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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파전집(東坡前集) 권19(卷十九) 시 3수, 사 13수, 부 7수

集賢堂 2024. 12. 22.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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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蘇軾)의 동파집(東坡集)에 실린 시 "식양시(息壤詩) 병서(並序)"를 현대 한국어로 번역하고 분석 및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서문과 시가 함께 있는 형태입니다.

현대 한국어 번역:

(서문)

『회남자(淮南子)』에 이르기를, 곤(鯀)이 홍수를 막으면서 천제의 식양(息壤)을 훔쳤으므로, 천제가 축융(祝融)을 시켜 우연(羽淵)에서 그를 죽였다고 한다. 지금 형주(荊州) 남문 밖에, 집이 땅속에 빠진 듯한 모양을 하고서도 그 용마루가 보이는 것이 있다. 그 옆에는 돌에 새긴 기록이 있는데, 범해서는 안 된다고 쓰여 있다. 삼태기와 삽이 닿는 곳은 번번이 다시 원래대로 돌아간다. 또한 자주 우레와 비를 불러오기도 하는데, 큰 가뭄이 들면 여러 차례 효험이 있었다. 나는 이를 느끼고 이에 시를 지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시)

천제는 이 흙으로, 깊숙한 대(臺)를 막으셨네. 신이 있어 이를 맡아, 따라 가져다 북돋우네. 천제는 아래 백성에게, 감히 열지 말라 명하셨네. 오직 천제는 말씀 없이, 우레와 비로써 하시네. 오직 백성은 이를 알고, 천제의 용서를 바라네. 천제는 아득히 모르시니, 누가 감히 아뢰리오. 천제의 노여움은 일정하지 않으니, 아래 세상이 이에 진동하네. 백성으로 하여금 미리 알게 하시면, 이는 백성을 부리는 것이네. 이 무덤이 없다면, 누가 취하고 누가 주리오. 오직 그것을 맞추기에, 이로써 쏘는 것이네.

정밀 분석 및 설명:

이 시는 전설 속의 식양(息壤)에 대한 이야기를 소재로 하여 천명(天命)과 인간의 관계, 그리고 통치자의 역할을 논하고 있습니다. 각 부분별로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 서문: 서문에서는 시를 짓게 된 배경을 설명합니다. 『회남자』의 고사를 인용하여 곤이 홍수를 막기 위해 천제의 식양을 훔쳤다는 이야기와, 형주 남문 밖에 있는 특이한 지형에 대한 묘사를 제시합니다. 이 지형은 마치 집이 땅에 함몰된 듯한 형태를 하고 있으며, 그 주변의 흙을 파내려고 하면 다시 원상태로 돌아오고, 또한 기우(祈雨)에 효험이 있다고 전해집니다. 이러한 신비로운 현상에 대한 감회를 시로 표현한 것이라 밝히고 있습니다.
  • 1-2구 (식양의 신성함): 식양의 신성한 기원과 신의 관리를 언급합니다. "천제는 이 흙으로, 깊숙한 대(臺)를 막으셨네(帝息此壤,以藩幽臺)"는 식양이 천제가 신성한 목적을 위해 사용한 흙임을 나타냅니다. "신이 있어 이를 맡아, 따라 가져다 북돋우네(有神司之,隨取而培)"는 신이 식양을 관리하며 필요에 따라 사용함을 의미합니다. '번유대(藩幽臺)'는 깊숙한 곳을 막는다는 의미로, 식양이 신성한 공간을 보호하는 역할을 했음을 암시합니다.
  • 3-4구 (천제의 명령과 백성의 지혜): 천제의 명령과 백성들의 지혜를 대비합니다. "천제는 아래 백성에게, 감히 열지 말라 명하셨네(帝敕下民,無敢或開)"는 천제의 엄격한 명령을 나타냅니다. "오직 천제는 말씀 없이, 우레와 비로써 하시네(惟帝不言,以雷以雨)"는 천제의 뜻이 자연 현상을 통해 드러남을 의미합니다. "오직 백성은 이를 알고, 천제의 용서를 바라네(惟民知之,幸帝之恕)"는 백성들이 자연 현상을 통해 천제의 뜻을 헤아리고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 5-6구 (천제의 무지와 백성의 고통): 천제의 무지와 그로 인한 백성의 고통을 지적합니다. "천제는 아득히 모르시니, 누가 감히 아뢰리오(帝茫不知,誰敢以告)"는 천제가 백성의 고통을 제대로 알지 못함을 비판하는 어조입니다. "천제의 노여움은 일정하지 않으니, 아래 세상이 이에 진동하네(帝怒不常,下土是震)"는 예측할 수 없는 천제의 노여움이 백성들에게 고통을 준다는 것을 나타냅니다. "백성으로 하여금 미리 알게 하시면, 이는 백성을 부리는 것이네(使民前知,是役于民)"는 천제의 뜻을 미리 알게 하여 백성을 부리는 것은 부당하다는 의미입니다.
  • 7-8구 (식양의 본질과 천명의 섭리): 식양의 본질과 천명의 섭리에 대한 깨달음을 제시합니다. "이 무덤이 없다면, 누가 취하고 누가 주리오(無是墳者,誰取誰予)"는 식양이 없다면 누가 그것을 취하고 줄 수 있겠느냐는 질문으로, 식양 자체가 천명의 섭리임을 강조합니다. "오직 그것을 맞추기에, 이로써 쏘는 것이네(惟其的之,是以射之)"는 모든 것은 정해진 이치에 따라 움직인다는 천명 사상을 나타냅니다. '적지(的之)'는 과녁을 맞춘다는 의미로, 천명의 섭리가 정확하게 이루어짐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이 시는 식양이라는 신화적인 소재를 통해 천명과 인간의 관계, 통치자의 역할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을 보여줍니다. 특히, 천제의 무지와 백성의 고통을 지적하는 부분에서는 현실 정치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소식(蘇軾)의 동파집(東坡集)에 실린 시 "식양시(息壤詩) 병서(並序)"를 현대 한국어로 번역하고, 중요한 내용에 대한 분석과 설명을 덧붙이겠습니다. 이 시는 서문과 본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현대 한국어 번역:

(서(序) - 서문)

『회남자(淮南子)』에 이르기를, 곤(鯀)이 홍수를 막으면서 천제(天帝)의 식양(息壤)을 훔쳤기 때문에, 천제는 축융(祝融)을 시켜 그를 우연(羽淵)에서 죽였다고 한다. 지금 형주(荊州) 남문 밖에, 마치 집이 땅속에 빠진 듯한 모양을 하고서도 용마루는 여전히 보이는 곳이 있다. 그 옆에는 돌에 새긴 기록이 있는데, (이곳을) 범해서는 안 된다고 쓰여 있다. 삼태기와 삽이 닿는 곳은 번번이 다시 원래대로 돌아간다. 또한 자주 우레와 비를 불러오기도 하는데, 큰 가뭄이 들면 여러 차례 효험이 있었다. 나는 이를 느끼고 이에 시를 지었다. 그 시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시(詩) - 본시)

천제는 이 흙(식양)으로, 깊숙한 대(臺)를 막으셨네. 신이 있어 이를 맡아, 필요에 따라 가져다 북돋우네. 천제는 아래 백성에게, 감히 (이곳을) 파헤치지 말라 명하셨네. 오직 천제는 말씀 없이, 우레와 비로써 (뜻을) 보이시네. 오직 백성은 이를 알고, 천제의 용서를 바라네. 천제는 아득히 모르시니, 누가 감히 (진실을) 아뢰리오. 천제의 노여움은 일정하지 않으니, 아래 세상이 이에 진동하네. 백성으로 하여금 (천제의 뜻을) 미리 알게 하시면, 이는 백성을 부리는 것이네. 이 무덤(식양)이 없다면, 누가 취하고 누가 주리오. 오직 (천지의 이치에) 맞추기에, 이로써 (벌을) 내리시네.

정밀 분석 및 설명:

이 시는 전설 속의 신물(神物)인 식양(息壤)을 소재로 하여 천명(天命)과 인간의 관계, 특히 통치자의 역할에 대한 심오한 사색을 담고 있습니다. 서문과 본시를 나누어 자세히 분석해 보겠습니다.

1. 서문:

  • 배경 설명: 서문은 시를 창작하게 된 배경을 설명합니다. 『회남자』의 고사를 인용하여 곤(鯀)이 홍수를 다스리기 위해 천제의 식양을 훔쳤다가 죽임을 당한 이야기를 언급합니다. 이는 식양이 천제의 권위를 상징하는 신성한 물건임을 암시합니다.
  • 현실 묘사: 형주 남문 밖에 있는 특이한 지형을 묘사합니다. 땅에 함몰된 집의 형태를 하고 있으며, 파내려고 하면 다시 원상복구되고, 기우제에 효험이 있다는 전설을 통해 신비로운 분위기를 조성합니다. 이는 시의 주제인 천명과 인간의 관계를 현실 세계에 연결하는 역할을 합니다.

2. 본시:

  • 1-2구 (식양의 신성한 기원과 관리): 식양의 신성한 기원과 신의 관리를 묘사합니다. 천제가 특별한 목적(깊숙한 곳을 막는 일)을 위해 식양을 사용했으며, 신이 이를 관리한다는 설정을 통해 식양의 초자연적인 힘을 강조합니다.
  • 3-4구 (천제의 명령과 백성의 지혜): 천제의 명령과 백성의 인식을 대비합니다. 천제는 직접적인 언어 대신 자연 현상(우레와 비)을 통해 뜻을 전달하고, 백성들은 이를 두려워하며 천제의 용서를 구합니다. 이는 고대 사회에서 자연 현상을 천제의 뜻으로 해석했던 사상을 반영합니다.
  • 5-6구 (천제의 무지와 백성의 고통): 이 부분은 시의 핵심적인 내용으로, 천제의 무지와 그로 인한 백성의 고통을 비판합니다. 천제가 백성의 고통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변덕스러운 노여움으로 세상을 진동시킨다고 묘사합니다. 특히 "백성으로 하여금 미리 알게 하시면, 이는 백성을 부리는 것이네(使民前知,是役于民)"라는 구절은 통치자가 백성을 억압하는 수단으로 천명을 이용하는 행태를 비판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 7-8구 (천명의 섭리): 마지막 두 구절은 천명의 섭리에 대한 깨달음을 제시합니다. 식양의 존재 자체가 천지의 이치에 따른 것이며, 모든 일은 정해진 운명에 따라 일어난다는 숙명론적인 관점을 드러냅니다. "오직 (천지의 이치에) 맞추기에, 이로써 (벌을) 내리시네(惟其的之,是以射之)"라는 구절은 천명의 불가항력성을 강조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종합적인 분석:

이 시는 단순히 식양이라는 신화적인 소재를 노래하는 데 그치지 않고, 천명과 인간의 관계, 통치자의 역할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을 담고 있습니다. 특히, 천제의 무지와 변덕스러움을 비판하는 부분은 당시 사회의 현실 정치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반영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소식은 이 시를 통해 천명을 빙자하여 백성을 억압하는 통치자의 행태를 우회적으로 비판하고, 진정한 통치는 백성을 이해하고 그들의 고통을 헤아리는 데 있음을 역설하고자 한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마지막 두 구절을 통해 인간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천명의 섭리에 대한 겸허한 자세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소식(蘇軾)의 동파집(東坡集)에 실린 시 "안락정시(顏樂亭詩) 병서(並序)"를 현대 한국어로 번역하고, 중요한 내용에 대한 분석과 설명을 덧붙이겠습니다. 이 시는 안회(顏回)의 옛 거처에 지어진 정자에 대한 시로, 서문과 본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현대 한국어 번역:

(서(序) - 서문)

안자(顏子, 안회)의 옛 거처, 이른바 누항(陋巷, 가난한 동네)이라 불리는 곳에 우물이 남아 있으나, 안씨(顏氏)의 소유가 된 지는 오래되었다. 교서(膠西) 태수 공군(孔君) 종한(宗翰)이 비로소 그 땅을 얻어 그 우물을 정비하고, 그 위에 정자를 짓고 이름을 안락(顏樂)이라 하였다. 옛날에 공자(孔子)는 단사표음(簞食瓢飲, 대나무 그릇의 밥과 표주박의 물)으로 안자를 어질다고 여겼는데, 한자(韓子, 한유)는 이에 대해 철인의 하찮은 일이라고 여겼으니, 어찌 그러한가? 소자(蘇子, 소식 자신)가 말하길, 옛날 사람들은 사람을 볼 때 반드시 그 작은 것에서 관찰했으니, 큰 것은 거짓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은 천금짜리 옥을 부술 수는 있어도, 깨진 솥에 소리를 지르지 않을 수 없고, 사나운 호랑이를 때려잡을 수는 있어도, 벌이나 전갈에 얼굴색이 변하지 않을 수 없다. 누가 단사표음이 철인의 큰일이 되는 줄 알겠는가? 이에 안락정 시를 지어 공군에게 주어, 한자의 주장을 바로잡고, 또한 스스로를 경계하기 위함이라 한다.

(시(詩) - 본시)

하늘이 백성을 내실 때, 코와 입을 주셨네. 아름다운 것은 씹을 수 있고, 향기로운 것은 맡을 수 있네. 아름다움에는 반드시 추함이 있고, 향기로움에는 반드시 악취가 있네. 나는 하늘의 뜻대로 노닐지 못하고, 여섯 구멍(눈, 코, 입, 귀)이 서로 싸우네. 쫓기만 하고 돌아보지 않으니, 조금만 걸어도 상처를 받네. 위대하도다, 선사(先師, 공자), 이러한 미천한 누추함에 편안히 계셨네. 맹분(孟賁, 고대의 용사)도 두려워 떨고, 호랑이와 표범도 물러서네. 아득히 작은 그 몸, 그 안에는 또한 무엇이 있었던가. 나는 지극한 즐거움을 구하니, 천 년에 다시없네. 표주박을 잡고 그를 따르니, 어느덧 뒤에 있네.

정밀 분석 및 설명:

이 시는 안회의 청빈한 삶을 기리며, 작은 것에서 진정한 가치를 발견하는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서문과 본시를 나누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1. 서문:

  • 배경 설명: 서문은 시를 짓게 된 경위를 설명합니다. 안회의 옛 거처에 정자가 세워진 것을 계기로, 공자가 안회의 청빈함을 높이 평가한 것과 한유가 이를 하찮게 여긴 것에 대한 논쟁을 제기합니다.
  • 소식의 주장: 소식은 사람을 평가할 때 작은 것에서 진실을 봐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큰일은 꾸며낼 수 있지만, 작은 행동에서는 본성이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깨진 솥에 놀라는 것이나 벌에 얼굴색이 변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적인 반응이며, 이러한 작은 반응에서 진정한 인간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단사표음 역시 단순히 가난한 생활이 아니라, 안회의 고결한 인품을 보여주는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합니다.

