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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석자(鄧析子)

諺解 2025. 5. 21.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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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석자(鄧析子)

원문

鄧析子,戰國時人。漢志二篇。初,析著書四篇,劉歆有目有一篇,凡五。歆復校爲二篇,中鄧析書四篇,臣叙書一篇,凡中外書五篇,以相校,除復重爲一篇,皆定殺而書可繕寫也。

鄧析者,鄭人也。好刑名,操兩可之説,設無窮之辭。當子産之世,數難子産之法。記或云:子産起而戮之,於春秋左氏傳昭公二十年而子産卒,子太叔嗣爲政。定公八年,太叔卒,駟歂嗣爲政。明年,乃殺鄧析而用其竹刑。

君子謂子歂於是乎不忠。苟有可以加於國家,棄其邪可也。靜女之三章,取彤管焉。竿旄“何以告之”,取其忠也。故用其道,不棄其人。詩之“蔽芾甘棠,勿剪勿伐,召伯所茇”,思其人猶愛其樹也,况用其道不恤其人乎?然無以勸能矣。

竹刑,簡法也,久遠,世無其書。子産卒後二十年而鄧析死,傳説或稱子産誅鄧析,非也。其論無厚者,言之異同,與公孫龍同類。謹第一。


현대 한국어 번역 및 분석

등석자(鄧析子): 전국시대 사상가 등석에 대한 기록과 평가

이 글은 고대 중국의 사상가 등석(鄧析)에 대한 기록으로, 그의 사상적 특징과 생애, 그리고 후대인들의 평가를 담고 있습니다.

1. 서지 정보 및 저술의 전승

崇文總目:鄧析子,戰國時人。漢志二篇。初,析著書四篇,劉歆有目有一篇,凡五。歆復校爲二篇,中鄧析書四篇,臣叙書一篇,凡中外書五篇,以相校,除復重爲一篇,皆定殺而書可繕寫也。

숭문총목(崇文總目): 등석자(鄧析子)는 전국시대 사람이다. 『한서 예문지』에는 두 편으로 기록되어 있다. 처음에 등석이 저술한 책은 네 편이었고, 유흠(劉歆)의 목록에는 한 편이 있었는데, 모두 합해 다섯 편이었다. 유흠이 다시 교정하여 두 편으로 만들었으며, 그중 등석의 책은 네 편, (자신이) 서술한 책은 한 편이었다. 모든 내외서(內外書) 다섯 편을 서로 비교하여 중복된 부분을 제외하고 한 편으로 정하여 최종 정리한 뒤 책을 베껴 쓸 수 있게 하였다.

  • 숭문총목(崇文總目): 송(宋)나라 때 편찬된 도서 목록으로, 고대 서적의 내용과 전승 과정을 기록한 자료입니다.
  • 등석자(鄧析子): 등석이라는 인물이 저술한 책을 의미합니다.
  • 전국시인(戰國時人): 등석이 전국시대(기원전 475년~기원전 221년) 인물임을 밝힙니다.
  • 한지 이편(漢志二篇): 『한서(漢書) 예문지(藝文志)』에 등석의 저술이 두 편으로 등재되어 있음을 말합니다. 이는 한나라 시기에 등석의 사상이 일정 부분 전해지고 있었음을 보여줍니다.
  • 유흠(劉歆): 서한(西漢) 말기의 학자이자 도서 편찬자로, 고대 서적을 정리하고 분류하는 데 큰 공헌을 했습니다. 이 기록은 등석의 저술이 여러 판본으로 존재했음을 보여주며, 유흠이 이를 교정하고 정리하는 과정을 상세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최종적으로 '두 편'으로 정리되어 필사 가능한 형태로 만들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2. 등석의 인물 배경과 사상

鄧析者,鄭人也。好刑名,操兩可之説,設無窮之辭。當子産之世,數難子産之法。記或云:子産起而戮之,於春秋左氏傳昭公二十年而子産卒,子太叔嗣爲政。定公八年,太叔卒,駟歂嗣爲政。明年,乃殺鄧析而用其竹刑。

등석은 정(鄭)나라 사람이다. 그는 형명(刑名)을 좋아했고, '양가(兩可)의 설'을 주장하며 무궁무진한 말을 펼쳤다. 자산(子産)의 시대에 그는 여러 번 자산의 법을 비난했다. 어떤 기록에는 자산이 일어나 그를 죽였다고도 하나, 『춘추좌씨전』 소공(昭公) 20년에 자산이 죽고, 자태숙(子太叔)이 뒤를 이어 정사를 맡았다. 정공(定公) 8년에 자태숙이 죽고, 사천(駟歂)이 뒤를 이어 정사를 맡았다. 그 이듬해에 비로소 등석을 죽이고 그의 '죽형(竹刑)'을 사용하였다.

  • 정(鄭)나라 사람: 춘추시대 말기(기원전 770년~기원전 403년)부터 전국시대 초기에 걸쳐 활동한 인물입니다.
  • 형명(刑名): 법률과 명분, 실제의 관계를 다루는 학설로, 주로 법가(法家)와 명가(名家)에서 중요하게 다루었습니다. 등석은 특히 법률과 언어의 논리적 모순을 탐구하는 데 능했습니다.
  • 양가(兩可)의 설: '양쪽 모두 가능하다'는 의미로, 어떤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할 수 있는 논리를 펴는 변론술을 의미합니다. 이는 소피스트적인 경향을 보여주며, 당시 등석이 언변과 논쟁에 뛰어났음을 시사합니다.
  • 자산(子産): 춘추시대 정나라의 현명한 재상으로, 법률을 성문화하고 개혁을 추진한 인물입니다. (기원전 522년 사망) 등석은 자산의 법률과 정책에 대해 끊임없이 비판하고 논쟁을 벌였습니다.
  • 자산의 죽음과 등석의 죽음: 기록에 따르면 자산은 소공 20년에 사망합니다. 그러나 등석은 그보다 훨씬 뒤에 죽은 것으로 보입니다. 자산 사후 자태숙이 정치를 맡고, 다시 자태숙 사후 사천이 정치를 맡았으며, 사천이 정치를 맡은 그 이듬해에 등석을 죽였다고 되어 있습니다. 이는 자산이 직접 등석을 죽였다는 소문이 사실이 아님을 밝히고 있습니다. 오히려 사천이 등석을 죽이면서도 그가 만든 '죽형'을 채택했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 죽형(竹刑): 등석이 만든 '죽간(竹簡)에 쓴 형법'으로, 당시 귀족 중심의 법률 체계에 도전하며 사적인 법전을 만들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는 법의 보편성과 투명성을 강조하는 개혁적인 움직임으로 볼 수도 있으나, 기존 질서에 대한 도전으로도 여겨졌습니다.

3. 군자(君子)의 평가와 윤리적 고찰

君子謂子歂於是乎不忠。苟有可以加於國家,棄其邪可也。靜女之三章,取彤管焉。竿旄“何以告之”,取其忠也。故用其道,不棄其人。詩之“蔽芾甘棠,勿剪勿伐,召伯所茇”,思其人猶愛其樹也,况用其道不恤其人乎?然無以勸能矣。

군자(君子)는 사천이 이때 (등석을 죽인 것이) 불충(不忠)하다고 평했다. 그러나 만약 국가에 이로울 수 있다면, 그릇된 점을 버리고 (그의 재능을) 쓰는 것도 괜찮다. 『시경』 「정풍(鄭風) 정녀(靜女)」의 삼 장은 붉은 대롱(글쓰는 도구)을 취했으며, 「소아(小雅) 간모(竿旄)」의 "무엇으로 알려야 하는가?"라는 구절은 그 충성심을 취한 것이다. 그러므로 그의 도(道)를 썼다면 그 사람을 버리지 말아야 한다. 『시경』의 "무성한 팥배나무여, 자르지도 말고 베지도 마라, 소백(召伯)이 머물던 곳이니"라는 구절처럼, 그 사람을 생각하여 그 나무마저도 아끼는 것인데, 하물며 그의 도를 사용하면서 그 사람을 돌보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러나 그렇게 한다면 능력 있는 사람을 권장할 수 없을 것이다.

  • 사천의 불충: 등석을 죽이면서도 그의 죽형을 사용한 사천의 행위에 대해 군자들은 '불충'하다고 비판합니다. 여기서 '불충'은 통치자로서 인재를 제대로 대우하지 않고, 사사로운 감정으로 죽이면서도 그의 유용성을 취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비판하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 공과 사의 문제: "국가에 이로울 수 있다면, 그릇된 점을 버리고 (그의 재능을) 쓰는 것도 괜찮다"는 구절은 실용적인 관점에서 등석의 '도(道)'가 국가에 유익하다면 그의 개인적인 결함이나 기존 질서에 대한 도전적인 태도에도 불구하고 채택할 수 있음을 인정합니다.
  • 시경(詩經) 인용:
    • 「정풍 정녀(靜女)」의 붉은 대롱 (彤管): 학자의 글쓰는 도구를 상징하며, 등석의 학문적 재능을 암시합니다.
    • 「소아 간모(竿旄)」의 충성심: 등석이 비록 기존 체제에 도전했으나, 그의 지식이 국가에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충성'의 측면을 가지고 있다는 해석을 내포합니다.
    • 「감당(甘棠)」의 소백(召伯) 이야기: 주(周)나라 소공(召公)이 팥배나무 아래에서 송사를 해결하며 백성을 보살폈는데, 백성들이 그를 그리워하여 그의 앉았던 나무조차 베지 않았다는 고사입니다. 이 비유를 통해 "능력 있는 사람의 도를 취하면서 그 사람을 버리는 것은 부당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능력 있는 인재를 소중히 여기고 그들이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인재 활용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 능력 있는 사람을 권장할 수 없음: 비록 그의 '도'가 유용하더라도, 사람을 함부로 죽이면서 그 도만 취한다면, 누가 감히 자신의 능력을 펼치려 하겠는가라는 우려를 표현하며, 인재 육성과 활용에 대한 윤리적 고찰을 담고 있습니다.

4. 죽형(竹刑)의 전승과 등석 사상의 유사성

竹刑,簡法也,久遠,世無其書。子産卒後二十年而鄧析死,傳説或稱子産誅鄧析,非也。其論無厚者,言之異同,與公孫龍同類。謹第一。

죽형(竹刑)은 간략한 법이었는데, 오랜 세월이 지나 세상에는 그 책이 전해지지 않는다. 자산이 죽은 지 20년 후에 등석이 죽었으므로, 전설에 자산이 등석을 죽였다고 하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그의 '무후(無厚)'에 대한 논의는, 말의 같고 다름(異同)에 있어 공손룡(公孫龍)과 같은 부류이다. (이상이 등석자 첫 번째 편이다.)

  • 죽형의 소실: 등석이 만든 죽형은 간략한 법이었으나, 오랜 세월이 흘러 현재는 전해지지 않음을 밝힙니다.
  • 자산과 등석의 죽음 시기 재확인: 자산이 죽은 지 20년 후에 등석이 죽었음을 명확히 하여, 자산이 등석을 처형했다는 소문이 사실이 아님을 다시 한번 강조합니다.
  • 무후(無厚) 논의: 등석의 사상 중 '무후(無厚)'라는 개념이 언급됩니다. '무후'는 사물의 두께나 경계가 없다는 주장으로, 명가(名家)의 논리적 역설과 관련이 깊습니다. 이는 사물의 본질과 명칭, 그리고 그것을 정의하는 방식에 대한 철학적 탐구로 해석됩니다.
  • 공손룡(公孫龍)과의 유사성: '무후' 논의와 "말의 같고 다름(異同)"에 대한 논쟁이 공손룡과 같은 부류라고 언급됩니다. 공손룡은 전국시대 명가(名家)의 대표적인 인물로, "백마는 말이 아니다(白馬非馬)"와 같은 역설적인 주장을 통해 명칭과 실재의 관계, 언어의 한계를 탐구했습니다. 이는 등석이 공손룡과 마찬가지로 언어와 논리를 정밀하게 다루고, 사물의 본질과 개념에 대한 깊이 있는 논변을 펼쳤던 명가 학자였음을 보여줍니다.

