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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정도해養正圖解 - 상독논어常讀論語 항상 논어를 읽다

集賢堂 2018. 1. 23.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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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항(李沆)이 항상 논어를 읽기에 누군가 그에게 물었습니다. 


이항이 말하기를, "내가 재상이 되었는데, 논어 구절 가운데, 씀씀이를 절약하고 국민을 사랑하며, 국민을 농한기에 부리라는 것을 아직도 실천하지 못하니, 성인의 말씀을 죽을 때까지 외우는 것이 옳습니다."라고 하였습니다.


이항(李沆, 947~1004)은 송나라 때의 어진 재상입니다. 그는 한가할 때에 늘상 논어(論語)를 읽었는데, 누군가 묻기를, 논어는 천근(淺近)한 책인데 무슨 까닭으로 이 책을 봅니까라고 하였습니다. 이항이 대답하기를, "내가 재상의 직임을 맡았는데, 마땅히 조정의 정사를 사사건건 잘 처리하고, 천하 백성 개개가 편안히 살게 된 뒤에야 (나의 재능이) 직분에 걸맞게 됩니다. 게다가 논어 가운데에는 씀씀이를 절약하고 국민을 사랑하며, 국민을 농한기에 부리라고 말한 두 구절이 있습니다. 지금 조정에서는 쓸데없이 나가는 비용이 여전히 많은데, 재정은 부족하니, 이는 내가 씀씀이를 절약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민간에서는 요역과 세금이 많아 국민들이 이를 근심하고 괴로워하고 있으니, 이는 내가 국민을 사랑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갑자기 불시에 사업을 일으켜 농사를 방해하는 일이 이따금 있으니, 이는 내가 국민을 농한기에 부리지 못하는 것입니다. 이 두 구절의 말씀조차 내가 아직까지 실천하지 못하고 있으니, 다른 것은 어떠하겠습니다. 성인의 말씀이 보기에는 쉬워도 실천해 나가기는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으니, 죽을 때까지 성인의 말씀을 외우고 본받아야 옳습니다. 어찌 하찮게 여길 수 있겠습니까?"라고 하였습니다.


이항이 이와 같이 말하였으니, 참으로 독서에 능한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역사에 일컬어지기를 그는 집안에서의 행실이 신중하여 잘못이 드물었습니다. 그리고 재상이 되어 조종의 법도를 지키고, 국가의 대체를 맡았으니, 모두 선학(善學)으로부터 유래한 것입니다. 이보다 앞서 조보(趙普, 922~992)는 손에서 책을 놓은 적이 없었습니다. 그는 사제에 돌아가면 문을 닫고 서궤를 열고는 책을 꺼내 읽으면서 날을 보냈는데, 다음날 정사에 임하여서는, 처결이 물흐르듯 하였습니다. 그가 죽은 뒤에 집안 사람이 서궤를 열어 살펴보니, 논어 이십편이 안에 들어 있었습니다. 옛 사람은 한 구절의 글을 읽으면 곧바로 한 구절을 실천하였으니, 그들이 힘얻은 것이 바로 이와 같습니다. 후세 사람은 종일토록 독서하지만 쓸만한 말 한마디 알지 못하니, 글을 읽지 않은 것과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이러한 사람은 소위 성인의 말씀을 욕보이는 자일 뿐입니다. 족히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근자에 養正圖解라는 책을 알게 되어, 고요한 가운데 펼쳐 놓고 정운봉의 그림을 곁들여 읽고 있는데,


게다가 논어를 즐겨 읽는터인지라, 말미에 붙은 이 일화를 보고서 느낀 바가 있어 여기에 옮겨본다.


조기빈의 논어신탐과 아울러 이 글을 살펴보면 또한 감회가 새로울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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