2. 본시:

  • 1-2구 (감각의 혼란): 인간의 감각이 혼란을 일으킬 수 있음을 이야기합니다. 아름다움과 추함, 향기로움과 악취는 공존하며, 인간은 이러한 감각의 혼란 속에서 살아갑니다. ‘육착(六鑿)’은 여섯 감각 기관(눈, 코, 입, 귀, 몸, 뜻)을 의미하며, 외부 세계의 자극에 끊임없이 노출되어 혼란을 겪는 인간의 상황을 비유적으로 나타냅니다.
  • 3-4구 (안회의 위대함): 안회의 위대함을 찬양합니다. 안회는 이러한 감각의 혼란 속에서도 미천한 누추함(단사표음의 삶)에 안주하며 도를 추구했습니다. 이는 안회의 정신적인 위대함을 강조하는 부분입니다. 맹분과 호랑이, 표범의 비유는 안회의 도덕적인 힘이 육체적인 힘보다 훨씬 강함을 나타냅니다.
  • 5-6구 (지극한 즐거움의 추구): 시인은 안회의 삶에서 지극한 즐거움을 발견합니다. 물질적인 풍요가 아닌, 도를 추구하는 삶에서 진정한 행복을 찾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표주박을 잡고 그를 따르니, 어느덧 뒤에 있네’라는 구절은 안회의 삶을 본받으려는 시인의 의지를 나타냅니다. 안회의 정신을 따르는 것이 진정한 즐거움에 이르는 길임을 암시합니다.

종합적인 분석:

이 시는 안회의 청빈한 삶을 통해 진정한 가치와 행복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합니다. 소식은 작은 것에서 진실을 발견해야 한다는 자신의 주장을 안회의 삶을 통해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또한, 감각적인 욕망에 얽매이지 않고 도를 추구하는 삶의 가치를 강조하며, 물질적인 풍요에 집착하는 세태를 비판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특히 서문에서 한유의 주장을 반박하며 자신의 논리를 전개하는 방식은 소식의 뛰어난 논변 능력을 보여주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蘇軾(소식)의 동파집(東坡集)에 실린 "태백사(太白詞) 오수 병서(並序)"를 현대 한국어로 번역하고, 중요한 내용에 대한 분석과 설명을 덧붙이겠습니다. 이 시는 기산(岐山) 지역의 가뭄 해소를 기원하며 태백산(太白山) 신에게 제사를 지내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서문과 다섯 장의 사(詞)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현대 한국어 번역:

(서(序) - 서문)

기산 아래에 여러 해 동안 큰 가뭄이 들어, 태백산에 기도하면 번번이 응험이 있었으므로, 신을 맞이하고 보내는 사(詞)를 지으니, 한 편에 다섯 장이다.

(사(詞) - 본사)

(제1장)

우레는 우르릉 울리고, 산은 대낮에도 어둡네. 바람은 들판을 흔들고, 신이 장차 오시려 하네. 구름 깃발을 싣고, 옥으로 만든 용을 따르네. 가뭄이 이미 심하니, 달려가 구원하시려 하나, 길이 험하고 머네.

(제2장)

깃발은 나부끼니, 있는지 없는지 의심스럽네. 해는 슬프게 변하니, 신이 길에 있네. 붉은 부적을 날려, 하늘 문에 하소연하고. 음부(陰符)를 보내고, 군사 문서(羽檄)를 전하니, 모든 신령이 모이네.

(제3장)

바람은 장막이 되고, 구름은 덮개가 되네. 온 사당이 밝게 빛나니, 신이 이미 이르렀네. 모두 흥겹게 먹고 마시니, 비를 내려 주시네. 모든 내에 물이 넘치니, 도랑을 내어 물을 대니, 노래하고 춤추네.

(제4장)

말 탄 자는 줄지어 서 있고, 수레는 가지런하네. 피리와 퉁소 소리 슬프니, 신이 돌아가려 하네. 승리의 함성이 우렁차게 울리고, 숲과 골짜기에 숨네. 요사스러운 귀신을 잡아, 포로를 바치니, 천 리가 엄숙해지네.

(제5장)

신의 오심이, 어찌 이리 늦었나. 산은 겹겹이 쌓여 있고, 길은 깊고 머네. 신의 가심은, 흩날려 쫓을 수 없네. 은덕을 아직 갚지 못했는데, 백성의 그리움은, 영원히 만대에 이르리라.

정밀 분석 및 설명:

이 시는 가뭄 해소를 기원하는 제례 의식을 생동감 넘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서문과 각 장의 사를 나누어 자세히 분석해 보겠습니다.

1. 서문:

  • 창작 배경: 서문은 시를 짓게 된 배경을 간략하게 설명합니다. 기산 지역의 극심한 가뭄과 태백산 신에 대한 기도의 효험을 언급함으로써, 이 시가 단순한 문학 작품이 아닌, 실제적인 목적을 가진 제례 의식의 일부임을 나타냅니다.

2. 본사:

  • 제1장 (신의 강림): 신의 강림을 묘사합니다. 우레, 어둠, 바람 등의 자연 현상을 통해 신의 위엄을 표현하고, 신이 가뭄을 해소하기 위해 먼 길을 온다는 설정을 통해 간절한 기원의 마음을 드러냅니다.
  • 제2장 (제례 준비): 제례 준비 과정을 묘사합니다. 깃발, 해의 변화, 부적, 군사 문서 등을 통해 제례의 엄숙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모든 신령의 참여를 기원합니다.
  • 제3장 (신의 강림과 은혜): 신의 강림과 은혜를 묘사합니다. 바람과 구름을 신의 임재를 나타내는 상징으로 사용하고, 풍성한 음식과 비를 통해 신의 은덕을 표현합니다. 백성들이 기뻐하며 노래하고 춤추는 모습은 가뭄 해소에 대한 감격과 신에 대한 감사를 나타냅니다.
  • 제4장 (신의 귀환): 신의 귀환을 묘사합니다. 질서정연한 행렬과 슬픈 음악을 통해 신과의 이별을 아쉬워하고, 승리의 함성과 요사스러운 귀신을 포획하는 모습을 통해 신의 권능을 다시 한번 강조합니다.
  • 제5장 (감사와 그리움): 신의 은혜에 대한 감사와 신의 부재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합니다. 신의 오심이 늦었던 것에 대한 아쉬움과 신의 은덕을 갚지 못한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내고, 신에 대한 영원한 그리움을 다짐하며 시를 마무리합니다.

종합적인 분석:

이 시는 가뭄이라는 현실적인 문제에 대한 해결을 기원하는 종교적인 의식을 생동감 넘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자연 현상을 신의 의지와 연결하여 표현하는 방식, 제례의 과정을 구체적으로 묘사하는 방식, 그리고 신에 대한 감사와 그리움을 진솔하게 표현하는 방식 등을 통해 시의 주제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특히, 각 장의 분위기와 감정을 변화시켜 시의 흐름을 다채롭게 구성한 점이 인상적입니다. 이 시는 단순한 기우제를 넘어, 인간의 간절한 염원과 신에 대한 믿음, 그리고 자연에 대한 경외심을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소식(蘇軾)의 동파집(東坡集)에 실린 "상청사(上清辭)[궁 이름으로 편명을 삼음]"을 현대 한국어로 번역하고, 중요한 내용에 대한 분석과 설명을 덧붙이겠습니다. 이 시는 상청궁(上清宮)이라는 도교 사원에 모셔진 신을 찬양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현대 한국어 번역:

임이 어찌하여 깊은 산중에 계십니까, 궁궐을 돌아보시며 오래 머무르시네. 또 어찌하여 하루아침에 이곳을 떠나 돌아보지 않으십니까, 이 빈 산의 사람들을 슬퍼하네. 오심은 알 수 없고, 가심은 진실로 물어볼 수 없네. 임의 오심에 하늘 문은 비어 있고, 천 명의 기병을 거느리고 나는 용을 타셨네. 진성(辰星, 수성)을 부리고 태세(太歲, 목성)를 부리시니, 엄숙하게 대낮에 내려오시니 우레 소리 우르릉 울리네. 아침에 대궐을 출발하시어, 저녁에 산궁에 이르시네. 사악한 요괴가 있어 아래 세상을 학대하니, 정기는 별이 되고 기운은 무지개가 되었네. 피 흘림의 낭자함을 즐기고, 또 학질과 메뚜기를 탐하네. 사나운 바람을 휘몰아치고 음란한 비를 뿌리니, 때로는 또 뜨거운 가뭄의 불을 토해내네. 천제의 명령을 받아 내려와 토벌하시니, 천 길이나 되는 날카로운 칼날을 세우셨네. 나는 듯한 번개를 타고 도망치는 그림자를 쫓으니, 순식간에 쓸어 없애 흔적도 없네. 갑자기 붕괴시키며 모임을 이루시니, 바다와 산의 신들을 달리게 하시네, 용차와 귀신의 숫자를 알 수 없으니, 깃발은 어둑하고 캄캄하네. 점점 허리를 굽히며 무리지어 나아가니, 칼과 패옥의 부딪치는 소리 쟁쟁하네. 살생을 주관하는 것이 반드시 믿음직하니, 상제의 용납하지 않음을 아시네. 이미 단속하여 직책으로 돌아가시니, 물러나 두려워하며 더욱 공손해지시네. 은택은 온 세상에 가득 차 있으나, 홀로 담담하게 공이 없으시네. 임의 가심에 하늘 문이 열리고, 천상의 문을 두드리고 옥대를 향하시네. 여러 신선이 맞이하니 은하수를 막고, 엄숙하게 앞에서 인도하고 어지러이 뒤에서 모시네. 옥 계단을 거쳐 올라가시니 황제께서 맞이하여 위로하시니, 임은 참으로 고생하셨으니 말이 힘없이 쓰러지네. 인간 세상을 불쌍히 여기시어 핍박함을 아뢰시니, 아래 세상을 황제께서 슬퍼하시네. 아름다운 궁궐로 돌아가시어, 만 신령을 부리시니 떠들썩하네. 묵묵히 맑고 고요하게 무위로 하시니, 때때로 북두칠성을 사냥하시네. 통명전에 나아가 벼슬을 내리고 내침을 아뢰시니, 넓고 넓어 돌아오심이 없네. 갑자기 안팎이 환하게 빛나니, 빛이 아래로 구층의 섬돌까지 비추네. 때때로 눈을 돌려 아래를 살펴보시니, 오악은 콩알만 하고, 사해는 술잔만 하네. 옛 궁궐의 수많은 기둥을 굽어보니, 마치 털끝에 먼지가 모인 듯하네. 오심은 즐거움을 위한 것이 아니고, 가심은 슬픔을 위한 것이 아니네. 신께서 이미 돌아가셨다고 하니, 얼굴이 지척에 있는 것과 같이 멀리 떨어져 있지 않네. 비밀스러운 전당에 올라 마음속으로 두려워하니, 혼이 두려워 위로 치닫네. 갑자기 꿈에서 깨달음이 있으니, 감히 목욕하고 말씀을 올리네. 옳으냐 옳지 않으냐, 신은 알 수 없네.

정밀 분석 및 설명:

이 시는 도교 신앙의 영향을 받아 신의 강림과 귀환, 그리고 신의 권능과 은덕을 찬양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각 부분을 나누어 자세히 분석해 보겠습니다.

  • 신의 강림 (초반부): 신의 강림은 웅장하고 신비롭게 묘사됩니다. 천문(天門)이 열리고, 천군(天軍)을 거느리고 용을 타고 내려오는 모습, 우레와 번개를 동반하는 모습 등은 신의 위엄을 강조합니다. 요괴의 횡포와 그로 인한 인간 세상의 고통을 묘사하여 신의 강림의 필요성을 부각합니다.
  • 신의 토벌 (중반부): 신은 천제의 명령을 받아 요괴를 토벌합니다. 신의 능력은 번개처럼 빠른 속도와 강력한 힘으로 표현되며, 요괴는 흔적도 없이 소멸됩니다. 이는 신의 권능을 보여주는 부분입니다.
  • 신의 귀환 (후반부): 신의 귀환은 성대하고 엄숙하게 묘사됩니다. 여러 신선들의 영접, 황제의 위로, 그리고 신의 업적에 대한 찬양이 이어집니다. 신은 인간 세상의 고통을 황제에게 아뢰고, 다시 천상으로 돌아가 자신의 직무를 수행합니다.
  • 신의 초월성 (전반적인 주제): 시는 신의 초월성을 강조합니다. 신은 인간 세상에 강림하여 고통을 해결하지만, 그 자체로는 담담하게 공을 내세우지 않습니다. 또한, 인간의 시각으로는 신의 행적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음을 나타냅니다. 마지막 부분에서 신이 비록 인간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항상 가까이 있다는 믿음을 표현하며 시를 마무리합니다.

주요 특징:

  • 도교적 색채: 상청궁이라는 도교 사원을 배경으로 하고, 신선, 천문, 요괴 등의 도교적인 소재를 사용하여 시의 분위기를 조성합니다.
  • 웅장한 묘사: 신의 강림과 귀환, 그리고 신의 능력을 묘사하는 부분에서 웅장하고 화려한 표현을 사용하여 시의 분위기를 고조시킵니다.
  • 신의 초월성 강조: 신은 인간의 이해를 초월하는 존재임을 강조하며, 신앙의 신비로운 영역을 드러냅니다.

이 시는 소식의 다양한 문학적 재능을 보여주는 작품 중 하나입니다. 화려한 언어와 풍부한 상상력을 통해 신의 권능과 은덕을 찬양하고, 인간의 염원과 신앙심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또한, 도교적인 세계관을 반영하여 신의 초월성과 인간의 한계를 보여주는 심오한 주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소식(蘇軾)의 동파집(東坡集)에 실린 "귀래인(歸來引)[왕자립(王子立)을 균주(筠州)로 보내며]"를 현대 한국어로 번역하고, 중요한 내용에 대한 분석과 설명을 덧붙이겠습니다. 이 시는 왕자립이라는 인물이 균주로 돌아가는 것을 송별하며 지은 시입니다.