이 글은 등석이라는 인물을 단순한 법률가가 아니라, 논리학과 언어 철학에 능통했던 전국시대의 중요한 사상가로 평가하며, 그의 사상이 당시 사회에 미친 영향과 그에 대한 후대의 윤리적, 학문적 평가를 종합적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등석자(鄧析子) - 무후편(無厚篇)

이 글은 전국시대 정나라의 사상가 등석의 저술로 알려진 『등석자』 중 「무후편」입니다. 「무후(無厚)」는 '두터움이 없다', 즉 '편애가 없다'는 의미로, 하늘과 군주, 부모 등이 특정 대상에게 편애를 베풀지 않는다는 주장을 바탕으로 논리적이고 실용적인 통치 철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특히 명가(名家)의 특징인 언어와 명분의 중요성, 논리적 분석을 통해 이상적인 통치 방식과 인재 활용법을 제시합니다.


1. 무후론(無厚論) - 편애 없는 자연과 사회의 원리

天於人無厚也,君於民無厚也,父於子無厚也,兄於弟無厚也。何以言之?天不能屏勃厲之氣,全夭折之人,使爲善之民必壽,此於民無厚也。凡民有穿窬爲盗者,有詐僞相迷者,此皆生於不足,起於貧窮,而君必執法誅之,此於民無厚也。尭、舜位爲天子,而丹朱、商均爲布衣,此於子無厚也。周公誅管、蔡,此於弟無厚也。椎此言之,何厚之有?

현대 한국어 번역:
하늘은 사람에게 편애(厚)가 없으며, 군주는 백성에게 편애가 없고, 아버지는 자식에게 편애가 없으며, 형은 아우에게 편애가 없다. 무엇으로 이를 말하는가? 하늘은 사나운 기운을 막아내지 못하여 일찍 죽는 사람들을 온전히 보전하지 못하며, 선한 백성이 반드시 장수하게 하지 못하니, 이것이 백성에게 편애가 없다는 것이다. 무릇 백성 중에 담을 뚫고 도둑질하는 자가 있고, 속이고 거짓으로 서로를 현혹하는 자가 있으니, 이들은 모두 부족함에서 생기고 가난에서 비롯되지만, 군주는 반드시 법을 집행하여 그들을 처벌하니, 이것이 백성에게 편애가 없다는 것이다. 요(堯)와 순(舜)은 천자의 자리에 있었지만, 그들의 아들 단주(丹朱)와 상균(商均)은 평민에 불과했으니, 이것이 자식에게 편애가 없다는 것이다. 주공(周公)은 관숙(管叔)과 채숙(蔡叔)을 주살했으니, 이것이 아우에게 편애가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들을 미루어 말하건대, 어찌 편애가 있겠는가?

분석 및 설명:
이 단락은 「무후편」의 핵심 사상인 '무후' 즉 '편애 없음' 또는 '불편부당(不偏不黨)'의 원리를 제시합니다. 등석은 하늘, 군주, 부모, 형이라는 전통적인 권위와 관계를 예로 들며, 이들이 특정 대상에게 특별한 혜택을 주지 않음을 강조합니다.

  • 하늘의 무후: 자연재해나 인간의 수명에 있어 선악에 따른 차등을 두지 않는 하늘의 모습을 통해 만물에 대한 무차별적 본성을 설명합니다. 이는 유가(儒家)의 '하늘의 뜻'과 같은 윤리적 개입보다는 자연법적인 관점에 가깝습니다.
  • 군주의 무후: 백성이 가난으로 인해 도둑질을 하더라도 군주는 법에 따라 엄정하게 처벌한다는 점을 들어, 법 집행에 있어서 사적인 감정이나 상황을 고려하지 않는 군주의 공정성을 주장합니다. 이는 법가(法家)의 '법치' 사상과 맥을 같이 합니다.
  • 부모/형제의 무후: 요순의 아들이 평민으로 살았고, 주공이 형제들을 주살한 역사적 사실을 예로 들어, 혈연 관계에서도 개인의 덕과 능력에 따라 운명이 결정되며 사사로운 정이 개입되지 않음을 논증합니다. 이는 맹목적인 혈연주의를 비판하고 능력주의적 관점을 제시합니다.

결론적으로 등석은 자연과 사회, 그리고 인간관계의 근본 원리가 '편애 없음'에 있다고 보며, 이를 통해 감정에 치우치지 않는 냉철하고 이성적인 통치의 중요성을 암시합니다.

2. 군신지도(君臣之道) - 군주와 신하의 역할 및 폐해

循名責實,君之事也。奉法宣令,臣之職也。下不得自擅,上操其柄而不理者,未之有也。君有三累,臣有四責。何謂三累?惟親所信,一累;以名取士,二累;近故親疏,三累。何謂四責?受重賞而無功,一責;居大位而不治,二責;理官而不平,三責;御軍陣而奔北,四責。君無三累,臣無四責,可以安國。

현대 한국어 번역:
명분(名)을 따라 실체(實)를 추궁하는 것은 군주의 일이다. 법을 받들고 명령을 선포하는 것은 신하의 직책이다. 아랫사람이 마음대로 전횡할 수 없고, 윗사람이 그 권한(柄)을 쥐고 있으면서도 잘 다스려지지 않는 경우는 일찍이 없었다. 군주에게는 세 가지 폐단이 있고, 신하에게는 네 가지 책임이 있다. 세 가지 폐단이란 무엇인가? 오직 친한 자만을 믿는 것이 첫 번째 폐단이요, 명성만으로 선비를 등용하는 것이 두 번째 폐단이며, 가까운 이와 옛 정에 따라 친소(親疎)를 정하는 것이 세 번째 폐단이다. 네 가지 책임이란 무엇인가? 무거운 상을 받았으면서도 공이 없는 것이 첫 번째 책임이요, 큰 자리에 있으면서도 다스리지 못하는 것이 두 번째 책임이며, 관직을 맡아 일을 처리함에 있어 공평하지 못한 것이 세 번째 책임이요, 군대를 통솔하여 전쟁에서 도망치는 것이 네 번째 책임이다. 군주가 세 가지 폐단이 없고, 신하가 네 가지 책임이 없다면, 나라를 안정시킬 수 있을 것이다.

분석 및 설명:
이 단락은 군주와 신하의 이상적인 역할 분담과 그들이 경계해야 할 폐단에 대해 논합니다. '형명' 사상의 핵심인 '명(名)'과 '실(實)'의 관계를 통치에 적용합니다.

  • 循名責實(순명책실): 명가와 법가의 중요한 사상으로, '명분(이름, 직책, 법규 등)'에 따라 '실체(실제 업무, 성과, 행동 등)'를 엄격하게 요구하고 책임지는 통치 원리입니다. 군주는 이 원칙을 통해 신하들의 직무를 정확히 평가하고 감독해야 합니다.
  • 군주의 역할: 군주는 권한(柄)을 확고히 쥐고 법령을 통해 통치함으로써 신하들이 함부로 권력을 휘두르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
  • 군주의 세 가지 폐단(三累):
    1. 惟親所信(유친소신): 사적인 친분에만 의존하여 인재를 등용하고 신뢰하는 것.
    2. 以名取士(이명취사): 실제 능력이나 성과보다는 겉으로 드러난 명성이나 평판만으로 인재를 선발하는 것.
    3. 近故親疏(근고친소): 가까운 관계나 오래된 인연에 따라 친소(親疎)를 따져 사람을 대하는 것.
      이 세 가지는 모두 공정한 인재 등용과 관리가 이루어지지 못하게 하는 요소로, 군주의 사적인 감정이나 편견이 국가 운영에 개입되는 것을 경계합니다.
  • 신하의 네 가지 책임(四責): 신하가 마땅히 책임을 져야 할 네 가지 상황을 제시하며, 무능력, 불공정, 무공(無功) 등을 비판합니다. 이는 신하의 실질적인 업무 성과와 윤리적 태도를 중시하는 등석의 관점을 보여줍니다.

등석은 군주가 사적인 감정이나 편견을 버리고 공정하게 인재를 등용하고 관리하며, 신하들은 자신의 직책에 충실하고 능력을 발휘해야만 국가가 안정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는 법가적 통치술과 명가적 명실 상부론이 결합된 형태입니다.

3. 군주의 통치 역량과 통찰력

勢者,君之輿;威者,君之策;臣者,君之馬;民者,君之輪。勢固則輿安,威定則策勁,臣順則馬良,民和則輪利。爲國失此,必有覆車、奔馬、折輪、敗載之患,安得不危?異同之不可别,是非之不可定,白黑之不可分,清濁之不可理,久矣。誠聽能聞於無聲,視能見於無形,計能規於未兆,慮能防於未然, 斯無他也,不以耳聽,則通於無聲矣;不以目視,則照於無形矣;不以心計,則逹於無兆矣;不以知慮,則合於無然矣。君者藏形匿影,群下無私,掩目塞耳,萬民恐震。
循名責實,察法立威,是明王也。夫明於形者分,不遇於事;察於動者用,不失則利。故明君審一,萬物自定。名不可以外務,智不可以從他,求諸己之謂也。

현대 한국어 번역:
세(勢)는 군주의 수레요, 위(威)는 군주의 채찍이며, 신하는 군주의 말이요, 백성은 군주의 바퀴이다. 세가 굳건하면 수레가 안정되고, 위엄이 확고하면 채찍이 강하며, 신하가 순종하면 말이 훌륭하고, 백성이 화합하면 바퀴가 이롭다. 나라를 다스림에 있어 이것들을 잃으면, 반드시 수레가 뒤집히고, 말이 달아나고, 바퀴가 부러지고, 짐이 엎어지는 환난이 있을 것이니, 어찌 위태롭지 않겠는가? 같고 다름을 분별할 수 없고, 옳고 그름을 정할 수 없으며, 흑백을 나눌 수 없고, 맑고 흐림을 다스릴 수 없게 된 지 오래다. 진실로 들으면 소리 없는 곳에서도 들을 수 있고, 보면 형상 없는 곳에서도 볼 수 있으며, 헤아리면 징조 없는 곳에서도 헤아릴 수 있고, 헤아리면 일어나기 전에도 막을 수 있으니, 다른 것이 아니라 귀로 듣지 않으면 소리 없는 곳에 통할 것이요, 눈으로 보지 않으면 형상 없는 곳을 비출 것이요, 마음으로 헤아리지 않으면 징조 없는 곳에 도달할 것이요, 지식으로 헤아리지 않으면 일어나기 전에 합치될 것이다. 군주는 형체를 감추고 그림자를 숨겨 아래 신하들이 사사로움을 부리지 못하게 하고, 눈을 가리고 귀를 막아 만백성이 두려워 떨게 해야 한다.
명분(名)을 따라 실체(實)를 추궁하고, 법을 살피고 위엄을 세우는 것이 현명한 왕이다. 무릇 사물의 형상에 밝은 자는 분별(分)을 얻어 일에 어긋남이 없고, 움직임을 살피는 자는 쓰임(用)을 얻어 실책이 없으면 이롭다. 그러므로 현명한 군주는 하나를 살피면 만물이 스스로 안정된다. 명성은 밖으로 구할 수 없고, 지혜는 다른 이에게서 따를 수 없으니, 자신에게서 구하는 것을 말한다.

분석 및 설명:
이 단락은 통치자의 권력(勢와 威)과 통찰력, 그리고 이를 통한 통치 원칙을 비유와 명가적 사유를 통해 설명합니다.

  • 통치의 비유: '수레' 비유를 통해 군주에게 '세(勢, 권세)', '위(威, 위엄)', '신하', '백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합니다. 각 요소가 제 역할을 해야 나라가 안정된다는 유기체적 관점을 보여줍니다.
  • 명가적 통찰력: "같고 다름을 분별할 수 없고..." 부분은 명가 학파가 천착했던 언어적, 논리적 혼란상을 지적합니다. 등석은 이러한 혼란을 극복하기 위해 '무위(無爲)'와 유사한 경지의 통찰력을 제시합니다.
    • 無聲, 無形, 未兆, 未然: 소리 없는 곳에서 듣고, 형상 없는 곳에서 보고, 징조 없는 곳에서 헤아리며, 일어나기 전에 막는다는 것은 감각과 지식을 초월한 궁극적인 통찰력을 의미합니다. 이는 '도를 통하면' 얻을 수 있는 경지로, 통치자가 모든 것을 미리 알고 통제해야 한다는 지향점을 보여줍니다.
    • 藏形匿影, 掩目塞耳: 군주가 자신의 의도와 행동을 숨기고, 신하들의 사사로운 청탁이나 정보를 차단하여, 신하와 백성이 감히 사적인 생각을 품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극단적인 통치 기술을 제시합니다. 이는 법가의 엄격한 군주론과 유사하며, 군주의 권위와 통제력을 극대화하려는 의도를 보여줍니다.
  • 현명한 왕의 조건: 다시 한번 '循名責實(순명책실)'을 강조하며, 법을 살피고 위엄을 세우는 것이 현명한 군주의 길임을 말합니다. '명(名)'과 '실(實)'을 명확히 함으로써 혼란을 제거하고 질서를 확립할 수 있다고 봅니다.
  • 審一(심일): '하나를 살피면 만물이 스스로 안정된다'는 것은, 핵심적인 원리를 파악하면 모든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결된다는 통찰력을 의미합니다. 이는 통치자가 본질을 꿰뚫는 지혜를 가져야 함을 강조합니다.
  • 求諸己(구제기): 명성과 지혜를 외부에서 구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 안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으로, 군주의 주체적인 판단력과 내면의 성찰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이 단락은 등석이 단순한 법률가가 아니라, 통치자의 내면적 수양과 외부적 통치 기술을 결합하여 국가를 안정시키는 방법을 모색했던 사상가였음을 보여줍니다.

