,週覽而旋。王曰:“汝已見了,還生時依舊積善。若見戮人,只念阿彌陀觀世音佛名,令渠受生,汝得消災介福。”鄰曰:“領聖旨。”遂退。行數步,回首已無所睹,唯一叟白衣拄杖。鄰問去饒州路,叟以杖指云:“由此而左,得路宜亟行,稍緩有豺虎蟲虺之毒。”鄰憂撓奔回,遂寤,遍體流汗。乃初六夜矣。
남송南宋 김처사金處士 시왕도十王圖 미국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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