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견지 夷堅志/갑지 제3권

1.1.3.5.39 - 이견지 갑지 제3권 - 단재의 첩段宰妾

集賢堂 2016. 2. 1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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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재의 첩段宰妾

 단재(段宰)가 무주(婺州: 현재 저장성에 속함) 보강현(浦江縣)의 한 사찰에서 머물고 있을 때에, 그의 아내가 문을 바라다본 적이 있는데, 한창 젊은 나이의 여인이 문가에서 구걸을 하고 있었다. 

 

 그의 성씨(姓氏)와 사정을 물었는데, 스스로 말하기를, 남편도 없고, 친척도 없다고 하였다. 


 단씨의 부인이 말하기를, "기왕 이렇게 되었다면 남의 첩이나 될 것이지 어찌 걸식하오? 내 말대로 하는 것이 어떠하오?"라고 하였다. 


 답하기를, "그러고 싶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단지 제가 빈천하여 남들이 받아들이지 않을 뿐입니다. 부엌일이라도 할 수 있다면 참으로 다행한 일이겠습니다."라고 하였다. 


 마침내 불러들여 목욕시키고 옷을 갈아입게 하였다. 그리고 부엌일 하는 자를 시켜 음식 만드는 방법을 그녀에게 가르치게 하였는데, 열흘이 지나자 잘하게 되었다. 이어서 악부(樂府)를 가르쳤는데, 한 달도 안되어 잘하였다. 가르친 지가 오래되자, 용모도 아름다워졌다. 단씨가 그녀를 이름짓기를, '앵앵(鶯鶯)'이라 하고 측실(側室)로 삼았다.


 오륙 년이 지나자 단씨는 그녀가 떠날까 걱정이 되었다. 


 어느 날 깊은 밤에 단씨 집안 사람들이 잠을 자고 있는데, 문 밖에서 소리치는 자가 있어 말하기를, "나는 앵앵의 남편이다."라고 하였다. 


 하인이 말하기를, "앵앵에게는 남편이 없다고 들었다. 그리고 당신 말대로라 하여도 날이 밝은 다음에 와도 늦지 않을 텐데, 하필이면 한밤중에 오는가?"라고 하였다. 


 그 사람이 자못 화를 내며 말하기를, "문을 열지 않으면 문틈으로라도 들어갈 것이다."라고 하였다. 


 하인은 크게 화가 난 채 곧장 방문을 두드려 단씨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앵앵이 듣고는 기쁜 낯빛을 띠며 말하기를, "그가 왔구나!"라고 하며, 급히 달려 나갔다. 


 단씨는 그녀가 도망갈까 의심이 들어 등불을 들고 행랑으로 좇아갔는데, 단지 메아리치는 소리만 들렸고, 불도 곧 꺼졌다. 단씨의 아내가 여종을 보내 살피게 했는데, 단씨는 이미 죽어있었고, 몸에 난 모든 구멍에서 피가 흘렀다. 바깥문의 빗장은 그대로였는데, 어찌 된 괴이한 일인지 끝내 알지 못하였다. 


 이 이야기는 보강 사람 하숙달(何叔達)이 말하였다. 나는 정자충(程資忠)한테서 이 일을 들었다




원문

段宰者,居婺州浦江縣僧舍。其妻嘗觀於門,有婦人行丐,年甚壯。詢其姓氏始末,自云無夫,亦無姻戚。段妻雲:“既如是,胡不為人妾而乞食?肯從我乎?”曰:“非不欲也,但人以其貧賤,不肯納耳。若得供執爨之役,實為天幸。”遂呼入,令沐浴,與更衣,遣庖者教以飲膳,旬日而能。繼以樂府訓之,不踰月皆盡善。調習既久,容色殊可觀。段名之曰“鶯鶯”,以為側室。凡五六年,唯恐其去。一夕,已夜分,段氏皆就寢,有自門外呼閽者曰:“我鶯鶯夫也。”僕曰:“鶯鶯不聞有夫,縱如爾言,俟天明來未晚,何必中夜為?”其人頗怒,曰:“若不啟門,我當從隙中入。”僕大恐,即叩堂門,以其事語段。鶯鶯聞之,若有喜色,曰:“他來也。”亟走出。段疑其竄,自篝火追至廳廂,但聞有聲極響,燈即滅。妻遣婢出視,段已死,七竅皆血流。外戶扃鐍如故,竟不知何怪。浦江人何叔達說,予得之程資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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