4. 치세의 원칙

治世位不可越,職不可亂,百官有司,各務其刑,上循名以督實,下奉教而不逹,所美觀其所終,所惡計其所窮,喜不以賞,怒不以罰,可謂治世。

현대 한국어 번역:
잘 다스려지는 시대에는 직위(位)를 함부로 넘어서는 안 되고, 직분(職)을 함부로 어지럽혀서는 안 된다. 모든 관리들은 각기 자신의 직책에 충실해야 하며, 윗사람은 명분(名)을 따라 실체(實)를 감독하고, 아랫사람은 가르침(명령)을 받들어 실행하지 못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칭찬할 만한 것은 그 마침(결과)을 보고, 비난할 만한 것은 그 궁극(결말)을 헤아려야 하며, 기쁘다고 해서 상을 주지 않고, 노했다고 해서 벌을 주지 않는다면, 이를 일러 잘 다스려지는 세상이라고 할 수 있다.

분석 및 설명:
이 단락은 이상적인 '치세(治世)'가 어떤 원칙에 의해 운영되는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합니다. 핵심은 질서, 명확한 책임, 그리고 공정한 평가입니다.

  • 위계질서와 책임: '위(位)를 넘지 않고, 직(職)을 어지럽히지 않으며, 각 관리가 자신의 형(刑, 직분/법칙)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은 엄격한 위계질서와 각자의 역할에 대한 충실성을 강조합니다. 이는 사회적 혼란을 막고 효율적인 행정을 위한 기반이 됩니다.
  • 순명책실(循名責實)의 재강조: 윗사람이 '명분'에 따라 '실체'를 감독하고, 아랫사람이 '명령'을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는 점은 통치 원칙으로서 '명실 상부'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합니다.
  • 공정한 평가와 상벌: '칭찬할 만한 것은 그 결과를 보고, 비난할 만한 것은 그 궁극적인 결말을 헤아려야 한다'는 것은 행위의 동기나 과정보다는 최종적인 결과와 파급 효과를 중시하는 실용주의적 관점을 보여줍니다. 또한, '기쁘다고 상 주지 않고, 노했다고 벌 주지 않는다'는 것은 통치자의 사적인 감정이 상벌에 개입해서는 안 되며, 오직 공정한 기준과 법에 의거하여 상벌을 집행해야 함을 강조합니다. 이는 첫 단락의 '무후' 사상과 연결되는 중요한 부분입니다.

이러한 원칙들은 등석이 질서 있고 효율적인 통치, 즉 법치주의적 관점을 지향했음을 보여줍니다.

5. 통치자의 책임과 지혜

夫負重者患塗遠,㩀貴者憂民離。負重塗遠者,身疲而無功,在上離民者,雖勞而不治。故智者量塗而後負,明君視民而出政。

현대 한국어 번역:
무거운 짐을 진 자는 길이 먼 것을 걱정하고, 높은 자리에 있는 자는 백성이 떠나는 것을 걱정한다. 무거운 짐을 지고 멀리 가는 자는 몸만 피곤하고 공이 없으며, 윗자리에 있으면서 백성이 떠나게 하는 자는 비록 수고하더라도 다스려지지 않는다. 그러므로 지혜로운 자는 길을 헤아린 후에 짐을 지고, 현명한 군주는 백성을 살펴본 후에 정사를 펼친다.

분석 및 설명:
이 단락은 통치자가 지녀야 할 현실적인 판단력과 백성 중심의 통치 자세를 강조합니다.

  • 짐꾼과 통치자의 비유: 무거운 짐을 지는 사람이 먼 길을 걱정하듯, 높은 자리에 있는 통치자는 백성이 자신에게서 멀어지는 것을 걱정해야 한다는 비유를 통해 통치자의 근본적인 책임과 고민을 제시합니다.
  • 효율성과 결과 중시: '몸만 피곤하고 공이 없는 자'와 '수고하더라도 다스려지지 않는 자'를 대비하며, 노력이 있더라도 실질적인 성과와 효과를 내지 못하면 무의미하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이는 실용주의적이고 성과 중심적인 등석의 사상을 보여줍니다.
  • 선견지명과 백성 이해: '지혜로운 자는 길을 헤아린 후에 짐을 진다'는 것은 통치자가 일을 시작하기 전에 충분히 고려하고 계획해야 함을 의미합니다. 또한 '현명한 군주는 백성을 살펴본 후에 정사를 펼친다'는 것은 백성의 실제 상황과 필요를 파악한 후에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민본(民本)'적인 인식을 보여줍니다.

이 단락은 통치자가 현실을 직시하고, 백성의 입장을 고려하며, 효율적인 방법으로 정사를 운영해야 함을 강조합니다.

6. 인재 등용 및 관계의 원칙

獵羆虎者,不於外圂,鈎鯨鯢者,不居清池。何則?圂非羆虎之窟也,池非鯨鯢之泉也。楚之不溯流,陳之不束麾,長盧之不士,吕子之蒙耻。夫游而不見敬,不恭也;居而不見愛,不仁也;言而不見用,不信也;求而不能得,無始也;謀而不見喜,無理也;計而不見從,遺道也。因勢而發譽,則行等而名殊,人齊而得時,則力敵而功倍。其所以然者,乘勢之在外。

현대 한국어 번역:
곰과 호랑이를 사냥하는 자는 외양간에서 하지 않고, 고래를 낚는 자는 맑은 연못에 있지 않는다. 왜 그런가? 외양간은 곰과 호랑이의 굴이 아니요, 연못은 고래의 서식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초(楚)나라는 물결을 거슬러 오르지 않고, 진(陳)나라는 깃발을 묶지 않으며, 장로(長盧)는 선비답지 않고, 여자(呂子)는 치욕을 당했다. 무릇 돌아다녀도 존경받지 못하면 불공손한 것이요, 머물러도 사랑받지 못하면 불인(不仁)한 것이요, 말해도 쓰이지 못하면 불신(不信)한 것이요, 구해도 얻지 못하면 시작이 없는 것이요, 도모해도 기뻐하지 않으면 이치에 맞지 않는 것이요, 헤아려도 따르지 않으면 도(道)를 버리는 것이다. 세력(勢)에 따라 명예를 얻으면, 행위는 같아도 명성이 달라지고, 사람들이 때를 만나면 힘이 같아도 공이 배가 된다. 그 까닭은 세력을 타고 있는 것이 외부에 있기 때문이다.

분석 및 설명:
이 단락은 인재 등용의 적절성, 사람의 행동과 그에 따른 결과를 논하며 '세(勢)'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 적소(適所)의 원칙: 곰과 호랑이, 고래를 잡는 비유를 통해 인재를 등용할 때는 그들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적절한 환경과 자리에 두어야 함을 강조합니다. 아무데서나 능력을 기대할 수 없다는 현실적인 관점을 보여줍니다.
  • 성공적인 관계와 행동의 기준: 유세해도 존경받지 못하고, 머물러도 사랑받지 못하는 등의 상황을 들며, 사람의 말과 행동이 타인에게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그 행동은 무의미하거나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이는 실질적인 결과와 효용성을 중시하는 등석의 사상을 반영합니다.
  • 세(勢)의 중요성: '세력(勢)'에 따라 명예와 성공이 달라진다는 점을 언급하며, 개인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시대적 흐름이나 외부적 환경, 즉 '세'를 잘 타야 성공할 수 있다는 현실론을 제시합니다. 이는 법가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개념 중 하나로, 군주가 '세'를 장악하여 통치해야 함을 암시합니다.

이 단락은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행동의 결과와 효용성을 중시하며, 시대의 '세'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7. 변론술과 통찰력

推辯説,非所聽也,虚言向,非所應也,無益亂,非舉也。故談者别殊類,使不相害,序異端,使不相亂,諭志通意,非務相乖也。若飾詞以相亂,匿詞以相亂移,非古之辯也。慮不先定,不可以應卒。兵不閑習,不可以當敵。廟筭千里,帷幄之奇,百戰百勝,黃帝之師。

현대 한국어 번역:
논쟁적인 주장을 미루어 보건대, (듣기 좋은) 변설은 들어줄 것이 못 되고, 헛된 말은 응할 것이 못 되며, 이익 없이 혼란만 주는 것은 (군주가) 내세울 것이 못 된다. 그러므로 말하는 자는 다른 부류를 구별하여 서로 해치지 않게 하고, 다른 의견들을 순서대로 배열하여 서로 혼란시키지 않으며, 뜻을 깨우쳐 소통하는 것이지, 억지로 서로 어긋나게 하려는 것이 아니다. 만약 말을 꾸며서 서로를 혼란시키고, 말을 숨겨서 잘못 인도한다면, 이는 옛날의 변론이 아니다. 생각이 미리 정해지지 않으면 급작스러운 일에 대응할 수 없다. 병사가 충분히 훈련되지 않으면 적을 막아낼 수 없다. 천리를 밖에서 헤아리고, 장막 안에서 기묘한 계책을 세워 백번 싸워 백번 이기는 것이 황제(黃帝)의 군대다.

분석 및 설명:
이 단락은 올바른 변론술과 통치자의 전략적 사고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명가(名家)의 등석이 언어와 논쟁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가졌는지를 보여줍니다.

  • 바람직하지 않은 언변: '듣기 좋은 변설', '헛된 말', '혼란만 주는 것'을 비판하며, 실질적인 의미와 유용성이 없는 말은 배척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는 등석이 궤변이나 말장난보다는 실용적인 논변을 중시했음을 시사합니다.
  • 이상적인 변론술: 진정한 변론자는 서로 다른 견해를 조화시키고, 혼란을 야기하지 않으며, 소통을 통해 의도를 명확히 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이는 언어가 혼란을 부추기는 도구가 아니라 질서를 확립하고 소통을 원활하게 하는 도구여야 한다는 관점입니다.
  • 진정한 지혜와 전략: '생각이 미리 정해져야 급작스러운 일에 대응할 수 있고, 병사가 훈련되어야 적을 막아낼 수 있다'는 것은 철저한 사전 준비와 훈련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천리 밖에서 헤아리고, 장막 안에서 계책을 세워 백전백승하는 황제의 군대' 비유는 통치자가 광범위한 시야와 뛰어난 전략을 통해 모든 상황을 통제하고 승리해야 함을 보여줍니다. 이는 군주의 지혜와 통찰력을 통한 절대적 통치의 이상을 제시합니다.

이 단락은 언어가 단순히 논쟁 도구가 아니라 소통과 질서 확립의 수단이 되어야 하며, 통치자는 철저한 준비와 전략적 사고를 통해 모든 상황을 지배해야 함을 강조합니다.