현대 한국어 번역:

돌아가시구려, 세상이 그대를 찾지 않으니 어찌 돌아가지 않으리오. 북쪽을 바라보니 거센 물결이 넘실거리고, 서쪽을 돌아보니 먼지가 아득하네. 들판의 들말이 마구 달리는 듯하니, 다행히 내 머리는 아직 고삐에 매이지 않았네. 팽성(彭城)을 떠나 남쪽으로 달리니, 무덤을 돌아보며 탄식을 더하네. 흐트러진 청회(清淮)를 굽어보니, 지난날의 옳고 그름에 놀라네. 동파(東坡, 소식 자신)의 늙은이를 생각하며, 천 리 길을 멀다 않고 내 집 문을 두드렸네. 함께 설당(雪堂)의 맑은 밤을 보내며, 밝은 달빛의 남은 빛을 함께했네. 일찍이 닭과 기장을 준비하기도 전에, 빈 방의 빈대(좀벌레)를 탄식했네. 나는 소매를 붙잡고 만류했으나 붙잡지 못하고, 하인이 문 앞에서 '식미(式微)'를 노래하네. 돌아가시구려, 길은 아득하여 그 끝을 알 수 없네. 장차 어디에서 수레를 멈추려 하는가, 북쪽 강의 남쪽인가, 남쪽 강의 북쪽인가. 이곳에 어떤 사람이 있으니, 엄연하고 풍채가 뛰어나네. 누가 검소하게 사는데 그대는 살찌셨는가, 겨와 쭉정이가 아니고 무엇을 먹겠는가. 오랫동안 뜻을 품고 시험하지 않으니, 더욱 온화하게 자신을 다스리네. 나는 세상의 거친 물결 속에 사니, 어둡게 보고 고요히 듣네. 그대가 아니면 내 잘못을 바로잡아 줄 사람이 없으니, 오래 보지 못하면 스스로를 해칠까 두렵네. 나는 가고 싶지만 길이 없으니, 그대는 무엇을 두려워하여 곧장 가지 않는가. 장차 저 사람을 옥인(玉人)으로 여기고, 그대를 옥의 원석(璞)으로 여기네.

정밀 분석 및 설명:

이 시는 송별의 정과 함께 세상에 나아가지 못하는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각 부분을 나누어 자세히 분석해 보겠습니다.

  • 서두 (귀향 권유와 여정 묘사): "돌아가시구려, 세상이 그대를 찾지 않으니 어찌 돌아가지 않으리오"라는 구절로 시작하여 왕자립의 귀향을 권유합니다. 북쪽의 거센 물결과 서쪽의 먼지는 혼란한 세상을 비유하며, 자신의 처지가 세상의 흐름에 휩쓸리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여깁니다. 팽성을 떠나 남쪽으로 향하는 여정을 묘사하며, 지난날의 회한과 감회를 드러냅니다.
  • 만남과 이별의 아쉬움: 왕자립과의 만남을 회상하며, 함께 보낸 시간의 소중함을 이야기합니다. 설당의 맑은 밤, 밝은 달빛 등 아름다운 풍경을 묘사하며 이별의 아쉬움을 더합니다. "닭과 기장을 준비하기도 전에 빈 방의 빈대를 탄식했다"는 표현은 만남이 짧았음을 안타까워하는 마음을 나타냅니다. '식미(式微)'는 주나라의 시경에 나오는 시의 제목으로, 나라가 쇠퇴함을 한탄하는 내용입니다. 하인이 이 노래를 부르는 것을 통해 이별의 슬픔을 더욱 강조합니다.
  • 귀향지의 상황과 왕자립의 인물됨: 왕자립이 돌아갈 곳의 상황을 묘사하며, 그곳에 있는 어떤 사람(옥인으로 비유됨)을 언급합니다. 왕자립을 옥의 원석에 비유하며 그의 뛰어난 자질을 칭찬합니다. "누가 검소하게 사는데 그대는 살찌셨는가"라는 다소 직설적인 표현은 세속적인 성공과는 거리가 먼 왕자립의 삶을 역설적으로 드러내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 자신의 처지와 왕자립에 대한 기대: 세상의 혼탁함 속에서 고독하게 지내는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며, 왕자립에게 자신의 잘못을 바로잡아 줄 것을 기대합니다. "오래 보지 못하면 스스로를 해칠까 두렵다"는 표현은 왕자립에 대한 의지와 기대를 강하게 드러내는 부분입니다. 자신이 가고 싶지만 길이 없다는 표현은 정치적인 이유 등으로 인해 뜻을 펼치지 못하는 자신의 상황을 암시합니다. 마지막으로, 왕자립이 두려워하지 않고 곧장 돌아가 자신의 뜻을 펼치기를 권유하며 시를 마무리합니다.

주요 특징:

  • 송별의 정과 자기 한탄의 조화: 이 시는 단순히 송별의 정을 표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는 내용과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 비유와 상징의 활용: 들말, 북쪽의 거센 물결, 서쪽의 먼지, 옥인, 옥의 원석 등 다양한 비유와 상징을 사용하여 시의 의미를 풍부하게 합니다.
  • 고사를 활용한 표현: '식미'와 같은 고사를 활용하여 시의 분위기를 조성하고 의미를 심화합니다.

이 시는 소식의 뛰어난 문학적 재능을 보여주는 작품 중 하나입니다. 섬세한 감정 표현, 풍부한 비유와

 

 

소식(蘇軾)의 동파집(東坡集)에 실린 "황니판사(黃泥坂詞)"를 현대 한국어로 번역하고, 중요한 내용에 대한 분석과 설명을 덧붙이겠습니다. 이 시는 황니판(黃泥坂)이라는 언덕길을 산책하며 느낀 감회를 읊은 사(詞)입니다.

현대 한국어 번역:

임고(臨臯)를 나와 동쪽으로 달리다가, 무덤들을 따라 북쪽으로 방향을 틀었네. 설당(雪堂)의 비탈길을 지나, 황니판의 긴 언덕길을 걸었네. 큰 강은 왼쪽으로 소용돌이치고, 아득한 구름 물결은 펼쳐졌다 말리네. 초목은 겹겹이 오른쪽으로 붙어 있고, 무성한 나무 언덕은 푸르고 무성하네. 나는 아침에 갔다가 저녁에 돌아오니, 거닐며 서성이며 머뭇거렸네. 비록 경치가 아름다워도 오래 머물 곳은 아니지만, 잠시나마 나를 즐겁게 하네. 나는 어려서부터 이러한 기이한 옷차림을 좋아하여, 앞 사람의 기괴하고 허황된 것을 답습했네. 늙어서는 더욱 변하여 스스로를 비웃으니, 세상을 놀라게 하는 것이 재앙을 불러오는 것임을 깨달았네. 보배로운 옷을 벗고 비단 솜옷을 입으니, 시장 사람들과 구별이 없네. 길은 멀고 멀어 왕래하는 사람이 없으니, 한 자리를 지키며 한 해를 보내네. 때때로 산책하며 멀리 바라보니, 길이 끝나는 곳까지 갔다가 되돌아오네. 아침에는 황니판의 흰 구름과 함께 놀고, 저녁에는 설당의 푸른 연기 속에서 잠드네. 물고기와 새가 나를 놀라게 하지 않으니 기쁘고, 나무꾼과 농부가 나를 함부로 대하니 다행이네. 처음에는 술에 취해 노래하며 다니다가, 갑자기 지팡이를 놓고 술에 취해 쓰러졌네. 풀은 방석이 되고 흙덩이는 베개가 되니, 화려한 집의 맑고 조용한 저녁이 부럽지 않네. 어지럽게 내리는 이슬이 옷을 적시고, 밝은 달이 둥글게 뜨네. 마을 어른들이 나를 불러 깨우니, 소와 양이 나를 밟을까 두려워하셨네. 이에 벌떡 일어나, 일어나 노래하네. 달은 밝고 별은 드무니, 나를 맞이하러 왔다가 나를 배웅하러 돌아가네. 해가 이미 저물어 초목이 시드니, 돌아가자 돌아가자, 황니판에서 오래 놀 수는 없네.

정밀 분석 및 설명:

이 시는 자연 속에서 잠시나마 평화를 느끼지만, 결국 현실로 돌아가야 하는 인간의 유한한 삶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각 부분을 나누어 자세히 분석해 보겠습니다.

  • 서경 묘사 (초반부): 황니판의 풍경을 생생하게 묘사합니다. 강, 구름, 초목, 언덕 등 자연의 아름다움을 다채롭게 표현하며, 시적 분위기를 조성합니다.
  • 과거 회상과 깨달음: 과거의 기이한 옷차림을 좋아했던 자신을 회상하며, 늙어서는 세상을 놀라게 하는 것이 재앙을 불러오는 것임을 깨달았다고 고백합니다. 이는 세상과의 불화를 겪었던 자신의 과거를 반성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 은둔 생활 묘사: 왕래하는 사람이 없는 한적한 곳에서 조용히 지내는 자신의 모습을 묘사합니다. 자연 속에서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는 모습은 은둔 생활의 만족감을 나타내는 것처럼 보입니다.
  • 자연과의 교감: 흰 구름, 푸른 연기, 물고기, 새, 나무꾼, 농부 등 자연과 어우러지는 모습을 통해 자연과의 교감을 표현합니다. 술에 취해 풀밭에 누워 잠든 모습은 자연과의 완전한 합일을 보여주는 듯합니다.
  • 현실로의 귀환 (결말부): 마을 어른들의 깨우침으로 잠에서 깨어나 현실로 돌아옵니다. 달과 별, 시든 초목 등의 자연 현상을 통해 시간의 흐름과 인생의 유한함을 느끼고, 황니판에서 오래 머물 수 없음을 깨닫습니다. "돌아가자 돌아가자, 황니판에서 오래 놀 수는 없네"라는 마지막 구절은 자연에서의 즐거움이 일시적인 것임을 강조하며, 현실로 돌아가야 하는 인간의 숙명을 나타냅니다.

주요 특징:

  • 서경과 서정의 조화: 아름다운 자연 풍경 묘사와 함께 시인의 내면적인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 과거 회상과 현재의 깨달음: 과거의 어리석음을 반성하고 현재의 깨달음을 이야기하는 방식을 통해 시의 주제를 심화합니다.
  • 대조적인 이미지의 활용: 자연의 아름다움과 인간의 유한함, 은둔 생활의 평화로움과 현실로의 귀환 등 대조적인 이미지를 사용하여 시의 의미를 더욱 부각합니다.

이 시는 소식이 자연 속에서 잠시나마 얻은 평화와 안식을 노래하면서도, 결국 현실로 돌아가야 하는 인간의 유한한 삶을 깨닫는 과정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자연과의 교감을 통해 얻는 일시적인 행복과 인간의 숙명적인 한계를 동시에 보여주는 점에서, 인생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蘇軾(소식)의 동파집(東坡集)에 실린 "청계사(清溪詞)"를 현대 한국어로 번역하고, 중요한 내용에 대한 분석과 설명을 덧붙이겠습니다. 이 시는 청계(清溪)라는 시냇가 주변의 풍경을 묘사하며, 은거 생활에 대한 동경을 나타낸 사(詞)입니다.

현대 한국어 번역:

큰 강 남쪽 구화산(九華山) 서쪽에, 추포(秋浦)를 건너 어지러운 청계에 이르렀네. 물은 아득하고 산에는 길이 없으며, 길은 겹겹이 이어져 사는 사람도 길을 잃네. 푸른색과 붉은색이 찬란하게 높낮이를 이루고, 십 리에 걸친 소나무와 천 이랑의 논이 펼쳐져 있네. 산에는 사람이 없고 구름이 아침에 오르며, 안개는 자욱하고 비는 부슬부슬 내리네. 숲과 골짜기에서 휘파람 불고 진흙길에서 소리치며, 담비와 날다람쥐가 오리 및 해오라기와 함께 다니네. 갑자기 외로운 성채가 겹겹의 제방 속에 숨어 있고, 아득하고 희미한 가운데 개 짖는 소리와 닭 우는 소리가 들리네. 무성한 기와집들은 새의 날개처럼 가지런하고, 높은 처마와 날아갈 듯한 공포가 떠 있네. 기러기는 남쪽으로 돌아가고 매미는 차갑게 우는데, 가을 물을 희롱하며 맑은 물을 움켜쥐네. 아침 시장은 모여들어 노인들과 뒤섞여 있고, 대나무 상자와 표주박을 들고 쟁기와 보습을 차고 다니네. 새와 짐승은 흩어져 서로 부축하며, 놀라운 우레를 피해 긴 무지개를 쫓아가네. 푸른 산봉우리를 바라보니 옛 절이 있고, 계수나무 가지 끝에는 구름 사다리가 걸려 있네. 마치 어떤 사람이 그윽한 곳에 은거하는 듯하니, 돌을 문으로 삼고 구름을 안방으로 삼았네. 빈 집에는 법희(法喜)를 아내로 삼고, 원숭이와 잔나비를 부르고 사슴과 고라니 새끼를 기르네. 나도 가고 싶어 지팡이를 짚고, 홀로 길게 휘파람 불며 완적(阮籍)과 혜강(嵇康)처럼 세상을 등지리라.

정밀 분석 및 설명:

이 시는 청계의 아름다운 자연 풍경과 그곳에서 은거하는 삶에 대한 동경을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각 부분을 나누어 자세히 분석해 보겠습니다.

  • 서경 묘사 (초반부): 청계 주변의 자연 풍경을 다채롭게 묘사합니다. 강, 산, 시냇물, 초목 등 자연의 요소들을 생동감 있게 표현하며, 신비롭고 아름다운 분위기를 조성합니다. 특히 "물은 아득하고 산에는 길이 없으며, 길은 겹겹이 이어져 사는 사람도 길을 잃네"라는 구절은 청계의 깊고 외진 모습을 강조합니다.
  • 다양한 생명체의 조화: 사람뿐 아니라 새, 짐승 등 다양한 생명체들이 자연 속에서 조화롭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는 자연의 풍요로움과 생명력을 나타내는 동시에, 인간과 자연의 조화로운 관계를 암시합니다.
  • 인간 세상의 모습: 아침 시장의 모습과 농부들의 모습을 통해 인간 세상의 활기찬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새와 짐승들이 우레를 피해 무지개를 쫓는 모습은 인간 세상의 불안정함과 대비됩니다.
  • 은거 생활에 대한 동경: 푸른 산봉우리에 있는 옛 절과 그곳에서 은거하는 사람의 모습을 묘사하며, 은거 생활에 대한 동경을 드러냅니다. 돌을 문으로 삼고 구름을 안방으로 삼는 모습, 법희를 아내로 삼고 원숭이와 사슴을 기르는 모습 등은 자연과 하나 된 삶, 정신적인 풍요를 추구하는 삶을 상징합니다.
  • 세상과의 결별 의지 (결말부): 자신도 지팡이를 짚고 청계로 가서 완적과 혜강처럼 세상을 등지고 살고 싶다는 마음을 표현하며 시를 마무리합니다. 완적과 혜강은 위진 시대의 은둔 시인들로, 속세를 떠나 자유로운 삶을 살았던 인물들입니다. 이들을 언급함으로써 시인의 은둔 의지를 더욱 강조합니다.

