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견지 夷堅志/갑지 제4권

1.1.4.2.45 - 이견지 갑지 제4권 - 소원외랑 오씨 吳小員外 오소원외

集賢堂 2016. 3. 2.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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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외랑 오씨吳小員外

조응지(趙應之)는 남경에 있는 황실의 일원이다. 동생 조무지와 함께 경사에서 지냈는데, 집안이 부유한 소원외랑 오씨와 날마다 노다녔다. 어느 봄날 세 사람이 금명지에 이르러 조그마한 길을 지나다, 한 술집을 지났다. 술집 주위에는 꽃과 대나무가 무성히 자라있고, 진열해 둔 그릇은 아주 깨끗하여 아낄만 한데, 인기척 없이 적막하였다. 단지 젊은 아가씨가 술을 팔고 있었다. 


세 사람이 머물러 술을 마시다가, 조응지가 아가씨를 가리키며 오생에게 말하였다. “이 아이를 불러 술잔을 권하게 하는 게 어떻겠는가?” 


오생이 크게 기뻐서 좋은 말로 아가씨를 꼬드기니, 아가씨가 흔쾌히 응하며 마침내 술자리에 나아갔다. 그런데 술잔을 들자마자, 아가씨는 자신의 부모가 밖에서 돌아오는 것을 보고 급히 일어났다. 세 사람도 흥취가 져서, 이만 자리를 떴다. 


늦봄이 다하도록 다시 그 술집에 가지 않았는데, 세 사람은 다만 마음 속으로 여인을 생각하고, 꿈속에서 그녀를 만났다. 다음 해 세 사람은 서로 옛 노다니던 곳을 찾아 다시 그 술집에 갔는데, 문가는 쓸쓸하니, 술 팔던 아가씨는 보이지 않았다. 


쉴겸 술을 주문하면서 술집 주인에게 물었다. “지난 해 여기를 지나다가 한 아가씨를 보았는데, 지금 어디 있소?” 


늙은 아주머니가 얼굴을 찡그리며 말하였다. “바로 내 딸이오. 지난 해 온 집안 사람들이 성묘를 갔는데, 그 아이만 홀로 남아 가게를 지켰소. 그런데 우리가 돌아오기도 전에 딸아이가 경박한 세 소년을 위해 술시중을 들더군요. 그래서 내가 시집도 가지 않고 이런 짓을 하면, 어떻게 시집을 갈 수 있겠느냐 하고 꾸짖었더니, 딸애가 우울해 하더니, 며칠 안가 죽었습니다. 지금 집 옆에 조그마한 봉분이 있는데, 그것이 그 애의 무덤입니다.” 


세 사람이 감히 다시 묻지 않고, 빨리 술이나 마시고 돌아가자고 하였다. 가는 길에 그들은 여인의 죽음에 대해 안타까워하고 탄식을 하였다. 


날이 저물어 집에 도착하여는데, 마침 한 부인이 면사(面紗)를 나풀거리며 오더니 그들을 불렀다. “저는 지난 해 금명지에서 뵈었던 사람입니다. 원외랑께서는 우리 집에 오셔서 저를 찾지 않으셨나요? 제 부모님께서는 그대의 희망을 끊으려고, 거짓으로 제가 죽었다고 말씀하시고 가짜 무덤을 지어 그대들을 속인 것입니다. 저 역시도 봄날에 그대를 찾아 다녔는데, 다행히 서로 만났습니다. 저는 지금 이사를 하여 성 안의 골목에서 지내고 있는데, 누각이 참으로 넓고도 정결하니 함께 가지 않으시렵니까?” 


세 사람이 기뻐서 말에서 내려 여인과 함께 여인의 거처로 갔다. 도착하자, 그들은 술을 마셨다. 오생은 거기 머물러 자기도 하였는데, 그곳에 다닌 지 삼 개월만에 낯빛이 점점 초췌해졌다. 


오생의 부친이 조씨 형제를 꾸짖었다. “너희들은 우리 아들을 꼬드겨 어디에 가느냐? 지금 이같은 병에 들었으니 만약 일어나지 못하면, 너희들을 관아에 고소하겠다.” 


형제가 서로 돌아오며 송구해 진땀을 흘렸는데, 속으로는 괴이한 일이라고 의심하였다. 그들은 황보 법사가 귀신을 잘 퇴치한다는 소문을 듣고, 달려가 뵙고는 맞이하여 오생을 살펴보게 하였다. 


황보가 막 오생을 보더니, 크게 놀라 말하였다. “저자에게 씐 귀기(鬼氣)가 매우 성하고, 귀신으로 인한 병증도 깊습니다. 여기서 삼백 리 떨어진 서쪽 지방으로 급히 피신해야 합니다. 만약 여기서 백이십 일을 채운다면 반드시 죽을 것이니, 그렇게 되면 그를 구할 수도 없게 됩니다.” 