8. 운명론적 관점과 통치

死生自命,貧富自時。怨夭折者,不知命也;怨貧賤者,不知時也。故臨難不懼,知天命也;貧窮無懾,逹時序也。凶饑之歲,父死於室,子死於户,而不相怨者,無所顧也。同舟渡海,中流遇風,救患若一,所憂同也。張羅而畋,唱和不差者,其利等也。故體痛者,口不能不呼,心悦者,顔不能不笑。責疲者以舉千鈞,責兀者以及走兔。驅逸足於庭,求猨捷於檻,斯逆理而求之,猶倒裳而索領。

현대 한국어 번역:
죽고 사는 것은 명(命)에 달렸고, 가난하고 부유한 것은 때(時)에 달렸다. 일찍 죽는 것을 원망하는 자는 명을 알지 못하는 것이요, 가난하고 천한 것을 원망하는 자는 때를 알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어려움에 처해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은 천명(天命)을 아는 것이요, 가난에도 위축되지 않는 것은 때의 순리(時序)를 통달하는 것이다. 흉년이 들어 아버지가 집 안에서 죽고 아들이 집 밖에서 죽어도 서로 원망하지 않는 것은 (서로를) 돌아볼 겨를이 없었기 때문이다. 같은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다 한가운데서 폭풍을 만나면, 환난을 구하는 것이 한결같으니, 근심하는 바가 같기 때문이다. 그물을 쳐서 사냥할 때, 서로 호흡이 어긋나지 않는 것은 그 이익이 같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몸이 아픈 자는 입으로 소리 내지 않을 수 없고, 마음이 기쁜 자는 얼굴로 웃지 않을 수 없다. 피곤한 자에게 천 균(鈞)을 들게 하고, 다리 없는 자에게 달아나는 토끼를 잡게 하며, 빠른 발을 가진 말을 마당으로 몰고 우리 안에서 원숭이의 날램을 구하는 것은, 이치에 거스르면서 구하는 것이니, 마치 옷을 거꾸로 입고 옷깃을 찾는 것과 같다.

분석 및 설명:
이 단락은 운명론적 관점과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통치의 난점과 올바른 접근법을 제시합니다.

  • 운명론적 인식: 죽음과 삶, 빈부의 문제를 '명(命)'과 '시(時)'의 영역으로 돌립니다. 이는 인간의 힘으로 바꿀 수 없는 불가피한 영역이 있음을 인정하고, 그러한 것에 대한 원망은 '명'과 '시'를 알지 못하는 무지에서 비롯된다고 말합니다. 이러한 운명론적 관점은 백성들이 불가항력적인 상황에 순응하도록 유도할 수 있습니다.
  • 절박한 상황에서의 협력: 흉년, 조난 상황 등을 통해 극한 상황에서는 사람들이 사사로운 원망이나 다툼 없이 공동의 목표를 위해 단결한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이익이 같으면' 협력한다는 것은 실용주의적 관점에서 인간 행동의 동기를 설명합니다.
  • 능력에 따른 요구의 부당함: '피곤한 자에게 천 균을 들게 하고...', '다리 없는 자에게 토끼를 잡게 하는' 등의 비유는 각자의 능력과 조건에 맞지 않는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이 이치에 어긋남을 강조합니다. 이는 통치자가 백성이나 신하에게 무리한 기대를 하거나, 그들의 한계를 고려하지 않고 정책을 펼쳐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이 단락은 현실의 한계를 인정하고, 불가피한 상황에 대한 순응을 요구하며, 통치자는 각 개인의 능력과 상황을 고려하여 합리적인 통치를 해야 함을 주장합니다.

9. 좋은 정치의 조건

事有遠而親,近而疏,就而不用,去而反求,風此四行,明主大憂也。夫水濁則無掉尾之魚,政苛則無逸樂之士。故令煩則民詐,政擾則民不定。不治其本,而務其末,譬如拯溺,錘之以石,救火,投之以薪。

현대 한국어 번역:
어떤 일은 멀리 있는데도 친해지고, 가까이 있는데도 멀어지며, 다가갔으나 쓰이지 못하고, 떠나갔으나 도리어 다시 찾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네 가지 현상은 현명한 군주가 크게 걱정하는 바이다. 무릇 물이 흐리면 꼬리를 흔드는 물고기가 없고, 정사가 가혹하면 편안히 즐거워하는 선비가 없다. 그러므로 명령이 번거로우면 백성이 속이고, 정사가 어지러우면 백성이 안정되지 못한다. 그 근본을 다스리지 않고 겉만을 힘쓰는 것은, 물에 빠진 자를 구하면서 돌을 매달아 빠뜨리는 것과 같고, 불을 끄면서 땔감을 던져 넣는 것과 같다.

분석 및 설명:
이 단락은 인재 등용의 어려움과 가혹한 통치의 폐해를 지적하며, 통치의 근본을 다스려야 함을 역설합니다.

  • 인재 관리의 난점: '멀리 있는데도 친해지고...', '떠나갔으나 도리어 다시 찾는' 등의 상황은 인재 등용과 관리의 복잡성과 어려움을 보여줍니다. 현명한 군주는 이러한 모순적인 현상에 대해 깊이 고민해야 함을 암시합니다.
  • 가혹한 정치의 폐해: '물이 흐리면 물고기가 없고, 정사가 가혹하면 선비가 없다'는 비유는 가혹하고 불안정한 정치가 인재를 떠나게 하고 백성들의 삶을 황폐하게 만듦을 경고합니다. 이는 통치자가 백성들에게 안정을 제공하고 인재들이 편안히 머무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함을 강조합니다.
  • 본말(本末) 전도: '명령이 번거로우면 백성이 속이고, 정사가 어지러우면 백성이 안정되지 못한다'는 것은 통치자의 무능이나 잘못된 정책이 백성의 혼란과 기만을 초래한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특히 '근본을 다스리지 않고 겉만을 힘쓰는 것'을 '물에 빠진 자를 돌로 빠뜨리고, 불을 끄면서 땔감을 던지는' 것에 비유하며 본질적인 문제 해결 없이 겉치레만 하거나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키는 잘못된 통치를 강하게 비판합니다.

이 단락은 통치자가 인재를 현명하게 다루고, 가혹하지 않은 정책으로 백성을 안정시키며,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여 해결해야 함을 강조합니다.

10. 도(道)의 본질과 통치

夫逹道者,無知之道也,無能之道也。是知大道,不知而中,不能而成,無有而足,守虚責實,而萬事畢。忠言於不忠,義生於不義,音而不收謂之放,言出而不督謂之闇。故見其象,致其形,循其理,正其名,得其端,知其情,若此,何往不復,何事不成?有物者,意也;無外者,德也;有人者,行也;無人者,道也。故德非所履,處非所處,則失,道非其道,不道,則謟。意無賢,慮無忠,行無道,言虚如受實,萬事畢。

현대 한국어 번역:
무릇 도(道)에 통달한 자는 앎이 없는 도(道)요, 능력 없음의 도(道)이다. 이것이 곧 대도(大道)를 아는 것이니, 알지 못하면서도 적중하고, 할 수 없으면서도 이루며, 없는 것 같으면서도 충분하고, 비어 있음을 지키면서 실체를 추궁하여 만사가 이루어진다. 불충한 자에게 충언을 하고, 불의한 자에게 의로움을 말하며, 소리가 나아가도 거두어들이지 못하는 것을 '방임(放)'이라 하고, 말이 나와도 감독하지 못하는 것을 '어둠(闇)'이라 한다. 그러므로 그 상(象)을 보고, 그 형(形)을 밝히며, 그 이치(理)를 따르고, 그 명칭(名)을 바로잡으며, 그 단서(端)를 얻어 그 실정(情)을 안다면, 이와 같다면 무엇이 가서 돌아오지 않겠으며, 무슨 일이 이루어지지 않겠는가? 만물이 있는 것은 의지(意) 때문이요, 외부가 없는 것은 덕(德) 때문이요, 사람이 있는 것은 행위(行) 때문이요, 사람이 없는 것은 도(道) 때문이다. 그러므로 덕이 행해야 할 바가 아니거나, 처해야 할 곳이 아니면 실책이요, 도가 그 도가 아니거나 도답지 않으면 아첨이다. 의지에 현명함이 없고, 사려에 충직함이 없으며, 행위에 도가 없고, 말이 허황되어도 실제처럼 받아들여지면, 만사가 끝난다.

분석 및 설명:
이 단락은 등석의 철학적 깊이를 보여주며, '도(道)'에 대한 독특한 이해와 이를 통한 통치 원리를 제시합니다.

  • 무지(無知)와 무능(無能)의 도: 등석은 '도에 통달한 자'의 상태를 '앎이 없는 도', '능력 없음의 도'로 표현합니다. 이는 노자(老子)의 '무위(無爲)' 사상과 유사하게, 인위적인 지식이나 능력을 앞세우지 않고 자연스러운 흐름에 맡길 때 오히려 모든 것이 제대로 이루어진다는 역설적인 통점을 제시합니다. '비어 있음을 지키면서 실체를 추궁한다(守虚責實)'는 표현은 허정(虛靜)한 마음으로 명실상부의 원칙을 적용하라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 언행의 중요성: 불충한 자에게 충언을 하고, 불의한 자에게 의로움을 말하는 것은 군주나 지식인이 마땅히 해야 할 바임을 제시합니다. '소리가 나아가도 거두어들이지 못하는 것'을 '방임', '말이 나와도 감독하지 못하는 것'을 '어둠'이라고 비판하며, 언행에 대한 엄격한 책임과 통제가 필요함을 강조합니다.
  • 명실(名實)의 완성: '상(象)을 보고, 형(形)을 밝히며, 이치(理)를 따르고, 명칭(名)을 바로잡으며, 단서(端)를 얻어 실정(情)을 안다'는 것은 명가(名家)의 전형적인 논리적 분석과 판단 과정을 보여줍니다. 사물의 본질을 정확히 파악하고 명칭을 통해 그 본질을 명확히 함으로써 모든 일이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다고 봅니다.
  • 추상적 개념의 정의: '유물자 의야', '무외자 덕야' 등은 등석이 추상적인 개념들을 정의하려는 시도로, 명가의 '변(辯)' 즉 '분별'의 정신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정의를 통해 올바른 행위의 기준을 제시합니다.
  • 덕과 도의 왜곡: 덕이 행할 바가 아니거나, 도가 그 도가 아니면 잘못되고 아첨으로 변질된다고 경고합니다. 마지막 구절은 의지, 사려, 행위, 말에 있어 근본적인 기준이 무너지면 모든 것이 잘못될 수 있음을 강조하며, 통치자가 기본 원칙과 덕목을 철저히 지켜야 함을 역설합니다.

이 단락은 등석이 '무위'적인 통찰력과 '명실상부'의 논리적 분석을 결합하여 통치의 궁극적인 목표를 제시하고, 군주가 지녀야 할 윤리적, 철학적 자세를 강조합니다.

11. 진정한 변론술과 통치의 자세

夫言“榮不若辱”,非誠辭也,“得不若失”,非實談也。不進則退,不喜則憂,不得則亡,此世人之常,真人危斯十者而爲一矣。所謂大辯者,别天下之行,具天下之物,選善退惡,時措其宜,而功立德至矣。小辯則不然,别言異道,以言相射,以行相伐,使民不知其要,無他故焉,故淺知也。君子并物而錯之,兼塗而用之, 五味未嘗而 於口,五行在身而布於人,故何方之道不從,面從之義不行,治亂之法不用,惔然寬𥙿,蕩然簡易,略而無失,精詳入纖微也。

현대 한국어 번역:
무릇 "영광이 치욕만 못하다"는 말은 진실한 말이 아니요, "얻는 것이 잃는 것만 못하다"는 말은 실질적인 이야기가 아니다. 나아가지 않으면 물러나고, 기뻐하지 않으면 근심하며, 얻지 못하면 망하는 것은 세상 사람들의 일반적인 태도이니, 진인(真人)은 이 열 가지를 하나로 위험하게 여길 뿐이다. 이른바 큰 변론이란 천하의 행동을 분별하고, 천하의 사물을 갖추며, 선한 것을 선택하고 악한 것을 물리치며, 때에 맞게 조치하여 공을 세우고 덕을 이루는 것이다. 작은 변론은 그렇지 않아, 말을 달리하고 도를 다르게 하여 말로써 서로 쏘고 행동으로써 서로 공격하여 백성으로 하여금 요점(要)을 알지 못하게 하니, 다른 까닭이 아니라 얕은 지식 때문이다. 군자는 만물을 아우르고 배치하며, 여러 길을 겸하여 사용하고, 다섯 가지 맛이 입에 맛보지 않아도 풍족하며, 오행이 몸에 있어 사람들에게 베풀어지니, 그러므로 어느 곳의 도(道)라도 따르지 않는 것이 없고, 겉으로는 따르지만 속으로는 그렇지 않은 의리도 행하지 않으며, 다스림과 혼란의 법을 쓰지 않고, 담담하고 너그러우며, 활달하고 간략하여, 간략하되 실수가 없고, 정밀하고 상세하여 미미한 부분까지 들어간다.