주요 특징:

  • 뛰어난 서경 묘사: 청계 주변의 자연 풍경을 생동감 넘치게 묘사하여 독자에게 시각적인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합니다.
  • 다양한 감각적 이미지의 활용: 시각, 청각, 촉각 등 다양한 감각적 이미지를 활용하여 시의 표현력을 높입니다.
  • 은거 사상의 반영: 속세를 떠나 자연 속에서 자유롭게 살고자 하는 은거 사상이 시의 중요한 주제를 이루고 있습니다.
  • 고사 인용: 완적과 혜강이라는 고사를 인용하여 시의 의미를 심화합니다.

이 시는 소식이 청계의 아름다운 자연 풍경을 통해 은거 생활에 대한 동경을 표현한 작품입니다. 자연과 하나 된 삶, 정신적인 풍요를 추구하는 삶에 대한 시인의 이상향을 보여주는 동시에, 혼탁한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마음을 드러내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소식(蘇軾)의 동파집(東坡集)에 실린 "이중몽애사(李仲蒙哀詞)"를 현대 한국어로 번역하고, 중요한 내용에 대한 분석과 설명을 덧붙이겠습니다. 이 글은 이중몽(李仲蒙)의 죽음을 애도하며 지은 애사(哀詞)로, 서문과 본사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현대 한국어 번역:

(서(序) - 서문)

하남(河南) 사람 이군(李君) 중몽은 사봉랑(司封郎)으로서 사관(史館)의 기실(記室)과 기왕부(岐王府)의 관직을 겸임하다가, 희녕(熙寧) 2년 7월 병술일에 서울에서 세상을 떠났다. 집이 가난하여 장례를 제때 치르지 못하였다. 그의 동료들이 함께 부의(賻儀)를 보내어 염습을 마치고 돌아갔다. 10월 병신일에 구씨(緱氏) 백비산(柏岯山) 서쪽에 장사지냈다. 그의 아들이 사람을 보내 나(소식)에게 와서 알리며 말하기를, “아! 우리 선친은 당신의 친구입니다.”라고 하였다. 그를 곡하는데 어찌 사(詞)가 없을 수 있겠는가? 옛날 우리 선친이 태상시(太常寺)에서 처음 벼슬을 시작했을 때, 당신은 박사(博士)로서 아침저녁으로 왕래하며 서로 친하게 지냈다. 선친은 다른 사람과는 거의 교류하지 않았지만, 유독 당신을 장자(長者)라고 칭찬하였다. 당신은 사람됨이 돈후(敦厚)하고 겸손하며, 학문이 넓고 통달하였으며, 특히 모씨시(毛氏詩)와 사마씨사(司馬氏史)에 뛰어났다. 사람들과 잘 사귀었으며, 비록 남에게 해를 입어도 보복하지 않았다. 일찍이 당신과 혼인 관계를 맺었던 사람이 있었는데, 아무 이유 없이 관계를 끊어버리자, 듣는 사람들이 그를 부당하다고 여겼지만, 당신은 태연하게 마음에 두지 않았다. 선친은 이 때문에 당신의 어려움을 칭찬하였다. 처음 진사 갑과에 급제하여, 호주(亳州), 윤주(潤州), 빈주(邠州) 세 고을의 직관(職官)을 지냈고, 나중에는 응천부(應天府)의 녹조(錄曹)가 되었다. 부지런히 맡은 일을 처리하여, 상관 중에 그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었지만, 일을 가지고 그를 곤경에 빠뜨리려 해도 그러지 못하였다. 박사가 된 후, 예의(禮儀)를 논할 때, 바른 것을 주장하며 굽히지 않았다. 만년에 기왕부에 들어가 경술(經術)로 보도하였는데, 성실하고 아첨하지 않으니, 그의 말이 후에 많이 들어맞았다. 당신의 이름은 육(育)이고, 그의 선조는 하내(河內) 사람이다. 고조(高祖) 때부터 구씨로 이주하였다. 세상을 떠날 때 나이 50세였다.

(사(詞) - 본사)

마음은 편안하고 부드러우며, 기운은 맑고 고르시네. 내면과 외면이 순수하고 한결같으니, 말은 믿을 만하네. 원망도 미움도 없이, 좋은 벗이시네. 시를 배우고 예의에 통달하니, 영민하고 문장에도 능하시네. 왕의 번저(藩邸)에서 활약했지만, 벼슬은 떨치지 못했네. 마땅히 오래도록 장수해야 했건만, 한창때에 세상을 떠나셨네. 두 가지를 하나도 얻지 못했으니, 신을 원망하네. 내 선친을 생각하니, 눈물이 시고 쓰라리네. 돌아보건대 뭇사람들은, 진실을 함부로 버리네. 드높고 뛰어난 척하며, 스스로를 귀하고 소중하게 여기네. 세상을 속이고 풍속을 어지럽히니, 마음속이 편안하지 않네. 오래 견디지 못하고, 싫어지면 도망치네. 미혹된 자는 이해하지 못하고, 현명한 자는 비웃네. 아! 끝내 깨닫지 못하니, 오직 저 현명한 분만이 그러하셨네. 소박하고 간이하셨지만, 뜻을 펼치지 못하셨네. 지나간 것은 돌아오지 않으니, 나는 당신을 생각하네.

정밀 분석 및 설명:

이 애사는 이중몽이라는 인물의 죽음을 애도하며, 그의 인품과 삶을 기리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서문과 본사를 나누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 서문: 이중몽의 생애와 인품, 그리고 소식과의 인연을 간략하게 소개합니다. 이중몽은 학문이 뛰어나고 인품이 고결했지만, 벼슬길에서는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습니다. 소식의 아버지와 친분이 있었으며, 소식 또한 그를 존경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서문은 이중몽의 죽음을 애도하는 배경을 설명하고, 애사를 짓게 된 이유를 밝히고 있습니다.
  • 본사: 이중몽의 인품과 삶을 찬양하고, 그의 죽음을 애통해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 이중몽의 인품 찬양: 그의 편안하고 부드러운 성품, 순수하고 한결같은 마음, 원망과 미움이 없는 인격, 뛰어난 학문 등을 칭찬합니다. 특히 "학시달례(學詩達禮)"는 그가 시와 예에 밝았음을 나타내며, 유학적 소양을 갖춘 인물임을 보여줍니다.
    • 불운한 삶에 대한 안타까움: 왕의 번저에서 일했지만 벼슬을 떨치지 못하고, 마땅히 장수해야 할 나이에 요절한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현합니다. "양불일획(兩不一獲)"은 벼슬과 수명을 모두 얻지 못했음을 의미하며, 그의 불운한 삶을 더욱 부각합니다.
    • 세태 비판: 이중몽과 대비되는 세속적인 사람들의 모습을 비판합니다. 진실을 버리고, 허세를 부리며, 세상을 속이는 행태를 지적하며, 이중몽의 고결한 인품을 더욱 강조합니다.
    • 이중몽에 대한 그리움: 소박하고 간이했던 이중몽을 그리워하며, 지나간 것은 돌아오지 않는다는 슬픔을 표현합니다.

주요 특징:

  • 인물 중심의 서술: 이중몽의 인품과 삶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며,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감정을 효과적으로 전달합니다.
  • 대조를 통한 주제 부각: 이중몽의 고결한 인품과 세속적인 사람들의 부정적인 모습을 대조하여, 시의 주제를 더욱 부각합니다.
  • 간결하고 진솔한 표현: 화려한 수사보다는 간결하고 진솔한 표현을 사용하여, 애도의 감정을 담담하게 전달합니다.

이 애사는 소식이 이중몽이라는 인물을 얼마나 존경하고 아꼈는지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그의 고결한 인품과 불운한 삶을 애도하며, 혼탁한 세태를 비판하는 내용을 통해, 인간의 가치와 삶의 의미에 대한 깊은 성찰을 보여줍니다.

 

 

소식(蘇軾)의 동파집(東坡集)에 실린 "전군의애사(錢君倚哀詞)"를 현대 한국어로 번역하고, 중요한 내용에 대한 분석과 설명을 덧붙이겠습니다. 이 글은 전군(錢君) 의(倚)의 죽음을 애도하며 지은 애사(哀詞)입니다.

현대 한국어 번역:

큰 강 남쪽, 진택(震澤) 북쪽에, 나는 사방으로 다니며 돌아갈 곳이 없으니, 장차 이곳에서 멈추어 쉬려 하네. 어찌 이 땅의 음식이 부족해서이겠는가, 장차 이 땅의 사람들을 만나기 어려워서이겠지. 먹을 것은 있으나 사람이 없는 것이 병이 되는 것이 아니니, 내가 어디를 간들 좋지 않겠는가. 홀로 배회하며 떠나지 않는 것은, 이 나라에 많은 군자들이 있기 때문이네. 아름다운 한 분이 계시니, 맑고 밝으며, 키가 크고 마르셨네. 밝고 정직하며 아는 것이 많으니, 옛날의 좋은 벗이시네. 자(規)와 구(矩)를 지니고 법도(繩墨)를 따르며, 지초(芝蘭)를 차고 밝은 달을 옷 입었네. 세상 사람들을 대할 때, 세상은 굳게 막고 대답하지 않네. 비록 대답하지 않는다 한들 무엇을 잃겠는가, 속세를 초월하여 뜻을 펼치며 스스로 만족하네. 나는 장차 그대의 나아가고 물러남을 보아 스스로 점치려 하였고, 함께 행하고 그침을 보아 맑고 흐림을 본받으려 하였네. 그대는 갑자기 돌아오지 않으니, 세상은 혼탁한데 나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빈 당에 올라 유영(遺像)을 바라보며, 먼지가 쌓인 책상과 자리를 조문하네. 진실로 나를 다스려 주던 사람이 이미 죽었으니, 내가 이곳에 산들 무슨 이익이 있겠는가. 방황하며 함께할 사람이 없으니, 이곳을 버리고 어디로 향해야 하는가? 어찌 살아 있는 사람들 중에 그만한 사람이 없겠는가마는, 아득히 새벽별처럼 서로 바라볼 뿐이네. 나는 여러 해 동안 세 번이나 곡하니, 모두 나라의 영걸들이었네. 진실로 세상살이를 사귐에 의지한다면, 이와 같으니 내가 죽지 않을 수 있겠는가. 큰 강에 임하여 길게 탄식하니, 나는 운명을 건널 수 없음을 알겠네.

정밀 분석 및 설명:

이 애사는 전군 의라는 인물의 죽음을 애도하며, 그의 고결한 인품과 자신의 슬픔을 토로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각 부분을 나누어 자세히 분석해 보겠습니다.

  • 서두 (정착 의지와 군자의 존재): "큰 강 남쪽, 진택 북쪽"이라는 구절은 시인이 머무르려는 곳의 지리적 위치를 나타냅니다. 사방으로 떠돌던 시인이 이곳에 정착하려 했던 이유는 바로 "많은 군자"들 때문이라고 밝힙니다. 이는 전군 의를 포함한 훌륭한 인물들이 있었기에 그곳에 머무르려 했다는 의미입니다.
  • 전군 의의 인품 찬양: 전군 의의 맑고 밝은 인품, 뛰어난 학식, 고결한 행실 등을 칭찬합니다. "자(規)와 구(矩)를 지니고 법도(繩墨)를 따르며, 지초(芝蘭)를 차고 밝은 달을 옷 입었다"는 표현은 그의 도덕적 품격이 높았음을 비유적으로 나타냅니다. 세상과의 불화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고 살아가는 그의 모습을 높이 평가합니다.
  • 전군 의의 죽음에 대한 슬픔과 상실감: 전군 의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대한 슬픔과 상실감을 토로합니다. 그를 통해 자신의 진퇴를 점치려 했고, 그의 삶을 본받으려 했지만, 이제 그럴 수 없게 되었음을 안타까워합니다. "세상은 혼탁한데 나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라는 질문은 그의 부재로 인해 느끼는 방향 상실감을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 고독과 인생의 무상함: 전군 의의 죽음 이후 느끼는 고독과 인생의 무상함을 표현합니다. "방황하며 함께할 사람이 없으니, 이곳을 버리고 어디로 향해야 하는가?"라는 구절은 그의 죽음으로 인해 겪는 심리적 고통을 드러냅니다. "나는 여러 해 동안 세 번이나 곡하니, 모두 나라의 영걸들이었다"는 표현은 가까운 사람들의 연이은 죽음을 경험하며 느끼는 슬픔과 인생의 덧없음을 나타냅니다.
  • 운명에 대한 탄식 (결말부): 큰 강을 바라보며 자신의 운명을 탄식하는 것으로 시를 마무리합니다. "나는 운명을 건널 수 없음을 알겠네"라는 마지막 구절은 인간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운명에 대한 체념과 슬픔을 담고 있습니다.

주요 특징:

  • 고결한 인품에 대한 찬양: 전군 의의 인품을 이상적인 군자의 모습으로 묘사하며,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감정을 더욱 고조시킵니다.
  • 상실감과 고독의 심화: 가까운 사람의 죽음으로 인한 상실감과 고독을 심도 있게 표현합니다.
  • 운명에 대한 탄식: 인간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운명에 대한 슬픔과 체념을 드러냅니다.

이 애사는 단순히 한 개인의 죽음을 애도하는 것을 넘어, 고결한 인물의 부재로 인한 슬픔과 세상의 혼탁함, 그리고 인간의 유한한 운명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고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전군 의의 인품을 통해 이상적인 인간상을 제시하고, 그의 죽음을 통해 인생의 무상함을 강조하는 방식은 독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소식(蘇軾)의 동파집(東坡集)에 실린 "상춘사 병서(傷春詞 并序)"를 현대 한국어로 번역하고, 중요한 내용에 대한 분석과 설명을 덧붙이겠습니다. 이 글은 친구 여군 문보(呂君文甫)의 아내 안씨(安氏)의 죽음을 애도하며 지은 상춘사(傷春詞)와 그 서문입니다.

현대 한국어 번역:

(서(序) - 서문)

지난해 12월, 우부랑(虞部郎) 여군 문보가 그의 아내 안씨를 잃었다. 2월에 편지를 보내 나에게 이르기를, “안씨는 매우 아름다웠고 현숙한 행실이 있었습니다. 생각하면 잊을 수 없어, 길이 남을 만한 부탁을 하고자 하니, 바라건대 한 말씀 지어 조문해 주십시오.”라고 하였다. 나는 그의 뜻을 슬퍼하여 이에 상춘사를 지었다.

