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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식은 한나라 금향 사람이니 자는 거경이라 젊어서 태학에 다닐새 장원백과 사귀었더니 원백으로 더불어 고향으로 돌아갈새 식이 원백더러 이르되 "훗 두해 만에 그대 모친을 가서 뵈오리라."하고 기약하였더니 그날이 가까워오거늘 원백이 어미께 고하여 음식을 갖추어두라 한데
어미 이르되 "두해 이별에 천리에서 이른 말을 어찌 믿으리오?" 원백이 가로되 "거경은 유신한[신의가 있는] 사람이라 반드시 어기지 아니하리이다." 어미 이르되 "그러하면 술을 빚으리라."하더니 그날에 과연 거경이 와 당에 올라 절하고 술먹으니라.
후에 원백이 병이 중하니 탄식하여 가로되 "범거경을 못보와 한이로라"하고 이윽고 죽으니 식이 꿈에 원백이 불러 이르되 "거경아 내 아무 날 죽어 아무 날 장사하나니 날을 잊지 아니커든 미처오라." 식이 꿈을 깨어 즉시 달려가니 벌써 발인하여 묻을 땅에 갔으되 관이 아니가거늘 그 어미 관을 어루만지며 가로되 "원백아 무슨 기다림이 있느냐?"하더니 이윽고 흰 수레 흰 말로 울며 오는 이 있거늘 어미 이르되 "이 반드시 거경이로다." 과연 거경이 와 상여를 두드리며 가로되 "행할지어다. 원백아 사생이 길이 다르니 일로조차[이로부터] 영결하리라." 식이 인하여 관을 달래니 관이 이에 나아가거늘 식이 드디어 머물러 있어 무덤을 일구고 나무 심고 가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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