분석 및 설명:
이 단락은 진정한 변론술과 통치자의 지혜로운 태도를 대변론과 소변론을 통해 대비하여 설명합니다.

  • 세속적 관점과 진인의 태도: '영광이 치욕만 못하다', '얻는 것이 잃는 것만 못하다'는 식의 염세적이거나 이중적인 말은 진실이 아니라고 비판합니다. 세상 사람들이 이득과 손실, 기쁨과 슬픔, 성공과 실패에 집착하는 반면, '진인(真人)'은 이러한 세속적인 가치 판단을 초월하여 '하나의 위험'으로 여길 뿐이라고 말합니다. 이는 도가(道家)적 무위자연의 경지와 유사합니다.
  • 대변(大辯)과 소변(小辯):
    • 대변: 천하의 만사를 폭넓게 이해하고 선악을 분별하며, 상황에 맞게 적절히 처리하여 공을 세우고 덕을 이루는 통찰력 있는 변론을 의미합니다. 이는 실질적인 문제 해결과 조화로운 사회 건설에 기여합니다.
    • 소변: '말을 달리하고 도를 다르게 하며 말로 서로 공격하는' 식으로 논쟁을 위한 논쟁을 벌여 백성들을 혼란시키는 얕은 지식에 불과하다고 비판합니다. 등석은 명가 학자임에도 불구하고, 궤변이나 소피스트적인 논변의 한계를 지적하고 있습니다.
  • 군자의 통치 방식: 군자는 만물을 포용하고, 여러 방법을 겸하여 사용하며, '오미(五味)가 입에 맛보지 않아도 풍족하고, 오행(五行)이 몸에 있어 사람들에게 베풀어진다'는 것은 군자의 통치 역량이 자연스럽고 본질적이며, 모든 것에 미친다는 비유입니다. '어느 곳의 도라도 따르지 않는 것이 없고, 겉으로만 따르는 의리도 행하지 않으며, 치란의 법을 쓰지 않는다'는 것은 군자가 형식적인 법률이나 지엽적인 논쟁에 얽매이지 않고, 폭넓은 통찰력으로 '무위지치(無爲之治)'와 같은 자연스러운 통치를 지향함을 보여줍니다. 최종적으로 '간략하되 실수가 없고, 정밀하고 상세하여 미미한 부분까지 들어간다'는 것은 군자의 통치가 겉으로는 단순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완벽함을 추구함을 의미합니다.

이 단락은 등석이 언변의 본질과 통치자의 역할을 깊이 있게 성찰하며, 실질적인 효용과 조화를 지향하는 '대변'과 '무위지치'에 가까운 이상적인 통치 자세를 제시합니다.

12. 자연의 이치와 지혜로운 통치

夫舟浮於水,車轉於陸,此自然道也。有不治者,知不豫焉。夫木擊折轊,水戾破舟,不怨木石而罪巧拙,故不載焉。故有知則感德,有心則嶮,有目則眩。是以規矩一而不易,不爲秦楚緩節,不爲胡越改容。一而不邪,方行而不流,一日形之,萬世傳之,無爲爲之也。

현대 한국어 번역:
무릇 배가 물 위에 뜨고 수레가 육지 위에서 구르는 것은 자연의 도리이다. 다스려지지 않는 경우가 있다면, 그것은 지혜가 미리 준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무가 수레 바퀴살을 부러뜨리고, 물이 배를 부수더라도, 나무나 돌을 원망하지 않고 (만든 이의) 솜씨나 서툼을 탓하는 것이므로, 기록할 가치도 없다. 그러므로 앎이 있으면 덕에 감동하고, 마음이 있으면 험해지며, 눈이 있으면 현혹된다. 그러므로 규와 자(법도)는 하나로 고정되어 변하지 않으며, 진(秦)나라와 초(楚)나라를 위해 조절을 늦추지 않고, 오랑캐(胡越)를 위해 용모를 바꾸지 않는다. 하나이면서도 사특하지 않고, 바르게 행하여 흐트러지지 않으니, 하루 만에 형태를 갖추면 만세에 전해지며, 무위로써 하는 것이다.

분석 및 설명:
이 단락은 자연의 보편적인 법칙을 통해 통치 원칙의 불변성과 통치자의 자세를 설명합니다.

  • 자연의 도리: 배가 물에 뜨고 수레가 육지에서 구르는 것을 '자연의 도리'로 제시합니다. 이는 모든 사물에 고유한 작동 원리가 있음을 의미합니다. 만약 일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자연의 도리를 알지 못하고 미리 준비하지 못한 '지혜의 부족' 때문이라고 진단합니다.
  • 책임의 소재: 나무나 물 때문에 피해를 입어도 나무나 물을 원망하지 않고 '솜씨나 서툼(巧拙)'을 탓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는 문제가 발생했을 때 외부 환경이나 대상을 탓할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원인 제공자인 자신의 능력이나 방식의 문제를 먼저 성찰해야 한다는 책임 의식을 강조합니다.
  • 앎과 감각의 한계: '앎이 있으면 덕에 감동하고, 마음이 있으면 험해지며, 눈이 있으면 현혹된다'는 구절은 지식과 감정이 때로는 본질을 흐리게 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이는 이전의 '무지, 무능의 도'와 연결되며, 진정한 통찰력은 이러한 감각적 제약을 넘어선다는 의미를 내포합니다.
  • 법도의 불변성: '규(規)와 자(矩)'는 법과 기준을 의미합니다. 이것이 '하나로 고정되어 변하지 않는다'는 것은 보편적이고 절대적인 법의 원칙이 존재하며, 어떠한 상황이나 지역(진, 초, 오랑캐)에 따라서도 그 기준을 완화하거나 변경해서는 안 됨을 강조합니다. 이는 등석의 법가적이고 명가적인 엄정함을 잘 보여줍니다.
  • 무위의 실현: '하나이면서 사특하지 않고, 바르게 행하여 흐트러지지 않으며, 하루 만에 형태를 갖추면 만세에 전해진다'는 것은 보편적인 원칙이 한 번 확립되면 영원히 변치 않고 적용될 수 있음을 말합니다. 마지막으로 '무위로써 하는 것(無爲爲之)'이라는 표현은 인위적인 노력 없이도 자연스럽게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이상적인 통치 상태를 의미합니다. 이는 등석이 법치와 무위의 조화를 추구했음을 보여줍니다.

이 단락은 자연의 법칙과 같이 변하지 않는 보편적 법도를 통해 통치를 이끌고, 통치자 스스로 감각적 한계를 넘어선 지혜와 책임 의식을 갖추어야 함을 강조합니다.

13. 통치자의 통찰력

夫自見之,明,借人見之,闇也;自聞之聽,借人聞之,聾也。明君知此,則去就之分定矣。爲君當若冬日之陽,夏日之陰,萬物自歸,莫之使也。恬臥而功自成,優游而政自治,豈在振目搤腕,手㩀鞭朴,而後爲治歟?夫合事有不合者,知與未知也。合而不結者,陽親而陰疏。故遠而親者,忘相應也;近而疏者,忘不合也。就而不用者,策不得也。去而反求者,無違行也。近而不御者,心相乖也;遠而相思者,合其謀也。故明君擇人,不可不審;士之進趣,亦不可不詳。

현대 한국어 번역:
무릇 스스로 보는 것이 '밝음'이요, 남에게 빌려 보는 것은 '어둠'이다. 스스로 듣는 것이 '들음'이요, 남에게 빌려 듣는 것은 '귀머거리'이다. 현명한 군주가 이것을 안다면, (인재의) 나아가고 물러나는 분별이 정해질 것이다. 군주가 되는 것은 겨울날의 햇볕 같고 여름날의 그늘 같아야 하니, 만물이 스스로 귀의하게 할 뿐, 그들을 부리지 않아도 된다. 편안히 누워 있어도 공이 스스로 이루어지고, 한가롭게 유유자적해도 정사가 스스로 다스려지는데, 어찌 눈을 부릅뜨고 팔뚝을 걷어붙이며, 손에 채찍을 들고서야 다스려지는 것이겠는가? 무릇 일이 맞아떨어지지 않는 경우가 있다면, 아는 것과 알지 못하는 것의 차이이다. 합쳐졌는데도 결속되지 않는 것은 겉으로는 친한 듯하나 속으로는 소원한 까닭이다. 그러므로 멀리 있는데도 친한 것은 (서로의 마음이) 응하는 것을 잊지 않기 때문이요, 가까이 있는데도 소원한 것은 (서로의 마음이) 맞지 않는 것을 잊지 않기 때문이다. 다가갔으나 쓰이지 못하는 것은 (자신의) 계책이 얻어지지 못했기 때문이요, 떠나갔으나 도리어 다시 찾는 것은 (그가) 도리에 어긋나게 행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까이 있는데도 제어하지 못하는 것은 마음이 서로 어긋나기 때문이요, 멀리 떨어져 있는데도 서로 그리워하는 것은 그들의 꾀가 합치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현명한 군주는 사람을 선택할 때 신중하지 않을 수 없고, 선비가 나아가고자 할 때도 상세히 살피지 않을 수 없다.

분석 및 설명:
이 단락은 통치자의 주체적인 통찰력, 무위의 통치 방식, 그리고 인재 관리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합니다.

  • 주체적 통찰력의 중요성: '스스로 보고 듣는 것'이 진정한 '밝음(明)'과 '들음(聽)'이며, 남에게 의존하는 것은 '어둠(闇)'과 '귀머거리(聾)'에 비유합니다. 이는 군주가 다른 사람의 의견에 휩쓸리지 않고, 스스로 사태를 파악하고 판단하는 주체적인 능력을 갖춰야 함을 강조합니다. 이러한 통찰력을 통해 인재의 등용(去就) 문제를 올바르게 결정할 수 있다고 봅니다.
  • 무위의 통치 방식: 군주가 '겨울날의 햇볕'과 '여름날의 그늘'처럼 만물이 스스로 모여들게 하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는 인위적인 강제나 명령 없이도 백성들이 자연스럽게 따르고 모여들게 하는 '무위지치(無爲之治)'의 이상을 제시합니다. '편안히 누워 있어도 공이 이루어지고, 유유자적해도 정사가 다스려진다'는 것은 군주의 과도한 간섭이나 형식적인 노력이 아닌, 본질적인 원칙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통치가 가장 효과적임을 의미합니다.
  • 인재 관리의 복잡성: '일이 맞아떨어지지 않는 경우', '합쳐졌는데도 결속되지 않는 경우' 등은 인간관계와 인재 관리의 미묘하고 복잡한 측면을 보여줍니다. 이는 통치자가 사람의 본질적인 마음과 의도를 꿰뚫어 보아야 함을 시사합니다.
  • 관계의 본질과 군주의 역할: 멀리 있어도 친하고 가까이 있어도 소원한 관계, 쓰이지 못하거나 다시 찾는 상황 등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특히 통치자와 인재 사이의 관계가 단순히 물리적인 거리나 직책이 아니라 '마음의 합치(合其謀)'에 달려있음을 보여줍니다. 따라서 군주는 사람을 선택하고 인재를 등용할 때 '신중하고 상세하게' 살펴야 한다고 결론 내립니다.

이 단락은 등석이 통치자에게 요구하는 핵심 역량으로 주체적인 통찰력과 '무위'에 기반한 통치 방식, 그리고 인재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능력을 강조하며 글을 마무리합니다. 이는 명가의 '정명(正名)' 사상과 법가의 '법치'를 아우르면서도, 도가적인 '무위'의 경지를 지향하는 등석의 독특한 사상적 스펙트럼을 보여줍니다.

등석자(鄧析子) - 전사편(轉辭篇)

이 글은 등석(鄧析)의 저술로 알려진 『등석자』 중 「전사편(轉辭篇)」입니다. 「전사(轉辭)」는 '말을 바꾸다', '논지를 전환하다', '변론을 통해 상황을 바꾼다'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등석 특유의 변론술과 현실 통치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이 담겨 있습니다. 감정의 주체성, 말의 기술, 현명한 군주의 자질, 인재 등용, 그리고 법과 도(道)의 관계에 대한 등석의 독특한 사상을 엿볼 수 있습니다.