(사(詞) - 본사)

아름다운 사람과 세월이 함께 흘러갔으니, 세월은 다시 돌아오지만 그녀는 돌아오지 않네. 새로운 봄을 살아 있는 사람들에게 맡기니, 오직 그녀는 편안히 저 세상으로 더욱 멀어져 갔네. 책을 보아도 몽롱하기 술 취한 듯하고, 밤에는 잠 못 이루고 깜박거리네. 멍하니 앉아 스스로 깨닫지 못하니, 지나간 사물들의 변화가 어지럽게 눈앞을 스치네. 눈과 서리가 다 녹으니 새가 울고, 연못은 따뜻한 물이 흘러 넘치네. 황폐한 정원을 거닐며 옛 자취를 찾으니, 온갖 풀들이 무성하게 자라 있네. 바람은 가볍게 불고, 해는 더디게 더욱 아름다워지네. 아득히 날아다니는 버들개지는 끝이 없고, 활짝 핀 복숭아꽃은 불타는 듯하네. 제비는 시끄럽게 어린아이처럼 재잘거리고, 비둘기는 슬피 울부짖네. 나비는 떼 지어 날아 서로 만나고, 벌은 꽃술을 안고 더욱 시끄럽게 우네. 만물이 제때를 얻음을 기뻐하지만, 오직 그녀만이 이러한 억울한 일을 당했음을 아파하네. 여러 친척들은 함께 어울려 다니지만, 홀로 벽을 향해 영원히 탄식하네. 눈물은 반짝이며 눈썹에 맺히고, 꽃은 흔들리며 눈을 어지럽히네. 낮에 문을 나서도 감히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니, 텅 빈 방의 막막함을 두려워해서라네. 문득 문에 들어서서 말을 하려 하지만, 아! 오히려 그녀가 지금 살아 있는 듯 여기네. 밤의 꿈속에서 혼백을 부리지만, 희미한 형적을 쫓아도 만날 인연이 없네. 임공(臨邛)의 도사를 찾아보고, 조상(稠桑)의 노인을 찾아보았네. 설령 다시 만날 수 있다 하더라도, 황홀하여 참되지 않을까 두렵네. 내 글을 구하여 슬픔을 쓰려 하지만, 나 또한 슬프고 한스러워 말을 할 수 없네. 대저 이미 자신의 몸도 돌보지 않거늘, 어찌 이러한 글이 필요하겠는가.

정밀 분석 및 설명:

이 시는 봄의 아름다운 풍경과 대비되는 죽은 이에 대한 그리움과 슬픔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서문과 본사를 나누어 살펴보겠습니다.

  • 서문: 이 시를 짓게 된 배경을 설명합니다. 친구 여군 문보가 아내를 잃은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소식에게 조문을 부탁한 사실을 간략하게 전합니다. 이를 통해 독자는 시를 읽기 전에 시의 주제와 분위기를 미리 짐작할 수 있습니다.
  • 본사: 봄의 풍경 묘사와 죽은 이에 대한 그리움과 슬픔을 교차하며 표현합니다.
    • 봄의 풍경 묘사: 눈과 서리가 녹고 새가 울고, 꽃이 피고 벌과 나비가 날아다니는 등 봄의 생동감 넘치는 풍경을 묘사합니다. 이는 죽음으로 인한 슬픔과 대비되어 더욱 애절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특히 "만물이 제때를 얻음을 기뻐하지만, 오직 그녀만이 이러한 억울한 일을 당했음을 아파하네"라는 구절은 봄의 풍요로움과 대비되는 죽음의 비극성을 강조합니다.
    • 죽은 이에 대한 그리움과 슬픔: 죽은 아내를 그리워하며 잠 못 이루는 밤, 텅 빈 방에 대한 두려움, 꿈속에서라도 만나고 싶은 간절함 등을 표현합니다. 특히 "문득 문에 들어서서 말을 하려 하지만, 아! 오히려 그녀가 지금 살아 있는 듯 여기네"라는 구절은 죽은 이에 대한 그리움이 얼마나 강렬한지를 보여줍니다.
    • 영혼을 만나려는 시도: 도사를 찾고 노인을 찾아 영혼을 만나려 했던 과거의 풍습을 언급하며, 죽은 이에 대한 그리움을 해소하려는 인간의 보편적인 심리를 보여줍니다. 그러나 "설령 다시 만날 수 있다 하더라도, 황홀하여 참되지 않을까 두렵네"라는 구절에서 알 수 있듯이, 영혼을 만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함을 인정합니다.
    • 글을 쓰는 고통: 친구의 부탁으로 글을 쓰지만, 자신 또한 슬픔에 잠겨 글을 쓰는 것이 고통스럽다고 토로합니다. 이는 죽은 이에 대한 슬픔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글을 통해 슬픔을 달래려는 시인의 노력을 보여줍니다.

주요 특징:

  • 대조를 통한 감정 표현: 봄의 아름다운 풍경과 죽음의 슬픔을 대조하여, 애도의 감정을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합니다.
  • 섬세한 심리 묘사: 죽은 이를 그리워하는 마음, 텅 빈 공간에 대한 두려움, 영혼을 만나고 싶어 하는 간절함 등 슬픔에 잠긴 인간의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합니다.
  • 간결하고 절제된 표현: 과장된 표현을 사용하지 않고, 간결하고 절제된 어조로 슬픔을 표현하여 독자에게 더욱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킵니다.

이 시는 소식이 친구의 아내의 죽음을 애도하며 지은 작품으로, 봄의 아름다운 풍경과 대비되는 죽음의 슬픔을 통해 인간의 유한함과 삶의 비애를 노래하고 있습니다. 특히, 섬세한 심리 묘사와 절제된 표현을 통해 독자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합니다.

 

 

소식(蘇軾)의 동파집(東坡集)에 실린 "소세미애사(蘇世美哀詞)"를 현대 한국어로 번역하고, 중요한 내용에 대한 분석과 설명을 덧붙이겠습니다. 이 시는 소식의 친척인 소세미(蘇世美)를 애도하는 내용으로, 그의 인품과 불우한 삶, 그리고 소식 자신의 슬픔과 다짐을 담고 있습니다.

현대 한국어 번역:

아름다운 한 사람이 있었으니, 키가 크고 수염이 길었네. 굳세고 기개가 있었으며, 나아가 벼슬길에 올랐네. 정치에 밝았고, 민첩하고 청렴했네. 안회(顔回)와 자로(子路)와 같으니, 재능과 덕행을 겸비했네. 훌륭한 대장부였지만, 얼굴빛은 굳세고 엄했네. 수염을 떨며 책상을 치고, 여러 간신들을 꾸짖었네. 이름을 듣고 모습을 보기만 해도, 이미 병이 들었음을 알 수 있었네. 친구와 후배를 공경하고, 조심스럽고 겸손했네. 가난하고 약한 자들을 가르치고 보살폈으며, 말은 부드럽고 달콤했네. 강함과 부드러움이 적절하여, 두려움과 사랑을 함께 받았네. 외곬으로 곧아 의지할 곳이 없으니, 여러 간신들이 그를 꺼렸네. 하늘에 무슨 죄를 지었기에, 목숨마저 빼앗아 갔는가. 죽어서도 관조차 없으니, 갑자기 가난해진 것이 아니네. 누가 진정한 친구이며, 누가 편안하게 여겨 주겠는가. 나는 황주(黃州)로 귀양 와서, 세월이 오래되었네. 그 후 8년이 지나, 꿈에서 다시 보았네. 말하기를 “내 아들 균(鈞)은, 간장과 소금을 달게 먹고 지내네. 겨울 달에 땔나무를 지고, 옷은 거친 베옷조차 없네.”라고 하였네. 꿈에서 깨어나 길게 탄식하니, 눈물이 흘러 옷을 적시네. 영원히 균에게 이르노니, 가난을 지키며 숨어 지내라고 하네. 괴로운 마음과 위태로운 심장으로, 스스로를 갈고 닦으라고 하네. 하늘이 나를 속이지 않는다면, 곧 귀양에서 풀려날 날이 있을 것이네. 어찌 다른 사람들처럼, 늙어서 평범한 백성으로 살겠는가. 살아 있을 때는 기뻐하고 죽으면 잊으니, 내 말이 그들을 깨우치는 바늘이 되리라.

정밀 분석 및 설명:

이 애사는 소세미의 삶과 죽음을 애도하며, 그의 고결한 인품과 불우한 처지를 안타까워하는 소식의 슬픔이 잘 드러나 있습니다. 각 부분을 나누어 자세히 분석해 보겠습니다.

  • 소세미의 인품 묘사 (초반부): 소세미의 외모와 성품을 묘사합니다. 키가 크고 수염이 있는 외모, 굳세고 기개 있는 성격, 정치에 밝고 청렴한 관리로서의 면모, 학문과 덕행을 겸비한 인물임을 강조합니다. 특히 "여구여유(如求與由)"는 공자의 제자인 안회와 자로를 비유한 것으로, 소세미의 뛰어난 인품을 칭송하는 표현입니다.
  • 불우한 처지와 죽음: 소세미가 외곬으로 곧은 성격 때문에 간신들의 미움을 받았고, 결국 요절하게 된 것을 안타까워합니다. "하고우어신(何辜於神)"은 하늘에 무슨 죄를 지었기에 이러한 불행을 겪어야 하는가라는 탄식으로, 그의 불우한 운명을 강조합니다. 죽어서도 가난한 형편을 나타내는 "사무단석(死無甔石)"이라는 표현은 더욱 안타까움을 자아냅니다.
  • 꿈속의 만남과 슬픔: 소식이 황주로 귀양 간 후 8년 만에 꿈에서 소세미를 만나는 장면이 나옵니다. 꿈속에서 그의 아들 균의 어려운 처지를 듣고 슬퍼하는 모습은 소세미에 대한 그리움과 안타까움을 더욱 심화시킵니다.
  • 아들에게 전하는 당부와 자신의 다짐: 꿈에서 깨어난 후 아들 균에게 가난을 지키며 숨어 지내라고 당부하고, 자신 또한 괴로운 마음으로 스스로를 갈고 닦겠다고 다짐합니다. "천불오기(天不吾欺)"는 하늘이 자신을 속이지 않는다면 언젠가 귀양에서 풀려날 날이 올 것이라는 희망을 나타냅니다.
  • 세태 비판과 교훈 (결말부): 평범하게 살다가 죽으면 잊히는 사람들과 달리, 자신의 말을 통해 세상을 깨우치겠다는 의지를 드러냅니다. "생환사망(生歡死忘)"은 사람들이 살아 있을 때는 기뻐하다가 죽으면 잊는 세태를 비판하는 표현입니다.

주요 특징:

  • 인물 중심의 서술: 소세미의 삶과 인품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며,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감정을 효과적으로 전달합니다.
  • 꿈의 활용: 꿈이라는 매개를 통해 소세미를 다시 만나고 그의 아들의 소식을 듣는 장면은 시의 감동을 더합니다.
  • 자신의 상황과 연결: 소세미의 불우한 처지와 자신의 귀양살이를 연결하여, 슬픔과 고독을 더욱 심화시킵니다.
  • 교훈적인 메시지: 세태를 비판하고, 아들에게 당부하며, 자신의 다짐을 밝히는 부분을 통해 교훈적인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이 애사는 소식이 친척의 죽음을 애도하며 그의 삶과 인품을 기리는 동시에, 자신의 슬픔과 다짐을 담은 작품입니다. 특히, 꿈을 통해 죽은 이를 만나는 장면, 그리고 자신의 상황과 연결하여 슬픔을 표현하는 방식은 독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또한, 세태를 비판하고 교훈을 전달하는 부분은 시의 의미를 더욱 풍부하게 합니다.

 


 

소식(蘇軾)의 동파집(東坡集)에 실린 "염여퇴부 병서(灩澦堆賦 并序)"를 현대 한국어로 번역하고, 중요한 내용에 대한 분석과 설명을 덧붙이겠습니다. 이 글은 구당협(瞿唐峽) 입구의 염여퇴(灩澦堆)라는 바위에 대한 부(賦)와 그 서문입니다. 사람들은 염여퇴를 매우 위험한 존재로 여겼지만, 소식은 오히려 그것이 강의 흐름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고 보았습니다.

현대 한국어 번역:

(서(序) - 서문)

세상 사람들은 구당협 입구의 염여퇴를 천하에서 가장 험한 곳으로 여기며, 배가 뒤집히는 것은 모두 이 돌 때문이라고 탓한다. 내가 보기에, 오히려 이 돌은 사람들에게 공헌하는 바가 있다. 무릇 촉강(蜀江)은 온갖 물을 모아 구이(夔)에 이르러, 넓고 넓게 큰 들판에 가로놓여 흐르는데, 협곡의 크고 작음은 그 십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한다. 만약 먼저 그 사이에 부딪히는 것이 없다면, 멀리서부터 흘러온 강물은, 맹렬하게 빠르게 달려와, 구당의 입구에서 모든 기세를 다 쏟아낼 것이니, 그 험하고 두려움은 지금보다 훨씬 심할 것이다. 이 때문에 부를 지어, 좋은 일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시험 삼아 보고 생각해 보기를 기다린다.

(부(賦) - 본사)

천하에서 가장 믿을 만한 것은 오직 물뿐이다. 강과 바다의 크고 깊음은 뜻으로 헤아릴 수 있다. 오직 스스로 형상을 만들지 않고, 사물에 따라 형상을 부여받기 때문에, 천 가지 만 가지로 변화하면서도 필연적인 이치가 있다. 물결이 거세게 솟아오르고 성나면, 만 명의 장정도 감히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지만, 순순히 명령을 듣는 듯하니, 오직 성인이 부리는 바이다. 내가 구당의 입구에 배를 대고, 염여퇴의 높고 험함을 바라본 후에야 협곡을 열어 두고 없애지 않은 이유가 본래 있음을 알았다.

촉강이 멀리서부터 흘러오니, 넓고 넓은 모래벌판이 펼쳐져 있네. 천 리를 가는 동안 일찍이 부딪히는 일이 없었으니, 그 기세는 교만하고 거세어 꺾을 수 없네. 갑자기 협곡 입구의 좁고 험함을 만나니, 만 이랑의 물결을 한 잔의 술잔에 담는 듯하네. 바야흐로 협곡이 있는 줄도 알지 못할 때, 염여퇴 아래에서 싸우니, 시끄럽게 부딪히고 흔들리며, 온 힘을 다해 돌과 맞서 싸우니, 그 기세가 마치 만 기의 기병이 서쪽에서 달려오는 듯하네. 갑자기 외로운 성이 길을 막고 있으니, 갈고리와 공격용 수레가 들이닥쳐, 마침내 그 아래에 이르렀지만, 성은 견고하여 빼앗을 수 없네. 화살은 다하고 칼은 부러지니, 이리저리 성을 따라 동쪽으로 흘러가네. 이에 도도하게 흐르는 물결은, 서로 협곡으로 들어가, 편안히 흐르며 감히 성내지 못하네. 아! 사물은 본래 편안함으로 인해 변화가 생기기도 하고, 또한 위태로움을 이용하여 편안함을 구하기도 한다. 내 말을 얻어 미루어 생각해 보면, 또한 사물의 당연한 이치를 알기에 충분하다.