세 사람이 즉시 수레를 준비해 서쪽의 낙양으로 떠났다. 그런데 숙박하는 곳마다 그 여자가 반드시 방 안에서 나타났고, 밤이면 침상에 누워 잠을 잤다. 세 사람이 낙양에 도착한 지 얼마 안 지나, 마침내 백이십 일이 찼다. 세 사람이 술 파는 누각에 모여 헤어지려는데, 근심스럽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였다. 마침 황보가 나귀를 탄 채 누각 아래를 지나치다가 그들을 만났다. 세 사람이 예를 표하고 황보에게 애걸하였다. 


이에 황보가 단을 설치하고서 법을 시행한 뒤 오생에게 검을 주며 말하였다. “그대는 죽음을 앞에 두고 있습니다. 이제 돌아가서 방문을 굳게 잠근 채 근신하고 있으십시오. 그러다 저녁 무렵에 문을 두드리는 자가 있으면 누구인지 묻지도 말고 칼로 찌르십시오. 다행히 귀신을 찌르면 그대는 살 수 있을 것이나, 불행히 사람을 죽이면 그대의 목숨을 내놓아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사방이 죽음의 문턱이더라도 죽음에서 벗어날 방도는 있기 마련입니다.” 


이에 그의 말대로 하였다. 저녁이 되자, 과연 문을 두드리는 자가 있었는데, 검을 던져 찌르니 그대로 땅에 엎어졌다. 불을 밝혀 보니, 바로 그 여자였다. 흘린 피가 상당히 많아 순찰을 돌던 병사들에게 적발되었다. 


당시 오생 아울러 두 조씨 형제, 황보 법사가 모두 감옥에 갇히게 되었다. 그러나 아무리 심문해도 사건이 해결되지 않자, 관아에서 관리를 금명지에 있다는 술집에 파견하여 조사하게 하였다. 그 여인의 부모는 딸이 이미 죽었다고 고하였다. 무덤을 파서 살펴보니, 의복만 허물처럼 있고 시체는 전혀 없었다. 마침내 네 사람은 풀려날 수 있었다. 


이 이야기는 강속지가 말해 주었다.




원문

趙應之,南京宗室也。偕弟茂之在京師,與富人吳家小員外,日日縱遊。春時至金明池上,行小徑,得酒肆,花竹扶疏,器用羅陳,極蕭灑可愛,寂無人聲。當壚女年甚艾。三人駐留買酒,應之指女謂吳生曰:“呼此侑觴如何?”吳大喜,以言挑之,欣然而應,遂就坐。方舉杯,女望父母自外歸,亟起。三人興既闌,皆捨去。時春已盡,不復再遊,但思慕之心,形於夢寐。明年,相率尋舊遊,至其處,則門戶蕭然,當壚人已不見。复少憩索酒,詢其家曰:“去年過此,見一女子,今何在?”翁媼顰蹙曰:“正吾女也。去歲舉家上塚,是女獨留。吾未歸時,有輕薄三少年從之飲,吾薄責以未嫁而為此態,何以適人,遂悒怏不數日而死。今屋之側有小丘,即其塚也。”三人不敢復問,促飲畢言旋,沿道傷惋。日已暮,將及門,遇婦人冪首搖搖而前,呼曰:“我即去歲池上相見人也,員外得非往吾家訪我乎?我父母欲君絕望,詐言我死,設虛塚相紿。我亦一春尋君,幸而相值。今徙居城中委巷,一樓極寬潔,可同往否?”三人喜,下馬偕行。既至,則共飲。吳生留宿,往來逾三月,顏色益憔悴。其父責二趙曰:“汝向誘吾子何往?今病如是,萬一不起,當訴於有司。”兄弟相顧悚汗,心亦疑之。聞皇甫法師善治鬼,走謁之,邀同視吳生。皇甫才望見,大驚曰:“鬼氣甚盛,祟深矣。宜急避諸西方三百里外,儻滿百二十日,必為所死,不可治矣。”三人即命駕往西洛。每當食處,女必在房內,夜則據榻。到洛未幾,適滿十二旬,會訣酒樓,且愁且懼。會皇甫跨驢過其下,拜揖祈哀。皇甫為結壇行法,以劍授吳曰:“子當死,今歸,試緊閉戶,黃昏時有擊者,無問何人,即刃之。幸而中鬼,庶幾可活;不幸誤殺人,即償命。均為一死,猶有脫理耳。”如其言。及昏,果有擊戶者,投之以劍,應手僕地。命燭視之,乃女也。流血滂沱,為街卒所錄,並二趙、皇甫師,皆縶囹圄。鞫不成,府遣吏審池上之家,父母告云已死。發塚驗視,但衣服如蛻,無復形體。遂得脫。 (江續之說。)


금명지쟁표도金明池爭標圖 북송北宋 장택단張擇端 텐진시예술박물관장天津市藝術博物館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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