1. 감정의 전환과 말의 미묘한 차이

世間悲哀喜樂,嗔怒憂愁,久惑於此,今轉之在己。爲哀在他,爲悲在己,爲樂在他,爲喜在己,爲嗔在他,爲怒在己,爲愁在他,爲憂在已。若扶之與携,謝之與議,故之與右,諾之與已,相去千里也。

현대 한국어 번역:
세상 사람들이 슬픔(悲哀)과 기쁨(喜樂), 성냄(嗔怒)과 근심(憂愁)에 오랫동안 미혹되어 있었는데, 이제 이들을 자신에게로 전환한다. 남 때문에 슬퍼하는 것을 '애(哀)'라 하고, 자신이 슬퍼하는 것을 '비(悲)'라 하며, 남으로 인해 즐거운 것을 '낙(樂)'이라 하고, 자신이 기뻐하는 것을 '희(喜)'라 하며, 남 때문에 성내는 것을 '진(嗔)'이라 하고, 자신이 노여워하는 것을 '노(怒)'라 하며, 남으로 인해 근심하는 것을 '수(愁)'라 하고, 자신이 걱정하는 것을 '우(憂)'라 한다. 만약 '붙들어 일으킴(扶)'과 '데리고 감(携)', '사양함(謝)'과 '논의함(議)', '옛날(故)'과 '오른쪽(右)', '허락함(諾)'과 '이미(已)'와 같이 (미묘한 차이가 있는 말들을) 비유한다면, (그 의미의 차이가) 서로 천 리나 떨어져 있을 것이다.

분석 및 설명:
이 단락은 등석의 명가(名家)적 특성을 잘 보여줍니다. 그는 감정의 원인이 외부(他)에 있는 것과 내부(己)에 있는 것을 구분하며, 이 구분을 통해 감정의 주체성을 강조하고 더 나아가 언어의 미묘한 차이가 의미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음을 지적합니다.

  • 감정의 '전환(轉之在己)': 등석은 인간의 감정(슬픔, 기쁨, 성냄, 근심)이 단순히 외부의 사건이나 타인에 의해 유발되는 것이 아니라, 결국 자신의 내면에서 해석되고 받아들여지는 것임을 강조합니다. 즉, 감정의 주체가 자신이며, 이를 인지하고 통제할 수 있다는 사상적 태도를 제시합니다.
  • 어휘의 미묘한 차이: '哀/悲', '樂/喜', '嗔/怒', '愁/憂' 등은 한자 의미상 비슷해 보이지만, 등석은 이를 '타인으로 인한 것'과 '자신으로 인한 것'으로 구분하여 그 뉘앙스의 차이를 날카롭게 파헤칩니다. 이는 명가 학파가 언어의 개념과 실재(實在)의 관계, 그리고 언어의 정밀한 사용을 중요시했음을 보여줍니다.
  • '相去千里也(상거천리야)': '扶(부)/携(휴)', '謝(사)/議(의)', '故(고)/右(우)', '諾(낙)/已(이)'와 같은 미묘하게 다른 단어들이 실제로는 큰 의미적 간극을 가질 수 있음을 강조합니다. 이는 언어를 정확히 사용하고 이해하는 것이 통치와 소통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역설합니다. 등석의 변론술은 이러한 언어의 정밀성을 바탕으로 합니다.

2. 말의 기술과 군자의 언행

夫言之術,與智者言,依於博,與博者言,依於辯,與辯者言,依於安,與貴者言,依於勢,與富者言,依於豪,與貧者言,依於利,與勇者言,依於敢,與愚者言,依於説,此言之術也。□不用在早圖,不窮在早稼。非所宜言,勿言,非所宜爲,勿爲,以避其危。非所宜取,勿□取,以避其咎。非所宜爭,勿爭,以避其聲。一聲而非,駟馬勿追。一言而急,駟馬不及。故惡言不出口,苟語不留耳,此謂君子也。

현대 한국어 번역:
무릇 말의 기술은, 지혜로운 자와 말할 때는 박식함에 의지하고, 박식한 자와 말할 때는 변론에 의지하며, 변론에 능한 자와 말할 때는 안정감에 의지하고, 귀한 자와 말할 때는 권세에 의지하며, 부유한 자와 말할 때는 호탕함에 의지하고, 가난한 자와 말할 때는 이로움에 의지하며, 용감한 자와 말할 때는 과감함에 의지하고, 어리석은 자와 말할 때는 설득에 의지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말의 기술이다. (알 수 없는 글자) 쓰지 않는 것은 일찍 계획하기 때문이며, 궁핍하지 않는 것은 일찍 농사짓기 때문이다. 마땅히 말할 것이 아니면 말하지 말고, 마땅히 행할 것이 아니면 행하지 말아서 그 위험을 피하라. 마땅히 취할 것이 아니면 (알 수 없는 글자) 취하지 말아서 그 허물을 피하라. 마땅히 다툴 것이 아니면 다투지 말아서 그 평판(聲)을 피하라. 한 번 말하여 그르치면 사마(네 마리 말이 끄는 수레)로도 쫓을 수 없다. 한 번 말을 급히 내뱉으면 사마도 따라잡지 못한다. 그러므로 악한 말은 입 밖으로 내지 않고, 경솔한 말은 귀에 담아두지 않는 자를 '군자'라 한다.

분석 및 설명:
이 단락은 효과적인 의사소통 전략인 '말의 기술(言之術)'과 더불어 언행의 신중함을 강조합니다.

  • 말의 기술(言之術): 상대방의 특성과 상황에 따라 소통 방식을 달리해야 한다는 실용적인 화술을 제시합니다. 이는 설득의 대상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 맞는 접근법을 취해야 한다는 전략적 사고를 보여줍니다.
  • 미리 계획하고 준비하는 삶: "(알 수 없는 글자) 쓰지 않는 것은 일찍 계획하기 때문이며, 궁핍하지 않는 것은 일찍 농사짓기 때문이다"는 구절은 미리 준비하고 계획하는 것이 위험을 피하고 궁핍함을 면하는 길임을 보여줍니다. 이는 예측과 예방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 언행의 신중함: '마땅히 말할 것, 행할 것, 취할 것, 다툴 것'이 아닌 것을 피하라고 조언하며, 경솔한 언행이 가져올 위험과 허물, 나쁜 평판을 경계합니다.
  • '一聲而非,駟馬勿追. 一言而急,駟馬不及' (한 번 말하여 그르치면 사마로도 쫓을 수 없다. 한 번 말을 급히 내뱉으면 사마도 따라잡지 못한다.): 이는 말의 힘과 그 파급 효과를 경고하는 고전적인 표현입니다. 한 번 내뱉은 말은 되돌릴 수 없으므로, 매우 신중해야 함을 강조합니다.
  • 군자의 정의: 악한 말과 경솔한 말을 하지 않는 자를 '군자'라고 정의하며, 언행의 절제와 책임감을 군자의 중요한 덕목으로 제시합니다. 이는 유가(儒家)의 군자상과는 다소 결이 다르지만, 통치나 사회 생활에서 필수적인 덕목으로 간주됩니다.

3. 신하 임용의 역설과 도(道)의 본질

夫任臣之法,闇則不任也,慧則不從也,仁則不親也,勇則不近也,信則不信也。不以人用人,故謂之“神”。怒出於不怒,爲出於不爲。視於無有,則得其所見。聽於無聲,則得其所聞。故無形者,有形之本,無聲者,有聲之母。循名責實,實之極也。按實定名,名之極也。參以相平,轉而相成,故得之形名。夫川竭而谷虚,丘夷而淵實。聖人以死,大盗不起,天下平而故也。聖人不死,大盗不止。何以知其然?爲之斗斛而量之,則并斗斛而均之;爲之權衡以平之,則并與權衡而竊之;爲之符璽以信之,則并與符璽而功之;爲之仁義以教之,則并仁義以竊之。何以知其然?彼竊財誅,竊國者爲諸侯,諸侯之門,仁義存焉,是非竊仁義邪?故遂於大盗霸諸侯,此重利也。盗趾所不可桀者,乃聖人之罪也。欲之與惡,善之與善,四者變之失。恭之與儉,敬之與傲,四者失之脩。故善素朴,任惔憂而無失,未有脩焉,此德之永也。言有信而不爲信,言有善而不爲善者,不可不察也。

현대 한국어 번역:
무릇 신하를 임용하는 법은, (겉으로) 어리석은 자는 (실제로는) 맡기지 않고, (겉으로) 지혜로운 자는 따르지 않으며, (겉으로) 인자한 자는 친하지 않고, (겉으로) 용감한 자는 가까이하지 않고, (겉으로) 신실한 자는 믿지 않는 것이다. 사람을 사람으로서 쓰지 않으니, 그러므로 이를 "신묘하다(神)"고 일컫는다. 노여움은 노여워하지 않는 데서 나오고, 행위는 행하지 않는 데서 나온다. 없는 것을 보아야 그 보이는 바를 얻고, 소리 없는 것을 들어야 그 들리는 바를 얻는다. 그러므로 형상 없는 것이 형상 있는 것의 근본이요, 소리 없는 것이 소리 있는 것의 어머니다. 명분을 따라 실체를 추궁하는 것은 실체의 극치요, 실체에 근거하여 명분을 정하는 것은 명분의 극치다. 서로 평등하게 비평하고(參以相平), 서로 전환하여 이루게 하므로(轉而相成), 형명(形名)을 얻을 수 있다. 무릇 냇물이 마르면 골짜기가 비고, 언덕이 평평해지면 연못이 채워진다. 성인(聖人)이 죽어야 큰 도둑이 일어나지 않고, 천하가 평안해지는 것은 그 때문이다. 성인이 죽지 않으면 큰 도둑도 그치지 않는다. 무엇으로 그 그러함을 아는가? 되와 말(斗斛)을 만들어 그것으로 (물건을) 재게 하면, (사람들은) 되와 말을 겸하여 고르게 할 것이요, 저울(權衡)을 만들어 그것으로 (무게를) 평정하게 하면, (사람들은) 저울과 함께 훔칠 것이요, 부절과 도장(符璽)을 만들어 그것으로 믿게 하면, (사람들은) 부절과 도장을 겸하여 (자신의) 공적으로 삼을 것이요, 인의(仁義)를 만들어 그것으로 가르치게 하면, (사람들은) 인의를 겸하여 훔칠 것이다. 무엇으로 그 그러함을 아는가? 저들은 재물을 훔치면 처벌받지만, 나라를 훔친 자는 제후가 된다. 제후의 문중에는 인의가 존재하니, 이것이 인의를 훔치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러므로 (천하를) 훔쳐서 제후를 제패하는 것이 가장 큰 이익이다. 도둑 지(跖)조차도 마음대로 행동할 수 없게 했던 것(즉, 일반 도둑을 막는 법)은 바로 성인의 죄악이다. 탐욕과 증오, 선함과 선함, 이 네 가지는 (도의) 변화에 따른 실책이다. 공손함과 검소함, 공경과 오만함, 이 네 가지는 (수양에 따른) 변화를 잃음이다. 그러므로 소박함을 잘 지키고, 담담하게 근심하는 바가 없어 실수가 없으니, (이것은) 수양하지 않아도 덕이 영원한 것이다. 말에 신실함이 있으나 신실하지 않은 자, 말에 선함이 있으나 선하지 않은 자는 살피지 않을 수 없다.

분석 및 설명:
이 단락은 등석 사상의 가장 핵심적이고 파격적인 부분들을 담고 있습니다. 통치자의 인재 임용 원칙부터 도가(道家)적 형이상학, 명가(名家)의 명실상부론, 그리고 성인(聖人)에 대한 신랄한 비판까지 폭넓은 내용을 다룹니다.

