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문집

소식문집蘇軾文集 - 보회당기寶繪堂記

集賢堂 2017. 9. 30.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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君子可以寓意於物,而不可以留意於物。寓意於物,雖微物足以為樂,雖尤物不足以為病。留意於物,雖微物足以為病,雖尤物不足以為樂。老子曰:「五色令人目盲,五音令人耳聾,五味令人口爽,馳騁田獵令人心發狂。」然聖人未嘗廢此四者,亦聊以寓意焉耳。劉備之雄才也,而好結髦。嵇康之達也,而好鍛鍊。阮孚之放也,而好蠟屐。此豈有聲色臭味也哉,而樂之終身不厭。


군자는 사물에 마음을 잠시 둘 수는 있으나 사물에 마음을 머물러서는 아니된다. 사물에 마음을 잠시 두면 비록 하찮은 사물이라도 족히 즐거움이 되며, 비록 진귀한 사물도 족히 병통이 되지 아니한다. 사물에 마음을 머무르면 비록 하찮한 사물이라도 족히 병통이 되며, 비록 진귀한 사물도 족히 즐거움이 되지 못한다. 노자가 말하였다. “다섯 가지 색상이 사람의 눈을 멀게 하고, 다섯 가지 소리가 사람의 귀를 먹게 하며, 다섯 가지 맛이 사람의 입을 상하게 하며, 말 달리고 사냥하는 것이 사람의 마음을 발광하게 한다.” 그러나 성인은 이 네 가지를 폐기한 적이 없으니 또한 이따금 마음을 두셨을 뿐이다. 유비는 웅대한 재능을 가졌으나 털 엮기를 좋아하였고, 진나라 때의 계강은 두루 통달하였으나 대장질을 좋아하였고, 완표는 호탕하였지만 신발 만들기를 좋아하였다. 이것들에 어찌 (좋은) 소리와 색과 냄새와 맛이 있겠는가? 그러나 (그들은 이것들을) 종신토록 즐기고 싫증내지 않았다.


凡物之可喜,足以悅人而不足以移人者,莫若書與畫。然至其留意而不釋,則其禍有不可勝言者。鍾繇至以此嘔血發塚,宋孝武、王僧虔至以此相忌,桓玄之走舸,王涯之復壁,皆以兒戲害其國,凶其身。此留意之禍也。

 

뭇 사물 중에 기뻐할 만한 것으로, 족히 사람을 기쁘게 하고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것으론 서화만한 것이 없다. 하지만 마음을 머물러 풀지 않음에 이르러서는, 그 재앙이 이루 다 말할 수 없다. (서법가) 종요는 서화 때문에 피를 토하고 남의 무덤을 파헤쳤으며, 송나라 효무제와 왕승건도 글씨 때문에 서로 꺼려하였다. 그리고 (진나라 때) 환현이 서화를 배에 실어 도망하려 한 것과, (당나라 때) 왕애가 벽 속에 서화를 감춘 것 등은 모두 사소한 유희로 자기 나라를 해하고, 자기 자신을 망친 것이다. 이것이 사물에 마음을 머물렀을 때 일어나는 재앙이다.


始吾少時,嘗好此二者,家之所有,惟恐其失之,人之所有,惟恐其不吾予也。既而自笑曰:吾薄富貴而厚於書,輕死生而重於畫,豈不顛倒錯繆失其本心也哉?自是不復好。見可喜者雖時復蓄之,然為人取去,亦不復惜也。譬之煙雲之過眼,百鳥之感耳,豈不欣然接之,然去而不復念也。於是乎二物者常為吾樂而不能為吾病。

 

옛날 내가 어렸을 때, 일찍이 이 둘을 좋아하여 집안에 있는 것은 잃을까 걱정하였고, 남이 가진 것은 나에게 주지 않을까 걱정하였다. 그러다 얼마 안 지나 절로 웃으며 말하기를, “내가, 부유하고 귀해지는 것을 박하게 여기되 글씨를 두텁게 여기며, 죽고 사는 것을 가볍게 여기되 그림을 중하게 여기니, 어찌 본말이 뒤집히고 뒤섞여, 본래 마음을 잃은 것이 아니겠는가?” 이로부터 다시는 (그림과 글씨를) 좋아하지 않았다. 기뻐할 만한 것을 보면 때때로 다시 모았지만 남이 가져 가더라도 다시 애석해 하지 않았다. 비유하자면 연기와 구름이 눈 앞에 지나는 것 같으며, 온갖 새들 우는 소리가 귀에 이르는 것 같으니 어찌 기뻐하면서 대하지 않겠는가마는 사그라지면 다시 생각하지 않았다. 이에 두 사물은 항상 나의 즐거움이 되었지만 나의 병통이 되지는 못하였다.

 

駙馬都尉王君晉卿雖在戚里,而其被服禮義,學問詩書,常與寒士角。平居攘去膏粱,屏遠聲色,而從事於書畫,作寶繪堂於私第之東,以蓄其所有,而求文以為記。恐其不幸而類吾少時之所好,故以是告之,庶幾全其樂而遠其病也。

熙寧十年七月二十二日記


부마도위 왕진경은 제왕의 외척이지만 예의를 옷처럼 입고, 시와 서를 배우고 물으며, 늘상 한미한 독서인들과 더불어 겨루었으며 평소 거처할 때는 좋은 음식을 물리치고, 좋은 소리와 색을 멀리하였다. 그러나 서화 모으는 일에 종사하여, 사택 동쪽에 보회당을 짓고 수집한 서화를 보관하곤 기문을 지어달라고 청하였다. 불행히 내 어렸을 때의 좋아하던 모습과 비슷함이 걱정되어 이렇게 고하노니, 즐거움을 온전히 누리고, 병통을 멀리하기를 바란다.

 

희녕 10(1077) 7 22일에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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