정밀 분석 및 설명:

이 글은 사람들이 위험하다고 여기는 염여퇴가 실제로는 강의 흐름을 조절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습니다. 서문과 본사를 나누어 살펴보겠습니다.

  • 서문: 사람들이 염여퇴를 위험의 근원으로 여기는 일반적인 시각을 소개하며, 소식은 오히려 그것이 강의 흐름을 완화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주장합니다. 넓은 강물이 좁은 협곡으로 갑자기 들어오면 그 기세가 매우 거세어지는데, 염여퇴가 그 흐름을 막아주어 오히려 하류의 위험을 줄여준다는 것입니다. 서문은 이러한 주장을 펼치게 된 배경과 목적을 설명합니다.
  • 본사: 물의 속성과 염여퇴의 역할을 비유와 묘사를 통해 설명합니다.
    • 물의 속성: 물은 형상이 정해져 있지 않고 사물에 따라 변하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또한, 평소에는 유순하지만 때로는 거대한 힘을 발휘하기도 하는 물의 양면성을 보여줍니다.
    • 염여퇴의 역할: 넓은 평야를 흐르던 강물이 좁은 협곡에 이르러 염여퇴와 만나 격렬하게 부딪히는 모습을 묘사합니다. 이는 마치 군대가 성을 공격하는 모습에 비유되어, 염여퇴가 강의 흐름을 막는 역할을 효과적으로 보여줍니다. 하지만 결국 강물은 염여퇴를 뚫지 못하고 협곡으로 순순히 흘러 들어가게 되는데, 이는 염여퇴가 강의 흐름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 변화와 안정을 통한 이치 설명: “사물은 본래 편안함으로 인해 변화가 생기기도 하고, 또한 위태로움을 이용하여 편안함을 구하기도 한다”라는 구절은 이 글의 핵심 주제를 담고 있습니다. 염여퇴라는 ‘위태로운’ 존재가 오히려 강의 흐름을 ‘안정’시키는 역할을 한다는 것입니다.

주요 특징:

  • 역발상: 사람들이 위험하다고 여기는 것을 오히려 유익하다고 보는 역발상을 통해 독자의 흥미를 유발합니다.
  • 비유와 묘사의 활용: 물의 속성과 염여퇴의 역할을 설명하기 위해 군대의 공격에 비유하는 등 생동감 넘치는 묘사와 비유를 사용합니다.
  • 철학적 사유: 사물의 변화와 안정이라는 철학적인 주제를 다루며, 자연 현상 속에서 인간 삶의 이치를 찾으려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 글은 단순히 염여퇴라는 바위에 대한 설명이 아니라, 자연 현상 속에서 인간 삶의 지혜를 발견하려는 소식의 사유를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역발상을 통해 사물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는 그의 독창적인 사고방식을 엿볼 수 있습니다.

 

 

소식(蘇軾)의 동파집(東坡集)에 실린 "굴원묘부(屈原廟賦)"를 현대 한국어로 번역하고, 중요한 내용에 대한 분석과 설명을 덧붙이겠습니다. 이 글은 굴원의 사당을 방문하여 그의 삶과 죽음을 애도하며 지은 부(賦)입니다.

현대 한국어 번역:

조각배를 띄워 초나라로 가니, 굴원의 옛 궁궐을 지나게 되었네. 강 위의 겹겹이 쌓인 산을 바라보니, 이곳이 오직 그대의 고향이라 하네. 옛날에 쫓겨나, 강물결을 건너 남쪽으로 옮겨갔네. 집을 떠난 지 천 리나 되니, 살아서 돌아갈 곳이 없었고, 죽어서는 무덤조차 만들 수 없었네. 슬프다! 사람은 본래 한 번 죽음이 있지만, 죽음을 어떻게 맞이하느냐가 어려운 일이네. 강 위를 배회하며, 떠나려다 결정을 내리지 못하니, 천 길이나 되는 놀라운 물결을 굽어보네. "회사(懷沙)"를 지어 스스로를 슬퍼하니, 아! 그대는 홀로 어떠한 마음이었을까. 갑자기 마지막 장의 처절함에, 장차 이곳을 떠나 물에 빠져 죽으려 하며 깊이 생각에 잠겼네. 내가 어찌 높이 날아 멀리 떠나가지 못하겠으며, 또한 어찌 물러나 조용히 깊은 곳에 숨어 살지 못하겠는가? 홀로 슬피 원망하고 그리워하는 것은, 임금과 신하 사이가 더욱 멀어질까 두려워서라네. 살아서는 힘써 간쟁하여 강하게 간하지 못했으니, 죽어서라도 그를 감동시켜 잘못을 고치기를 바랐네. 진실로 나라가 뒤집힌다면, 나 또한 어찌 홀로 오래 사는 것을 아끼겠는가. 강신(江神)에게 원통함을 알리려 하니, 풍이(馮夷)가 위로 황제에게 하소연하라고 가르쳐 주었네. 아홉 개의 관문을 거쳐 황제를 뵈었지만, 황제 또한 슬퍼하며 구원하지 못했네. 아름다운 옥과 난초를 품고도 돌아갈 곳이 없으니, 홀로 외롭게 물가에 있네. 협곡의 산은 높고 험준하고, 옛 집은 허물어졌으니 가는 사람들이 슬퍼하네. 자손들은 흩어져 어디에 있는지, 하물며 다시 높은 누대를 보겠는가. 그대가 세상을 떠난 지 지금 천 년이니, 세상은 더욱 좁아지고 살기 어려워졌네. 현명한 자는 비난을 두려워하여 행동을 바꾸니, 세속의 변화를 따라, 모난 것을 깎아 둥글게 만드네. 어지러운 세상에서 억지로 살아가며 떠나지 못하니, 또한 그들의 신하와 보좌관이 되기도 하네. 굳은 절개를 바꾸어 세속에 영합하니, 그들은 오히려 그대를 지혜롭지 못하다고 하네. 오직 고결한 절개는 가히 미칠 수 없으니, 마땅히 여러 사람들이 나를 함께하지 않는 것이 당연하네. 나라를 떠나고 세속을 버리며, 죽음을 돌아보지 않았으니, 어찌 후세에 비난을 면하기에 부족하겠는가. 아! 군자의 도는, 어찌 반드시 온전할 수 있겠는가. 몸을 온전히 하여 해를 멀리하는 것도, 또한 그러할 수 있네. 아! 그대는 홀로, 어려운 일을 하였네. 비록 중도에 맞지 않지만, 요컨대 현명하다고 하겠네. 내가 무엇을 슬퍼하겠는가, 그대는 편안한 곳으로 갔으니.

정밀 분석 및 설명:

이 부는 굴원의 삶과 죽음을 애도하며, 그의 고결한 절개와 불우한 운명을 기리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또한, 혼탁한 세상과 대비되는 굴원의 고결함을 통해, 당시 세태에 대한 소식의 비판적인 시각을 보여줍니다. 각 부분을 나누어 자세히 분석해 보겠습니다.

  • 굴원의 행적 회상 (초반부): 굴원이 쫓겨나 남쪽으로 유랑하다가 결국 강물에 투신한 그의 비극적인 삶을 간략하게 요약합니다. "회사(懷沙)"는 굴원의 대표적인 작품 중 하나로, 자신의 울분과 충정을 담은 시입니다.
  • 굴원의 심정 추측: 굴원이 강물에 투신하기 직전의 심정을 상상하며, 그의 고뇌와 갈등을 묘사합니다. 나라에 대한 충성심과 자신의 처지 사이에서 갈등하는 그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 자신과의 비교: 굴원의 선택과 자신의 처지를 비교하며, 자신 또한 굴원처럼 고결하게 살고 싶지만 현실적인 어려움 때문에 그러지 못하는 상황을 토로합니다. 이는 굴원의 고결함을 더욱 부각하는 효과를 줍니다.
  • 굴원의 충정과 죽음의 의미 강조: 굴원이 죽음을 택한 것은 단순히 삶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 나라에 대한 충성심을 보여주는 행위였음을 강조합니다. 그의 죽음은 후세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 세태 비판: 굴원의 시대와 비교하여, 당시 세상은 더욱 혼탁해졌고, 사람들은 비난을 두려워하여 자신의 신념을 버리고 세속에 영합한다고 비판합니다. 특히 "변단청어옥영(變丹青於玉瑩)"은 굳은 절개를 바꾸어 세속에 영합하는 것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당시 세태에 대한 소식의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냅니다.
  • 굴원의 고결함 찬양 (결말부): 혼탁한 세상과 대비되는 굴원의 고결한 절개를 다시 한번 강조하며, 그의 죽음은 비록 중도에 맞지 않지만 현명한 선택이었다고 평가합니다. 마지막으로 "아! 내가 무엇을 슬퍼하겠는가, 그대는 편안한 곳으로 갔으니"라는 구절을 통해 굴원의 영혼이 편안하기를 기원하며 글을 마무리합니다.

주요 특징:

  • 역사적 인물과의 교감: 굴원이라는 역사적 인물을 통해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합니다.
  • 대조를 통한 주제 부각: 굴원의 고결한 절개와 당시 세태를 대조하여, 시의 주제를 더욱 부각합니다.
  • 철학적인 사유: 삶과 죽음, 충성과 절개, 세상과 개인의 관계 등 철학적인 주제를 다루며, 인간의 가치와 삶의 의미에 대한 깊은 성찰을 보여줍니다.

이 부는 굴원의 삶을 통해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드러내고, 당시 세태를 비판하는 소식의 목소리를 담고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굴원의 고결함을 찬양하며, 그의 죽음을 통해 인간의 가치와 의미를 되새기는 부분은 독자에게 깊은 감동과 여운을 남깁니다.

 

 

소식(蘇軾)의 동파집(東坡集)에 실린 "곤양성부(昆陽城賦)"를 현대 한국어로 번역하고, 중요한 내용에 대한 분석과 설명을 덧붙이겠습니다. 이 부는 후한(後漢) 광무제(光武帝) 유수(劉秀)가 왕망(王莽)의 군대를 대파한 곤양 전투(昆陽之戰)의 옛 성터를 방문하여 지은 작품입니다.

현대 한국어 번역:

넓고 평평한 들판에 안개가 자욱한데, 홀연히 외로운 성이 마치 흙덩이처럼 놓여 있네. 바람이 모래를 불어 아득하니, 쓸쓸하게도 망루는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네. 가로 놓인 성문은 사방으로 통하고, 옛길은 완연히 바뀌지 않았네. 저 촌사람들은 무엇을 알겠는가, 굽실거리며 밭에서 채소를 가꾸고 있네. 아! 곤양의 싸움이여, 순식간에 백만 명을 도륙하였으니, 천고에 길이 통쾌한 일이네. 옛날 읍의 군대가 진을 쳤던 모습을 상상해 보니, 우뚝하게 구름을 몰고 바다를 끌어안은 듯하네. 용맹한 병사들은 수레를 붙잡고 무성하게 늘어서고, 호랑이와 표범이 뒤섞여 흩어져 무너졌네. 천하의 병력을 한 번의 싸움에 쏟아부었으니, 이와 같은 일은 다시 없을 것이라 여겼네. 바야흐로 항복을 구했지만 얻지 못했을 때, 이미 얼굴빛이 변하고 놀라 후회했네. 홀연히 천 기의 기병이 홀로 뛰쳐나가, 아직 꺾이지 않은 적의 선봉을 공격했네. 처음에는 수레에 기대어 크게 웃었지만, 이내 북을 버리고 무기를 던졌네. 어지럽게 도랑에 죽어 있는 자들은, 누구인지 알 수 없으니, 혹은 금으로 만든 도장과 옥으로 만든 패옥을 차고 있었네. 저 어리석은 아이의 황제 찬탈은, 이미 발길을 돌려 곧 패할 것이었네. 어찌 호걸의 힘으로 얻었겠는가, 모두 시정의 무뢰배들이었네. 항복의 표식과 상서로운 징조를 바치며, 하루아침에 무리를 이루었으니, 어지러이 죽는 것을 어찌 괴이하게 여기겠는가. 홀로 엄자릉(嚴子陵)을 슬퍼하니, 뛰어난 재능을 품고 스스로를 더럽혔네. 어찌 반드시 망할 것을 알지 못했겠는가, 홀로 머뭇거리며 어찌 기다렸는가. 옛 성을 지나며 한 번 조문하니, 뜻있는 선비의 영원한 슬픔을 더하네.

정밀 분석 및 설명:

이 부는 곤양 전투의 옛터를 방문하여 그 역사적 사건을 회상하며, 전쟁의 참혹함과 역사의 교훈을 되새기고 있습니다. 특히, 승자와 패자의 대비, 전쟁의 허무함, 그리고 엄자릉에 대한 안타까움을 통해 시의 주제를 부각합니다. 각 부분을 나누어 자세히 분석해 보겠습니다.

  • 폐허가 된 옛 성의 모습 묘사 (초반부): 안개 낀 들판에 덩그러니 놓인 옛 성의 모습을 묘사하며, 전쟁의 흔적을 찾을 수 없는 현재의 모습과 대비시킵니다. 이는 시간의 흐름과 역사의 무상함을 보여줍니다.
  • 곤양 전투의 회상: 곤양 전투의 치열했던 상황을 생동감 넘치게 묘사합니다. 마치 구름과 바다를 몰아오는 듯한 대규모 군대의 모습, 용맹하게 싸우는 병사들의 모습, 그리고 순식간에 백만 명이 도륙당한 참혹한 광경을 그려냅니다.
  • 승자와 패자의 대비: 광무제 유수의 승리와 왕망의 패배를 대비시키며, 전쟁의 결과를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특히 왕망이 항복을 구하려 했지만 결국 패배한 모습, 그리고 수많은 병사들이 이름 없이 죽어간 모습은 전쟁의 허무함을 강조합니다.
  • 엄자릉에 대한 안타까움: 곤양 전투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후한의 고사(高士)인 엄자릉을 언급하며, 그의 뛰어난 재능에도 불구하고 세상에 나아가지 않고 숨어 살았던 것을 안타까워합니다. 이는 전쟁의 혼란 속에서 자신의 뜻을 펼치지 못했던 인물에 대한 연민을 보여주는 동시에, 소식 자신의 처지를 투영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 역사의 교훈과 슬픔 (결말부): 옛 성을 방문하여 조문하며, 역사의 교훈과 슬픔을 되새깁니다. 특히 "뜻있는 선비의 영원한 슬픔을 더하네"라는 구절은 역사 속에서 사라져간 수많은 사람들의 슬픔을 대변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주요 특징:

  • 역사적 사건의 활용: 곤양 전투라는 역사적 사건을 소재로 하여, 시의 주제를 효과적으로 전달합니다.
  • 생동감 넘치는 묘사: 전쟁의 참혹한 광경을 생동감 넘치는 묘사를 통해 독자에게 전달합니다.
  • 대비와 대조의 활용: 승자와 패자, 전쟁의 참혹함과 평화로운 현재, 역사 속 인물과 자신의 처지 등을 대비시켜 시의 주제를 부각합니다.
  • 역사적 교훈과 슬픔: 전쟁의 허무함과 역사의 무상함을 통해 인간의 삶과 역사의 의미에 대한 깊은 성찰을 보여줍니다.