  • 인재 임용의 역설: '겉으로는 어리석은 자를 맡기지 않고, 지혜로운 자를 따르지 않는' 등의 역설적인 표현은 겉모습이나 일반적인 평가에 속지 않고, 그 이면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통치자의 '신묘한(神)' 통찰력을 강조합니다. 이는 전통적인 인재 관념에 대한 재해석을 요구합니다.
  • 무위(無爲)의 경지: '노여움은 노여워하지 않는 데서 나오고, 행위는 행하지 않는 데서 나온다'는 것은 도가적 무위(無爲) 사상을 반영합니다. 인위적인 감정이나 행위가 아니라 자연스러운 흐름과 본질을 따를 때 진정한 효과가 나타난다는 의미입니다. '없는 것을 보고, 소리 없는 것을 듣는' 것은 감각을 초월한 깊은 통찰력을 의미하며, '무형이 유형의 근본이고, 무성이 유성의 어머니다'는 형이상학적 진리를 제시합니다.
  • 명실상부(名實相符)의 극치: '명분을 따라 실체를 추궁하는 것'과 '실체에 근거하여 명분을 정하는 것'을 각각 '실체의 극치', '명분의 극치'라고 표현합니다. 이는 명(名, 이름, 직책, 법규 등)과 실(實, 실재, 내용, 성과 등)이 완벽하게 일치해야 함을 강조하는 등석의 명가적 관점을 보여줍니다. '평등하게 비평하고, 전환하여 이룬다'는 것은 이러한 명실상부를 이루기 위한 변론적, 논리적 과정을 의미합니다.
  • 성인 비판론: "성인이 죽어야 큰 도둑이 일어나지 않고, 천하가 평안해진다"는 주장은 매우 급진적이고 도발적입니다. 등석은 유가에서 숭상하는 '성인'들이 만든 도덕적 규범(인의)과 사회 제도(되, 저울, 부절)가 오히려 '큰 도둑'(나라를 빼앗고 제후가 되는 자들)에게 악용되어 자신들의 권력과 이익을 정당화하는 수단이 되었다고 비판합니다. '재물을 훔치면 처벌받지만, 나라를 훔친 자는 제후가 된다'는 통렬한 지적은 당시 사회의 모순과 위선을 고발하며, 위대한 도둑이 인의를 표방하며 합법적으로 권력을 장악하는 현실을 비판합니다. 이는 『장자』의 '절상(胠篋)' 편과 유사한 맥락입니다.
  • 덕의 영원함: '탐욕과 증오, 선함과 선함' 등이 도의 변화에 따른 실책이라고 지적하며, '소박함'과 '담담한 근심 없음'이 오히려 수양 없이도 영원한 덕을 이룰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는 인위적인 수양이나 도덕적 가치에 대한 회의적 시각을 드러냅니다.
  • 말과 행동의 본질: '말에 신실함이 있으나 신실하지 않은 자, 말에 선함이 있으나 선하지 않은 자'를 경계하라는 것은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보다는 그 본질을 꿰뚫어 보는 통찰력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4. 이상적인 통치와 대비되는 현실

夫治之法,莫大於私不行,功莫大於使民不爭。今也立法而行,私與法爭,其亂也甚於無私。立君而尊,愚與君爭,其亂也甚於無君。故有道之國,則私善不行,君立而愚者不尊。民一於君,事斷於法,此國之道也。明君之督大臣,緣身而責名,緣名而責形,緣形而責實,臣懼其重誅之,至於不敢行其私矣。心欲安靜,慮欲深遠。心安靜則神策生,慮深遠則計謀成。心不欲躁,慮不欲淺。心躁則精神滑,慮淺則百事傾。治世之禮,簡而易行,亂世之禮,煩而難遵。上古之樂,質而不悲,當今之樂, 邪而爲淫。上古之民,質而敦朴,今世之民,詐而多行。上古象刑而民不犯,教有墨劓,不以爲耻,斯民所以亂多治少也。尭置敢諫之鼓,舜立誹謗之木,湯有司直之人,武有戒慎之銘,此四君子者,聖人也,而猶若此之勤。至于栗陸氏殺東里子,宿沙氏戮箕文, 桀誅龍逢,紂刳比于,四主者亂君,故其疾賢若仇。是以賢愚之相覺,若百丈之谿與萬仭之山,若九地之下與重天之顛。

현대 한국어 번역:
무릇 다스림의 법은 사사로움이 행해지지 않는 것보다 큰 것이 없고, 공적은 백성으로 하여금 다투지 않게 하는 것보다 큰 것이 없다. 지금은 법을 세워 시행하지만, 사사로움이 법과 다투니 그 혼란은 사사로움이 없는 것보다 심하다. 군주를 세워 존귀하게 하지만, 어리석은 자가 군주와 다투니 그 혼란은 군주가 없는 것보다 심하다. 그러므로 도(道)가 있는 나라는 사사로운 선행이 행해지지 않고, 군주가 서 있어도 어리석은 자가 존귀해지지 않는다. 백성은 군주에게 하나로 통일되고, 일은 법에 의해 결정되니, 이것이 나라의 도리이다. 현명한 군주가 대신들을 감독할 때는, 그 몸(人)에 따라 명분(名)을 요구하고, 명분에 따라 형체(形, 행동)를 요구하며, 형체에 따라 실체(實, 성과)를 요구하니, 신하들이 그 엄중한 처벌을 두려워하여 감히 자신의 사사로움을 행하지 못하게 된다. 마음은 고요하고 안정되기를 원하고, 사려(思慮)는 깊고 원대하기를 원한다. 마음이 고요하고 안정되면 신묘한 계책이 생기고, 사려가 깊고 원대하면 계략이 성공한다. 마음은 조급해서는 안 되고, 사려는 얕아서는 안 된다. 마음이 조급하면 정신이 혼란스러워지고, 사려가 얕으면 모든 일이 기울어진다. 잘 다스려지는 시대의 예(禮)는 간략하고 행하기 쉬우며, 혼란한 시대의 예는 번거롭고 따르기 어렵다. 상고(上古) 시대의 음악은 소박하여 슬프지 않았지만, 지금 시대의 음악은 간사하여 음란하다. 상고 시대의 백성은 질박하고 돈독했지만, 지금 세상의 백성은 간사하고 행실이 많다. 상고 시대에는 형상(象刑, 상징적 처벌)만으로도 백성이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고, (문신을 새기거나) 코를 베는 교육에도 수치를 여기지 않았지만, 지금은 백성이 혼란이 많고 다스려짐이 적다. 요(堯)는 간언하는 북을 두었고, 순(舜)은 비방하는 나무를 세웠으며, 탕(湯)은 곧은 이를 다스리는 사람이 있었고, 무(武)는 경계하고 삼가는 명문(銘文)이 있었으니, 이 네 군자는 성인이었지만 오히려 이처럼 부지런히 노력했다. 율륙씨(栗陸氏)가 동리자(東里子)를 죽이고, 숙사씨(宿沙氏)가 기문(箕文)을 죽였으며, 걸(桀)이 용봉(龍逢)을 주살하고, 주(紂)가 비간(比干)의 심장을 가른 것은, 이 네 군주가 혼란한 군주였으므로 현명한 자를 원수처럼 미워했다. 그러므로 현명함과 어리석음의 차이는 백 길 되는 계곡과 만 길 되는 산과 같고, 구천지하와 중천지정상과 같다.

분석 및 설명:
이 단락은 등석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통치(治之法)와 현실의 문제점을 대비하고, 통치자의 자질과 과거의 교훈을 통해 혼란의 원인을 분석합니다.

  • 치세(治世)의 이상: '사사로움이 행해지지 않고 백성이 다투지 않는 것'을 최고의 통치 목표로 삼습니다. 이는 법가의 '무사(無私)'와 유사하며, 개인의 사적인 이익이나 감정이 공적인 영역에 개입하는 것을 철저히 배제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 법과 군주의 권위: 법이 사사로움과 다투고, 어리석은 자가 군주와 다투는 현실을 비판하며, 이는 '사사로움이 없는 것'이나 '군주가 없는 것'보다 더 큰 혼란을 초래한다고 경고합니다. '도(道)가 있는 나라'는 백성이 군주에게 하나로 통일되고 모든 일이 법에 의해 결정되는 사회를 지향합니다.
  • 대신 감독의 명실상부: '몸에 따라 명분을 요구하고, 명분에 따라 행동을 요구하며, 행동에 따라 성과를 요구하는' 방식으로 대신들을 엄격히 감독하여 사사로운 행위를 막는 것을 강조합니다. 이는 등석의 '순명책실(循名責實)' 사상이 구체적으로 통치에 적용되는 방식입니다.
  • 통치자의 정신적 자세: '마음은 고요하고 사려는 깊어야 한다'는 것은 통치자가 내면의 평온함과 심오한 통찰력을 갖춰야 함을 강조합니다. 조급하고 얕은 사려는 국가 운영을 위태롭게 할 수 있습니다.
  • 고대와 현시대의 대비: '치세의 예는 간략하고, 난세의 예는 번거롭다', '상고의 음악은 소박하고, 지금의 음악은 음란하다', '상고의 백성은 질박하고, 지금의 백성은 간사하다' 등은 과거의 단순하고 순박했던 시대와 현재의 복잡하고 타락한 시대를 대비하며, 현재의 혼란이 인위적인 번거로움과 도덕적 타락에서 기인한다고 봅니다.
  • 성군과 폭군의 대비: 요순탕무(堯舜湯武)와 같은 성군들이 간언을 받아들이고 경계하며 노력했던 반면, 걸(桀)과 주(紂) 같은 폭군들이 현명한 신하들을 죽였던 역사를 예로 들어, 현명함과 어리석음의 차이가 극명함을 강조합니다. 이는 인재를 대하는 통치자의 태도가 곧 국가의 흥망성쇠를 결정한다는 교훈을 제시합니다.

5. 현명한 군주의 통치 방식

明君之御民,若御奔而無轡,履冰而負重,親而疏之,疏而親之。故畏儉則福生,驕奢則禍起。聖人逍遙一世,罕匹萬物之形,寂然無鞭朴之罰,莫然無咒咤之聲,而家給人足,天下太平。視昭昭,知冥冥,推未運,睹未然。故神而不可見,幽而不可見,此之謂也。

현대 한국어 번역:
현명한 군주가 백성을 다스리는 것은 마치 고삐 없이 달리는 말을 다스리는 것과 같고, 얼음 위를 걸으면서 무거운 짐을 지는 것과 같으며, 친하게 하면서도 소원하게 하고, 소원하게 하면서도 친하게 하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절약을 두려워하면 복이 생기고, 교만하고 사치하면 화가 일어난다. 성인은 한 세상을 자유롭게 노닐며, 만물의 형상에 짝할 만한 것이 드물고, 고요히 채찍질하는 벌이 없고, 아무 소리 없이 꾸짖는 소리도 없으면서도 집집마다 풍족하고 백성이 만족하여 천하가 태평했다. 밝게 보면서도 그윽하게 알고, 아직 움직이지 않은 것을 미루어 헤아리며, 아직 일어나지 않은 것을 내다본다. 그러므로 신묘하여 볼 수 없고, 그윽하여 볼 수 없으니, 이것을 일컫는 말이다.

분석 및 설명:
이 단락은 현명한 군주가 백성을 다스리는 방식을 도가적 '무위(無爲)'의 관점에서 설명하며, 통치자의 초월적인 통찰력을 강조합니다.

  • 역설적인 통치 방식: '고삐 없이 달리는 말을 다스리는 것', '얼음 위를 걸으면서 무거운 짐을 지는 것', '친하게 하면서도 소원하게 하고, 소원하게 하면서도 친하게 하는 것' 등은 겉으로 보기에 모순되거나 어려운 통치 방식처럼 보입니다. 이는 인위적인 통제나 감정적인 친소 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백성의 본성을 이해하고 그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다스리는 무위지치(無爲之治)를 의미합니다.
  • 근검절약의 중요성: '절약을 두려워하면 복이 생기고, 교만하고 사치하면 화가 일어난다'는 전통적인 윤리적 교훈을 제시합니다.
  • 성인 군주의 이상: '성인이 한 세상을 자유롭게 노닌다'는 것은 도가적 이상향을 반영하며, 인위적인 간섭이나 강제가 없이도 '집집마다 풍족하고 천하가 태평'한 상태를 이룰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는 통치자의 '무위(無爲)'가 궁극적으로 '무불위(無不爲)', 즉 모든 것을 이루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철학입니다.
  • 초월적인 통찰력: '밝게 보면서도 그윽하게 알고, 아직 움직이지 않은 것을 미루어 헤아리며, 아직 일어나지 않은 것을 내다본다'는 것은 통치자가 감각과 지식을 초월한 깊은 통찰력을 통해 미래를 예측하고 본질을 꿰뚫어 보아야 함을 강조합니다. '신묘하여 볼 수 없고, 그윽하여 볼 수 없다'는 것은 이러한 통치자의 역량이 너무나 심오하여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어렵다는 의미입니다.