이 부는 곤양 전투라는 역사적 사건을 통해 전쟁의 참혹함과 역사의 교훈을 되새기고, 인간의 삶과 역사의 의미에 대한 깊은 성찰을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역사 속 인물과 자신의 처지를 연결하여 슬픔을 표현하고, 역사의 교훈을 전달하는 방식은 독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소식(蘇軾)의 동파집(東坡集)에 실린 "후기국부 병서(後杞菊賦 并序)"를 현대 한국어로 번역하고, 중요한 내용에 대한 분석과 설명을 덧붙이겠습니다. 이 글은 소식이 기국(杞菊), 즉 구기자와 국화를 먹는 것에 대해 쓴 부(賦)와 그 서문입니다. 특히, 가난한 생활 속에서 구기자와 국화로 끼니를 이어가는 자신의 처지를 해학적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현대 한국어 번역:

(서(序) - 서문)

천수생(天隨生)이 평소에 구기자와 국화를 먹는다고 스스로 말했다. 여름 5월이 되자, 가지와 잎이 억세어지고, 맛이 쓰고 떫어졌는데도 여전히 먹기를 그치지 않았다. 이에 부를 지어 스스로를 넓히고자 하였다. 처음에는 내가 그것을 의심하여, 선비가 불우하고 궁핍한 것은 괜찮지만, 기근에 이르러 풀과 나무를 씹어 먹는 것은 지나치다고 여겼다. 내가 벼슬살이한 지 19년이 되니, 집안은 날로 가난해지고, 의식의 봉록은 거의 예전만 못하게 되었다. 교서(膠西)의 태수로 옮겨 가게 되어서는 배불리 먹을 것이라 생각했으나, 관아의 부엌은 텅 비어, 그 근심을 감당할 수 없었다. 날마다 통수(通守) 유군 정식(劉君廷式)과 함께, 옛 성의 폐허가 된 밭을 따라 다니며, 구기자와 국화를 구하여 먹고, 배를 어루만지며 웃었다. 그런 후에야 천수생의 말이 믿을 만하고 틀리지 않음을 알았다. 후기국부를 지어 스스로를 조롱하고, 또한 풀이하여 말한다.

(부(賦) - 본사)

아! 선생이여, 누가 그대를 시켜 관아에 앉아 태수라고 일컫게 하였는가? 앞에는 빈객들의 방문과 청탁이 있고, 뒤에는 아전들의 분주한 걸음이 있네. 아침 관아 업무는 정오까지 이어지고, 저녁에는 늦도록 앉아 있네. 일찍이 술 한 잔도 마련하지 못하고, 풀과 나무를 끌어다 입을 속이네. 책상에 마주 앉아 얼굴을 찡그리고, 젓가락을 들었다가는 목이 메어 구역질하네. 옛날 음식 장군(陰識 장군)은 보리밥과 파를 차려 놓았는데, 정단(井丹)은 물리치고 냄새조차 맡지 않았네. 선생이 애착을 보이는 것을 괴이하게 여기니, 어찌 고향 산에 아무것도 없겠는가? 선생은 빙그레 웃으며 말하네. 인생 한 세상은, 팔꿈치를 굽혔다 펴는 것과 같네. 무엇이 가난이며, 무엇이 부유인가? 무엇이 아름다움이며, 무엇이 추함인가? 혹은 쭉정이는 많고 박은 살찌고, 혹은 좋은 음식은 많으나 몸은 마르네. 하후하(何侯)는 넓은 집에서 살았고, 유량(庾亮)은 높은 벼슬을 지냈네. 풍족함과 궁핍함을 꿈속에서 비교해 보았자, 마침내는 함께 썩어 없어지네. 나는 바야흐로 구기자를 양식으로 삼고, 국화를 말린 음식을 비상식량으로 삼네. 봄에는 싹을 먹고, 여름에는 잎을 먹고, 가을에는 꽃과 열매를 먹고 겨울에는 뿌리를 먹으니, 거의 서하(西河)와 남양(南陽) 사람들의 장수와 가깝네.

정밀 분석 및 설명:

이 부는 가난한 생활 속에서 구기자와 국화로 끼니를 이어가는 소식 자신의 모습을 해학적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서문과 본사를 나누어 살펴보겠습니다.

  • 서문: 이 부를 짓게 된 배경을 설명합니다. 천수생의 이야기를 언급하며, 처음에는 풀과 나무를 먹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자신이 직접 가난한 생활을 겪으면서 그의 말을 이해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특히 교서 태수로 부임했지만 관아의 살림이 어려워 구기자와 국화로 끼니를 때우게 된 경험을 솔직하게 털어놓습니다.
  • 본사: 가난한 생활의 어려움과 구기자와 국화로 살아가는 모습을 해학적으로 묘사합니다.
    • 가난한 생활의 어려움: 태수라는 높은 지위에 있지만 제대로 된 음식조차 먹지 못하는 자신의 처지를 묘사합니다. "술 한 잔도 마련하지 못하고, 풀과 나무를 끌어다 입을 속이네"라는 구절은 가난한 생활의 어려움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또한, 옛날 고사 속 인물들을 언급하며 자신의 처지를 더욱 부각합니다.
    • 구기자와 국화로 살아가는 모습: 구기자와 국화를 사계절 내내 먹으며 장수를 누리겠다는 표현은 해학적이면서도 긍정적인 태도를 보여줍니다. 이는 가난한 생활 속에서도 낙천적인 자세를 잃지 않으려는 소식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 인생의 무상함: 부유함과 가난함, 아름다움과 추함 등 세상의 가치들을 비교하며, 결국 모든 것은 덧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이는 가난한 생활에 대한 단순한 불평이 아니라, 인생의 본질에 대한 깊은 성찰을 보여주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주요 특징:

  • 해학적인 표현: 가난한 생활을 해학적으로 묘사하여, 독자에게 웃음을 선사합니다.
  • 고사(故事)의 활용: 옛날 고사를 인용하여 자신의 상황을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합니다.
  • 인생에 대한 성찰: 가난한 생활을 통해 인생의 본질에 대한 깊은 성찰을 보여줍니다.
  • 낙천적인 태도: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낙천적인 태도를 잃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 부는 가난한 생활을 해학적으로 묘사하면서도, 인생의 본질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고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낙천적인 태도를 잃지 않으려는 소식의 모습은 독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소식(蘇軾)의 동파집(東坡集)에 실린 "복호마부 병서(服胡麻賦 并序)"를 현대 한국어로 번역하고, 중요한 내용에 대한 분석과 설명을 덧붙이겠습니다. 이 글은 소식이 호마(胡麻), 즉 참깨를 복용하는 것에 대해 쓴 부(賦)와 그 서문입니다. 꿈에서 도사의 계시를 받고 참깨를 복용하게 되었다는 내용과 함께, 당시 사람들이 도교의 양생술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점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현대 한국어 번역:

(서(序) - 서문)

처음에 나는 복령(茯苓)을 복용했는데, 오래 먹으니 정말로 이로움이 있었다. 꿈에 도사가 나타나 나에게 이르기를, “복령은 건조하니, 마땅히 호마와 섞어 먹어야 한다.”라고 하였다. 꿈속에서 도사에게 “무엇이 호마입니까?”라고 물으니, 도사는 지마(脂麻)라고 하였다. 깨어난 후 본초(本草)를 읽어보니, “호마는 일명 구슬(狗蝨)이라고도 하고, 일명 방경(方莖)이라고도 하며, 검은 것은 거승(巨勝)이라고 한다. 그 기름은 바로 식용으로 쓸 수 있다.”라고 하였으니, 호마가 지마라는 것이 확실해졌다. 또한 이르기를, “성질이 복령과 서로 어울린다.”라고 하였으니, 이에 비로소 이 꿈을 이상하게 여겼고, 장차 그 말에 따라 먹으려 하는데, 자유(子由, 소철)가 복령부를 지어 나에게 보여주었다. 이에 복호마부를 지어 답한다. 세상 사람들은 지마를 복용하여 신선이 된다는 말을 들으면, 반드시 크게 웃을 것이다. 호마를 구하지 못하면, 함부로 산의 풀이나 들의 풀의 열매를 가리켜 그것으로 여기니, 이는 옛날에 이른바 “도는 가까이에 있는데 먼 곳에서 구한다.”라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 사(詞)에 이르기를,

(부(賦) - 본사)

내 꿈에 신선이 나타났는데, 키가 크고 길었네. 은혜롭게 나에게 알려주니, 약의 효능이 뛰어나다고 하네. 키 큰 소나무는 천 척이나 되어도, 늙어도 쓰러지지 않네. 흐르는 진액이 땅속으로 들어가니, 거북과 뱀이 숨어 있네. 얻어 먹으면, 수명을 헤아릴 수 없네. 이에 풀이 있으니, 여러 사람들이 일찍이 먹어 보았네. 모양은 개 이(蝨)와 같고, 그 줄기는 네모나네. 밤에는 찌고 낮에는 햇볕에 말리니, 오래되어야 저장하네. 복령은 임금이 되고, 이것은 재상이 되네. 내가 책을 펼치니, 마치 부절이 합쳐지는 듯하네. 이에 삶고 찌니, 달고 기름지네. 골수를 채워주고, 머리카락과 피부에 흐르네. 이 몸이 구름과 같으니, 나는 어디에 머무르겠는가? 장생불사는, 도의 남은 것이네. 신령한 약은 쑥대처럼, 그대의 집에 나네. 세상 사람들은 믿지 않으니, 공연히 애만 쓰네. 이상한 것을 찾아내어, 괴이하고 허황된 것을 내놓네. 텅 빈 산에서 늙어 죽으니, 진실로 그들의 마땅한 곳이네. 지극히 양(陽)한 기운은 혁혁하게, 땅에서부터 나오네. 지극히 음(陰)한 기운은 엄숙하게, 하늘에 오르네. 고요히 되돌아 비추니, 구슬이 연못에 있네. 물을 주어도 꺼지지 않고, 또한 불태워도 없어지지 않네. 긴 무지개가 번개처럼 흐르니, 빛이 하늘을 비추네. 아! 이 작은 것이, 어찌 그 사이에 관계하겠는가? 비유하자면 기름과 같으니, 불이 전해지는 것일 뿐이네!

정밀 분석 및 설명:

이 부는 꿈에서 도사의 계시를 받고 참깨를 복용하게 된 경위와, 이를 통해 깨달은 도의 이치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특히, 당시 사람들이 도교의 양생술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점을 비판하며, 진정한 도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가까이에 있음을 강조합니다. 서문과 본사를 나누어 살펴보겠습니다.

  • 서문: 복령을 복용하다가 꿈에서 도사의 계시를 받고 참깨를 함께 먹게 된 경위를 설명합니다. 또한, 세상 사람들이 신선이 되기 위해 참깨를 잘못 사용하는 것을 비판하며, “도는 가까이에 있는데 먼 곳에서 구한다(道在邇而求諸遠)”라는 고사를 인용합니다. 이는 본사의 주제를 암시하는 역할을 합니다.
  • 본사: 꿈에서 본 신선의 모습과 계시, 참깨의 효능, 그리고 도의 이치를 비유와 묘사를 통해 설명합니다.
    • 꿈의 묘사: 키 크고 덕망 있는 신선이 나타나 약의 효능을 알려주는 장면을 묘사합니다. 이는 신령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참깨의 효능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는 효과를 줍니다.
    • 참깨의 효능: 참깨를 복령의 ‘재상’에 비유하며, 함께 먹으면 몸에 좋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특히, “골수를 채워주고, 머리카락과 피부에 흐르네”라는 구절은 참깨의 영양 효능을 강조하는 표현입니다.
    • 도의 이치: 참깨를 통해 깨달은 도의 이치를 설명합니다. “장생불사는, 도의 남은 것이네”, “신령한 약은 쑥대처럼, 그대의 집에 나네” 등의 구절은 진정한 도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 속에 있음을 의미합니다. 또한, “지극히 양한 기운은 땅에서부터 나오고, 지극히 음한 기운은 하늘에 오르네” 등의 구절은 음양의 조화라는 도교의 기본 원리를 설명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 세태 비판: 신선이 되기 위해 이상한 것을 찾아다니는 사람들을 비판합니다. “세상 사람들은 믿지 않으니, 공연히 애만 쓰네”, “이상한 것을 찾아내어, 괴이하고 허황된 것을 내놓네” 등의 구절은 진정한 도를 깨닫지 못하고 헛된 것에 매달리는 사람들을 비판하는 표현입니다.

주요 특징:

  • 꿈의 활용: 꿈이라는 신비로운 요소를 활용하여 이야기의 흥미를 유발하고, 참깨의 효능에 대한 신뢰도를 높입니다.
  • 비유와 묘사의 활용: 참깨의 효능과 도의 이치를 설명하기 위해 다양한 비유와 묘사를 사용합니다.
  • 도의 이치 강조: 참깨를 통해 깨달은 도의 이치를 강조하며, 진정한 도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가까이에 있음을 역설합니다.
  • 세태 비판: 헛된 것에 매달리는 당시 사람들의 모습을 비판하며, 진정한 도를 깨달을 것을 촉구합니다.

이 부는 참깨를 통해 도의 이치를 깨닫고, 당시 세태를 비판하는 소식의 사상을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꿈이라는 요소를 활용하여 이야기를 흥미롭게 전개하고, 비유와 묘사를 통해 추상적인 도의 이치를 쉽게 설명하는 방식은 독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소식(蘇軾)의 동파집(東坡集)에 실린 "적벽부(赤壁賦)"를 현대 한국어로 번역하고, 중요한 내용에 대한 분석과 설명을 덧붙이겠습니다. 이 작품은 소식이 적벽(赤壁)에서 배를 타고 놀았던 경험을 서정적으로 묘사한 글로, 인생의 유한함과 자연의 영원함, 그리고 그 속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고 있습니다.