6. 군주의 자율성과 상벌의 공정성

君人者,不能自專而好任下,則智日困而數日窮。迫於下,則不能申,行隨於國,則不能持。知不足以爲治,威不足以行誅,無以與下交矣。故喜而使賞,不必當功;怒而使誅,不必值罪。不慎喜怒,誅賞從其意,而欲委任臣下,故亡國相繼,殺君不絶。古人有言:“衆口鑠金,三人成虎。”不可不察也。夫人生言欲勝,舉事欲成。故明者不以其短,疾人之長,不以其拙,病人之工。言有善者,則而賞之;言有非者,顯而罰之。塞邪枉之路,蕩淫辭之端,臣下閔之,左右結舌,可謂明君。爲善者,君與之賞,爲惡者,君與之罰。因其所以來而報之,循其所以進而答之。聖人因之,故能用之。因之循理,故能長久。今之爲無尭、舜之才,而慕尭、舜之治,故終顛殞乎混冥之中,而事不覺於昭明之術。是以虚慕欲治之名,無益亂世之理也。

현대 한국어 번역:
군주된 자가 스스로 전횡하지 못하고 아랫사람에게 맡기는 것을 좋아한다면, 지혜는 날마다 곤궁해지고 헤아림은 날마다 궁핍해질 것이다. 아랫사람에게 몰리면 (자신의 뜻을) 펼칠 수 없고, 나라의 행위에 휩쓸리면 (자신의 입장을) 지탱할 수 없다. 지혜가 다스리기에 부족하고 위엄이 처벌을 행하기에 부족하면 아랫사람과 더불어 교류할 수 없다. 그러므로 기쁘다고 상을 주게 하면 반드시 공적에 합당하지 않고, 노했다고 처벌하게 하면 반드시 죄에 맞지 않는다. 기쁨과 노여움을 신중히 하지 않아 상벌이 자신의 뜻대로 이루어지고 신하에게 위임하고자 한다면, 그러므로 망국이 이어지고 군주가 살해되는 일이 끊이지 않는다. 옛사람의 말에 "뭇 사람의 입은 쇠도 녹이고, 세 사람이 호랑이를 만든다"고 했으니, 살피지 않을 수 없다. 무릇 사람은 말할 때는 이기려 하고, 일을 벌일 때는 이루려 한다. 그러므로 현명한 자는 자신의 단점으로 남의 장점을 질투하지 않고, 자신의 서투름으로 남의 솜씨를 헐뜯지 않는다. 말이 선한 자에게는 본받아 상을 주고, 말이 그릇된 자에게는 드러내어 벌을 준다. 간사하고 굽은 길을 막고, 음란하고 허황된 말의 단서를 제거하면, 신하들이 이를 두려워하고 좌우가 입을 다무니, 현명한 군주라 할 수 있다. 선을 행하는 자에게는 군주가 상을 주고, 악을 행하는 자에게는 군주가 벌을 준다. 그 행위가 온 이유에 따라 보답하고, 그 나아가는 바에 따라 응답하니, 성인은 이를 따랐으므로 능히 사용할 수 있었고, 이를 따르고 이치에 따랐으므로 오래갈 수 있었다. 지금 요순과 같은 재능이 없으면서도 요순의 다스림을 흠모하니, 결국 혼란스럽고 어두운 세상에 엎어져 밝고 명확한 통치술을 깨닫지 못한다. 이 때문에 헛되이 다스리고자 하는 명성을 흠모하는 것은 혼란한 세상의 이치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분석 및 설명:
이 단락은 군주의 권한과 책임, 그리고 공정한 상벌 제도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상적인 통치가 현실에서 실패하는 원인을 분석합니다.

  • 군주의 자율성: 군주가 자신의 권한을 확고히 하지 못하고 아랫사람에게 휘둘리면 지혜와 역량이 고갈되고, 결국 아랫사람에게 통제되어 나라를 유지할 수 없게 된다고 경고합니다. 이는 군주가 통치권을 강력하게 장악해야 한다는 법가적 관점을 보여줍니다.
  • 상벌의 공정성: 군주가 기쁘고 노여워하는 사적인 감정에 따라 상벌을 남용하면 공정성을 잃게 되고, 이는 곧 망국과 군주 살해로 이어진다고 경고합니다. '뭇 사람의 입은 쇠도 녹이고, 세 사람이 호랑이를 만든다'는 속담을 인용하여 여론이나 허위 정보의 위험성을 지적하고, 군주가 이에 현혹되지 않고 냉철하게 판단해야 함을 강조합니다.
  • 인재 관리와 언행의 통제: 현명한 군주는 자신의 단점으로 남을 질투하지 않고, 자신의 부족함으로 남을 비난하지 않아야 합니다. 대신, 선한 언행은 상주고 악한 언행은 벌함으로써, 사악한 길을 막고 허황된 말을 제거하여 신하들이 두려워하고 조심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이는 명가와 법가의 '정명(正名)'과 '상벌' 원칙을 통해 사회 질서를 확립하는 방법입니다.
  • 성인의 통치 방식: 성인은 사물의 본질과 그 변화의 '이유'를 파악하여 그에 따라 보답하고 응답했으므로 성공적이고 오래 지속될 수 있었다고 설명합니다. 이는 법에 기반한 상벌이 자연의 이치와 부합해야 함을 시사합니다.
  • 현실 비판: '요순과 같은 재능이 없으면서 그들의 다스림을 흠모하는' 현실을 비판합니다. 능력 없이 이상만 추구하는 것은 '혼란스러운 세상의 이치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헛된 일이라고 일침을 가합니다. 이는 등석의 실용주의적이고 현실 비판적인 시각을 보여줍니다.

7. 통치의 마지막 원칙: 근본과 통찰력

患生於官成,病始於少瘳,禍生於懈慢,孝衰於妻子。此四者,慎終如始也。富必給貧,壯必給老, 快情恣欲,必多侈侮。故曰:“尊貴無以高人,聰明無以寵人,資給無以先人,剛勇無以勝人。”能履行此,可以爲天下君。
夫謀莫難於必聽,事莫難於必成。成必合於數,聽必合於情。故抱薪加火,爍者必先燃;平地注水,濕者必先濡。故曰:動之以其類,安有不應者?獨行之術也。明君立法之後,中程者賞,缺繩者誅,此之謂君曰亂君,國曰亡國。智者寂於是非,故善惡有别;明者寂於去就,故進退無類。若智不能察是非,明不能審去就,斯非虚妄。目貴明,耳貴聰,心貴公。以天下之目視,則無不見;以天下之耳聽,則無不聞;以天下之智慮,則無不知。得此三術,則存於不爲也。

현대 한국어 번역:
환난은 관직이 이루어짐(성공)에서 생기고, 병은 조금 나아짐에서 시작되며, 화는 해이함과 태만함에서 생기고, 효도는 처자식으로 인해 약해진다. 이 네 가지는 마무리를 처음처럼 신중히 해야 함을 말한다. 부유한 자는 반드시 가난한 자에게 베풀고, 장년은 반드시 노인에게 베풀며, 마음껏 욕정을 부리면 반드시 사치하고 남을 업신여김이 많아진다. 그러므로 말하기를 "존귀하다고 남보다 높아하지 말고, 총명하다고 남에게 은혜를 베풀지 말고, 재물이 넉넉하다고 남보다 앞서려 하지 말고, 강하고 용감하다고 남을 이기려 하지 말라"고 했다. 이를 능히 실천한다면 천하의 군주가 될 수 있다.
무릇 도모하는 일은 반드시 받아들여지게 하는 것보다 어려운 것이 없고, 일은 반드시 이루어지게 하는 것보다 어려운 것이 없다. 이루어지는 것은 반드시 이치(數)에 합치되어야 하고, 받아들여지는 것은 반드시 실정(情)에 합치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땔나무를 안고 불에 가까이 가면, 빛나는 것은 반드시 먼저 타오르고, 평지에 물을 부으면, 젖는 것은 반드시 먼저 젖는다. 그러므로 말하기를 "그 본성에 따라 움직이게 하면, 어찌 응하지 않는 자가 있겠는가?" 이것이 홀로 행하는 기술이다. 현명한 군주가 법을 세운 후에, 법도에 맞는 자는 상주고, 법을 어긴 자는 처벌하는데, 이런 군주를 '혼란한 군주(亂君)'라 하고, 이런 나라를 '망하는 나라(亡國)'라고 한다. 지혜로운 자는 시비를 초월하여 고요하므로 선과 악에 구별이 있고, 현명한 자는 나아가고 물러나는 것을 초월하여 고요하므로 진퇴에 (일정한) 기준이 없다. 만약 지혜가 시비를 살피지 못하고, 현명함이 진퇴를 가리지 못한다면, 이는 허망한 것이 아니다. 눈은 밝음을 귀하게 여기고, 귀는 총명함을 귀하게 여기며, 마음은 공정함을 귀하게 여긴다. 천하의 눈으로 본다면 보지 못하는 것이 없고, 천하의 귀로 듣는다면 듣지 못하는 것이 없으며, 천하의 지혜로 생각한다면 알지 못하는 것이 없을 것이다. 이 세 가지 기술을 얻으면 '함이 없음(不爲)'에 존재하게 된다.

분석 및 설명:
이 마지막 단락은 개인의 도덕적 수양, 통치자의 지혜로운 통치 원칙, 그리고 궁극적으로 '무위(不爲)'의 경지에 이르는 통찰력을 제시하며 글을 마무리합니다.

  • '慎終如始(신종여시)'의 중요성: 성공, 치유, 안정, 효도 등 긍정적인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지적하며, 처음과 같은 신중함으로 끝까지 임해야 함을 강조합니다. 이는 해이함과 태만을 경계하라는 메시지입니다.
  • 사회적 책임과 겸손: 부유한 자는 가난한 자에게, 장년은 노인에게 베풀어야 하며, 사치와 교만을 경계해야 함을 강조합니다. '존귀, 총명, 부유, 용감' 등 개인의 뛰어난 자질을 남을 누르거나 과시하는 데 사용하지 않고 겸손하게 대해야만 천하의 군주가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 성공적인 기획과 행동: '도모하는 일은 반드시 받아들여지게 하는 것'과 '일은 반드시 이루어지게 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고 전제하며, 이는 '이치(數)'와 '실정(情)'에 부합할 때 가능하다고 봅니다. '땔나무와 불', '평지에 붓는 물'의 비유를 통해 사물의 '본성(類)'을 이해하고 그에 따라 움직이면 자연스럽게 성공할 수 있다는 '순리(順理)'의 원칙을 제시합니다.
  • 역설적인 통치론: "현명한 군주가 법을 세운 후에, 법도에 맞는 자는 상주고, 법을 어긴 자는 처벌하는데, 이런 군주를 '혼란한 군주(亂君)'라 하고, 이런 나라를 '망하는 나라(亡國)'라고 한다."는 구절은 등석 사상의 가장 핵심적인 역설 중 하나입니다. 표면적으로는 법가의 엄정한 상벌을 칭찬해야 할 것 같지만, 등석은 이를 '난군'과 '망국'의 특징으로 규정합니다. 이는 단순히 법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것을 넘어, 법 이면에 있는 '도(道)'와 '본성(類)'을 이해하고 '무위'의 경지에서 자연스럽게 통치하는 것이 진정한 '밝음(明)'이라는 등석의 심오한 주장을 보여줍니다. 즉, 형식적인 법치주의의 한계를 지적하고, 법 집행의 '도'를 깨닫지 못하면 오히려 혼란을 초래한다는 경고입니다.
  • 지혜와 통찰력의 궁극: '지혜로운 자는 시비를 초월하여 고요하므로 선악에 구별이 있고, 현명한 자는 진퇴를 초월하여 고요하므로 (일정한) 기준이 없다'는 것은 도가적 관점에서 초월적인 통찰력을 지닌 자는 사사로운 판단이나 형식적 기준에 얽매이지 않고 본질을 꿰뚫어 본다는 의미입니다.
  • 군주의 세 가지 보배: '눈은 밝음, 귀는 총명함, 마음은 공정함'을 군주의 중요한 자질로 제시합니다. '천하의 눈, 귀, 지혜'로 보고 듣고 생각하는 것은 개인의 한계를 넘어선 보편적이고 공정한 통찰력을 의미하며, 이 세 가지를 얻으면 '함이 없음(不爲)'의 경지에 도달하여 자연스럽게 통치가 이루어질 수 있다고 결론 내립니다.

「전사편」은 등석이 언어와 논리를 도구 삼아 통치자의 자질, 인재 활용, 법의 본질, 그리고 도가적 무위의 경지까지 아우르는 독특한 사상 체계를 펼쳤음을 보여줍니다. 그는 형식적인 법이나 도덕에 얽매이지 않고, 사물의 본질과 이치를 꿰뚫어 보는 통찰력을 바탕으로 한 통치가 가장 이상적이라고 주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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