현대 한국어 번역:

임술년 가을 칠월 보름이 지나서, 소자와 손님이 적벽 아래에서 배를 타고 놀았다. 맑은 바람이 천천히 불어오고, 물결은 일지 않았다. 술잔을 들어 손님에게 권하며, "명월(明月)"의 시를 읊고, "요조(窈窕)"의 노래를 불렀다. 조금 지나니, 달이 동쪽 산 위로 솟아오르고, 북두성과 견우성 사이를 배회하였다. 흰 이슬이 강에 가로놓이고, 물빛은 하늘에 닿았다. 조각배가 가는 대로 맡기니, 광활한 물결 위를 건너게 되었다. 넓고 넓으니 마치 허공을 타고 바람을 어거하는 듯하여 그 멈출 곳을 알지 못하고, 훨훨 날아오르니 마치 세상을 버리고 홀로 서서 신선이 되어 하늘에 오르는 듯하였다.

이에 술을 마시며 매우 즐거워하며, 배전을 두드리며 노래를 불렀다. 노래에 이르기를, “계수나무 노와 난초 삿대로, 빈 하늘을 치며 흐르는 달빛을 거슬러 올라가네. 아득하고 아득하구나 나의 마음이여, 아름다운 사람을 하늘 한쪽에서 바라보네.”라고 하였다. 손님 중에 동소를 부는 사람이 있어, 노래에 맞춰 화답하니, 그 소리가 윙윙거리니, 마치 원망하는 듯, 그리워하는 듯, 흐느끼는 듯, 하소연하는 듯하였다. 남은 소리는 가늘고 길게 이어져, 끊어질 듯 이어졌다. 깊은 골짜기에 숨은 교룡을 춤추게 하고, 외로운 배에 탄 과부를 울게 하였다.

소자가 얼굴빛을 찡그리며, 옷깃을 바로 하고 단정히 앉아, 손님에게 물어 이르기를, “어찌하여 그러한가?”라고 하였다. 손님이 이르기를, “달은 밝고 별은 드무니, 까막까치가 남쪽으로 날아간다. 이는 조맹덕(曹孟德, 조조)의 시가 아닌가? 서쪽으로는 하구(夏口)를 바라보고, 동쪽으로는 무창(武昌)을 바라본다. 산과 물이 서로 얽혀, 울창하고 푸르다. 이는 맹덕이 주랑(周郎, 주유)에게 곤경에 처했던 곳이 아닌가? 바야흐로 형주(荊州)를 깨뜨리고, 강릉(江陵)을 내려, 물길을 따라 동쪽으로 내려갈 때, 배는 천 리에 이어지고, 깃발은 하늘을 가렸으니, 술을 강에 뿌리고, 창을 비껴 들고 시를 지었다. 진실로 한 시대의 영웅이었거늘, 지금은 어디에 있는가? 하물며 우리와 그대는 강가에서 고기 잡고 나무하며, 물고기와 새우를 벗하고 사슴과 사슴을 벗한다. 조각배 한 척을 타고, 박으로 만든 술잔을 들어 서로 권한다. 하루살이를 천지에 부치니, 넓은 바다의 한 알의 좁쌀과 같다. 우리 삶의 덧없음을 슬퍼하고, 장강의 무궁함을 부러워한다. 신선과 함께 날아 노닐고, 밝은 달을 안고 영원히 마치려 한다. 갑자기 얻을 수 없음을 알고, 남은 소리를 슬픈 바람에 부친다.”라고 하였다. 소자가 이르기를, “손님 또한 저 물과 달을 아는가? 흘러가는 것은 이와 같지만, 일찍이 간 적이 없다. 차고 비는 것은 저와 같지만, 마침내 줄어들거나 늘어나지 않는다. 대개 장차 그 변하는 것으로부터 보면, 천지조차도 한순간을 넘지 못하고, 변하지 않는 것으로부터 보면, 만물과 내가 모두 무궁하다. 그런데 또 무엇을 부러워하겠는가? 또 무릇 천지 사이에는, 만물에 각각 주인이 있으니, 진실로 나의 소유가 아니면, 비록 한 터럭이라도 취하지 않는다. 오직 강 위의 맑은 바람과, 산간의 밝은 달은, 귀로 들으면 소리가 되고, 눈으로 만나면 빛깔이 되니, 취하는 데 금함이 없고, 쓰는 데 다함이 없으니, 이는 조물주의 무진장한 보물이니, 우리와 그대가 함께 즐기는 바이다.”라고 하였다.

손님이 기뻐하며 웃고, 잔을 씻어 다시 술을 따랐다. 안주가 이미 다하고, 술잔과 접시는 어지러이 흩어져 있었다. 서로 배 안에서 베개를 베고 누우니, 동쪽 하늘이 이미 밝았음을 알지 못하였다.

정밀 분석 및 설명:

이 작품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1. 배를 타고 노니는 장면 묘사 (초반부): 맑은 가을밤, 적벽에서 배를 타고 달을 감상하며 술을 마시는 정경을 서정적으로 묘사합니다. 맑은 바람, 잔잔한 물결, 밝은 달 등 아름다운 자연 풍경과 함께 술과 노래를 즐기는 모습은 매우 평화롭고 운치 있습니다. 특히, “허공을 타고 바람을 어거하는 듯”, “신선이 되어 하늘에 오르는 듯” 등의 표현은 당시의 흥취를 극대화합니다.
  2. 손님의 슬픈 노래와 그에 대한 질문 (중반부): 손님이 동소에 맞춰 슬픈 노래를 부르자, 소식이 그 이유를 묻습니다. 손님은 조조의 이야기를 하며, 한때 영웅호걸이었던 그도 결국 역사의 흐름 속에 사라졌음을 탄식합니다. 또한, 인간의 유한함과 대비되는 자연의 영원함을 부러워하며, 신선처럼 영원히 살고 싶다는 소망을 이야기합니다. 이는 인생의 유한함에 대한 보편적인 인간의 슬픔을 대변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3. 소식의 깨달음과 결론 (후반부): 손님의 이야기에 대해 소식은 물과 달의 이치를 설명하며 반박합니다. 변하는 관점에서 보면 모든 것이 찰나와 같지만, 변하지 않는 관점에서 보면 만물과 나는 모두 무궁하다고 이야기합니다. 또한, 천지간의 모든 것은 각자의 주인이 있으니, 탐하지 말고 자연을 즐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특히, “강 위의 맑은 바람과 산간의 밝은 달은 조물주의 무진장한 보물이니, 우리와 그대가 함께 즐기는 바이다”라는 구절은 자연과의 조화로운 삶을 강조하는 핵심적인 메시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주요 특징:

  • 서정적인 묘사: 아름다운 자연 풍경과 술과 노래를 즐기는 모습을 서정적으로 묘사하여, 독자에게 시각적, 청각적 이미지를 생생하게 전달합니다.
  • 대화 형식을 통한 주제 전달: 소식과 손님의 대화 형식을 통해 인생의 유한함과 자연의 영원함, 그리고 그 속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주제를 효과적으로 전달합니다.
  • 철학적인 사유: 인생의 유한함과 자연의 영원함, 변화와 불변, 소유와 향유 등 철학적인 주제를 다루며, 인간의 삶과 자연의 의미에 대한 깊은 성찰을 보여줍니다.
  • 자연과의 조화 강조: 자연을 탐하거나 소유하려 하기보다는, 자연 속에서 조화롭게 살아가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합니다.

"적벽부"는 소식의 대표작 중 하나로, 아름다운 문장과 심오한 철학적 사유가 어우러진 뛰어난 작품입니다. 특히, 자연 속에서 인생의 의미를 찾으려는 그의 사상은 오늘날에도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감동과 깨달음을 주고 있습니다.

 

 

소식(蘇軾)의 동파집(東坡集)에 실린 "후적벽부(後赤壁賦)"를 현대 한국어로 번역하고, 중요한 내용에 대한 분석과 설명을 덧붙이겠습니다. 이 작품은 "전적벽부(前赤壁賦)"에 이어 적벽에서 다시 배를 타고 경험한 일을 쓴 글로, 시간의 흐름과 자연의 변화, 그리고 꿈과 현실의 경계에 대한 사색을 담고 있습니다.

현대 한국어 번역:

이 해 10월 보름날, 설당(雪堂)에서 걸어 나와 임고(臨臯)로 돌아가려 했다. 두 손님이 나를 따라 황니의 언덕을 지나갔다. 서리와 이슬이 이미 내리고, 나뭇잎은 모두 떨어졌다. 사람 그림자는 땅에 비치고, 고개를 들어 밝은 달을 보았다. 돌아보며 즐거워하며, 걸어가며 노래로 서로 화답하였다. 이윽고 탄식하며 말하기를, “손님은 있는데 술이 없고, 술은 있는데 안주가 없으니, 달은 밝고 바람은 맑은 이 좋은 밤을 어찌할꼬?”라고 하였다. 손님이 말하기를, “오늘 저녁 해 질 무렵, 그물을 던져 물고기를 잡았는데, 큰 입에 가는 비늘을 가졌으니, 모양이 마치 송강의 농어와 같으니, 어디에서 술을 얻겠는가?”라고 하였다. 돌아와 아내에게 의논하니, 아내가 말하기를, “저에게 한 말(斗)의 술이 있으니, 오랫동안 감추어 두었으니, 당신의 뜻밖의 필요를 기다린 것입니다.”라고 하였다.

이에 술과 물고기를 가지고, 다시 적벽 아래에서 놀았다. 강물 흐르는 소리가 있고, 깎아지른 듯한 언덕은 천 척이나 되었다. 산은 높고 달은 작으며, 물이 줄어 돌이 드러났다. 지난날과 비교해 얼마나 되었기에, 강산은 다시 알아볼 수 없게 되었는가. 이에 나는 옷을 걷어 올리고 올라가, 험한 바위를 밟고, 덤불을 헤치고, 호랑이와 표범이 있을 만한 곳에 앉고, 용이 서려 있을 만한 곳에 오르며, 매가 깃들이는 높은 둥지에 매달리고, 풍이(馮夷, 강의 신)의 깊은 궁궐을 굽어보았다. 대개 두 손님은 함께할 수 없었다. 우렁차게 긴 휘파람을 부니, 초목이 진동하고, 산이 울리고 골짜기가 메아리치며, 바람이 일고 물이 솟아올랐다. 나 또한 쓸쓸히 슬퍼하고, 엄숙히 두려워하며, 차갑게 머무를 수 없음을 느꼈다. 다시 배에 올라, 강 가운데로 배를 띄우고, 가는 대로 맡겨 쉬었다. 이때 밤이 거의 반쯤 되었는데, 사방을 둘러보니 고요하고 적막하였는데, 마침 외로운 학 한 마리가, 강을 가로질러 동쪽에서 날아와, 날개는 수레바퀴와 같고, 검은 치마에 흰옷을 입고, 깟 하는 긴 울음소리를 내며, 내 배를 스치며 서쪽으로 날아갔다.

잠시 후 손님은 가고, 나 또한 잠자리에 들었는데, 꿈에 한 도사가 나타나, 깃털 옷을 펄럭이며, 임고 아래를 지나가며, 나에게 읍하며 말하기를, “적벽의 놀이가 즐거웠는가?”라고 하였다. 그 이름을 물으니, 고개를 숙이고 대답하지 않았다. 아! 아! 나는 알았다! 지난밤, 날아 울며 나를 지나간 것은, 그대가 아니었던가? 도사는 돌아보며 웃고, 나 또한 놀라 깨달았다. 문을 열고 보니, 그곳을 볼 수 없었다.

정밀 분석 및 설명:

"후적벽부"는 "전적벽부"와 마찬가지로 적벽에서의 경험을 쓴 작품이지만, 시간의 흐름과 자연의 변화, 그리고 꿈과 현실의 경계에 대한 더욱 심오한 사색을 담고 있습니다. 주요 내용을 세 부분으로 나누어 분석해 보겠습니다.

  1. 가을밤의 적벽 재방문 (초반부): 가을이 깊어져 초목이 시든 적벽을 다시 찾은 상황을 묘사합니다. "전적벽부"의 흥취 넘치는 분위기와는 달리, 쓸쓸하고 적막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습니다. 술과 안주를 구하는 과정에서 아내의 도움을 받는 소소한 일상을 보여주는 부분은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냅니다.
  2. 변화된 자연 풍경과 신비로운 경험 (중반부): 시간이 흘러 변해버린 적벽의 모습과, 홀로 산에 올라 경험한 신비로운 일들을 묘사합니다. 특히, 험준한 지형을 오르내리며 자연의 웅장함을 느끼는 장면, 그리고 긴 휘파람 소리에 자연이 반응하는 장면은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외로운 학이 날아가는 장면은 신선적인 분위기를 더하며, 꿈과의 연결 고리를 암시합니다.
  3. 꿈과 현실의 경계 (후반부): 잠든 사이 꿈에서 도사를 만나 적벽에서의 즐거움을 묻는 장면이 나타납니다. 꿈속 도사의 정체가 지난밤 날아갔던 학임을 깨닫는 장면은 꿈과 현실의 경계를 허물며, 신비로운 분위기를 극대화합니다. 마지막에 문을 열었지만 도사를 찾을 수 없는 장면은 꿈의 허망함을 보여주는 동시에, 독자에게 여운을 남깁니다.

주요 특징:

  • 시간의 흐름과 변화: "전적벽부"와 비교하여 시간이 흐름에 따라 변하는 자연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는 인생의 무상함과 자연의 영원함을 대비시키는 효과를 줍니다.
  • 신비로운 분위기: 산에 올라 경험한 신비로운 일들, 외로운 학의 등장, 꿈속 도사와의 만남 등을 통해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 꿈과 현실의 경계: 꿈과 현실을 넘나드는 이야기를 통해, 삶의 본질과 의미에 대한 깊은 사색을 제시합니다.
  • 쓸쓸하고 고독한 정서: "전적벽부"의 흥취 넘치는 분위기와는 달리, 쓸쓸하고 고독한 정서가 작품 전반에 흐르고 있습니다. 이는 시간의 흐름과 자연의 변화에 대한 인간의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후적벽부"는 "전적벽부"와 함께 소식의 대표작으로 꼽히며, 시간의 흐름과 자연의 변화, 그리고 꿈과 현실의 경계에 대한 심오한 사색을 담고 있는 뛰어난 작품입니다. 특히, 신비로운 분위기와 쓸쓸한 정서가 어우러져 독자에게 깊은 감동과 여운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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